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433)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433화(433/439)
433―――――
다시, 시온 클라우젠입니다
시온이 자리에서 일어설 때까지 어느 누구도 함부로 입을 열지 못 했다.
그와 함께 전장을 누볐던 귀족들은 마치 자신이 상상도 못 한 작위를 받은 것처럼 기뻐했고, 에스티아 오네르 후작이나 브레멘 이시크 백작 같이 시온에게 무척이나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던 이들도 소리 없는 탄성을 내질렀다.
얼마 전 구첸 후작가의 가주 자리를 이어받은 베레크릭 구첸 후작은 그런 주변을 살피며 벌써부터 손익 계산에 들어간 듯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고 있었고, 어떻게든 귀족의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애썼던 귀족들은 이걸 기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인 표정이었다.
‘나나 바네사가 생각 없이 그냥 최고로 좋은 자리 넘겨주면 장땡이다, 라고 생각했겠어?’
누누이 말하지만 몰아치면 단결하고 큰 힘으로 압박하면 더 큰 반작용으로 일어선다.
가진 자들, 가졌던 자들을 상대하는 건 그만큼이나 힘들고 긴 싸움이다.
나중에 가서 숙청을 단행할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넘어가주는 척 하며 잡음을 최대한 잠재워야 한다.
그렇기에 시온은, 바네사는 저들에게 절망과 희망을 적절하게 섞어서 내주었다.
타이가 백작가와 연이 닿아있는, 그리고 어쩌면 구첸 후작가까지 엮여있을 수도 있는 사안을 다만 자작 가문 하나를 정리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것이 바로 바네사의 경고였고, 반대로 시온에게 공작위를 약속하며 한껏 움츠러들 귀족들에게 일말의 희망이라도 던져주었다.
지금이야 영원한 충성파로 보이는 시온 클라우젠이지만, 공작위에 오르면 사람이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일이다.
애당초 그 자리를 노리고 있었다면 이제는 다 이룬 셈이니 본 속셈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니 어쩌면 귀족들이 황실의 압박에 못 이겨 전부 스러지거나 녹아 없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게 만든 것이었다.
‘급하면, 항상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유리한 방향으로만 생각하지.’
적인지 아군인지 아직 불분명한 시온 클라우젠 ‘공작’ 은 귀족들에게 그나마 기대해볼 수 있는 방파제가 될 수도 있다.
황실이 점점 거대해져 귀족들을 마구 쳐내면 그들은 반드시 공작가로 달려가 황실이 귀족들을 핍박하고 자신들을 전부 치워내면 이제 그 창칼을 클라우젠에 돌릴 것이라 말하면 된다.
지금이 아니라 아주 나중에라도 그런 일이 생길 수 있으니 보험을 들어두는 것이다.
“황제 폐하의 뜻에 응당 따르겠나이다!
제국의 충성스러운 클라우젠 공작가의 탄생을 축하드리는 바입니다!”
그런 이유로 귀족들은 이 이상 바네사에게 대항하는 모든 것을 포기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그녀의 힘이 커진 상태, 그런 때에 미련하게 부딪치는 것보다 바짝 숙이고서 지금의 폭풍이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아, 그리고.”
여기까지 전부 내다본 바네사는, 이제는 귀족들이 자신의 의견에 감히 한 마디 토조차 달 수 없음에 속으로 미소를 지으며 입술을 떼었다.
아마 이런 사전 조치 없이 이 내용을 언급했다면, 시온과는 전혀 다른 반대에 부딪쳤을 것이다.
“클라우젠 공작가에 내려진 영토 외에 아직 남은 남쪽의 땅이 있다.
그곳에 새로운 영지를 건설하고, 앞으로 그곳을 책임질 인물을 이미 내정해두었다.
시종장?”
“예, 폐하.”
고개를 숙여 보인 시종장이 흠흠, 목을 가다듬는다.
그리고 낮게 깔린 목소리로 한 남자를 호명했다.
“김유현 경!
김유현 경은 앞으로 나오시오!”
···응?
김유현의 반응은 딱 그것이었다.
귀족이 아님에도 그가 이 왕궁 내부 대회의실까지 올 수 있었던 건 그가 이번 전쟁에서 도저히 믿기 힘든 엄청난 무용을 뽐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위기에 빠진 히스파냐 군을 단신으로 구해낸 일, 연합군의 싸움에서 가장 큰 위협이었던 최상위 천족들을 일거에 쓸어버린 일 등 인간이 아니라 신이 잠시 강림한 것 아닐까 할 정도의 위용을 떨쳤으니 사실 별 특이할 것도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그는 히스파냐 출신이 아니다.
또한 일단 ‘경’ 이라 호칭이 불리고는 있지만 왕실이나 다른 영지에서 정식으로 기사 훈련을 받은 것도 아니니 준귀족이라고 조차 할 수도 없었다.
그럼에도 세운 전공이 있기에 기사 작위를 받은 것이지만, 그것과 지금의 일은 다른 것.
외지인에게 작위를 내리고 엄청난 넓이의 영지까지 내린다고 하니 원래는 귀족들이 그건 좀 아닌 것 같다며 다른 포상을 내리는 것이 맞다고 소란을 떨었을 것이다.
작위는, 그리고 영지는 그들만의 특권이니까.
기득권층이 무너지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그 특권이 다른 이들에게도 돌아가며 점점 그들과 자신들 사이에 ‘경계’ 라는 것이 사라질 때이니 귀족들이 그런 반응을 보여도 이상할 게 하나도 없었다.
“···.”
“···.”
하지만 그 반대를 해야 할 귀족들은 완전히 입을 다문 상태였다.
오히려 이번 전쟁에서 직접 참전해 공을 세운 루드비히나 몇몇 귀족들이 쳐주는 박수에 그들도 눈치를 보다가 따라서 같이 박수를 칠 정도였다.
‘확실히 노선 변경은 빠르다니까.
아무튼 이래야 귀족들이지.’
얄밉긴 하나 그렇다고 해서 증오하거나 싹 쓸어버릴 정도로 그릇된 이들은 아니다.
그런 놈들은 시온이 김유현과 함께 쓸어버린 천족이나 급진파 요정, 광신도들이 해당된다.
이들은 어디까지나 살기 위해서 다만 자신의 일을 할 뿐이니 거기에 대해서 뭐라고 할 정도로 당당한 시온은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물론 정도가 지나치면 당연히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숙청당하는 거야 어쩔 수 없지만.
“김유현 경, 앞으로 나오시오!”
시종장의 재차 호명에 김유현은 볼을 긁적이다가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럴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왜 일이 이상하게 꼬이는 걸까, 라고 생각하는 게 얼굴에 다 드러날 정도였다.
김유현이 다가오자 자리에서 일어선 시온이 슬쩍 고갯짓을 한다.
자신이 했던 것 그대로 자리에 무릎을 꿇고 황제의 뜻을 받들라는 뜻.
명색이 세계관 최강자이니 까라 하고 뒤엎을 수도 있지만 절대 그럴 위인이 아니라는 확신을 가진 채 시온은 물끄러미 그를 쳐다보았다.
‘조용하게, 평범하게 살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자신이 가진 힘이 있고 그걸 남들에게 보여주었으니 아주 조용하게, 무척 평범하게 살 수는 없으니까.
이 정도는 김유현도 이해하겠지.’
그것조차 이해할 수 없다면, 그것조차 생각지 않았다면 자신을 따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시온은 그리 생각하며 이제 그만 김유현도 자리를 잡고 제대로 좀 살아보면 좋겠다, 하고 생각하며 그의 반응을 기다렸다.
“···.”
잠시 두 눈을 깜빡이던 김유현은, 곧 잔잔한 미소를 짓더니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그 모습이 어째 시온보다 훨씬 더 세련되고 우아해보일 정도였다.
역시 주인공 버프는 이런 때에 더 빛을 발하는 모양이었다.
“시온 클라우젠과 함께 이 나라를 구하는 데에 몇 번이고 엄청난 공을 세운 그대다.
감히 항거할 수 없다는 적들을 상대하여 그들을 심판하였고, 위기에 빠진 병사들을 구원하였으니 그대가 구원자가 아니고 또 무엇이랴.
그대가 우연히도 시온 클라우젠과 절친한 사이라고 하니 이는 히스파냐의 입장에서 더더욱 즐겁고 좋은 일이다.
하여 그대에게 백작의 작위를 내리고, 영지를 하사하는 바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클라우젠과 함께 영원히 이 나라를 지켜주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다.”
시온 때와 마찬가지로 홀을 김유현의 양 어깨에 가져다대는 바네사.
그 순간 김유현의 얼굴은 평소의 무표정한 것과는 달리, 꽤나 많은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이었다.
참으로 길고 길었던 방랑 생활 끝에, 누군가에게 철저히 이용당하고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누군가에게 신뢰와 믿음을 얻고 그 옆에 서있을 수 있게 되었다.
“부디, 이 히스파냐에서 길고 길었던 방랑을 끝내고 자리를 잡아 힘들었던 과거는 잠시 뒤로 미뤄두고 현실에 충실하기를 바라마.”
심히 의미심장한 말에 김유현은 반사적으로 바네사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김유현의 어깨에서 홀을 떼어내고는 몸을 돌려 귀족들을 바라본다.
“오늘 이 자리에서 공을 세운 모든 이들에 대한 포상을 내리는 자리가 아니다.
다만 워낙 큰 공을 세워 하루 빨리 히스파냐의 고마움을 대신하여 전달하지 않는다면 내가 답답해 죽을 것 같아 이리 하고 말았구나.
더 성대하고, 더 큰 포상을 모든 자들에게 내릴 것이니 오늘은 다만 모두가 모두를 위해 축하하는 자리로 만족하기를 바라겠다.”
바네사는 일단 급한 업무를 모두 정리한 후에 히스파냐가 제국으로 거듭날 것임을 온 세상에 천명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히스파냐 왕국의 마지막 왕이 사라지고, 히스파냐 제국의 첫 번째 황제가 집권하는 바로 그날, 히스파냐를 제국으로 이끌어주는데 공헌한 모든 이들에게 포상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그 사이에 케틀릿 자작가를 조용히 처리하고, 다른 귀족들에게 은근한 경고를 할 것이다.
모두가 크고 작은 공을 세운 귀족들, 그리고 왕국이 제국으로 변모하는 경사스러운 자리에서 일을 더 크게 벌이고 싶지 않다는 황제의 생각을 자리에 모인 어느 귀족도 거부하고 싶지 않았다.
“축하드립니다, 시온 클라우젠 공작.”
“아직 공작위는커녕 클라우젠의 가주 자리도 못 받았습니다, 루드비히 레데넨 후작.
그전까지는 그냥 시온 클라우젠입니다.”
“얼마 후면 히스파냐는 제국이 되고, 클라우젠은 백작령에서 공작령이 되어요.
고작 며칠이 문제라고 그러는지 모르겠네요.
시온 클라우젠.”
“에스티나 오네르 후작도 그쯤 해두세요.
전 아직 가주 자리도 받지 못 했다니까요.”
대회의실에서 바네사가 나선 이후, 귀족들은 한 차례 폭풍이 몰아친 곳에서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삼삼오오 모여서 그곳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시온은 루드비히와 에스티아에게 붙잡혔고 말이다.
“이제 누디아가 쳐들어올 일도 없으니 리히텐 변경백도 여유가 좀 생기겠군요.
그 분이 왕성으로 올라온다면 아마 당장 클라우젠의 가주 자리를 넘기지 않을까 하는데.”
“당연히 그러실 겁니다.
저번에 잠깐 저와 만났을 때도 그런 이야기를 했으니까요.”
에스티아와 루드비히가 서로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을 주고받는다.
바네사를 제외하면 앞으로 히스파냐 제국의 가장 강력한 축이 될 두 명의 후작과 미래의 공작이 같이 있는 셈이니 귀족들 입장에서는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해도 쓸 수밖에 없는 상황.
‘흠.’
시온은 그 와중에 한 남자의 시선이 자신들 쪽으로 쏟아지고 있음을 눈치 챘다.
그의 정체는 베레크릭 구첸,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던 시점에 전 구첸 후작이자 그의 부친이었던 호아킨 구첸으로부터 후작위를 물려받은 남자였다.
“베레크릭 구첸 후작.
같이 이야기 좀 나누시겠습니까?”
아직 정식으로 공작 작위를 받은 건 아니지만, 이미 공작과 다름없는 상태의 시온이다.
그렇지만 일부러라도 예를 지켜주니 세 명의 후작 중 가장 계산적이라는 베레크릭은 시온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자리를 피하지 않고 발걸음을 옮겨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시온 클라우젠.”
당연한 말이지만 시온과 베레크릭은 초면이 아니다.
당장 시온이 처음 누디아의 군대를 물리쳤을 때 왕성으로 와서 마주했었다.
‘원래는 무력을 쓰는 이들을 알게 모르게 천하게 대했던 인물이지.
계산적인데 거기에 상당히 재수 없기 까지 하니 그냥 적으로 돌려두고 제거할까 했는데.’
그래도 명색이 3후작가, 하나를 쳐내면 그 여파가 상상을 초월할 귀족 중의 귀족이다.
괜히 사회에 혼란을 초래하면 아직 남아있을지 모를 빛의 교도들이 남몰래 접근할 수도 있으니 일단 모든 것이 안정기로 접어들면 그때 천천히 요리할 생각의 시온이었다.
“오랜만이군, 요.”
루드비히, 에스티아, 베레크릭, 그리고 시온까지.
3후작가와 클라우젠의 후계자들은 나이 대가 거의 비슷하였기에 역시나 비슷한 시기에 각자의 가문을 물려받고 정식으로 대귀족으로서 활동할 확률이 높았었다.
그리고 그 예상대로, 전 시대의 이들은 모두가 이 자리에 없고 다만 그 자식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여 이렇게 서로를 마주하고 있었다.
“···.”
사실을 말하자면, 베레크릭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클라우젠 변경백령은 오래 가지 못 할 것이라고 자신했었다.
리히텐 변경백과는 다르게 너무나도 부족한 것이 바로 시온 클라우젠이었다.
어릴 적 직접 보고 나서 실망했고 또 얼마나 깔봤던가, 그렇지 않아도 창칼로 일어난 귀족들은 할 줄 아는 것이 창칼을 휘두르는 것 밖에 없으니 언젠가는 낙오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게 바로 과거의 베레크릭이었다.
그래서 성인이 된 시온이 누디아의 군대를 깨트리고 왕성에 왔을 때 은근히 적의를 표하며 그를 대놓고 경계하지 않았던가.
‘실수했다.
이 정도로 거물이 될 줄은.’
하지만 불과 2년 만에, 시온 클라우젠은 3후작가 중 가장 탄탄한 재력을 가졌다는 구첸 후작가조차 함부로 할 수 없는 엄청난 인물이 되었다.
베레크릭이 깔보던 그 창칼을 휘둘러서 그런 것이 아니라, 다만 그 창칼을 휘두르는 자들을 지혜롭게 운용하여 세상 어느 누구라도 상상하지 못 할 어려운 일을 해냈다.
어이가 없고, 기가 막히고, 믿고 싶지 않은 일.
그러나 그 일이 일어났기에 이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
베레크릭은 과거 자신의 언행을 조금은 후회하며 만에 하나 시온이 자신을 적대시 할 경우 어떤 방식으로 나아가야 가장 손해가 덜할까 막 고민하려던 참이었다.
“기분이 영 좋지 않으시겠습니다.
자작가 하나 때문에 구첸 후작가가 불명예스러운 일을 당할 수도 있다니 말이죠.”
바로 아픈 구석을 찌르고 들어오는 시온이다.
전쟁 중에 아군을 해롭게 하는 행위를 벌인 케틀릿 자작가, 그리고 그 가문과 꽤나 가깝던 타이가 백작가, 그리고 그 타이가 백작가와 연이 닿아있던 구첸 후작가.
아주 약간의 바람에도 흔들릴 수밖에 없는, 높은 곳에 위치한 베레크릭에게 그와 같은 일은 결코 반가운 것이 아니었다.
당장 케틀릿 자작가에 대한 처벌을 바네사가 언급할 때 귀족들은 반사적으로 타이가 백작가와 구첸 후작가가 어찌 될지 궁금해 하는 반응을 보였다.
여왕이, 이제는 황제가 되는 바네사가 원한다면 타이가 백작가는 물론이고 구첸 후작가도 황실의 날카로운 의심의 칼날을 받아야 할 수도 있었다.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 것이지만, 클라우젠은 구첸 후작가를 의심하지 않습니다.”
“예?”
“구첸 후작가가 어떤 곳입니까.
히스파냐의 상업을 부흥시킨 유서 깊은 가문입니다.
구첸 후작가 덕분에 윤택한 삶을 누리고 있는 이들이 몇이고, 그들로 인해 히스파냐가 더욱 빛나는 것인데 설마 그런 더러운 자들과 엮였겠습니까.
당치도 않은 소리죠.”
시온의 말에 루드비히와 에스티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쳐준다.
어찌 되었든 그들도 귀족, 더구나 3후작의 일원이니 자신들과 같은 귀족이자 후작인 베레크릭이 웬 자작가 하나 때문에 골머리를 썩는 건 보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마침 두 후작과 차라도 마시면서 그동안 못 했던 이야기를 좀 나눌까 하는데, 베레크릭 후작도 같이 하시겠습니까?”
과거 베레크릭에게 무시를 당했던 시온이 먼저 손을 내밀고 있다.
예전과는 달리 이제는 시온이 철저하게 우위에 서있음에도 말이다.
덕분에 베레크릭은 이 무서운 남자가 또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하고 생각하며 시온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시온의 권유를 거부하는 것보다 수락하는 것이 얻는 게 더 많았다.
더군다나 1:1 개인적인 만남이라면 또 모를까, 루드비히와 에스티아까지 동석한단다.
제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핵심 세력들이 모이는 자리에 자신이 빠진다면 그건 구첸 후작가의 열세를 인정하는 꼴이니 결국 베레크릭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락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작품 후기―――――――
마무리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