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416)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416화(416/439)
416―――――
가망 없음
와아아아아아!―
“···.”
비교적 높은 곳에 위치한 신성 프러센의 진영.
그곳에서 대기하던 샤는 결국 무너지는 아군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뱉고는 두 눈을 감았다.
‘원래라면 하늘을 붙잡고 있어야 할 이들 중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어.
그렇다는 건···.’
마족들과의 전투에서 항상 하늘을 붙잡고서 마족들과 마물들에게 빛의 분노를 내리꽂던 최상위 천족들이 오늘은 전투가 아군의 대패로 끝날 때까지 단 한 번도 보이지 않았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단 하나, 김유현을 사냥하기 위해 떠났던 자들이 역으로 전부 그에게 사냥당하고 스러졌다는 소리였다.
‘나도 그들과 함께 나갔어야 했나?
망설임이 앞서지만 그걸 숨기고서.’
샤는 그렇게 생각하다 말고 고개를 내저었다.
확고한 신념만을 마음속에 품은 채로 나아갔던 이들이 전부 패했다.
상황이 그러할 진데 죄인이라고 믿었던 자들의 본모습을 확인한 후 이 싸움에 대해서.
더 나아가 과업이라는 것에 대해서 수많은 의문을 지니게 된 자신이 그들과 함께 나섰다면 도움은커녕 그들의 싸움에 방해만 끼쳤을 것이 확실했다.
“저기!
마물들이 또 죄인들을 향해 몰려듭니다!”
“저자들이 마족들을 이용하려다가 속은 겁니다.
어리석은 자들!”
그녀와 함께 진영을 지키던 소수의 이들은 중요한 순간마다 나타나는 마물들의 모습에 저들이 마족들을 이용하려다가 되레 자신들이 당하고 있다며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한다.
하지만 샤는 시온 클라우젠이라는 남자가 그 정도로 어리석은 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저들이 진정 어리석은 자들이라면 어찌하여 릴리트가 있던 바로 그 순간, 자신을 살해하지 않고 풀어주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였으며 마족들조차 제어가 안 된다는 마물들을 뭘 믿고 이용하라고 말을 했겠는가.
차라리 저들이 말하는 것처럼 이쪽이 마족들과 짜고서 저들을 공격하고 있다는 주장이 샤의 입장에서는 더 신빙성 있게 들릴 정도였다.
‘물론 차가 그랬을 리는 없어.
그렇다면 가능성이 높은 건 저들을 설득하지 못 한 마족들이 인간들과 우리 천족들의 세력이 가장 약해질 순간을 노려 기습을 한다는 것인데.’
만약 적들이 정말 자신들을 전부 다 죽일 생각이었다면 마족들과 손을 잡았을 것이다.
그리고서 이쪽을 향해 단 한 치의 자비도 없는 맹렬한 공격을 퍼부었겠지.
허나 저들은 오롯이 자신들만의 힘으로 여기까지 전쟁을 끌고 와서 결국 승리를 점했다.
처절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성스럽기까지 한 그 모습에 샤는 순간이나마 바로 저들이 진정한 의미의 성전을 치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다.
―회색으로 빚어지는 앞에 설 지니, 마침내 너희가 빛이리라.
―
다시금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자신들에게 내려진 과업.
처음에는 이 세상 전부를 회색빛 잿더미로 만들고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뜻으로.
그 다음에는 온통 회색만 가득한 시온 클라우젠에게서 빛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것이라는 신의 예언으로.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샤는 바로 그 과업이 이런 걸 의미하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회색이란 다름 아닌 저들, 빛으로 가고자 하나 이 세상이라는 틀에 자신들을 끼워 맞추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느라 거기로 닿지 못 하고 자꾸만 어둠으로 흘러가는 자들.
그럼에도 거기에서 벗어나려고 하며 빛도 어둠도 아닌, 정말 그 경계인 회색빛에서 자신들을 인도해줄 누군가를 기다리는 자들.
그들을 인도하는 의무를 다 하는 순간 바로 그 자가 진정한 빛이 되는 것.
그게 바로 우리들에게 내려진 과업일지도.’
자신들이 정말 빛의 후예로서, 저들에게 한 치의 부끄러움 없이 당당했다면.
바로 저들이 자신들에게 실망했다고 외치고,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일어서지 않았을 것이다.
정말 천족들이 빛의 후예였다면 이렇게 큰 저항을 받지 않았을 터.
결국 모든 건 자신들이 부족했고, 더 빛나지 못 했으며 더 선하고 더 정의롭지 못 해서 일어난 일일 것이라고 샤는 생각했다.
“루, 루님!”
갑자기 들려온 비명 소리에 샤는 그곳으로 다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처참한 몰골을 한 최상위 천족, 루가 거의 쓰러질 듯 비틀거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루!”
샤가 다급히 그에게로 달려가자 그녀의 얼굴을 확인한 루는 허무한 미소를 짓다가 이내 그대로 그 자리에 허물어졌다.
“루, 루.
정신 차려요.
루.”
멀리서 봐도 절대로 좋다고 할 수 없었던 그의 몰골은 상상 이상으로 더 심각했다.
온몸에 난자당한 상처가 빼곡했고 무엇보다 최상위 천족으로서 항상 고귀함을 빛내주던 날개는 몽땅 다 잘리고서 뿌리만 간신히 남은 처참한 모습이었다.
거기에 피 칠갑을 해서 괴기스러운 분위기까지 내는데 눈빛은 흐리멍텅하기까지 했으니 이보다도 더 치욕적이고 끔찍할 수가 없었다.
“···우리는 도대체 뭘 했던 것일까.”
샤의 품에 안겨, 루는 처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모르겠다는 듯 입을 뗀 그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무도 구할 수 없었어.
놈들의 손에 잡혀있던 앤도, 결국 그 괴물에게 살해당했다.
난 그걸 막을 수도 없었고, 그녀를 구할 수도 없었어.
빛의 후예였던 우리가, 도대체 무슨 치욕이란 말인가.
인간 따위에게, 요정, 수인 따위에게 도대체···.”
루는 더는 말을 하지 못 하고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이미 몸에 빼곡하게 새겨진 상처들, 아무리 천족이라고 해도 피를 너무나 많이 흘렸다.
신체는 물론이고 정신에까지 심한 충격이 더해져 운신조차 불가능할 터인데 여기까지 걸어서 복귀했으니 완전히 나가떨어지는 것이 정상이었다.
“···아니요, 루.
오히려, 오히려 이게 맞는 것일지도 몰라요.”
빛은, 높고 낮음을 가리지 않고 귀함과 천함을 따지지 않는다.
그곳이 어둡고 습하다하여 피한다거나 욕을 한다거나 그곳을 없애겠다고 하지 않는다.
빛은 다만 비출 뿐, 그리고 따스하게 보듬어줄 뿐이다.
선택은 오직 그 빛을 보는 자들에게 달렸을 뿐 뭐라고 강제할 수 없다.
강제하는 순간 빛은 빛이 아닌, 오히려 그들이 가장 경멸하는 악이 될 것이다.
‘인간 따위가 아니라.
수인, 요정 따위가 아니라.
우리들이 세상 가장 낮은 것처럼 그들을 보듬고 이끌고, 생각해주었어야 했어요.
그래요.
어쩌면 우리들에게 내려진 과업은, 우리들 자신을 돌아보라는 시련이었을 지도 모르겠군요.
그리고 그 시온 클라우젠이라는 남자는, 우리들의 오만함을 심판하기 위한 신의 사자였을 수도 있겠고요.’
완전히 정신을 잃은 루의 얼굴을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쓰다듬던 샤는 얼마 남지 않은 천족들, 그리고 신성 프러센의 기사들과 요정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후퇴합니다.
누디아에서 벗어나, 신성 프러센으로.
성소로까지 후퇴할 거예요.”
“샤, 샤님!”
“너무 섣부른 결정이십니다!
저희들은 아직 더 싸울 수 있습니다.
명령만 내려주십쇼.
저들에게 더 큰 피해를 강요하지 않는다면 승리에 취한 저 악랄한 것들이 누디아를 넘어 신성 프러센으로 쳐들어 올 것입니다!”
“이미 우리들은 큰 희생을 치렀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들은 다만 우리들 스스로만 빛이라고 부를 뿐, 정작 저들에게서 그 어떤 동조의 기운도 받지 못 했어요.”
“그건 저들이 다만 타락한···.”
“아니요.”
샤는 냉정하게 고개를 젓고는 말을 이었다.
“우리가 틀린 겁니다.
우리가, 아니었던 겁니다.
여태까지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모든 것들이.
다만 우리들이 빛이라고 생각했던 그것들이 전부 다.”
―
전투는 연합 측의 대승으로 끝났다.
비록 마물들의 기습으로 인해 막판에 포위망이 약해졌고, 그 틈을 타서 꽤 많은 자들이 탈출하기는 했으나 그 수는 수천에 이르지도 못 했다.
평원에는 신성 프러센과 곳곳에서 모여든 광신도들, 천족들 따르던 급진파 요정들, 그리고 빛의 후예라 하던 천족들까지 포함하여 수만에 달하는 시체가 나뒹굴었다.
빛을 위하여, 타락한 죄인들을 심판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당당하게 나선 자들의 최후치고는 너무나도 초라하고 비참한 것이었다.
“자, 조심.
조심!”
“적군의 시신이라 하여 허투루 다루지 마라!
대충 했다가는 나중에 너희만 더 피곤하다!”
이곳은 누디아의 땅, 따라서 그 시체를 치우지 않는다면 차후 그게 부패하면서 악취를 시작하여 나중에는 전염병까지 일어날 것이 확실했다.
때문에 아군들의 시신은 적당한 곳을 골라 매장을 하고, 적들의 시신은 구덩이를 판 후 일정한 수를 모아 불을 지피고 화장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타닥!
타닥!―.
인간, 요정, 천족.
모든 것이 공평하게 한 줌 재로, 연기로 변해 흩어진다.
빛의 신성한 뜻이니 뭐니 하던 자들의 최후라고 보기에는 덧없다 못 해 비참할 수준.
그렇게 치열하게 싸울 때는 미처 몰랐는데 모든 것이 끝나고 나니 갑자기 찾아드는 공허함에 승리한 자들조차 조금은 침울한 기색을 숨기지 못 하고 있던 찰나였다.
다각, 다각―.
누군가가 말을 몰아 그곳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잠시 후, 가장 먼저 히스파냐의 병사들이 일제히 하던 일을 멈추고는 말을 타고 등장한 남자에게 극상의 예를 취해 보인다.
뒤를 이어서 수인들, 요정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누디아의 병사들까지.
모든 이들이 종족, 국가를 막론하고 예를 취하는 대상은 시온 클라우젠이었다.
“그대들이 자랑스럽다.”
가장 먼저 나온 말은 자랑스럽다, 라는 말과 함께 하는 환한 웃음.
그러나 다음 나온 말은, 그리고 표정은 그것과는 정 반대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대들에게 미안하다.”
함성과 고함, 비명으로 가득하던 곳을 대신하는 건 다만 불꽃에 먹혀들어가며 타닥거리는 것이 전부였다.
그곳에서 시온의 침통한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도 더 처량하고 또 힘이 없게 느껴졌다.
“우리들이 진정한 빛의 후예임을 증명하게 해준 이들.
떠나버린 자들에게 감사하자.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이 전쟁에서 혹 다른 마음을 품지 않도록 스스로를 경계하자.
알겠는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 말이 침울해져 있던 이들의 가슴속에 다시금 조그마한 불꽃을 일으켰다.
그래, 그의 말대로 아직 다 끝난 것이 아니다.
적들이 누디아에서 빠르게 후퇴하여 신성 프러센까지 도망치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이 상황에서 전쟁을 끝낼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해서는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다.
그들이 살아있는 한 언제든 그놈들은 자신들이 한 짓을 잊고서 스스로를 여전히 빛의 후예라는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하며 빛을 욕보일 것이었다.
그래서는 안 된다, 그래서는 여기까지 희생된 모든 자들의 생명이 의미가 없게 된다.
허니 더더욱 그들을 완전히 이 세상에서 지워버려야 한다.
그도 아니라면 그들 스스로 문을 열고 나와 자신들의 ‘죄’를 인정하고 빛의 후예가 아닌, 그저 빛을 따르고 싶었던 존재들이라고.
자신들을 인간, 수인, 요정과 다를 것이 없다고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모든 것이 진정한 의미로 끝나게 된다.
“오셨습니까.”
병사들을 다독이고 난 후, 시온은 지휘 막사로 들어섰다.
그곳에는 루드비히를 필두로 하는 히스파냐 측 지휘부, 쟌과 에오스로 대표되는 북쪽 전사들, 거스 대왕을 중심으로 하는 수인 지휘부, 시리엔을 중심으로 하는 요정들, 마지막으로 누디아의 지휘부까지 모두가 모여 있었다.
“보고하도록.”
시온의 말에 루드비히는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지도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이틀 전의 전투로 적들은 거의 궤멸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그리핀과 정찰병들의 보고에 의하면 살아서 신성 프러센 방향으로 후퇴하기 시작한 자들은 다 합쳐도 수천이 채 안 된다고 합니다.
이미 신성 프러센의 병력들까지 싹 다 긁어모았던 터라 그들이 신성 프러센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병력 규모가 다시 커질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그들을 따르겠다던 광신도들도 그들의 패배가 확인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졌고 말입니다.”
“그런 것들을 교도라고 두고서 좋아했던 것들이 천족들이라니.
그들을 도대체 뭐가 좋다고 따랐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의문이다.”
거스 대왕의 투덜거림에 수인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모든 생명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그런 낙원을 꿈꾸던 그들로서는 뜬금없이 모든 것을 불태우고 잿더미로 만드는 것이 과업이라고 하는 천족들을 좋게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쟌.
북쪽 전사들의 피해 규모는 어떻지?”
“적들이 저항이 만만치 않았기에 인마가 많이 상했다.
물론 그대의 명령이 떨어진다면 추격을 아예 못 하겠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 수도 많지 않고 오래 가지 못 할 거다.
무엇보다 이곳은 우리 전사들이나 말에게 그리 맞는 기후가 아니라 상당히 힘들어하고 있어.”
“이해한다.
마물들을 막아주느라 희생이 더 커졌으니 추격은 불가능하겠지.”
“시온 클라우젠님.
우리 요정들은 아직 움직일 수 있습니다.
우리들이 추격할 수 있어요.”
시리엔이 슬쩍 손을 들며 입을 열었다.
요정들이 먼저 나선다는 것이 무척이나 신기하면서도 또 고마운 일.
하지만 시온은 타당한 이유, 그리고 그들을 생각하는 듯 한 이유를 내세우며 거절했다.
“요정 분들은 이미 큰 전투를 치렀습니다.
지금이야 완전히 천족들과 갈라섰다고 하지만 그래도 그 속에 요정들도 있고, 천족들도 있습니다.
그들을 요정들만의 손으로 처리하게 만드는 일은 모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겁니다.
무엇보다 요정 전사들에게는 크게 달갑지도 않은 일이고, 명예롭지도 않은 일이 될 테니까요.”
“···신경 써주셔서 고마워요.”
“마음만 받도록 하겠습니다, 시리엔.”
수인들과 누디아 군은 당연히 휴식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히스파냐 군이 버텨주는 사이 적들의 좌, 우를 압박하기 위해 그들은 자신들의 몸을 돌보지 않고 공세에 공세를 이었으니 부상은 물론이고 피로도가 최고치에 달해있는 상황이었다.
적을 추격하다가 오히려 그전에 전부 탈진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에 시온은 그들이 추격하겠다는 의견도 결국 뒤로 물리고 말았다.
“허면 사령관님.
적들을 추격하지 않으실 겁니까?”
“···.”
“놈들은 약해졌고, 기둥 전부를 잃었으며 스스로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 때 마지막 일격을 가하지 않으면 놈들은 신성 프러센으로 돌아가서.
그 중에서도 요새라고 할 수 있는 성소에 틀어박혀서 전열을 재정비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아군 피해가 더 클 수도 있습니다.”
루드비히는 시온을 재촉하며 여기서 끝장을 내자고 주장하고 있었다.
병사들에게는 좀 미안한 부분이지만, 여기서 확실하게 끝을 내지 못 하면 결국 이 전쟁은 장기화 될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자신들이 떠안아야 하니까 말이다.
“물론 지금 무리해서라도 적들을 추격하면 더 이상의 싸움이나 그 어떤 저항도 없겠지.
하지만 루드비히.
우리가 왜 저들과 싸웠는가?
왜 이 먼 곳까지 와서 피를 흘렸는가?”
“그건···.”
“그건 저들이 옳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들이 잘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저들과 똑같은 전처를 밟지 않기 위해서였다.
저들은 자신들 스스로를 과신하고 오만한 마음가짐으로 모든 것을 가벼이 여겨 결국 스스로 파멸했다.
빛이라 하는 자들이 이해도, 자비도 없이 힘이 있다고 휘두른 결과가 그를 증명하고 있다.”
시온은 잠시 말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우리들은 그러지 맙시다.
이해하고, 최소한의 자비는 베풀어줍시다.
그게 진정한 빛의 후예들로서 어리석은 자들에게 보일 수 있는 최고의 가르침이자 우리들의 위대함입니다.
그럼에도 저들이 자신들의 죄를 뉘우치지 않는다면 그때 끝을 보면 될 겁니다.
지금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은 저들처럼 날뛰는 것이 아니라 고통 받고 눈물 흘리며 쓰러진 자들을 돌보며 천천히 나아가는 겁니다.
우리들은 그들과 같은 과오를 저지르지 맙시다.
적어도 오늘만큼은 동료를 잃은 자들을 위로하고, 떠난 자들을 기리며 고생한 우리들 스스로를 또한 위해줍시다.”
우리들이 빛이라는 명분하에 일어서 싸운 자들이다.
그 명분이 손상되면 차후 모든 것에 부정적인 영향이 가해지는 건 뻔한 사실.
때문에 시온은 일단은 여기서 한숨 돌리는 길을 택했다.
‘전쟁도 결국 이득을 보기 위한 경쟁의 연장선이니까.
괜히 무리해서 손해를 볼 필요는 없지.
천천히, 그러면서 얻을 수 있는 건 전부 얻고 간다.’
성자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인자한 표정과 말에, 전혀 바르지 못 한 생각이었다.
―――――――작품 후기―――――――
아직 끝 아닙니다!
우리의 시온은 전쟁보다 그 후에 더 미쳐날뛰는 놈이에요!
긴장하고 있으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