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48)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48화(48/439)
48―――――
훌륭한 거래의 표본이로다
왕궁 성벽이 무너지고, 궁 안에서 피바람이 일었다.
물론 그 피를 뿌린 자들은 모두가 불온한 생각을 품고 있던 적들이었지만, 궁 안에서 피가 흘렀다는 것 자체가 이미 큰 문제였다.
당장 모든 일정이 중단되었고, 왕성은 그야말로 초비상 상태가 되었다.
곳곳에서 검문검색이 이어졌고 왕성의 주민들은 이런 즐거운 날에 초를 친 정체불명의 세력들과 카슈가르 백작가를 향해 조상님 욕까지 해주며 분노를 제대로 표출했다.
당장 군이 소집되었고 이번 기회에 왕실에 대한 충성심을 확실히 보이고 싶었던 귀족들은 명령만 내려진다면 바로 카슈가르 백작령으로 진군하겠다고 뜻을 밝혀왔다.
가주가 붙잡히고, 순식간에 고립된 카슈가르 백작령은 결백을 주장했지만 이미 진실 규명은 의미를 잃은 때였다.
국가가 혼란스러운 이 때에 모든 비난의 화살을 뒤집어쓰고 갈가리 찢겨 분노의 대상이 되고, 그로 인해 국론을 하나로 모을 희생양이 더 필요할 뿐이었다.
심지어 카슈가르가 정말 결백한 것도 아니고, 이번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고 있는 와중에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이는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너무나도 만만한 먹잇감, 그럼에도 잡기만 한다면 왕실에는 충성심을, 왕국에서는 제 가문의 강력함을 뽐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에 귀족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당장 카슈가르로 쳐들어가야 한다고 성토를 하는 중이었다.
‘···구역질이 나지만, 이게 권력의 순리이니 어쩔 수가 없구나.’
바네사는 하루 빨리 이런 모든 것에 익숙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차기 국왕의 자리에는 그녀 스스로도 큰 욕심을 부리지 않았었다.
에라더 왕자와는 비록 1살 차이라고는 하지만 확실하게 그가 첫 번째 자식이었고, 딱히 모자라거나 그른 구석도 없었다.
치명적인 약점이 없는 한 ‘첫 번째 자식’ 이라는 건 거의 절대적인 정통성 확립이었으니 바네사로써는 당연히 왕좌에 관심을 끊었던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생각은 조금 전에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왕녀님.
혹 너무 실망치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시온 공자?’
‘진흙탕에서 꽃을 피우는 일이 정치라고 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곳이기에 가장 더러울 수밖에 없는 곳이라는 소리입니다.’
‘···.’
‘오늘 일들이 충격이셨다면, 왕녀님이 바꾸시면 됩니다.’
아마 그 말을 다른 이가 했다면 당장 자신이 화를 냈을 것이다.
그 더러운 싸움에 자신과 오라비까지 끌어들이려는 것이냐고.
왕실에서 권력 다툼이 시작되면 그 후폭풍이 얼마나 강하게 몰아칠지 아냐고 말이다.
하지만 그 말을 한 건, 다름 아닌 시온 클라우젠이었다.
‘시온 공자.
그런 말은···.’
‘만약 제가 마나를 다룰 줄 알았다면, 그래서 세페르의 거짓 증언으로 인해 혼선이 심해졌다면.
저 역시 이곳이 아니라 왕성 지하 감옥에 수감되어 있었을 겁니다.’
‘···.’
‘최소한의 살 길을 찾으시라고 감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자신도 크게 다칠 뻔 했으면서, 고초를 겪을 뻔 했으면서 저런 말을 한다.
제 몸보다도 왕녀 자신을 걱정하는 듯 한 그 모습에, 그리고 왕국을 걱정하는 모습에 바네사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리고 바네사는, 끝내 에드가 4세를 찾아가 이 말을 꺼냈다.
“지금 뭐라 했느냐?”
“내일부터 다시 파티를 이어가는 건 어떨까 여쭙고 있습니다.”
“···.”
에드가 4세는 반은 기가 막히다는, 나머지 반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바네사가 에라더와 으르렁거리기는 해도 대놓고 그와 경쟁하는 구도는 만들지 않았었다.
명백한 후계자 서열 2위.
그 위치를 잘 알고 있었기에 그런가 하고 넘어갔었던 국왕이었다.
그런데, 그런 왕녀가 갑자기 찾아와서는 파티를 이어가자고 한다.
“이유를 물어야겠구나.”
“오늘의 이 치욕스러운 일들이 왕국 전역은 물론이고 이웃 나라에까지 전해질 겁니다.
히스파냐는 승리를 축하하는 흥겨운 자리에서 왕궁 습격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곳이 되겠지요.”
“그렇겠지.”
“비웃을 겁니다.
히스파냐를 적대시 하는 모든 자들이.
위축될 겁니다.
히스파냐를 따르는 모든 이들이.
그걸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이미 벌어진 일에 벌벌 떨 수만은 없는 일입니다.
비록 이런 일이 일었지만 히스파냐는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을 계속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바네사의 강력한 요청에 에드가 4세는 말없이 제 딸을 바라보았다.
왕녀의 말이 아예 틀렸다고는 볼 수 없지만, 또 그렇다고 해서 완벽하게 맞다고 할 수도 없었다.
“또 다시 정체불명의 세력들이 왕궁을 공격할 수도 있다.
그게 안 되더라도 왕성 안에서 사건 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는 법이야.”
“왕실 기사단을, 마법사들을, 그리고 왕성 방위군이 있습니다.
그들을 믿고 맡기면 될 것입니다.
왕궁을 공격한 적들 또한 대실패를 겪었으니 한동안 몸을 사릴 것입니다.”
“···.”
“부왕이시여.
이대로 히스파냐가 겁에 질려 움츠러든 모습을 보일 수는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더욱 큰 파티를 열어야 합니다.
적의 완벽한 기습을, 완벽하게 막아내지 않습니까!”
바네사의 말은 모두가 맞는 소리였다.
그렇게 철저하게 짜였던 기습 계획이었음에도, 히스파냐는 아주 적절하게 받아쳐냈다.
심지어 습격자들 중 리더로 보이는 요정 하나를 제외하곤 전부 주살(誅殺)하는데 성공했다.
잠시 침음을 내뱉던 에드가 4세는 언젠가 묻고 싶었던, 또한 묻는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랬던 질문을 던졌다.
“바네사 링클레 히스파냐.
묻겠다.
너는 네 오라비와 다투려 하느냐?”
“···.”
바네사는 침묵했지만, 부정의 답은 흘러나오지 않았다.
이미 그것으로 대답은 충분했다.
에드가 4세는 무거운 한숨을 내뱉었다.
권력 한복판에 있는 왕가 왕실이기에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그러나 결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카슈가르가 몇 년 전부터 에라더와 꽤나 가까운 사이였다고 했었지.”
“···.”
“그 부분을 노리고서 이제 에라더와 경쟁이라도 하겠다는 것이냐.”
“아닙니다.”
이번에는 바로 대답이 흘러나왔다.
에드가 4세는 ‘그렇다면?’ 이라는 뜻으로 제 딸을 응시했지만, 바네사는 끝내 그 다음 대답은 내놓지 않았다.
“···네 뜻은 잘 알았다.
고민해볼 터이니 이만 물러가 보거라.”
“편안한 밤 되시길.”
예를 취한 바네사는 국왕의 집무실에서 나와서는 제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 왕녀의 머릿속에는, 시온의 한 마디가 자꾸 아른거렸다.
‘정치에 참여하기를 거부함으로써 받는 가장 큰 벌은, 자신보다 못난이의 지배를 받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최소한 저는, 저보다 더 뛰어나신 분이 제 군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자신을 바라보는 시온이었다.
바네사는 그 모습에 애써 시선을 피하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었다.
‘···나도 그대와 같은 신하가 곁에 있어준다면, 군주로써 이 나라를 다스려보고 싶어졌다.’
―
갔나?
갔지?
갔네.
자신의 별장까지 호위를 맡았던 왕가 기사들이 전부 돌아가자 그제야 시온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마나가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호위 명목으로 붙어있던 왕실 기사들의 수가 배로 늘어났다.
자그마치 1개 분대, 왕실 기사 8명이 한 명의 귀족을 호위하고 나선 것이었다.
과하다고 누군가가 주장해도 충분한 일이었지만, 시온 자신이 이번 파티의 주인공 격이자 전쟁 영웅이고, 또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려 ‘부상’을 입었기에 왕실에서 직접 허락한 것이라며 불만을 일축시켜버렸다.
‘아오, 일부러 다리를 살짝 저는 것도 엄청 힘든 일이구만.’
부상 따위는 애초부터 입지 않았다.
다리도 다치지 않았고, 기침은 일부러 콜록거린 것에 불과했으며 가끔 가다 끙끙거리던 건 그냥 자신에게 주변인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한 계략일 뿐이었다.
‘루시아는 왕궁에 남았고, 김유현은 당연히 루시아의 호위이니 그곳에 같이 있고.’
자신이 소설 속 흐름을 바꿔버렸으니 이제 그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원래라면 오늘 있을 왕궁 기습 사건을 끝으로 급진파 요정들의 왕궁 기습은 더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실패한 것을 그들도 알았을 테니 왕궁을 다시 노릴 수도 있는 일이었다.
‘물론 나와는 더 상관없는 일이겠지만.’
필요한 만큼 도와줬다.
이 이상은 도와주지 않는다.
후일 에라더의 가장 큰 조력자가 되는 카슈가르를 영원히 보내버렸고, 왕궁 기습으로 인해 갈가리 찢길 국론도 유지되게 해주었다.
이후에도 급진파 요정들의 뒤를 받쳐주며 계속 틈을 노리던 왕성의 숨은 비수, 헬렌 하이네스는 이제 좋든 싫든 자신과 같은 배를 탄 동지가 되었다.
무엇보다 왕성 안에 김유현을 두었으니 큰 위협도 없을 것이고, 잘만 하면 바네사 왕녀와 김유현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도 있었다.
‘나는 이제 클라우젠으로 돌아가서 다음 일을 준비하면 그만이지.’
슬슬 지미 페이커의 상처가 다 아물어 갈 시점이다.
더 늦기 전에 사익(四翼), 트리샤 페이커를 만나서는 반드시 곁에 두어야만 했다.
“공자님, 오셨습니까.”
소식을 들은 모양인지 클라우젠에서부터 따라온 기사들과 병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었다.
무척이나 굳은 표정들, 어딘가 심히 분노하고 있다는 기운이 가득한 얼굴.
아무래도 자신들의 작은 주인이 고초를 겪었다는 것이 심히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리시키다는 도착했나?”
“네.
공자님의 명령이라 하여 아까 전에 별장으로 돌아와서는 계속 공자님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기사의 대답에 시온은 고생하라는 뜻으로 그의 어깨를 툭툭 쳐주었다.
그리고는 별장 안으로 들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기사들과 병사들은 말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기사들, 심지어 병사들조차도 기본적인 마나 운용은 가능하다.
아주 약간이지만, 그래도 아예 쓰지 못 하는 것과는 천지차이 정도의 수준이다.
그런데 저기, 저 앞에서 걸음을 옮기고 있는 저 청년은 단 한 톨의 마나조차 다루지 못 한다.
일상생활이야 지장이 없다지만, 저 청년은 클라우젠 변경백령의 자제이다.
언젠가 또 누디아와 전쟁을 치러야 할 운명을 지닌 귀족.
당장 얼마 전에도 최전선에 나서서 싸웠고, 지옥같은 불길을 뚫고 병사를 구해내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마나를 전혀 다루지 못 한다.
그런데도 전투에 나섰고, 그런데도 위험을 무릅썼으며, 그런데도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은 듯 미소를 짓고 아무렇지 않게 행동한다.
‘얼마나 속이 타실까.’
자리에 모여 있던 클라우젠의 기사들과 병사들은, 부디 저 청년이 절망하거나 혹은 스스로에게 실망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랬다.
정작 시온은 절망은커녕 몸을 흐느적거리면서 춤을 추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니 그 소화제라는 거, 분명 탄산수였는데.
이거 잘 하면 또 괜찮게 한탕 할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를 것 같은데···.’
속으로 중얼거리며 방 안으로 들어선 시온.
그런데 잠시 후,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렸다.
“···공자님.”
“리시?”
리시키다가 찾아올 거라곤 예상했다.
문제는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주인님, 이 아니라 공자님이라는 호칭을 쓴다는 것.
“들어와.”
시온의 허락이 떨어지자 리시키다가 안으로 들어섰다.
당장 행동 하나 하나에서부터 힘이 없는 것이 확연히 느껴졌다.
리시키다는 힘없는 걸음걸이로 시온의 앞에 다다랐다.
“리시.”
“···공자님.”
“왜 그리 힘이 없어.
혹시 먼저 돌아가라고 해서 마음이 상했나?”
“아닙니다.”
“그러면.
왜 그러는 건데.”
이유를 묻자 리시키다는 잠시 입술을 달싹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를 버리려 하십니까?”
“···뭐?”
전혀 예상치 못 한 질문이 날아들었다.
이건 또 갑자기 무슨 전개지?
하며 시온은 혼란스러워지는 머리를 가라앉히려 애썼다.
“리시.
지금 그게 무슨 소리지?”
“제게는 그저 단순한 속임수라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런데, 그런데···.”
바르르 떨리는 몸과 배는 더 떨리는 목소리.
리시키다는 잘게 흔들리는 눈동자로 시온을 응시했다.
“하마터면, 하마터면 큰일 나실 뻔 하셨습니다.
정말로··· 정말로···.
제가 지켜드릴 수도 없게, 너무나도 갑작스레 폭발에 쓰러지시는 순간··· 세상이 다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그 부분까지는 리시키다한테 말하지 않았던 것이 생각난 시온이었다.
자신이야 폭발에 약간 휘말리는 것이 이후 계획과 연기에 있어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 생각하여 결정하고 각오한 행동이었지만, 리시키다는 일부러 거리를 벌리게 해두었다.
‘아니, 혹시나 눈치 깐 리시가 나 감싸겠다고 달려들면 그림이 이상해지니까.’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서도 꿋꿋하게 일어나는, 마나를 다루지 못 하는 전쟁 영웅!
이 시온이 원하던 ‘시온 클라우젠’ 의 새로운 이미지였다.
자신의 호위 기사에게 ‘엎드려, 시밤!’을 당하는 그림은 절대 사절하고 싶었다.
“리시.
걱정 마.
아주 멀쩡하니까.”
“네,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는데도··· 너무 무서웠습니다.
그 순간이···.
간신히 주인이라는 분을 만났는데, 그 분을 어이없이 잃는 건 아닐까···.”
그 말에 시온은 속으로 한숨을 내뱉었다.
아무래도 전주인에게 내팽겨졌던 트라우마가 이상한 곳에서 발동된 모양.
자신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 아무 말도 없이 일을 저지른 자신을 보고 또 다시 버림받은 건 아닐까 생각이 든 모양이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겉은 냉철하고 무뚝뚝한 여기사인데, 속은 그야말로 툭하고 밀어도 부서질 듯 여리다.
이런 캐릭터는 정말 다루기 힘든데.
이마를 부여잡고 싶은 심정으로 시온은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시밤···.
야, 생각 잘 해라.
여기가 진짜 중요하다.’
지금 이 캐릭터가, 리시키다라는 이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 걸까.
그저 말로만 하는 약속?
당연히 아닐 것이다.
분명 그 이상의 무언가.
말이 아닌 몸으로 보여주는 증명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게 확신하는 이유가 있지.
전적으로 믿어야 하는 이유!’
이 소설, 전체 이용가가 아니었다.
그러면 김유현은 도대체 뭐하는 놈이었냐고 묻는다면.
정말 취향이 독특한 게 아니었을까 하고 답하고 싶은 시온이었다.
“리시키다 암셸.”
“네, 네.
공자님.”
“왜 자꾸 그렇게 부르지?
주인님으로 불러도 좋다고 했을 텐데.”
“그게···.
그게···.”
“내가 널 버린 게 아닐까 무서워서 그러는 건가?”
“···.”
“가까이 와.”
시온의 명령에 리시키다는 쭈뼛거리면서도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가까이.”
두어 발자국 더.
“더 가까이.”
한 발자국 더.
“거기 서.”
그제야 리시키다가 발걸음을 멈췄다.
바로 앞에 시온이 앉아있는 걸 확인한 그녀는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러는 사이, 살짝 굳은 얼굴의 미청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감사합니다, 작가님.
솔직히 리시의 키가 나보다 더 크면 어쩌나 쫄렸는데.’
시온 클라우젠의 좋은 점을 하나 더 발견한 그였다.
“분명 말했지.
난 할 일이 아주 많아서 사람 하나 하나가 아쉽다고.”
“부, 분명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게 말했는데, 넌 아직도 나를 의심하고 있었던 모양이구나.”
“아, 아닙니다!
절대 그런 게 아닙니다!
그건···.”
“입 다물어.”
우악스러운 남자의 손길이 여기사의 얼굴을 거칠게 붙잡았다.
화들짝 놀란 리시키다가 쉴 새 없이 흔들리는 눈동자로 제 주인을 바라본다.
마치 당장이라도 버림받을까 주인의 다리를 꽉 껴안은 채 매달리는 강아지 같았다.
“말로 하는 약속은 못 믿는다고 하니 어쩔 수 없지.”
“아, 아닙니다.
주인님.
제, 제가···.”
꾸욱―.
그만 말하라는 듯 또 다시 여기사의 턱을 쥔 손에 힘을 주는 청년.
그녀의 주인인 그 남자는 살짝 얼굴을 들이밀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직접 확인시켜줄게.
내가 널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가 과연 널 버릴지 말이야.”
―――――――작품 후기―――――――
아하하하.
저도 절단신공 한 번만 사용하겠습니다.
호다다다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