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436)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436화 (완결)(436/439)
436―――――
다시, 시온 클라우젠입니다
“귀환을 환영합니다, 공작 각하.”
라이온 기사단장과 세바스찬이 나서서 시온을 맞이했다.
변경백령이 공작령으로 승격하고, 이후 누디아에서 넘겨줄 영토를 넘겨받기까지 하면 엄청나게 바빠질 것이기에 시온은 당장 여유가 있을 때 푹 쉬기로 했다.
“오늘 하루는 좀 쉬겠습니다, 기사단장.급한 일이 아니라면 찾지 말아주길 바라죠.”
“알겠습니다.”
클라우젠으로 돌아오며 쌓였던 피로를 깨끗하게 씻어내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후 시온은 정말 오랜만에 제 방의 침대 위에 몸을 던지고서 어으어, 하고 탄식을 내뱉었다.
‘그러고 보니 첫날 김유현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후에도 이러고 있었던가.
확실히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 있어요.
잠이 솔솔 오네.’
슬며시 눈을 감고 한 24시간 내내 잠이나 자볼까 진지하게 고민하던 시온.
하지만 곧 코끝을 간지럽히는 아찔한 여인의 향기에 그는 끄응 침음을 내뱉고 말았다.
“릴리트님.”
“어머, 이제는 냄새만으로도 아는 거야?
변태 다 됐네?”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변태라는 건지 모르겠네요.
오히려 남의 방에 기척도 없이 몰래 숨어든 이가 변태라고 불리는 게 맞지 않을까요?”
“난 당당해.
마침 오늘이 내 차례거든.
운이 좋게 돌아온 그 날에 딱!
하고 말이야!”
당연히 그럴 것이다.
지금 시온 곁에 남은 건 릴리트와 리시키다 뿐인데 그 둘이 날을 정하다보니 자연스레 오늘은 릴리트가 된 것 뿐이니까.
“이런 말 하면 좀 그러시겠지만 진짜 피곤한데요.”
“걱정 마.
하다보면 또 불끈 해져서는 막 들이댈 거잖아?
응응?
하자, 하자.”
도대체 언제부터 벗고 있던 것인지, 이미 릴리트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이었다.
마침 저녁때였기에 창가에서 들어오는 달빛이 그녀의 희고 고운 살결에 부서져 내린다.
어떻게 좀 넘어가보려고 했는데, 릴리트 특유의 이 체취는 도저히 버틸 수 있는 게 아니다.
반드시 이성으로 하여금 자신을 안게 만드는 서큐버스 특유의 달콤한 향.
그에 더해서 원래부터 매력적인 여인이 육감적인 몸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으니 이 정도면 천하의 김유현이라고 할지라도 버티지 못 했을 것이다.
“키스해줘.”
“···.”
“얼른.”
명령인지 부탁인지 모를 릴리트의 말.
에라, 모르겠다.
심정으로 시온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서는 그대로 릴리트를 덮쳤다.
그리고는 자신의 밑에 깔린 밤의 여신을 내려다보다가 그녀가 원하던 대로 일단 입술부터 천천히 음미하기 시작했다.
“후응, 흐응···.”
여인의 입술이 벌어지자 그 안에서 화끈한 숨결이 확 와 닿는다.
벌써부터 제대로 달아오른 듯 자꾸만 허벅지를 꼬는 릴리트.
얼른 다음으로 넘어가고 싶은데 재촉을 또 하기는 싫고 이 분위기를 이어가고 싶은지 그녀는 남자의 혀와 입술을 마구 탐하며 상대방의 본성을 더욱 끌어낸다.
그런 여인을 밀어내지 않고 더욱 더 제 품으로 끌어당기며 시온은 입술을 떼었다.
끈적한 타액이 길고 긴 실을 만들다가 허공에서 툭, 끊어지고 몽롱한 눈빛으로 남자를 올려다 보던 여인은 곧 ‘하앙!’ 하고 짧은 신음을 내질렀다.
찌걱―.
어느 순간 시온의 손이 릴리트의 가랑이 사이를 부드럽게 쓸어주다가 곧 손가락 반 마디가 균열 입구를 열고 들어갔다.
키스만 했는데도 벌써부터 입구에서는 샘물이 흐를 정도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야릇한 향이 코를 찌르며 남녀의 본성을 더욱 더 자극한다.
쭈웁!
“히극!”
이때 시온이 릴리트의 가슴을 강하게 빨아주자 여인의 몸이 공중으로 같이 딸려온다.
손으로 연신 은밀한 곳을 쑤셔주니 거기에 집중하고 있다가 미처 생각지 못 한 기습을 당하자 한 마리의 은빛 물고기가 되어서는 펄떡거리는 릴리트였다.
“아으응!
하앗!
거, 거기 좋아.
더, 더 세게 빨아줘···!”
유두와 유륜 주변을 살살 핥으면서 간을 보니 여인의 애가 타는 목소리가 달콤하게 감겨온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귀여워서 일부러 더욱 살살 핥기만 하니 릴리트는 시온의 머리를 붙잡고서는 제 가슴으로 확 끌어당기며 애태우지 말라고 경고를 한다.
물론, 여전히 공세의 주도권은 시온에게 있었다.
“까불지 마십쇼, 여왕님.”
“아앙!”
가슴에만 집중하고 있던 여인에게 일격을 가하듯, 반 마디만 들어가서 놀고 있던 남자의 손가락이 순식간에 여인의 속살 깊숙한 곳까지 치고 들어간다.
그리고는 거칠게 손을 흔들어주니 곧 사방으로 물이 튀며 여인의 교성이 한껏 높아졌다.
“하으아앙!
아앗!
자, 잘못했어!
재, 재촉 안 할게!
아앙!
아아앙!
미안해!
미안해요!
아으응!”
남자에게 매달려서는 애타는 비명을 내지르며 앙앙거리는 릴리트였다.
벌써부터 가버리게 하고 싶었지만 그리 하면 나중에 릴리트가 또 토라질지 모르니 시온은 이쯤에서 손을 멈추고는 다시금 제 여인에게 진한 키스를 해주었다.
“으으응···.”
한껏 사랑을 받던 여인은 달콤한 키스 후에 제 남자를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처음 만났던 순간 기억난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 앙앙거렸죠?”
“그때도 너는 여왕인 나를 가지고 놀았고.”
“배가 고프셔서 반항 못 하셨죠.
그리고 지금은 완전히 제게 붙잡히셨고.”
“뭐래.
내가 널 붙잡은 거야.
황제 다음 가는 권력자를 붙잡은 건데 내가 더 이득이지.”
생각해보니 확실히 그러네.
시온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미소를 지었다.
부부는 어쩔 수 없이 닮는다더니, 릴리트도 이제는 거의 자신과 비슷한 부류가 되었다.
그래도 좋은 점은 여전히 서로가 서로를 원하고 있다는 부분일까.
“고생 많았어, 시온.”
시온의 얼굴을 조심스레 붙잡은 후, 릴리트가 소곤거린다.
그리고는 그를 당겨 제 이마에 역시나 그의 이마를 가져다 댄 후 말을 잇는다.
“아무 것도 아닌 남자였지만, 모든 것을 가진 인간.
세상은 영웅이라 부르지만 내게는 그냥 시온.
너랑 함께 해서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몰라.”
“꼭 이별할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후후, 이렇게 분위기 좀 잡아줘야 네가 더 집중하잖아.
너랑 몸 섞은 게 몇 십 번은 가뿐히 넘어가는데 네 특성을 모를까?
이 바보야.”
코를 검지로 쿡, 하고 찌르며 가벼운 핀잔을 주는 릴리트.
그에 시온이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니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나 어때?”
“···아름다우셔요.”
“정말로?”
“네.
여신 같아요.
나만의 여신, 오직 나만이 안을 수 있는 여신 같네요.”
“우후후.
그런 대답 다른 여자들한테도 했을 것 같아.”
“제가 바보도 아니고, 같은 대답을 반복할 리는 없잖습니까.”
“그것도 그러네.
네가 그 정도로 멍청이였다면 내가 붙잡히지도 않았겠지.”
릴리트는 그리 말하며 슬며시 두 팔을 벌려 시온을 껴안았다.
애무는 대충 되었으니 빨리 넣어달라는 그녀만의 재촉.
그 부분을 잘 알고 있던 시온은 제 바지를 벗어던지기 위해 허리 쪽을 붙잡았다.
“어때?”
“여신이라니까요.”
“정말이지?
진짜지?”
“그렇고말고요.”
―어땠나요?
―
쿵―.
“···?”
시온은, 아니 지훈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클라우젠 성의 화려하기 짝이 없던 제 방이 아니다.
여기는 분명 익숙했었는데 어느 순간 낯선 곳 같은 느낌이 드는 곳.
잠시 머리를 부여잡고 침음을 내뱉던 지훈은 앞을 보았다.
―새로운 쪽지가 도착했습니다.
―믿으십니까 님이 보낸 쪽지
어땠나요?
이제는 괜찮은가요?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지?
싶던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급히 소설을 클릭했다.
1화부터 최신화까지, 여태 정주행을 몇 번이나 했던 그 글들을 전부 확인해 보았다.
그리고 곧 자신이 알고 있던 소설과 지금 다시 보고 있는 소설이 완전히 달라졌음을 눈치 챘다.
‘이건···.’
이건, 분명 자신이 행했던 모든 일들이었다.
음모를 사전에 분쇄하고, 실컷 이용하고, 원하는 대로 모든 걸 바꾸었다.
그것들이 전부 소설들에 쓰여 있었다.
독자들에게는 내용이, 인물들에게 있어서는 미래가 바뀌었다.
원래는 죽어야 했던 인물들이 멀쩡히 살아남았으며 비참하고 비극적인 삶을 살 것 같았던 이들은 그 속에서 미소를 한가득 지은 채 웃고 떠들고 있었다.
“···.”
지훈은 다시 이마를 감싸 쥐고 한숨을 내뱉었다.
슬쩍 컴퓨터 옆을 보니, 업무용 폰과 통화용 폰, 일상용 폰이 가지런히 놓여있는 게 보였다.
업무용 폰을 확인해보니 계약 건에 관해서 보고할 게 있다는 이샛별 팀장의 톡이 와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다른 세상, 다른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정말 돌아온 것일까.
―새로운 쪽지가 도착했습니다.
―믿으십니까 님이 보낸 쪽지
당신이 제시한 대로 고쳐보았어요.
어떤가요?
이제는 만족하시나요?
소설의 작가는 마치 대답을 바라는 듯 계속 쪽지를 보내왔다.
지훈은 그에 답장 버튼을 누르는 대신 각 편마다 달린 댓글들을 살폈다.
이전에는 고구마만 가득이다, 답답해 죽겠다 식의 댓글이 많았는데 그건 많이 줄었다.
여전히 부족하다는, 유치하다는, 별로라는 글도 있었지만 그래도 이전보다는 훨씬 더 낫다고 볼 수 있었다.
열심히읽는중 :
뭐라고 답장을 보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냐고?
왜 소설이 바뀌었냐고?
내가 겪은 게 도대체 뭐냐고?
그게 아니라면 당신은 도대체 뭐냐는 질문?
그도 아니면···.
“···.”
결심했다는 듯 지훈은 자판을 두드렸다.
열심히읽는중 : 작가님.
세상에서 사람을 화나게 하는 일이 세 가지가 있습니다.
―새로운 쪽지가 도착했습니다.
―믿으십니까 님이 보낸 쪽지
그게 뭐죠?
정말 몰라서 묻나?
이 빌어먹을 작가놈 님이.
열심히읽는중 : 첫째, 말을 하다 마는 것.
둘째, 보던 거 다 못 보게 하는 것.
그리고 셋째.
하던 ‘일’ 도중에 끊어버리는 것.
―새로운 쪽지가 도착했습니다.
―믿으십니까 님이 보낸 쪽지
괜찮겠나요?
이미 이 정도면 저는 만족하고, 당신도 만족할 만한데.
만족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훈은, 아니 시온 클라우젠은 어림도 없다는 듯 답했다.
열심히읽는중 : 찝찝해서 못 견디겠거든요.
이왕 시작한 이야기, 진짜 ‘끝’을 맺을 겁니다.
시작은 의도치 않은 것이었다지만 끝은 내가 원하는 때에 원하는 방식으로 내겠습니다.
답장은 바로 날아오지 않았다.
1분 1초가 너무나도 길게 느껴져서, 뭐라고 더 보내볼까 고민하던 순간.
―새로운 쪽지가 도착했습니다.
―믿으십니까 님이 보낸 쪽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죠.
그런데 알아보니 외전이라는 것이 있더군요.
다행이려나요?
뭐, 당신이 원한다면 그 ‘끝’ 까지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시온 클라우젠 공작.
―
“억.”
자리에서 후다닥 일어난 시온은 재빠르게 주변부터 확인했다.
클라우젠 공작가, 그 안에 있던 자신의 방.
고개를 돌려보니 아까 전 봤던 달빛이 그대로 떠있던 저녁이다.
‘염병, 혹시나 시간을 되돌아왔다던가, 아니면 역으로 시간이 엄청 지났다던가.’
대게 이런 식이면 그런 전개가 일어나던데, 설마 아니겠지?
시온이 급히 침대에서 일어서려는데, 갑자기 뭉클한 뭔가가 등에 와 닿았다.
“야.”
무척이나 익숙한 목소리인데, 왠지 모르게 싸늘한 감각이 감돈다.
급히 고개를 돌려보니, 거기에는 역시나 눈이 부신 몸매를 자랑한 채 자신의 목을 끌어안다 못 해 조르고 있는 릴리트가 보였다.
“너, 이 나쁜 새끼.
중요한 순간에 갑자기 조는 건 뭔데?”
“아니, 저.
그게.
릴리트님?
이건 다 어쩔 수 없는···.”
“내가 진짜 어이가 없어서.
와, 이렇게 자존심 상하기는 또 처음이네?
그렇게 달아오르게 만들어놓고, 너도 그렇게 흥분한 척 해놓고 잠까지 주무셨네요?
이런 천하의 나쁜 놈아!
왜?
아예 내쫓지 그랬어!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조는 게 말이 되니?
응?
말이 되냐고!”
짜짝!
짝!
짝!
릴리트의 인정사정없는 등짝 스매싱이 작렬했다.
억울하긴 한데, 어찌 되었든 지은 죄가 있으니 차마 피하거나 막지는 못 하고 시온은 비명을 지르며 그걸 그대로 맞아줘야만 했다.
그렇게 거의 5분 가까이 이어진 등짝 난타가 끝난 후, 릴리트는 에휴!
하고 한숨을 내뱉고는 위치를 옮겨서 시온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의 이마를 손끝으로 밀어서 다시 시온을 침대 위로 넘어트리고는 한 마리의 고양이처럼 날쌔게 그 위에 올라탄다.
“···혹시 어디 안 좋아?”
어디 안 좋은 건 아닌데, 하도 맞아서 등이 안 좋아진 것 같네요.
릴리트님, 등에 감각이 없어요···.
“그냥 잠깐 피곤해서 그런 겁니다.”
“···그냥 잘래?
그 정도면 엄청 피곤한 모양인데.”
그리 말하는 릴리트의 눈동자에는 걱정이 한 가득이었다.
왠지 모르게 더 보고 싶어지는 눈빛이었지만 확실하게 대답을 하지 않으면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것 같아 시온은 행동으로서 답해주었다.
“아!”
릴리트를 확 잡아당겨 제 위로 엎어지게 만든 후, 은빛 폭포수를 천천히 쓰다듬는다.
확실하게, 의심할 여지없이 다시 돌아왔다.
시온 클라우젠으로 다시 여기에 자리하게 되었다.
“결심했습니다.”
“엉?”
“원래는 딱 여기까지만 하고 설렁설렁할 생각이었는데, 생각이 바뀌었어요.
이제보다 더 꽉 쥐고 제대로 해볼 생각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갑자기 무슨···.”
“그러니까.”
시온은 릴리트를 가볍게 껴안고는 옆으로 몸을 굴렸다.
남녀가 부둥켜안은 채로 한 바퀴를 구르니 위에 있던 여인이 아래로 향하고, 아래에 있던 남자가 위를 점한다.
“오늘도 릴리트님은 제게 패배한다는 소리죠.”
“하아?
이게 까불어!
내가, 어?
천족이고 요정이고 인간이고!
어?
다 함락시켰던 서큐버스 퀸이야!
어?
네가 요즘 들어서 너무 기고만장한데···.”
물론 그 릴리트가 달콤한 교성을 내지른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괜히 까불었다가 매번 패배하는 쪽은 애당초 릴리트였으니까.
‘당신이 원한다면 그 ‘끝’ 까지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작가놈 님의 마지막 답변을 떠올리며 시온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연극 한편이 끝났다고 해서, 모든 게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니까.
그 뒷이야기로 역시나 또 한 편의 연극이 그려지니까 말이다.
“또 딴 생각!
아직 안 끝났어!
끝까지 집중 안 하지!”
―完―――――――작품 후기―――――――
본편 완결입니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외전과 차기작 관련 부분은 후기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