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425)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425화(425/439)
425―――――
내일로 가는 계단
시온이 한 달 동안 그저 빛에 미친 자들을 내쫓는 일에만 집중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 와중에 가장 열성적으로 한 일은 가장 먼저 성소 근처에 있는 항구를 지금보다도 더 거대하고 활용성이 높은 곳으로 확장 공사를 시작했다.
이 공사에는 여러 목적이 있었는데, 일단 히스파냐와 이곳의 교류를 위해서는 해로가 육로보다 훨씬 더 빠르고 안전했기 때문이다.
누디아와 히스파냐의 지금 사이는 그 어느 때보다도 좋다고 하지만 이득 관계에 따라 몇 년 만에 혈맹이 원수가 되는 일도 허다한 세상이다.
그러니 지금처럼 모든 것이 잘 흘러갈 때 만약을 대비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그리고 다른 이유로는, 대륙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는 걸 포기하고 이곳에 남은 자들이 과연 얼마나 협조를 할까 한 번 확인해본 셈이었다.
당장 신성 프러센의 수도는 항구를 끼고 있는 거대한 해안 도시였고, 성소 역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항구가 자리하고 있을 정도다.
즉 신성 프러센의 사람들은 바다와 관련된 일에 무척이나 익숙하다는 것인데, 반대로 수인이나 요정들은 물론이고 북쪽 전사들은 바다에 관해서는 전혀 모르쇠다.
심지어 히스파냐의 군사들 대부분도 바다와는 상관이 없는 동부와 북부에서 온 이들이니 항구를 더 크게 만든다고 하면 결국 이곳에 살고 있던 과거의 신성 프러센 사람들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었다.
‘여기 남을 생각이라면 협조를 해.
너희들이 자의로 빛에 미쳐서 헛소리를 한 게 아니라 눈 먼 자들에 의해 강제로 조종당한 것이라고.
그래서 거기에서 벗어난 지금은 새로운 질서 밑에서 움직일 생각이 있다고 증명을 하란 말이다.’
만약 이곳 사람들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시온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들을 싹 정리하겠다는 무서운 생각까지 가지고 있었다.
차라리 제 발로 이곳을 떠난 자들이 시온 입장에서는 훨씬 더 낫다.
명백한 적이니 더는 눈치 볼 필요도 없고, 아군인가 싶어서 헛갈리지도 않으니까.
하지만 여기에 남은 이들은 어찌 되었든 적국의 사람들이니 바로 믿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안 떠나고 여기에 남겠다고 했으니 이쪽의 보호 아래 들어오겠다는 것 같기도 한 상태다.
이런 때에 확실한 노선을 잡고서 행동하지 않으면 당연히 실권자의 의심을 사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실권자’ 인 시온은, 괜한 위험을 떠안고서 걸어갈 정도로 마음이 고운 이가 아니었다.
그 위험이 김유현 급, 그건 너무 한 것 같고 최소한 트리샤 급은 되어야 참고서 품에 안고 가는 정도이지, 적국의 사람들까지 전부 떠안고 갈 정도로 여유가 넘치는 상황은 결코 아니었다.
“신성 프러센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왕가의 여러 인물들은 죽거나 당신들을 버리고서 이곳을 떠났습니다.
여러분들은 이제 새로운 땅의 새로운 주민으로 살아가야 할 겁니다.
전쟁의 여파로 인해 많은 부분이 힘든 상황에서 외부의 지원을 이곳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항구 개발이 필수적입니다.
여러분들의 협조를 구하고 싶습니다만.”
일단 채찍을 들기 전에 당근을 들고서 한 번 휘휘 흔들어본다.
여기서 말을 들어주면 시온 입장에서는 고마워, 정도고 안 들으면 손에 들고 있는 당근은 내던지고 바로 채찍을 휘두르면 그만이다.
‘사흘, 사흘이다.
그 안에 움직임이 없으면 그때는 나도 냉혹한 모습을 좀 보여야지.’
차후 히스파냐에서 이곳 성소와의 선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항구는 필수적이다.
그런 이유로 시온은 사람들을 시험해보았고, 다행히도 그들은 실권을 쥐고 있는 인물의 신경에 거슬리는 짓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 이튿날부터 사람들이 한 손 거들기 위해서 항구로 모여들었다.
자신들이 유일한 진리라고 믿던 자들은 대패하여 이 대륙에서 도망간다는 소문이 파다했으며 거기에 실망한 최상위 천족 하나가 자신을 따르는 무리들을 이끌고 이곳에 남아 진정한 빛을 위해 험난한 길을 자처했다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들렸다.
사람들도 그런 소문으로 이제 대강의 사실을 파악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도 눈치를 챘다.
질서가 완전히 바뀌었음을, 자신들이 옳다고 믿었던 것이 사실은 틀렸고, 틀렸다고 믿었던 것이 사실은 옳았음을.
그래서 그 새로운 질서를 따르지 않는다면 배를 놓친 자신들에게 기다리고 있는 건 결코 달갑지 않을 미래임을 말이다.
그리하여 신성 프러센의 왕국민들, 그리고 빛의 교리를 따르는 신실한 교도였던 자들은 세상이 변함을 받아들이고 자신들이 따랐던 모든 것이 옳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더해서 침략군, 죄인, 타락한 자들이라고 불리던 자들을 더는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고 다만 승리한 자들, 새로이 빛이 된 자들이라고 받아들였다.
“사령관님, 항구의 개발 작업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들었다고 합니다.”
마침내 광신도들이 배를 타고 전부 먼 바다 너머에 있는 섬으로 떠나고 나서 그 직후.
시온이 그렇게나 원하던 항구의 확장 공사가 그 끝에 다다랐다.
이전보다 훨씬 더 커진 규모의 항구 시설을 보며 시온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옆에서 가만히 제 연인을 바라보고 있던 릴리트가 슬쩍 입을 열었다.
“···왜 항구의 확장에 그리도 사활을 건 거야?”
“필요하니까요.”
“필요하다는 거야 나도 알고는 있어.
왜 필요하냐, 난 그게 궁금한 거야.”
“여기는 히스파냐의 반대편에 자리한 곳.
반대로 저들이 배타고 먼 곳으로 도망갔다고는 하나 언제든 돌아올 수 있고 돌아온다면 가장 먼저 닿을 곳이 바로 여기에요.”
“그래서?”
“여기를 무슨 방식으로 남겨야 가장 굳건하고 또 가장 중요한 위치로 유지될 수 있을지.
제가 꽤 많은 방식으로 생각했는데 말이에요.
결론은 결국 하나더군요.”
“하나?”
릴리트의 반문에 시온은 미소를 짓고는 답했다.
“계속해서 성소로 남겨두는 겁니다.
다만 그 성소는 이전에 대륙을 혼란케 하던 자들을 위한 성소가 아니라, 빛의 길을 걷고자 하는 모두를 보듬어주고 비춰주는 새로운 빛의 새로운 성소가 되어야 할 겁니다.”
“성소로 남겨두겠다고?
여기를?”
릴리트는 시온의 말에 잠시 성소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빛의 후예라 하던 천족들을 몰아낸 것이고, 그 천족들에게 열과 성을 다하던 급진파 요정들을 쫓아냈으며 빛으로 가지 아니하면 다 태워서 잿더미로 만들어야 한다고 부르짖던 광신도들을 대륙 밖으로 내보낸 것이다.
아직 빛의 교리는 남아있고, 연합군은 빛을 부정하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샤를 위시한 천족들이 남아서 빛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대륙에 남았다.
그렇게 보자면 성소라는 공간이 없어지는 것보다 남는 편이 이득일 것이다.
당장 시온이 히스파냐에서 군을 일으킨 명분도 빛에 대항한다기보다는 자신들이 빛이고 저들이 거짓된 빛이며 위선자임을 증명하기 위함이었으니까.
“너는 그렇다 쳐.
그런데 히스파냐는 너무 멀잖아.
누디아는 ‘빛의 교리’ 하면 이를 갈아도 모자라고.
여기에 병력을 남기기도 모호하잖아?”
릴리트의 말이 백번 옳다.
히스파냐, 북쪽 부족들, 수인, 요정.
전부가 다 이곳 성소와는 정 반대편에서 온 이들이다.
이 전쟁이 얼마나 명예롭고 중요한 것이었든 결국 승리했으니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이 멋지고 화려한 업적을 다른 자들에게 자랑하고 늘어놓고, 보상을 받을 게 아닌가.
꿈과 희망이란 걸 품어야 하는데 또 여기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면.
심지어 그 시간 보내는 것이 이 성소를 지키기 위해 남아야 하는 것이라면 그들 입장에서는 그보다도 더 지옥 같고 짜증나는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자원자를 뽑아야죠.”
“있겠어?
지금 상황에서는 누디아의 빛을 증오하는 자들이 몰려와서 성소를 때려부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상황이 안 좋은데?”
“간단해요.
여기서 소요 사태가 일어나면 누디아만 손해라는 걸 그들에게 확실하게 못박아두면 되는 겁니다.”
“그들?
누구?”
“누디아요.”
시온의 말에 릴리트가 누디아?
라고 반문하려는 찰나.
뒤에서 누군가가 다급하게 뛰어오는 것을 느낀 릴리트는 반사적으로 차기 가주를 호위하는 마법사처럼 보이려고 했다가 익숙한 여인의 기척을 느끼고는 시온을 대신해서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니, 리시?”
“아, 네!
방금 전 누디아 측의 아이브 기 레스티온이 당도했습니다.”
“시온, 아이브라면···.”
“누디아의 국왕을 제외하고 가장 유력한 이죠.
그보다 이상하네요.
왕성을 탈환하고서 거기를 정리하고, 바수라 백작령에 피신해있던 국왕을 다시 모셔오느라 엄청나게 바빴을 텐데 굳이 시간을 내서 여기까지 달려온 것을 보면···.”
“···뭔가 아주 중요하고 급한 일이 생겼다는 뜻이겠네.
너와 직접 이야기를 해야 할 정도로 급한 뭔가가 말이야.”
어때, 내 예상이 맞지?
라고 묻는 듯 미소를 짓는 릴리트.
서당 개도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는데 확실히 머리가 좋은 릴리트는 풍월을 읊는 수준이 아니라 시온과 비슷하게 상황을 멀리 내다보는 안목을 지니게 되었다.
‘이거 너무 뛰어난 누님을 가진 게 아닐까 몰라.’
뭐, 덕분에 참 많은 부분에서 도움을 받았으니 상관은 없지만.
시온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 먼 거리를 달려와 자신을 봐야한다고 기다리고 있다는 아이브를 만나러 가기로 했다.
“아, 리시.”
“네!
주인님.”
“가서 샤 데리고 와.
데리고서 나와 아이브가 있을 막사로 데리고 오도록 해.”
“알겠습니다!”
경례를 붙이고 다시금 바삐 걸음을 옮기는 리시키다.
릴리트는 그런 여기사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상당히 끌리는 제안을 해왔다.
“일 다 끝나면 쟤는 기사 말고 시녀장 시키는 거 어때?
아마 상당히 잘하지 않을까 싶어.
무엇보다 쟤가 다치면 시온, 너는 물론이고 내 마음도 상당히 아플 것 같아.”“···진짜 강아지로 보시는 건 아니죠?”
“너도 그렇게 생각하잖아?
물론 침대에서는 귀여운 여인이겠지만 말이야.”
갑자기 시온의 소중한 똘똘이를 콱!
쥐고서 위협하듯 으르렁거리는 릴리트.
아마 얼마 전에 시온과 리시키다가 다른 여인들 몰래 재미난 놀이를 하다가 제 눈에 딱 걸렸던 일이 아직도 앙금으로 남아있는 모양이었다.
“아주 좋아 죽으려고 하더라?
아앙!
좋아요!
더, 더 깨물어 주세요!
아앙!
아아앙!”
아예 시온을 놀리듯 리시키다의 목소리까지 따라하며 연신 교성을 터트리는 릴리트였다.
덕분에 입이 열 개여도 할 말이 없는 죄인이 된 시온은 다만 리시키다의 귀여움이 너무 지나쳐서 그런 것이라고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붙이며 아이브가 자신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막사로 걸음을 옮겼다.
“시온 클라우젠 사령관님.”
“바쁘다고 들었는데 이 먼 곳까지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왕성 탈환을 하고서 말 그대로 엄청난 고생을 하던 게 아이브다.
당장 떨어질 대로 떨어진 국격을 다시 세우기 위해 일부는 불타고 또 일부는 무너진 왕궁을 빠르게 재건하고 한 나라의 수도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휑해진 곳을 다시 사람들로 채우고 누디아는 멀쩡함을 널리 알려야 했다.
바수라 백작령에 있던 국왕과 왕실을 다시 왕성으로 데리고 오고, 완전히 붕괴되었던 동부와 남부에 다시금 사람들을 파견하여 무너진 질서를 회복하고, 감히 누디아의 영토에 살면서도 적들에게 철저하게 협력했었던 자들을 색출하여 모조리 처단하기까지.
곁에 믿을 만한 이들이 많이 있다면 모를까, 지금의 누디아는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도 불분명할 정도로 난리통이었다.
무엇보다 한 번 배신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다시금 쉽사리 다른 이들을 믿는 건 어려운 일.
결국 지금의 아이브는 말 그대로 몸이 열 두 개라도 부족할 정도로 바쁜 상황이었다.
‘그런 여자가 이곳까지 왔다면 결국 이유는 하나지.
그 정도로 누디아 입장에 있어 중요하고 또 급박한 일이라는 것.’
아마 그런 일이라면 시온이 예상하는 바는 딱 하나.
바로 제 위치로 돌아가야 하는 자들에 대한 히스파냐의 협조이리라.
그리고 아이브의 입에서 나온 말은, 역시나 시온의 예상과 같은 것이었다.
“실은 히스파냐, 정확히는 클라우젠 측의 협조가 필요한 문제가 생겨서요.”
“클라우젠의 협조가 필요한 문제라.”
“신성 프러센과의 전투로 인해 급히 누디아의 사람들을 히스파냐 측으로 보냈던 문제, 기억하고 계시겠죠?”
“그렇습니다.
사태가 진정되면 언제든 누디아 쪽으로 돌려보내기로 하고 히스파냐 측에도 인도적인 이유로 그들을 받아들였었죠.
한데 거기서 무슨 문제라도 생겼습니까?”
“히스파냐 안으로 들어갔던 대부분의 왕국민들은 누디아로 돌아오고 있어요.
그런데 국경 인근의 이들이 돌아가기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 좀 벌어지고 있는데···.”
히스파냐로 들어갔던 이들은 다시금 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소식에 다시 걸음을 옮겨 누디아로 속속 돌아오고 있다.
그런데 정작 히스파냐로 들어간 것도 아니고 누디아의 영토 안에서 잠시 머물고 있던 자들이 제 땅, 제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거부하니 아이브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난감해졌다.
심지어 누디아의 병사들이 살짝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자 그들이 그 즉시 반발하며 클라우젠 측에 도움을 요청하는 일까지 생겼는데, 치안을 담당하던 클라우젠 측이 나섰다가 양국이 곤혹까지 치렀다는 게 그녀의 입에서 나온 소식이었다.
‘누디아 입장에서, 아이브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속이 터지는 상황이겠지.’
다른 나라에 들어갔던 이들도 돌아갈 수 있다는 소식에 다들 누디아로 들어오고 있는데, 잠깐 머물 곳이 생겼다고만 여겼던 자들이 명령까지 거부하고 거기에 눌러앉기를 희망하고 있다.
클라우젠 측에서 워낙 잘 보살펴주었다고 하니 이해를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저들이 누디아보다 클라우젠, 즉 히스파냐 측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면 차후 영토 부분에 있어서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았다.
“아이브, 당신이 이렇게 직접 부탁할 정도라면 상황이 꽤나 크게 번진 모양이네요.”
“국경 일대는 물론이고 바수라 백작령 근처까지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정말 큰 문제가 터질 듯 하여 시온 클라우젠 사령관의 도움을 요청하고자 왔습니다.”
“내가 무슨 도움을 주기를 바라는 겁니까?”
“클라우젠 측에 연락을 해서 설득을 도와달라고 말입니다.
리히텐 클라우젠 변경백은 모든 부분을 이제 시온 클라우젠 사령관이 대신하고 있으니 그런 결정은 당사자에게 가서 물어봐야 한다고 답을 보냈습니다.
그런 연유로 제가 여기까지 온 것이고요.”
리히텐 변경백이 참 올바르게 회피를 한 것이었다.
아이브가 여기까지 오는 그 한 달이라는 시간동안 누디아 사람들을 설득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들 사이에 친(親) 클라우젠 기류가 더 많이 형성되도록 작업에 작업을 거치고 있었다.
“요컨대 정리하자면, 클라우젠의 입김이 강해진 터라 누디아만 나서면 그곳의 사람들이 정면에서 반발할 수 있으니 클라우젠이 나서서 그들을 설득해 달라, 이것이군요.”
“맞아요.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거절하겠습니다, 아이브 기 레스티온.”
시온의 대답에 아이브의 표정이 순간 살짝 굳었다.
‘이 여자 봐라?’
대놓고 면전에서 거부를 당했다.
한 달을 내달려서 왔는데 말 좀 꺼내놓았다가 되었다고 명백한 박대를 당한 꼴.
그런데 표정이 엉망으로 일그러지거나 하기는커녕 오히려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마치 이럴 줄 알고 다른 거래를 준비했다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이런 대답을 할 걸 예상했다는 거군.
이러면 확실히 이야기가 빨라지지.’
역시 머리가 잘 돌아가는 놈들끼리는 다 통하는 게 있는 법이다.
시온은 미소를 지으며 이 여인과 제대로 된 거래를 해보기로 했다.
―――――――작품 후기―――――――
추천은 항상 환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