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46)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46화(46/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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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페르는 시온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로 자신이 누디아의 전쟁에 대해서 질문을 던졌고, 그러자 시온은 무덤덤한 자세를 유지하려 하면서도 은근히 신이 난 기색으로 대답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적들이 다 물러갔죠.
그 모습이 얼마나 우습던지.”
“하하!
이야, 이거 시온 공자가 생각보다도 더 대단한 분이었군.
왕국의 미래가 아주 밝은 것 같소!”
“과찬입니다.”
말은 그렇게 해도 내심 기분이 좋다는 듯 미소를 짓고 있는 시온이었다.
그 모습에 세페르는 속으로 ‘역시, 애송이.’ 라고 중얼거렸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하려고 해도 저렇게 다 드러나는 걸 보면 확실히 이제야 겨우 성인이 된 청년, 아직은 세상 전부를 알지 못하는 이였다.
“그보다 왕성은 참으로 신기한 것이 많더군요.”
“그랬습니까?”
“이런 생각은 한 적이 없는데 영지로 돌아가면 왕성이 조금은 그리워질 듯 합니다.”
젊음은 어쩔 수 없지, 라고 생각한 세페르는 은근히 권하는 목소리로 답했다.
“혹 답답하시다면 가끔 왕성으로 와도 될 겁니다.
리히텐 변경백도 허락할 듯 한데.”
“그게··· 흠흠, 귀족의 의무를 다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변경을 수호하는 클라우젠의 아들이니 그 의무를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죠.
내가 실수했군요.
용서하길, 시온 공자.”
“아닙니다.
그런 의도로 말한 건 아니죠.”
적당한 시간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세페르는 시온 클라우젠에 대해 짐작을 끝냈다.
확실히 소문과는 다르게 능력도 있고 나름 마음가짐도 괜찮은 청년이었지만 아직은 세상물정 하나도 모르는, 특히나 정치적 부분은 약할 것 같다고 말이다.
“아, 세페르 백작님.
혹시 이게 뭔지 아십니까?
시장을 지나가다가 신기해서 한 번 사봤는데 말이죠.”
시온이 내민 것은 유리병에 담긴 액체였다.
세페르는 잠시 그것을 바라보다가 병만 봐도 뭔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왕국민들이 가끔 사용한다는 소화제군요.”
“소화제요?
이 액체가 말입니까?”
“마시면 청량감이 들면서 시원해진다고 해서 그렇게 통용되고 있지요.
효과는 모르겠지만, 일단 감각 하나는 확실하다고 하니 왕국민들이 어느 정도 이용하는 것 같습니다.”
“아하, 그랬군요.
클라우젠에는 이런게 없어서 말이죠.”
“왕성을 중심으로 이제 막 조금씩 퍼지고 있는 의약품입니다.
나도 한 번 사용해본 적이 있는데 확실히 속이 시원하게 내려가는 것 같았죠.”
“아, 그러면 하나 선물로 받으시겠습니까?
마차도 얻어 탔으니 값을 치러야 하는데 값진 것들은 또 괜한 이야기가 나올 것 같으니 말입니다.”
“그럴까요?
마침 어제 마셨던 술이 조금 남은 것 같아서 지우고 싶군요.”
세페르는 그렇게 말하며 시온이 내미는 병을 잡아들었다.
“워워워!
백작님.
왕궁에 다다랐습니다.”
“아아, 고생했네.
시온 공자.
가죠.”
그렇게 말한 세페르는 먼저 마차에서 내렸다.
뒤를 따라 시온까지 내리자 왕궁 앞 성문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병사들이 예를 취해 보였다.
“세페르 카슈가르 백작 각하.
시온 클라우젠 공자님.
어서 오십쇼.”
“고생들 하네.”
“잠시 검문이 있겠습니다.
소지품을 전부 이쪽으로 주시겠습니까?”
어차피 가지고 온 거야 어제와 동일, 달라진 거라고는 시온이 준 액체 형태의 소화제가 전부.
세페르가 주머니에서 그 병을 집어 들자 병사 하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백작 각하?
그건 무엇입니까?”
“아, 이건 말일세···.”
왕국민들이 가끔 가다 사용하는 의약품인데, 내가 방금 전 선물 받은 걸세.
세페르의 말은, 채 입 밖으로 나오지 못 하고 거기서 끊어졌다.
키이이잉!
“어?”
“웬 빛이···.”
세페르가 손에 잡고 있는 병에서 갑자기 푸르스름한 빛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 빛은, 이내 거대한 폭음이 되어 모두를 덮쳤다.
모두가 황망한 눈으로 그 장면을 바라보는 순간, 시온은 두 손을 들곤 속으로 외쳤다.
‘시밤, 루삥뽕!’
콰아아아아아아앙!―.
:
:
‘끄으으···.’
머리와 시야 모두가 새하얗게 변한 것 같다.
세페르는 천근만근의 몸을 간신히 일으켜 세우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왕궁을 굳건히 지키고 있던 성벽이 일부 허물어져 있었고, 그 주변으로 마법사와 왕가 기사들이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시발,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상황.
비틀거리면서도 땅을 짚고 일어서던 세페르는 자신을 발견하곤 곧장 뛰어오는 기사들을 발견하곤 자신은 괜찮다는 뜻으로 애써 손을 흔들어보였다.
“천인공노할 역적!”
뻐억!
어찌나 세게 후려쳤는지 비명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아니면, 너무나 갑작스러운 상황에 미처 비명을 지르지 못 한 것일 수도 있었다.
“당장 포박해!”
“조심해라, 마법사의 말처럼 뭔가 다른 마나 장치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멍소리지?
왜 왕가 기사들이 대귀족 가문의 수장인 자신을 둘러싸고 구타를 하고 있는 것인지.
또 마구잡이로 헤집으며 뭔가를 찾으려고 하는 것인지, 세페르는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결국 세페르는 간신히 입을 열어 그들을 제지하고자 했다.
“도, 도대체 무슨 짓인가!
카슈가르 백작가의 주인인 나, 세페르에게···.”
“그 입 닥쳐라!
한 마디만 더 하면 그 주둥이를 찢어버리겠다!”
“뭐, 뭐라고?
왕가 기사라지만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느냐!
나는···.”
“닥치라고 했다!”
짜악!
왕가 기사의 화려한 스파이크에 그대로 얼굴이 돌아가는 세페르였다.
귀족으로써 뺨을 맞았다니, 그것도 여자도 아니고 남자에게!
“이게 뭔 줄 아느냐!”
기사 하나가 세페르의 눈앞에 뭔가를 내밀었다.
이미 깨져서 내용물이 전부 흘러나간 그 병은, 세페르에게는 꽤나 익숙한 것이었다.
“그건, 그건 왕국민들이 사용하는 소화제가 들어가는 병···.”
“그리 말할 줄 알았다!
병은 그렇겠지.
하지만 내용물은 아니었지 않느냐!”
“무, 무슨 소리를···.”
“이미 왕궁의 마법사들이 전부 확인했다!
이 안에 주변 마나를 진동시켜 그대로 폭파시키는 고도로 농축된 마나가 들어있었다고 말이다!
덕분에 네놈이 미리 설치해둔 마나 폭탄이 성벽에서 터졌고!
그 틈을 타서 침입자들이 왕궁 안으로 들이닥쳤다!
이것으로 설명이 되었느냐?
카슈가르, 곧 왕국 역사에서 그 이름마저 지워질 잘난 귀족이여?”
전혀 이해가 안 되는 소리들이었다.
마나 폭탄은 뭐고, 성벽 폭파는 뭐고, 침입자들은 또 뭐란 말인가.
혼란에, 혼란에, 또 혼란이 가중되니 할 말은 참 많은데, 입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왕가 기사는 혼자서 추리 소설물을 아주 신명나게 찍고 있으셨다.
“네 협박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이번 일에 동조한 하이네스 상단주가 위험을 무릅쓰고 국왕 전하께 사실을 고하려 한다는 정보를 듣고는 계획보다 일찍 일을 저질렀겠지.
만약 하이네스 상단주가 조금만 늦었더라도 네놈이 범인인 줄도 모르고 그냥 보냈을 것이었을 테니 말이다!”
“말도 안 되는, 말도 안 되는 소리 말란 말이다!
내가 왜 그런 짓을 벌이느냐!”
“그거야 하이네스 상단주가 다 설명하겠지.
그렇지 않은가?”
여기서 하이네스 상단주는 또 왜 나오는 것이란 말인가.
자신과 연관이 있는 건, 자신과 함께 마차를 타고 온 시온 클라우젠···.
“기, 기다려라!
잠깐!
말할 게 있다.
중요해!
너희가 말하는 그 병!
그 내용물!
내 것이 아니다.
시온 공자가, 그 남자가 내게 준 것이란 말이다!
무슨 일인지 아무 것도 모르겠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
나는 죄가 없어!
그저 그 병을 받아든 것뿐이다!
조사를 할 거면 내가 아니라 시온 클라우젠, 그 남자를···.”
“아아, 기사와 함께 길을 가던 나를 굳이 마차에 태운 이유가 그것이었군요.”
감정 하나 느껴지지 않는, 무척이나 차갑게 굳은 목소리가 세페르의 귓가에 들려왔다.
그 자리에는 한 여기사의 부축을 받으며, 몸 여기저기 찰과상을 입은 청년이 서있었다.
“그 병을 내미는 것부터가 이상하다고 여겼습니다.
마치 독배를 내미는 것 같았다고 할까.”
무척이나 힘겹고, 또 충격이라는 듯 손을 벌벌 떨면서도 눈동자는 시리게 빛나고 있었다.
그게 수려한 외모와 겹치니 마치 온갖 시련과 고통을 뚫고 이 자리에 강림한 천사처럼 보일 정도였다.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시온 공자!
네, 네가 준 것이지 않느냐!
네가, 네가!”
“기가 막히는군요.
내가 어째서, 무슨 이유로 그런 짓을 합니까?
누디아와의 전쟁에서 목숨 걸고 싸운 내가, 이 히스파냐를 지킨 내가 이제 와서 반역?
굳이 그 고생을 하고서?”
그 말에 기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클라우젠 변경백령은 원래부터 왕국와 왕실에 대한 충심으로도 이름이 높았고, 당장 이번 전쟁에서도 가문의 장자가 직접 나서 싸울 정도로 분전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갑자기 왕궁 폭파?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림이 상당히 어울리지 않았다.
“모른다, 난 모른다!
하지만 이 병을 내게 준 건 너이지 않느냐!”
“세페르 카슈가르.
가증스럽게도 남에게 네 죄를 뒤집어씌우려던 쓰레기.
유감스럽게도 말이야.”
시온은 다리를 절뚝거리며 세페르에게로 다가갔다.
부상을 입어 상당히 초췌해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그럼에도 묘하게 상대를 압박하고 있었다.
“네가 한 가지 모르던 게 있어.
나로써는 영원히 숨기고 싶었던 비밀이었지.”
“무슨 헛소리야!
네놈은···.”
“그대가 말해주시오.”
설명충은 쿨하게 옆의 기사에게 넘기는 시온이었다.
“네, 공자님.
잘 들어라!
그 병에 담긴 액체는 일정량의 마나를 불어넣어야만 점화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네놈은 이미 알고 있었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경계병들이 소지품 검사를 하는 순간 네놈은 그걸 손에 들고서 마나를 불어넣었고, 내부의 마나가 그대로 점화되어서 성벽에 설치한 마나 폭탄이 터진 것이지.”
“말도 안 된다!
나는 이것이 뭔지도 몰랐단 말이다!
이건···.”
“그리고는 우리 왕가 기사들과 마법사들에게 혼선을 주기 위해 시온 공자께 죄를 뒤집어씌우려 했겠지.
하지만 유감이다, 세페르 백작!
시온 공자께서는 스스로 밝히셨다.
아니, 네놈의 그 파렴치한 짓 때문에 반강제로 밝혀지셨다고 해야겠구나!”
기사는 오히려 제가 더 분해 죽겠다는 듯 플레이트 메일을 쾅쾅 두드리며 외쳤다.
“시온 공자께서는 마나를 다루시지 못 한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느냐?
네가 준비한 그 점화 장치는 시온 공자께서 죽었다 깨어나도 다룰 수 없다는 것이다!
어느 자가 미쳤다고 마나를 사용하지도 못 하는데 마나 점화 장치를 사용한다는 말이더냐!”
“어, 어으어···?”
순간 자신이 처한 상황도 모른 채, 세페르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시온을 바라보았다.
마나를 아예 다루지 못 한다는, 대륙에서는 거의 최악의 불치병으로 불린다는 증상을 안고 있는 대귀족 가문의 자제라니.
이건 약점 중에서도 가장 큰 약점이었고, 동시에 절대 밝혀서는 안 되는 부분이지 않은가!
‘그런데 그걸 네놈 때문에 짜잔!
하고 밝힌 거지.
무조건 숨겨야 할 약점을 말이야.
그러면 과연 다른 이들이 보기에, 죽을죄를 저지른 놈은 누구일까요?’
오늘도 참으로 즐거운 파티가 될 모양이었다.
여기서도, 그리고 침입자들이 기어코 들어간 저 안에서도.
―
원래 정해져 있던 시간은 귀족들이 전부 파티장에 모이고, 본격적으로 파티가 시작되는 늦은 저녁, 바로 그 때가 최고의 시기였다.
성벽 일부를 무너트리고 그 사이로 어떻게든 침입하여 파티장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이들을 습격한다.
전과는 중요치 않다.
오직 침입하여 위협을 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것이 습격대가 받은 명령이었다.
그렇기에 일이 꼬였음에도 그들은 착실하게 움직였다.
그 단단하던 성벽이 허물어져 내리고, 왕성의 모든 이들이 당황하여 허둥거리던 그 때에, 그들은 여태껏 어느 누구도 하지 못 했던 일을 실행하고야 말았다.
“침입자다!”
물론 왕가 기사단도 만만치 않았다.
바로 수상한 기척을 눈치 채곤 재빠르게 행동에 들어갔다.
국왕과 왕가 사람들이 머물고 있는 곳이 가장 먼저 최고 수준의 경계에 들어갔고, 점차적으로 왕궁 전체를 훑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의 목표는 왕이나 왕자, 왕녀가 아니었다.
실패할 확률이 너무나도 컸다.
기습이 성공한다면 혼란이 아니라 아예 왕국 자체를 무너트릴 수도 있었지만 그만큼 감수해야 할 위험 부담이 컸다.
‘욕심 부리지 않는다.
우리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귀족 사회의 혼란과 분열.’
상대적으로 경계가 약한 파티장을 노렸다.
기사들이 배치되어 있지만 파티 시간이 가까워진 터라 모여 있는 귀족들의 수만 백이 넘는다.
그 많은 이들을 전부 안전하게 지킬 수는 없으니, 그들의 결정은 타당한 것이었다.
습격자들은 달리고 또 달렸다.
도중에 기사들을 만나면 정해져있는 누구를 미끼로 던져주고 앞으로 나아갔다.
마침내 파티장이 보였다.
저 문으로 들어가서 칼만 휘둘러도 임무는 끝이었다.
우웅!―.
바람이 일고, 검이 울었다.
내달리던 습격자들의 몸이 일시에 양단되며 피보라가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뭣?’
나름 실력 있는 인간들을 세뇌하여 여기까지 이끌던 요정은 크게 놀라고 말았다.
세뇌를 당했다지만 감각까지 다 죽은 정도는 아닌데, 저들은 물론이고 자신마저 검격이 날아왔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 하고 있었다.
“시온 공자의 말이 맞았군.”
사박.
냉막한 분위기의 남자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흉흉한 기세를 내뿜으며, 시린 예기를 돋보이며.
소설 속 주인공 ‘김유현’ 은 눈앞에 있는 자신의 ‘적’을 겨누었다.
‘강하다!’
상대의 마나를 읽은 요정은 식겁하고 말았다.
자신보다도 훨씬 더 강한 남자가 길을 막고 있다.
한 명, 단 한 명이지만 그 기세는 마치 수 백, 수천보다도 더 위협적이었다.
“전에 있던 세상에서는 이런 수법이 판을 쳤다.
겉으로는 대의 어쩌고 지껄이면서 뒤에서는 뒤통수를 치고, 등을 찌르고, 약점을 후벼 팠지.
그래서 나는 그런 놈들을 무척이나 증오한다.”
우우우우―.
검이 우는 것인지, 아니면 그 끝에 모이는 마나가 우는 건지.
확실히 알 수가 없었지만 일단 한 가지는 확실했다.
“너희는 여기를, 지나갈 수 없다.”
망했다.
아, 젠장.망했어요.
[작품후기]추천은 항상 옳다···.달다 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