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428)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428화(428/439)
428―――――
내일로 가는 계단
연합군의 귀환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성소의 샤와 잠시 작별 인사를 한 그들은 바쁘게 걸음을 옮겨 구 신성 프러센의 영토를 지나 누디아의 땅으로 들어섰다.
구 신성 프러센이 보유했던 배들이 많았기에 일부는 먼저 바닷길을 통해 갈 수도 있었지만, 시온은 꼭 육로로 귀환해야 한다고 주장을 했다.
그 의견에 하루 빨리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이들이 의문을 표하니 시온은 당연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누디아의 땅에 우리들을 대신하여 목숨을 잃은 전우들이, 진정한 영웅들이 있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우리들을 몸 성히 돌려보내준 그들에게 인사 정도는 하고 가야지.”
믿을 수 없는 승리, 그리고 누구도 쥐지 못 했던 영광.
그것에 취해서 다들 잠시나마 들떠있었던 모양이다.
살아남은 자가 있으면 응당 죽어서 떠나버린 자들도 있기 마련인데, 그것을 잠시 잊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시온님.”
공식적으로는 아직도 시온 휘하의 견습 기사로 남아있는 트리샤.
그녀가 은근슬쩍 다가와서는 시온에게 말을 붙인다.
“궁금한 게 하나 있어요.”
“이상한 질문 하면 혼난다.”
“그, 그런 거 아니에요.
지극히 정상적인 질문이니까 걱정 마세요.”
트리샤의 말을 믿기에는 여태껏 그녀의 행보가 너무 튀어서 문제다.
적들도 다 물리쳤고, 이제는 정말 자신만의 매력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생각해서일까?
선호하는 속옷 색깔부터 시작해서 체위는 어느 것이 더 좋냐는 질문까지, 릴리트가 들었다면 ‘뭐 이런 발랑 까진 녀석이 있어!’ 라고 비명을 지를 정도의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며칠 전에도 은근슬쩍 가슴 크기를 묻고는 작은 것보다는 큰 게 낫지 않을까?
라는 시온의 말을 들은 이후 갑자기 가슴 키우는 방법은 없냐며 붙잡는 통에 곤란을 겪었던 시온이었다.
“저, 왜 누디아에 그 사람들을 묻은 건가요?”
“음?”
“볼코 후작님을 비롯해서 우리 군대가 2차 방어선으로 이동하는 동안 싸우다가 전사했다는 이들, 그리고 그 이후에 적들과 싸우면서 계속 목숨을 잃었던 자들이요.
그들 중 누디아의 사람들을 제외하면 히스파냐 사람들, 수인, 요정들이잖아요?
누디아가 본래 고향이 아닌 사람들.”
“그렇지.”
“그런데 왜 그들을 고향이 아닌, 이곳에 묻고서 찾아가는 건지 궁금해서요.”
다른 이도 아니고 트리샤가 이런 질문을 할 줄은 미처 몰랐다.
혹시 전략을 바꾼 건가?
막 들이대는 왈가닥 여자에서 릴리트나 루시아처럼 똑똑한 모습도 내보이는 그런 모습으로 작전을 변경한 것일 수도 있겠다.
시온은 항상 한 마리의 흑염룡일 것만 같았던 트리샤가 그래도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알게 모르게 다른 여인들이 자극이 되었던 것 같아 박수라도 치고 싶었다.
이런 올바른 경쟁심은 시온 입장에서는 언제든 환영이니까.
“잊지 말라는 거다.”
“잊지 말라는 건··· 연합군들에게 말하시는 건가요?”
“물론 그런 것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나 누디아지.
그들에게 말하는 거다.
너희들을 돕기 위해서 이렇게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너희의 땅에서 스러졌다고.
그러니까 허튼 생각, 허튼 행동 따위 하지 말라고.
양심이 있다면 다른 생각 품지 말고 잘 지내자고 말이야.”
“아하···.”
“물론 히스파냐의 전사자들은 내가 여왕께 건의를 드려서 따로 명복을 비는 공간을 만들 거다.
하지만 그들의 묘소는 여기가 될 거야.
이곳, 누디아의 땅 한가운데에 말이지.
그리고 그들의 기일 때마다 히스파냐는 항상 일정 수 이상의 병력들이 파견되어 그들을 영원히 잊지 않는 행사를 하는 거고.”
지금이야 누디아가 정말 고맙다며, 은혜는 잊지 않겠다며 떠들고 있지만 그건 당장 몇 년 만 지나도 흐릿하게 변해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 시온은 일부러 전사자 묘소를 누디아에 만들고, 본국과 누디아 두 곳에서 그들을 기리는 행사를 매 년마다 열기로 했다.
히스파냐가 그들을 기념하기 위한 이유로 누디아에 들어온다고 하면 누디아 입장에서는 그들을 막을 그 어떤 명분도 없다.
또한 그들이 계속해서 왕래한다면 누디아의 사람들은 히스파냐와 연합이 없었다면 누디아라는 나라가 완전히 망해서 없어졌을 거라는 사실을 오래도록 기억할 테니 이전처럼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히스파냐와의 관계를 망치려고 해도 어려운 일이 될 테고 말이다.
‘그들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평화를 위해 굳건히 자리하는 존재들인 거지.’
솔직히 아주 조금은 그들의 죽음까지 이용하는 것 같아 미안하기는 하다.
하지만 이런 장치까지 마련해두지 않으면 그들의 희생이 몇 년조차 가지 못 하는, 바닷가의 모래성과 같은 것이 되어버리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다.
“트리샤.
돌아가면, 이제와는 조금 다른 생활이 기다릴 거다.”
“관심 없어요.”
“넌 관심이 없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은 달라.
어찌 되었든 너는 적들의 손아귀에서 왕성을 구한 3명의 영웅 중 하나이니까.”
“그러니까요.
그들이 뭐라고 하든 전 관심 없어요.
루시아나 리아도 있잖아요?
제게 신경 끄라고 하죠, 뭐.”
그게 쉽지가 않다니까 그러네, 시온은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트리샤는 루시아나 리아한테 관심을 돌리면 된다고 하지만, 사실 귀족들에게 있어서 현재 가장 먹음직스러운 먹이는 다름 아닌 트리샤다.
루시아는 애당초 라이도의 딸이니 최소한 백작위 정도는 되어야 제대로 접촉이나 할 수 있고, 리아는 수인이니 누구의 밑으로 들어갈 이가 아니다.
그런데 트리샤는 비록 시온의 밑에 있다곤 하나 견습 기사일 뿐이다.
공식적인 자리는 그러하니 귀족들이 몰려들어서 보다 더 매력적인 제안을 한다면 돌아서지 않을까, 하고 유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소리였다.
물론 트리샤는 시온에게서 돌아설 인물이 결코 아니다.
시온이 진정 걱정하는 부분은, 정치적인 것에 있어 거의 감각 제로라고 할 수 있는 트리샤가 그들의 물밑 접촉에 참고 참다가 결국 참지 못 하고 폭발하여 무슨 사고라도 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돌아서라고 하는 자들이 분명 생길 거야.
원하는 모든 것을 주겠다고 할 테지.”
“관심 없다니까요?”
“말은 그렇게 해.
대신, 완강하게 거부하는 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조금씩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줘.”
“···네?”
“내 옆에는 워낙 쟁쟁한 인물이 많다고, 그래서 네가 뜻을 펼칠 기회가 별로 없을 거라고 몇몇 놈들이 너를 회유하려 들 거야.
거기에 조금씩 말려들어가라는 소리야.”
“어째서요?
그건 시온님을 배신하는 꼴인데?”
“그걸 이용해서 걸리적거릴 놈들을 좀 치워내려고.”
시온은 그리 말한 후 트리샤를 슬쩍 껴안았다.
“물론 네가 날 배신하지 않을 여자라는 건 다 알아.
당연히 알고말고.
다른 여인들도 그렇게 알고 있지.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아.
너는 되도록 너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 없도록 해왔으니 여태껏 네가 내 옆에 있었음에도 정작 그 모습을 본 이가 많이 없을 정도야.
그런 자들에게 트리샤, 너와 나의 관계는 그냥 뒤를 좀 봐주는 사람, 그 정도로 비칠 테지.”
“···무슨 생각이신지 조금만 더 알려주실래요?”
“이왕 내 여자가 되는 거, 백작가의 여인보다는 공작 가의 여인이 더 낫지 않겠어?”
“네?”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 트리샤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시온을 바라본다.
평소의 그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이 아니라서 꽤나 신기했고, 또 은근히 귀여운 얼굴.
시온은 ‘그런 표정도 지을 줄 아네?’ 라고 장난을 치듯 트리샤의 볼을 잡아당겼다.
“아, 아파요!”
“귀여워서 그래, 귀여워서.”
“으우우우!
그, 그런 말씀 해도 아픈 건 아픈 거예요!”
말은 투덜거리는 투인데, 입술이 슬그머니 올라가는 걸 보니 역시나 그 귀엽다는 말에 또 넘어가버린 모양이다.
아마도 볼을 잡아당기는 것을 그만 두면, 트리샤는 헤실헤실 웃고 있을 것이다.
“트리샤, 이번 전쟁에서.
아니, 여태까지의 모든 일들에 있어서 내 공이 엄청나다는 건 히스파냐의 어린 애들도 다 알고 있어.”
“당연하죠.
시온님이 어떤 분인데, 그걸 모른다면 당장 머리통을 깨부숴서 그걸 알게···.”
“워워, 진정하고.
아무튼 이번에 히스파냐로 돌아가면 나와 너를 포함해서 여태 활약한 이들에게 그에 걸맞은 포상이 내려질 거야.
큰 공을 세운 자에게 그에 합당한 포상을 내리는 것.
그게 또 왕실의 권위를 세우기에 꽤나 좋은 길이거든.
그런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자에게 ‘왕국’ 으로서 줄 수 있는 것이 너무 적네?
그러면 평범한 놈은 왕국으로서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을 달라고 하겠지만, 나는 그리 하지 않을 생각이야.”
“그러시다면···.”
“이왕 히스파냐가 훨씬 더 융성해진 거, 내부를 정리하고 아예 제국으로 바꾸려고.”
정치나 권력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트리샤조차 왕국과 제국의 차이 정도는 안다는 듯 또 놀란 표정이 되어서는 탄식을 토해낸다.
원래라면 다른 나라들이 그걸 가만히 보고만 있겠냐는 의문이 나와야 하겠지만, 생각해보면 그럴 나라가 없다는 게 현재의 상황이었다.
“신성 프러센은 아예 사라졌고, 누디아는 구 신성 프러센의 영토를 흡수하느라 히스파냐 쪽에는 신경도 쓰지 못 할 테지.
반대로 히스파냐는 수인들, 요정들과 교류를 계속 하고 이번에 같이 싸우기까지 하면서 거의 완벽한 협력 체계를 구축했어.
북쪽 부족과도 마찬가지지.
그뿐인가?
이 땅에 남은 천족으로부터 가장 신실한 빛의 후예로 인정까지 받았으니 대외적인 명분과 명예까지 전부 얻기까지 했고.
이제 남은 일은 딱 하나야.”
“하나라 하신다면···.”
“물고기가 너무 많아지면 제아무리 크고 맑은 호수라고 해도 망가지기 마련이니, 적당히 잡아서 내동댕이쳐야지.
아니면 가지치기를 하듯, 이라고 해야 할까?”
시온의 말에 트리샤는 대충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비유라면, 나무를 위해서 너무 많이 자라난 가지를 쳐내고 후일을 생각한다는 것 정도는 그녀도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트리샤.
부탁이 하나 있어.”
“말씀만 하세요.
무엇이든 할게요.”
“히스파냐에 들어가서 왕성에 다다르면, 나와 은근히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줘.
다만 너무 대놓고는 말고, 은근히 피하는 그런 느낌이 들도록.
다른 여자들에게는 충분하게 설명 할 테니 혹 다른 걱정은 하지 말고.”
“···엄청 힘든 일이에요.
제게는, 정말 엄청나게 힘든 일이라고요.
아무리 시온님을 위한 것이라지만 그건···.”
“대신 이틀.”
“네?”
“네 차례가 오는 날, 그 다음날까지 해서 이틀 연속으로 너와 같이 있어줄게.
이미 릴리트님과도 합의가 된 사항이니 설명할 것도 없어.
이러면 거래 조건으로는 충분하지 않을까?”
“···.”
잠시 뭔가를 열심히 계산하던 트리샤는,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뜻을 내비치고 말았다.
시온의 곁에서 스스로 멀어지는 연기를 한다는 것 자체로도 힘든 일이었지만, 그 대신 보상이 그만한 가치를 지닌다면 한 번 해볼 수는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좋아, 그러면 수락한 것으로 알고.”
시온의 가지치기가 시작되었다.
―
연합군이 누디아의 영토에 들어선 후, 그들은 전사자들의 묘소부터 찾았다.
그들이 한창 연합 측의 망자들을 위해서 명복을 빌던 와중에 누디아의 국왕, 사라딘이 직접 발걸음을 하여 그들을 맞이했다.
그리고는 국왕의 몸으로 그 묘소 앞에 직접 허리를 숙이고 그들의 죽음에 슬퍼하는 것으로서 가장 큰 은혜를 입은 누디아의 감사 인사를 확실하게 전했다.
누디아의 왕국민들은 그 모습을 눈에 담으면서 연합 측, 특히 히스파냐에 대해서 그 어느 때보다도 긍정적인 분위기를 흘려보냈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누디아라는 나라 전체가 불에 타서 잿더미가 되었을 테고, 자신들이 제자리로 돌아가서 이렇게 복구를 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지도 못 할 테니까 말이다.
원래는 히스파냐로 복귀해서 말을 전하려고 했으나 이렇게 국왕과 다시 조우하게 되었으니 직접 얼굴을 맞대고 담판을 짓는 게 낫겠다고 시온은 생각했다.
하여 이들의 기일 때마다 히스파냐에서 약간의 병력과 함께 그들을 추모할 이들을 보내도 되겠냐는 허락을 구했고, 사라딘 국왕은 당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연합군에 대한 고마움은 둘째 치고, 그 전사자들의 동료 되는 이들이 바로 곁에서 자신과 시온의 대화를 듣고 있는데 거절을 했다가는 무슨 반발을 살지 모르는 일이었다.
“누디아를 구한 영웅들이니, 그들을 기리는 것에 우리 누디아는 그 어떤 반발도 하지 않을 것이오, 시온 클라우젠 사령관.
다만 자국의 사람들이 너무 놀라지 않을 정도의 규모면 딱 적당할 듯 싶소.”
“여부가 있겠습니까.”
이것으로 누디아 측의 허락까지 완벽하게 받아두었다.
나중에 가면 누디아 입장에서는 그 추모식이 마냥 좋은 일만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 당장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일이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대들의 공도 잊지 않겠소.
정말 고마웠소이다.
빛의 따스함이 그대들과 함께 하길.”
“강녕하시길, 누디아의 국왕이시여.”
연합군의 사령관, 그리고 누디아의 국왕은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서는 서로가 가야 할 곳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아마 저들은 이제 돌아가서 히스파냐 측에 그들이 요구한 영토를 내어주고, 대신 구 신성 프러센의 영토를 흡수하는 데에 온 힘을 기울일 것이다.
‘열심히 해봐.
마족들이 준동해서 거기에 또 신경을 써야 하고, 바다 건너 적들이 언제 쳐들어올지 모른다는 긴장감과 함께.’
내가 취하기에는 뭔가 조금 모호해서 남에게 줄 수밖에 없다면, 그것으로 인해 그 남이 원래보다 배는 더 피곤하게 만들어라.
그런데도 아까워서 버릴 수 없게 해라.
세상 살아가는 교훈을 다시 한 번 떠올리며 시온은 누디아 군이 빠진 연합군을 이끌고서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약 한 달의 시간이 걸려, 마침내 클라우젠 변경백령에 다다를 수 있었다.
“시온!”
원래라면 누구보다도 가장 반가운 얼굴로 시온을 맞이해야 했을 인물, 리히텐 변경백.
하지만 지금의 그는 꽤나 우려스럽다는 표정을 지은 채 제 아들을 맞이했다.
“고생 많았다, 정말로 고생 많았어.
세상 그 어떤 이도 쉬이 이루지 못 할 일을, 너는 단 몇 년 만에 해내는구나.
참으로 장하다, 장해.”
“누구 아들인데, 어느 가문의 피인데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아버지의 얼굴은 그리 좋지가 않으시군요.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시온의 질문에 리히텐 변경백은 슬쩍 주변들 살피고는 침음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잠시동안 시온의 두 어깨만 만지작거리며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소식 들었다.”
“무슨 소식 말입니까?”
“네가 구 신성 프러센의 영토를 전부 누디아 측에 내어주기로 했다는 것 말이다.
왕성에 전해진 소식이 클라우젠에까지 닿았어.”
“그게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꽤나 많은 귀족들이 네 승리에 대해서 축하를 하면서도 그건 조금 과한 것이 아니었냐고 여왕 전하께 은근히 아뢰는 중이라고 한다.
히스파냐가 누디아보다 몇 배는 더 큰 공을 세웠는데, 아무 것도 한 게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누디아 측에 뭐 그리 많은 혜택을 주었느냐고 말이다.
일부러 말을 안 하고는 있지만 네가 누디아 측와 뭔가 은밀하게 거래를 했다는 투의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중이다.”
얼씨구, 어떻게 시작을 해서 어떤 방식으로 바람을 잡아볼까 했는데.
이 정도면 스스로 제 무덤 파고 묘비까지 마련해서 그 안에 누운 정도다.
‘그들 입장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
불안할 거야.
아주 미친 듯이 불안하겠지.’
이미 바네사가 시온 클라우젠이라는 귀족에 대해서 꽤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 정도야 귀족 사회에서는 공공연히 알려진 부분이다.
그런데 그 시온 클라우젠이 어느 누구도 세울 수 없었던 공까지 세워서 당당히 개선한다면 귀족들에게는 절대 항거할 수 없는 강력한 세력이 왕실 말고 또 하나가 더 생겨나는 일이었다.
그들이 가장 경계하는 건, 자신들의 권리에 대해서 그 누구보다 직언을 퍼부을 수 있는 강력한 존재의 등장이다.
왕실 하나만으로도 벅찬 와중에 클라우젠이 감당 불가능할 정도로 커진다면 자신들의 입지가 좁아진다고 판단할 것이리라.
“잘 풀리고 있군요.”
“···뭐?”
“제가 생각한 대로 아주 잘 풀리고 있다고 말입니다.”
어서 히스파냐의 왕성으로 돌아가고 싶은 시온이었다.
전쟁터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지만, 역시나 그에게 있어 가장 즐겁고 두근두근한 장소는 온갖 권모술수와 눈치싸움이 난무하는 정치판이었다.
―――――――작품 후기―――――――
마무리가 조금씩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아마 이번 년도 안으로 본편은 모두 마무리를 짓고, 외전은 신작과 함께 내년 1월 초에 바로 올라갈 듯 해요!
마지막까지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