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63)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63화(63/439)
63―――――
악역은 나쁜 놈이 하는게 아니라 머리 좋은 놈이 하는 것
시장에서 공급하는 물건, 즉 노예의 구매 목적은 단 하나다.
구매자들의 음습하고 뒤틀린 욕망을 해결하는 것.
미쳤다고 그런 거금을 주고 사가서 집안일을 좀 시키거나 심부름을 하게 하거나.
아니면 제 몸을 지키게 하는 호위로 써먹을 리가 없다.
일들은 프로페셔널한 시녀들한테 맡기는 것이 더 이득이며, 호위는 기사와 사병이 있다.
애초에 강제로 노예가 된 이들에게 그런 일을 맡기는 것 자체가 병신 짓이다.
‘물론 그쪽 컨셉을 좋아하시는 귀족 분들은 뭐 메이드 복 좀 입히고, 또 기사 복장도 입혀서 데리고 다니겠지만, 결국 최종 목표는 언제나 하나지.’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고, 싫다며 몸부림치다가 끝내는 다 포기하고 욕망에 몸도 마음도 전부 녹아내려서 허덕이는, 그야말로 박히기 위한 살아있는 인형으로 만드는 것.
그게 그들이 노예를 구하는 이유였다.
“일단 이쪽 시장에 공급되는 물건들은 왕국의 각 경계, 혹은 대산맥에서 거주하는 이종족들 중 붙잡아도 딱히 문제가 되지 않을 이들만 포획한 이들입니다.”
“혹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한다는 거군요.”
“바로 그렇습니다.”
이종족들은 인간들처럼 ‘국가’ 라는 개념을 가지지 않는다.
그저 제 종족들 중 일부가 모여서 조그마한 부락을 이루고 살았다.
기본적으로 인간과 잘 교류하지 않는 터라 왕국에서도 이 넓은 영토 안에 정확히 얼마나 되는 이종족들이 있는지 파악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국경이 명확한 것도 아니고, 그 경계나 내부에 산맥도 엄청 많으니까.
왕국민들에 비하면 분명 턱없이 모자라는 수이지만 그래도 수가 어느 정도는 된다고 봐야지.’
아무튼 이렇게 조그마한 부락을 이루고 살기에 그들의 거주지가 노출된다면 바로 다른 이들의 공격 대상이 되곤 했다.
인간으로 따지자면 한 나라 옆에 다른 나라가 떡하니 들어선 것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해서 생겨나는 떠돌이들은 노예상들에게 좋은 먹잇감이었다.
특히나 아이들과 함께 탈출한 여성들이 쉽게 붙잡히곤 했는데, 그 덕분에 그들은 항상 큰 돈을 벌 수 있었다.
“가끔 가다가 교육이 안 된 노예들이 거칠게 대들기라도 하면 어쩌냐는 고객님들이 계셨죠.”
“당연한 걱정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우리는 항상 이런 교육 과정을 거치고 있다, 라는 것을 보여드립니다.”
이런 과정들이 무척이나 자랑스럽다는 목소리로 말하며, 코네안 자작이 가건물의 출입문을 잡아당기는 순간이었다.
‘흡?’
알싸한 듯 하면서 또 달콤하고, 사람 몸을 야릇하게 만드는 냄새가 확, 하고 느껴졌다.
그리고 그 냄새와 더불어, 남성의 마음을 사정없이 공격하는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아으으··· 아으으···.”
도대체 뭐지?
뭐지, 시벌?
혹시 이 코네안 자작이 뭔가 이상한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닐까 의심이 드는 시온이었다.
하지만 정작 자작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걸음을 옮기다가 이내 한 곳에서 발을 멈추었다.
“일단 붙잡은 이들이 끌려오면 이곳과 같은 담금질을 하는 곳에서 연하게 만듭니다.
성깔이 드세고 더러운 년놈들도 얼마 버티지 못 하고 결국 다 녹아내리게 되죠.”
그곳에는 한 요정족 여인이 손발이 묶인 채 새하얀 나신으로 서있었다.
그리고 그런 여인의 밑에는 남자 둘이 뭔가를 가지고 여인의 음부를 들쑤시고 있는 중이었다.
찌걱, 찌걱 하는 음란한 소리가 들릴 때마다 여인은 아으으!
하고 신음을 내뱉으며 몸을 떨었지만 남성들은 개의치 않고 계속 여인의 가랑이 사이를 마구 괴롭히고 있었다.
“연하게 만든다는 게 혹시···.”
“뭐, 시온 공자도 알다시피 노예를 찾는 게 결국 다 거기서 거기지 않습니까.
처녀나 동정을 원하는 분들도 간혹 있지만 그렇게 되면 길들여야 하는 수고를 들여야 하니 대부분은 꺼려하죠.
해서 물건을 받으면 먼저 이쪽에서 저렇게 길들여서 쾌락의 덫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게 하는 겁니다.”
시온은 슬쩍 요정족 여인을 바라보았다.
괴로워 죽겠다는 듯, 수치스러워 미치겠다는 듯 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결국 본성을 이길 수는 없는 법이고, 한 번 즐거움을 맛 본 몸은 계속 그것을 찾기 마련이다.
저렇게 버티는 것도 얼마 가지 못 하고 곧 달콤한 신음을 내뱉으며 이성을 유혹하게 되리라.
“저들은 모두 철저하게 교육을 받은 놈들입니다.
혹 저들이 물건에 사사로이 손을 대는 걱정을 한다면 기우라고 말해두겠습니다.
걸리는 순간 바로 손목이 잘리니까 말이죠.”
여인을 바라보는 시온의 시선을 마치 ‘저 새끼들이 물건에 손을 대는 건 아니겠지?’ 라고 오해한 모양의 코네안 자작이었다.
‘걱정도 많으셔!
우리가 다 알아서 하니까 마음 놓으라고!’ 말하는 듯 한 그의 모습에 시온은 뭐 이런 또라이가 다 있어, 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 뒤로 펼쳐진 장면은, 다른 것 같으면서도 결국 다 같았다.
끈적한 액체로 온 몸이 젖은 채 갖은 애무를 당하는 여인도 있었고, 눈가리개를 당한 채 강아지풀 같은 이상한 솜뭉치로 계속 자극 당하는 여인도 있었다.
당하는 방식이나 신체 부위는 저마다 달랐지만 결국 목표는 하나.
어떻게든 반항해도 결국 상대의 손길이 닿으면 바로 욕정해 버려서는 도망갈 수도 없게 만드는 것이었다.
‘헬렌도 이와 비슷한 일을 당했다고 했었나.’
갑자기 한숨이 흘러나오는 시온이었다.
노예시장을 이렇게 직접 보고 있자니 그냥 절로 안타까운 그였다.
사람이란게 제 욕망대로 움직이고, 그 욕망이 추하고 더러운 것으로도 나타나니 별 수 없다고 치지만, 이런 것들로 인해 후일 인간들이 감당해야 할 이종족들의 싸늘한 눈초리를 생각하면 슬프기 그지없었다.
짜악!
짜악!
“아흑!
깨앵!
아으윽!
끼잉!”
짜악!
짜아악!
“아으!
아파!
캥!
아파요!
끼이잉!
제발, 제발!”
···그래, 이런 게 왜 없나 싶었다.
야릇한 향이 잔뜩 피어나는 곳을 벗어나니 그 다음에는 틀에 묶인 채 채찍으로 난타 당하고 있는 수인족 여인이 보였다.
생김새나 풍기는 분위기를 보면 수인 중에서도 월랑족인 모양.
“전부 저렇게 하는 건 아닙니다.
가끔 저런 것에 익숙해져 있는 노예를 찾는 분도 있어서요.
하지만 요정들은 생각보다 정신이 약해서 저렇게 다루면 금방 무너지더군요.
그나마 수인 중에서도 월랑이 가장 적당하다고 해야 할까.”
“···.”
“혹시 저런 쪽을 한 번 알아보고 싶으시다면 한 번 괴롭혀 보겠습니까?”
그렇게 말하며 슬쩍 옆에 놓여있던 채찍을 집어 드는 코네안 자작이었다.
아무래도 시온의 취향을 알아내서 그에게 적당한 물건을 내어주고 더욱 돈독한 관계를 쌓기를 희망하는 모양인데.
이 새끼는 아까의 그 맹하던 분위기는 어디 가고 이렇게 프로페셔널한 노예시장 대주주가 된 거지?
하며 시온은 고개를 저었다.
물론 자신도 깨끗하다고만은 볼 수 없는 놈, 혈기 왕성한 남자답게 이것저것 원하는 플레이도 많았지만, 최소한 저렇게 아프다고 눈물을 흘리는데도 여인을 때리는 취미는 없었다.
“이렇게 담금질하고, 연하게 만들면 바로 물건으로 나가는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일단 몸을 확실하게 굴복시켰으니 다음은 정신까지 무너트려야죠.”
“어떤 방식으로요?”
“계속 주입하는 겁니다.
너희들은 네 종족들에게 버림 받았다.
돌아가도 어차피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 할 것이다.
그럴 바에 차라리 좋은 주인 만나서 행복하게 사는게 좋다는 식으로 말이죠.
흐음.
일종의 세뇌라고 할까요.
물론 요정들처럼 마나를 사용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육체에 가해지는 엄청난 고통, 그리고 쾌감.
거기에 반복적으로 강제 주입되는 똑같은 정보들은 그야말로 그 존재를 미치게 만들기 딱 좋은 잔인하면서도 아주 확실한 방법이다.
아마 열에 아홉은 저런 방식에 버티지 못 하거 결국 넘어가고 말 것이다.
애초에 저런 일에 버틸 정도로 강한 이는 붙잡히기 전에 싸우다가 죽거나 스스로 죽는 것을 택했을 테니까.
‘···김유현이 열불이 뻗쳐서는 다 뒤집어엎었다는 게 이제야 이해가 좀 가네.’
이럴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 세상이 생각보다도 더 썩어있을 줄 진작 알고 있었지만.
그걸 그저 글로 바라보는 것과, 이렇게 두 눈과 귀, 코로 직접 겪는 건 전혀 다른 일이었다.
화가 나는 건지, 아니면 저들이 역해보이는 건지, 시온은 확신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자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금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즐기고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중에 벌어질 일을 생각하면, 이건 아니지.’
시온은 고개를 저었다.
앞으로 1년 후면 이 지랄도 다 끝이 난다.
세상을 전부 불태워서 잿더미로 만들고, 그 위에서 다시 제로부터 시작하자는, 그야말로 미쳐도 아주 단단히 미친 천사의 레플리카 버전 놈들이 득세할 테니까.
인간이고 이종족이고 전부 몰살시키겠다는데 서로 손 잡고 막아설 생각을 해야지, 어느 누가 그 사이에 또 몰래 그들을 붙잡아 노예로 부리겠는가.
‘···아, 생각해보니 그 때도 뒷구녕으로 온갖 비리를 저지르던 놈들이 있었지.
그 새끼들 모가지도 컷팅 해줘야 하는데.’
작가가 요구한 대로, 설사 작가가 요구하지 않았다고 해도 아주 제대로 살아볼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앞길을 가로막는 재활용 불가능, 아니 구제 불가능의 놈들은 일찌감치 치워내야만 했다.
“그렇게 해서 완벽하게 연화 작업이 끝나면 그 때부터는 치장에 들어가며 고객들에게 내보여서 원하는 물건이 골라지면 이후 원하시는 주문에 맞춰서 연화 작업을 조금 더 추가하거나 혹은 다른 작업들을 병행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코네안 자작은 걸음을 옮겨 화려하게 치장된 고급 천막으로 시온을 안내했다.
딱 봐도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공간으로 보이는 그 안에는, 여인 서넛이 아주 얇고 나풀거리는 속옷만 입은 채 자리에 서있었다.
“이렇게 완벽한 물건이 되어서 고객님의 손길을 기다리게 되는 것이죠.”
그렇게 말한 그는 슬쩍 손을 옮겨 가장 앞에 서있던 여인의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묘은족으로 보이는 그녀는 코네안 자작의 손길이 닿자 부르르 몸을 떨며 잔뜩 겁 먹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끝내 그의 손길을 뿌리치지는 못 했다.
꽤 오랜 기간 동안 작업이 되며 저항하면 이런 부드러운 손길이 아니라 인정사정없는 매질과 그보다 더한 고통, 그리고 온갖 모욕과 수치가 뒤따른다는 걸 자각하고 스스로 포기한 모양이었다.
“하으으···.”
바들바들 떨면서도 함부로 저항하지 못 하는 묘령의 여인.
코네온 자작은 별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잠시 그녀의 허벅지 안쪽을 쓰다듬다가 갑작스레 손을 위로 올리고는 거칠게 그녀의 음부를 들쑤시기 시작했다.
“아흑!”
“흠.
반응이 좋은 것이 이번에도 잘 연화된 모양입니다.
어떠십니까.
이 정도면 시온 공자도 걱정 없이 이쪽 물건을 구매할 수 있을 듯 한데요.”
“···있다마다요.
문제가 있겠습니까.”
아마 자신이 무슨 정의의 사도라던가, 혹은 소설 속 주인공이었으면 당장 이 자리에서 저 남자의 뚝배기를 깨부수고 노예시장을 전부 박살낸 다음 노예들을 전부 해방시켰을 것이다.
하지만 시온은 정의의 사도도, 그리고 소설 속 주인공도 아니었다.
저들을 해방시켜준다고 해서 직접적으로 돌아오는 이득은 하나도 없다.
해봤자 명예 조금?
그리고 이종족들의 감사 정도.
그건 김유현이 해야 할 일이다.
그가 나서서 얻어야 할 것들이다.
당장 클라우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시온은 나설 필요성을 느끼지 못 했다.
“아응!
아으으!”
“똑바로 서는 게 좋을 거야.
다리에 힘이 풀리는 순간 다시 처음부터 시작이니까.”
코네안 자작이 그렇게 중얼거리자 여인은 그건 싫다는 듯 도리도리 고개를 저으며 달달 떨리는 다리에 억지로 힘을 주곤 똑바로 땅을 디디려고 무던 애를 썼다.
그렇게 여인을 한창 괴롭히던 자작이 이 정도면 되었다는 듯 손을 거두었다.
“으으으···.”
여인은 치욕스러워 미치겠다는 표정이었지만 하지만 제대로 된 반항 한 번 하지 못 한 채 살짝 뒤로 물러설 뿐이었다.
“이 정도의 물건들은 대게 왕국 금화 300개 선에서 거래가 됩니다.”
왕국 금화 300개면 웬만한 일반 왕국민들의 1년 생활비 수준이다.
누군가 들으면 입을 쩌억 벌리며 미쳤다고 하겠지만, 또 누군가는 알맞은 가격이라고 하며 좋아할 것이다.
“거래되는 양은 얼마나 됩니까?”
“글쎄요.
어떤 분은 3개월 주기로 다녀가고 또 어떤 분은 1년에 한 번 올까 말까인 터라···.
그래도 입에 풀칠할 정도는 됩니다.
하하하!”
풀칠은 지랄, 금화 300개에 노예 하나면 너도 꽤 많은 이윤을 떼먹을 텐데 어디서 구라야.
라는 말이 입 안에서 근질거렸지만 시온은 미소를 지으며 그걸 참아냈다.
그렇게 걸음을 다시 옮겨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이야기가 오고 가는 공간에 다다랐을 때, 시온은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벌이가 괜찮다는 말로 들리는군요.”
“흠.
뭐, 그렇다고 봐야지요?”
“좋군요.
아주 좋아.
그 정도면 거래를 진행해도 되겠어요.”
시온의 말에 코네안 자작은 오오, 하고 탄성을 내뱉으며 손을 비비적거렸다.
클라우젠 가문이 배상금으로 받은 금액도 엄청나고, 원래 가산도 웬만한 후작령에 비견될 정도이니 그 가문의 장자라는 이가 얼마나 큰돈을 주고 비싼 물건을 사갈지 벌써 기대가 되는 모양이었다.
“그러면 바로 원하는 물건을 말해보시죠.
요정?
아니면 수인?
수인 중에서는···.”
“아아, 이쪽은 사는 게 아니라 팔겠다는 말입니다.”
“예?
팔겠다니요?
어떤 것을 판다는 것인지···.”
흥분해서는 고객에게 막 물품 설명을 하던 자작을 가로막으며.
시온은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이 시장의 존속, 그리고 당신의 미래.
라고 하면 이해가 빠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