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429)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429화(429/439)
429―――――
다시, 시온 클라우젠입니다
영웅들이 돌아왔다.
자신들을 빛이라 부르고 정작 그 어떤 어둠보다도 더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던 자들, 빛의 후예라 하는 이름조차 아깝던 바로 그 자들을 물리치고 이 땅에 영원히 추방한 이들이 귀환했다.
“와아아아!”
“빛의 후예들에게 무궁한 영광을!”
전쟁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으나 뒤에 남아 그들을 도왔던 히스파냐의 왕국민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그들이 지나는 길에 나와서 그들의 승리와 귀환을 축하했다.
히스파냐의 병사들뿐만이 아니라 북쪽 전사들도, 수인들도, 요정들도 그 환호를 같이 받았다.
가는 곳마다 최소한 수만에 이르는 인파들이 환영해주니 어지간해서는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요정들조차 어깨를 절로 으쓱일 정도였다.
“···.”
다만, 몇몇 이들은 그 분위기에서도 침울한 모습을 숨기지 못 했다.
특히 루드비히가 그러했는데, 출발할 때는 아버지와 함께였는데 돌아올 때는 혼자서 이렇게 돌아왔으니 심히 마음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웃어.”
“···사령관님.”
“이제 그 명칭도 떼고, 존대도 하지 마.”
“어째서···.”
“이제는 네가, 아니.
루드비히 레데넨, 당신이 레데넨 후작가의 가주이고 이 나라의 후작이니까.
볼코 후작님의 전사, 그리고 그 곁의 수많은 이들이 죽은 건 가슴 아픈 일이지만, 이곳에서 보여야 할 모습은 침울한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손을 흔드는 영웅의 모습이야.
그래야 사람들은 안심하고, 병사들은 자신들이 잘 싸웠음을 인지하게 된다.
그러니까 슬픔은 혼자 있을 때, 술을 벗 삼아 좀 지내도록 하고 지금은 넣어둬.
장소도, 시기도 적절하지 않아.”
“아···.”
루드비히는 탄식을 내뱉고 말았다.
시온의 말을 듣고 있자니, 과거 전투를 끝내고 돌아온 볼코 후작이 아끼던 부하들과 병사들의 죽음에도 개선식 때에는 눈도 깜짝이지 않고 있다가 성으로 돌아온 후 몇날 며칠을 식음까지 전폐하며 슬퍼했었던 일이 기억난 것이다.
떠나간 자를 위해 슬퍼하고 그들을 기리는 일은 반드시 해야 할 것.
허나 그것으로 인해 승리라는 목적이 퇴색되지 않도록 또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
루드비히는 과거 제 아버지였던 볼코 후작이 처음 가르쳐주고, 지금에 와서는 시온이 복습시켜주고 있는 것을 마음속에 새겼다.
“···정말 고마웠다, 시온.
네가 아니었다면 난 여전히 애송이 기사 따위로 남았을 거다.”
“당연히 고마워해야지.
내가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네 아버지께서 무덤에서라도 일어나셔서 널 두들겨 패서라도 사람다운 사람으로 만드셨을 거다.
조금만 노력하면 분명 괜찮은 기사, 귀족 모두가 될 수 있는데 자꾸 엇나가는 모습을 보시며 상당히 답답해하셨으니까.”
시온의 농담에 루드비히는 짧은 웃음을 내뱉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환영 인파들을 바라보던 그는 지나가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레데넨 후작가와 클라우젠 백작가는 알게 모르게 친분을 쌓던 곳이었지.”
“정작 그게 정계에 드러나면 결탁이니 뭐니 할까봐, 그리고 두 가문 모두 결국 무장 가문이기에 자존심 싸움 하느라고 사사건건 작은 충돌을 일으켰지만.”
“너와 내 대에 그걸 끊을 생각인데.
시온, 네 생각은 어떠냐.”
“오네르 후작가는 몰라도 구첸 후작가는 바로 레데넨을 물어뜯을 텐데?
3후작가가 유지되고 있는 비결은 다른 귀족 가문과 과하게 가까운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었나?”“그렇기는 한데, 아무래도 조만간 네가 그 균형을 깨트리지 않을까 한다.”
“내가 3후작가 사이를 이간질이라도 한다는 소리인가?”
단순한 말장난이었지만 루드비히는 그런 건 생각도 안 한다며 정색을 한다.
다른 이도 아니고 네가 그럴 놈이라니, 만약 다른 자가 그런 말을 했다면 당장 검을 뽑아서 목에 들이댔을 거라고 하는데 루드비히도 김유현만큼이나 시온을 엄청나게 고평가하는 중이었다.
“네가 여태껏 이룬 일을, 세운 공을 생각해봐.
여왕께서 너를 백작위에 그대로 남겨두실 거라고 생각해?
심지어 영토가 더욱 늘어나서 누디아가 내어준다는 영토 중 서쪽만 너희 가문에 들어간다고 해도 현 클라우젠 변경백령의 영지보다 못 해도 8배는 넓어지는데 말이야.”
“그러면 여왕께서 내게 후작 작위를 하나 더 만들어서 내어주신다, 뭐 이런 소리인가?”
“솔직히 말하자면 그마저도 부족하다고 할 정도야.
당장 중간급 지휘관들, 특히 기사들 사이에서 너에 대한 찬송이 끊이지를 않고 있어.
그 정도로 엄청난 공을 세운 이를 후작위 정도에 올려둔다면 그건 히스파냐의 국격을 떨어트리는 일이겠지.”
“뭔가 오해하는 모양인데, 후작위도 엄청난 거야.
당장 이 히스파냐도 3후작 이후 그 어떤 공을 세운 이가 나타나도 후작위를 내려준 적이 없잖아?”
“그 공이 이 정도는 아니었어.
무엇보다 클라우젠 변경백령은 말만 백작위지, 실상은 후작위에 준하는 영지에 권한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제 와서 후작위를 준다고 해봤자 다른 이들은 그걸 포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거다.”
어째 루드비히가 말하는 방향이, 시온이 내심 그리고 있던 그림과 비슷해진다.
시온은 혹시?
하는 생각으로 루드비히를 바라보았고, 그에 루드비히는 미소를 지으며 제 오른손으로 가슴팍을 두어 번 쳤다.
“내가 너만큼은 아니어도 나름 3후작가의 일원이자 네 말대로 그 중 하나를 맡을 사람이야.
그 정도 눈치는 당연히 있고, 네가 무엇을 그리고 있는지 희미하게나마 알 수도 있어.”
“제법이네.
매일 볼코 후작님께 혼나서 그저 철없는 기사라고만 생각했는데.”
소설에서 시온처럼 완전 개망나니, 자식 농사 실패의 전형적인 예는 아니었던 루드비히다.
나름 김유현과 약간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었고, 히스파냐가 위험한 순간 망설이지 않고 제 한 몸 바쳐 어떻게든 시간이라도 더 벌어보기 위해 노력했던 이가 바로 루드비히 레데넨이다.
시온도 그런 루드비히의 본질을 대충 알고 있었기에 그동안 이 몸뚱이를 무시하던 놈에게 교훈을 좀 내려주면서도 쓰고 버리거나 아예 박살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잘 키워서 제대로 써먹은 방식으로 대했고 말이다.
“나도 함께하고 싶다, 시온 클라우젠.”
“···.”
“이 히스파냐를 지탱하는 하나의 위대한 기둥으로서, 나라를 위해서 헌신하는 귀족이자 기사로서, 최고조에 달한 이 나라를 전례 없는 강력한 국가로.
그래, ‘제국’ 으로 만들고 싶다.
그리고 그 위대한 여정에 네 뒤를 따라 조금의 보탬이라도 하고 싶다.
레데넨 가문의 영달을 위한 것, 물론 없을 수는 없겠지.
하지만 그게 주된 이유는 아니야.
이 히스파냐를, 나의 아버지께서 목숨 바쳐 지켜내시고 너와 같은 천재가 이끌어갈 이 나라가 대륙 위에서 가장 빛나는, 가장 위대한 국가가 되는 걸 원한다.
그 길에, 나도 함께 걷고 싶다.”
루드비히의 굳건한 말에도, 시온은 별 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 모습이 마치 그의 진심을 알 수 없어 불안하다는 뜻으로 비쳤기에 루드비히는 자신이 히스파냐를 위해서 그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고 말하며 자신을 믿어달라고 몇 번이나 더 말했다.
정작 시온은 그를 의심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원하던 대로 루드비히가 넘어와서 이걸 또 어떻게 써먹어야 아주 화려하게 제국시대를 열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혹 루드비히 설득이 안 되면 어떻게 하나 싶었는데 알아서 들어와 주는군.
이것으로 일단 바네사를 제외한 가장 강력한 우군 하나를 만들어둔 셈이다.’
이곳은 적진이 아닌 히스파냐, 시온이 아주 오랫동안 지낼 곳이다.
수틀린다고 해서 ‘전술핵’ 김유현을 풀 수가 없다는 소리, 애당초 이런 권력 싸움에서는 무력으로 짓누르는 것보다 명분으로 찍어내는 것이 다시는 일어설 수 없게 만드는 데에 더 좋은 역할을 해주었다.
그런 부분에서 3후작가 중 하나인 레데넨 후작가의 전폭적인 지원은 환영할 일이다.
히스파냐가 왕국에서 제국이 된다면 가장 먼저 황실의 견제 대상이 될 건 그 후작가들이다.
지금이야 왕국을 지탱해주는 기둥이니 대우를 하고 있다지만 그 왕국보다 더 견고하면서도 또 민감한 제국에서는 권력이 분산되는 걸 무척이나 싫어한다.
당장 후작가들이 가지고 있는 권한을 일부 빼앗아 그들의 힘을 줄일 것이 뻔한 시점에서 레데넨 후작가가 그럼에도 제국의 탄생을 지지한다면 이건 명분 싸움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 분명했다.
“···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나야 환영이지.
하지만 괜찮겠냐?
결국 후작가의 힘을 줄일 수도 있는 길인데.”
“해봤자 권한 몇 개만 사라지는 거지.
그 정도로 후작가가 망하지는 않아.”
“그렇게 쉽게 말할 게 아니다, 루드비히.
사람이란 게 원래 가지고 있던 걸 빼앗기는 걸 가장 싫어하는 특성을 지녔거든.”
“다른 이들은 몰라도 난 그럴 생각 없다.
난 그저 아버지의 희생으로서 이렇게 빛나는 히스파냐가 그 어느 때, 그 어느 국가보다도 더욱 찬란하게 빛나는 모습을 보고 싶을 뿐이야.”
아마 볼코 후작이 이 장면을 바라봤다면 비로소 안심을 하고 편히 눈을 감았을 것이다.
주변에 있는 사람이 어떤 이인지, 그에 따라 사람이 발전하기도 하고 퇴화한다고도 하는데, 다행히도 루드비히는 전자인 모양이었다.
“좋아.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나도 더는 말릴 이유가 없지.”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넌 역시 진작 히스파냐를 제국으로 탈바꿈할 준비를 했던 모양이군.
여왕 전하와도 이야기가 된 부분인가?”
“그것까지 말해주면 좀 그래.”
“···뭐?
무슨 소리야.
어이, 시온 클라우젠!”
원래 적을 속이기 위해서는 아군조차 속여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확답을 주면 눈치나 머리는 좋아도 연기력은 아직 만족할 만한 상태가 아닌 루드비히가 실수를 할 수도 있고, 나름 정계에서 노련함으로 무장한 귀족들이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챌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쉽게, 쉽게 갈 수 있는 일이 빙빙 돌아가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을 수 있으니, 시온은 지금부터 아주 철저하게 연기를 해야만 했다.
―
마침내 히스파냐와 북쪽 전사들, 수인, 요정들로 이루어진 연합군이 수도 왕성에 다다랐다.
그러는 동안에도 수많은 환영 인파가 그들을 반갑게 맞이했는데, 얼마 전부터 그들 사이에서 뭔가 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왜 보이지 않지?”
“이상하네.
저번에는 누디아만 쳐부쉈음에도 나오셨잖아?”
“뭐지?
도대체 뭐지?”
일반 왕국민들부터 귀족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들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뭔가를 찾는 듯한 눈치였다.
그 뿐만 아니라 당당하게 개선 중인 히스파냐의 병사들 역시 조금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려야만 했다.
그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예정된 결과였을 것이다.
예전에는 시온이 누디아를 쳐부쉈을 때만 해도 그를 반갑게 맞이해주는 선왕, 에드가 4세였고 그 뒤를 이은 바네사 여왕은 그런 시온을 무척이나 아낀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그런데 그 시온 클라우젠이 히스파냐 역사상, 아니 대륙의 그 어떤 경우를 찾아봐도 전례가 없을 정도로 엄청난 공을 세웠음에도 바네사 여왕이 왕성을 나서 그를 맞이하기는커녕 궁에서조차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뭐지?’
‘우리가 놓친 뭔가가 있는 건가?’
‘바네사 여왕과 시온 클라우젠 사이의 관계가 틀어졌다?’
일반 왕국민들조차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인데, 하물며 권력에 그리도 민감한 귀족들이 그 부분에 대해서 그냥 넘어갈 리가 없다.
그들은 저마다 삼삼오오 모여 무슨 이유에서인지 묘하게 대립 기류를 흘리는 왕실과 클라우젠 사이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전공을 세우면서 왕실과 돈독한 관계를 쌓은 젊은 영웅이, 아이러니하게도 너무나 많은 공을 세워서 역으로 왕실에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았냐, 하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리고 귀족들의 의구심은, 시온 클라우젠이 왕성을 넘어 궁으로 들어가 참으로 오랜만에 바네사 여왕을 직접 만나는 자리에서 더욱 크게 증폭되었다.
“어서 오라, 시온 클라우젠.
아주 큰 공을 세우고 돌아오니 참으로 장하기 그지없다.”
“부족한 재주로 다만 최선을 다했을 뿐이니 그저 영광일 따름입니다.”
국왕과 신하 사이의 흐뭇한 대화 같았지만, 목소리나 표정, 그리고 그 사이에서 흐르는 분위기가 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져 있었다.
한쪽은 너무나 거대해진 영웅의 모습을 은근히 경계하는 듯 했고, 다른 한쪽은 공을 세웠음에도 자신을 경계하는 모습에 섭섭함을 숨기지 않고 있는 듯 했다.
이미 거기까지만 해도 귀족들로서는 뭔가 이상하다고 여길 만한데, 이후 바네사 여왕과 시온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분위기는 점점 더 이상해졌다.
“듣자하니 누디아의 서쪽과 남쪽을 받는 대신 신성 프러센의 영토 전부를 누디아에 넘겨주기로 했다지.
심지어 성소는 아예 천족에게 완전히 내어주었다고 하고 말이다.”
“성소를 맡을 천족은 제가 판단키에 믿을 수 있는 이였습니다.
또한 신성 프러센의 영토는 너무 머니 차라리 누디아에게 내어주고, 대신 그들의 영토를 받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누디아에게서 받을 영토와, 그들이 취할 구 신성 프러센의 땅의 넓이가 적어도 몇 배는 차이가 난다.
그대는 그걸 알고서도 그런 일을 진행했다는 것인가?”
“히스파냐와 정 반대에 있었기에 현장 지휘관인 제 판단을 우선했습니다.
여왕 전하께서도 이런 제 판단을 인정해주시리라 생각했습니다.”
“이 전쟁에서 히스파냐가 잃은 것이 얼마인데, 그대는 히스파냐보다 누디아의 이점을 더 챙겨주는구나.
누디아의 절반을 내놓으라고 해도 모자랄 정도였는데 그런 결정을 내리다니.
그대에게 내가 너무 과한 기대를 했던 건 아닐까 걱정이다.”
“···저는 여왕 전하를 실망시켜드릴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이미 그대에게 실망을 했으니, 아쉬운 일이고 또 아쉬운 일, 오직 그뿐이다.”
바네사 여왕이 굳이 시온 앞에서, 하필이면 바로 이때에 저런 말을 하는 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은 결코 아니었다.
당장 히스파냐는 이번에 누디아를 도우면서 3후작 중 하나였던 볼코 후작을 잃었다.
그 뿐인가?
히스파냐의 주력이라 할 수 있는 중앙 지역의 병사들, 북쪽의 숙련병들을 다수 잃었고 그 외에도 이후 참전한 남부와 동부의 지원군들 역시 많이 상한 상태다.
그나마 누디아가 히스파냐보다 몇 배는 더 심각한 손실을 받았기에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다면 당장 누디아의 공격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히스파냐의 군 상태도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더해서 이번 전쟁을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했던 이가 다름 아닌 시온 클라우젠이다.
자신으로 인해 이 전쟁에 발을 들였다면 히스파냐를 위해서 그 어떤 일도 하는 것이 옳은 것인데 정작 히스파냐보다는 누디아가 덕을 더 많이 본 상황이니 히스파냐의 입장에서는, 그를 무척이나 믿고 있었던 바네사로서는 섭섭하고 아쉬운 마음을 지울 수 없었을 지도 모르겠다.
‘분위기가 묘하게 돌아가는데.’
여왕이 젊은 영웅을 치하하는 장면만 생각하던 귀족들은 전혀 예상치 못 한 전개에 약간의 의심을 품으면서도, 또 권력판에서는 영원한 우군이 없다는 걸 곱씹으며 이 젊은 두 남녀가 그 사실을 깨닫고 이제서 서로를 견제하는 것이지 않겠냐고 또한 생각했다.
“···어찌 되었든, 대승을 거두고 돌아온 그대에게 히스파냐의 모든 이들을 대표하여 다시금 감사의 인사를 전하겠다.
시온 클라우젠, 그대는 이 히스파냐의 영웅이다.”
상당히 경직된 분위기 속에 시온 클라우젠의 공식적인 복귀가 마침내 이루어졌다.
그리고 전쟁에서 공을 세우고 돌아온 이들을 축하하는 파티가 시작되었고, 동시에 귀족들 간에 이 들썩거리는 와중을 이용하여 세력을 공고히 하고 또 새로운 우군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 물밑에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트리샤 경!
왕성을 수호한 그 불꽃을 여기서 뵙게 되는군요!”
“이거 영광입니다, 트리샤님.
저는···.”
그리고, 그 파티에서 알게 모르게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건 역시나 트리샤였다.
전쟁에 나섰던 다른 이들은 대부분이 자신의 세력이 공고하지만 트리샤는 다만 시온 휘하의 견습 기사일 뿐, 언제든 정식 기사가 되면 바로 이탈할 수 있는 인물이다.
무엇보다 그녀의 진짜 모습이 단순한 기사가 아님을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다.
심지어 그녀와 가까이 지낸다면 시온 클라우젠이라는 젊은 영웅과도 접촉할 수 있는 일.
그러니 더더욱 귀족들은 가장 만만한 먹잇감이라고 생각하는 트리샤와의 관계를 좁히려고 애를 쓸 수밖에 없었다.
―――――――작품 후기―――――――
추천은 항상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