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415)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415화(415/439)
415―――――
가망 없음
‘전투가 시작되면 중앙의 우리 히스파냐 군은 밀리는 척 뒤로 조금씩 빠진다.
동시에 좌, 우를 맡고 있는 수인들과 누디아 군은 반대로 적들의 좌우를 거세게 몰아붙인다.’
‘사령관님.
그러다가 자칫 중앙이 뚫리기라도 한다면···.’
‘예비대와 요정들을 그 뒤에 배치한다.
적들의 전선이 중앙 쪽으로 돌출되게 만들고 측면부터 천천히 압박해 들어가다가 북쪽 전사들이 전장에 합류하면 그 때 밀어붙이도록.’
무척이나 위험한 작전임을 루드비히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적들을 안쪽으로 깊숙이 데리고 온다는 건 즉 이쪽 중앙이 뚫릴 듯 말 듯한 모습을 보여서 적들이 넘어올 수밖에 없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에 하나 정말 중앙이 뚫리게 된다면 작전이고 뭐고 그대로 진형이 반으로 갈라져 군이 두 개로 나뉘어 각개격파 당할 확률이 매우 높아지게 된다.
‘뭘 걱정하고 있는지 다 알고 있다, 루드비히 부사령관.
혹여 중앙이 적을 끌어들이다가 역으로 완전히 밀려서 구멍이라도 나는 순간 군대가 둘로 찢어지며 엄청난 대참사가 벌어지겠지.
그래서 그 중앙을 맡는 이가 아주 중요해.
그런 의미에서 그대가 맡아주었으면 하는데.
’
‘제가 말입니까?’
‘볼코 후작님께서 생전 중군을 맡으셔서 많은 공을 세우셨지.
히스파냐의 병사들도 그 중앙에 레데넨 후작가의 주인이 직접 서서 지휘하고 있다는 걸 당연하게 여겼었고.
비록 그 분은 없으나 그 분의 뒤를 이어 레데넨 후작가의 새로운 가주로.
그리고 이 히스파냐의 영광스러운 귀족이자 기사로.
병사들에게 있어 새로운 지휘관으로 자리를 잡아야지.’
‘···.’
‘그게 다른 곳에서 조금은 걱정 어린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계실 볼코 후작님께 대한 최고의 예의가 아닐까 생각한다.’
시온의 그 말을 듣는 순간, 루드비히는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제 부친을 떠올렸다.
여태껏 한 번도 내색한 적이 없었으나 알게 모르게 자신이 공을 세울 때마다 입가에 피어오르는 미소를 애써 지우려 노력하던 볼코 후작의 모습.
‘···.’
루드비히는 그 생각을 하며 강하게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는 결연한 의지를 담은 눈빛으로 시온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제 명예와, 돌아가신 아버지의 명예까지 걸고서라도 의무를 다하겠습니다.’
‘적들이 알면서도 들어올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완전히 가두고, 하나씩 살해할 수 있도록.’
루드비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한창 온갖 전장의 소음으로 가득한 싸움터에서 계속 명령을 내렸다.
“다섯 보 물러나라!
물러나라!”
“다섯 보 뒤로!
뒤로!”
히스파냐 군의 진형이 줄을 맞춰서 조금씩 뒤로 물러선다.
진격할 때보다 뒤로 물러날 때 진형이 무너질 확률이 훨씬 더 높기에 어지간히 훈련한 부대가 아니라면 꿈도 못 꿀 일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가 전투에 단련된 숙련병들, 비처럼 쏟아지는 적들의 공격에도 이를 악물며 버티고는 조금씩 뒤로 물러선다.
“부관!
측면에서 온 소식은!”
“수인들과 누디아 군이 계속 적들을 몰아붙이고 있다 합니다.
북쪽 전사들이 후방에서 나타나기만 하면 바로 사령관님의 말씀대로 할 수 있습니다!”
“늦지 않게 도착해야 하는데.”
쟌과 에오스, 그리고 사납기 짝이 없는 북쪽의 기마 전사들.
처음에는 그들의 행색이나 작고 볼품 없는 말을 보고 무시했던 적도 있다.
그러나 그들이 싸우는 장면을 몇 번 보고나서는 루드비히도, 그리고 히스파냐의 기사들과 병사들도 그들에 대해서 함부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전투 실력 하나는 자신들과 동급, 아니 그 이상으로 쳐줘도 충분했으며 무엇보다 손속에 있어 일절 자비를 베풀지 않는 자들이었다.
그 전사들이 시온의 예상과는 달리 패주하여 역으로 이쪽을 곤란하게 만들 것이라고 루드비히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그들이 이 중앙 전선이 밀려주다가 아예 밀려서 진형이 와해되기 전에 뒤를 잡고 완벽한 포위망을 구성해주기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부사령관님!
일선이 위험합니다!
적들의 공격이 너무 거셉니다!”
“버텨라.
무조건 버텨야 한다.
아군이 곧 적들의 뒤를 쳐줄 것이다.
우리가 무너지면 포위는 고사하고 좌, 우에 있는 아군들도 위험해!
버텨야만 한다.
예전 방어선에서 아군들을 위해 죽을 걸 알면서도 끝까지 싸우다가 산화한 너희들의 동료들을 떠올려라!
그들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마라!
죽더라도 먼저 떠난 자들에게 떳떳한 죽음을 맞이하자!”
루드비히가 단순한 지휘관이었다면 부관들이나 병사들이 그저 그런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루드비히는 레데넨 후작가의 사람이자 곧 차기 후작이 될 남자.
무엇보다 그는 이전 전투에서 병사들을 위해 후퇴하지 않고 끝까지 전선 사수를 고집하며 싸우다가 전사한 볼코 레데넨 후작의 하나뿐인 아들이다.
그 남자가 이제는 제 아버지의 자리를 대신하여, 후방이 아닌 중앙 진영에 섞여 병사들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전혀 싸울 필요가 없는데도, 죽을 필요가 없는데도 먼저 전사한 아버지처럼 모든 것을 걸고 이곳을 사수하고 있는 중이었다.
“크으으윽!”
“버텨라!
버텨라!”
“부끄럽지 않은 죽음을!
죽음을!
죽음을!”
콰앙!
쾅!
챙!
채챙!―
뚫으려는 자와 막아내려는 자의 싸움은 치열하고 처절했다.
신성 프러센 측도 이 중앙만 돌파하면 적 진형이 완전히 와해된다는 걸 알고 있으니 모든 것을 동원하여 히스파냐의 방어선을 계속 두드렸다.
얼마나 전력을 다했냐면, 한 명이 들어가서 창칼을 휘두르고 방패를 들어야 할 자리에 병사 서넛을 더 투입했을 정도였다.
자연스레 전투는 더더욱 처절해지나 반대로 신성 프러센의 병사들은 조금씩 혼란을 겪었다.
원래라면 한 명이 맡아도 적당할 간격 사이에 병사들이 자꾸만 더 들어오니 움직이기는커녕 창칼을 휘두를 공간조차 부족해진 것이었다.
“우아아아!”
“와아아아!”
피가 튀고 사람의 목숨이 덧없이 스러져가며 그 위로 다른 생명, 또 다른 삶이 사라진다.
수도 없이 많은 병사들이 비명을 지르고, 그보다 더 큰 고함을 지르며 서로를 향해 증오심이 가득 담긴 저주를 퍼붓다가 또 부딪치고 죽고 다치기를 반복한다.
밀고 밀리던 전선이 서로의 사정으로 인해 점점 고착화되고 마침내 히스파냐의 군이 적들을 안으로 끌어들여 적들의 전선이 초승달 모양처럼 휘어진 순간이었다.
“···!”
“··· ···!”
전방에서 지휘를 하던 루드비히는 문득 적들이 동요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챘다.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이쪽 진형을 돌파할 수 있는데 저들이 갑작스레 저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 이유는 무조건 하나다.
“지금이다!
밀어붙여!
밀어!
밀어!”
“1보 전진!”
“1보 전진!
전진!”
우와와와!
쿵!
쿵!
땅을 구르고 방패를 치며 히스파냐 병사들이 신호를 보낸다.
그러자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요정 전사들이 다시금 신성 프러센 군대의 머리 위로 셀 수도 없이 많은 화살들을 쏘아 보냈다.
적들의 중앙 진형이 그 화살비로 인해 조금씩 흔들리고, 전방에서는 한창 밀리던 히스파냐 군이 역으로 밀고 들어오니 점점 지쳐가고 거기에 창칼조차 휘두르기 비좁은 공간에 갇혀있던 신성 프러센의 병사들이 순식간에 살해된다.
“커억!”
“끄악!”
밀려서는 안 된다는 신성 프러센 측 지휘관들의 고함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으나, 그보다 그들의 뒤쪽에서 전해지는 무시무시한 소식이 병사들의 귀와 생각을 점거했다.
“뒤에 적이 나타났다!”
“포위되었다!
그 무서운 야만 전사들이 뒤를 공격하고 있다!”
군에서는 아주 조그마한 흔들림도 순식간에 거대한 폭풍이 되어 병사들과 지휘관들을 휩쓸고 완전히 망가트리기 마련이다.
심지어 지금과 같이 한창 격전이 벌어지는 와중에 그런 폭풍이 몰아친다면 그건 완전히 패배하여 도망치기 직전의 상황과 똑같은 것이었다.
“한 놈도 빠짐없이 다 죽여라!”
그러는 사이, 마침내 적들의 후방 부대를 격멸하고 지휘관들의 목을 베어온 쟌와 에오스는 창칼, 메이스, 그리고 도끼 등 보고만 있어도 무서운 무기들을 휘두르며 신성 프러센의 본대를 유린하기 시작했다.
원래 진형에서 가장 취약한 곳이 후방이다.
가만히 서있을 때도 그 정도인데 이렇게 정신없이 치고받고 싸우는 와중에 적들이 후방을.
그것도 같은 보병이 아니라 말을 탄 기병들이 괴성을 내지르며 달려든다면 그 어떤 병사라고 해도, 설사 그 병사가 전투에 단련된 숙련병이라고 해도 패배를 직감할 수밖에 없었다.
콰앙!
쾅!
“꺼억!”
“끅!”
북쪽 전사들이 단순히 경기병들만 운용했다면 절대 히스파냐를 상대로 무서움을 떨치지는 못 했을 것이다.
적들의 방어 진형을 괴롭힐 때는 활을 주 무기로 하는 경기병들이 활약할지 몰라도 결국 그 진형을 깨부수고 안으로 들어갈 때에는 반드시 중무장을 한 중기병들이 진입하기 마련이다.
한 마디로 신성 프러센 입장에서는 잘 무장된 기사들이 뛰어드는 것과 마찬가지였는데, 심지어 측면은 수인들과 누디아의 병력들이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는 상황이라 지원은커녕 당장 자신들 앞길도 문제였던 순간에 그들이 들이닥친 것이었다.
“아아악!”
“살려줘!
살려줘!”
중앙을 뚫기 위해 계속해서 안으로 들어왔던 신성 프러센의 병사들은 결국 그걸 뚫지 못 하고 그곳에 서로가 서로의 진로를 방해하며 오도 가도 못 하게 된 상황.
그 와중에 측면은 완전히 밀려서 점점 안으로 밀려들어오고 결정적으로 적들의 후방 부대와 기사, 기병들을 깨트린 북쪽 전사들이 거칠게 말을 달려 후방을 유린한다.
완벽하게 포위되어 진형을 다시 짤 공간은커녕 방패를 들 공간도, 창칼을 휘두를 공간도 없어진 채 점점 더 수세에 몰리는 신성 프러센의 병사들.
이제부터 재개될 싸움은 전투라기보다는 일방적인 학살에 가까웠다.
“죽여!”
“더러운 놈들!
빛을 더럽힌 자들에게 죽음을!”
“누디아의 원수들이다!
살려 보내지 마라!”
“하아아악!
우리들의 낙원을 지키자, 송곳니를 드러내라!”
중앙, 좌, 우, 후방, 각 부대 간의 모든 경계가 무너지고 마구 헝클어져 명령조차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
탈출구는 보이지 않고 보이는 건 오직 자신들을 향해 점점 다가오는 적들과 그들의 얼굴에 잔뜩 맺혀있는 적개심, 살의일 뿐이었다.
“싸워라!
싸워라!”
“빛을 위하여, 빛을 위하여!”
그러나 신성 프러센의 병사들은, 자원한 광신도들은, 급진파 요정들은, 그리고 천족들은 항복할 바에 끝까지 싸우다가 죽겠다는 의지만 더 불태웠다.
이왕 죽을 거 한 놈의 이단자라도, 죄인이라도 더 죽이겠다고 외치며 저항의 의지를 내비치는 자들.
“와아아아아!”
다시금 전투가 재개되었고, 그 어느 때보다 처참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궁지에 몰린 자들답게 저항이 무척이나 거셌기에 히스파냐, 누디아, 그리고 이종족 연합 측에서 전보다도 더 많은 사상자들이 발생했다.
그러나 그들이 흘리는 피의 배로 신성 프러센 측이 입는 피해는 더 컸다.
소규모 부대가 한꺼번에 피의 제물로 바쳐지며 스러져갔고 현장 지휘관들도 더는 지휘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검 한 자루를 뽑아들고 난전 중에 전사했다.
요정들이나 천족들도 마찬가지.
신성 프러센의 기사들 이상으로 강한 전력이었으나 이렇게 사방이 적인 상황에서 그들이라고 활약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아아!
빛이시여, 빛이시여!”
“아악!”
눈앞의 히스파냐 병사 하나를 죽이면 눈이 돌아간 다른 병사들이 요정의 등판에 창을 꽂고 천족들은 온몸이 난자당해서 그대로 쓰러져 숨을 거둔다.
빛을 위해 일어섰고 빛을 위해 죽겠다는 그들의 과거 발언처럼, 그들은 이렇게 자신들이 빛이라고 믿던 것을 위해서 목숨을 잃었다.
“급할 필요 없다.
겉에서부터 하나씩 확실하게 죽여라.
양파를 까듯 하나씩, 하나씩!”
“예, 테무친!”
“포로도, 자비도 필요 없다!
다 죽여라!
죽여!”
후방 부대 지휘관들의 목이란 목은 다 쳐서 창대에 꽂은 후 달려드는 북쪽 전사들의 모습은 신성 프러센의 신실한 병사들은 물론이고 요정들이나 천족들도 절로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광경이었다.
그 전사들을 이끄는 쟌은 접전 끝에 결국 자신의 손에 의해 목이 잘린 바데의 목을 자신을 따라다니는 기수의 깃대에 꽂은 후 너희가 자랑하는 그 성흔인지 뭔지 하는 것도 결국 전부 다 가짜임을 알리고 다니며 사기를 꺾는데 이용하고 있었다.
“테무친!
테무친!”
후방의 적들을 마음껏 유린하며 이 전쟁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한참 싸우던 쟌은.
갑자기 자신을 부르며 다가온 전령의 다음 말에 인상을 찡그리고 말았다.
“뭐라고?”
“후방에서 왕국 병사들이 마물이라 하는 기이한 몬스터들이 다시 포착되었습니다.
수도 수지만 하필이면 현재 격전을 치르고 있는 히스파냐 병사들의 후방에 몰려오고 있는 터라 이대로 두면 자칫 적군보다 아군이 먼저 깨질 수 있습니다!”
사정 모르는 자들은 또 다시 적들이 비겁한 수로 살 길을 도모하고 있다며 분노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지금과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쟌으로서는 마물들이 오고 있다는 정찰 보고에 가장 먼저 시온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
왜?’
역시나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의문’ 이었다.
다 이긴 싸움, 이대로 계속 밀어붙이면 생존자 하나 없이 적들을 전원 참살하는 최고의 전승을 거둘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시온이, 하필이면 적들을 한창 몰아붙이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짓을 벌인다는 것이냔 말이다.
‘설마 시온의 계획이 아닌 걸까?
하지만 이쪽에는 릴리트, 그 여자가 있는데?’
쟌은 입술을 깨물며 고민에 고민을 계속했지만 결국 나오는 답은 하나였다.
이게 시온의 계획이든 아니면 갑작스레 벌어진 사고이든 결국 아군의 측면과 후방을 방어해주기 위해서 비교적 움직임이 자유로운 북쪽 전사들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깃발을 바꿔라.
그리고 에오스에게 알려.
나는 즉시 전선을 이탈하여 마물들을 요격할 것이니 나를 대신해서 후방 전선을 맡으라고.”
“예?
하지만 테무친!
그렇게 하면 포위망이 완벽해지지 않고 적들 중 일부가 틈을 노려 빠져나갈 수도 있습니다!
그리 되었다가는 후일···.”
“적들을 하나라도 더 죽이겠다고 난리를 피우다가 역으로 아군 피해가 늘어난다.
잔말 말고 깃발을 바꾸도록.
그리고 내 친위대들은 바로 기수를 돌려 마물들이 오고 있다는 방향으로 향한다.
나머지는 적들이 우리들의 반전을 눈치 채지 못 하도록 순차적으로 전선에서 빠지고.”
“예!
명령 따르겠습니다!
테무친!”
직후 쟌이 지휘하던 전사들이 바로 기수를 돌려 다른 곳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녀의 돌발 행동에 당황하는 에오스, 그리고 각 부대의 지휘관들이었지만 곧 정찰병들에 의해서 마물들이 또 다시 뒤를 노리고 접근하고 있다는 소식에 쟌의 행동이 사실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음을 깨달았다.
“이런 씹어 먹을 놈들!”
“더러운 것들, 하다하다 안 되니 정말 마족들과 손이라도 잡은 거냐!
역겹다!”
“더 볼 것도 없다!
겉만 번지르르한 놈들이다.
우리처럼 빛을 향해 어떻게라도 닿고자 하는 자들과는 태생부터가 다른, 혀만 놀리고 겉만 빛의 후예인 자들이다.
죽여라, 다 죽여!”
동시에 눈앞의 적들에 대한 적의를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활활 불태우기도 했다.
다 이긴 상황에서 저들의 더럽고 간악한 술수로 인해 제대로 끝을 낼 수도 없다고 생각하니 여태까지 고생한 자들로서 울화통이 터질 만도 했다.
“와아아아!”
“쳐라!
돌격, 돌겨억!”
지금 흘리고 있는 피가 너무나도 많고 진해서 아마 향후 몇 십 년 동안은 이런 대전쟁을 다시는 벌일 수 없을 것이다.
즉 이런 거대한 회전을 다시는 구경 못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시온이 그 장엄하면서도 처절하고 잔혹한 모습을 빠짐없이 두 눈에 담는 순간이었다.
“시온 공자님.”
무척이나 익숙한 목소리에 시온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거기에 서있는, 아주 조금은 피곤한 표정으로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김유현을 발견하고는 미소를 지었다.
“고생했어, 김유현.”
―――――――작품 후기―――――――
추천은 항상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