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422)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422화(422/439)
422―――――
나는 당신들과 다릅니다
“크흠.”
역시 시온의 예상대로, 라이도는 별 다른 반박을 하지 않았다.
여기서 반박을 하면 결국 제 딸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셈인데, 팔불출인 라이도로서 절대 그럴 위인이 아니니까 말이다.
자신이 가르친 딸이 이내 스승이자 아비인 자신을 뛰어넘었다, 이 얼마나 대단한 칭찬인가.
때문에 그는 그냥 성질을 참듯 제 머리를 벅벅 긁는 것이 전부였다.
“물론 라이도님의 실력이 좋은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루시아는 라이도님이 가르쳐 주신 부분에 더해서 자신만의 기술,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처절한 실전 감각을 익혔거든요.”
“실전 감각?
루시아가 그렇게 많은 전장을 돌았다는 거냐?
그렇다고 보기에는···.”
“차라리 전장이 나았을 수도 있죠.
라이도님도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눈치 채실 것 같은데.”
라이도는 그 말에 잠깐 생각하는 듯이 눈을 깜빡이다가 곧 시온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이해했다는 듯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생각해보니 자신이 가르친 건 루시아만이 아니지 않은가.
자신이 수십 년에 걸쳐서 쌓은 무투술을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모조리 흡수한 괴물 같은 놈.
심지어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님에도 이룬 일이니 몸이 다 회복된 지금 이 순간은 괴물이라는 호칭을 넘어서서 그냥 뭐라고 부르기조차 모호한 존재가 된 남자.
“김유현, 그 녀석이 있었군.
지금은 나조차도 상대할 수 없는 괴물이 된 그 놈이 말이야.”
“김유현이 루시아의 상대를 해주면서 그녀를 발전시켰습니다.
김유현 성격 아시지 않습니까?”
“그래, 알다마다.
절대 허투루 할 놈이 아니지.
나한테 당한 것도 있고, 본래의 성격도 있으니 절대 넉넉하게 해줄 놈도, 쉬엄쉬엄 할 놈도 결코 아니야.
아마 쥐 잡듯 굴렸겠지.”
더는 설명하지 않아도 상상이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라이도.
최상위 천족들을 어떻게 박살내는지 다 보지는 못 했어도 루를 순식간에 몰아붙여서 아주 눈도 못 뜰 정도로 박살내놓은 것이나 온갖 방어 마법으로 떡칠이 되어 있던 성소의 성벽을 지극히 단순한 검격으로 아예 지워버린 것을 보면 수 년 전 심각한 부상을 입은 채 죽은 듯이 엎어져 있던 김유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 수준이었다.
그런 인간이 루시아의 날을 갈아주었다면, 아주 과하다 싶을 정도로 갈아주었을 것이다.
닿는 것이 그 무엇이든 한순간에 그냥 쑹덩쑹덩 잘려나가도록!
“이제 보니 늙은이 대접해준 것이 아니라 그냥 늙었다고 치워둔 셈이군.
쩝.”
새파랗게 젊은이들, 거기에 전부 여인들이었다.
처음 그들을 보았을 때 라이도는 이게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니고 뭐하는가 싶었지만 곧 그녀들의 움직임이나 실력을 보고서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이 여자고 저 여자고, 정말 하나같이 적으로 돌리면 괴로울 자들이었다.
“난 그냥 장식이었구만?
에라이.”
라이도의 투덜거림에 시온은 그의 기분이 축 쳐졌음을 알아차렸다.
이런 때에는 즐거운 소식 좀 전달해서 다시 기운을 북돋는 것이 최고다.
해서 속으로 클라우젠 변경백령의 집사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한 후 입을 연다.
“그래도 세바스찬 꼴은 안 나서 다행일 겁니다.”
“그 놈 이야기는 갑자기 왜 나오는 거야?”
“듣자하니 루시아가 세바스찬을 그냥 바닥에 메다꽂았다고 합니다.
막 다칠 정도로 세게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명색이 왕가 비밀 수호 기사단 출신인 세바스찬인데 말이죠.”
“푸핫!
억!
크학!
크하핫!
루시아가 뭐?
세바스찬, 그 놈을 메다꽂았다고?
크하학!”
역시나 세바스찬이 제 딸에게 당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바로 웃어대는 라이도.
그리고는 ‘나에 이어서 딸까지 자신을 괴롭힌다고 얼마나 투덜거렸을까!’ 라고 소리를 치며 세바스찬의 얼굴을 꼭 한 번 보러 가야겠다고 다짐까지 했다.
“아주 좋은 소식이네.
아주 마음에 들어!”
껄껄 웃어대며 연신 세바스찬 놈, 쌤통이다!
라고 소리를 치던 그는 시온이 그런 자신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음을 깨닫고는 ‘흠흠.’ 헛기침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아주 가끔 보이는 진중한 모습으로 돌아와서는 입을 열었다.
“이제 어쩔 계획이냐?”
“약속대로 저들을 안전하게 해변으로 인도해서 배에 태우고 떠나게 해줄 겁니다.
물론 그냥 내쫓듯이 보내는 게 아니라 필요하다는 것들 전부를 지원해서···.”
“그거 말고.
그런 일에 대해서는 요만큼도 관심 없다.”
“그러시다면···.”
“내가 묻는 건, 이 이후 네 행보를 말하는 거다.
적당한 수준을 넘어섰음을 너도 알고 있을 거다.
어쩔 수 없이 견제를 받아야 할 위치에 왔음을 너도 인정할 거다.”
라이도의 말을 듣는 순간, 시온은 그가 히스파냐로 돌아가서 어떤 행보를 취할 것인지 자신에게 묻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사실 그 부분이 시온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했다.
고작 20대의 젊은 청년이 모든 것을 이루어냈다.
나라를 안정시키고, 침입한 적들을 물리치고, 경쟁하던 나라는 물론이고 갈등을 일으키던 이종족들과의 교류와 단결을 이끌어내고, 모두를 불태워 죽이겠다던 광적인 자들도 몰아냈다.
적당한 공적과 재능은 찬사를 받기 마련이나 너무 과한 것들은 반대로 견제와 경계를 받게 되니 라이도가 그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는지 물은 것이다.
“라이도님이 보시기에는 어떻습니까?”
대답 대신 다시금 질문을 던진다.
그 모습에 라이도는 물끄러미 시온을 쳐다보다가 갑자기 인상을 팍 찡그렸다.
그리고는 꼴도 보기 싫다고 중얼거리며 몸을 돌려서 발걸음을 옮긴다.
“···?”
무슨 정신병 환자도 아니고 갑자기 왜 저러는 거지?
시온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벌써 저만치 멀어져가는 라이도를 불러 세웠다.
“라이도님?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기분이 확 더러워졌다.”
“예?
갑자기요?”
“네 표정에 다 쓰여 있지 않느냐!
뭐 그런 당연한 걸 묻고 있냐고.
그런 거 생각도 안 하고 있을 정도로 내가 미련하게 보이느냐고.
그래, 너 잘났다.
이놈아!
걱정 좀 해주었더니 이놈이 무시하지 말라고 아주 팍팍 티를 내요, 티를!
너 혼자 잘 해라, 이 잘난 놈아!”
···티 났나?
시온은 속으로 킥킥 웃으며 그래도 바로 자신의 속마음을 알아차린 라이도의 눈치에 진심으로 감탄했다.
그리고는 투덜거리며 다시 제 갈 길 가려는 라이도를 말 한 마디로 붙잡았다.
“궁금하지는 않습니까?”
“···.”
“라이도님의 그 훌륭하고 예쁜 따님을 홀라당 훔쳐 먹은 놈이 과연 무슨 생각을 품고 이렇게 자신만만한지 말입니다.”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라이도는 루시아와는 달리 무슨 재미난 일만 생기면 어떻게 거기에 껴서 뭔가 자신도 재미를 볼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는, ‘남자는 왜 빨리 죽는가?’ 이론을 성실히 이행하는 대표적인 남자였으니까 말이다.
“듣기만 하면 영 흥미가 동하지 않으실 테니 같이 참여하실 수도 있는데.”
“···더 자세하게 말해봐라.”
“라이도님.
라이도님은 한때 궁정 마법사셨죠.”
“그랬지.”
“라이도님 성격 상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면 아무리 시킨다고 해도 하실 분이 아닙니다.
강제로 맡기려하면 ‘거 참 더럽네!’ 라고 외치면서 안 하겠다고 난리를 치실 분이죠.”
“지금 그거 욕하는 거 같은데, 내 착각이냐?”
“네, 착각입니다.
그리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않습니까.”
시온의 지적에 라이도는 투덜거리면서도 입을 다물었다.
본능적으로 이 예비 사위가 뭔가 상당히 재미있는 일을 꾸미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딱히 신경 안 쓰시는 것처럼 보여도, 라이도님이 현 히스파냐 왕실에 남몰래 열과 성을 다해서 충성을 다 하고 계신다는 건 알만한 이들은 다 알죠.
그렇지 않습니까?”
“크흠.”
“그 엄청난 마법진을 시키지도 않았는데 만들어 두시고, 알게 모르게 계속해서 왕국의 사정을 살피며 혹 자신이 필요할 때마다 빠르게 왕성으로 돌아가서 왕궁 근처에 대기하고 말입니다.”
“그냥 선왕께서 내게 베풀어주신 은혜가 있어서 신경을 쓰는 것뿐이다.”
“은혜를 갚는 것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죠.
그래서 하는 말인데, 선왕의 따님이시자 현 여왕 전하이신 분께 뭔가 아주 대단한 것을 선물하고 싶지 않습니까?”
“···대단한 선물?”
“예.
나중에 선왕을 만나서 그분이 고맙다고, 정말 고생 많이 했다고 말씀하실 정도의 그런 대단한 것 말입니다.”
라이도는 아직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온의 말대로, 선왕에게 받은 은혜가 아주 크게 있어 그 때부터 알게 모르게 히스파냐를 위해 노력하던 자신이다.
매번 자기 마음이 닿는 대로 사는 것 같았지만 당장 라이도 주변의 가까운 이들은 그가 그냥 막 사는 것이 아니라 나름 자신의 왕국과 왕실에 도움이 되는 방향을 찾고 있음을 알았기에 그에게 조력해주었다.
그런 라이도에게 있어 그 은혜를 아주 크게 갚을 수 있다는 시온의 말은 꽤나 매력적인 제안이었고 더 자세히 듣고 싶은 부분이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선왕께서 고맙다는 말씀을 하실 정도로 큰 선물이라.’
고민에 고민을 거듭 하던 라이도가 끄응, 하고 침을 내뱉는다.
그러자 시온은 미소를 짓고는 힌트라도 주겠다는 듯 입을 열었다.
“저보고 어찌 할 생각이냐고 물어보셨죠?
그에 대한 대충의 대답을 드리자면, 저는 현재 이 백작의 자리에서 만족할 생각이 없습니다.”
“어?
너, 지금 뭐라고 했냐?”
“솔직히 여태껏 세운 공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이지 않습니까?
변경백의 자리가 3후작에 준하는 엄청난 권한과 명예를 지니고 있다고는 하지만, 제가 이룩한 일들은 그 후작가조차 함부로 쌓지 못 할 정도로 거대하고 번쩍이는 성인데 말입니다.”
“···.”
라이도는 침묵으로서 그 말에 긍정의 뜻을 내비쳤다.
사실을 말하자면 라이도 자신도 백작의 자리가 저 남자에게 가당키나 할까 생각하긴 했다.
단순히 누디아의 대군을 상대로 대승을 거둔 것만으로도 엄청난 공을 세웠다고 할 수 있는데 북쪽의 부족들과 손을 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동시에 북부 귀족들의 반란을 진압했다.
이후에는 남쪽의 해적들을 생각지도 못 한 기발한 생각으로 격멸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 히스파냐가 신성 프러센과 천족들에 의해 죄인으로 몰려 큰 고초를 겪을 뻔 했을 때 특유의 언변으로 나라의 뜻을 뭉치게 하고 흔들림을 막아냈으며 여태까지 자신이 결집시킨 모든 세력을 이끌고 누디아를 구원하여 결국 대승을 거두었다.
심지어 자신들이 처음 내건 기치에 빗나가지 않도록 빛의 뜻에 따라 성소를 해방시키고 적들에게 자비를 베푸는 자비로운 모습까지 보였으니 세상 그 어떤 이도 지금 순간만큼은 시온에게 그 어떤 싫은 소리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백작 자리는 물론이고 후작 자리를 줘도 모자랄 정도다.
이건 나라 하나를 구한 정도가 아니라 그냥 대륙의 정세를 완전히 뒤바꾼 것이니까.
아마도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이런 인물이 또한 다시는 나오지 않을 테지.
그러니 그에 걸맞은 자리를 줘야···.’
그 순간, 라이도는 ‘어?’ 하고 탄식을 내뱉었다.
“잠깐만.
시온.
너 혹시?”
“그 단계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부의 걸리적거리는 놈들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자고 생각하면 외부의 강적들을 전부 정리하고 난 이 순간이 가장 적격이죠.
이미 히스파냐라는 이름과 왕실의 권위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으니까.
남은 건 어떻게든 거기에 붙어서 뭘 좀 얻어 보던가, 아니면 들이 밀 생각으로 까부는 자들을 으스러트리는 것이죠.”
“···하.”
제 이마를 부여잡고, 라이도는 또 한 번 호탕한 웃음을 내뱉었다.
자신조차 여태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던 일을 이 젊고 젊은 남자는 또 그 사이에 구상을 다 마쳐놓고 숟가락이나 좀 얹지 않겠냐고 묻고 있다.
그렇다는 건 이미 자신이 참여하겠다고 한다면 어느 곳에 어떤 역할로 배치할지도 전부 계산을 마치고 대답만 기다리고 있다는 소리일 테고 말이다.
“자신 있느냐?
당장 내부의 귀족들은 물론이고 누디아도, 심지어 북쪽의 부족들이나 수인들, 요정들도 상당히 부담스러워 할 텐데?
아예 주는 느낌이 다르니까 말이다.”
“3후작의 하나인 레데넨 후작가는 제가 말 좀 해주면 고개를 끄덕일 겁니다.
그리고 북쪽의 부족들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더해서 수인들은 이미 자치 지역까지 받은 마당인데 오히려 이쪽의 확장을 반길 테죠.
요정들은 자존심이 강한 자들이니 오히려 이래야 좀 구색이 난다고 좋아할 겁니다.”
“확신이 느껴지는 대답이군.
정말 자신 있나?”
“물론이죠.
왜냐하면, 그렇게 안 되면 제가 그리 되도록 만들 생각이니까.”
말하는 이에 따라 주제도 모르고 오만하다고 할 수도 있는 대답.
하지만 그 말을 다름 아닌 ‘시온 클라우젠’ 이 하고 있으니 라이도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다는 표시를 해보이고 말았다.
이제는 자신조차 함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엄청난 거물이 되었다.
어쩌면 제 딸인 루시아가 이 남자를 붙잡은 것이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가지고서 반드시 손에 쥐어야 할 사람임을 깨닫고 한 일 일지도 모른다.
더해서 이 망나니 같았지만, 알고 보니 망나니인 척 하며 모든 걸 집어삼킬 준비를 하고 있던 거대한 불길과도 같은 놈의 주변에 온갖 여인들이 모여든 이유도 이제 알 것 같았다.
‘하, 이런 부러운 새끼.
얼굴만 반반한 줄 알았는데, 그건 그냥 수단에 불과했구나.’
아마도 선지자, 내지는 예언자가 있다면 이러지 않을까 싶다.
이건 정말로 그냥 미래를 다 알고 있어서, 그래서 모든 일에 확신을 가지고 망설임 없이 나아가는 자의 모습이지 않은가.
“내가 해야 할 일이 뭐냐.”
“아주 적은 양으로도 재화를 엄청나게 끌어 모을 수 있는데, 그 가치가 하락할 걱정이 없는 것.
무엇보다 찾는 이가 많고 그만큼 소모되는 양도 많음에도 정작 거기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적은 것.
보통의 사람들은 구하기 힘들고 오직 가지고 있는 재력과 권력이 뒷받침 되어야 꽉 쥘 수 있는 것.
라이도님은 그게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굳이 그걸 나한테 묻는다면 또한 나와 연관이 있겠지.
아마도, 마법 재료가 아닐까?”
“정답입니다.
라이도님은 알게 모르게 왕국 곳곳을 전전하시면서 마법사들은 물론이고 그들에게 재료를 대주는 자들과도 제법 안면이 있으시겠죠.”
“유력한 자들은 이걸 써서라도 강제로 안면을 터두었지.”
슬며시 주먹을 들어 보이는 라이도.
확실히 저 주먹 좀 들어 보이면서 악수할래, 아니면 맞을래.
라고 묻는다면 시온이라고 해도 일단 악수하면서 먼저 뒤통수를 칠 구석을 노릴 것이다.
‘역시 물리 마법사가 가장 강하지.’
영화에서도 증명되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으며 시온은 말을 이었다.
“그들을 이용해서 마법 재료들 중 수요가 많으면서 공급은 그저 그런 물품들이 어디서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아봐주세요.
너무 고가치가 아니어도 됩니다.
라이도님은 마법 재료들의 중요성을 잘 아실 테니 마법사라면 결국 찾을 수밖에 없는 그런 것들의 흐름을 파악해주시면 됩니다.”
“그것만으로 되겠느냐?
더 도와줄 수도 있는데.”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합니다.
라이도님은 그 정도로 충분해요.”
“뭐, 네가 어련히 잘 할까 만은.”
어깨를 한 번 으쓱인 라이도는 일단 전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그러다가, 조금은 걱정이라는 듯 턱을 만지작거리며 슬며시 입을 연다.
“하지만 충분하겠느냐?
너만큼은 아니어도 놈들 역시 귀족이다.
빠져나갈 구멍을, 그것도 최소한 서너 개를 만들지 않고서는 절대 일을 벌일 놈들이 아니야.
내가 왜 네 아버지인 리히텐 변경백을 좋아하는지 아느냐?
귀족임에도 그걸 내세우지 않고 으스대지 않아서다.
하지만 다른 놈들은 달랐지.
그걸 뽐내기 위해서 더러운 짓들도 참 많이 하고.”
“물론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왕국이라는 명칭이 바뀌고, 왕실이라는 이름이 바뀌고, 왕이라는 호칭이 바뀌는 일인데 당연히 어려워야죠.
당연히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라이도님.”
시온은 잔잔한 미소를 지은 채 제 목을 조르는 듯 자세를 취해 보인다.
“사람 목을 조를 때 가장 좋은 게 뭔지 아십니까?”
“···뭔데.”
갑자기 시온이 확 무섭게 느껴지기는 또 처음이다.
라이도는 그렇게 생각하며 그의 답을 기다렸다.
“돈줄입니다.
그걸로 조르면, 설사 왕이라고 해도 알아서 스러지기 마련입니다.
그걸 붙잡히면 그 누구라도 알아서 질질 끌려올 수밖에 없습니다.
안 딸려오면, 모가지가 잘리니까.”
―――――――작품 후기―――――――
차기작은 대충 ···.
이세계, 성자, 망치 ···.?
가 키워드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추천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