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417)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417화(417/439)
417―――――
가망 없음
전투는 끝났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사실 그 전투가 전쟁의 향방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전투였고, 그 전투에서 이겼기에 이미 전쟁의 승패도 갈린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공식적으로는 분명 그러했다.
“어서 오세요, 아이브.”
상한 병사들을 살피며 천천히 나아가던 와중에 아이브가 다시금 진영을 방문했다.
전투 결과를 전해듣고는 바수라 백작령에서 이곳까지 바로 달려온 모양이었다.
“대승을 축하드려요, 시온 클라우젠 사령관님.
그동안 수도 없이 전사한 히스파냐와 누디아의 용사들이 이 소식을 듣는다면 눈물을 흘리며 기뻐할 거예요.”
“그렇겠죠.
그보다 여기까지 한달음에 달려오신 걸 보면 뭔가 할 말이 있는 모양인데.”
“적들이 점령했던 왕성까지 버리고 신성 프러센으로 퇴각했다고 들었어요.”
아이브의 말에 시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살아남은 이들을 전부 합쳐도 수천에 불과한 세력, 무엇보다 최고 전력이라 할 수 있는 최상위 천족과 상위 천족들을 거의 다 잃어버린 적들이다.
세력이 크게 꺾이자 그 전까지 빛을 외치던 지지 세력들이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특히나 누디아의 귀족들이 갑자기 배신을 하며 곳곳에서 일어나니 그들로서는 이곳에서 더 버티다가 앞뒤로 포위당하여 최후를 맞이할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여기서 더는 버틸 수가 없을 테니까요.
저와 여러 지휘관들이 예상키로는 신성 프러센, 그 중에서도 한 번도 뚫린 적이 없다고 하는 성소까지 물러나 결사항전의 의지라도 불태우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됩니다.”
“완전히 지우지 않으면 후일이 귀찮아지고, 전부 지우자니 우리 쪽 출혈이 강요되겠네요.”
성소라 불리는 곳은 사실 하나의 거대한 성이라고 봐야 한다.
그 안에 천족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샘이 있는데, 그곳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은 자들을 치료하고 전력을 재정비하여 마족들과의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고 한다.
천족들이 직접 지었다는 그 성벽은 무너지지 않는다고 하는데, 어떤 이들은 그저 헛소문으로 치부하고 있지만 시온은 그게 사실임을 알고 있었다.
‘물론 전부가 다 무너지지 않는 건 아니지.’
어느 곳이나 다 약점은 있기 마련이다.
당장 그 세계관 최강자라 하던 김유현도 멘탈적 부분이나 사람 관계에 약점이 명확해서 시온 클라우젠이 그 부분을 잡고 질질 늘어져 결국 빈틈을 만들었으니까 말이다.
“일단 신성 프러센까지는 진격할 계획입니다.
그래야 저들을 위선자들이라고, 거짓된 빛이라고 확실하게 여기고 더는 세상 사람들이 그들을 지지하지 않을 테니 말이죠.”
“이해해요.
당연히 그래야죠.
빛이 수호하기에 누구에게도 뚫리지 않는다는 그 땅을 우리들이 밟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빛의 후예임을 알리는 아주 좋은 방법이니까요.”
그렇게 말하는 아이브의 눈가에는 묘하게 분노의 빛이 서려있었다.
자칭 빛의 후예라 하는 자들이 자국을 철저하게 유린하며 국론을 분열시키고 왕국민들의 삶을 완전히 망가트려 놓았으니 좋은 감정을 보일 수가 없을 것이다.
“그보다, 할 말이 있던 것 같은데.”
“···다른 건 안 바랄게요.
다만, 왕성을 탈환할 때 누디아 군이 먼저 들어가게 해주세요.
그리고 다시금 누디아의 깃발을 꽂게 해주세요.”
다른 곳도 아니고 누디아의 왕성이었던 곳에 누디아의 군대가 가장 먼저 들어가서 깃발을 꽂게 해달라, 라는 부탁.
언뜻 보면 딱히 부탁이라고 하기도 이상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현재 상황으로 보자면 아이브가 이런 말을 하는 게 무리는 아니었다.
현재 남은 누디아의 병력은 간신히 1만이 될까 말까 한 상황이다.
그것도 부상자까지 합쳐 간신히 모인 것이고, 실질적인 전투 병력은 8천이 채 못 되었다.
히스파냐 역시 누디아만큼 많은 피해를 입었고 지원 병력이 도착했다고는 하나 만 명을 조금 넘는 숫자였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서로 같이 싸웠고, 비슷한 피해를 입었으니 누디아 입장에서 크게 꿀릴 것이 없을 지도 모르겠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이쪽에는 히스파냐 병사들만 있는 게 아니니까.’
당장 북쪽 전사들의 숫자만 2천이다.
순수하게 기병 전력으로 이루어진, 그것도 정예 중의 정예가 2천이라는 소리다.
그 뿐인가?
수인과 요정 전투 인원까지 합친다면 또 2천이 훨씬 넘는 병력이 추가된다.
그들 모두가 ‘히스파냐’ 를 돕기 위해서 이 자리에 왔다.
누디아가 아닌, 히스파냐를 위해 말이다.
‘아이브 입장에서는, 그리고 누디아 입장에서는 전투가 다 끝나고 나보니 불안하겠지.
자신들은 다 지치고 상처 입은 병사들인데 이쪽은 숙련된 기병에 이종족까지 연합했으니, 불안해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게 이상한 법이다.’
혹시 히스파냐가 생각을 달리하면, 누디아는 정말 나락으로 떨어진다.
어느 정도였냐 하면, 당장 클라우젠에서 은밀하게도 아니고 대놓고 병력을 내보내서 바수라 백작령을 친다고 해도 그들을 막아낼 만한 병력이 없다.
가장 중요한 왕실 기사들까지 반이 넘게 전투에 차출된 마당에 농성을 할 수 있는 인원들이 거의 남지 않은 건 당연한 일.
히스파냐와 시온 클라우젠의 약속을 굳게 믿고서 모든 것을 전투에 집중했으나 국가 간의 모든 일들이 신뢰만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때로 국가는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신의나 약속 따위를 내칠 수도 있는 집단이니까.
그런 상황에서 누디아는, 그리고 아이브는 급했다.
이미 국격도 바닥이고 왕국민들은 위기가 연이어 닥치자 분열된 이 나라에 실망했다.
대놓고 반기를 드러내지는 않고 있지만 여기서 더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긴다면 그때는 정말 그 불만이 어떤 방식으로 폭발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니 어떻게 해서든 잃어버린 자존심을 조금이라도 되찾고, 흩어진 민심을 다시 한 번 모으고 싶다.
그러니까 부디 양해해 달라.
이런 소리군.’
적들에게 넘어갔던 왕성을 다시 자신들이 되찾는 것만큼 좋은 그림도 없다.
거기에 가장 먼저 입성해서 깃발까지 꽂는다면 병사들의 사기 충전에도 좋게 작용할 것이고 민심을 달래기에도 좋을 것이며 무엇보다 떨어진 왕실의 품격을 조금이라도 바로 세울 수 있다.
반대로 히스파냐가 누디아를 제치고 왕성을 탈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건 이미 떨어질 대로 떨어진 국격을 아주 나락까지 직행하게 하는 일이었다.
또한 요동치는 민심이 이제는 사납게 변하여 제 나라 왕성조차 스스로 되찾을 힘이 없는 자들이라고 외쳐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절대 물러설 수는 없는 일, 절대 넘겨주어서는 안 되는 것.
더 이상 전쟁의 주체가 될 수 없는 상황임에도 그런 부탁을 해야 하니 아이브가 이렇게 조심스럽고 또 저자세로 부탁을 하는 것이었다.
“흠.
마침 신성 프러센이 전리품이라고 들고 다니던 누디아의 왕실기를 우리 히스파냐 군이 압수하기는 했습니다만.”
“···.”
시온의 말을 듣는 순간 아이브는 가슴이 철렁거렸다.
굳이 저런 말을 지금 자신에게 한다는 건, 누디아의 왕성을 탈환하는 가장 중요하고 빛나는 업적을 히스파냐 측이 가져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 아니던가.
‘막을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당연히 불가능하다.
당장 히스파냐와 누디아의 전력만 봐도 오히려 히스파냐가 우위를 보이는데 심지어 북쪽 전사들, 그리고 이종족들까지 전부 다 그들의 편에 설 것이 자명했다.
그뿐인가?
이번 전투에서 무시무시한 위세를 떨치던 실력자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히스파냐의 사람들, 정확히는 시온의 사람들이었다.
그 중 하나가 누디아 출신인 리시키다이기는 했으나 이미 이곳에서는 내친 인물이니 이제는 완벽한 남남이라고 봐야 할 상황.
어느 부분으로 봐도, 어떻게 봐도 누디아는 더 이상 히스파냐에게서 우위를 점할 수 없었다.
다른 걸 다 제치고라도 이들은 어찌 되었든 누디아를 돕기 위해서 여기까지 왔고 엄청난 희생을 치렀으니 자신들이 무턱대고 이쪽 사정을 들먹이며 좀 들어달라고 할 수도 없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시온 클라우젠 사령관님.
히스파냐의 공을 빼앗고 싶지는 않으나 이건 누디아에게 있어 자존심, 그 이상으로 중요한 일입니다.”
아이브는 고개까지 숙이며 시온에게 간곡하게 부탁했다.
본심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원래는 협상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협상 수준도 아니고, 누디아 입장에서 보자면 구걸이나 다름없다.
치욕스럽긴 하나 어쩌겠는가.
속마음 다 드러내고 간절하게 빌어야지.
이것마저 어떻게 하지 못 한다면 누디아는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것이 자명한 사실이었다.
“···.”
야속하게도 시온은 대답이 없었다.
이미 확실하게 우위를 점하고 있는 자의 여유로움이라고 해야 할까.
아이브는 두 눈을 감고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눈앞의 이 남자가 바보도 아니고, 오히려 자신보다 100배는 뛰어난 인물이다.
자신이, 그리고 누디아가 왕성 탈환에서 가장 앞에 서는 것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고 또 바라고 있는지 아주 훤히 들여다보고 있었을 것이다.
히스파냐가 무슨 요구를 한다고 해도 이쪽은 결국 수락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이건 중요한 일, 절대 회피하거나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
침묵이 길어질수록 아이브의 초조함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도대체 뭘 요구하려 하기에 이리도 뜸을 들이는 것일까.
무엇을 계산하고 있기에 이쪽의 간절함을 다 알면서도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다, 다른 영광이라도 드리겠습니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아이브는 잠깐이었지만 이성을 잃고서 허둥대며 그리 입을 열었다.
물론 제 실수를 깨닫고는 바로 입을 다물었지만, 이미 시온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그녀를 쳐다보고 있는 중이었다.
“다른 영광이라 하시면?”
“그, 그건···.”
솔직히 말해서 이 이상 히스파냐가 가져갈 영광이 더 있겠는가?
전투에서 누디아보다도 더 치열하게 싸워 승리를 거두었고, 여태까지 자신들과 반목하던 누디아는 물론이고 북쪽의 부족, 수인, 요정들과 화합하는데 성공했다.
그걸 이룬 것이 바로 지금의 히스파냐이고 시온 클라우젠인데 이보다 더 한 영광을 누디아가 어떻게 줄 수 있겠는가?
‘아예··· 아예 없는 건 아니잖아.’
어차피 왕성 탈환까지 히스파냐에게 내어주면 현 왕실도, 그리고 현 왕실의 가장 큰 지지 세력인 자신도 다시는 일어설 수 없게 된다.
그 이후의 일은 뻔하다.
은근히 레스티온 가문을 노리던 정적들에게 이리 뜯기고 저리 뜯겨서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쫓겨날 테지.
정치의 세계는 바로 그런 것이니까 말이다.
‘손에 쥐지 못 한다면 어차피 다 망한다.
그럴 바에 모든 걸 걸어야겠지.’
꿀꺽, 침을 삼킨 아이브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잘게 흔들리는 숨을 내뱉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히스파냐와 누디아.
두 나라 간의 이런 혈맹을 축하하는 게 당연하고, 그 인연이 오래 가기 위해서는 혼인만큼 좋은 것도 없겠죠.”
“흠?
그 말씀은.”
“하지만 그건 히스파냐만의 영광이 아니니, 구미가 당기지 않으실 거예요.
그러니까, 감히 제안하겠습니다.
왕성 탈환에 대한 모든 것을 우리 누디아에게 넘겨준다면, 후일 제가 당신의 첩이 되겠습니다.
이게, 제가 드릴 수 있는 전부에요.”
푸핫.
시온은 순간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아냈다.
설마 했는데 이 명석한 여인이 자신을 저당 잡는 일까지 할 줄은 정말 몰랐다.
‘그건 그거대로 누디아의 치욕인데, 그래도 왕성 탈환보다는 덜 하다는 건가?’
누디아의 현 국왕을 세우는 데에 최고의 공을 세운 인물.
신성 프러센의 엄청난 공격에서 그래도 누디아를 여기까지 유지시킨 사람.
그런 아이브 기 레스티온이 히스파냐의 왕실 사람도 아니고 귀족에게, 그것도 정실도 아니고 첩으로 들어가겠다고 한다면 당연히 누디아 입장에서는 동맹을 위한 악수가 아니라 자신들의 열세를 인정하고 바닥에 조아리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런데도 이런 말까지 내뱉는다는 건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
더해서 지금의 누디아가 시온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말이었다.
‘원래 물에 빠진 놈 구해주면 그 목숨 값으로 보따리 챙기는 게 가장 좋긴 한데.’
그것도 상황에 따라서 다 다르다.
이미 누디아의 상황이 최악에 가까운데 이런 치욕까지 감수하게 한다면 히스파냐는 어떨지 몰라도 누디아는 절대 안정되지 못 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기껏 다 죽여 둔 빛의 끄나풀들이 또 뿌리를 내릴 지도 모른다.
현재 누디아에서 이 혼란스러운 정국을 바로 잡아줄 이는 눈앞의 여인이 최고 적임자였다.
‘어쩌면 이 여자, 내가 이 제안을 단박에 거절할 걸 알면서 일부러 그랬을 수도.’
그렇게 생각하니 기분이 살짝 더러워졌지만, 솔직히 그런 말을 하는 것조차 여인에게 있어, 그리고 권력을 잡은 이에게 있어 더 비참한 것은 없을 테니 시온은 넘어가주기로 했다.
“거절하겠습니다.”
“에?”
“거절하겠다고요, 아이브.”
시온의 대답에 아이브는 아, 하고 탄식을 내뱉으며 절망감에 물든 얼굴을 하려던 순간이었다.
“같이 피를 흘리고 싸운 전우들에게 뭔가를 요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 땅은 당신들의 땅이고, 당신들이 피를 흘리며 지켜내던 곳이니 응당 권리는 당신들에게 있어요.
그렇고말고요.”
“아, 아아?”
“이미 왕성에 남은 적은 없습니다.
해봤자 급하게 숨은 빛의 교도들이나 배신자 몇이 있겠죠.
왕성 탈환에 관한 모든 건 누디아 측에 일임하고 그 어떤 관여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시온은 아이브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는 고생했다는 듯 그 손을 토닥이며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같이 고생했는데, 같이 삽시다.
너무 힘들었는데, 조금은 편하게 갑시다.”
“시, 시온 클라우젠님.”
달리 노린다거나, 원한다는 감정 하나 없이 그렇게 담담히 말하는 시온.
덕분에 아이브는 여전히 그를 경계하던 자신이 문득 부끄러워졌다.
그가 단순히 누디아를 위하는 생각만으로 여기에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국가간의 일을 그런 신의만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니까.
하지만 누디아에 대한 호감이 그래도 어느 정도 있기에 또한 나선 것이리라.
히스파냐에서 가장 앞장서서 누디아를 돕자고 한 사람이, 신성 프러센과 천족들에게 맞서 싸우자고 한 것이 시온 클라우젠임을 아이브는 잘 알고 있다.
혹 그가 이 누디아라는 국가와 조금이라도 더 긴밀한 관계를 위해서 이런 호의를 보이는 것이라면 그동안 자신이 너무 치졸하게 히스파냐와 시온을 대했던 것이다.
“다만, 이쪽도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왕성 탈환은 좋은데, 병사들을 조금만 더 쉬게 해주죠.
누디아 군도 우리 히스파냐 군 못지않게 치열하게, 그리고 처절하게 싸웠으니까요.
잠시 숨을 돌리고 의지를 다질 시간을 좀 주었으면 합니다.”
“아, 네.
그리 하겠습니다.
당연히 그러고말고요.”
아이브는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는 듯 바로 대답을 했다.
자신의 대답에 시온이 다시금 미소를 짓자 아이브는 여태까지 그를 경계하던 자신이 갑자기 무척이나 한심스러워졌다.
저 뛰어난 남자는 미래를 내다보며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고민하는 모양인데, 자신은 그들을 경계하며 어떻게든 자신들을 보존할 생각부터 하고 있었으니까.
‘아직 배울 것이 많구나.’
아무래도 체스는 더 둘 필요도 없을 것 같다고 아이브는 생각했다.
이리 봐도 저리 봐도, 모든 부분에서 이 남자에게 완패 당한 자신이었다.
‘시간을 더 끌어야 현재 착착 진행되고 있는 국경 인근의 친(親) 클라우젠 작업에 차질이 없거든.
미안합니다, 아이브.’
―――――――작품 후기―――――――
넌 내게 빠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