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391)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391화(391/439)
391―――――
다름 아닌 이곳에 있나니
빛의 후예, 처음에는 스스로를 그리 불렀지만 어느 순간부터 다른 종족들 역시 천족들을 그리 불렀다.
마족들은 물론 제외하고서.
아마 그들이 천족들을 그리 인정한 이유는, 그들이 항상 빛을 외치며 다녔던 것도 있겠지만 등에 돋은 순백의 날개나 부서지는 듯 반짝이는 찬란한 금발, 그리고 무척이나 아름다운 외관이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우리들은 빛, 그 자체가 아니야.’
그래서 샤는 최상위 천족으로서 더더욱 빛의 후예답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려고 했다.
빛 그 자체가 아니면서도 빛의 후예라 말하고, 그렇게 불리고 있으니 응당 그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이 자신들의 의무라고 생각했었던 것이다.
‘세상에 빛의 뜻을 펼친다.
그리고 우리들이 마침내 진정한 빛이 된다.
그러기 위해 보다 더 많은 자들을 인도해야 함이 옳다.’
솔직히 말해서 시온의 말에는 아직 완벽하게 긍정을 할 수 없는 샤였다.
빛을 따를 생각이었다면 그리 대놓고 신성 프러센이나 이쪽에 대해서 적대적인 모습을 보일 필요도, 그리고 비록 보여주기 식일 지라도 따르려는 움직임 정도는 보여줄 수 있지 않았는가.
하지만 히스파냐는, 시온 클라우젠은 바로 날 선 반응을 보이며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서로의 분위기가 흉흉해지는 가운데 둘 모두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보려는 자세도 취하지 않았으니 결국 명분을 쥐고 있다고 생각한 신성 프러센이, 천족들이 나서게 된 것이었다.
‘이들은 죄인인가?’
누군가가 그렇게 묻는다면 과거의 샤는 그렇다고 답했을 것이다.
허나 지금, 이렇게 죄인들의 모습을 직접 돌아보며 이제 샤는 그리 확답을 할 수 없음을 어렴풋이 깨닫고 말았다.
오히려 이들이 더 이성체 같아 보였고, 더 성스러워 보였으며 더 대단해보였다.
자신들이 나서기만 하면 이상한 괴성을 지르며 눈에서 광기를 내뿜던 자들보다야 저들이 차라리 빛의 교도라는 이름이 어울린다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우리들이 정말 빛의 후예라면, 그 빛이 원하는 것은 뭘까.
그 길을 따르지 않는 자들을 전부 태워버리는 것을 원할까?
그게 아니면 그 안에서 혼란스러워 하는 자들을 인도하기를 원할까.
알 수 없다, 알 수 없어.
빛은 답하지 않으니까.
다만 우리가 향하는 그 길이 옳은지 옳지 않은지 마지막 순간에 비춰줄 뿐이니까.
여태까지는 지금 우리들의 길이 옳다고 여겼고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정작 그 주체인 우리들은 빛도 아니고, 신도 아닌데.
어쩌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주제에 그저 우리들의 모습에 취해서 잘못된 길을 걷는 건 아닐까.’
샤는 저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고 주먹을 쥐었다.
여태까지 제대로 떠올려본 적이 없는 생각.
만에 하나 우리들이 엇나가고 있다면, 그릇된 생각을 품고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다면.
우리 천족들은 정말 빛의 후예라고 할 수 있겠는가?
우리 손으로 이들을 처단할 마땅한 권리를 부여 받기는 한 것일까?
애써 숨기고 감쳐왔던 의문이 고개를 드는 순간, 그 위세는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샤의 머릿속을 웅웅 울리게 만드는 거대한 폭풍으로 돌변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환하던 길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암흑천지가 되었다.
빛의 후예가 빛을 잃고 헤매는 중이라니, 샤는 스스로를 비웃으며 한숨을 내뱉어야만 했다.
침통한 기색으로 샤는 시온이 자리하고 있던 곳을 벗어나 그저 주변만 살폈다.
적들, 죄인들, 타락한 자들, 그들의 소굴이라고 알고 있던 이곳은, 이 세상은 자신이 원래 알고 있던 인간들의 세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곳이었다.
빛을 원하나 결국 어둠에 더 가까운 자들, 그러나 거기에 빠지기보다는 빛으로 향하고자 하는 이들이 더 많은 그곳 말이다.
“고민이 많은 얼굴이군.”
어느 순간 다가온 김유현은 지나가는 듯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왜.
혹 여기 사람들이 널 해칠까봐 겁이라도 나나?”
“···.”
평소답지 않은 김유현의 도발, 하지만 샤 역시 평소답지 않게 묵묵부답이었다.
원래였다면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며, 어찌 되었든 천족이라는 부분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샤로서는 그리 반말을 해야 하는 게 맞을 터인데 말이다.
“흠.”
샤의 희미한 변화를 김유현도 눈치 챈 것일까.
그는 다시금 걸음을 옮기며 따라오라는 뜻을 취해보였고 샤는 말없이 그 뒤를 따랐다.
“당신, 이름이 김유현이라고 했죠?”
“···.”
“대답 안 해도 이미 다 알고 있는 부분이에요.
우리 쪽이 당신에 대해서 조사도 하나 안했을까.
다만 이렇게까지 강할 거라고 미처 예상은 하지 못 한 거죠.”
“말을 바로 하지.
강할 걸 예상했지만 인정하기 싫었던 것 아닌가?”
“무슨 말이죠?”
“너희 천족들은 다 그렇더군.
과거의 샤이엘라도, 내 손에 죽은 네 동료도.
결국 똑같이 이 땅에서 살아 숨쉬고, 먹고, 자는 존재인데 무슨 특별한 종족이라도 되는 것마냥 으스대고 있어.”
“그건···.”
“핑계 붙일 생각마라.”
샤가 김유현의 말에 대답을 하고자 했으나, 그는 평소의 자신답지 않게 조금은 흥분하여 샤의 말까지 자르면서 제 말을 이어나갔다.
“난 너희 같은 것들을 많이 봤고, 또한 많이 겪었지.
항상 그렇게들 말하더군.
자신들은 다르다고, 그 어떤 이들보다 우수하다고.
무엇이 되었든 올바르게 행할 수 있다고 말이야.
그래서 이렇게들 착각하더군.
내가 가는 길이 다 옳다, 내가 하는 일이 다 옳다, 오직 나만이 빛이고 정의고 선이다.
그딴 식으로 말이야.”
그리 말하는 김유현의 두 눈동자는 원래처럼 차갑게 굳어있는 것이 아니라 시뻘겋게 타오르는 중이었다.
아마 이 장면을 에오스나 에카테리나, 샤이엘라가 봤다면 왜 그리 흥분했냐면서 김유현을 말리거나 겁을 먹고는 주춤, 하며 물러섰을 것이다.
지금처럼 김유현이 이리도 격한 감정을 드러낸 적이 없으니까, 당장이라도 눈앞의 상대를 찢어죽일 듯 이글거리는 눈동자를 보인 적이 없으니까 말이다.
“···.”
그 두려움을, 최상위 천족인 샤 역시 똑같이 아주 공평하게 느끼는 중이었다.
최고위 마족들을 상대할 때도 이런 무시무시한 기운을 받은 적은 결단코 없었다.
말 그대로 완전히 발가벗겨져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괴물 앞에 내던져진 기분.
도대체 인간이 맞기는 한 것인지, 그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할 때마다 샤는 아직 다 낫지 않은 가슴의 상처에서 다시 한 번 그의 검에 베이는 듯 한 고통을 느껴야만 했다.
“결국 똑같은 주제에, 아니.
오히려 더 추악하고 구역질나는 주제에 자신에 대한 껍데기만을 믿고 우기고만 있는 종자들.
그런 것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자들이 고통 받는지 넌 모르겠지.
아니, 알고 싶지도 않을 테고 알려고 하지도 않겠지.
넌 위에 있으니까.
아래를 볼 필요가 없으니까.
너도 특권 의식에 찌든 존재니까.”
“···아니에요.
그렇지 않아요.”
“그렇지 않다고?
정말 그렇게 자신할 수 있나?
너는, 너희 그 잘난 친구들은.
너희가 말하는 그것들을 지키고 있다고 확언할 수 있냔 말이다.
남을 고통스럽게 하지 않고, 누군가를 해하기 위함이 아니라 누군가를 지키려고 하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인도하는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냐고.”
무림맹의 내로남불식 논리에 얼마나 많은 고통을 당했던 김유현인가.
지금 자신의 눈앞에서 그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을, 더불어서 그들로 인해 에오스를 포함하여 많은 이들이 다치고 죽은 이 상황에서 그는 결코 진정할 수가 없었다.
시온의 제지만 아니었다면 이대로 혼자 날아가서 그 구역질 나는 것들을 싸그리 다 잡아 죽이고 이것들이 그 잘난 자들의 실체라고 세상에 외치고 싶을 정도였다.
“···.”
김유현의 분노, 거기에 자신들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상황들.
샤는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 한 채 그저 발걸음만 옮겨야 했다.
그렇게 한 시간에 가까운 나들이가 끝나고 다시 샤가 있던 막사로 돌아오자 김유현은 작은 한숨을 내뱉고는 평소의 그 높낮이 없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다른 이들에게 잘못 되었다고 하기 전에, 너희 스스로가 잘못 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라.
너희가 외치는 그 잘난 잣대를 들이밀기 전에, 그것으로 너희부터 재보란 말이다.”
“···.”
“다수의 횡포를, 다수의 뜻으로 착각하지 마라.”
그 말을 끝으로 김유현은 더는 볼일이 없다는 듯 막사를 가리켰다.
이제 그만 들어가서 얌전히 있으라는 ‘경고’.
샤는 잠시 동안 김유현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떨구고는 알겠다는 듯 막사 안으로 들어섰다.
“아앙?
뭐야.
일어나보니 없어져서 도망이라도 갔나, 아니면 인간들 손에 목이라도 잘렸나 싶었는데 멀쩡히 돌아왔네?
씨잉.
이러면 이 자리 또 네 거잖아.
아오오!”
막사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그녀를 반겨주는 건 천족의 숙적이라 할 수 있는 마족.
그 중에서도 최고위 마족, 서큐버스 퀸 릴리트였다.
릴리트는 얼른 화 좀 내보라며 열심히 샤를 도발했지만 이번만큼은 샤가 그에 딱히 반응을 보이지 않고 그저 뭔가를 생각하는 듯 입을 다물고 있었다.
‘흐음, 김유현.
그 남자가 생각보다 잘 한 모양이네?
이러면 상대적으로 내가 나설 필요가 없으니 좀 편해지는 거려나!’
그렇게 생각하며 릴리트는 엎드린 채 장난스럽게 발을 흔들거리며 샤를 바라보았다.
다른 일들은 거의 대부분 밑의 중, 하위 천족들.
그리고 요정들이나 빛의 교도들에게 맡기고 자신들은 다만 얼굴 마담을 했던 생활이 길어져서일까?
현실에 대한 감을 잃고서 헤매는 모습이 무척이나 웃겨보였다.
하지만 그런 릴리트의 속마음은 전혀 예상치 못 한 채, 샤는 그저 조금 전 김유현이 말한 것만 천천히 곱씹을 뿐이었다.
‘다수의 횡포를 다수의 뜻으로 착각하지 말라고.’
그가 말하는 다수의 횡포가 무엇인지, 다수의 뜻이 무엇인지.
그리고 착각하고 있는 이가 누구인지 이제 샤도 서서히 알아가는 중이었다.
다만 그걸 받아들이자니 여태 자신과 동족들이 한 짓이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이어서.
거기에서 벗어나고자 자꾸만 합리화를 하려는 마음이 일렁이고 있었다.
‘우리들은 정말 빛의 후예로서 해야 할 일을 다 한 것일까.
아니면 다만 하고 싶었던 일만 한 것일까.’
릴리트의 시선은 전혀 개의치 않은 채, 샤는 다만 그렇게 생각하며 한숨을 쉬고 또 쉴 뿐이었다.
한편, 샤가 막사로 들어가는 모습을 확인한 리시키다는 그곳에서 물러나서는 시온의 막사로 바쁘게 향했다.
병사들과의 만남을 마치고 안으로 들어와서 쉬고 있던 시온은 리시키다가 들어서는 것을 확인하고는 고생했다는 말을 먼저 해준 이후 말을 이었다.
“그래, 샤가 잘 돌아다니디?”
“네.
주인님.
말씀하신 대로 멀찍이서 뒤따랐는데 이쪽을 살피느라 눈치를 채지 못 했어요.”
“반응은.
반응은 어때 보였어?”
“생각이 많아진 얼굴이라고 해야 할까?
점점 수심이 깊어지는 낯빛이 되더라고요.”
그래야지, 당연히 그래야지.
애초 이쪽은 마족과 결탁을 했느니, 빛을 배신한 타락한 자들이 아니니까.
이들은 다만 믿던 놈들에게 발등 찍혀서 거기에 분노하고 실망하여 우리들은 죄인이 아님을.
오히려 우리들을 죄인으로 몰아가는 빛의 후예인지 뭔지 하는 놈들에게서 그 빛을 압수하기 위해 찾아온 성전의 일원이라고 믿는 자들이니까 말이다.
무엇보다 시온 본인이 나서서 샤에게 직접 갈등하는 마음을 불어넣었다.
최상위 천족에 대해서는 시온도 알고 있는 게 거의 없지만 샤이엘라의 증언에 따라 최상위 천족 중 그나마 온건한 이라는 샤라면 이런 자신들의 모습을 보며 고민할 것이라고 시온은 확신하는 중이었다.
‘최상위 천족의 약점은 무력이 아니야.
물론 김유현이 있으니 그것도 이제는 약점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것보다 더 큰 약점이 있지.’
세상과 너무 동떨어진 생활을 참 길게도 이어 온 자들.
칭송 받고, 떠받들어지면 자연스레 현실 감각을 잃어버리기 마련이다.
성소 내부에서 지내며 대외적인 활동을 자제했기에 결과적으로 천족들은 굉장히 신비스러운 이미지, 즉 이야기 속에서나 나올 법한 천사의 이미지를 얻는 데에 성공했다.
그동안 귀찮은 일들은 샤이엘라와 같이 외부에서 활동하는 몇몇 천족들이나 그들을 광적으로 따르는 요정들, 그리고 신성 프러센의 교도들에게 약간의 계시 비슷한 것만 던져주면 알아서 열심히 짖어대며 천족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일을 밀어주었다.
이게 어떤 때에는 어떤 강도의 흔들림에도 굳건하게 세력을 지지해주는 결속력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 반대로 아주 조그마한 흔들림에도 크게 휘청거리다가 쓰러질 수도 있었다.
뭐가 중요하고 뭐가 함정인지 모르는, 그야말로 온실 속의 화초들.
모략을 꾸미고 일을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것에는 확실히 익숙한데, 정작 자신들이 그 모략에 당하고 있을 때에는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가야 할지 모르는 거다.
‘최상위 천족, 비둘기들 중에서도 가장 확고한 의지를 지니고 있던 샤마저 이렇게 거짓과 진실을 섞어서 던져주니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어서 혼란스러워 하고 있잖냐.
그 밑의 비둘기들은 더 하겠지.
일이 그런 방식으로 진행되면 광적으로 집착하는 놈들은 더 지랄 발광을 하면서 혼란을 가지는 천족들까지 날카롭게 대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지지층 일부가 떨어져 나와 그대로 돌아서게 된다.’
빛의 후예니,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종족이니 하지만 결국 이성이 있는 존재들은 집단을 이루고, 그 집단이 있다면 자연스레 ‘정치질’ 이라는 것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지지 세력이 있다면 그 중에서도 극렬한 지지파가 있고, 온건 지지파가 있게 된다.
거기서 일을 망치는 건, 항상은 아니라고 해도 대부분 그 극렬한 지지 세력들이다.
그저 자신들이 옳다고 막 괴성을 지르며 우겨대는 순간 고민하고 있던 자들은 바로 돌아서고, 그들에게 공격당한 자들은 당연히 또한 그들의 적이 될 것이다.
그래서 밀당이 있고, 그래서 당근과 채찍이 있음에도 천족들은 자신들의 우위를 너무 믿고 여기까지 들이대고 말았다.
시온 입장에서 보자면, 어떤 미친놈이 잡아 먹어달라고 제 몸뚱이를 반이나 넘게 악마의 아가리 속으로 쑥!
하고 들이민 것과 다름이 없었다.
“아, 그리고 오는 길에 들은 소식인데.
예비대와 함께 히스파냐에서 수송대가 도착했어요.”
“보급선이 안정적이니 확실히 빠르게 오는구나.”
“거기에 반가운 손님이 계시더라고요.”
“반가운 손님?”
리시키다의 말에 시온은 두 눈을 껌뻑였다.
루시아나 리아, 트리샤는 얼마 전에 출발했다고 서신이 날아왔으니 벌써 국경을 넘어 누디아에 도착했을 리는 없고, 그렇다면 반가운 손님이 또 누가 있을까 하던 그는.
“아.”
한 요정 여인을 잊고 있었다는 듯 가볍게 손뼉을 쳤다.
예비대는 항상 일정한 군수 물자와 함께 오고, 그 물자를 수송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숙련된 이들은 역시나 병사들보다는 상인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헬렌이 왔구나?”
“어, 바로 알아맞히시네요?”
“수송대가 왔다고 하니 당연히 떠오를 이가 그녀 밖에 더 있겠니.”
“아아, 기껏 소식도 안 넣고 몰래 찾아온 건데.
조금은 모른 척 해주실 수도 있잖아요.”
시온의 말에 대한 대답은 리시키다가 아닌, 막사 밖에서 들려왔다.
리시키다가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서서는 시온의 허락을 받고 막사의 입구를 열어젖힌다.
그러자 그 너머에서 환한 미소를 지은 채 무척이나 아름다운 여인 하나가 안으로 들어섰다.
“어서 와, 헬렌.”
“오랜만에 뵙네요, 시온님.
정말, 정말 오랜만에 말이에요.”
글쎄, 그렇게나 오래 되었나?
시온은 그리 말할까 싶다가도 벌써부터 눈가가 촉촉해진 요정 여인을 바라보며 그 말 한 번 꺼냈다가 분명 다른 여인들한테 너무 한 거 아니냐고 시달릴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다만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자 헬렌은 리시키다의 눈치를 보면서도 망설이지 않고 그 손을 맞잡았다.
“막 도착한 이들과 더불어서 재미있는 소식을 하나 가지고 왔는데, 들어보실래요?”
“당연한 소리를.
아, 물론 값은 치를 테니 너무 걱정 말고.”
“제대로 쳐주셔야 한답니다?
그만큼 괜찮은 소식이니까요.”
“들어보고 값을 결정하도록 하지.”
물론 로맨틱보다는 자본주의에 조금 더 많이 기운 남녀였지만 말이다.
―――――――작품 후기―――――――
역시나 거래부터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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