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408)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408화(408/439)
408―――――
가망 없음
“시, 시온?
지금 내가 잘못 들은 거지?
그렇지?”
“아뇨.
제대로 들으신 거 맞습니다만.”
“···.”
릴리트는 정말 오랜만에 당혹스러운 감정을 숨기지 못 하고 멍하니 시온을 쳐다보았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 너무나 엄청난 것이라서, 자신 입장에서는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것이어서 말이다.
“장난해?
내가 마물들을 제어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전투 전의 이야기야.
놈들이 전투에 들어가면 우리도 뭐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왜 인간들이, 다른 종족들이 우리 마족들을 그렇게나 싫어하는데?
반 이상은 마물의 그 거칠고 잔혹한 성정 때문에 그런 거야.
그 흉악한 놈들을 뭐?
여기 군대의 뒤에 풀어두라니.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냐고!”
이쪽 군대의 뒤를 쳐달라, 그게 시온이 릴리트에게 요구한 것이었다.
마물이 무슨 이성을 갖춘 병사들도 아니고 거짓 싸움은 절대 못 하는 걸 알면서.
정말 그놈들을 풀어두면 죽을 때까지 앞에 있는 생명체를 죽이기 위해 날뛰는 상황이 그려질 텐데 그 마물들을 이용하여 뒤를 쳐달란다!
“이건 애들 장난이 아니야, 시온.
사람이 다치지도 않는 연극이 아니라고.
마물들을 몰아넣으면 결국 반드시 여기 인간들은 상한다니까?
죽을 수도 있어.”
“그래서 그 뒤에 적절한 인원을 배치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해도 전부는 아니잖아.
만에 하나 여기 군대가 흔들렸다가 앞에서 적들의 공격을 받으면 어쩌려고?
그러면 인간들이 가장 싫어하는 양면 전선이 형성되는데?”
“대비책은 확실히 있습니다.
제가 설마 그걸 생각 안 하고 있을까요.”
여전히 평온한 시온의 모습에 릴리트는 기가 막혀서 어휴, 하고 한숨을 내뱉었다.
저리 자신만만하니 뭐 어떻게 말을 더 하기도 모호한 상황.
“좋아, 네 말대로 잘 풀린다고 치자.
내가 마물들을 몰아주고, 다른 녀석들이 그걸 뒤에서 열심히 받아친다고 하자고.
그렇다고 해서 피해가 없을 수는 없어.
당장 인간 병사들 피해가 꽤나 클걸?
그건 어떻게 하려고 그래!”
“당연히 피해를 입어야죠.
많이 죽고, 많이 다쳐야죠.
아무런 피해 없이 막으면 그게 분노나 전투에 대한 열의를 만들어 주겠습니까?”
“···뭐?”
릴리트는 더더욱 놀라서는 멍하니 시온을 바라보았다.
여태까지 자신은 시온이 이쪽의 피해를 최대한 줄이려고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방금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에도 그 피해를 줄일 생각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잘 생각해보세요.
현재 아군 진영에서 비교적 후방을 맡고 있는 세력이 어느 쪽인지.”
“그건···.”
생각을 하다 말고 릴리트는 이제야 알겠다는 듯 탄식을 내뱉었다.
시온은 저번 전투에서 큰 희생을 치렀다는 누디아의 병사들을 챙겨주는 모습을 보이며 그들을 비교적 후방에 위치하게 했다.
여태 많은 희생을 치른 건 히스파냐도 별반 다르지 않은데 누디아를 조금 더 챙기는 모습을 보며 이쪽 사람들의 민심을 챙기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게 아니었던 모양.
“전쟁인데 당연히 죽고 다쳐야죠.
적당히 잃어야 남은 자들이 더 싸우자고 일어서는 겁니다.
그런 식으로 먹이가 필요하다면 응당 줘야죠.
그리고 그 먹이는 되도록 나와 상관없는 자들, 지금은 같이 싸우는 사이이나 과거에는 적이었고 또 언젠가는 경쟁자가 될 만한 바로 그 자들이 딱 어울리고요.”
“와, 너 진짜··· 여러 의미에서 대단하다.”
“어쩔 수 없어요.
이게 세상이니까.
전 성인군자도 아니고, 일단 내 나라, 내 영지, 내 사람부터 챙기기 바쁜 몸입니다.
솔직히 누디아도 이 정도 각오는 해야 하잖아요?
도와주러 왔으면 응당 주는 게 있어야죠.
그걸 받아가겠다는 건데 뭐 어쩌겠습니까?”
마물들을 동원하여 아군의 뒤를 공격해 피해를 유발하는 것.
시온이 이런 위험한 연극을 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 단 하나 뿐이다.
“정말 될까?”
“당연히 천족 비둘기들이나 광신도 놈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말라며 게거품을 물겠죠.
여태까지 우리들이 마족들과 싸웠는데 갑자기 그놈들과 왜 손을 잡냐고.
그런데 상황이란 게 원래 묘하잖아요?
이전 전투에서 최상위 천족을 잃고, 엄청나게 깨지고.
그 후로 뒤에 있던 예비대와 수비대까지 싹 긁어모아서 전투를 준비한다?
마족에 대한 준비는 거의 다 포기한 채로?
그것만으로도 이미 수상한데 양군이 마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마물들이 뒤를 공격한다?
이러면 저쪽은 몰라도 이쪽이 무슨 생각을 할지 너무 뻔하지 않습니까?”
“의구심을 품는 이들이 나올 수도 있잖아.”
“여유가 되어야 그런 의심도 생기는 법이죠.
당장 뒤에는 꿈에 나올까 두려운 마물들, 앞에는 죄인이라고 외치며 태워죽이겠다는 광신도들.
그런 전장에서 논리는 딱 하나입니다.
아군이 아니면 무조건 적이라는 것이죠.”
후방에 마물을 밀어넣고 누디아 군의 피해를 유발한다.
그리고 피해가 점점 늘어나기 전에 빠르게 시온이 준비한 테스크 포스를 투입하여 상황을 정리하고, 동시에 그 적의와 분노를 바로 앞에 서있는 적들에게로 돌린다.
‘문제는 그동안 적들이 정면으로 쇄도해오면 어쩔 수 없이 진영이 난장판이 된다는 건데.’
그런 문제는 정말 고맙게도, 천족들이 뜬금없이 대화를 제의하면서 해결되었다.
당연히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적들은 그 자리에서 대기를 하게 되고 그러는 사이에 은밀하게 이쪽의 뒤를 잡은 마물들이 릴리트의 신호에 맞춰 공격을 개시한 것이었다.
“야, 릴리트!
이거 정말 이래도 되는 거야?”
오죽 상황이 이상하게 느껴졌으면 그 바하무트조차 릴리트를 멀쩡히 이름으로 부르기까지 하며 그렇게 질문을 던질 정도였다.
최상위 천족조차 우습게 가지고 논다는 미친 인간이 있는 쪽의 뒤통수를 때린다니, 이러면 여태 천족들을 상대로 수도 없이 전투를 치른 이유가 없지 않은가?
“나도 몰라.
그냥 하는 거지 뭐.”
“아니, 도대체 무슨 말이 그래?
여기 놈들과 같이 행동하면 천족 쓰레기들을 다 죽일 수 있는 거 아니었어?
이러면 천족들 좋은 일만 하는 거 아니냐고!”
“그래서 하는 말인데, 바하무트.
벨.
너희들은 천족이 없어지면 뭐 인간들이나 이종족들한테 사실 우리들의 모습은 악한 게 아니라고, 오해였다고 말하고 다닐 생각이야?”
릴리트의 질문에 바하무트는 무슨 마물 좆같은 소리냐고 일갈하고, 벨조차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이며 그녀의 말에 정면으로 반박한다.
천족들이 지껄이던 것처럼 자신들이 세상을 멸망시키겠다는 뜻을 가진, 무슨 거창한 악의 세력은 결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놈들과 웃으면서 지낼 생각도 없다.
그냥 자신들 마음 가는대로 어느 때는 이상한 짓을 하고 또 어느 때에는 얌전히 잠만 자면서 그렇게 지낼 생각일 뿐이다.
여태까지 해왔던 대로, 그냥 마족 그 자체로서 살 생각 밖에 없는 이들이었다.
“그렇지?
너희들은 그냥 여태 해왔던 대로, 이대로 살고 싶은 마음밖에 없는 거잖아?
그래서 이 언니가 다 수를 써뒀다, 이거야.”
“뭐라는 거야, 미친년이.
언니는 무슨 지랄 쌈을 드시는 소리를 하고 있어?”
이번에도 화려하게 날아드는 바하무트의 일격에 릴리트는 으득, 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그냥 확 김유현한테 던져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제 딱 셋 남은 최고위 마족이니 한 번 참고 넘어가주자는 게 그녀의 결정이었다.
“어려울 것 없어.
우리들은 그냥 여태 하던 것처럼 조용히 지내다가 잊을 만하면 나타나서 난리 좀 치고, 천족들이랑 좀 싸우다가 또 우리 땅에 틀어박히면 되는 거야.
나머지는 저쪽 인간들이 알아서 해주겠지.”
“···못 하겠어, 이해.”
바하무트를 대신해서 벨이 그렇게 답한다.
지금의 인간들이라면 천족들을 정리하고 이대로 자신들 마족까지 다 쳐죽일 기세인데 쥐 죽은 듯 지내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하던 대로 깽판도 좀 치고 그러라니?
―세상이 너무 변하면, 피곤하니까요.
―
시온의 말을 떠올리며 릴리트는 그 말을 그대로 해주었다.
“세상이 너무 변하면, 피곤한 법이거든.”
―
역시 세계관 최강자 주인공다운 솜씨였다.
하나, 하나가 거의 전략 병기라고 봐도 무방할 최상위 천족들을, 그것도 하나나 둘도 아니고 자그마치 여섯을 한 번에 날려버린 김유현이었다.
물론 천족들도 별 다른 부상은 없이 그저 사방으로 날아간 것을 봐서는 피해보다는 공격을 방어해내는 데 집중한 방식인 모양.
“시온 공자님.
괜찮으십니까?”
“당연히 괜찮으니 적당히 좀 흔들어라.
멀미난다.”
마나만 못 쓸 뿐이지 몸이 완전 비실비실한 건 절대 아니다.
당장 서큐버스를 상대로도 지지 않는 체력을 겸비했는데 이 정도로 쓰러지기라도 할까.
시온은 최상위 천족들이 팔랑거리며 땅바닥에 처박히거나 멀리 날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김유현이 벌어준 이 잠깐의 시간을 제대로 써먹기로 했다.
“얼른 돌아가자.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인을 해야겠어.”
확인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시온 스스로가 전부 계획하고 짜둔 연극.
하지만 참된 배우라면, 프로패셔널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연극이니 더더욱 열정적으로 임하며 최고의 연기를 보여야만 한다.
바로 아군 진영으로 돌아온 시온에게 다가온 건 여전히 그의 부관 역할을 하고 있는 루드비히 레데넨이었다.
그는 다급한 어조로 시온이 당도하자마자 그의 안위부터 살핀 다음 보고를 시작했다.
“조금 전 후방에 위치하고 있던 누디아 군이 기습을 당했습니다.
적들의 정체는 다수의 마물들로 현재 확인이 되었으며, 보고된 바에 따르면 사상자가 벌써 수백에 달한다고 합니다.”
“현재 상황은 어떻지?”
“그나마 사령관님의 호위기사인 리시키다 경을 선두로 하여 기사들이 출진했습니다.
루시아님이나 트리샤 경도 출전했고 쟌님 휘하의 북쪽 전사들이 뒤를 돌아 공격을 하고 있다 합니다.
아마도 늦지 않게 후방은 정리가 될 것 같습니다.”
그야 당연한 소리를, 무조건 정리가 될 것이다.
마물들이 몬스터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포악하고 사납다지만 그들도 천족과의 전투로 인해서 대부분의 수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이다.
지금 릴리트가 끌고 온 마물들도 마족들이 보유한 전력의 거의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기에 그 수는 생각 외로 그리 많지 않다.
더해서 마족들이 그 뒤를 이어 공격을 했다면 단순히 수백으로 피해가 끝나는 게 아니라 수천은 죽고 다쳐야 했겠지만 당연히 마족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 당연한 사실이 시온의 눈에는 보일 테지만, 당장 이 모든 상황이 두렵고 미친 듯이 긴장되는 다른 이들에게는 결코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들 눈에 비치는 것은 오직 뒤에서 날뛰는 마물들, 그리고 앞에서 자신들을 속이고 끝장을 내려고 하는 광신도들만이 있을 뿐이었다.
시온은 말에 올라 조금씩이지만 동요를 하고 있는 병사들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는 낼 수 있는 가장 큰 목소리로 목청껏 소리를 내질렀다.
“저들이 우리를 속였다!
저 잘난 입으로는 대화를 말하고, 더러운 마음으로는 우리들의 목 언저리에 칼을 들이댔다!
심지어!
자신들이 악이라고 칭하던 마족들과 결탁해서 말이다!”
사실 자세히 살펴보면 뭔가 이상하고, 상당히 허술하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 따위 의심을 할 이도, 이의를 제기할 이도 없다.
지금 당장 눈앞의 적에게 뒤통수를 맞았는데 그딴 말을 했다가는 옆의 동료에게 칼을 맞아도 할 말이 없을 테니까.
“이제 모든 것은 간단해졌다!
이겨라!
승리해라!
그리고 저들이 포기한 그 빛의 후예가 우리임을 비로소 증명하는 거다!
일어서라, 인간이여!
요정들이여!
수인들이여!
빛을 사칭하는 저들을 밀어내고 그대들의 정의를 바로 세우라!”
조금 전까지 모두를 위해서 죽겠다고 하던 이가 외치는 말이다.
너희가 빛의 후예라고, 너희가 선이고 정의라고, 바로 우리가 저 추악한 자들을 심판하는 자들이자 죄인들을 단죄하는 무리라고!
‘아오, 이럴 때에 마법을 쓸 수가 없다는 게 정말 고역이네!’
더 소리를 지르다가는 정말 목이 나가버릴 것 같아, 시온은 부디 통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에 말안장에 있던 검을 뽑아 하늘 위로 번쩍 들어 올린다.
오후의 강렬한 햇살이 검신에서 튕겨져 나오고 잡티 하나 없는 백마 위에 앉은 남자가 그렇게 빛나는 순간, 히스파냐의 병사들이 가장 먼저 돌격 준비에 들어간다.
채앵!
챙!
방패를 들고, 창을 들고, 검을 뽑는다.
그 뒤를 이어 거스 대왕의 시원한 함성을 시작으로 온갖 짐승들의 괴성이 들리며 수인 전사들이 전투 준비를 마치고, 그에 질세라 요정들 역시 풀어두었던 활시위를 걸기 시작했다.
비교적 후방에 위치했다가 시온의 특수 효과에 제대로 뺨을 맞고서 휘청거리던 누디아도 곧 정신을 차리고 최후의 전투를 준비한다.
“와아아아악!”
“더러운 놈들!
추악한 놈들!”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이런 거대한 집단 속에서 상대를 바라보는 논리는 아주 단순해진다.
아군, 아니면 적.
내 편 아니면 다만 죽여야 할 원수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족들까지 끌어들였다는 저들은 이제 이 자리에서 반드시 이기고, 몰아내서 다시는 일어설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할 천인공노할 적이리라.
“주인님!”
“시온!”
그 사이에 또 부리나케 튀어오는 여인들.
딱 타이밍이 딱 떨어지게 뒤쪽의 마물들을 전부 걷어낸 듯 리시키다가 바로 시온의 옆을 지키고 서고 그 옆으로 루시아, 트리샤가 나란히 선다.
때를 맞춰 북쪽 전사들을 이끌고 쟌이 질주를 시작하며 명령만 내리라는 표시를 해 보인다.
리아는 제 묘은족 전사들과 함께 나란히 서서 하악질을 하고 있고, 릴리트는 잠시 물러나서 나중에 있을 상처 입고 뒤처지는 비둘기들을 받아먹기 위해 이 일대에서 대기 중이리라.
조금 전까지는 혹시나 싸우지 않고 모든 게 끝이 나지 않을까 내심 기대한 이들.
그러나 단 한 번의 무대에 휩쓸려 올라온 이상 이제 그 불길에 휘말려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절정으로 치닫는 이 장면에 모두가 제 몸을 내던지는 것뿐이다.
두려움은 잊어가고 오직 머릿속에 남는 건 분노, 적의, 그리고 자신들이 옳다는 믿음, 그리고 신념뿐이다.
모두가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 사나운 기세를 보이면서도 터지지 않는 건 자신들의 도화선이자 시작이고 끝이 될 남자가 아직 명령을 내리지 않았기에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래!
실컷 분노해라, 마음껏 소리쳐라!
그리고 내게 가져와!
이 연극의 최종장을!’
그러는 사이, 마지막으로 김유현이 모든 이들의 가장 앞에 선다.
그리고는 마찬가지로 전투 준비를 마치고 당장이라도 아군을 향해 쇄도해 올 듯 날이 선 적들을 노려보며 웅웅 공명을 토해내는 검을 그들에게로 겨눈다.
이제 모든 주연이 무대 위에 올랐다, 모든 것이 준비되었다.
남은 건 이 모든 것을 연출한 감독의 시작 신호뿐이었다.
‘이게 진짜 어셈블이지.’
모든 것이 착착 맞아떨어지면서 거기에 더해 더더욱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는, 이 마지막 전투가 자신이 짜둔 연극의 종점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 모인 모두는 이 전쟁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생각만 가득하겠지만, 시온은 이 전쟁을 차후 어떤 방식으로 이용해 먹을까.
오직 그것만을 생각했다.
설마 시온이 단순히 이 싸움만을 그리며 여기까지 왔을까.
그 너머, 그 전쟁의 끝에 비로소 자신이 원하는 가장 최고의 결말이 있기에 이 전투를 바로 이 자리, 이 때로 끌어다 놓은 것이다.
속으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시온은 미친 듯이 타오르는 이 불길 속에 마지막 기름 한 방울을 떨어트렸다.
“가자.
가즈아!”
―――――――작품 후기―――――――
추천은 항상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