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411)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411화(411/439)
411―――――
가망 없음
시온이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구성한 최고 수준의 엔트리.
그들이 적들과 싸우는 장면을 눈앞에서 직접 봤다면, 감독이라 할 수 있는 시온은 아마도 ‘이게 뭐야?’ 라고 두 눈을 껌뻑이며 실망했을 지도 모른다.
소설 속 내용 하나, 하나를 전부 떠올려서 아주 긁어모으다시피 할 정도로 모은 엔트리가 예상 외로 너무 약해서가 아니라 반대로 그들이 상대하는 적들이 약해도 너무 약하다는 것 때문에 말이다.
사실 시온이 하나 놓치고 지나간 부분이 있었다.
그가 천족들의 계획에 계속해서 재를 뿌리고, 원래는 그들에게 가야 할 인원을 빼돌리고, 당연히 망해야 했던 히스파냐 동부, 북부, 남부를 전부 원상태 그대로 유지하고, 심지어 누디아까지 그들 마음대로 조종하게 하지 못 하게 했던 일들.
그것들이 천족들의 시간과 노력을 그쪽 방향으로 더 가게 만들어버리는 바람에 원래 소설에서 천족들의 도움을 받아 최상위 천족 급으로 강해져야 했던 성흔 보유자들이 너무 뒤늦게 발견되고 또 준비되는 결과를 야기한 것이었다.
본래 소설에서는 성흔 보유자, 즉 ‘칠익’ 들이 몸 상태가 다 회복되기 전의 김유현과 동급으로 표현되며 파워 밸런스를 맞춰가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었다.
소설에서는 작가의 급한 투입으로 인하여 설명 생략이 되었지만 누디아와 히스파냐가 무너지고 있을 때 천족들이 그들을 찾아내서 성흔을 다루는 것에 보다 익숙하게 준비하여 이후 과업을 완수하는 성전에 투입했던 게 본래 내용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시온에 의해서 천족들이 준비했던 일, 준비하던 일, 준비하려고 했던 일 전부가 완벽하게 틀어지며 히스파냐는 고사하고 누디아조차 다 먹어치우지 못 한 상황이 되었다.
당연히 그것들을 정리하고 또 해결 방안을 찾느라 성흔 보유자들을 단련시키는 건 고사하고 그들을 찾는 것에 신경조차 제대로 쓰고 있지 못 했던 것이다.
이미 죽거나 포로로 잡힌 엔리, 류는 그나마 미리 찾았던 인물이었기에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다지만 현재 연합군과 싸우고 있던 프리드릭, 바데, 그리고 샨츠는 소설에서 표현되던 무력보다 한참 미치지 못 하는 상태였다.
“크아아악!”
소설에서 등장했던 성흔 보유자, ‘칠익’ 들은 굳이 따지자면 상위 천족과 최상위 천족의 그 사이에 머물고 있는 강자였다.
허나 지금은 시온에 의해 천족들이 그들을 제대로 준비시키지 못 했고, 성흔을 다루는 것까지는 무리가 없으나 자신과 동급이거나 더 강한 자들과의 실전이 너무나도 부족했다.
쉽게 말해서 ‘성흔’ 이라는 무기는 정말 강력한데, 그걸 휘두르는 ‘보유자’ 가 정작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으니 전투에서 밀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끄윽!
아아악!”
성흔 보유자, 샨츠는 칼로 쑤셔지는 듯한 고통에 몸을 떨며 이를 악물었다.
분명 자신의 몸에 닿은 공격은 아주 조그마한 불꽃이 전부였는데, 바로 그 순간 벼락이 몸에 꽂히는 듯한 감각이 들며 그대로 머릿속이 진탕이 되어버렸다.
촤아악!
촤악!―
정신 차리라는 듯 성흔이 일렁였지만 샨츠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분명 자신과 같은 성흔 보유자라는데, 어째서 이렇게 차이가 난단 말인가!
성흔 사이에는 딱히 뭐가 강하고 약하다는 게 없다는 데 어째서 밀리고 있는 건가!
“뭐야.
저번에 붙었던 류라는 놈이 더 강한 거 같네.”
쫘아악―.
손에 쥐고 있던 불길로 이루어진 채찍을 잡아당기며 트리샤가 으스스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녀도 샨츠처럼 성흔끼리는 차이가 없다는 걸 제 성흔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기에 최후의 전투이니만큼 평소보다도 더 긴장을 했었다.
만에 하나 방심하다가 적한테 패배하거나 죽는다면 시온을 볼 낯이 없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도대체 뭐 이리 약하냐고.
내가 생각하던 그런 게 아니잖아.’
트리샤는 불만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않으며 쯧, 하고 혀를 찼다.
사실 당연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 트리샤를 포함한 모든 ‘시온 엔트리’ 의 구성원들은 길게는 1년이 넘는 기간, 짧아도 반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김유현에게 철저하게 훈련되었다.
원래 소설 내용과는 달리 시온 덕분에 마음고생 할 일도 없고, 부상을 입을 일도 없고, 오히려 무척이나 안정된 심리 상태를 바탕으로 몸의 회복 속도가 배는 더 빨라져서 이미 원작 흐름의 김유현을 아득히 뛰어넘은 그 전술핵 ‘김유현’ 에게 말이다.
이미 20대에 상급 기사의 경지에 오른 리시키다, 라이도의 재능을 물려받은 루시아.
수인의 성흔 보유자라 할 수 있는 리아, 마찬가지로 성흔을 보유한 트리샤.
거칠고 험한 북쪽에서 단련된 몸에 기연까지 얻어 상급 기사 급으로 강해진 쟌.
그 여인들 모두가 그 김유현에 의해 단련되고, 또한 연마되어서 바로 이 전장에 풀어졌다.
결과는 불 보듯 뻔한 것, 안전 자산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당연한 것이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자가 이렇게까지 준비를 했는데 그럼에도 위기 상황이 닥친다면 그거야말로 진정한 ‘밸런스 붕괴’ 가 아니겠는가?
“으아아악!”
샨츠는 원래 하던 대로 수많은 물보라를 일으켜 트리샤를 공격했다.
보기에는 지극히 평범한 물장난으로 보이겠지만, 제대로 적중 당한다면 마차에 치이는 것 그 이상의 충격을 받게 되는 건 물론이고 체온까지 삽시간에 낮춰 말 그대로 상대를 얼려 죽일 수도 있는 게 바로 그의 성흔이다.
한 곳에 집중되는 점 공격이 아닌, 전방위에서 들어오는 면 공격.
원래 어부로 생활하던 샨츠였기에 그물을 뿌리듯 물보라를 일으키는 것이야 밥 먹는 것보다 쉬운 일이었고 천족들도 얼마 전 그를 간신히 찾아낸 후 성흔을 다루는 걸 보고서는 큰 문제가 없다고 안심을 했었다.
이대로 전투에 나간다면 별 어려움 없이 적을 제압하고 성전을 방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짜증나게.
난 엄청 대단한 놈 잡으려고 왔는데.
그래서 시온님께 내가 이런 놈도 잡을 수 있다고 자랑하려고 했는데 뭐 이딴 병신 같은 애새끼가 걸린 거냐고!
좆같네, 진짜!”
하지만 트리샤 입장에서 저 공격은 김유현이 재채기하는 것보다도 위협을 주지 못 하는.
정말 그녀의 말마따나 애들 장난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한심스러운 자태였다.
싸울 힘이 있으면 뭐하고 능력이 있으면 뭐하는가.
정작 싸워야 하는 이유도 모르고, 싸울 마음도 제대로 갖추지 못 한 놈인데!
이미 이쪽은 반드시 싸워 이겨야 하는 이유를 수 십 가지는 찾아둔 후인데 말이다!
촤아아아악!―
겉보기에는 그저 물을 가르고 나오는 모습으로 보이겠지만, 그 안에 깃든 힘에 의해 트리샤의 육체에 분명 둔중한 충격이 전해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트리샤는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으로 그저 손에 두르고 있던 불길을 돌려 제 체온을 흡수하던 알갱이들을 전부 태워 한 줌 재로 만들어버렸다.
‘김유현한테 얻어맞는 게 한 20배는 더 아프겠어.
이건 때리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진짜 장난을 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성질만 더 돋우는 데에만 뭐가 있다니까?’
이미 모든 것이 철저하게 어그러진 상황, 그나마 이들이 버틸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시온이 본격적으로 움직이지 않아서일 뿐이었다.
천족들이 여태 가지고 있던 명분, 사회적 위치, 지지 세력까지 전부 시온이 가져갔다.
원래라면 천족의 말에 껌뻑 죽어야 할 요정들은 대립하여 갈라졌고 수인들은 천족들이 바라는 세상과 자신들이 원하던 낙원이 다르다는 걸 깨닫고는 바로 등을 돌렸다.
모든 것을 잃고 휘청거려야 했던 히스파냐는 멀쩡하다 못해 힘이 넘쳐나고, 진작 불타 사라져야 했던 누디아는 바로 지금 눈앞에서 항전에 항전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망했다, 그래.
그 단어 하나로 모든 것이 정리될 것이다.
이 세상에 정말 신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이미 시온 클라우젠이 새로운 ‘시온 클라우젠’ 으로 바뀐 순간 모든 것을 그에게 넘겨준 후였으니까 말이다.
“오지 마!
오지 마아악!”
작살을 던지듯 성흔의 힘으로 만들어 낸 창들을 마구 내던지는 샨츠.
허나 제대로 마음을 먹고 던져도 상대편은 ‘김유현 손가락이 더 빠르겠어.’ 라고 조롱할 판국인데 이미 다 무너진 정신 상태로 뭐가 될 수가 없는 게 당연했다.
“아, 시발.”
시온 앞에서는 어떻게든 이런 말투를 쓰지 않으려고 참는 트리샤였으나 전투에 들어가서 성흔이 날뛰게 되면 그녀도 더는 주체할 수 없었다.
가슴 속에서 날뛰는 불꽃과 벼락, 그리고 오른손, 왼손을 번갈아가며 날뛰는 흑염룡까지.
그녀는 시온이 아니었다면 아마 자신은 반드시 죽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오직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야 할 남자에게 선물을 바치기 위해 시뻘건 불꽃을 온 몸에 둘렀다.
“그냥 뒈져.”
치이이익!―
열기에 닿는 족족 사라지는 물보라들.
그 사이로 실핏줄처럼 퍼져나가는 샛노란 전격들.
트리샤는 별 시답잖은 것에게 발이 묶여 더 많은 공을, 더 많은 선물을 바치지 못 할 것을 염려하며 마지막 남은 성흔 보유자의 심장에 제 불꽃과 벼락을 쑤셔 넣었다.
―
분명 제대로 들어갔다.
몇 번을 연습한 대로, 상대방을 붙잡아서는 그대로 메다꽂았다.
어지간한 실력자라도 이 정도 충격이면 잠깐이나마 흔들리는 골을 붙잡으며 조금 흔들리는 기색이라도 보이기 마련일 텐데.
“핫!”
오싹해지는 기분에 루시아가 다급히 몸을 데굴데굴 구르며 벗어남과 동시에 루의 손길이 정확히 그녀의 목이 있던 자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언뜻 보면 꽃 하나 꺾으려는 손짓으로 보일 지도 모르겠지만 김유현과의 대련으로 인해 어느 정도 강자의 기운을 느낄 수 있게 된 루시아는 그 가벼워 보이는 손짓 하나만으로 제 목을 비틀어버릴 수 있음을 직감했었다.
만약 저 손에 잡혔다면 느낄 새도 없이 살해당했을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하다하다 이런 식으로 떨어질 줄은 몰랐군.”
루는 제 몸에 묻은 흙을 털어내며 상당히 기분이 나쁘다는 듯 중얼거렸다.
최상위 천족인 자신이 인간의 마법에 잠깐이나마 몸이 묶인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치욕스러운데 이번에는 인간 여인한테 붙잡혀서 공중에서 이탈되기까지 했으니 비교적 온건한 루라고 해도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샤이엘라는.’
제 동생이면서 동시에 자신을 속여 이런 굴욕을 안겨 준 원흉을 찾은 루는, 이미 그녀가 이 자리를 이탈해서 다시금 신성 프러센 군으로 뛰어들어 요정들과 천족들을 잡아 죽이고 있는 샤이엘라를 볼 수 있었다.
자신을 떠받들던 신성 프러센의 병사들이나 요정들은 그렇다 쳐도 한 때는 동족이었던 천족까지 쳐죽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루는 기가 막혀 한숨만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무슨 한숨이람?
왜.
죽을 것 같으니 안타까운 거야?”
싸우고 싶어도 일단 싸움에 들어가면 피아를 구별하기를 싫어하기에 김유현에 의해서 전쟁터에서 물러나있던 에카테리나가 송곳니를 드러내며 모습을 드러낸다.
김유현한테 한 번 제대로 깨져본 후 아무래도 먹다가 배 터져 죽을 것 같은 진미보다는 그보다 맛은 조금 떨어져도 충분히 먹을 만한 또 다른 진미로 시선을 돌린 것이었다.
“그래.
용인족이 하나 끼어있다고 들었는데 왜 모습을 드러내지 않나 싶었다.”
원래는 샤이엘라의 손에 있었으나 그녀가 그걸 포기했기에 다시 원래 주인의 손으로 돌아온 창을 고쳐 쥐며 루는 미소를 지었다.
여전히 귓가에서는, 그리고 머릿속에서는 샤가 연신 자신에게 하던 설득의 말들이 아른거렸으나 이제 와서 자신들의 모든 과오를 인정하고 고개를 숙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제 자신들에게 남은 건 모든 것을 껴안고 다만 싸우다가 산화하든, 아니면 이겨서 자신들이 영원히 빛으로 기억되든 둘 중 하나일 뿐이었다.
차도 샤가 이전과는 달리 상당히 망설이고 있다는 걸 느꼈는지 그녀에게 1선을 맡기는 게 아니라 후방에서 대기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괜히 흔들리고 있는 인물을 몰아세울 바에 차라리 뒤로 빼고 확실한 인원들을 데리고서 승부를 보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다행이군.
혹시나 해서 내가 남아있었는데, 이런 자들이 신성 프러센의 인간들이나 요정들, 그리고 동족들을 공격했다면 오히려 큰일이 날 뻔 했다.’
당장 용인부터 시작해서 슬금슬금 주변으로 모여드는 여인들은 하나 같이 상위 천족과 동급으로, 심지어 그보다 조금 더 강해보였다.
자신이 다른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김유현을 상대하기 위해서 이곳을 이탈했다면 저 실력자들이 그대로 아군을 휩쓸었을 것이다.
김유현에 대한 부분은 차 본인이 다섯이라면 충분하다고 했기에 믿어보기로 한 루였다.
전투 부분에 있어서는 자신보다 한 수 위라고 할 수 있는 차가 한 말이었으니까 말이다.
촤아악!―
루가 내지른 첫 일격에 그대로 에카테리나의 옆구리가 찢어졌다.
이쪽은 가볍게 내지른 공격이고 상대는 이를 악물며 몸을 틀었음에도 이 정도 수준.
확실히 천족이 보유한 최고 전력다운 무력이었다.
용인들의 회복력이 뛰어나다는 거야 루도 확실히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의 피해라면 눈 깜짝할 사이에 바로 회복할 수는 없을 터.
해서 그는 창대로 그녀를 밀쳐낸 후 자신의 등판을 노리고 달려들던 푸른빛의 섬광을 향해 마력을 가득 담아 그대로 쏘아 보냈다.
“냐앙?”
덕분에 리아는 식겁을 하며 다급하게 그걸 회피해야만 했다.
아무리 번개의 선택을 받은 아이라고 해도, 몸이 튼튼하다고 해도 그 이상의 피해를 받으면 당연히 다치고 그 부상이 심하면 죽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루가 쏘아 보낸 마력은 정면에서 부딪쳤다가는 그대로 팔 하나는 완전히 사라질 정도의 힘이 깃든 수준이었다.
“리아!”
엄청난 속도로 달리다가 피하기 위해 몸을 틀었으니 당연히 균형이 흐트러지게 된다.
말 그대로 이상한 방향으로 튕겨져 나가던 리아를 재빠르게 받아든 루시아는 괜찮냐는 뜻으로 그녀의 등판을 두드렸다.
“상당히 성가신 인간들이구나.”
루는 혀를 차며 루시아와 리아, 그 둘을 한 번에 제거하려는 듯 창을 고쳐쥐었다.
그리고 있는 힘껏 그것을 내던지려는 순간 갑자기 자신의 얼굴을 향해 똑바로 날아드는 뭔가를 확인하고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벌써?’
분명 마력까지 깃든 공격을 먹였다.
옆구리가 단순히 찢어진 수준이 아니라 그 회복조차 마력 충돌에 의해 늦춰질 것인데 어찌 된 일인지 에카테리나가 벌써 회복을 마치고 루를 노리고 달려든 것이었다.
결국 두 여인에 대한 공격을 접은 후 루는 에카테리나의 주먹을 손으로 붙잡았다.
콰아앙!―
순간 거대한 마력 폭발이 일어나며 주변에 엄청난 충격파가 전해진다.
그 중앙에서 이를 악물며 힘겨루기를 하던 에카테리나는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최상위 천족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네.
너무 멋지잖아.”
우득, 우드득―.
이를 악물고 있는 에카테리나와는 달리 루는 여전히 평온한 표정이었다.
그 평온한 얼굴로 에카테리나의 주먹을 천천히 눈앞에서 치워내며 루는 입을 열었다.
“우리 빛의 후예들 몇을 잡았다고 하여 스스로를 과신하는군.
같잖은 본능에 휘말려 야만적인 네놈들은 결코 우리들을 넘어설 수 없다.”
“그렇게 말했던 놈들 다 넘어섰었어.
걱정 말고 네 걱정이나 해.”
동시에 에카테리나는 입을 쩍!
하고 벌려서는 자신의 주먹을 막고 있던 루의 팔을 역으로 물어뜯었다.
설마 이런 공격까지 할 줄은 미처 몰랐다는 듯 인상을 찡그린 루는 창을 바닥에 꽂아놓고는 빈손으로 에카테리나의 안면을 그대로 후려쳤다.
우득!―
뭔가가 깨지고 흉하게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피를 흩뿌리며 에카테리나가 뒤로 나가떨어졌다.
루가 그런 용인족 여인에게 후속타를 넣으려는 순간, 인상을 찡그린 그는 자꾸만 자신을 성가시게 만드는 움직임에 혀를 찼다.
‘확실히 속도 하나는 빠르다.’
성흔 보유자였던 프리드릭보다도 더 빠른 움직임, 그리고 자신의 기세를 숨겼다가 일부러 드러내는 허수를 던지는 것에도 무척이나 익숙한 수인이다.
그 뿐만 인가?
그 사이에서 두 눈을 반짝이며 또 다시 자신에게 치욕 아닌 치욕을 안겨줄 준비를 하는 인간 여인까지, 루는 지금의 모든 상황이 심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딜 봐.
비둘기 자식아.”
심지어 에카테리나는 또 바로 몸을 일으켜서 공격을 퍼붓는다.
그 공격들을 일일이 피해내며 루는 도대체 어떻게 이 용인족 여인이 이리도 빠르게 일어날 수 있는지 의문을 표해야만 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 이유는 그녀의 몸에 깃들어 있는 또 다른 마력을 확인하고서 알 수 있었다.
“내가 어쩌다가 이런 짓까지!
나도 주먹 좀 휘두르고 싶단 말이다, 망할 놈아!”
비명을 지르며 계속해서 에카테리나에게 치료 마법을 시전하고 있는 라이도.
원래 회복 능력이 뛰어난 용인의 신체에 그 치료 마법으로서 자신의 재능을 알린 대마법사가 전담 마크를 하면서 치료 마법을 넣어주고 있으니 당연히 회복 속도가 상상을 초월하는 상태가 된 것이었다.
에카테리나의 장기인 회복 능력에 최고 수준의 치료 마법을 더한다.
시온이 생각한 강적 대적법 중 하나인 좀비 방패 작전이었다.
―――――――작품 후기―――――――
죽지 않아으아 아프다아으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