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39)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39화(39/439)
<―>
“으흥흥―!”
콧노래를 부르며 릴리트는 클라우젠 백작가의 별장을 감상 중이었다.
본성만큼은 아니어도 꽤나 신경 써서 관리를 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비록 왕성에는 찾아오는 일이 거의 없는 변경백이지만, 자신의 가문이 만만하게 보이는 꼴은 절대 용납지 않겠다는 주장이 가득 서려있는 것 같았다.
“괜찮네.
음··· 가주가 머무는 방에서 시온이 머물 테니까··· 난 옆방이려나?”
“릴리트님.”
자신을 부르는 여인의 목소리에 릴리트는 슬쩍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리시키다가 정중한 자세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준비가 끝났습니다.
나가셔도 될 듯 합니다.”
“그래?
흐음···.
그러면 시온이 시킨 일 좀 하러 가볼까?”
릴리트는 후드를 뒤집어쓰곤 별장을 나섰다.
그 뒤를 가벼운 차림을 한 리시키다가 따라 붙었다.
“어때?”
“예?”
“지금 네 옆이 있는 여인이 인간이 아니라 마족, 그것도 최고위라는 사실 말이야.”
시온은 리시키다에게 릴리트가 인간이 아닌 마족임을 알려주었다.
이제부터 자신의 곁을 지킬 호위 기사가 그런 부분을 모른다면 차후 귀찮은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잘 모르겠습니다.”
“잘 모르겠다?”
“전 그저 주인님.
그러니까 공자님의 뜻만 따를 뿐입니다.
그런 분 옆에 어떤 이가 있어도 제가 관여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흐음···.
재미없는 녀석이네.”
잠시 리시키다를 바라보던 릴리트는 입가에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곤 갑작스레 그녀의 옆에 찰싹 달라붙었다.
“좋아하지?”
“에, 예?”
“시온 말이야.
그 녀석을 바라보는 네 눈빛이 아주 애틋해서 내가 다 절절할 지경이던데?”
“무슨 말씀을!
저는 그저 주인을 모시는 신하일 뿐입니다!
그런 감정을 지닐 수 없습니다!”
“아니면 말고.
왜 그렇게 흥분하실까나?”
그제야 릴리트의 장난에 놀아났다는 걸 자각한 리시키다는 얼굴을 발갛게 물들이고는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물론 이성을 원하는 감정에 대해 누구보다 민감한 서큐버스를 속일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휴우.
능력 있는 남자 옆에 여인들이 몰리는 건 당연하다더니.
벌써부터 이런 식이네.’
아직 모르고 있는 건지, 아니면 알면서도 인정하지 못 하는 건지.
저 리시키다라는 여기사는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멀어지고 있었다.
잠시 볼을 긁적인 릴리트는 ‘아이 씨!
내가 왜 이런 고민을 하고 있어?’ 라고 생각하곤 그녀의 뒤를 따라잡았다.
어차피 여자 문제는 남자가 신경 써야 하고 남자가 골머리를 싸매야 하는 것이 정상이었다.
자신이 왈가왈부 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전혀 아니었다.
‘그보다, 왕궁 성벽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놈들을 찾으라니.
이건 너무 한 거 아니니, 시온?’
남겠다고 한 건 분명 자신이었지만, 이렇게 일을 맡는 건 사양하고 싶은 릴리트였다.
당장 이 왕성에만 십만이 가까운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리고 왕궁은 당연히 왕성 안에 있으며, 성벽으로 국민들의 주거 공간과 왕가 일원들의 생활공간을 철저하게 분리하고 있다지만 결국 수많은 이들이 왕궁을 중심으로 생활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성벽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이들을 찾아보라니?
이건 해변에서 수영복 입은 사람을 찾으라는 것과 다름이 없는 수준이었다.
‘도대체 얘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
첫 만남부터 이상했고, 그 이후로도 그런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다.
언뜻 보면 그저 철없는 갓 스무 살의 청년 같다가도, 어느 때에는 세상 물정 잘 아는 노련미를 보이다가, 또 어느 때에는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 마냥 말하고 행동한다.
도대체 시온 클라우젠이라는 남자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하고 고민하던 릴리트는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자신은 그와 계약을 맺었으니 좋든 싫든 끝까지 함께 할 사이였으니까.
“야, 리시!
같이 가!”
“리시키다입니다.
리시라는 애칭은 오직 주인님, 그러니까 공자님만 부르실 수 있습니다.”
“에이, 너무 한다.
부르게 해주면 내가 시온의 이야기 좀 해줄 수 있는데.”
“···고민해보겠습니다.”
―
오랜만에 열린 왕실 주최 파티.
히스파냐 전역의 귀족들은 오늘과 같은 날을 놓치지 않기 위해 속속 왕성으로 몰려들었다.
단순히 안부를 묻고 축하를 하며 모여서 먹고 마시는 자리가 아니다.
수많은 귀족들이 모여서 대륙의 정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들만의 세력을 구축하며 귀족 자제들은 물론이고 왕가의 자제들 역시 이 자리에서 자신의 유능함을 뽐내려 한다.
단순한 파티, 혹은 술자리가 아닌.
창칼만 없는 전쟁터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구첸 후작가의···!”
“이시크 백작가에서 온···!”
유력한 귀족들이 파티장으로 입장할 때마다 그들의 가문 이름이 파티장에 울려 퍼졌다.
히스파냐의 대귀족이라 할 수 있는 3개의 후작 가문, 그리고 5개의 백작 가문이 전부 참여한 왕실 파티는 이제 그 화려한 시작에 막 다다르려 하고 있었다.
“히스파냐의 적법한 지배자이시자 왕가의 수장이시며 오늘 이 파티를 주최하신 에드가 아스타리우스 히스파냐 국왕 전하 나오십니다!”
시종장의 외침에 자리에 모여있던 귀족들 전원이 모든 말과 행동을 멈췄다.
에드가 4세를 시작으로 에라더 왕자, 그리고 바네사 왕녀가 모두 파티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음?”
다만, 그 뒤를 따르는 이가 하나 더 있었다.
에드가 4세의 자식은 에라더와 바네사, 딱 둘 뿐이다.
그렇다면 왕가의 일원들 뒤에서 걸음을 옮기고 있는 저 미청년은 누구일까?
“꽤나 오랜만에 이런 자리를 마련했소.
알다시피 우리 히스파냐와 누디아는 잊을 만 하면 전쟁을 치렀고, 서로가 항상 많은 피해를 입으며 일진일퇴를 거듭했지.
하지만 이번 전쟁은 달랐다오.
히스파냐의 완승으로 끝났지!
클라우젠 변경백령이 창과 방패의 역할을 확실하게 수행한 것이오!”
이미 승전의 소식을 알고 있던 귀족들은 에드가 4세의 말에 박수로 화답했다.
국왕은 그 박수 갈채를 잠시 멈추게 한 다음 말을 이었다.
“오늘 이 자리는 여전히 왕가에 충성을 바치며 이 나라를 받치고 있는 그대들을 위한 자리임과 동시에, 히스파냐에 새로이 나타난 영웅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일 것이오.
시온 클라우젠 공자!
그대는 앞으로 나서라!”
그 말에 멀찍이 뒤에 서있던 미청년이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모여 있던 수많은 귀족들 사이에서 약간의 웅성거림이 일었다.
누구는 그의 외모에 감탄했고, 누구는 과거 그의 행적들을 언급하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으며, 또 누군가는 갑작스레 변한 클라우젠 백작가의 공자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비록 리히텐 클라우젠 변경백이 자리하지 않아 참으로 아쉽지만, 그대가 이번 전쟁의 결정적인 공훈을 세웠다는 것은 그대의 아비도, 그리고 나조차도 인정하는 바이니.
오늘 파티의 주인공은 모두임과 동시에 또한 그대임을 잊지 말고 즐기도록 하라.”
“영광입니다, 전하.”
“즐거운 날이오.
모두들 즐기되, ‘의무’ 와 ‘예법’ 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부탁드리겠소.”
에드가 4세가 미리 지정된 자리에 앉아서는 손짓을 하자 음악이 흐르며 파티가 시작되었다.
‘···너무 많은데.’
시온은 시온대로 정신이 사나워서 죽을 지경이었다.
히스파냐 왕실 주최의 파티 규모가 크다는 것이야 소설로도, 그리고 주변 이들에게 들은 것으로도 이미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것이, 한 눈에 봐도 백 명은 훨씬 넘는 귀족들이 거대한 홀에서 자유로운 분위기를 즐기고 있다는 점이었다.
“시온 클라우젠 공자.”
가장 먼저 다가온 건 역시나 오전에 만났던 볼코 후작이었다.
레데넨 후작가의 성에서는 스스럼없이 대하더니 여기서는 그래도 예우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일단 클라우젠 변경백령의 승전을 축하하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후작님.”
그렇게 말한 시온은 주변을 슬쩍 둘러보았다.
아직은 다가오지 않고 있었지만, 자신을 묘한 눈길로 주시하는 이들이 여럿 보였다.
특히나 그 중 대다수가 젊은 남녀 귀족들이었다.
“조심하게.”
볼코 후작은 슬쩍 시온의 곁으로 다가와서는 조용히 말했다.
“나도 여러 번 겪었지만, 아직도 적응이 안 되거든.
전쟁의 ‘ㅈ’ 자도 모르는 것들이 꼭 이런 자리에서 어떻게든 영웅들의 공적을 깎아내리려 하지.
듣고만 있어도 역겨워지고, 모가지를 꺾어버리고 싶을 정도야.”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원래 정치란 게 다 그렇죠.”
“난 모르겠단 말이야.
차라리 적들과 싸우는 편이 훨씬 낫지.”
볼코 후작은 지나가던 시종에게서 잔 두 개를 집어든 다음 하나를 내밀었다.
그리고는 가볍게 쨍, 하고 건배를 하며 술을 들이켰다.
“아무튼 잘해보게.
참고로 오늘은 리히텐 변경백도 없으니 조심하는 편이 좋아.”
부디 저번처럼 사고는 치지 말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거기까지는 미처 알 수 없었던 시온은 그냥 단순한 주의라고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볼코 후작이 멀어지자, 기회가 왔다는 듯 여러 귀족들이 시온의 옆에 달라붙었다.
“시온 공자님.
그동안 건강하셨어요?
저는···.”
“아하하!
메릴, 오랜만이네.
그동안 잘 지냈니?”
“잘 지냈으니까 조금 빠져주시겠어요?
시온 공자님과 나눌 이야기가 좀 있어서.”
“어머, 미안하게 됐네.
하지만 시온 공자님께서는 너와 딱히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 않은 모양인데 어떻게 생각하니?”
역시나 그의 외모에 이끌린 귀족 영애들의 경쟁이 날카로웠다.
마치 먹음직스러운 먹이 하나를 두고 경쟁하는 길고양이들을 같았다.
아마 이대로 두면 수많은 냥냥 펀치가 난무할 것 같아 시온은 어서 자리를 뜨고 싶었다.
“시온 클라우젠.”
공자님, 이라는 호칭이 붙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사회적 위치에서 최소한 자신과 동급 혹은 그 위라는 것.
시온은 바로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근원지를 확인했다.
“오랜만이야.”
응, 오랜만이긴 한데 네가 누구인지 모르겠다.
라고 생각하며 시온은 기다렸다.
어차피 자신이 아니더라도 곁의 귀족 영애들이 알아서 저 남자의 정체를 알려줄 테니까.
“베, 베레크릭 공자님!”
“다들 좀 비켜줄래?
저 친구와 할 말이 좀 있어서.”
베레크릭이라면, 그래.
구첸 후작가의 둘째 아들이었다.
원래라면 그의 형이 활동해야 하지만, 아쉽게도 그는 어릴 적부터 정신 상태가 좋지 않아 모든 대외 활동을 가문 자체에서 막아버린 상황이었다.
때문에 구첸 후작가의 차기 후계자는 둘째인 베레크릭이 유력시 되고 있었다고 했다.
‘레데넨 후작가나 클라우젠 변경백령과는 다른, 상업으로 인한 부와 외교로 3후작 가에 오른 가문이라고 했지.
소설에 의하면 창칼 쓰는 놈들을 꽤나 천히 여긴다고 했었고.’
시온 입장에서는 딱히 달갑지 않은 상대였다.
클라우젠 변경백령은 히스파냐의 방패라고 불리며 무력의 한 축을 담당하는 중이다.
누군가에게는 든든한 무력일테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그저 견제하고 싶은 대상일 것이 확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시온 자신과 저 베레크릭이라는 청년은 정치적으로, 그리고 다른 부분에서도 대립할 것이 뻔히 보이는 상황이었다.
“베레크릭 공자.”
“저번에 있었던 왕실 파티 이후로 처음인가?”
“아마도··· 그렇겠죠.”
아마도는 개뿔, 아무것도 모른다.
당연히 그런 부분은 소설에 나와 있지 않았으니까.
당장 베레크릭이라는 인물도 소설 초반부에서는 그냥 이번에 열린 왕실 주최 파티에서 김유현한테 까불다가 망신 한 번 당한다는 것이 다였다.
그러다가 중반부에 살짝 언급이 되고, 그 후 사망!
하는 것이 그의 기록 끝.
‘즉 딱히 신경 쓸 이유도, 필요도 없는 엑스트라라는 거지.’
차라리 구첸 후작가가 호의적인 곳이었다면 또 모를까.
클라우젠 변경백령과는 딱히 원만한 관계조차 지니고 있지 않은 곳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시온은 빠르게 생각을 정리했다.
“네가 이번 누디아와의 전쟁에서 공을 세웠다고.”
“그렇습니다.”
“예전의 너를 생각한다면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국왕께서 직접 말씀하셨으니 의심할 부분은 없겠지.”
어째 저 말이 ‘나는 네 말 하나도 믿을 수가 없는데 왕이 저렇게 나오니 일단은 어쩔 수 없이 믿어본다.’ 라고 들리는 걸까.
시온은 속으로 지랄, 이라고 욕설을 내뱉으며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기회가 된다면 이 자리에서 그대의 영웅담을 듣고 싶군.”
“영웅담이라 하면?”
“그대의 두 눈으로 지켜본 전쟁 말이야.
그걸 자네 입으로 듣고 싶다는 거네.”
뻔히 보이는 수작이었다.
스스로 말하게 해서 빈틈이라도 찾겠다?
아니면 억지로 물어뜯을 구석을 만들겠다?
시작부터 장난질이라니, 역시나 대놓고 정치질을 하는 귀족들다웠다.
싫다고 잡아뗀다면 ‘왜 그러지?
마치 전쟁에 참여하지 않은 것처럼.’ 이라는 개소리를 지껄일 것이고, 말하다가 조금이라도 틈이 있거나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나오면 ‘잠깐만.
말이 조금 이상한데.’ 라고 떠들며 꼬투리를 잡을 것이 분명했다.
‘이러니 소설에서 김유현한테 개망신을 당했지.’
베레크릭의 저 재수 없는 말들에 김유현은 가소롭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아무도 보지 못 하는 틈을 노려 그의 발을 걸어 넘어트렸다.
덕분에 그대로 ‘철퍼덕!’을 하게 된 베레크릭은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이며 화를 냈지만 오히려 혼자 넘어져놓고 남한테 화풀이 한다는 김유현의 중얼거림에 그대로 격추되었다.
“둘이 뭐하는 중입니까?”
이번에는 자신과도 안면이 있는 놈의 등장.루드비히 레데넨이었다.
그는 뚱한 얼굴로 베레크릭과 시온을 번갈아가며 쳐다보고 있었다.
둘 다 마음에 안 드는데, 그 중 누가 더 짜증나는 놈일까 고민 중인 미래의 기사였다.
“그냥 잠시 이야기 중이었다, 루드비히.
나는 전쟁을 겪어본 적이 없어서.
전쟁을 ‘직접’ 겪어보고 ‘직접’ 승리로 이끌었다는 시온 클라우젠에게 좀 듣고 싶었거든.”
저 새끼, 자꾸 특정 단어를 과하게 언급하는데.
이건 뭐 싸우자고 대놓고 시비를 거는 판국이었지만 시온은 입을 다물었다.
어차피 저런 가벼운 수작에 넘어갈 정도로 자신이 병신도 아니었고, 설사 넘어간다고 해도 저 놈의 뜻대로 틈을 보여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다들 여기 있었네요.
오늘의 주인공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가 봐요?”
아직은 소녀티를 벗지 못한 여인이 세 남자 곁으로 다가왔다.
역시나 생김새만으로는 누구인지 알 길이 없었지만, 시온은 재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지금 모인 베레크릭과 루드비히는 후작 가문의 자제들.
그 사이에 저리 당당히 끼어들 수 있다는 건 최소 동급의 후작 가문 영애라는 것.’
생각은 빨랐고, 행동은 더 빨랐다.
‘에스티아 영애.’ 라고 언급하며 살짝 고개를 숙여 보이자 오네르 후작가의 에스티아는 가벼운 미소를 짓곤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 입을 열었다.
“나도 궁금한데.”
“예?”
“나도 시온 공자의 이야기가 궁금하다고요.
어때요?
전쟁을 직접 겪어본 자로써 우리에게 해줄 멋진 이야기가 없나요?”
이것들은 전쟁 이야기가 유일한 술 안주거리인가?
왜 이리 몸이 달았어?
그게 아니라면 자신의 빈틈을 어떻게든 찾겠다는 뜻인데,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시온은 속으로 투덜거리면서도 겉으로는 아무런 내색조차 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저들이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입을 털 생각이었다.
이제부터 에드가 4세와 함께 준비한 ‘연극’ 에 들어갈 참이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