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66)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66화(66/439)
66―――――
어쩔 수 없다!
주인공 투하!
김유현이 이종족 노예시장을 풍비박산 낸 이후, 그들이 바로 김유현을 따른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인간을 믿지 못하는 기류가 심했기에 꽤나 많은 고생을 했던 소설 속 주인공.
하지만 조력자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수인에서 묘은족이라 불리는, 즉 고양이 일족이 김유현을 적극적으로 도왔던 것이다.
그들은 먼저 자신들과 비슷한 수인인 호비족을 설득했으며 이후 월랑족과의 회담 자리도 마련해 김유현이 그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김유현에게 있어서 묘은족은 이유도 모르는데 신임을 팍팍 해주고 밀어주는 존재였지.’
그에 대한 이유가 없어서 독자들은 그저 또 새로운 히로인이 뒤에서 김유현을 도와주기 위해 무슨 수를 부린 것이 아니냐고 예상했었다.
실제로 그런 경우가 몇 번 있었으니 바보 같은 예상도 아니었다.
‘그런데, 시발!
이런 썅간나!
여기 이유가 있었구만?
작가님, 아니 작가 놈아!
이런 건 제발 소설 본문에 써달라고!
설정만 잡아놓고 그냥 넘어가면 어쩌란 거야!’
묘은족이 왜 김유현에게 그렇게 호의적인 모습이었는지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이마에 난 번개 모양의 흉터를 보며 시온은 꿈이라도 꾸나 싶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전부 현실이었다.
‘이 여자는 왜 여기 있냐고!’
누군가의 판타지 소설이 생각나게 만드는 번개 모양의 흉터를 지닌 수인은 단 하나다.
묘은족의 공주라 불리던 ‘위니 포터블’.
번개의 선택을 받은 아이.
뭔가 묘하게 비슷하다고?
맞다.
당신들이 예상하는 바가 확실하다.
작가 놈은 케다브라가 난무하는 소설의 열정적 팬이었고, 기어코 그 흉터까지 넣은 것이었다.
‘위니가 이 타이밍에 노예시장에 잡혀왔었구나!
김유현이 북쪽 반란을 잠재우고 코네안 자작령에 왔다가 다 뒤집어엎었던 게 한 달 후니까···.
시발, 딱 맞네.
김유현도 모르는 사이에 위니를 구한 거였어!
그러니 묘은족들이 그렇게 김유현을 좋아했던 거고!’
만약 김유현이 아니었다면 코네안 자작의 말마따나 연화 작업을 다 거친 위니가 인간들에게 팔려가서는 온갖 끔찍한 일들을 당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비록 노예상에게 잡혀서 고초를 치르기는 했지만 더 한 수모를 당하지 않았으니 묘은족으로써는 불행 중 다행이었을 것이 확실했다.
‘성체가 아니라서 번개의 힘도 아직 제대로 다루지 못 한다고 했었지.
성체가 되면 엄청난 힘을 보여줄 거라며 막 써놓고 정작 각성도 하기 전에 김유현 구한다고 싸우다가 죽어버렸으니···.’
심지어 등장도 거의 안 해서 히로인 순위 안에도 못 들었던 캐릭터다.
다른 세계의 포터와는 달리 그야말로 최악의 삶만 살다 간 여인이랄까.
‘그보다 이거 좆됬네.’
수인의 특성 중 하나인 ‘각인’ 이라는 것.
은혜도, 원한도 제 뇌 깊숙이 박아두는 일종의 뒤끝 대마왕과 같은 성질이었는데 은인에게는 무조건 은혜를 갚고, 원수에게는 당연히 복수를 행하는 것.
그게 바로 수인들의 각인이 가지는 효과였다.
그렇다, 은인이고 원수고 무조건 뇌리에 박아서는 죽을 때까지 기억하는 것.
그리고 지금 시온 자신은 이 소녀에게 있어, 코네안 자작만큼이나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인물로 보이고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크으윽!
끄르륵!
덤으로 저기서 어떻게든 포박을 풀려고 버둥거리는 세 여인도 말이다.
‘호위병들인 모양인데.
아니, 도대체 왜 묘은족의 공주가 여기 잡혀 온 건데?’
시발도 이런 시발이 없었다.
머리가 지끈거려서 잠깐 이마를 부여잡으니 리시키다가 슬쩍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주인님.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러냐.”
리시는 따지자면 개과에 가까운 특성이었지?
충성을 바치고 그 대상에게 관심과 사랑을 갈구하는, 버리지만 말아달라고 낑낑대는 강아지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이 여기사와 저 고양이 소녀는 상극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시온 이 등신아!’
잘못하면 묘은족 공주와는 죽을 때까지 원수지간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공주와 호위병들이 노예시장에서 녹고 녹아내려서 그저 이성을 원하는 여인이 된다고 하더라도 이쪽에 대한 적대감은 웬만해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 일 없이 놓아준다고 해도 그 의심을 지우지 않을 건 뻔한 일.
“코네안 자작.
그 묘은족이 뭔지 확실히 알고는 있는 거지?”
“묘은족 아성체이지 않습니까?
오오, 시온 공자도 이게 무척이나 귀한 물건임을 알아차리신 모양이군요.”
알아차리긴 뭘 알아채 등신 새끼야.
아, 알아차리기는 했지.
최소한 너는 죽을 때까지 저 미친 냥냥이들의 지옥 펀치에 시달릴 거라는 사실 정도?
‘···돈이 세상에서 최고라지만 굳이 이종족과 척을 지는 건 절대 안 돼.
차라리 남남 사이라면 또 모를까, 원수 사이가 되는 순간 그냥 모든 것이 망하는 지름길이야.’
이렇게 된 이상 남은 방법은 하나였다.
“···코네안 자작.
그 묘은족이면 될 것 같아.”
“오, 정말입니까?”
“뭐?”
“주, 주인님?”
코네안 자작은 좋아서, 그리고 릴리트와 리시키다는 놀라서 그를 바라보았다.
여태 이종족 노예한테는 관심 없다던 남자가 갑자기 하나를 콕 짚어서 달라고 하는 그림이 상당히 의심스러운 모양.
하지만 시온은 그런 두 여인의 시선을 묵묵히 감당해내고 있었다.
‘여기서 설명할 수는 노릇이잖아, 염병!’
사실 여기 있는 고양이님이 그쪽 세계의 공주님이다.
왜 여기 붙잡혀 왔는지 모르겠지만 묘은족 전체와 척을 지게 되는 일이 없도록 이제부터 착실하게 그림을 그려두어야 하지 않겠느냐!
라는 건 나중에나 가능한 설명이었다.
“자작으로 인해 상처 받았던 내 마음은 이 묘은족 소녀면 충분할 것 같아.”
“다행이군요.
정말 다행입니다.
그러면 혹 첫 거래 대금도 깎아주시는 건···.”
“뒈지게 쳐맞고 싶다고?”
역시나 돈 계산은 깔끔한 시온이었다.
코네안 자작은 한숨을 내뱉으며 알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작업을 시작하려는 듯 위니를 천막으로 끌고 가려고 했다.
“잠깐만.
그 앙칼진 녀석은 내가 직접 교육하고 싶은데.”
“예?
시온 공자.
이 녀석은 묘은족입니다.
날쌔기로는 웬만한 중급 기사와 맞먹는 년입니다.”
“그러니 더더욱 키우는 맛이 있지 않겠냐, 이 소리야.”
“하지만···.”
원래라면 고객의 안전을 위해 안 된다고 거부했을 것이다.
허나 시온의 옆에 있는 두 여인의 표정이 상당히 무시무시했기에 코네안 자작은 그냥 군말 없이 묘은족 소녀를 넘기기로 했다.
이걸로 시온 클라우젠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던 일을 무마할 수 있다면 최소한 자신에게는 남는 장사였으니 말이다.
“그래도 조심하시길.
무척이나 위험한 녀석입니다.”
차마 시온에게는 내밀지 못하고 그 옆의 리시키다에게 줄을 내미는 코네안 자작.
리시키다는 이 고양이가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표정을 찡그리고 있었지만 이내 시온이 얼굴 펴라는 듯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주자 곧 헤헤!
하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나는 왜 안 만져주는데!”
거기에 방금 전까지 제 사병들을 쥐 잡듯 몰아붙이던 릴리트가 얼굴을 붉히며 질투를 하는 모습은 코네안 자작에게 있어서는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도대체, 저 마나 한 톨도 없는 남자 곁에 저런 무시무시한 여인들이 붙어있는 것인지.
정말 희대의 미스터리였다.
크르륵!
캬윽!
호위병들과 아예 떨어진다고 생각하니 다급해진 묘은족 공주, 위니가 하악질을 내뱉는다.
물론 재갈이 물려있는 터라 제대로 들리지 않았지만, 그건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아주 앙칼지게 울어대고 있었다.
캬으윽!
카아악!
호위병들 역시 어떻게든 제 공주와 떨어질 수 없다는 듯 몸을 단단히 묶은 쇠사슬을 덜그럭거리며 흔들기까지 했지만 이 이상 반항하는 건 무리였다.
마나 수갑으로 인해 철저하게 마나 운용을 막고, 쇠사슬과 밧줄로 아주 단단하게 2중으로 묶어둔 포박은 힘으로는 절대 풀어낼 수 없는 것이었다.
“반항하지 마라.
그래도 시온 클라우젠 공자의 밑에 들어가는 걸 다행으로 알아라.
다른 귀족들 밑에 들어갔으면 아주 처참하게 망가졌을 년이!”
짜악!
갑자기 위니의 뺨을 후려치는 코네안 자작.
제 딴에는 이 묘은족 소녀의 기를 꺾어두고, 덤으로 시온의 마음도 좀 사보자는 일종의 퍼포먼스였던 모양이다.
덕분에 위니의 눈이 커지며 당황감에 물들었지만, 그보다 더 당황한 것은 당연히 시온이었다.
‘야 이 미친 새끼야!’
헛짓거리 좀 하지 말라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각인 특성으로 인해 은원 관계에 소름 끼칠 정도로 확실한 녀석들인데, 호위병들이 보는 앞에서 그 호위 대상의 뺨을 후려갈겼다.
이건 그냥 발톱을 세우고 하악질을 하는 고양이 앞에 얼굴을 들이민 격이었다.
“자작.
그 쯤 해두지.
물건이 상하겠는데.”
애써 당황한 본심을 숨기며 시온이 그렇게 말하자 자작은 아!
하고 탄식을 내뱉곤 실례했다며 뒤로 물러섰다.
그렇게 위니를 시온에게 넘긴 자작은 이후 거래에 대한 대금은 내일 오전 중으로 전부 치르겠다며 조금만 시간을 달라고 부탁했다.
코네안 자작의 말에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시온은 이만 돌아가겠다며 몸을 돌렸고.
묘은족의 공주, 위니 역시 리시키다의 손에 들린 줄 때문에 질질 끌려가기 시작했다.
당연히 호위병들과 그녀가 서로 캬악!
거리며 가기 싫다는 뜻을 보였지만, 혀를 찬 코네안 자작이 호위병들의 목에 칼을 들이대자 그제야 조용해지는 묘은족들이었다.
“아까 왔던 길로 가시면 집사가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가 안내를 대신할 테니 따라가시면 됩니다.
저는 이 물건들을 이제부터 진짜 물건으로 만들어야 하는지라.”
코네안 자작이 말하는 물건들이란, 위니의 호위병들을 뜻했다.
그러자 위니는 무척이나 불안한 눈빛으로 제 동족들을 바라보았다.
자신도 자신이지만, 저들 역시 이제부터 무척이나 끔찍한 일을 당할 것이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었다.
으읍, 으븝!
다급하게 고개를 돌린 위니가 시온을 바라본다.
말소리는 제대로 들리지 않았지만 그녀가 전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했다.
‘저들도, 저들도 데려가줘!
무슨 일을 당하든,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던 우리가 같이 있게 해줘!
부탁이야!
냐냐냥!’
그렇게 애타게 부탁하는 위니 포터블이었지만, 인간 남자는 차가운 얼굴로 자신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마치 자신이 왜 그런 짓을 해야 하느냐는 듯, 너무나도 차갑게 굳은 표정이었다.
그에 위니는 분하다는 듯 주먹을 쥐곤 바르르 떨었다.
역시나, 인간들은 그냥 전부 다 싫었다.
이렇게 썩어빠진 인간 놈들을 잠시나마 믿고 마음을 놓았던 자신이 최악의 등신, 머저리였다.
“가자.”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 하고, 그녀는 여기사의 손에 이끌려 노예시장을 벗어나게 되었다.
이제는 제 언니들과도 같았던 호위병들과도 영원히 작별인 모양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위니는 저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가득 차오른 것을 느꼈다.
‘아니야, 아니야!
울지 마, 울지 마, 이 바보야.
마음 강하게 먹어.
절대 인간 따위에게 굴복하지 않는 거야.
때를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도망가는 거야.
그리고···.’
하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싸늘한 눈빛의 여기사를 보는 순간, 위니는 저도 모르게 위축되는 느낌을 받으며 마른침을 삼키고 말았다.
한 눈에 봐도 엄청난 강자, 과연 저 인간 여자의 눈을 피해 달아나는 것이 가능할까 싶었다.
“주인님.
곧 여관에 도착합니다.”
코네안 자작의 성을 완전히 벗어나서 도시 외곽의 여관에 다다르자,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크기에 비해서 너무나도 조용한 고급 여관.
위니는 아직 모르겠지만, 여관 전체를 남자와 그 일행이 통째로 빌린 터라 당연한 결과였다.
계단을 오르는 남녀를 따라 위니 역시 강제로 걸음을 옮겼다.
마침내 방 안으로 들어서게 되자 남자는 몸을 돌려서는 위니를 말없이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 눈빛에 위니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고 말았다.
‘으으으!’
마음 굳게 먹자고 했지만, 이렇게 바로 앞에서 마주하니 주눅이 드는 그녀였다.
인간에게 붙잡힌 여인들이 어떤 끔찍한 일을 당하는지 이미 주변 이들에게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왔다.
그런 일을 곧 당한다고 생각하니, 강한 척 하지만 속은 여전히 여린 소녀인 위니가 겁을 잔뜩 집어먹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으으으읍!
다가오지 말라고 소리쳤지만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무엇보다 재갈 때문에 제대로 말도 전해지지 않았다.
당장 뒤돌아서서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정말 가만 두지 않겠다는 듯 차갑게 자신을 쳐다보는 여기사 때문에 발이 떨어지지를 않았다.
턱―.
마침내 남자의 손이 제 어깨 위에 올라가자 위니는 그만 두 눈을 감고 말았다.
이제 무슨 일이 벌어져도, 제발 버티자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버티자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는 순간이었다.
“···아?”
갑자기 입에 꽉 물려있던 재갈이 풀어졌다.
잠시 후에는 손목을 압박하고 있던 마나 수갑도 텅그렁!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흠.
이 쇠사슬은 풀어내는데 시간이 좀 걸리겠는데.”
“시간을 조금 주신다면 제가 풀어놓겠습니다, 주인님.”
“리시가 고생 좀 해줘.”
그렇게 말한 시온은, 어안이 벙벙해서는 아무런 반응도 하고 있지 못 하는 한 마리 고양이의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친구들 구하고 싶지?”
“에, 에?”
“대답해.
아까 그 친구들.
구하고 싶냐고.”
무슨 의도인지, 왜 저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위니는 그것을 생각할 여유도 없었다.
“다, 당연하지.
물론이고말고!
그, 그들은!”
“오케이, 좋아.
거기까지.”
시온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는 옆에 다리를 꼬고 앉아서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있던 릴리트를 향해 말했다.
“릴리트님.
루시아가 거의 다 왔다고 했었죠?”
“응.
조금 전에 그 여자의 마나가 느껴졌어.
곧 여관으로 올 걸?
그런데 루시아는 또 왜 기다리는 건데.
나나 리시, 그 묘은족 말고도 여자가 고픈 거야?”
“설마요.”
시온은 차가운 냉소를 흘렸다.
그 미소가 어찌나 싸늘해보이는지 위니는 또 한 번 몸을 흠칫거려야만 했다.
그가 기다리고 있는 건 루시아가 아니라, 그녀 곁에 있는 최종병기였다.
‘간나들.
주인공 전격 투하다, 이것들아!
돈만 받고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묘은족 공주를 건드린 이상 이제는 나도 모르겠다!
히히 루삥뽕!
가라, 김유현!
전술 핵 박치기!’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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