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393)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393화(393/439)
393―――――
이번 기회에
김유현은, 매우 당황스러웠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아주 많이 당황스러웠다.
샤를 안내하는 일을 끝낸 후 잠시 돌아와서 쉬려는데 갑자기 여인 둘이 들이닥쳤다.
그녀들의 정체는 다름 아닌 에카테리나와 샤이엘라.
둘은 들어서기 전부터 아옹다옹하면서도 기어코 김유현에게 뭔가를 내밀었다.
“···이게 뭐냐?”
“펼쳐봐.
아주 중요한 거니까.”
에카테리나는 아주 당당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답했다.
그녀의 행동이나 말투가 무척이나 거슬린 김유현이었지만, 여기서 싫다고 말할 그럴싸한 이유도 없으니 그냥 그걸 받아들이는 수 외에는 별 다른 게 없었다.
도대체 이게 뭐기에 네가 그리도 당당하고, 기분이 좋은지 한 번 보자.
식으로 그걸 받아든 후 펼쳐본 김유현은 거기에 쓰여 있는 누군가의 말을 보고는 눈을 깜빡거렸다.
“···.”
“후후후!
네 표정을 보아하니 시온이라는 그 인간 남자가 정말 약속을 지켰나보네.
확실히 괜찮은 인간이야!”
“···너.”
“자, 거기 적혀있는 대로 빨리 나와 한 판 붙자고.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해보는 거야.
내 목숨 상관하지 말고, 단 한 번만이라도 네 진짜 힘을 보여 달라고!
저번에 그 천족에게 했던 것처럼 말이야!”
당당하게 외치는 에카테리나의 모습에 김유현은 잠시 멍하니 그녀를 쳐다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샤이엘라를 바라보았다.
쟤는 그렇다 치고, 넌 또 뭐냐는 뜻으로.
그에 샤이엘라가 막 입을 열려는 찰나 바로 에카테리나가 그녀의 말을 자르고 들어왔다.
“내가 너랑 진지하게 한 판 붙는다고 하니 아주 싹싹 빌면서 부탁하더라고.
같이 하면 안 되겠냐고, 앞으로 위대하신 용인으로 모실 테니 자신도 어떻게 안 되냐고 말이야.”
“···샤이엘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 날 이후로 유현님께서 저를 심하게 대해주지 않았으니까요!”
“아니, 도대체 이것들이 쌍으로···.”
황당하다는 기색을 감추지 못 하는 김유현이었다.
비록 에카테리나와 샤이엘라와의 만남이 썩 유쾌하지도 않았고, 두 여자 모두가 순수한 목적을 가지고 자신 곁에 있는 건 더더욱 아니지만 그래도 어찌 되었든 나름 자기 할 일은 해주고 있는 이들이라 그냥 함부로 쓱싹, 하고 죽이기는 아쉬운 이들이었다.
굳이 말하자면 가지고 있기는 좀 그렇지만 버리자니 많이 아쉽다고 해야 할까.
“후우.”
한숨을 내뱉은 김유현은 에카테리나가 자신에게 내민 쪽지를 재차 들여다보았다.
그 안에 적인 시온의 말을 다시금 확인한 그는 끄응, 하고 침음을 내뱉고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좋아.
따라와라.
그렇지 않아도 한바탕 난리를 칠 만한 곳을 하나 찾아두었으니.”
원래라면 사방에 인적이 아예 없는 곳으로 가야하겠지만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혹여나 적들의 공격이 다시금 시작될 수도 있음을 생각한 김유현은 비교적 가까운 장소를 선택했다.
더해서 분명 이곳을 주시하고 있을 자들이 있을 터이니 그들에게 경고도 할 생각으로 어느 정도 보이는 곳에서 무력 시위를 한 번 해줄 생각이었다.
“오오, 진짜지?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해주는 거다?”
“후회하지나 마라.
미친 여자.”
“이미 미쳤는데 무슨 소리려나.
그렇지, 샤이엘라?”
“전 아주 멀쩡합니다만.
그냥 유현님의 힘을 더 알아보고 싶을 뿐이에요.”
“그렇게 말하는데 정작 얼굴은 붉게 물들어서는 흥분해서 어쩔 줄 모르고 있네?”
“시끄러워요, 에카테리나.”
목소리는 애써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진정시키는 샤이엘라.
하지만 표정까지는 어떻게 하지 못 하고 있었고 덕분에 얼굴 가득 기대되고 흥분되어서 미치겠다는 감정을 고스란히 내비치는 중이었다.
“···.”
내가 어쩌다가 이런 짐승들을 거두게 되었을까.
속으로 후우우, 하고 깊은 한숨을 내뱉은 김유현은 평소의 자신처럼 별 다른 무장 없이 오직 검 하나만 쥔 채 막사 바깥으로 나섰다.
그 직후 에카테리나와 샤이엘라가 잘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몸을 날렸다.
‘이것조차 따라오지 못 할 자들은 아니니까.’
자신보다 빠를 수는 없어도, 자신만큼 빠를 수는 없어도 최소한 뒤를 따라올 정도는 되어야 자신의 일격을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김유현이었다.
아무리 시온의 말이 있었다지만 지극히 위험한 일, 그리고 그 목적이 조금 이상하다긴 하지만 어찌 되었든 나름 열심히 일한 여인들이니 개죽음 당하는 건 이쪽이 사절이었다.
타탓―.
딱 적당한 거리를 둔 벌판 위에 김유현이 가장 먼저 당도했다.
그 후에 언제쯤 도착하나 하고 시간을 재보려던 그는 바로 뒤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저도 모르게 오호, 하고 감탄사를 내뱉고 말았다.
자신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싸우자고, 싸우자고 들덤비던 여인.
에카테리나.
그러는 사이에 그녀도 자각하지 못 한 사이 김유현을 따라잡는 데에 실력이 늘은 모양이었다.
원래라면 이보다 2배, 혹은 3배가 더 걸렸을 텐데 이제는 그리 어렵지 않게 자신의 뒤를 따르고 있었던 것이다.
“후욱, 후욱!
젠장!
진짜 더럽게 빠르네!”
물론 김유현처럼 여유를 부린 게 아니라 정말 미친 듯이 내달린 것인지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거친 숨을 내뱉는 에카테리나였지만 말이다.
그녀보다는 조금 더 뒤에 나타난 샤이엘라 역시 뭐 이런 남자가 다 있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최상위 천족조차 표정 변화 하나 없이 꺾는 이가 빠르기도 너무나 빠르다.
이건 반칙 아니냐, 라는 말이 절로 떠오를 정도였으니 말 다한 셈이라고 해야 할까.
“바로 시작한다.
숨 고를 시간 없어, 에카테리나.
힘들면 빠져라.”
“젠장!
조금만 기다려!
후우, 후우!
···진짜, 괴물 같은 놈.”
괴물, 괴물이라.
그래.
이제는 확실히 그렇게 느끼는 중이지.
김유현은 최상위 천족을 별 무리 없이 베어내던 바로 그 순간 스스로도 그걸 인정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존재, 최고위 마족과 최상위 천족.
김유현 자신은 그 둘을 상대로 절대적인 우위를, 아니 완벽한 승리를 취했다.
이 정도면 정말 그들 입에서 괴물이라는 단어가 나와도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을 수준이었다.
“한 가지 경고하겠다, 에카테리나.
샤이엘라.”
천천히 검 손잡이에 손을 올리며, 김유현이 입을 열었다.
평소에도 딱히 높낮이가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라 조금 으스스하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눈동자에서까지 빛이 확 사라지고, 그 어떤 감정도 보이지 않자 가장 먼저 샤이엘라가 ‘흡!’ 하고 화들짝 놀란다.
뒤를 이어 에카테리나 역시 저도 모르게 꿀꺽!
하고 마른 침을 삼켰고 말이다.
“죽을 수도 있으니, 각오 단단히 해라.”
“···각오는 무슨.
안 죽어.
너 하는 짓 내가 몰라?
해봤자 딱 한 번의 공격.
거기에만 진심을 싣는 거잖아?
한 번 정도는 충분히 버텨낸다, 이 소리야.”
“죽을 만큼 고통스러운 것도 괜찮지만··· 그래도 그보다 더 한 고통도 알고 싶으니 딱히 여기서 죽고 싶지는 않네요.”
정말 하나 같이 이상한 소리만 지껄이는 여인들이다.
얼른 이것들 좀 치우고 에오스랑 둘이서 오붓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자신이 없는 그 짧은 사이에 어떻게 친해진 건지 에오스와 에카테리나는 꽤나 친근한 사이가 되어 있었다.
에오스에게 이유를 물으니 그냥 같은 ‘에’ 로 시작해서 친해졌다고?
당연히 거짓말이다.
김유현이 눈치가 좀 없다고는 해도 그 정도까지 아하,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넘어갈 정도로 미련하지는 않다.
‘좀 심하게 굴려주면 에카테리나는 감추고 있던 말들을 술술 내뱉는 경향이 있으니, 여기서 어떻게 에오스에게 접근하여 친해진 건지 물어보면 되겠군.
샤이엘라는···.’
맨날 싸우자고 들덤비는 에카테리나와 비교하자면, 굳이 말하자면 온건한 쪽에 속한다.
최소한 틈만 나면 들이대지는 않으니까, 에카테라나와는 달리 김유현의 상황을 존중해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샤이엘라가 더 정상이냐 한다면 그건 또 절대 아니었다.
에카테리나는 싸우고 싶어서 라는 이해할 수 있는 이유라도 있지, 샤이엘라는 그냥 김유현의 손발에 맞고, 검에 베여서 고통을 받는 걸 즐기는 여인이었다.
그러면 저항은 안 하느냐?
그건 또 아니다.
저항은 저항대로 열심히 하지만 그것조차 뛰어넘는 강자에게 어찌 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지고 괴롭힘 당하는 바로 그 감각, 그리고 분위기.
샤이엘라는 바로 그것을 간절히 원하고 또 원할 뿐이었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정말 더더욱 답이 안 서는군.’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는 여인이라면 차라리 전에 만났던 요정의 시리엔이 백 배, 천 배는 낫겠다고 중얼거릴 정도의 김유현이었다.
어떻게 된 것이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취향을 가진 여인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는지 모르겠다.
“뭐하냐?
자냐!
자냐고!
빨리 안 싸울 거야?
나부터 들어간다?”
“유현님!
얼른 공격해주세요!”
“···좀 닥치고 기다려라.
둘 다.”
아무튼 상당히 성가신 여인들, 그러나 참살하시는 또 그런 이들.
자신도 아쉽고 시온도 아쉽고 천족들과 싸우고 있는 모두에게 아쉬운 존재들이다.
너 좋다고 여기까지 따라붙어서 하라는 대로 열심히 하겠다는데 이걸 또 미련하게 밀어내면 나중에는 가장 성가신 적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는 시온의 경고까지 떠오르니 이제는 버리고 싶어도 버릴 수가 없는 여인들이 되어버렸다.
‘8초식은 너무 위험해.
에카테리나도 위험하겠지만, 일단 샤이엘라는 반드시 죽는다.’
최상위 천족의 완벽한 방어조차 일격에 베어버린 초식이다.
당장 김유현도 어지간해서는 8초식을 내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 일격 한 번이 모든 것의 끝을 맺는 위력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5초식으로 상대했다가는 저번처럼 어중간한 피해만 주겠지.
에카테리나의 성격 상 그렇게 했다가는 오히려 더 흥분해서 달려들 테고, 무엇보다 그리 하면 시온 공자님의 명령을 불이행하는 꼴이 되니 그건 안 돼.’
7초식은 공격보다는 다른 부분에 더 중점을 둔 초식.
그렇다면 남은 건 결국 6초식 하나 뿐이었다.
‘마침 내가 공격을 해주는 때이니 상황에도 맞는군.’
참고로 에카테리나에게도 5초식 이상을 쓴 적은 없었다.
굳이 거기까지 가지 않아도 그냥 기본적인 검술이나 하다못해 체술만으로도 그녀를 두들기다보면 결국 알아서 쓰러졌으니까 말이다.
“긴장해라.
이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경고다.”
김유현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왔다면 정말 긴장을 해야 한다는 소리.
그걸 에카테리나도, 그리고 샤이엘라도 아주 잘 알고 있었기에 투덜거리던 입을 바로 다물고는 저마다 방어 준비를 하며 언제 어느 곳에서 날아드는 공격이던 간에 피해를 최소화할 준비를 마쳤다.
탁, 탁, 탁.
그 사이에 김유현이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처음에는 그저 산책을 하듯, 아주 느릿하게 움직이는 듯 했지만 곧 그의 신형이 흐릿해지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거리를 좁혀 두 여인에게도 달려들었다.
“···?”
너무 빨라!
저게 무슨!
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광경.
샤이엘라에 비해 그래도 김유현과 엄청난 횟수의 전투를 치른 에카테리나는 이를 악물며 어떻게든 그의 모습을 찾으려고 했지만 그보다 그의 검이 훨씬 더 빨랐다.
‘6초식.’
검집에서 뽑혀져 나온 김유현의 검에서 햇빛이 부서져 내린다.
동시에 한 곳으로만 쏟아지던 그 빛들이 갑자기 사방으로 쏟아지고 부서지고 날아다니며 미친 듯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난.”
투웅!
투웅!
투웅!―
마치 김유현이 휘두르는 검으로 셀 수도 없는 많은 수의 화살이 쏟아지고, 그게 전부 검신에 부딪쳐 튕겨지는 듯 한 소리가 퍼졌다.
그리고 화살 대신 튕겨져 나온 온갖 빛무리들이 그대로 에카테리나와 샤이엘라를 향해서 똑바로 날아들었다.
“우악?”
“으아아아?”
한 번도 느껴보지 못 한 어마어마한 마력의 들끓음.
마치 빛을 튕겨내는 듯한 섬광들의 춤사위 속에서 두 여인은 다만 비명만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시온 공자님, 명령은 확실히 이행했습니다.’
참고로, 에카테리나가 오직 김유현만 보면 된다고 좋다고 내민 쪽지 안에는.
―죽기 직전까지 죽여 놔.
―
김유현의 스트레스도 좀 풀어줄 겸, 그리고 함부로 그에게 까불어서는 안 된다는 좋은 교훈도 알려줄 겸 시온의 으스스한 문구가 들어가 있었다.
―
“백작님.
라이온 기사단장입니다.”
“···들어오게.”
리히텐 변경백의 허락에 라이온은 조심스레 방문을 열고 들어섰다.
평소에도 자신의 영원한 주인인 리히텐 변경백에게 예를 다하는 그였지만 지금은 평소보다도 훨씬 더 조심해서 말하고 행동하는 중이었다.
“···아직도 그러고 계셨습니까.”
라이온 기사단장이 그렇게 말한 이유.
며칠 전 한 통의 서신이 전해진 이후 말이 없어진 그가 한 자루의 검을 꺼내놓고는 그걸 뚫어져라 쳐다보고만 있었다.
사정을 모르는 이들이 그걸 본다면 영문을 모르겠다는 반응이겠지만 클라우젠 변경백령에서 오랫동안 지냈던 라이온 기사단장은 그게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오래 전 볼코 레데넨 후작님이 백작님의 승리를 축하하며 보내신 검.’
겉보기에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검이지만 사실 그 검은 볼코 레데넨 후작이 과거 전쟁에 나섰을 당시 상대편의 지휘관과 결투를 벌여 빼앗았는데 볼코 후작은 자신의 전리품이자 제 승리를 기념하는 물건을 리히텐 변경백에게 선물했던 것이었다.
둘이 마주하면 은근히 대립하는 구도가 보여서 불편한 사이인 것으로 다른 이들의 눈에 비쳐져도 나름 서로를 인정하며 믿을 수 있는 우군이자 든든한 벗인 사이였다.
‘그런 분이 전사하셨다는 소식에 백작님께서 상당히 충격을 받으신 건 당연한 일.’
선두에 서는 기사도 아니고, 후방에서 지휘를 맡아야 하는 총사령관이 전사했단다.
시온 클라우젠은 선발대를 보낸 후 바로 출발하여 안전하게 뒤로 물러났다고 했지만 나중에 히스파냐의 나머지 병력들과 출발하기로 했었던 볼코 후작이 화를 당한 것이었다.
“미련한 사람.
아직도 자기 자신이 서른 살의 팔팔한 남자인 줄 알았더냐.
위험하다 생각되면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하는데.”
리히텐 변경백의 중얼거림에 라이온 기사단장은 씁쓸한 미소를 내짓고 말았다.
그렇게 말하는 리히텐 변경백 본인도 적 앞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는 사람이지 않은가.
그런 이가 왜 물러서서 살아남을 생각을 하지 않았냐고 말할 정도라면 그만큼이나 볼코 후작의 전사 소식에 무척이나 안타까운 마음을 지니고 있다는 소리였다.
“그래도 볼코 레데넨 후작님이 아니었다면 당장 2차 방어선으로 가야 했던 병사들 전부가 추격을 당해 전멸했을 것이고 시온 공자님이 버틸 시간도 마련할 수 없었을 겁니다.”
“···후작도 그걸 알았기에 그렇게 죽도록 버텼을 테지.
휘하 기사들과 병사들도 그런 지휘관의 뜻을 이해했기에 죽을 때까지 싸웠을 테고.”
한숨을 내뱉은 리히텐 변경백은 두 눈을 감고 잠시 의자 깊숙이 몸을 기대었다.
그렇지 않아도 피난민들 문제로 이미 충분히 힘든 상황에서 벗의 전사 소식까지 전해지니 피로감이 확 몰려드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한동안 몸을 축 늘어뜨리고 있던 리히텐 변경백은 마음을 다잡으려는 듯 숨을 내뱉고는 천천히 눈을 떴다.
“또 다른 소식이 있으니 그대가 날 찾아온 거겠지.
말해보게, 기사단장.”
리히텐 변경백의 말에 라이온 기사단장은 손에 들고 있던 서신을 그에게 건넸다.
그걸 받아든 변경백은 잠시 후, 뭔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건···.”
평소 리히텐 변경백에게 전달되던 서신들은 대부분 히스파냐에서 오던 것, 그게 아니라면 누디아 전선에서 싸우고 있을 시온이 보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받아든 서신은 겉부터가 완전히 달랐는데, 다름 아닌 누디아 왕실에서 온 서신이었던 것이다.
“누디아, 그것도 왕실의 인장이 찍혀있는 것 같은데.”
“맞습니다.
바수라 백작령에 있는 누디아 국왕이 백작님께 보낸 것이라 합니다.”
“···내게?
누디아의 국왕이?”
이런 일은 처음 있는 일, 원래는 일어나서는 안 될 것.
하지만 채 하루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국왕이 자리하고 있으니 이제는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리히텐 변경백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누디아 국왕이 보낸 서신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잠시 후, 그는 여태까지의 침울한 기색은 전부 잊어버렸다는 듯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최악의 전쟁이라는 곳에 나아가서 한참 고생하는 줄 알았던 아들 녀석이 그 와중에도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최선으로 여겨야 하는지 잊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역시, 네 녀석은 하루 빨리 이 영지를 받아야겠다, 시온.’
―――――――작품 후기―――――――썩둑―
쿠폰, 노티 감사드립니다!
추천,선작, 코멘 감사합니다!
계속 열심히 달려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