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397)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397화(397/439)
397―――――
이번 기회에
히스파냐나 누디아의 사람들이 잘 모르는 점 중 하나를 꼽자면, 국경 지대가 다른 곳에 비해서도 전혀 꿀리지 않을 정도로 꽤나 비옥하다는 것이었다.
당장 국경 인근에 위치한 클라우젠 변경백령과 바수라 백작령은 무역이 아닌 농지를 개간하는 것으로서 영지를 관리하던 쪽이었으니 당연한 일.
다만 일대에는 사람이 살지 않기에 땅이 비옥하다는 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을 뿐이었다.
“아니, 도대체 왜 그러는 거랍니까?
적들이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는데 갑자기 국경에서 거취를 정하라니요!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있습니까?”
더는 히스파냐로 들어가지 말고 국경에서 지내라는 누디아 측 명령이 전해지자 피난민들은 당연히 반발하고 나섰다.
당장 전쟁을 피해서 여기까지 도망친 이들인데 적과 얼마 떨어지지도 않은 곳에서 지내라고 한다면 그건 그냥 죽으라는 소리와 다름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 직후 전해진 소식은 피난민들에게 있어 무척이나 놀라운 사실이었다.
“걱정들 마시오.
우리 누디아 서쪽으로 몰려오던 적들을 이번에 엄청난 피해를 가하며 패퇴시켰다고 합니다.
어찌나 피해가 컸는지 적들은 왕성 근처까지 물러나서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랍니다.”
“듣자하니 예전에 우리 누디아 군을 상대로 혼자 싸우던 엄청난 기사가 또 적들을 혼자서 물리쳤다고 하던데.”
“그게 가능한가요?
천족들을 상대로 혼자서 싸움을?”
처음에는 다들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방어선에서 비교적 후방까지 빠진 부상병들이 소식을 전하면서 피난민들도 비로소 그 일들이 사실임을 알게 되었다.
당장이라도 누디아 전역을 집어삼킬 것 같았던 적들의 진격이 큰 타격을 받았고, 일주일이 다 되어 가도록 꼼짝도 않고 제 자리만 지키고 있다는 것도 말이다.
“저들은 이제 더 몰려들지 못 할 겁니다.
하여 왕국민들도 더는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누디아의 땅에서 자리를 잡아서 적들을 몰아내는 데에 힘을 보태기를 국왕 전하께서 원하고 계십니다.”
비록 전투에서는 승리했으나 이 전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
당장 누디아 왕실은 최전선에서 적들과 맞서 싸우고 있는 병사들을 1순위로 생각할 수밖에 없으니 식량과 같은 가장 중요한 것을 그들에게 먼저 내줄 수밖에 없었다.
상대적으로 순위가 밀리는 피난민들은 다만 그들 스스로 자급자족하는 상황을 바라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이 빨리 자리를 잡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아니, 너무 말이 안 되는 거 아니요?
집을 짓는 거나, 농지 개간이 무슨 하루 이틀 걸리는 애들 장난도 아니고, 짧게 잡아도 몇 달은 걸리는 것들이오.
그러는 사이에 히스파냐와의 관계가 틀어지면 그냥 헛수고 하는 게 아닌가?”
“이번 전쟁에서 같이 피를 흘린 히스파냐입니다.
이 전쟁이 끝나고 나서도 우리 누디아와의 관계를 좋은 쪽으로 지속하겠다는 약속까지 했으니 그에 대한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당장 우리들한테 식량도 무상으로 지원해준 히스파냐잖아요.
같이 싸우고 있는데 그런 의심 하다가 사이 틀어지면 우리만 손해에요, 손해.”
“···그것도 그러네.”
더는 도망갈 필요가 없다는 것, 그게 아마 피난민들이 마음을 가라앉히는 가장 큰 이유가 되었을 거다.
자신들도 솔직히 다른 나라로 넘어가서 눈치를 보며 살 바에 일단 낯선 곳이기는 해도 자국에서 지내는 편이 훨씬 더 나을 테니까.
무엇보다 당장 고향 땅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돌아가서 바로 농지를 경작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차라리 여기서 잠시 생활하거나 아예 정착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크게 늘어났다.
‘누디아와 히스파냐의 사이가 좋아지면 오히려 위험하다는 국경 인근이 기회의 땅이 될 수도 있어!’
머리가 조금이라도 돌아가는 이들이라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둘이 사이가 더 좋아진다면 당연히 그 다음은 무역이고, 무역길을 더 크게 열게 된다면 자연스레 국경에서 상인들을 상대로 하는 숙박업이 성행하게 된다.
숙박업이 건물 하나 짓고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그 주변에 마을이나 도시 같이 안전한 곳을 중심으로 하게 될 터이니 결국 사람이 모여 마을을 이루는 건 필수 사항이었다.
“다만 히스파냐 국경에 너무 가깝게 하지는 마세요.
국경이 사라진 건 절대 아닙니다.”
“그거야 당연한 건데, 사람들이 사방으로 퍼지면 당연히 이상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들로 인해 위험할 수도 있는데요.
병사들이 필요할 겁니다.”
모든 피난민들이 한 곳에 모여 새로운 마을을, 하다못해 임시로 지낼 생활공간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수많은 그룹들로 쪼개져서 이곳저곳에 분산될 것이 눈앞에 훤한 상황.
부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같은 누디아 사람끼리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사람이란 원래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폭력도 불사하는 자들이다.
당장 여기까지 오는 동안에도 피난민들끼리 싸우는 경우야 허다했고 그들 중 일부는 다른 피난민들의 짐을 훔치거나 빼앗는 도적들로 돌변하고는 했다.
나중에 병사들이 투입되고 나서야 혼란이 좀 줄어들었지만 피난민들이 지금과 같이 사방으로 퍼진다면 적어도 너무 적은 병사들로 그걸 보호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우리 누디아의 병사들과 더불어서 히스파냐의 국경 수비대가 여러분들을 지켜줄 겁니다.
혹 히스파냐 군이 나타나도 놀랄 필요는 없을 겁니다.”
히스파냐 군이 계속해서 누디아 땅으로 들어가는 장면, 그리고 그들이 누디아 병사들과 힙을 합쳐 싸우는 장면도 본 피난민들이 꽤나 많다.
의심을 가질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그냥 ‘아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훨씬 더 많은 상황이니 괜한 걱정을 품는 이는 이제 없어보였다.
그렇게 비교적 넓은 지역인 국경 인근으로 피난민들이 조금씩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누디아 쪽에서 시작되어 클라우젠 변경백령으로 향하는 수원이 근처에 있었기에 물 걱정도 할 일이 없고, 사람들이 땅을 건드리지 않아 농작물을 기르는 데에 필요한 지력(地力)은 차고도 넘쳤다.
대부분이 고향에서 농지를 개간하며 살던 이들, 원래는 귀족 영지에서 지내던 이들이나 그 귀족들이 적들에게 회유 당하거나, 살해당하거나, 자신들을 버리고 도망쳤기에 이들도 이제는 그 귀족들에게 얽매일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여기서 더 많은 이득을 보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헌데 그들이 그렇게 사방으로 퍼지고 며칠 후, 이상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누디아의 바수라 백작령에서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는 것보다 히스파냐 변경백령 근처에 자리를 잡는 게 더 좋다는 그런 내용으로 말이다.
만약 이 소식을 듣는다면 누디아 측에서는 질겁하며 그러지 말라고 하고 싶겠지만, 이게 어쩔 수 없는 이유가 하도 많았다.
일단 히스파냐에서 온 이들이 피난민들에게 내어주는 정보들.
아무데나 막 자리를 잡는 건 아니고, 지리적 여건을 고려하여 정착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피난민들의 안전을 책임져줄 히스파냐의 국경 수비대는 그들에게 어느 지역이 괜찮고 또 어느 땅이 더 개간하기 쉬운지 그들에게 알려준 것이다.
‘도대체 공자님은 이걸 또 언제 준비하신 거야.’
히스파냐의 국경 수비대는 대부분 클라우젠 변경백령이 맡고 있다.
자연스레 시온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들은 일전에 시온이 서신으로 보낸 내용들을 기억하고 있다가 지금 순간에 써먹고 있는 중이었다.
―국경 일대 토지에 대한 조사―
리히텐 변경백도 처음에는 그 서신을 받아들고 이게 뭔가 싶었단다.
하루 빨리 누디아 땅으로 가서 싸워야 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는 제 아들이, 갑자기 서신을 보내고 그 내용은 뜬금없이 국경 일대의 땅들을 살피고 조사한 것이었으니까.
다만 리히텐 변경백은 다른 이도 아니고 시온이 그런 조사를 하여 서신을 보냈다는 것에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국경 수비대 측에 이 조사에 대한 것들을 알려주었다.
시온이 돌아와서 무슨 일을 할 것 같으니 국경 지리에 빠삭한 너희들이 이걸 알고 있어야 할 것 같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덕분에 뜻하지 않게 누디아의 사람들에게 지리 정보를 제공하게 되었어.’
정신없이 헤맬 필요 없이 적당히 마을을 세우고 농지를 개간하기 좋은 곳을 알 수 있게 되자 자연스레 누디아의 사람들은 히스파냐 국경 수비대와 접촉하기를 원했다.
그리고 그들과 접촉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누디아에 가까운 곳보다는 히스파냐에 가까운 곳이 유리하니 점점 히스파냐 쪽으로 몰려들었고 말이다.
“워워워!”
“마차다!”
“진정들 하시고 천천히 오세요.
많습니다, 많아요.”
단순히 정보만 제공했느냐?
설마 그럴 리가.
시온이 고작 그 정도로 국경 일대를 꿀꺽할 생각을 하고 있었을 리가 있겠는가.
피난민들이 본격적으로 정착 준비를 하자 클라우젠 변경백령에서는 마치 그럴 줄 알고 있었다는 듯 수십 대의 짐마차들이 그곳으로 향했다.
현재 그들에게 가장 절실할 먹을 것부터 시작하여 의류, 임시로 지낼 천막, 그리고 본격적으로 집을 짓거나 농지를 개간하는데 쓰일 각종 도구들까지 전부 싣고서 말이다.
한 대, 한 대가 싣고 있는 양이 엄청났음에도 그것들은 금방 동이 났는데, 그 이유는 물품들을 그들에게 팔아서가 아니라 아무 조건 없이 내어주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여기서도 시온의 의도적인 행동이 드러났는데, 히스파냐 국경과 너무 멀리 떨어진 곳에는 마차들이 들어가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두었다.
즉, 클라우젠 변경백령과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이득을 더 취하기 좋게 만든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 마차들을 끌고 온 건 클라우젠 변경백령에서 상주하던 하이네스 상단의 일원들.
그들은 몇 달 전부터 시온이 계속 엄청난 대금을 지불하고 식량이나 각종 도구들을 계속 사들일 때 도대체 왜 그러는가 싶었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마치 이런 상황을 예견이라도 했다는 듯, 누디아의 사람들을 히스파냐 근처에 꽉 붙들어 놓을 수 있는 모든 준비를 다 갖추고 있던 것이었다.
―시온 클라우젠 공자님께서 뭔가를 원하신다면 일단 행동하세요.
의문은 나중에 갖고요.
―
상단주인 헬렌 하이네스의 엄한 명령에 고개를 갸웃거렸던 적이 있다.
상대가 귀족이라도 해도 흔들리거나 굽힘이 없는 그 거대한 상단의 주인이 유독 시온 클라우젠에게는 부드럽고 나긋한 모습을 보였으니까.
그래서 혹 남녀 간의 그렇고 그런 일이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왕국의 전쟁 영웅을 뛰어넘어 앞으로 닥칠 미래까지 예견하고 그 준비를 할 남자라면 당연히 자신들의 고용주가 따를 만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뿐이야?
여태껏 정말 엄청난 대금을 치르면서까지 구입한 물건들을 히스파냐의 사람들도 아니고 누디아의 피난민들에게 그냥 공짜로 뿌리시다니.
어지간한 귀족들도 못 할 일을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하시는 분이다.’
자국의 사람들도 아니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과 싸우던 나라의 피난민들이다.
대충 적당히 돌봐주어도 감지덕지인 상황에서 말 그대로 엄청난 거금을 들여 그들을 돕고 있는 상황이었으니 상단 인원들이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일이 시작되자마자 바로 히스파냐의 지원이 쏟아지니 당연히 피난민들로서는 히스파냐와 너무 가까운 곳으로 향하지 말라는 말조차 잊고 그곳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터놓고 말해서 누디아가 자신들에게 해준 것이라곤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다.
동부, 남부를 연속해서 잃고 서쪽 끄트머리까지 밀려났으며 히스파냐의 원군이 없었다면 그마저도 전부 내어주었을 것이 확실했다.
말도 안 되는 전쟁을 벌여 히스파냐와의 싸움에서 괜한 전력을 소모했고 정작 누디아에 쳐들어온 이들은 막지도 못 했으며 전대 왕은 쫓겨났고 지금의 왕은 서부까지 도망쳐 왔다.
그런 상황에서 정작 누디아와 전쟁까지 치렀던 히스파냐는 군을 보냈고 클라우젠 변경백령은 사람은 물론이고 식량에 각종 물자까지 공급해주며 자신들을 챙겨주고 있다.
물론 누디아라고 해서 제 나라 사람들을 챙기고 싶지 않은 건 아닐 테지만 그럴 만한 여력이 전혀 되지 않는 상황이니 어찌 할 수 없는 일.
당장 지치고 고된 자신들에게 달콤한 꿀을 먹여주는 건 히스파냐이니 자연스레 마음이 향하는 건 당연한 부분이었다.
심지어 클라우젠 변경백령은 누디아에 가지고 있던 적대적인 분위기는 어디로 내다 버렸는지, 또 귀신같이 집을 짓는데 필요한 자재들까지 마련해서 피난민들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과한 호의를 수상하게 여길 수도 있겠지만 피난민들의 무분별한 유입이 줄어들면 히스파냐로서도 이득, 클라우젠으로서도 좋은 일이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일.
“오늘은 좀 어떠십니까?”
“덕분에 고생 좀 덜었습니다.
있는 건 몸뚱이 하나고 해야 할 일은 산더미인데 클라우젠 변경백령에서 이리 지원을 해주실 줄은 미처 몰랐네요.”
“불편한 관계야 예전입니다.
이제는 서로가 서로를 도와야 하는 동맹 관계 아니겠습니까.”
서로 돕고 돕는다지만 정작 돕고 있는 건 오직 히스파냐 뿐.
누디아는 계속해서 도움을 받는 입장임을 이제는 누디아의 사람들도 아주 정확히 알고 있다.
자신들의 사정이 좋지 않음은 분명 인정하지만 계속해서 숙이고 들어가야 하는 쪽에 있는 건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전쟁으로 인해 고향이고 집이고 전부 버리고 온 이들에게 있어서 땅에 떨어진 자존심과 누디아에 대한 애정은 다시 올라가기 무척 힘든 상황.
아마 이 자리에 시온이 있었다면 ‘이 때를 노렸어!’ 라고 낄낄거렸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거기에 아예 쐐기를 박을 생각이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시온이 준비한 또 다른 얼굴들이 국경 인근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뭐야, 이건?”
“국경 인근에 갑자기 이게 뭐람?”
“인간들이 엄청 많군요.”
선발대로서 본대보다 먼저 국경에 다다른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수인들과 요정들.
히스파냐의 사람들도 누디아의 사람들도 무척이나 신기하게 여기는 이들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나타난 것이었다.
원래라면 인간들의 눈길을 피해서 움직이는 것이 그들로서는 당연한 일.
하지만 히스파냐와 본격적으로 관계 개선을 해나가면서 자신들을 꼭꼭 숨기는 것만이 만사가 아님을 깨달은 그들이었고 노선을 변경한 것이었다.
―인간들과 친하게 지낼 것!
괜히 숨지 말고!
―
특히나 시온의 말에 따라 리아가 제 동족들에게 전달한 부분이 있었기에 선발대로서 국경에 다다른 묘은족들은 누디아의 사람들이 낑낑거리며 뭔가를 하는 모습에 ‘역시 인간들은 약하다 냐앙!’ 하고 잔소리를 하며 그들을 조금씩 도와주었다.
그 모습에 묘하게 경쟁심을 느낀 요정들은 그들과 비슷하게 혀를 차면서 그리 하면 안 된다고 말하며 역시나 피난민들을 돕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인간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낫다는 선민의식에 더해서 히스파냐와의 관계를 닦을 때 지금과 같이 인간들에게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는 편이 훨씬 유익하다고 나온 판단에서 나온 행동이었던 것.
하지만 그들의 속마음을 알 수가 없는 누디아의 사람들에게는 마냥 신기한 일이었다.
갑자기 처음 보는 이종족들이 나타난 것도 신기한 마당에 그들이 갑자기 자신들을 돕는다?
그러면서 히스파냐의 이들과는 꽤나 친근한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가 생각하던 것과 달리 히스파냐라는 나라가 그렇게나 대단한 것인가?
그 잘난 이종족들이랑 별 스스럼없이 대할 정도로 엄청난 곳이 된 건가?
다른 이들은 그 멋진 나라로 들어가서 잘 살고 있는데 자신들만 여기서 고생하는 건 아닐까?
온갖 생각이 다 드는 누디아의 사람들.
별 다른 방책이 없어 국경에서 지내라 하는 누디아와, 전혀 다른 나라의 사람들을 지원해주고 위해주는 히스파냐에서 한 곳을 지금 선택하라고 한다면.
전부는 아니더라도 아마 반절 이상은 이렇게 대답할 지도 모르겠다.
누디아보다는 차라리 히스파냐가, 클라우젠 변경백령에서 지내는 게 낫겠다고.
―사람을 돈으로 사는 것보다 미련한 짓은 없다.
하지만 이왕 사람을 돈으로 살 거라면 왕창 퍼주어라.
다른 생각 절대 못 하게 아주 왕창.
―
시온의 철칙에 따라 차근차근 진행되어가고 있는 클라우젠 확장 공사였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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