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413)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413화(413/439)
413―――――
가망 없음
푸화아악!―
단은 의문이 들었다.
왜 자신의 바로 등 뒤에 이런 미친 여자가 다가올 때까지도 전혀 눈치를 채지 못 했을까.
곧 그는 자신의 의문에 대한 대답을 찾을 수 있었다.
아, 이 여자는 모두가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이 동적인 현장을 바라보며 단 한 번이지만 완벽하게 끼어들 틈을 찾고 있었구나.
나도, 동료들도 서로의 움직임을 보완해주는 것에 집중하여 상대가 하나가 아니라 그 이상일 수도 있음을 너무 망각하고 있었구나.
“단!”
항상 자신과 그렇게도 싸우던 앤이 다급하게 자신을 부르는 게 들렸다.
그 모습에 단은 그런 목소리 내지 말라는 뜻으로 말하려고 했으나 그럴 수가 없었다.
폐가 완전히 망가진 상황에서 숨조차 들이킬 수 없는데 소리가 나올 리 만무했으니까.
촤아악!―
피와 살점이 흩뿌려지며 그대로 허물어지는 단.
최상위 천족의 너무나도 허무한 최후였다.
“아아, 더러운 거 엄청 묻었네.”
열심히 가꾼 손톱이 더러워졌다며, 남편 볼 낯이 없다며 투덜거리는 묘령의 여인.
그 모습을 확인한 천족들은 저마다 이를 악물며 김유현에게조차 보이지 않던 최고의 적의를 바로 내비쳤다.
“릴리트!”
“마족의 더러운 창녀!”
바라만 보고 있어도 자신을 향해 활활 타오르는 적개심이 분명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릴리트는 아주 격한 환영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입을 가린 채 색스러운 매력을 마구 발산하며 작게 웃기만 할 뿐이었다.
“단!
정신 차려요, 단!”
그 와중에 앤은 애타게 단의 이름을 불렀지만, 이미 싸늘하게 식어서 서서히 바람에 흩날리는 재가 되고 있는 몸뚱이일 뿐이었다.
일격에 폐와 심장 전부를 완전히 파괴하는 강력함, 기습을 하기 위해서는 타이밍과 장소 모두를 정확하게 노려야 하니 여태까지 몸을 숨기고 있었을 은밀함, 마지막으로 별 다른 무기 없이 그냥 손을 쑤셔 넣어서 생명을 그대로 꺼트린 잔혹함까지.
왜 릴리트가 서큐버스 퀸이자 동시에 최고위 마족이라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더러운 것들!
비슷한 부류끼리 어울린다고 하더니 딱 그 짝이구나!
역겨운 년놈들!”
“응?
무슨 소리인지 난 모르겠는데?”
“헛소리 마라!
이 창녀!
네년이 이 싸움터에 갑자기 나타난 게 무슨 이유겠느냐!
분명 저 인간들과 짜고서 우리 빛의 후예들을 꺾고 이 대륙에 추악함을 가득 깃들게 하려는 수작 아니더냐!
아마 저 인간 남자도 네년의 가랑이 사이에 더러운 것을 박아대면서···.”
한창 흥분해서 고함을 지르던 혼은 갑자기 옆에 서있던 차와 핀이 거의 동시에 자신을 잡아당기는 통에 그대로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갑자기 왜 그러냐는 질문을 하기도 전에, 자신이 서있던 자리에서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고 있음을 확인한 그는 릴리트가 그 찰나의 틈에 기습을 한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이런 미친 것이!”
“아아, 미안.
내가 개소리를 들으면 습관적으로 재채기를 하는데 그러다가 마법이 날아간 모양이야!
또 나간다!
에, 에취!
···아?
이번에는 마법이 안 나가네?
미안!”
장난스러움인지, 아니면 광기인지 도저히 종잡을 수가 없는 모습의 연속이다.
이미 릴리트와 오래 전 전투를 치렀던 경험이 있는 천족들이었지만, 그래도 릴리트의 저 모습은 그들 입장에서는 도저히 적응을 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야, 혼.”
그러다 말고 별안간 입가에서 미소를 싹 지운 릴리트.
보고만 있어도 절로 피가 얼어붙을 것 같은 싸늘한 표정을 지은 채로 그녀는 말로 상대방을 찢어죽일 듯 으르렁거렸다.
“혓바닥 조심히 놀려.
다른 건 다 상관없는데, 이제부터 내 가랑이 어쩌고 하면 네 가랑이부터 찢어버린다.
내가 서큐버스라고 해도 순정이 없는 건 아니거든?
그 순정을 무시하면 나도 그때는 괴물이 되는 거야.
그리고, 이 남자랑 내가 뭘 해?
내가 이 놈이랑?”
릴리트는 김유현을 흘끗 바라보다가 그대로 손에 들고 있던 낫을 휘두른다.
이 남자를 반드시 두 동강 내겠다는 그런 필살의 의지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낫의 크기가 워낙 흉흉할 정도로 거대하다보니 그걸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
갑작스러운 공격에 무슨 짓이냐는 듯 쳐다보던 김유현은 한숨을 내뱉었다.
다른 이도 아니고 릴리트, 시온과 가장 가까운 여인에 다른 이들처럼 아직 부족한 실력을 가진 자들도 아니니 지금 이 행동에 적절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였다.
“미안한데 난 남이 남긴 찌꺼기는 안 먹어.
내가 실컷 배불리 먹고 남한테 그 찌꺼기를 던져준다면 또 모를까?”
“그게 무슨 소리···.”
“좆같은 소리 하지 말라는 거야.
그리고 내가 이 남자 편에 서서 너희들을 공격하는 이유?
별 거 없어.
너희보다 김유현이 훨씬 더 강하니까.
잘나신 빛의 후예들인지 뭔지 하는 것들을 전부 토막쳐줄 괴물이니까 같이 있는 거야.
가랑이 벌렸다느니 박았다느니 그런 헛소리로 너희들의 구역질나는 약함을 포장하지 않았으면 좋겠네?”
또 다시 함박웃음을 지으며 상대방이 간신히 붙들고 있던 이성의 끈을 놓치게 만드는 릴리트.
정말 누구 여자 아니랄까봐 도발하는 것하며 속을 긁는 것하며 모두가 일품인 여인이었다.
“아, 그리고!”
갑자기 번쩍 두 손을 들며 시뻘건 눈동자를 번뜩이는 릴리트.
그리고는 혀로 붉은 입술을 축이며 말을 이었다.
“너희 하던 거 있지 않아?
엄청 바빠 보였는데 내가 방해했네.
미안해!
그러니까 얼른 하던 것들 해!
난 나대로 열심히 할 테니까.”
릴리트의 말에 남은 4명의 최상위 천족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이미 저 여자가 나타나서 한 명의 최상위 천족을 살해하고 또 언제든 자신들의 뒤를 노릴 터인데 여기서 뭘 더 어떻게 싸우란 말인가!
“뭐야.
하던 거 안 해?
안 해?
그러면 어쩔 수 없다.
자, 가라.
김유현!
다 죽여!”
찰싹!
찰싹!―
“···.”
갑자기 김유현의 등판을 때리며 어서 달려가라는 듯 재촉하는 릴리트.
덕분에 김유현마저도 도대체 이 여자가 왜 이럴까, 하는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누가 봐도 도저히 손을 잡았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이 들 모습.
때문에 최상위 천족들은 혹시 저 둘이 손을 잡은 게 아니라 그냥 저 사악한 마족이 때를 노려서 그냥 막 끼어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상상도 얼마 가지 못 했다.
“헉!”
한 줄기 섬광이 번뜩이더니 혼의 날개 중 일부가 그대로 잘려나갔다.
최상위 천족이 손 하나 까딱이기도 전에 그 거리에서 공격을 해내고, 그걸 또 적중시킨 것이었다.
“혼!”
“이건 못 막아요!
피해요!”
그게 끝인 줄 알았는데 끝이 아니었다.
오히려 전보다도 훨씬 더 강력해진 김유현의 기운에 앤은 식겁하며 소리쳤다.
방어막을 친다고 해도 열에 아홉은 무조건 깨지고 그 뒤에 있던 모든 이들이 상할 터.
그녀의 외침에 모든 이들이 반사적으로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른 순간, 차는 탄식을 토해냈다.
생각해보니 지금 상대는 김유현 혼자가 아니지 않았던가?
“집중해야지.”
촤악!―터억!
간발의 차로 릴리트의 커다란 낫을 잡아낸 차였다.
조금만 늦었어도 몸이 완벽하게 반 토막이 났을 거라고 생각하니 절로 오싹해졌다.
“릴리트!”
핀이 차에게서 릴리트를 떼어놓기 위해 달려들었으나 릴리트는 미련 한 톨 없이 바로 자리를 이탈했고, 그 뒤에서 날아온 건 역시나 김유현의 무지막지한 일격들이었다.
다시금 김유현의 공격이 시작되자 천족들은 전처럼 서로의 틈을 메워주며 김유현을 공격하여 그의 빈틈을 찾아내 아군에게 넘겨주기 위해 노력했다.
비록 단이 죽음으로서 한 자리가 비었고, 그 때문에 전보다 지금이 몇 배는 더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하나에서 둘이 죽을 수도 있음을 계산하고서 벌인 행동이었기에 어떻게든 김유현을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문제는,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릴리트였다.
“빌어먹을!”
릴리트가 자신들처럼 모습을 드러내놓고 싸웠다면 지금처럼 욕설을 내뱉지는 않았을 것이다.
김유현을 어떻게든 붙잡아두고 가장 먼저 성가신 마족부터 처리하면 김유현은 원래 하던대로 숫자로 밀어붙일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릴리트는 철저하게 자신의 기척을 지우고 몸을 숨긴 채로 주변을 돌아다녔다.
천족들은 어떻게든 그녀를 찾고 싶었으나 조금의 빈틈이라도 보이면 어김없이 김유현의 검과 마력이 살기등등하게 날아들었기에 다른 곳에 신경을 쓸 수도 없었다.
차라리 릴리트가 좋다고 날뛰다가 이쪽의 함정에 빠졌으면 하는 생각으로 일부러 빈틈을 보여도, 의도적으로 보인 게 아니라 김유현과 상대하다보니 단의 빈자리 때문에 아주 잠깐 드러난 틈바구니에도 릴리트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분명 이 여자가 기습을 할 게 확실한데, 함정에도 걸리지 않고 ‘아, 이러면 분명 기습을 하겠구나!’ 라는 타이밍에서도 전혀 공격을 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릴리트가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은 채로 압박만 가하니 최상위 천족들 입장에서는 더더욱 위축이 되면서 동시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크으으윽!”
결국 혼이 사지에 몰렸다.
핀과 앤은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방향에서 들어오는 어검으로 인해 그것들을 상대하느라 진땀을 빼는 중이었고 오직 차만이 그를 도울 수 있는 상황.
언제 어디서 날아들지 모르는 릴리트의 기습에 대비하며 차는 혼와 함께 김유현을 상대했다.
촤아악!
콰앙!―
채챙!
챙강!―
최상위 천족 둘과 싸우고 있는데도 전혀 꿀리지 않는 모습.
오히려 너희 따위로 나와의 근접전에서 버틸 수 있겠냐는 눈빛까지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원래라면 그냥 핀과 앤이 저 이상한 검들을 떨쳐내고 이쪽으로 합류하는 것을 기다리며 여유를 가지고 김유현을 상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당장 릴리트가 단의 경우에서처럼 언제 어디서 나타나 등판을 꿰뚫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차도, 혼도 조금씩이나마 마음이 조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
김유현은 자신이 상대하고 있는 두 남자 중, 혼이라 불리는 천족이 다른 한쪽보다 더 만만하다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틈을 노려 차에게 일격을 꽂아 바로 이탈시킨 후 김유현은 기세를 끌어올려 순식간에 혼을 다시금 사지로 밀고 갔다.
“크윽!
크아악!”
쏟아지는 빗방울보다도 무수히 많은 공격들이 혼의 몸에 아로새겨진다.
핀과 앤은 여전히 어검을 떼어놓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중이었고 차는 다시금 몸을 일으켜 혼을 건지려고 했으나 혼자만으로는 김유현을 방해할 수가 없는 게 당연했다.
“커헉!”
또 다시 김유현의 공격에 의해 땅바닥에 쳐박힌 차는 기침을 토해내며 고성을 질렀다.
“혼!
당황하지 마라!
뒤로 물러서면서 시간을 끌어!
붙지 마, 붙지 말라고!”
접근전에서는 팔 하나, 다리 하나만으로도 최상위 천족인 자신을 우습게 때려눕히는 괴물.
그런 인간에게 당황해서 점점 더 접근전으로 들어가며 거기에 말리기 시작하면 결국 그 끝에 놓인 건 파멸뿐이라는 것을 차는 눈치 챘다.
때문에 혼에게 그런 경고를 한 것이었지만 안타깝게도 혼은 차의 말을 듣고서 실행할 정도로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었다.
언제 뒤에서 릴리트가 공격을 할지 모른다.
자신이 가장 강하게 도발을 했으니 자신도 분명 단처럼 그 잔혹한 손길에 등판이 꿰뚫리며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그런 기습에서 그나마 비켜갈 수 있는 방법은 역으로 이 인간과 거리를 최대한 가깝게 유지하여 이 남자도 릴리트의 기습에서 자유로울 수 없도록 만드는 것뿐이다.
때문에 차의 말과는 달리 혼은 김유현과의 거리를 두기는커녕 그와 난전을 펼치면서 오히려 김유현에게 딱 알맞은 거리를 내주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안 돼!
거리를 벌려!”
차가 비명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김유현에게 날아가려고 했지만 이미 거기서 상황은 종료되었다.
‘어리석은.’
강하다, 뛰어나다, 아마 다른 이들과 싸웠다면 여유를 즐겼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겨루고 있는 상대는 다름 아닌 김유현 자기 자신이다.
눈앞의 최상위 천족 다섯을 상대로도 전혀 밀리지 않았는데 고작 하나가, 심지어 김유현이 가장 좋아하는 거리에서 발버둥을 치고 있는데 거기에서 살아간다면 그것이야말로 기적이었다.
촤아악!―
일부러 틈을 보여줘 혼이 살기 위해 그 틈을 본능적으로 노리는 순간.
김유현은 혀를 차며 그의 공격을 튕겨냄과 동시에 완전히 무방비 상태가 된 그의 두 손목을 그대로 잘라냈다.
“크아악!
카아악!”
시뻘건 피가 심장이 고동칠 때마다 뿜어져 나온다.
혼의 목숨이 경각에 달했음을 깨달은 차가 어떻게든 그럴 건져내기 위해서 거리를 막 좁힌 찰나, 여태까지 침묵을 유지하고 있던 달콤한 속삭임이 귓가에 아른거렸다.
“방해하면 안 된다?”
촤악!―
볼에 새겨지는 자상에 차는 급히 몸을 비틀어 자신의 어깨와 몸통까지 전부 베어버릴 듯 달려들던 릴리트의 공격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그 때문에 혼의 마지막 구원줄은 그대로 끊어진 셈이 되었고, 손목이 잘린 채 저항조차 제대로 하지 못 하던 혼은 김유현의 자비 없는 공격에 그대로 사타구니부터 시작하여 정수리까지 깔끔하게 두 조각이 나고 말았다.
풀썩!
“···.”
절대 쓰러질 것 같지 않았던 자들이 벌써 둘이나 쓰러졌다.
그것도 하나같이 처참하면서도 비참하기 짝이 없는 최후.
이건 빛의 후예라 하는 천족들이 아니라 몬스터들이나 맞이할 법한 죽음이었다.
“우와.
아주 깔끔하게 잘라냈네.
피도 안 튄 거봐.
마력으로 아예 지지면서 잘라내서 그런가봐.
한두 번 잘라낸 솜씨가 아닌데?”
릴리트의 진심을 다한 조롱에 차는 이를 악물었다.
심지어 핀과 앤은 어검에 의해 오히려 밀리기까지 하다가 김유현이 그걸 거두어서 위험에서 벗어나기까지 한 정도였다.
“호, 혼까지!”
“이럴 수가, 이럴 수가··· 신이시여, 빛이시여···.”
처음에는 그래도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이들의 얼굴에 비로소 그림자가 드리운다.
1:1 전투에서는 밀렸다고 해도 최상위 천족 다섯이 협공을 하면 어렵지 않게 제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정작 자신들 눈앞에 펼쳐진 건 그 합공을 단 한 치의 망설임이나 곤란한 기색 따위는 보이지도 않고 오히려 순수한 실력으로 밀어내는 괴물이었다.
촤악―
검에 묻은 핏방울을 깔끔하게 털어낸 김유현은 그 싸늘한 눈빛으로 남은 최상위 천족.
차와 핀, 그리고 앤을 바라보았다.
그 무미건조한 눈빛이 어찌나 오싹했는지 핀과 앤이 거의 동시에 꿀꺽, 하고 마른침을 삼킨다.
“가엾군.
이런 놈들을 믿고 저곳에서 싸우다가 죽어갈 자들을 생각하니.”
명백한 조롱이었으나 차도, 앤도, 핀도 그 어떤 말을 할 수 없었다.
다섯을 상대로도 버틴 수준이 아니라 그냥 여유롭게 상대한 남자 앞에서.
이제는 셋으로 줄어든 최상위 천족 셋이 뭐라고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도망치지는 마라.
다섯 년놈을 상대로도 이 꼴인데 서로 살겠다고 도망치다가는 어떤 최후가 기다리고 있을지 너무 훤히 보이니까.”
“닥쳐, 닥쳐!
닥쳐!”
두려움으로 마구 흔들리던 마음에 도발이라는 아주 확실한 것이 더해지니 결국 버티지 못 하고 핀이 몸을 날렸다.
앤이나 차는 그런 그녀를 말릴 수도 없었고, 다만 이를 악물며 그녀의 뒤를 따라 다시금 공격을 할 수밖에 없었다.
김유현의 말대로 이제 와서 살겠다고 도망친다 한들 미래는 뻔한 것.
그럴 바에 차라리 어떻게든 이 괴물에게 상처를 입혀 운신이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던가 동귀어진이라도 하겠다는 것이 그들의 결심이었다.
“추악한 것들이, 그래도 마지막까지 역겹지는 않군.”
혹여나 도망치면 상당히 기분이 더러워지고, 그래서 필요 이상으로 무자비함을 떨치고 손속에 자비를 두지 않을 것 같아 걱정스러웠는데 다행히 한 명도 이탈하지 않고 덤벼든다.
“휩쓸리지 마라.
방해된다.”
한 마디로 더는 끼어들지 말라는 경고.
김유현의 그 말에 릴리트는 가서 열심히 해보라는 듯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슈카아악!―
두 자루의 어검과 함께, 한 줄기 섬광이 자칭 빛의 후예라는 것들의 날개를 잘라내기 위해 쏟아져 들어갔다.
―――――――작품 후기―――――――
김유현 너프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