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400)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400화(400/439)
400―――――
이번 기회에
뚜벅뚜벅―.
“···.”
“···.”
조금 전 막사에서 샤를 데리고 나온 김유현은, 아무런 말없이 그저 어딘가로 샤를 데리고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상대가 어지간한 남자였다면 샤가 먼저 나서서 무슨 일이냐고 질문이라도 한 번 해봤을 텐데, 하필이면 그 상대가 김유현이라는 무시무시한 남자인지라 최상위 천족인 샤조차도 함부로 입을 열지 못 하고 있었다.
결국 막사에서 끌려나와 10분이 넘도록 대화 한 마디조차 없이 걷기만 하던 김유현과 샤.
그러다가 숙영지 외곽의 막사 앞에 다다른 김유현이 멈춰 서고는 그녀를 바라본다.
“어찌 되었든 빛의 종족이라고 하니 부탁 좀 하지.”
“네?”
“안에 들어가면 좀 다친 녀석들이 있는데, 치료 마법 좀 부탁한다.”
그걸 왜 나한테?
라는 말이 목구멍 바로 아래까지 치솟은 샤였다.
하지만 그냥 손님도 아니고 포로의 입장에서 왈가왈부할 수는 없는 노릇.
무엇보다 이쪽이 자신의 편의를 봐주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결코 상전이 아니니 뭔가를 거부할 수 있는 때가 결코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차마 말하기도 힘든 끔찍한 상황만이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마족을 추종하는 자들이니 분명 추악하고 끔찍한 자들일 것이고, 그런 그들이 최상위 천족을 붙잡았으니 결코 순순히 죽여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날개는 다 잘리고, 몸은 이리저리 범해지고, 마지막 남은 마음조차 굴복시키기 위해 온갖 끔찍한 고문과 치욕스러운 짓들로 도배될 것이라고.
그렇게 하여 몸도 마음도 더럽혀져 저들의 눈요깃거리가 된 후에 쓰레기처럼 내던져 버려진 후 벌판 위에서 차갑게 식어가다가 빛으로 화하는 그런 최후를 맞이할 것이라고 여겼었다.
‘정작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들의 지휘관으로 보이는 시온 클라우젠은 자신을 적이나 포로로 대하는 게 아니라 최상위 천족 그 자체로서 대해주었고 포로라고는 볼 수 없는 융숭한 대접까지 받았다.
신성 프러센의 이들이 하는 것만큼은 아니라고 하지만 솔직히 샤의 입장에서 봤을 때 그들이 보이는 보습은 너무 과하다 못 해 광적인 느낌이 들 정도였다.
오히려 죄인들, 타락한 자들, 마족 추종자들이라는 이들이 더 올바른 빛의 교도로 느껴질 정도였다고 할까.
“샤, 샤이엘라?”
막사 안으로 들어선 그녀는 순간 코로 쏟아지는 피비린내에 식겁을 하고 말았다.
자신과 같은 천족, 샤이엘라와 용인족이라는 에카테리나.
그 둘이 나란히 누워있었는데 그 상태가 말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엉망이었다.
말 그대로 걸레짝, 상대를 비하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정말 말 그대로 너덜너덜한 걸레를 보는 듯 여기저기 패이고 베여 쩍쩍 벌어진 상태였던 것이다.
“이, 이게 도대체 무슨 일···.”
샤는 그렇게 중얼거리다 말고 문득 생각이 들어 뒤에 서있던 김유현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곳에서 이 두 여인을 이렇게 처참한 꼴로 만들 수 있는 이는 저 남자 외에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눈에 봐도 그냥 난도질당했다는 느낌 외에는 다른 저항의 흔적조차 없는 몸 상태.
도저히 항거할 수 없는 적에게 무참하게 유린당한 게 딱 지금의 모습이었다.
“괜한 의심 마라.
난 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 둘이 싸워달라고 빌고 빌어서 생긴 일이니까.”
“이 둘이 당신과 싸우고 싶어 했다고요?”
김유현이 고개를 끄덕이니 샤는 어이가 없어서 하!
하고 한숨을 내뱉었다.
용인족이 강자들과의 싸움을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것이나 샤이엘라가 강자와의 실전을 결코 피하는 성격이 아님을 전부 다 잘 알고 있는 샤였다.
한쪽은 싸움 그 자체를 즐기는 종족, 다른 한쪽은 이상하게 다치고 또 다치게 하는 일에 흥분을 감추지 못 하는 특이한 여인.
그런 상황에서 이 김유현이라는 인간 남자는 너무나도 매력적인 대상이었을 것이다.
강하고, 자신을 괴롭힐 수 있고, 언제든 자신들을 꺾어버릴 수 있는 엄청난 강자.
워낙 특이한 여인들이니 이해를 못 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샤는 기가 막혔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최상위 천족을 우습게 꺾은 남자인데!’
샤이엘라가 비록 상위 천족에서도 가장 강하다고 하지만 어찌 되었든 ‘상위’ 천족이다.
최상위 천족조차 단 일격에 치명상을 입고 쓰러졌는데 상위 천족인 그녀가 김유현을 상대로 이긴다는 건 죽었다 깨어나도 결코 불가능한 일일 뿐이다.
용인족은 또 어떻고?
그들이 천족과 마족들만큼 잘 싸우는 종족이라는 건 인정하나 굳이 따지자면 그들 하나, 하나의 전력은 최상위 천족과 비슷할 것이다.
그 최상위 천족을 그야말로 박살을 내버린 김유현인데, 그를 상대로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했던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휴우.”
이런 어리석은 이들이 세상 어디에 또 있을까요.
샤는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문득 어쩌면 그 어리석은 이들 중에 자신이 포함되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빛의 후예임에도 그 빛의 후예를 의심하고 있고, 그 빛의 후예들 역시 결국 돌이켜보면 의심 받을 만한 짓들을 계속 해오고 있었으니까.
“왜 나죠?
당신도 마법을 쓸 수 있는 것 같던데.”
최상위 천족이 괜히 붙은 자리는 아니다.
그만큼 상대를 파악하는 눈이나 대하는 실력에서 차이가 난다는 뜻.
샤는 단 한 번 김유현과의 부딪침을 통해 그가 단순히 검만 잘 다루는 이가 아니라 마법에도 꽤나 실력이 있는, 한 마디로 다재다능한 인간의 대표 격이라고 생각하던 중이었다.
“너희들이 또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내 마나를 뽑아 쓸 필요는 없으니까.
이미 저들과의 싸움에서 소모한 것도 있는데 그걸 내 손으로 치료하면 더 손해지.”“···그건 그렇군요.”
딱히 문제가 될 만한 일도 아니고, 김유현의 말대로 전력 보존을 위해서 포로인 자신을 동원한다는 말도 꽤나 논리적으로 들렸다.
때문에 샤는 별 다른 말없이 마력을 돌려 치료 마법을 전개해냈다.
“···.”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김유현은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사실 샤에게 이 둘의 치료를 맡긴 건 마나 문제 때문이 아니었다.
당장 그의 안에는 아직도 수 천, 수만 번의 싸움을 하고도 남아돌 어마어마한 마나가 남아있으니까.
그가 노리는 건 이 최상위 천족이라는 자가 마법을 쓰는 장면을 확인하며 혹 이 천족이라는 종족들이 자신이 알던 마법과 다른 방식으로 그걸 사용할지, 강점이 있지는 않을지 살펴보기 위해서 일부러 그녀에게 치료 마법을 주문했던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결국 빛의 후예들이라고 하는 그들도 딱히 대단하다거나 특이한 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도대체 얼마나 강한 공격을 했기에 이리 엉망이 된 건지.”
마나가 쑥쑥 뽑혀져 나가는 걸 느끼며 샤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치유력 면에서 절대 꿀리지 않는 천족, 그 천족보다도 더 대단한 자가 회복 능력을 지닌 용인.
그들 모두가 말 그대로 정신조차 못 차리고 중상을 입은 채 누워있다.
그야말로 마나를 들이붓고 있는 수준인데도 치료가 아주 더디게 진행되는 걸 보면 상해도 아주 단단히 상했다는 소리였다.
“너도 딱 한 번의 공격에 그리 엉망이 되었으니까.”
“아.
그러네요.
바보 같은 소리를 했어요.”
가슴이 쩍, 하고 벌어져서 붉은 피를 뿜어내던 자신은 여러 번 공격을 당하기라도 했던가.
결국 자신도 단 한 번의 공격에 그리 된 것인데 이들이라고 몇 번 당했겠는가?
저 김유현이라는 인간은 어렵지 않게 이들을 제압했을 것이었다.
“···일단 끝났어요.
중상은 거의 치료가 되었고, 나머지는 시간이 좀 흐르면 알아서 멀쩡해질 거예요.
정말이지, 딱 죽지 않을 정도로만 망가트려놓았더군요.”
“그게 더 어려운 일이다.”
“아니까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그럴 여유, 그럴 실력, 그리고 그렇게 생각을 할 마음까지 있었다는 소리니까.
볼 때마다 점점 더 무서워지는 인간이에요.
당신은.”
“시끄러워.”
무미건조한 목소리였지만, 샤는 그 목소리 안에서 왠지 모르게 그가 부끄러워하고 있다는 기색을 느낄 수 있었다.
“일이 마무리 되었으면 따라와라.
너와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하고 싶다 하셨으니까.”
아직 샤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고, 심지어 여인 둘을 치료하느라 마나까지 아주 쭉쭉 뽑아 썼음에도 조금의 쉴 시간조차 주지 않고 그녀를 끌고 가다시피 하는 김유현이었다.
샤 입장에서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난의 행군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딱히 반발을 할 수 없는 위치이기도 했다.
어찌 되었든 자신은 포로요, 언제 어떤 방식으로 험한 일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았으니까.
“들어가라.”
지휘관용 막사 앞에 다다르자 김유현은 고갯짓으로 안을 가리켜보였다.
샤는 심호흡을 하고는 천천히 그 안으로 들어갔고, 그 안에서 자리에 앉은 채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시온을 마주할 수 있었다.
“···당신.”
하지만 샤는 전과는 달리 미소를 지을 수가 없었다.
시온의 몸에서 마족의 기운이, 릴리트의 냄새가 아주 잔뜩 배어나온 것이다.
“뭔가요?
빛을 포기한 게 아니라는 자가, 어찌 하여 마족의 냄새를 폴폴 풍기며 나를 부른 거죠?
혹 그 위에 내 것도 같이 덮겠다는 소리인가요?”
“오해 마세요.
그럴 생각 없으니.
그리고 허튼 상상도 마세요.
난 스스로를 고귀하다고 믿는 허풍쟁이 여인을 안을 생각은 없습니다.”
칼같이 날아오는 반박에 샤는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면서도, 약간은 분한 생각이 들었다.
다른 건 일단 넘어간다고 해도, 릴리트 같은 몽마 따위한테 밀렸다는 생각이 드니 당연히 부아가 치민 것이었다.
“분명 말씀드렸을 텐데요.
마족들은 계속해서 우리들을 유혹하고 있다고.
어차피 빛의 후예들은 자신들의 오만에 빠져 결코 뭍으로 나올 수 없을 테니 차라리 그들을 전부 가라앉히고 자신들과 함께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자고 말입니다.”
“그래서요?”
“뭘 그래서, 입니까.
마족은 결국 어둠이요, 그림자이고 혼란입니다.
그들이 세상에 나오면 무슨 악행을 저질렀는지 이미 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몬스터 내쫓겠다고 또 다른 몬스터를 끌어들이는 꼴인데 어느 미련한 자가 그런 일을 하겠습니까?”
“최소한 그 몬스터들은 상대방을 유혹하는 기술은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요.
지금의 마족, 당신 옆에 와있는 서큐버스 퀸과는 다르게 말이에요.”
여전히 가시가 돋친 말이었다.
그에 시온은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이고는 조금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답했다.
“내가 정말 마족에게 넘어갔다면, 당신들이 말하는 그 죄인인지 타락한 자인지 였다면 당신을 잡자마자 날개는 다 잘라버리고, 사지까지 동강낸 후 병사들에게 던져줬을 겁니다.
전장에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병사들이 무엇에 가장 매달리는지, 아주 신나게 알도록 말이죠.”
“못 하는 말이 없군요!”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당신이 말하는, 당신네들 빛의 후예들이 말하는 그 타락한 자, 죄인, 그게 우리였다면 당연히 그랬을 것이라고.
남을 걱정하지도 않고, 옳은 길로 나아가겠다는 말을 하지도 않고, 그저 빼앗고 죽이는 일에만 집중했을 겁니다.”
샤는 시온의 말에 별 다른 부정을 하지는 않았다.
사실을 말하자면 하지 않은 게 아니라 하지 못 했다는 게 더 어울릴 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포로로 잡힌 후 그녀가 본 건 죄인들, 타락한 자들의 군세가 아닌.
억울함을 토로하며 진정한 빛이 무엇인지 알아야겠다고 몰려든 교도들 같아 보였으니까.
“최상위 천족 샤님.
오해를 해도 뭔가 단단히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전쟁이 합리와 비합리가 싸우는, 과거의 성전으로 보이십니까?
아니요, 절대 아닙니다.
세상 그 어떤 싸움도 합리와 비합리가 싸우는 건 없습니다.
모두가 서로의 합리를 위해서 싸울 뿐입니다.
합리와 합리가 싸운다, 그래서 전쟁은 누가 옳은 지를 가리는 게 아니라 다만 누가 남는지를 가릴 뿐입니다.
그 전쟁을 빛의 후예들이라 하는 당신네들이 일으켰고, 그 교도들이 찬성했습니다.
거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들 역시 나선 것입니다.
당신들이 정의로운 게 아니고, 우리가 악한 게 아닙니다.
다만 서로가 원하는 것을 위해 싸울 뿐이죠.”
“···.”
“아직도 우리들을 악이라고 규정한다면 이제 더는 할 말이 없습니다.
남은 건 그걸 가려내는 일 뿐입니다.
누가 옳은지가 아니라, 누가 남는지를 가리는 전쟁.
거기에서 남은 자만이 자신을 정의라 칭하여, 선이라 부르며 영원히 살아갈 테죠.”
샤는 시온의 말에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여태껏 곱씹던 질문을 다시 떠올릴 뿐.
거기에 시온은 슬슬 조미료를 좀 뿌려주기로 했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이 세상의 진정한 악이, 어둠이 원하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무슨 소리죠?”
“한쪽이 살아남고 한쪽이 죽는다면, 그 한쪽은 멀쩡하겠습니까?
장담하는데 반신불수가 될 겁니다.
그 상황에서 만에 하나 진정한 적이 나타난다면, 참 재미있지 않겠습니까?”
세상 모든 자들이 노리는 것, 어부지리(漁父之利).
그걸 마족이라고 해서 노리지 않을 리가 없다.
아니, 오히려 그들이니 더더욱 원할 것이다.
최고위 마족 중 절반을 넘는 이들을 잃어버리고 남은 마족들조차 천족들의 손에 의해 살해되어가는 와중에 그 천족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내전으로 인해 상처로 얼룩진 자들을 상대하는 건 분명 어렵지 않은 일.
시온의 말대로 정말 그들이 그걸 노리고 있다면 이 전쟁은 더더욱 피해야 하는 것이었다.
“돌아가세요.”
“···예?”
“당신이 있던 곳으로 보내드리겠다는 겁니다.”
시온의 말에 샤는 어안이 벙벙해질 지경이었다.
최상위 천족을 포로로 붙잡았다, 이건 단순히 상징적 의미를 넘어서는 일이다.
당장 적의 주력 중 하나를 묶어둔 셈인데 이걸 그대로 되돌려 보내겠다는 건 적의 전력을 그대로 보존해서 다시 아군과 싸우게 하겠다는 말과 다름이 없었다.
세상 그 어떤 미련한 자가 이런 결정을 내리겠는가.
당장 전장에서 적의 전력을 깎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다 하는 게 바로 지휘관의 자세인데 말이다.
“돌아가세요.
몸 성히, 그 어떤 괴롭힘도 없이 돌아가세요.
가서, 그 멀쩡한 모습으로 당신들의 동족들에게.
당신들을 따르는 자들에게 말해주세요.
정말 싸워야만 하는지, 과연 누가 죄를 짓고 있는 것인지, 결국 이 미련한 일을 계속할 것인지.
빛이라고 말하지만, 빛이라고 볼 수 없는 그 자들에게 말입니다.”
그 말 직후 시온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김유현이 안으로 들어와서는 샤의 옆에 섰다.
“···만약에.”
자리에서 일어선 샤는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만약에, 내가 돌아가서 역으로 우리들의 전의를 북돋으며 싸우고자 외친다면요?
내가 당신의 뜻을 저버리고 반대로 행동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거죠?”
“별 수 없지요.
그때는 정말 누가 살아남는지 가릴 수밖에.”
“···.”
“나는, 우리들은 당신에게 정중히 부탁했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손을 내민다면 붙잡을 요량이 있다고.
여전히 빛을 따라가고 싶어 한다고.
옳은 방향으로 이끌어준다면 응당 이끌림 당하겠다고.
다만 옳지 못 한 곳으로 이끈다면 그때는 우리들도 멍청하게 바라만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이죠.”
자신의 할 말은 끝났다는 듯 시온은 샤에게서 시선을 돌려 김유현을 바라보았다.
이제 되었으니 데리고 가서 이대로 돌려보내라는 뜻으로.
“가지.”
김유현의 말에 샤는 몸을 돌렸다.
그리고 막사를 나서기 전, 그녀는 정말 마지막으로 질문을 던졌다.
“시온 클라우젠.
당신은 어째서, 왜 그렇게 빛에 닿고자 하는 거죠?”
“···.”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다만, 시온은 세상이 다 밝아지는 듯 한 환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 미소를 바라보며 샤는 순간 가슴속에서 뭔가가 ‘쿵!’ 하고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안녕히 돌아가시길.”
마침내 샤가 완전히 사라졌다.
막사 안에 혼자 남게 된 시온은 샤가 앉아있던 곳을 바라보았다.
‘왜 빛에 닿고자 하냐고?’
당연한 걸 묻는다.
아주 간단하고, 아주 뻔한 질문이다.
‘거기에서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으니까.
돈, 명예, 권력.
전부 다!’
―――――――작품 후기―――――――
마침 딱 제 생일에 400화를 찍게 되었습니다···.!
그런 기념으로 3편 연재인 겁니다!
생일은 추천으로 축하해주시면 그저 황송할 따름입니다!
선작, 코멘, 추천 항상 감사드립니다!
후원 쿠폰, 노티 투표도 압도적 감사입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