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388)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388화(388/439)
388―――――
다름 아닌 이곳에 있나니
샤는 빛의 후예라 불리는 천족 앞에서 빛을 논하는 시온을 바라보며 할 말을 잃었다.
저리 당당할 줄이야, 저리 거침이 없을 줄이야.
다른 존재들은, 하다못해 동족들마저 제 등에서 펄럭이는 여러 쌍의 순백 날개를 바라보며 기가 죽어서는 제대로 된 의견도 잘 내지 못 했는데 이 남자는 그렇지 않았다.
달랐다,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런데, 그 다른 것이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았다.
‘이런 인간이 아직 존재했을 줄은··· 정말 몰랐어.’
천족들이 중요시 여기는 성언에 대해 전부 알고 있고, 요정들의 보고처럼 빛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빛을 염려하고 있다.
잘못된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 결국 다 함께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고자 하는 그 말은, 눈빛은 샤에게는 무척이나 신선한 충격이었다.
“···교만해졌고, 결국 그 끝에 오만해져 잘못된 길을 잡았다.”
샤는 저도 모르게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며 중얼거렸다.
그녀라고 현재 천족들의 행보에 의구심을 가진 적이 왜 없겠는가.
다만 희망을 가지기에는 이 세상의 모든 존재들이 너무나도 타락하여서, 믿음을 가지기는커녕 스스로 내치고 있는 상황이라 하여서 그 희망을 접고 새로운 세상, 회색의 세상에서 다시금 빛으로 화하게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이 남자는 그런 동족들의 결정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진정한 빛이라면, 진정 우리들을 감싸는 그 포근한 빛의 후예가 당신들이라면.
어떤 일이 있더라도 절망하지 않고 오히려 믿음을 가지며 우리들을 인도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당신들이 타락했다고 외치는, 희망이 없다고 외치는 우리들은 정작 빛이라고 믿었던 자들에게 배신당하여 스스로를 빛이라고 믿으면서까지 옳은 길로 나아가려고 노력하는데 그 위대한 빛의 후예들은 도대체 뭘 하고 있냐면서 말이다.
“시온 클라우젠, 당신의 그 말은 어폐가 있다는 걸 알 거예요.
우리가 왜 일어섰나요?
당신들 인간들이, 그리고 이종족들이 빛의 뜻에 정면으로 반박해서였어요.
오만해진 건 빛의 후예들이 아니라 당신들일 수도 있잖아요?”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이 땅에 큰 혼란을, 큰 슬픔을 가져온 건.
네, 그렇습니다.
우리들입니다.
죄를 지었고, 피를 쏟았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들은 비록 어둠에서 허우적거릴지언정 빛으로 향하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그걸 샤, 당신도 알고 있을 텐데요.”
“···.”
“신성 프러센에 대항해 일어선 건 우리가 죄를 인정하기 않아서, 타락해서가 아닙니다.
이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운 세상에서 그래도 살아보던 자들이 어떻게 죄를 짓지 않겠습니까.
그런 이유로 모든 이들은 자신의 죄를 용서 받기를 바랍니다.
그런 이유로 빛의 교리를 믿었고, 공식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아도 암묵적으로 수용하였던 겁니다.
세상 모든 것이 자신을 할퀴고 베며 지나가도 빛만큼은 그 이름 그대로, 자신을 항상 비춰주며 너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해주기를 바라면서.”
인간들이 종교를 믿는 이유라 하면, 결국 안식처가 필요해서다.
정말 기적을 경험해서 영적인 존재가 있다고 확신하여 믿는 경우는 드물다.
이곳도 그러하다.
사람들이 빛의 교리를 믿는 건 말 그대로 그것이 빛이라고 생각하니까.
자신들이 헤매고 있다면 길을 밝혀주고, 지쳐 쓰러졌다면 힘내라고 따스히 보듬어주는 그런 빛을 생각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런 빛의 행함을 천족들은 저버렸다.
죄인이 있다고 하나 그건 소수에 불과한데, 그걸 죄가 있는 자, 없는 자 모두에게 뒤집어씌우며 죄인으로 낙인찍었다.
상황이 이렇다면 과연 누가 그 빛을 빛이라고 따르고 믿으려 하겠는가?
믿음은 결국 자신에게 이득이 될 것이라는 생각, 손해를 주지 않는다는 생각, 그런 기초적인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이득은커녕 손해를, 심지어 그 손실이 돈 같은 재물도 아니고 목숨이라면 그 어떤 이라도 당연히 그 믿음이 배신당했다고 생각한다.
“샤.
이건 일종의 투정 같은 겁니다.
빛이라고 하는 자들이 왜 길을 밝혀주기는커녕 더 깊고 컴컴한 어둠으로 밀어 넣느냐고.
따스히 보듬어주지 않고 태워 죽이려 하느냐고.
이 세상에서 죄를 짓고 살 수는 없기에, 그걸 용서받고자 바르게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자신들을 왜 저버리냐고 말입니다.”
“그게 지금의 상황인 건가요?
투정이라고 보기엔, 너무 과한 것이 아닌가요?”
“먼저 칼을 뽑은 자가 누구인지 생각하셔야 합니다.
우리들에게 죄가 없는 게 아니듯, 당신들도 죄를 지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그걸 인정하는 반면에, 당신들은 그렇지 않는군요.”
시온은 막사 내부에 있던 담요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전보다 경계는 풀었어도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있는 샤에게 다가가서 조용히 그녀를 덮어주었다.
“빛의 후예라 한다면, 그만한 의무를 짊어지지 않겠습니까.
한 명, 단 한 명의 누군가라도 빛으로 향하고자 한다면 그를 위해서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게 바로 당신들의 의무이자 숙명입니다.
우리들을 버리지 마세요.
그들을 내치지 마세요.
빛이라 함은 결국 어둠까지 밝혀야 하는 존재인데, 그늘이 진 곳을 배척해서야 되겠습니까.”
그리 말한 시온은 고갯짓으로 슬쩍 릴리트를 가리켰다.
“이 마족 여인이 왜 여기에 있는 줄 아십니까?”
“···모르겠군요.”
“샤, 당신의 생각대로 나를, 그리고 여기 인간들을 유혹하여 완전히 빛에게 돌아서게 만들기 위해서 온 겁니다.
투정이 아니라 투쟁을 하게 만들려고 말이죠.”
“···!”
순간 샤의 표정이 날카롭게 변하며 릴리트를 죽일 듯이 노려본다.
하지만 릴리트는 어디서 개가 짖느냐는 반응으로 하암, 하고 하품만 할 뿐이었다.
“빛이 우리들을 내칠수록, 그 틈에는 어둠이 파고 들 겁니다.”
“···지금 나를, 우리 빛의 후예들을 협박하는 건가요?”
어쩌면 그렇게 들렸을 지도 모르겠다.
이쯤에서 그만두지 않는다면 마족들의 편에 서서 당신들과 끝까지 싸우겠다는 그런 협박으로.
하지만 시온은 절대 그렇지 않다는, 무척이나 서글픈 표정을 지어보였다.
덤으로 온갖 슬픈 생각까지 해서 눈물까지 고이게 만드는 데에 성공하고야 만 시온.
그의 눈에서 투명한 물줄기가 한 방울 흐르는 순간, 샤는 저도 모르게 ‘흡!’ 하고 숨을 들이켜고 말았다.
“협박이 아니라 애원하는 거랍니다.
버리지 말아달라고, 어둠인 걸 알면서도, 죄를 짓는 걸 알면서도 그리 할 수밖에 없는 이 가련한 자들을 내치지 말아달라고.”
“···.”
시온의 외모, 표정 연기, 이전부터 하고 있던 온갖 성스러운 말들.
거기에 치명타를 꽂는 눈물까지, 정말 애원하듯 절절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덕분에 샤는 차마 말을 하지 못 하고, 그저 시온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살피고 살펴봐도 거짓을 말하는 것 같지는 않다.
다른 이도 아니고 시온 클라우젠, 어쩌면 가장 자신들 천족을 증오하고 있을지 모르는 자의 고해성사였고 애원이었으며 솔직한 답이었다.
‘···정말, 정말 우리들이 과했던 것일까?’
원래부터 온건파였던 샤에게 시온의 그런 온갖 공격이 꽂히니 자연스레 점점 벽이 허물어지는 건 당연한 수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제 몸 하나 가누기 힘든 자신을 예의까지 보이며 이렇게 대우하는 것을 보니 빛에 대한 믿음도 꽤나 강한 자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마족이, 그것도 이성을 꾀어내는 데에는 도가 텄다는 서큐버스 퀸이 무릎을 꿇으면서까지 유혹을 하고 있는데도 용케 버텨내고 있다는 게 무척이나 감탄스러웠다.
‘넘어오는 소리가 들리는구나, 아주 그냥 잘 들려!’
순수하고 성스러운 생각으로 가득 한 샤의 마음과는 달리, 시온은 속으로 낄낄 웃으며 얼른 이 천족이, 조금은 순수하고 맹한 구석이 있는 이 여인이 넘어왔으면 했다.
이미 자신이 알고 있던 구절들, 그리고 소설을 읽어 알고 있는 천족들에 대한 정보들로 마치 자신이 정말 신의 대리자라는 느낌을 샤에게 주는 데에 성공했다.
아직도 그 회색이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나중에 차차 알아 가면 될 부분.
무엇보다 천족의 온건파였던 그녀로서는 이리 바른 방향으로 살기 위해서 노력하는 자들의 모습을 보았고, 비록 몇몇 이들 때문에 실망하고 화도 날지언정 포기하지 말고 또 다른 몇몇 이들을 위해 인도해달라는 애원 같은 부탁을 들으니 갈등이 생겼을 것이다.
‘거기에 눈물 한 두 방울 들어가면 금상첨화지.’
남자의 눈물은 보기 흉하다고 어떤 이들이 그러는데, 그건 그냥 액면가 문제다.
여자든 남자든 상관없이 이성을 홀릴 외모를 가지고 있으면 아무 문제없다.
거기에서 흘려지는 눈물은 ‘어, 내가 잘못했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만드는 데에 충분하다.
“···과하게 움직이신 것 같습니다.”
“네?
아, 아아···.”
시온의 말에 샤는 비로소 제 가슴께에 둘러진 붕대에서 다시금 피가 배어나오고 있음을 자각할 수 있었다.
“치료 마법을 조금 쓰긴 했습니다만, 마법사들이 감히 빛의 후예 앞에서 그 능력을 뽐내는 미련한 짓은 하고 싶지 않다고 하여 많은 부분을 치료하지는 못 했습니다.”
샤라고 해서 천족에 대한 자부심이 없는 건 결코 아니니 이런 때에 은근히 천족을 띄워주며 자신들은 천족들을 전부 해하려는 악마가 아님을 증명하는 시온이었다.
“그래도 급한 상처는 치유한 것 같은데요.”
“일단 좀 쉬는 것이 좋겠습니다.
나머지 이야기는 이후에 하도록 하죠.
그러면 저는 이만···.”
“잠깐만요, 시온 클라우젠.”
갑작스레 시온을 붙잡는 샤.
설마 벌써 이 여자가 넘어온 건가 싶어 나름 두근두근한 시온이었지만 곧 샤의 입에서 나온 말에 속으로는 에라이, 하고 실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저 여자, 릴리트.
저 여자는 여기에 두고 가세요.”
“엥?
나는 왜?”
“몰라서 묻는 건가요?
당신을 감시할 겁니다.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마족이 이곳을 휘젓고 다닌다고 생각하니 상상만 해도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군요.”
“샤께서 마족을 붙잡고 계셔준다면 저야 환영입니다.
하도 이곳 사람들을 유혹해대서 골치가 아팠거든요.
하지만 괜찮으시겠습니까?
혹 당신을 해하려고 들지는 않을까 걱정입니다만.”
“부상으로 인해서 크게 밀린다고는 해도 어이 없이 당할 수준은 아니에요.
진정 당신들이 옳은 길로 가고자 하는 자들이라면 내 말에 따르세요.”
샤의 말에 시온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걸음을 옮겨서 얌전히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릴리트에게로 다가갔다.
꾸욱―.
릴리트는 자신의 손을 부드럽게 쥐는 시온을 흘끗 바라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제 남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이곳에 남아 바람잡이 역할을 더 해달라는 걸 바로 눈치 채고는 알겠다는 뜻으로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이었다.
“근처에 바로 사람들이 대기 중이니 혹 불편하거나 필요한 것이 있다면 말씀하시면 됩니다.”
“···알겠어요.
호의에는 감사를 표하도록 하죠, 시온 클라우젠.”
처음 만났을 때 무척이나 차갑고 딱딱했던 분위기에 비하면 참 많이 진전되었다고 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시온이 막사 바깥으로 사라진 후, 샤는 잠시 시온이 덮어준 담요를 만지작거리다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사나운 눈매를 해보였다.
“역시나 당신들인가요?”
“뭐가?”
“저들을 꾀어내어 온갖 죄를 짓게 만들고, 그렇게 해서 우리 빛의 후예들이 저들에게 그릇된 생각을 가지게 만든 존재들 말입니다.”
“어머,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상상을.
쩍 벌어진 건 가슴인데 왜 다친 건 심장이 아니라 뇌처럼 들리는 소리를 할까나, 샤?”
“이런 가증스러운 것이···.”
화를 내다 말고 샤는 인상을 찌푸려야만 했다.
가슴에서 전해지는 격통이 또 한 차례 몸을 할퀴고 지나간 것이었다.
“푸훗.
불쌍하네.
인간 따위에게 베여서 낑낑대는 꼴이라니.”
“인간 앞에 무릎을 꿇는 당신보다야.”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보다 더 한 짓도 할 수 있어.
너희들을 추락시키고, 동시에 너희들에게 배신당하여 향할 곳을 잃고 헤매고 있는 불쌍한 것들을 어둠에 속하게 하도록 말이야.”
“어림없습니다.
내가, 그리고 우리들이 있는 한.”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너희가 할 일은 이 세상 전부를 불태우는 것.
그래서 전부 한 줌 재로 만들어 회색빛으로 물들이는 거 아니었니?
그렇게 해야만 빛으로 증명 받을 수 있다며.
그런데 참 웃긴 말이지?
세상을 재로 만들면 결국 빛이고 어둠이고 의미가 없는데.
너희들을 빛이라고 불러줄 존재들도 없는데 도대체 왜 그런 길을 고집하는 걸까?”
“···.”
마족의 말에 반박하지 못 하고 침묵하는 제 자신이 참으로 한심스러웠지만, 릴리트의 말에 틀린 구석이 또 없었기에 샤는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그 말대로 정말 천족들이 세상을 불태워 재로 만든다면, 남는 게 뭐란 말인가.
과업을 완수했는데, 빛이라는 그 말을 도대체 어느 누가 증명해주겠는가.
‘어쩌면 회색은, 정말로 그 남자를 말하는 게 아닐까.
아니, 더 나아가서 이 세상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모든 자들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겠어.’
그들이 때로는 평소보다 검게 물들어 빛에서 멀어진다고 해도 실망하거나 분노하지 말고 인도를 계속 한다면 다시 회색으로 돌아가고, 종국에는 새하얀 모습이 되지 않을까.
자신들에게 내려진 과업의 진짜 내용은 세상을 불태우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것들을 옳은 길로 인도하는 것이 아닐까.
그 대상이 비록 하나, 딱 하나일 뿐이라고 해도 단 한 명이라도 빛에 당도한다면 자신들은 빛의 후예임을, 그 길을 가르쳐주는 자임을 증명하는 것이니 말이다.
“조만간 또 너희와 전투가 벌어지면 점점 더 이곳 인간들의 마음은 검게 물들 거야.
그리 되면 우리 마족들이 원하는 세상이 오겠지.
너희들이 포기한 걸 우리가 먹겠다는데 설마 불만 제기는 하지 않겠지?”
“포기한 적 없습니다.”
“어머, 최상위 천족이 이제는 거짓말도 하네?
여기의 인간 전부를 죄인으로 몰고, 세상 전부를 불태우려고 한 게 포기한 것이 아니라면 뭐, 다른 말이라도 되나?
진짜, 빛인 척 하는 너희들이 가증스럽다.
이런 너희들에게 아직도 기대를 하고 있는 여기의 인간들이 참 멍청해.
이미 너희들을 따른다고 하는 놈들은 눈이 멀고 귀가 먹어 그저 괴성만 지르며 빛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조언을 내놓기는커녕 부채질만 하고 있는데.”
릴리트는 깔깔거리며 샤를 열심히 도발했다,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은근히 계속해서 이곳의 인간들이 설령 신성 프러센과, 요정들과, 천족들과 싸우고 있을지언정 빛을 거부하고 어둠으로 들어가는 이들은 아님을 강조하고 있었다.
샤가 눈치 채지 못 하도록 주의를 기울이면서 말이다.
“입 닥치세요, 릴리트.
내가 부상을 입었다지만 당신에게 무력하게 당하지는 않아요.”
“아서라.
여기서 무슨 짓이라도 벌였다가는 김유현이 또 검 뽑고 달려든다.
둘이 사이좋게 손잡고 썩둑!
하고 두 동강 나고 싶지 않다면 얌전히 지내자고.”
릴리트의 말에 샤는 문득 떠오른 것이 또 하나 있었다.
신의 대리자 옆에는 항상 그를 지키기 위한, 세상에서 가장 날카로운 것이 있다는 말.
그 어떤 어둠도, 그 어떤 빛도 갈라버릴 수 있는, 빛도 어둠도 아닌 것.
‘···빛이시여, 나는 도대체 어떤 길을 걸어왔던 겁니까.
그리고 이제의 나는,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하는 것입니까.’
그저 죄인들에게 붙잡혀 치욕을 당할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보다 배는 더 머리가 아프고 답답한 질문을 떠안은 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안도감이 들기도 하는 그녀였다.
아직 늦지 않았다, 아직 기회가 남아있다.
무엇보다 자신들의 과업을 행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가 지금 찾아왔다.
―회색으로 빚어지는 앞에 설 지니, 마침내 너희가 빛이리라.
―
마침내 너희가 빛이리라, 그 말은 어쩌면 빛으로서 증명을 하는 게 아니라 빛으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말이 아닐까 생각하는 샤였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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