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412)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412화(412/439)
412―――――
가망 없음
양측의 군대가 싸우고 있는 곳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진 한적한 공터.
그곳에 한 명만으로도 어지간한 영지 하나는 손 몇 번만 까딱이면 지워버릴 수 있는 최상위 천족이 다섯이나 안착했다.
헌데 그 강자들의 얼굴에는 그 어떤 여유로움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내색은 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 사이로 언뜻 비치는 긴장감이 현재 이들이 얼마나 큰 싸움을 앞두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내는 중이었다.
터벅, 터벅―.
최고위 마족들조차 긴장할 이들을 상대로 너무나 여유 만만한 모습을 보이며 걸어오는 남자.
현 상황에서 가장 강한 적이기에, 다른 이들 같았으면 저들보다도 더욱 긴장한 모습을 보였겠지만 이 인간은 그런 모습 따위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당연한 일,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신이라도 오지 않는 이상 이 남자를 쓰러트리는 건 불가능할 테니까.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죽음마저 두려워 할 세계관 최강자이니까 말이다.
“원래 같으면 지금부터 하나씩 쳐내고 싶지만.”
김유현은 지극히 차가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는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내 마치 뭔가를 베듯 허공을 가볍게 갈랐다.
그러자 갑자기 그 앞으로 긴 검흔이 대지 위에 생겨나며 일(一) 자의 모습을 갖추었다.
“공자님께서 ‘예의상’ 그래도 경고는 하라고 하셨기에 해주겠다.”
그야말로 섬뜩하기 짝이 없는 눈빛, 목소리.
김유현은 검 끝으로 그 검흔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넘으면, 죽는다.
넘지 않으면, 산다.”
오만하다 못 해 광오하기까지 한 말이었다.
여태까지 그 어떤 존재도 최상위 천족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었는데 고작 인간 따위가 저런 오만방자한 말을 하고 있으니 천족들 입장에서는 조소를 머금어도 할 말이 없었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자신들의 동료였던 릴을 살해한 자다.
릴이 샤를 데리고 이탈하다가 뒤를 내주었다곤 하지만 그 뒤를 잡는 것도 엄연한 실력.
전에는 샤의 방어 태세까지 일격에 갈라냈다고 하니 비록 오만하다고 할지언정 그만한 강함만큼은 지니고 있음이 확인되었으니 섣불리 흥분할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도망가면 산다.”
하지만 김유현의 마지막 말은 대놓고 그들을 도발하는 것.
“하.”
가장 먼저 반응한 건 차만큼이나 극렬하기로 이름이 난 단이었다.
약간 앳된 얼굴을 지닌 소년처럼 보이는 그는 김유현과 비슷하게 무척이나 날이 선 눈매로 그를 노려보며 한쪽 입꼬리를 올린 채 말했다.
“이래서 인간들이 일찍 죽는 거지.
한 번 승리에 취해서 오만하게 굴다가 목이 떨어지니까.”
“목이 떨어진 자들의 동료가 그런 말을 하니 참으로 웃기는 농이군.”
“아, 그러셔?”
단은 그리 이죽거리며 김유현이 그어둔 선 앞으로 다가섰다.
그리고는 삐딱한 자세로 그 선을 넘을 듯 말 듯 굴며 이런 장난 따위로 뭘 하지 말라는 경고를 내비쳤다.
“이걸 넘으면 죽는다.
그러면 이런 선택지는 없나?
내가 이 선을 넘으면, 네가 죽는다.
라는.”
샥!―
그 말이 끝남과 거의 동시에 단의 모습이 그대로 사라졌다.
보통의 사람들은 물론이고 어지간한 실력자들조차 전혀 눈치 채지 못할 무시무시한 속도.
바람결은 물론이고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지만 김유현은 달랐다.
“···!”
먼저 공세에 들어간 건 단이었는데, 놀란 것도 역시나 단이다.
처음부터 자신의 공세를 다 읽고 있었다는 듯 아주 간단하게 자신의 기습을 회피하고는 그대로 부드럽게 검을 꺾어 그의 목을 정확하게 겨냥하고 들어오는 중이었던 것이다.
‘미친 인간이네.’
아마 이 자리에 자신 혼자만 있었다면 정말 릴처럼 어떻게 저항도 해보지 못 하고 그대로 목에 바람 구멍이 났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자신은 혼자가 아니었고, 릴처럼 앞이나 뒤, 옆을 봐줄 이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눈에서 이채를 띤 김유현은 바로 검을 접고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몸놀림으로 옆을 노리고 날아들던 혼의 공격을 회피해냈다.
동시에 그 다음 순간을 노리던 핀의 공격도 무리 없이 피한 후에 역으로 그녀의 틈을 노려 다리를 베려고 했으나 그 타이밍에 귀신 같이 들어와 방어를 해준 앤 덕분에 그건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다.
“···.”
아쉬움의 기색을 내비칠 틈도 없이 김유현은 자신의 뒤통수를 노리고 정확히 들어오는 차의 공격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하고서는 훌쩍 뒤로 물러섰다.
바람이 잠깐 부는 사이, 눈 깜빡할 시간, 불과 몇 초 만에 벌어진 일들이었다.
‘개개인의 실력은 확실히 내가 우위에 있다.
하지만 일대 다수의 싸움.
심지어 서로의 합이 마치 하나의 몸인 것 마냥 아주 자연스럽군.’
한 번, 한 번의 공격이 모두 자신의 신체에 충분히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 실력과 무력을 보유한 자들이 단순히 개인별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누구는 공격을 하고, 누구는 방어를 해주며 또 다른 이는 반격을 해주고 다른 이는 틈을 만든다.
모든 행동이 물 흐르듯, 아니 그보다도 더 자연스럽고 유기적으로 이어진다.
마치 쉴 틈 없이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그 사이에 끼어 들어가면 흔적도 없이 찢겨져 사라질 것처럼 말이다.
‘6초식.’
그렇다면 하나씩 들어가는 공격이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돌아가는 공격이면 어떨까.
그 어느 때보다도 충만한 마력을 끌어 모은 후 김유현은 가볍게 검을 내질렀다.
‘난.’
검에서 토해져 나오는 휘광이 눈이 부시도록 찬란하게 빛나며 바스러진다.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그 빛의 파도 속에서 단은 저도 모르게 ‘와.’ 하고 진심으로 감탄하고 말았다.
“뭘 감탄만 하고 있어요?”
바로 그 자세를 지적한 앤이 자신의 모든 마력을 끌어올려 방어막을 쳤다.
그 위에 핀이 자신의 마력을 이용하여 보조 마법진을 형성하고 혹시나 방어막이 깨진다거나 그 틈을 노린 김유현의 기습을 방어한다.
“단!”
“알고 있어!”
차의 외침에 단은 바로 힘차게 대지를 박차며 날아올랐다.
동시에 그의 뒤에서 혼이 김유현을 향해 마찬가지로 원거리 공격들을 날리고, 바로 직후 차가 단을 잡아들고는 상대방에게로 돌진해 들어간다.
바로 그 순간, 검에 쏠려있던 휘광이 사방으로 폭발하며 감히 상상도 못 할 엄청난 마력 폭풍을 전개해냈다.
“크아아악?”
“···미친 인간.”
차의 입에서 욕설인지 칭찬이 모를 단어가 튀어나오자 비명을 지르던 단은 기가 막혀서 그만 웃음을 내뱉고 말았다.
누구보다 천족, 빛의 후예라는 부분에 있어 자부심을 가지고 다른 종족들은 생명체 취급을 하는 것조차 싫어하던 그가 이런 식으로 상대방을 인정하는 게 정말 신기했던 것이다.
“들어가!”
그나마 혼이 날린 공격들이 그 휘광들을 일부 상쇄해주며 차와 단에게 길을 뚫어준다.
두 최상위 천족이 혼의 고함에 정신을 차리고 김유현에게로 쇄도해가는 순간, 그 다음 이어진 한 줄기 섬광이 그들의 목과 허리를 노리고 날아든다.
“멈추지 마요!”
휘광을 막는 것처럼 보였던 앤과 핀의 방어막이 그대로 튕겨져 나가 차와 단의 앞으로 날아오던 섬광과 부딪친다.
그러자 와장창!
하는 소리와 함께 서로의 마력들이 깨져 흩어지고 휘광들 사이로 아주 찰나의 틈이 벌어졌다.
차는 바로 그 순간을 노리며 더욱 속도를 높였고, 김유현 역시 상대들이 개개인으로는 승리할 수 없음을 바로 인정하고 완벽한 협업으로 자신을 상대하려 한다는 걸 깨달았다.
어차피 피한다는 건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던 김유현이었기에 6초식에 이어 4초식까지 펼친 후 검을 고쳐 잡곤 겁 없이 자신에게로 뛰어드는 두 천족을 일격에 베기 위해 몸을 날렸다.
“차!”
바로 그 순간, 정확히 차와 단에 의해 모든 기운을 숨기고 모습까지 가린 채로 뒤를 따라오던 혼이 손에 들고 있던 창을 앞으로 내질렀다.
상대방의 육신이 아니라 그 병장기부터 맞이하게 된 김유현은 혀를 차며 검기를 방출해 그 공격을 상쇄하는 순간, 앤이 날린 방어막의 뒤에 바짝 붙어 역시나 무서운 기세로 날아든 핀이 검을 쥐고는 김유현을 아래에서부터 두 동강 내겠다는 듯 거칠게 위로 그어 올렸다.
“미친?”
하지만 곧 핀은 욕설을 내뱉으며 비명을 토해냈는데,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기습을 김유현이 단순히 손으로 검신을 쳐내는 것으로 궤적을 바꿔버린 것이었다.
조금만 계산이 엇나가도 그대로 손이 잘려나갈 텐데 그걸 김유현은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실행했고 애당초 실패할 가능성 따위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는 듯 성공해버렸다.
덕분에 완전히 무방비 상태가 된 핀이 그대로 김유현의 손아귀에 붙잡히려는 찰나.
차의 손이 김유현의 팔목을 붙잡아 반대편으로 밀어내며 그것만큼은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덕분에 김유현과 거리가 좁혀진 차는 김유현의 공격을 받아낼 수밖에 없었고, 곧 옆구리에 작렬하는 엄청난 충격과 고통에 그는 언제 질렀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비명을 냈다.
“커어어억!”
최상위 천족의 육체, 더해서 마력으로 보호받고 있는데도 그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인간의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발차기 한 방에 외부고 내부고 완전히 진탕이 되어버렸다.
“숙여, 차!”
그래도 그 덕분에 김유현의 검은 물론이고 손도 발도 닿지 않는 사각지역까지 다다른 단이 자신의 주무기인 도끼로 막 김유현의 정수리를 쪼개려 그걸 휘두르는 순간이었다.
쉬이익!―
‘역시나!’
혼이 자신들에게 말했던, 눈에 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던 일.
김유현이라는 인간 남자가 마음대로 조종한다는 그 검이 정말 눈앞에서 날아다니고 있었다.
마치 살아있는 한 마리의 생물처럼, 자신의 적을 향해 적의를 품을 줄 아는 존재처럼 살기를 번뜩이며 자신의 심장을 겨누고 정확히 날아드는 그 검을 바라보며 단은 뭐 이딴 인간이 다 있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다.
“꺼져요!”
물론 그에 대한 대비도 철저하게 되어 있었다.
방어막을 자신을 보호하는 데 사용한 게 아니라 김유현에게로 육박하던 차와 단을 위해 소모했기에 몸에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앤이었지만 그녀 덕분에 김유현의 어검술은 앤에게 가로막혀 제 주인을 그 정신없는 미로 속에서 빼내는 것에 실패하고 말았다.
‘많다.’
적들이 자신을 상대하는 방법은 오직 하나, 이런 식으로 야금야금 갉아먹어 피해를 누적시켜 지치고 피로하게 만든 다음 없는 빈틈을 억지로 만들어 그 사이로 치명타를 찔러 넣는 것이리라, 김유현은 그렇게 확신했다.
개개인의 실력이 그렇지 않아도 뛰어난 이들이 개인 공격이나 행동은 철저히 자제하고 오직 협동하여 자신을 얽매고 거리를 좁혀 공격하고 방어하는 것에 집중한다.
자신의 눈에 비치는 약점은 다른 이가 바로 덮어주고 그 틈을 공격하려 하면 반대로 다른 자가 자신의 공격이 더 나아가지 못 하도록 방해한다.
그걸 무시하고 하나를 제거하려 하다가는 보다 더 큰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금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이것은 하나의 잘 짜인 진을 상대하고 있는 곳과 매우 흡사했다.
‘말로만 듣던 원앙진을 보는 것 같군.
공격을 한다면 오직 공격에만 집중하고 방어는 다른 이가 대신 해준다는 믿음으로 절대 망설이지 않아.
놈들이 뭘 원하고, 뭘 생각하는지 훤히 보이는데 섣부르게 분쇄할 수가 없다.’
김유현은 속으로 혀를 차며 일단 가장 자신에게 근접해있던 차부터 멀리 떨어트렸다.
이 쉼 없이 돌아가는 진형 속에서 오래 있어봤자 자신에게 득이 될 게 하나도 없다는 걸 바로 깨닫고는 이들이 무슨 짓을 하기 전에 바로 거리를 벌린 것이었다.
“후우.”
“하아···.”
“뭐 저런 괴물이 다 있어?
뭐야, 저 인간?”
“내 말이 그 말이야.”
김유현과의 거리가 떨어지자 최상위 천족들이 한 마디씩 내뱉는다.
순수한 감탄, 그리고 기가 막히다는 탄식.
가장 저열하다고 생각했던 인간이 어쩌면 이리도 강할 수 있는 것인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대응해야 하는 거야.”
핀이 조금은 불만스럽다는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자신들도 최상위 천족, 당연히 나름 자존심이라는 게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막상 하고 있는 건, 펼치고 있는 건 아주 완벽한 일대 다수의 전투.
이건 같은 천족이 봐도 결코 명예롭다거나 빛의 후예가 벌이는 성스러운 싸움이라고 보기가 힘들었다.
“착각하지 마라.
여기서 저 남자를 상대로 이기지 못 한다면.
설사 이긴다고 해도 우리들이 큰 피해를 입고 더는 전투가 불가능해진다면 어찌 되었든 우리들의 패배다.
불만 있어도 참아라.
어차피 저 인간도 결국 죄인들과 함께하는, 타락한 자일 뿐이다.
저런 놈에게 차려줄 예의 따위는 없어.”
차의 냉혹한 대답에 핀은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뭐라고 중얼거렸지만 딱히 그의 말이 틀린 건 아닌 지라 뭐라 대놓고 반항하지는 못 했다.
실제로 이렇게 철저하게 각자 할 일을 분담하여 공격을 하는데도 이 정도인데, 개개인별로 싸웠다고 생각하면 아마 릴 때처럼 하나씩 하나씩 저 남자에게 살해당했을 것이다.
상당히 기분 더럽고, 짜증나고, 조금은 부끄럽지만 바로 이 방식으로 최고위 마족들도 별 다른 피해 없이 하나씩 잡아 죽인 것이니 별 다른 반발은 더 나오지 않았다.
“다시 간다.
집중해라.
우리가 이러고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동족들이 더 고통 받는다.
우리들의 자존심이나 명에는 잠시 접어두고 다만 죄인들에 대한 분노와 과업에 대한 갈망만을 생각하며 전투에 임할 수 있도록.”
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이들이 다시금 김유현을 향해 포위망을 좁혀 들어간다.
이번에는 순서를 바꿔 혼과 단이 가장 앞에 서서 김유현의 공격을 받아내고 핀이 그를 괴롭히며 억지로 빈틈을 찾으며 앤이 역습을 준비하고 차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
단이 가장 먼저 내지른 공격은 역시나 김유현에게 막혔으나 다음 이어진 핀의 일격이 가볍게나마 김유현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순간 두 눈에서 분노의 빛을 보인 김유현이 그대로 그녀의 숨통을 옥죄려는 순간 간발의 차로 차가 그 공격을 막아냈고 앤이 그를 도와서 김유현에게서 핀을 떨어트려 놓았다.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괴수를 잡기 위한, 완벽하다는 말 외에는 나오지 않을 정도의 움직임을 자랑하는 최상위 천족들.
최고위 마족들을 바로 이런 방식으로 잡아낸 그들이었기에 김유현이라는 초대형 거물을 상대로도 무난하게 버틸 수 있었다.
물론, 위기는 항상 그들을 예고도 없이 덮쳐왔다.
“흐윽?”
목을 스치고 지나가는 어검에 핀은 저도 모르게 비명을 내질렀다.
조금만 늦었어도 그대로 목에 붉은 선이 생기고 곧 시뻘건 핏물이 울컥울컥하고 흘러나왔을 테니까 말이다.
“차!
너한테 간다!
조심해!”
한창 김유현과 근접전을 벌이던 차는 뒤에서 날아드는 경고에 바로 대비를 했다.
그런데 갑자기 느낌이 이상한 것이, 그는 이 공격을 피했다가는 역으로 더 큰일을 당할지도 모르겠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불과 몇 초의 고민 끝에 차는 김유현의 어검을 피하지 않고 그냥 어깨를 내어주기로 했다.
그리고 그 결정은 참으로 현명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뭐, 뭐야?”
“두 개라고?”
차가 몸을 틀어 첫 번째 공격을 피했다면, 바로 그 틈에 또 다른 어검이 그대로 차의 허리를 가르고 지나갔을 것이다.
최상위 천족들도 미처 눈치 채지 못 한 사이에 김유현이 두 번째 어검을 사용한 것이었다.
‘도대체 어쩌다가 신께서는, 빛께서는 이런 괴물을 빚으셨단 말인가?’
오죽하면 그런 생각까지 들 정도로, 정말 이 김유현이라는 남자는 그냥 말이 안 되었다.
다섯 명의 최상위 천족이 숨을 고를 틈조차 주지 않고 공격과 방어를 완벽하게 실행하는 와중인데도 그는 긴장했다거나 지친다는 기색을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또 가소롭다는 표정도 짓고 있지 않은, 정말 말 그대로 감정의 단 한 톨이라도 드러내지 않고 모든 것을 숨긴 채 전투에 임하고 있었다.
이러니 도대체 이 남자가 뭘 노리고 있는지, 지치기는 했는지, 앞으로 뭘 해야 하는지 감조차 잡을 수가 없었다.
‘큰일이다.
시간이 점점 끌리고 있어.’
길지 않은 시간 내에 이 남자를 죽이고 복귀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큰 오산이었다.
오히려 이 남자가 자신들을 붙잡고서 도저히 놓아주지를 않는다.
그의 공격이 아슬아슬하게 닿을 듯 하면 이쪽은 아군의 지원으로 벗어난다지만 상대방은 오직 한 명인데도 자신들의 공격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해내고 있었다.
“단!
다시 한 번!”
차의 외침에 단은 이를 악물고서 이번에는 반드시 공격을 적중시키겠다는 의지로 무장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핀과 앤의 방어가 완벽하게 들어가서 김유현이 아주 잠깐이나마 뒷걸음질을 칠 수밖에 없었다.
치명상을 줄 수는 없을 테지만 최소한 부상 정도는 입힐 수 있다는 생각에 단은 단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도끼를 휘둘렀다.
“짜잔.”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는, 여인의 색기 가득하고 달콤한 목소리가 들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작품 후기―――――――
니가 왜 거기서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