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409)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409화(409/439)
409―――――
가망 없음
전투의 시작은, 역시나 김유현과 그를 상대할 최상위 천족들 사이에서 벌어졌다.
자신을 가로막는 그 어떤 놈이라도 한 번에 꿰뚫어 죽이겠다는 듯 김유현이 폭발적인 속도로 날아들자 그를 동시에 상대하겠다는 생각인지 다섯의 빛무리가 거의 같은 순간에 날아올랐다.
‘다섯, 그렇다면 적 본대 쪽에 남은 최상위 천족은 하나.
샤까지 포함하면 둘!’
아마 김유현은 다섯이서 상대하고 남은 하나가 이곳에서 연합군의 전의를 꺾어 결국 또 김유현 혼자 싸우게 만들려는 방식으로 상황을 끌고 가려는 모양인데.
“어림도 없는 소리 마라!”
시온이 하고 싶었던 말을 그대로 내뱉어주는 리시키다였다.
호위기사로서 원래는 시온의 곁을 지켜야 하나 적들을 여기서 쳐부수지 못 한다면 바로 그 호위 대상에게 크나큰 위협이 되는 바.
고로 그녀는 시온을 지키겠다는 궁극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그리고 다른 여인들에게 절대 뒤질 수 없다는 일념으로 미친 듯이 말을 달렸다.
“돌격!
돌격!”
“으아아아아!”
공격하는 자와 방어하는 자가 만나는 것이 아닌, 말 그대로 서로가 서로를 죽이기 위해 벌어지는 거대한 난전이 벌어진다.
신성 프러센과 히스파냐, 누디아의 병사들은 서로 방패를 들이밀고 먼저 무너지는 쪽을 기다렸으며 각 진영에 속해있는 요정들은 적의 머리 위로 화살을 날린다.
수인 전사들이 사방에서 안으로 휘젓고 들어가며 진형을 무너트리면 천족들 역시 질 수 없다는 듯 날개를 펼치고 날아올라 연합군의 진형 위에서 공격을 퍼부었다.
슈각!
카각!―
그 속에서 리시키다는 정말 오랜만에 마음껏 검을 휘둘렀다.
그동안 김유현 밑에서 많은 가르침을 얻고, 수련을 빙자한 구타도 당하면서 꿋꿋이 버텨 마침내 그 김유현에게서 나름 인정을 받아낸 여인.
애당초 그 젊은 나이에 상급 기사의 수준에 오르는 천재성을 보유했으니 준비된 원석에 김유현이라는 세공사가 최고의 걸작을 만들어 둔 셈이었다.
그 찬란한 보석이 반짝일 때마다 요정이고 천족이고 가리지 않고 스러져갔다.
시온 곁에서는 오직 묵묵히 호위만 하는 차가운 여기사, 내지는 정인에게 무엇을 더 내어줄 수 있을까 하루 하루 행복한 고민을 하는 소녀일 뿐이었지만 전장에서는 달랐다.
김유현 인자가 주입된 상급 기사, 그렇다는 건 결국 그녀 역시 병기가 되었다는 소리였다.
“크억!”
“이, 인간!”
멋모르고 달려들었던 요정 서넛이 순식간에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요정이라고 해서 활만 쏘는 것도 아니고, 가벼운 방어구만 착용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활을 다루는 솜씨만큼이나 검술에도 일가견이 있고 당연히 근접전을 치르기 위해서 방어구도 충실히 갖추고서 전투에 나선다.
그런데도 그 요정들이 리시키다 곁으로 다가갈 때마다 뭔가가 허공으로 흩뿌려졌는데, 그건 다름 아닌 요정들의 손목이나 팔들이었다.
―아차 하는 순간 죽는 게 생명이라지만, 또 반대로 참 질긴 것이 또한 생명이다.
1:1 전투에서는 그럴 일이 없겠지만 다수 전투나 난전에서는 아주 적은 움직임, 아주 적은 힘만으로 너를 귀찮게 할 적들을 제압하는 것도 필요한 방식이다.
―
이번에도 김유현의 교육 과정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반드시 제거해야 할 대상이 아니면 단순히 전투를 하지 못 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렇다면 그들 하나, 하나를 전부 확실하게 죽이겠다고 시간이고 체력이고 다 끌어다 쓸 것도 없이 그냥 손목이나 팔을 잘라버려라.
전투에서 창칼을 쥔 손이 잘린다는 건 그 어떤 부상보다도 치명적인 것.
전투에 다시는 복귀할 수 없는 건 당연한 일이고 주변 적들의 사기도 떨어트리니 이것이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김유현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리시키다는 제 스승에게서 배운 바를 아주 확실하게 이행했다.
스컥!―픽!
푸슉!
“으, 으아악!”
“아아, 아아아악!”
여기사의 검이 한 번 빛을 토해낼 때마다 비명과 함께 붉은 피가 뿌려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신성 프러센 측의 성흔 보유자, 프리드릭은 저 여인부터 빠르게 끊어내야겠다는 결심을 내렸다.
자신의 성흔은 속도에 최적화 되어 있으니 저 여기사와의 쾌검 싸움에서 절대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그는 막 발을 굴려 리시키다의 뒤를 잡으려고 했다.
냐앙!―
‘크읏?’
순간 등골이 싸늘해지며 성흔이 다급하게 자신을 불러세웠다.
그와 동시에 본능적으로 몸을 옆으로 비튼 프리드릭은, 자신의 목젖을 스치고 지나가는 날카로운 뭔가를 느끼며 식은땀을 흘려야만 했다.
‘빠르다, 엄청나게 빨라!’
속도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던 프리드릭이다.
심지어 그 천족들조차 그의 능력을 보며 빛께서 저 남자에게 바람을 내려주셨다고 할 정도로 그는 움직이는 속도는 물론이고 그걸 쫓는 동체 시력까지 우수했다.
그런 프리드릭이 순간이었지만 눈치 채지 못 할 정도의 속도로 기습을 했다.
그리고는 그보다 배는 더 빠른 속도로 한창 난전이 벌어지고 있는 이들 사이로 숨어들었다.
사륵―.
아무래도 이 인간들로 이루어진 숲에서 벗어나는 편이 좋겠다.
성흔의 속삭임에 프리드릭은 그게 좋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변을 살폈다.
군대와 군대가 뒤얽혀 엄청난 혼전 양상이 벌어지는 중이었지만, 그 속에서도 분명 공간이 나는 곳은 반드시 나오기 마련이다.
저 멀리서 다가오는 적들의 손목이나 팔을 깔끔하게 쳐내며 계속해서 요정들이나 천족들만 불러오는 무시무시한 여기사처럼 실력자의 주변을 중심으로 말이다.
‘날 공격한 자는 여전히 나를 노리고 있다.
나를 끝장낼 생각이라면 반드시 나와 같은 생각을, 이왕이면 방해가 없는 곳에서 싸우고 싶어할 거다.’
프리드릭은 그렇게 생각하며 대충 거리를 벌린 후, 주변의 히스파냐와 누디아 병사들을 가차 없이 베어냈다.
어중간한 식으로 죽여서 적들을 더 불러오는 방식이 아니라, 정말 깔끔하게 목을 쳐버리니 거기에 겁을 먹은 자들이 움츠러들고는 서둘러 다른 곳으로 전장을 옮긴다.
그러자 그 주변으로 적군이고 아군들이고 조금씩 물러서며 공간이 만들어졌고, 잠시 후에 울컥 울컥 피를 뿜어내며 쓰러지는 신성 프러센 병사의 뒤에서 여인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냐앙.”
스윽, 할짝―.
제 손에 묻은 피를 혀로 핥아내며, 수인으로 보이는 여인이 천천히 다가온다.
뭔가 여인 특유의 고혹적인 분위기보다는 이제 갓 여인이 된, 요염함보다는 청순함이 더 강조되는 이가 그런 모습을 하고 있으니 오히려 더더욱 공포스러울 정도였다.
“묘은족인건가?
그렇다곤 해도 너무 빠르다 싶었는데, 너도 나와 비슷하군.”
“그래?”
“신이, 빛이 머물다 간 흔적.
성흔!
그걸 가지고 있다면 응당 빛의 후예가 이끄는 이곳에 있어야지.
왜 거기에 서서 죄인들 편을 드는 거냐!
바로 너희 같은 놈들, 힘을 이상한 곳에 쓰는 자들 때문에 세상이 점점 더 역겹게 변하는 거다!”
탓!―
프리드릭의 날카로운 공격이 그대로 리아의 어깨로 날아든다.
막아내지 않아도 될, 충분히 피할 수 있는 공격처럼 보였지만 리아는 오히려 해보자는 듯 같이 안쪽으로 달려들었다.
상대방의 주공이 한쪽 손에 들려있는 장검이 아니라 반대편 손에 쥐고 있는, 비교적 짧은 검이라는 점을 간파하고 그 거리 안으로 파고들려는 것이었다.
‘바로 눈치 챈 건가?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바로 쥐고 있던 단검을 그대로 리아에게 던지는 프리드릭.
이렇게 되면 상대방은 자신의 공격이 사실은 단검 투척에 있다고 착각들을 하지만, 힘껏 던져서 날아가는 검의 속도보다 대지를 박차고 달려들어 그 검보다 먼저 상대방에게 닿아 장검을 휘두르고, 그 뒤를 이어 날아드는 단검을 다시 받아 들어서는 마무리를 하는 것이 그만의 전투 방식이었다.
리아가 자신에게로 날아드는 단검을 알아차렸는지 속도가 순간 줄어들었다.
프리드릭은 바로 그 점을 놓치지 않고 엄청난 기세로 맹렬하게 돌격하여 장검을 그대로 정확하게 찌르고 들어갔다.
하지만 리아는 아주 간발의 차로 몸을 숙여 그의 공격을 회피해냈고, 다음 이어지는 단검조차 옆으로 부드럽게 몸을 굴리는 것으로 범위에서 완벽하게 벗어났다.
여태까지 이런 속도를 보이는 상대방은 정말 처음인지라, 프리드릭은 기가 막히다는 듯 숨을 내뱉으면서도 쉴 틈을 주지 않고 적을 몰아붙였다.
속도와 속도의 싸움이라면 결국 언젠가 딱 한 번 드러나는 빈틈이 결정적인 패인이자 신의 한 수가 될 터, 그걸 강제로 열어내려면 결국 공격만이 유일한 답이었다.
몇 차례의 공방이 지나간 후, 마침내 프리드릭은 다시 한 번 리아의 빈틈을 찾아냈다.
이번에는 반드시 공격을 적중시키겠다는, 그렇게 해서 적의 이점인 속도를 반절로 줄여내겠다는 생각으로 그가 막 검을 휘두르려는 찰나였다.
피슉!―
‘···어?’
갑자기 겨드랑이 바로 아래쪽에서 따끔한 감각이 들었다.
그 감각은 순식간에 찢어지는 듯한 고통으로 변하더니 이내 쥐고 있던 검 한 자루를 놓칠 정도의 어마어마한 격통으로 그를 집어삼켰다.
“크아아아악?”
도대체,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이런 부상을 입었다면 당연히 자신이, 하다못해 성흔이 감지하기 마련일 터인데.
여태까지 아무런 이상도 없었고, 고통도 없었는데 갑자기 왜 이런 부상을 입게 되었단 말인가!
“우리 같은 부류는 큰 상처보다 작은 상처를 조심해야 해.”
“크윽!
무, 무슨 소리를···.”
“몸을 너무 혹사시키거든.
그래서 아주 작은 상처도 순식간에 벌어지고 찢어져 결국에는 근육을 망가트리는 치명상이 되니까 말이야.
냐앙.”
그렇게 말하며 리아는 허리를 살짝 숙이며 뭔가를 손가락으로 긁고 지나가는 듯한 모습을 취해보이고는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머금는다.
순간 프리드릭은 그녀가 무슨 상황을 설명하는지, 어떤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바로 눈치 챘다.
조금 전 자신의 회심의 일격을 간발의 차로 회피한 리아.
그런데 그건 간발의 차로 공격을 피한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틈 사이로.
정말이지 찰나라고 밖에 할 수 없는 바로 그 순간 드러난 프리드릭의 빈틈을 그대로 베고 지나갔다는 소리였다.
처음에는 아주 작은 상처이니 자신도, 그리고 성흔도 미처 신경 쓰지 못 했을 것이다.
당장 눈앞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고 잡생각 한 번에 바로 목이 날아가는 속도전이니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그렇게 온 신경을 다 써서, 온 힘을 다해서 몸을 놀리다보니 처음에는 살짝 베이기만 했던 상처가 버티고 버티다 결국 그가 결정적인 공격을 위해 크게 쓰는 순간 찢어지고 만 것이다.
‘설마 이것까지 노리고서!’
프리드릭은 침음을 내뱉으며 급하게 상처를 살폈다.
목숨이 위험해지는 상처는 아닐지 몰라도 근육이 상했으니 이쪽 팔은 마음대로 쓰기가 어렵게 되었다.
이리 되면 자신의 장기인 두 자루의 길이가 다른 쌍검술은 완전히 막히게 되는 터.
어쩔 수 없이 그는 남은 한 자루의 장검으로 승부를 보기로 결정을 내렸다.
챙!
채챙!―
쌍검술을 쓰지 못 한다고 해서 프리드릭이 약해진 건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그는 처음 검을 쓸 때만 해도 다른 자들과 마찬가지로 검 한 자루만 사용하여 중급 기사의 자리에까지 오른, 나름 전도유망한 기사였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성흔 보유자를 찾던 천족들에게 발견되었고, 그들에 의해 성흔의 힘을 조금씩 키우며 검 한 자루보다는 단검 한 자루를 더해서 두 자루를 사용하여 적을 상대하는 편이 자신의 모든 것을 끌어내기에 가장 적합하다는 의견을 수용했을 뿐이다.
“핫!”
그의 손에서 검이 우아한 선을 그리며 리아에게로 날아든다.
거리가 너무 지척이었고, 피하기에는 그의 공격 속도 역시 만만치 않은 게 아니라 결국 리아도 어깨에 옅지만 긴 검상을 입고 말았다.
“···냐앙.”
마지막 순간에 어깨를 안쪽으로 밀어 넣어 아예 잘려나가는 건 막았지만, 공격을 완벽하게 회피해낼 수는 없었다.
리아 역시 몸을 제대로 써먹어야 제 실력을 낼 수 있으니 이런 작은 부상도 공방 몇 번만 주고받으면 프리드릭처럼 크게 벌어지거나 찢어질 것이 자명했다.
그런 점을 잘 알고 있기에 프리드릭은 상당히 여유로운 표정으로 리아를 응시하며 이번에는 네가 먼저 들어와 보라는 듯 검을 까딱였다.
“···.”
꿈틀―.
그 도발하는 모습을 본 순간, 리아의 한쪽 눈썹이 위로 솟구쳤다.
“···김유현도 그런 짓은 안 했어.”
“뭐라고?”
“그런 도발은 한 적 없다고.”
김유현이 도대체 누구인데, 라고 프리드릭이 반사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순간이었다.
“억!”
콰지지직!―
바로 눈앞을 스치고 지나가는, 시퍼런 살기를 머금은 손톱.
그 뒤로 푸른 뭔가가 번쩍이며 온몸에 오소소 소름이 돋아난다.
‘뭐, 뭐야.
이거.
방금 그건 도대체···.’
그 이상 생각할 틈도 없이, 프리드릭은 섬광처럼 날아드는 공격들을 막아내고 회피하느라 진땀을 빼야만 했다.
여태까지의 공격들은 간을 보기 위한 것에 불과했다는 듯, 도저히 종잡을 수가 없는 기이한 움직임으로 프리드릭을 압박해오는 리아.
똑같은 부상을 입고, 똑같은 상황에 쳐했으며, 똑같이 상처가 점점 벌어지고 있음에도 그녀의 움직임은 오히려 가면 갈수록 더 빨라졌고 더 날카로워졌다.
앞에서 공격이 날아드는 것 같으면 갑자기 옆구리를 노리고, 분명 뒤에서 공격하는 걸 느껴서 몸을 돌리면 역으로 정면을 바라보며 배에 긴 자상을 남기려고 한다.
정신없는 속공의 연속, 공격과 허수의 절묘한 조화.
무엇보다 이런 싸움이 익숙해도 너무 익숙하다는 듯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진입과 그 직후 몸을 빼내는 실력까지.
‘빌어먹을, 도대체 어떻게 되먹은 여자인 거야!’
프리드릭 자신도 실전 경험을 많이 쌓은 자이기에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저 몸놀림만 좋은 것 같은 이 묘은족 여인이 자신보다 더 한 실전 경험을 쌓은, 그보다 더 나아가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계속해서 곡예를 펼치던 이라는 것을 말이다.
공격을 찔러 넣고 몸을 돌리는 그 간발의 차에 허수를 던지는 모습이나, 바로 눈앞을 스쳐지나가는 검을 보고도 두려워하는 기색은커녕 놀라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미소를 머금는 것이 마치 뭔가와 프리드릭의 공격을 비교하는 것 같기까지 했다.
‘이런 식이면 열에 아홉은 내 패배다.
더 큰 부상을 입히든, 아예 치명상을 주든 해야 해.’
프리드릭은 공세를 슬쩍 접고 방어로 전환한 후 리아의 종잡을 수 없는 움직임 속에 그래도 무의식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부분을 파악하려고 했다.
그리고 곧 리아가 자신의 틈이 생길 때마다 부상을 입은 팔 쪽을 노리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거다.’
휘청!―
수십 번의 공방을 주고받은 후, 프리드릭은 리아가 하던 것처럼 아주 정교한 속임수를 쓰기로 했다.
몸을 과하게 쓰면 쓸수록, 속도를 높이면 높을수록 몸에 가는 부담은 배로 심해지고 상처는 점점 벌어지고 찢어지기 마련이다.
순수한 속임수만으로는 상대방을 속일 수 없으니 거기에 눈에 진짜로 보이는 것을 내어주고 그 안에 허수를 섞기로 한 프리드릭이었다.
여태까지는 상처가 더 벌어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지만 이번에는 이를 악물고서 팔을 더 크게 휘둘렀고 곧 상처가 더 벌어지며 피가 튀어나온다.
그걸 이겨내는 듯 공격을 내지른 후 부상으로 인한 몸의 경련을 수습하려 몸을 돌리며 그 찰나의 시간에 몸이 흔들리는 속임수를 던진 것이었다.
“···!”
반짝!―
리아의 두 눈에서 불빛이 번뜩였다.
속도와 속도의 싸움, 그야말로 찰나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싸움에서 저 조그마한 흔들림도 생사를 가르는 경계선이 되기 마련이다.
해서 그녀가 그 틈을 이용하기 위해 안으로 파고드는 순간, 프리드릭은 상처가 벌어지는 고통과 부담을 이겨내며 몸으로 숨기고 있던 반대쪽 손의 검을 내질렀다.
들어간다면 아무리 못 해도 함부로 공격을 할 수가 없는 중상을 입을 공격.
하지만, 몸에서 붉은 피가 튀며 비명을 내지른 쪽은 프리드릭이었다.
“크아아악?”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분명 완벽한 속임수, 넘어갈 수밖에 없는 허수를 던졌는데.
상대편조차 그대로 넘어간 듯한 모습을 보였는데 어찌하여 자신의 수가 읽혔던 말인가?
턱―.
리아의 손톱이 가슴 위에 얹히는 것을 보며 프리드릭은 끝을 예감했다.
“역시 김유현이 더 강해.”
푸확!―――――――작품 후기―――――――
유다희 냐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