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420)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420화(420/439)
420―――――
나는 당신들과 다릅니다
“더러운 자들이 기어코 우리들의 땅까지 더럽히고 있습니다.
여러분, 이 성소만큼은 순순히 내어주지 맙시다.
여기를 원한다면 우리들의 시체를 넘고, 피로 가득한 웅덩이를 지나야 할 것이라고 분명히 알게 해줍시다!”
와아아악!―
마침내 성소 앞까지 다다른 대규모의 병력을 보고서,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듯 함성을 내지르는 천족들, 요정들, 그리고 인간들.
한창 잘 나갈 때는 서로의 종족이 달라서 조금씩 삐걱거리던 자들이 위기가 밀어닥치자 바로 화합하고 단결하는, 상당히 대단한 듯 보이면서도 씁쓸한 장면이었다.
“놈들에게 우리들의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자!”
“죄인들에게 단죄를!
타락한 자들에게 심판을!”
얼마 전에 그 큰 패배를 당했음에도 여전히 기세만큼은 대단한 이들이었다.
아직도 자신들만이 빛이고 선이며 정의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미 그 모든 것들은 세상 전부가 부정하고, 세상 모든 이들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데.
저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샤는 씁쓸한 기색을 거둘 수가 없었다.
‘결국 루는 일어나지 못 한 건가.’
루가 끝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 했기에 결국 모든 지휘는 샤가 맡게 되었다.
단 둘 만이 남은, 루가 쓰러진 상황에서 마지막 싸울 수 있는 최상위 천족.
아마도 자신들을 빛이라고 생각하는 자들은 샤가 자신들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으나 정작 그 마지막 희망은 싸우고자 하는 마음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정말 자신들이 빛이라면, 선하다면, 정의롭다면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었어야 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자신들의 패배가 확실한 상황에서 패배를 시인하고, 죄를 인정하고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을 당당하게 져야만 했다.
가는 길에 적 하나라도 더 죽이겠다고 외치는 건 자신들이 그렇게나 증오하던 마족들이나 할 짓 같았는데, 그걸 바로 자신들이 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쪽의 결정을, 하다못해 샤의 결심을 기다리듯 연합군은 일부러 천천히 걸음을 떼었음에도 정작 잘못된 자들은 제 죄를 인정할 줄 몰랐고 샤는 여전히 그런 동족들을 버리고서 자신의 신념을 따르느냐 아니면 동족들과 함께 스스로를 내던지느냐의 사이에서 고민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사이 결국 저들은 여기까지 밀고 들어왔다.
그리고 성소 앞에 선 그들이 맞이한 건 험악한 기세로 싸우자고 들덤비는 자들.
내심 큰 전투 없이 모든 것을 끝내고 싶었던 저들도 상당히 짜증나고 또 분노할 상황이리라.
‘우리가 선택한 길이니, 저들도 더는 피하려고 하지 않을 거다.
결국, 결국에는 둘 중 하나가 완전히 죽고 사라져야 끝난다는 것이다.’
이제 와서 성문을 연다고 한들 저들이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
대패했으면 바로 그 순간 패배를 시인하거나, 하다못해 저들이 신성 프러센의 땅을 밟아 성소 바로 앞까지 오기 전에 무슨 말이라도 전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 했으니까.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라고 판단하여 끝장을 보자고 저들이 결정을 내렸어도 샤로서는 할 말이 없었다.
척, 척!―
연합군이 성벽과 거리를 조금 벌린 곳에서 정지했다.
질서정연하게 서서 성소를 압박하고 있는 자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절로 기가 죽을 텐데도 성소에 갇힌 자들은 오히려 더욱 투지를 드높이며 어서 와보라 소리를 질러댔다.
창칼을 뽑아 높이 들고 더 들어온다면 자신들의 열 배만큼 죽을 각오를 하라고 고함을 친다.
그리고 그 순간, 그 고함 소리에 응답하듯 누군가가 앞으로 나섰다.
“···?”
“뭐야.”
연합군은 아직 공격 준비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임에도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남성.
다른 이들은 그 남성의 정체를 잘 모르고 있었지만 샤는 멀리서도 그 남성이 누구인지, 어떤 존재인지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기, 김유현!”
워낙 상황이 급박했기에 그의 존재를 잠깐이나마 잊고 있었다.
최상위 천족 따위 얼마가 오던 간에 개의치 않고 박살을 내버린 그 무서운 남자.
그가 성소 앞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던 샤는 다급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무너지지 않는 성벽이라.”
단순한 전설 따위가 아니라, 정말로 성소의 성벽은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
최상위 천족들도, 최고위 마족들도 그리 하지 못 했으니 정말 신이라도 내려오지 않는 이상 그건 불가능할 것이라고 빛의 교도들은 믿고 또 믿었다.
“한 번 보자.”
성소 앞으로 나선 남자가 검을 뽑고, 그 검을 내지르기 전까지는 말이다.
투쾅, 콰콰콰쾅!―
세상이 반으로 갈라지는 듯 한 굉음과 함께, 세상이 그대로 빛으로 가득해졌다.
그 영향으로 성소 안에 있던 모든 이들은 모두가 그 자리에 쓰러졌다.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다 못 해 그냥 텅 비어지게 만들 정도의 엄청난 위세.
굉음과 빛 속에서 죽은 듯이 쓰러져 있던 성소 내부의 인원들이 마침내 몸을 일으켰을 때.
“아, 아아···!”
그들은 절대 믿고 싶지 않은, 보고 싶지 않은 광경을, 그리고 절망을 마주해야만 했다.
결코 무너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성소의 그 단단한 성벽이 무너졌다.
아니, 정정하겠다.
무너진 것이 아니라 그냥 사라졌다고 해야 할 것이다.
마치 신이라는 존재가 와서 설명할 수 없는 힘으로 성벽을 세상에서 완전히 도려낸 듯, 아주 깔끔하게 잘려 완전히 가루가 되어 있었다.
모든 이들이, 심지어 연합군조차 입을 쩍하고 벌린 채로 그 장면을 바라보던 와중에 그들의 귓가에 들린 선명한 소리가 그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철컥―.
검집으로 검을 회수한 김유현은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아무런 감흥도 없는 얼굴로, 뭐 이딴 성벽이 무너지지 않는 신성한 성소라느니 비웃는 것 하나 없이 아무런 의미 없는 뭔가를 벤 표정으로 돌아선 그는 조금 전 그리 했던 것처럼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
“···.”
그 어떤 이도 뭐라 말을 하지 못 했다.
갑자기 어떤 남자가 걸어 나와서는 검 한 번 휘두르니 자신들이 그리도 믿고 믿었던 성벽이 말 그대로 사라졌는데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아아.”
“이, 이제 우리는···.”
공성전에서 가중 중요한 성벽이 뚫렸으면, 그 다음은 아주 당연하게도 적들의 진입일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럴 필요도 없을 지도 모르겠다.
당장 저 남자가 또 나서서 아예 모든 것을 쓸어버리면 그만이니까.
지금의 저 남자가 가한 공격은 그의 기준에서 보자면 위협 수준에도 들지 못 하는, 그저 정말 성벽이 튼튼한가 한 번 확인이나 해본 것에 불과할 테니까.
‘그래, 이렇게 끝나는구나.’
샤는 두 눈을 감고 자신에게 펼쳐진 운명을 담담히 맞이하려고 했다.
갑작스레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제 눈에 담기 전까지는 말이다.
“···어?”
연합군 측에서 갑작스레 백기가 내걸린다.
그리고 몇몇 이들이 천천히 걸음을 옮겨, 뚫린 성벽으로 다가온다.
샤는 그들 중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임을 확인하고는 멍한 기색으로 자신의 자리를 벗어나서 무너진 성벽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샤, 샤님!”
“나가시면 안 됩니다.
저들이 또 무슨 간악한 짓을 할지···.”
그러자 천족들이 다급하게 샤를 붙잡는다.
모든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에서 백기를 걸고 다가오는 저자들이 자신을 속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
하지만 샤는 그들처럼 흑과 백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싶지 않았다.
“놓으세요.
저들이 진정 그런 생각이었다면, 성벽과 함께 우리들도 전부 이 세상에서 지워버렸을 겁니다.
그럴 자들이 아니라면, 뭔가 생각하는 바가 있겠죠.”
자신을 말리는 자들을 떼어놓은 샤는 원래 하던 대로 가볍게 날아오르려고 했다가 고개를 내젓고는 날개를 접고 대지를 제 발로 걸어서 그곳으로 향했다.
역시나, 거기에는 샤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던 시온 클라우젠이 자리하고 있었다.
“···.”
샤의 얼굴을 확인한 시온은 미소를 살짝 짓고는 고개를 숙여 보였다.
여전히 아무리 봐도 죄인이라던가, 악한 자라고는 볼 수 없는 얼굴, 그리고 표정이다.
다 무너져가는 세력을 상대하면서, 그리고 마음만 먹으면 단번에 밀어버릴 수 있는데도 그가 자신을 여기까지 불러냈다는 건 속임수나 다른 무엇이 아니라 진정한 대화를 원하고 있음을 알아차린 샤는 경계를 풀고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시온 클라우젠.”
“오랜만이네요, 샤.”
“그렇군요.
오랜만··· 이려나요.”
“거두절미하고 묻겠습니다.
우리에게 성소를 내어주시겠습니까?”
“네?
성소를 내어달라고요?”
“당연하죠.
위선자들에게서, 거짓된 자들에게서 빛의 시작이라고 하는 성소를 해방시켜야 하니까.
당연히 당신들이 점거한 곳을 되돌려 받아야하지 않겠습니까?”
이 남자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샤는 도저히 시온의 말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자신들을 이 땅에서 완전히 지워버리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었나?
갑자기 성소를 내어달라니, 해방을 시키겠다니, 점거한 곳을 되돌려 받겠다니?
“우리들은 빛을 따르고자 하는 자들입니다.
저 성소를 돌려받고, 우리들의 빛을 위해 기도하고 노래하며 기다릴 겁니다.
우리는 당신들이 말하는 것처럼 죄를 짓지도 않았고, 설사 지었다고 해도 그걸 속죄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들이니까.”
“그렇다는 건···.”
“당신들은 우리들보고 죄인이니, 악인이니 하지만 우리들은 당신들과 똑같이 빛을 따르고자 하는 이들입니다.
우리가 마족들과 손을 잡고 이 세상을 피바다로 만들었습니까?
나라를 무너트리고 혼란에 빠지게 했습니까?
전부 다 아닙니다.
우리가 왜 여기까지 왔냐고요?
우리들의 원수들을 다 죽이기 위해서?
또한 아닙니다.
우리의 성소를 돌려받기 위해서입니다.
저곳은 우리들의 성소입니다.
빛이라고 속이면서 다른 이들을 기만하던 자들의 것이 아니라 말이죠.”
“···불가능해요.”
불가능하다?
시온의 반문에 샤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것이다, 성소는 저들에게도 소중한 것이다.
무엇보다 성소를 내어달라고 하는 건 항복을 종용하는 것인데 그렇게 된다면 이후 자신들의 앞날이 어찌 될지 모르는 자들이 그걸 좋다고 받아들일 리가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힘으로 되찾는 수밖에 없는데.”
“···.”
“하나도 남김없이 다 죽겠군요.
당신의 동족들, 요정들, 인간들, 전부 다.
한 명도 빠짐없이 우리 군에 살해당해서 시체로 뒹굴 겁니다.
아무도 살아남지 못 하겠죠.
여기서 더 싸우겠다고 한다면 우리 군의 분노도 완전히 폭발할 테니까.”
이미 다 예상하고 있던 사실을 직접 들으니 무력감과 분노가 차오른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건 모두 자신들이 벌인 일의 연속이다.
결국 모든 죄는 자신들에게, 모든 원인은 또한 자신들이 제공했을 뿐이다.
“이미 제가 시간을 드렸는데도 망설인 건 당신인 걸 알아줬으면 하네요.”
“그건···.”
“이제 대답을 기다릴 시간도 다 지났고, 제가 직접 제안하겠습니다.”
“···경청할게요.”
전부 죽느냐, 아니면 치욕을 감수하느냐.
오직 그 두 사이에서 갈등하던 샤 앞에 떨어진 건 예상치 못 한 광명이었다.
“모두 보내주겠습니다.”
“···네?”
“바다 건너 또 다른 땅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죠.
당신들이 거기에서 왔다는 전설도 있고.
무엇보다 신성 프러센은 배를 제법 잘 모니 걱정할 것도 없지 않습니까?”
“자, 잠시만.
잠시 만요.
그게 무슨 말···.”
“우리들과 결코 섞일 수 없다는 자들에게, 빛의 후예로서 자비를 베풀겠다는 말입니다.
천족, 요정, 인간 전부 다 해안으로 물러나게 해주어서 배를 타고 이 땅을 떠날 수 있도록 해주겠습니다.
혹 배가 부족하다면 당신들을 도와 배를 만들어 줄 것이고, 당신들한테 필요할 모든 물건들 역시 우리들이 지원해줄 겁니다.
그러는 동안 어떤 이도 해치지 않을 겁니다.
빛에 맹세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
샤는 지금 자신이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건가 싶었다.
자신들은 절대 이길 수 없고, 저들은 절대 패할 수가 없다.
그런데 왜 자비를 베풀겠다고 하는 건가.
왜 보내주겠다고 하는 건가.
언제 저들이 돌아와서 또 한 번 이런 난리를 피울 지도 모르는데, 왜 위협을 제거하지 않고 놓아주겠다고 하는 것인가!
“어째서···.”
“가고자 하니까.
빛으로, 우리들은 빛으로 가고자 하니까.
그래서 자비를 베풀고, 선을 행하고, 의를 보이며 다만 이해하고자 할 뿐이니까.”
갑자기 뭔가 울컥 치밀어 올랐다.
자신들, 빛의 후예라 하던 천족들조차 보이지 못 하던 모습을 왜 눈앞의 이 자가.
아무 것도 없다는 인간이 어떻게 이런 모습을 보일 수 있단 말인가.
“···천족들은 누디아에서 학살을 벌였어요.”
“···.”
“빛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전부 불태워 죽였죠.”
자신들조차 그러한데 너희들이 그러지 않을 수 있겠냐고.
샤는 말을 돌려서 그렇게 질문하고 있었다.
빛을 행하는 바가 그리도 어려운데, 너희들을 믿을 수 있겠냐고 말이다.
“샤.”
바로 그 순간, 시온의 차가우면서도 흔들림 없는 목소리가 귓가에 들어온다.
“나는 당신들과 다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샤는 저도 모르게 긴 탄식을 내뱉었다.
여태까지 어두컴컴하고 흐릿하고 안개로 가득하던 길의 끝에서 마침내 빛을 찾은 것 같았다.
“···좋아요.”
당신을 믿어도 되겠냐는, 정말로 그리 해줄 수 있겠냐는 말은 더 하지 않았다.
이미 그의 모든 것이 증명을 해주었고 사실임을 일러주었다.
여기서 더 묻는 건 저들에 대한 실례이고 무례일 뿐이었다.
“들어가서 설득할게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설득할게요.
성소를 내어주고, 모두가 안전히 이 땅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향하는 것이 대해서.”
샤의 대답에 시온은 냉담한 표정을 풀고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빛이 당신과 함께 하시길, 이라는 천족들의 인사를 끝으로 몸을 돌렸다.
“시온 클라우젠!”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시온은 고개를 돌렸다.
“도대체 당신에게 빛은 뭐죠?
어둠은 뭐죠?
당신의 생각을 말해줘요.”
뭔가 상당히 철학적이고 멋진 대답을 내놓아야 할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잘 떠오르지 않아서, 시온은 그냥 이 모든 것의 영감을 준 영화에서 나왔던 명대사를 그대로 써먹기로 했다.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 말에 샤는 멍한 표정을 짓는다.
시온은 그렇게 답하고는 몸을 돌려서 돌아가다 말고, 다시 돌아선다.
그리고 샤가 진정 원했을 지도 모르는 답을 또 해주었다.
“모든 것이기도 하고.”
그래, 정말 그 대답 그대로.
시온에게 있어 빛과 어둠은 아무 것도 아니면서 모든 것이기도 했다.
지극히 의미가 없으면서, 언제 어떻게 이용해먹든 유용하니까.
그저 허울뿐인 단어인 것 같으면서 그것으로서 무엇이든 될 수 있으니까!
‘아아, 나는 관대하다.
바로 이런 상황에 써먹는 겁니다, 크 씨.’
왜 저들을 돌려보내 주냐고?
빛이라고 온갖 소리 다 해놓고 잔혹한 모습을 보이면 당연히 싫은 소리 들어야 하고 정치적인 발언도 들어야 한다.
쥐뿔도 안 한 것들이 어떻게든 똥물을 튀기려고 할 텐데 빛에 어울리지 않게 잔인하다, 라는 말만큼 강한 태클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단순히 그 말만 듣기 싫어서 살려주느냐?
그것도 아니다.
‘마족만으로는 부족해.’
세상에는 적당한 긴장감, 그리고 위기감이 필요하다.
그래야 저들끼리 안 싸우고 계속해서 손에 손잡고 으쌰으쌰할 수 있는 거다.
어두컴컴한 곳에서 계속해서 빛을 노리는 악의 무리.
그리고 바다 건너로 도망쳤으나 언제든 돌아와서 모든 것을 불태우겠다고 외칠 광신도들.
이 정도면 평화에 찌들어서 전쟁 공신들을 숙청해야 한다고 난리 부르스를 출 미친놈들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 확실했다.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그 와중에 적들에게 어느 누가 들어도 감탄할 자비를 베풀어준다.
적들은 여전히 남아있으니 허울뿐인 영웅 대접이 아니라 진짜 모든 것을 장악하게 된다.
자신과, 자신 곁의 사람들이 모든 것을 쥐는 것이다.
‘심지어 이걸로 끝이 아니라는 거지.’
성소를 해방시켰으니 이제 새로운 빛이 비춰질 차례다.
시온은 그 자리에, 당연히 자신과 가까운 이를 꽂아둘 계획이었다.
그리고 그 가까운 이가 속죄하고 반성하며, 어떤 인간 남자에게 자극을 받아 더욱 더 빛을 향해 정진하려는 천족이면 금상첨화였다.
―――――――작품 후기―――――――
킹덤 오브 헤븐―살라딘/Nothing , Everything
이것이 바로 시온의 킹갓 오브 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