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414)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414화(414/439)
414―――――
가망 없음
퍼억!
퍽!―
기어코 루의 얼굴에 두 번이나 주먹을 꽂아 넣는 루시아였다.
그 전까지 에카테리나의 수도 없는 방패막이, 리아의 속임수, 그리고 이후 합류한 트리샤와 리시키다의 견제 공격까지 들어가니 제아무리 루라고 해도 모든 걸 피해낼 수는 없었다.
‘이런 추한 것들이!’
루는 이를 악물며 제 얼굴이 흠집을 낸 인간을 떼어놓고자 했다.
그러나 어디선가 날아든 화살에 의해 조그마한 상처가 생겼고, 곧 그는 자신을 향해 화살을 쏜 이가 한 때는 천족들을 그렇게나 따르던 요정임을 깨달았다.
“고마워요, 시리엔!”
감사의 뜻을 전하며 다시금 공격을 가하는 루시아.
이번에는 절대 그런 일이 없을 거라는 듯 그를 붙잡은 루였지만, 곧 자신의 손에 붙잡힌 그녀가 침음을 내뱉기는커녕 오히려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고는 아차, 싶었다.
하나, 하나씩 따지자면 자신이 압살할 수 있는 상대들.
그렇다고 해서 그 무력이 약하다거나 재능이 없는 이들은 또 결코 아니다.
마음만 먹는다면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이야 어려울 것이 하나 없는 이들.
그런 실력자들이 떼를 지어 덤벼드니 치료 마법을 쓸 시간조차 없었다.
“냐아아앙!”
바로 옆에서 달려드는 묘은족의 공격에 루는 몸을 돌리려고 했으나 제 손에 붙잡힌 루시아가 역으로 자신의 몸을 반은 붙잡고는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걸 떼어내려고 하니 이번에는 인간 마법사의 포박 마법이 다른 한손을 묶고, 에카테리나와 리시키다가 사정없이 공격을 찔러 넣으며 자리에서 벗어나는 것조차 불가능하게 만든다.
이를 악문 루는 결국 몸을 돌려 공격당하는 면적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을 택했다.
그 직후, 처음으로 루의 몸에서 붉은 피가 허공으로 튀며 상처가 났다.
“들어갔다!”
내가 처음이다!
라고 좋아서 방방 뛰는 리아.
그러나 역시 상대는 최상위 천족, 김유현을 제외한다면 강자 중의 강자라고 불리는 존재였다.
바로 루시아부터 거칠게 땅바닥에 처박은 이후 발길질로 그녀를 멀리 떨어트려 놓는다.
동시에 창을 들어 자꾸만 자신을 귀찮게 하던 용인족 여인과 인간 여기사를 후려쳐서 멀리 날려 보냈고 포박 마법을 그대로 뜯어내며 라이도에게 공격 마법을 있는대로 흩뿌렸다.
“냐앙?”
“수인 따위가.”
가장 먼저 죽일 대상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건방지게 날뛰던 고양이.
이 여자를 시작으로 하나씩 잘근잘근 밝아 죽일 생각을 품고 있던 루는, 곧 등판에서 느껴지는 화끈한 감각에 급히 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누구도 못 죽어!
그랬다가는 시온님한테 기껏 쌓아둔 점수 다 깎인다고!”
“미친 인간이 정말!”
저 여자는 분명 성흔 보유자다.
마력도 거의 없는 자가 저런 말도 안 되는 기적을 행할 수 있는 건 오직 그 수 외에는 없다.
성흔이라면 신이, 빛이 이 땅에 머물다 간 흔적이다.
그리고 그 흔적을 몸에 지닌 자라면 응당 빛의 후예들을 도와 과업을 완수하고 이 땅에 빛의 뜻을 바로 세워야 함이 옳을 텐데 당장 묘은족 여인도 그렇고 저 인간 여자도 그렇고 도대체 왜 그걸 거부하는지 당최 알 수가 없는 루였다.
“어리석은 자들아!
도대체 왜 빛을 거부하는 것이더냐!
이런 짓을 하는 이유가 뭐냔 말이다!”
“당연한 소리를 왜 자꾸 묻는 거야, 이 미친 비둘기 새끼가!”
촤악!
퍼어엉!
트리샤가 힘껏 내지른 채찍을 루가 어림도 없다는 듯 창으로 후려치자 거대한 폭발이 일며 순간이었지만 모든 청각과 시각이 마비된다.
그곳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던 루가 급히 사방을 살피던 순간, 그 사이로 리시키다의 검이 정확히 루의 심장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어림도 없다는 듯 역으로 창을 찔러 넣어 그 검을 든 여인의 머리통을 부수려고 했던 것이 루의 마음이었으나 곧 그 폭발을 뚫고 들어온 루시아가 자신의 몸을 날려 루의 공격을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엇나가게 만들었다.
“인간!”
입술을 깨물며 대충 발길질로 리시키다의 공격을 상쇄하고자 하는 루.
그러나 그것도 용납지 않겠다는 듯 에카테리나가 기어코 또 옆으로 파고들어서는 그 거대한 꼬리로 그의 등판을 후려치며 균형을 완전히 망가트렸다.
‘빌어먹을!’
넘어지는 바로 그 순간, 당연하게도 목이 훤하게 노출된다.
그걸 그냥 놓치고 지나갈 수 없는 맹수, 리아가 하악!
하고 송곳니를 드러내며 내가 부상을 입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목덜미를 물어뜯겠다는 일념으로 달려든다.
물론 그걸 보고만 있을 루가 아니었다.
손이고 발이고 전부 묶였다 하나 그렇다고 해서 무력한 존재가 결코 아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을 쓰면 된다고, 아주 힘차게 날개를 펼쳐서 그걸로 자신에게 멋모르고 달려들던 건방진 고양이를 그대로 날려버리는 데에 성공한 것이었다.
“떨어져라, 이 더러운 것들아!”
콰아앙!―
마력을 있는 대로 끌어 모아 바닥을 강하게 후려치니 거대한 폭발이 일며 그를 붙잡고 있던 모든 인원들이 그대로 사방팔방으로 날아간다.
“꺄악!”
“냐앙!”
“우아아악!”
그 때 바로 몸을 일으킨 루는 가장 훤하게 노출된 에카테리나에게 집중 공격을 가했다.
원래 회복 능력이 뛰어난데다가 치료 마법까지 더해져서 정말 극악 수준으로 죽음을 면하고 있는 여인이었으나 반대로 말한다면 또한 얼마든지 죽일 수 있다는 소리이기도 했다.
에카테리나가 모든 공격의 거의 절반 이상을 대신 맞아주거나 몸으로 다 막아주며 다른 자들에게 공격 기회를 넘기는 통에 루는 모든 것이 꼬이고 있다 판단했다.
때문에 이 용인부터 완벽하게 죽여 없애면 나머지는 제아무리 치료 마법이 있다고 해도 이 용인만큼 회복을 하는 건 절대 불가능할 터이니 용인만 제거하면 일사천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비둘기가 도마뱀 노려요!”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지?”
물론 루가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여인들도 바로 눈치를 챘다.
김유현에게 그동안 아주 지겹도록 시달리며 자신들보다 더 강한 자를 상대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강자가 무슨 방법을 쓸지 이미 그동안 모든 준비를 다 끝낸 상황이었다.
“라이도님!”
“알고 있어!
잔소리 하지 마라, 이것들아!”
당연히 치료 마법을 더더욱 쥐어짜내서 에카테리나에게 퍼부을 줄 알았던 라이도가, 갑자기 수식을 바꿔서는 엄청난 공격 마법들을 사용한다.
그리고는 루가 미처 에카테리나에게 닿기도 전에 그 모든 마법들을 모조리 쏘아 보내며 어디 한 번 닿을 수 있다면 닿아보라는 듯 도발까지 하는 모습을 보였다.
콰아앙!
콰앙!―
물론 마력에서는 라이도보다 루가 몇 수 위다.
그의 마법이 루의 신체에 타격을 준다는 것은 어불성설.
하지만 그 온갖 마법들이 펑펑 터져나가며 시야고 청각이고, 심지어 기운을 느끼는 감각조차 완전히 흐트러트리며 루가 그 어떤 감각도 사용하는 걸 철저하게 막아버렸다.
그러기를 몇 분, 갑자기 라이도의 마법이 갑자기 멈춘다.
루의 입장에서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비를 맞고 있는 상황이었으나 다른 여인들은 이미 라이도가 다 표시를 해줘서 어느 타이밍에 마법 폭격이 끝나는지 알 수 있는 순간.
“냐앙!”
가장 먼저 달려드는 건 원래라면 절대 먼저 공격을 시작하지 않는 리아였다.
여태까지 그녀가 주로 사용한 건 손톱이나 송곳니와 같이 물리적으로 상처를 줄 수 있는, 따지자면 인간들의 냉병기와 같은 것.
때문에 루도 마법 폭격이 끝나자마자 달려드는 그녀의 공격에 바로 창대를 들어서 모든 공격을 들어오기도 전에 막아낼 생각을 했다.
하지만 리아는 손톱을 휘두르고 이빨을 세우는 대신, 평소는 물론이고 전투를 할 때도 내지 않았던 최대한의 속도를 내며 루의 주변을 휩쓸었다.
파지지직!
파지직!―
시퍼런 전격이 그 뒤에 흩뿌려지며 그 주변으로 실핏줄처럼 마력들이 이어진다.
도대체 이 고양이가 무슨 짓을 하는 건가 루가 파악을 하려던 찰나, 그런 시간 따위는 절대 줄 생각이 없다는 듯 리시키다와 루시아의 합격에 훅 치고 들어온다.
개개인의 실력은 루를 압도할 수 없지만 충분히 숨통을 조일 수준은 차고도 넘친다.
하나가 틈을 만들면 다른 하나가 치고 들어오고, 다른 하나가 방어에 들어가면 다른 한쪽은 그에 대한 카운터를 준비하며 루가 그 어떤 공격이나 방어도 마음 놓고 할 수 없도록 최대한 방해를 한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성가신데 시야에서 놓칠 때마다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히는 불길 때문에 루는 여간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과연 성흔이라는 이름답게, 최상위 천족의 육체라고 해도 별 거리낌 없이 피해를 주는 통에 그는 정신을 집중하여 모든 공격에 대비를 할 수가 없었다.
“치워!”
덕분에 방패 역할에서 다시 창의 역할로 돌아온 에카테리나가 루라고 해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공격을 몇 번이고 가한다.
한 방, 한 방이 최상위 천족에게 있어서도 치명타가 될 수 있는 상황.
처음에는 별 것 아니라고 여겼던 자들이 합심하여 달려드니 루라고 해서 뾰족한 수가 생기지를 않았다.
“냐앙!
트리샤!”
“이탈!”
실컷 자신을 두들기던 인원들이 그 말 한 마디에 갑자기 썰물 빠지듯 전부 사라진다.
덕분에 갑자기 혼자 남게 된 루가 어?
하고 멍하니 탄식을 내뱉던 순간.
트리샤는 리아가 펼쳐둔 마력들에 그대로 자신의 불길을 점화했다.
콰지직!
퍼엉!
펑!
콰쾅!
쾅!
라이도가 퍼붓던 마법 폭격과는 또 다른, 그보다도 훨씬 더 강한 폭발이 무참히 이어진다.
리아가 주변에 깔아둔 마지막 마력 한 올까지 전부 먹어치워 폭발의 원천으로서 사라질 때까지 그 광란은 계속되었고 잠시 후 드러난 루의 모습은 처음과는 달리 상당히 엉망이었다.
“리시!”
어차피 이 정도 공격에 끝날 것이라고는 생각도 안 했다는 듯 루시아의 외침에 리시키다가 검을 다시금 세워들고는 루에게로 돌진한다.
그러자 엉망진창이 된 루가 날개를 펄럭이며 자신에게 겁 없이 달려드는 여인을 다시 한 번 공격하려다가 뒤에서 느껴지는 살의에 기습임을 느끼고는 막 몸을 돌리는 찰나.
‘함정!’
갑자기 뒤에서 오던 그 기세가 뚝 끊어지고 다시 옆에서 날아든다.
급히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는데, 정작 눈에 비치는 건 아무 것도 없고 그저 제 앞으로 들어오고 있는 리시키다만이 거기에 비칠 뿐이었다.
‘어디로?’
미쳤다고 저 여자 혼자 공격할 리가 없다, 저건 다만 허수.
반드시 다른 방향에서 진짜 의미의 공격이 날아올 것이라고 예상하던 루는 리시키다의 검격에 주르륵, 밀려나며 설마?
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제는 대놓고 인간이 정면 돌파를 하는데도 자신은 여태까지 당한 것이 정말 수도 없이 많기에 그걸 공격이라고 미처 생각지도 못 한 것이었다.
으득!―
이보다 더 처참한 치욕은 이제 아마도 없을 것이다.
최상위 천족으로서 정말 받을 수 있는 모욕이란 모욕은 다 받은 상황.
하나씩 붙잡아서 찢어죽이고 싶은데 정말 답답하게도 혼자서는 그 어떤 것도 제대로 할 수가 없었기에 루는 말 그대로 속이 터져 죽을 지경이었다.
‘진정하자.
내가 이런 식이라면, 반대로 그 김유현이라는 자도 똑같을 터!
지금쯤이면 동료들이 그자를 처단하고 이곳으로 오고 있을 거다.
그러니까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하던 루.
하지만 잠시 후,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지며 소름이 돋는 것을 느낀 루는 ‘설마’ 하는 심정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는, 절대 다시는 볼 일이 없을 거라고 여겼던 김유현이 그 자리에 서있는 것을 보고 대경실색하고 말았다.
‘저, 저 남자가 왜 여기에?’
아니야, 아닐 거다.
제발 아니어야 한다.
루는 속으로 그렇게 외치고 외쳤다.
저 남자가 여기 있어서는 안 되는데, 그냥 자신들의 동료들에게 이기지 못 하여 도망친 것이라고, 그런 이유로 어쩌다가 여기까지 온 게 아닐까 온갖 상상을 했다.
“아.”
하지만 루는 곧 김유현의 손에 들려있던 뭔가를 확인하고는 탄식을 내뱉고 말았다.
“앤···.”
피투성이가 된 채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 알 수가 없는 여인.
다른 동료들에 비해 약간 작은 키를 가졌던 그녀였기에 루는 단박에 그녀가 앤임을 알 수 있었다.
다섯의 동료들이 저 남자와 싸우러 갔다.
그런데 자신 앞에 당도한 건 그 김유현이라는 괴물, 그리고 그 손에는 그와 싸우기로 되어 있었던 이들 중 앤이 피투성이가 된 채 질질 끌려왔다.
그 뒤로 어떤 이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도망친 김유현을 추적한다거나, 앤을 되찾기 위해 다급하게 날갯짓을 하는 최상위 천족 어느 누구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결국 단 한 가지 결론을 의미했다.
“다 끝났다.”
―
시온은 점점 기울어가는 전황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최상위 천족들은 전부 전장에서 이탈하였다지만 결국 그들도 김유현이 다 잡아 족치고 있거나 아니면 공을 세우고 싶어 안달이 난 여인들에게 이리저리 물어뜯기고 있는 중일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상위 천족들은 마찬가지로 김유현에게 잘 보이고 싶은 샤이엘라가 아주 신이 나서 목을 따고 있었고, 적의 측면과 후방은 쟌과 에오스가 이끄는 북쪽 전사들이 말 그대로 학살을 벌이며 점점 포위망을 완성해나가는 중이었다.
히스파냐에서부터 온 수인들과 요정들도 대단한 활약을 펼치고 있었는데, 왜 그들이 인간들을 무시하며 천족 다음은 자기들이라고 주장했는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 이래야 좀 속이 시원하지.”
점차 무너져가는 적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냥 속이 다 시원해지는 순간이었다.
더해서 한동안 소식이 없었던 이가 슬쩍 나타나니 더더욱 미소가 지어졌다.
“나 왔어, 시온.”
“오셨어요?”
릴리트가 멀쩡히 돌아왔다는 건 한 가지를 의미한다.
적들 최대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최상위 천족들이 거의 격멸되었다는 것이다.
“네 예상대로였어.
김유현이 아주 그냥 학살극을 벌이더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최상위 천족에 최고위 마족이 손에 손 잡고 연합해서 공격해도 인상 몇 번 찌푸리고는 다 베어 죽일 놈이라고요.”
“그때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싸우는 거 보니까 맞을 거 같기도 해.
정말, 어떻게 인간으로서 그럴 수가 있지?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한데.”
어쩌겠습니까, 그 놈이 주인공인데 말이죠.
시온은 속으로 웃음을 터트렸다.
“아, 그런데 샤가 안 보였어.”
“네?”
“루는 애들이랑 싸우고 있는 거 보고 갔는데, 김유현이랑 싸우고 있던 비둘기들은 다섯이 전부였다고.
여섯이 아니라.
보니까 샤가 아예 보이지를 않았다니까?”
“흠.”
릴리트의 말에 시온은 고민하는 기색을 흘리며 턱을 쓰다듬었다.
그래도 샤가 바로 제 동료들과 함께 싸울 줄 알았는데, 이 최후의 전투에 모습을 아예 드러내지 않았다면 갈등이 무척이나 큰 모양이었다.
‘그 정도라면 괜히 몰아붙여서 이쪽이 써먹을 수도 있는 카드를 찢어버릴 필요는 없지.’
빛의 후예들이 자신들을 배신하고, 세계를 배신하고, 빛을 배신했다고 하지만 결국 세상 모든 이들이 그들에 대한 온갖 좋은 이야기들을 듣고 자랐다.
그러니 그 안에 그들에 대한 미련이 아주 조금이라도 남아있기는 할 터.
시온은 그 부분을 괜히 밟아버려서 혼란을 야기하는 것보다는 역으로 그 부분을 이용하여 자칫 이 전쟁 이후 대륙이 더 큰 혼돈 속으로 빠질 수도 있음을 방지하고자 마음먹었다.
‘어찌 되었든 누구 하나는 빛이 되어야 하고, 또 다른 누구는 어둠이 되어야 하니까.’
처음부터 마족들은 어둠으로서 계속 그 자리에서 지내주면 된다.
릴리트가 자신과 함께 하니 충분히 조율할 수 있고,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으니까.
다음은 이쪽에 희망을 걸 만한 빛이 될 이를 찾는 것인데 그것도 이미 진작 끝났다.
남은 건 그녀가 그걸 수락하여 진짜 의미의 빛의 후예가 되는 일 뿐이었다.
“릴리트님.”
“응?”
“아직 남은 마물들 있나요?”
“어?
어··· 내 밑의 마물들은 다 썼고, 바하무트도 진작에 다 죽었고, 남은 건 벨 휘하의 마물들일 텐데.
왜 그래?
아, 혹시 이 틈을 노려서 비둘기 놈들의 성소를···.”
“저번과 똑같이요.”
“···뭐?”
릴리트는 이건 또 무슨 소리냐는 반응이었다.
당연하다.
저번과 똑같이, 라는 말은 결국 그것을 의미했으니까.
“지금 신성 프러센이고 급진파 요정이고 천족이고 다 잡아 죽일 것 같은 우리 군대요.
그 뒤를 좀 쳐달라고요.
덕분에 집중을 할 수가 없어서 결국 저들 중 일부를 놓치도록 말입니다.”
―――――――작품 후기―――――――
추천, 선작, 코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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