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68)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68화(68/439)
68―――――
어쩔 수 없다!
주인공 투하!
“몸은 괜찮은 겁니까?”
응?
방금 내가 헛것을 들었나?
시온은 두 눈을 껌뻑이며 김유현을 바라보았다.
어지간해서는 남 걱정을 잘 안 하는 주인공이 그렇게 질문을 던져왔으니 말이다.
‘이 새끼가 뭘 잘못 처먹었나?
갑자기 왜 이래?’
혹시 이 새끼가 정말 여자 취향이 특이한 게 아니라 남자 취향인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온 몸에 오소소, 소름이 돋는 건 덤이었다.
‘아니지?
아니잖아, 유현아.
너 무림에서는 여자들이랑 꽁냥 존나 한 거 이 형은 다 알고 있거든?
새끼, 꽁냥만 했어?
불장난도 하고 사랑도 나누고.
어?’
다행히도 다음 들려온 김유현의 말은 시온을 안심시키기에 충분했다.
“루시아가 상당히 걱정해서.
보는 제가 다 안쓰럽더군요.”
아무래도 리시키다에게서 시온의 소식을 듣곤 엄청나게 걱정했던 모양이었다.
그 김유현이 신경 쓰였다고 대놓고 말할 정도로 말이다.
시온은 아무 문제 없다는 뜻으로 슬쩍 팔을 올렸다고 다시 원위치 했다.
“그보다 자리까지 이동해서 할 말이 있다는 게 무슨 소리인지.”
“아아, 루시아에게는 비밀로 할까 했는데 그래도 그녀의 호위인 당신은 여기에서 일어난 일을 알고 있는 편이 조금 더 좋을 듯 해서.”
“···일어난 일?”
김유현이 그렇게 반문하자 시온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이걸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라는 분위기를 더욱 크게 불렸다.
덕분에 김유현은 ‘말을 할 거면 하고, 아니면 차라리 시작도 말지.’ 라는 표정으로 시온을 쳐다봐야만 했다.
‘일단 한숨 한 번.’
휴우!
하고 들으라는 듯 한숨을 내뱉은 시온.
그리고는 ‘아, 이거 진짜 너한테라도 말해야 하나, 말하지 말아야 하나 고민이다.’ 라는 뜻으로 입술을 열다가 닫고, 다시 아아 하고 소리를 내다가 또 입을 닫기를 반복했다.
“···.”
김유현이 무림에서 검선이라 불릴 정도의 강자, 그리고 이세계에 넘어와서도 실력자로 지내다가 나중에 가서는 천족들조차 두려워 할 정도의 괴물이 된다지만, 결국 그도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었다.
그리고 한국인들의 특성 중 하나는, 상대가 말을 하다가 말면 무척이나 답답해 한다는 점이었다.
“시온 공자답지 않게 말을 아끼는군요.”
라고는 말하지만 속뜻은 ‘답답해 뒈지겠네.
그냥 속 시원히 말 좀 해보라.’ 라는 걸 시온은 훤히 눈치 챌 수 있었다.
새끼, 너도 역시 한국인이구나!
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시온은 슬슬 본론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처음에는 그저 호의인 줄 알았어.
마차가 완벽하게 박살나고, 말들도 상했기에 코네안 자작가에 그것들을 요청했는데 흔쾌히 그리 하겠다고 답하더라고.
해서 감사 인사라도 할 겸 자작의 성으로 찾아갔지.”
“그런데요?”
“갑자기 자작이 선물을 주겠다며 한 여인을 부르더군.
해서 그 선물이라는 걸 저 여자가 들고 왔나 싶었는데 아니더라고.”
“···?”
김유현의 눈매가 살짝 변했다.
딱히 당신의 이야기에는 관심 없지만 일단 들어는 주겠다, 에서 ‘더 자세히 말해보소.
사람 답답해서 죽는 꼴 보고 싶지 않으면.’ 으로 말이다.
“그 여자 자체가 선물이었던 거야.”
“···예?”
“한 마디로 노예였던 거지.
자작의 성 지하에 노예시장이 설치되어 있었어.”
노예, 라는 말에 김유현의 기세가 눈에 띄게 사나워졌다.
그 자신도 무림 세계에서 노예 생활을 겪으며 몸과 정신 모두가 엄청나게 피폐해졌던 경험이 있고, 마음을 주었던 여인이 배신자들의 손에 의해 적들에게 넘어가 노예로 부려지며 끔찍한 최후를 맞이해서였었다.
“심지어 나를 노예시장으로 안내하더군.
기가 막혀서, 아무리 정계에 발을 들이밀고는 싶다지만 그렇게 태연하게 노예를 부리는 꼴은 상상도 못 했는데 말이야.”
“···시온 공자는.”
시온의 말을 들으며 잠시 침묵하던 김유현이 입을 열었다.
희미하지만 분명 분노했다는 감정이 그 안에 실려 있었다.
“시온 공자는, 이 나라의 영웅이 아닙니까?”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하지만 다른 이들은 그렇게 부르고 있지.”
“그렇게 불린다면, 그럴만한 행동을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무슨 소리지, 김유현?”
시온의 반문에 김유현의 눈동자와 목소리가 점점 더 차갑게 내려앉았다.
‘와, 씹숑키···.
지리겠네.
진짜 개무서워.’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분명 저런 모습일 것이다.
아니면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눈에서 빔!’을 쏜다던가.
“스승님께 들어서 알고 있기를, 이 나라는 노예제를 금지하고 있다 들었습니다.”
“그렇지.”
“허면 왜 그 자작의 짓들을 보고도 그냥 물러선 겁니까?
다른 이들이 당신을 영웅이라고 부르는데, 왜 불의를 보고도 물러섰느냐, 이 말입니다.”
그 말에 시온은 가만히 김유현을 쳐다보았다.
김유현은 ‘그걸 지금 몰라서 묻느냐.’ 는 뜻을 알아차린 모양이었지만 시온의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그에게서 답을 원하고 있었다.
시온은 일부러 들으라는 듯 크게 한숨을 내뱉곤 이유를, 아니 미끼를 내놓기 시작했다.
“그쪽은 그저 검만 휘두르는 검사이지.
하지만 난 달라.
귀족이라고 불리는, 겉은 번지르르 해도 속은 썩어 문드러진 놈들 사이에서 사는 그들과 똑같은 귀족이지.
내가 자작을 처벌하려고 했다가 역으로 놈이 나까지 옭아 메서 일을 키울 수도 있었다고.”
“하지만···.”
“네 말대로 나는 전쟁 영웅이야.
하지만 외부의 적을 무찔렀다고 해서 내부의 적까지 전부 해치울 수는 없는 노릇이지.
내부의 적은 외부의 적처럼 검 따위로는 베어낼 수가 없는 존재니까.
혀 한 번 놀리는 것으로 누군가의 목을 날리고, 자신의 목이 잘리는 세상이라 해야겠지.”
“···.”
“거기서 내가 멋대로 움직였다가는 일이 감당 불가능으로 퍼질 거다.
내가 변경백도 아니고, 왕실로부터 정식 작위를 받은 자작을 함부로 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야.”
아마 이 말을 코네안 자작이 들었다면 ‘당신 이미 나 함부로 대했잖소!
그도 여러 번이나!’ 라며 억울함을 성토했겠지만 시온은 그런 거짓말을 하면서 눈도 한 번 안 깜빡였다.
거짓말이라는 것에 있어서 가장 큰 죄악은, 뻔한 거짓말을 개 같은 연기력으로 해서 들키는 것이다.
최소한 시온은 그렇게 생각했다.
이왕 거짓을 말할 거면, 표정 관리 하고 들키지 않게 잘 포장해서 해야 속이는 놈도, 속아 넘어가는 놈도 이해할 수 있는 상황 아니겠는가.
“해서 비밀리에 왕성으로 사람을 보내 조사단이 파견되고, 내가 증인이 되어 천천히 진실을 파헤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루시아도 기다릴 겸 여기에서 머물고 있었지.”
“루시아는 왜···.”
“라이도님의 딸이니까.
전 궁정 마법사의, 마법으로는 히스파냐에서 첫 손가락 안에는 반드시 들어간다는 이의 딸이니까 말이야.
그로 인해 이쪽의 증언이 더욱 신빙성을 얻게 되는 거지.
넌 잘 모르겠지만, 여기서는 논리보다는 권력이 상대방을 설득시키는데 더 힘을 발휘한다고?”
사실 이건 맞는 말이긴 했다.
클라우젠의 장자와 전 궁정 마법사의 딸이 같은 이야기를 한다면 제아무리 코네안 자작이 그 어떤 논리적인 말로 설명을 해도 그의 말보다는 이쪽이 더 진실처럼 보일 테니까.
라이도라는 이름이 가지는 무게가 가벼운 것도 아니고, 클라우젠이라는 가문이 보통 귀족 가문인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 그 안에 있는 자들은···.”
“모르는 척 하지 않고 그들을 구해내려고 이렇게 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야.
나한테 실망했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난 짊어진 것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은 놈이라서.”
“···.”
“솔직히 왕성에서 이번 일을 공론화 할지 하지 않을 지도 모르겠어.
카슈가르의 반란도 아직 수습이 다 안 된 마당에 노예시장을 건드리고 거기에 관여했던 이들의 명단을 찾으려고 하면 궁지에 몰린 쥐새끼들이 물려고 덤빌 수도 있으니 말이야.”
은근슬쩍 왕실을 너무 믿어서는 안 된다, 라는 제스처까지 취해준다.
즉 정리하자면, 할 일 없고 짊어진 것도 없는 네가 나 대신 난리 좀 쳐달라.
딱 이것이었다.
김유현은 시온의 말에 침묵하고 있다가 눈동자를 번뜩 빛내곤 입을 열었다.
“노예시장이 자작의 성 지하에 있다고 했습니까?”
“그래.
나 원 참.
그것도 어이가 없었지.
아니, 어떤 미친놈이 노예시장으로 내려가는 길을 다른 곳도 아니고 성 내부의 연무장, 그것도 대련 도구를 가져다두는 창고 안에 만들었는지.
이것도 아주 속속들이 왕성에 보고해야겠어.
그보다 김유현, 너는···.”
조금 전까지 느껴지던 인기척이 갑작스레 사라졌다.
시온은 슬쩍 옆을 살폈고, 이내 옆에 있던 김유현이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크크크.
크크크크크!”
왕실이 믿지 않기는 개뿔, 그리고 이 정도 증거면 당장 자신이 자작을 압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온은 일부러 연기를 해서 노예시장을 자신으로써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왕실이 이번 일을 안다고 해도 되도록 조용히 처리할 수 있다고, 그럼으로 인해 안에 갇혀있는 노예들이 어떤 고생을 더 할지 모르겠다고 넌지시 김유현에게 미끼를 던졌다.
‘그리고 우리의 노빠꾸 주인공은 그 미끼를 콱 물어분 것이고!’
낄낄대던 시온은 헛기침을 하며 웃는 낯을 싹 지운 후에 2층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한 방 앞에 서서 노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가니 이제 막 외투를 벗고 짐 정리를 하고 있던 루시아와 그런 그녀를 돕고 있던 리시키다가 보였다.
“시온 공자님?
무슨 일로···.”
“잠시 걸을까요, 루시아?”
시온의 제안에 잠시 두 눈을 깜빡이던 루시아의 얼굴이 대번에 새빨갛게 물들었다.
지금 그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던 그녀로써는, 데이트 신청을 거절할 이유가 조금도 없었다.
“주인님?
두 분만 가시는 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최소한의 호위라고 붙는 것이···.”
물론 리시키다는 그런 건 전혀 고려하지 못 한 채 그저 위험하다고 말릴 뿐이었지만.
시온은 이 충성스러운 여기사를 설득하는 방법을 이제 잘 알고 있었다.
먹음직스러운 간식과 상을 두고 기다리라고 하면 그만이었다.
“리시, 잠깐 이리로.”
“네?”
여기사를 곁으로 부른 시온은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귀한 물건을 받았으니 그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하려는 거야.
리시는 날 믿고 여기서 얌전히 기다려주고 있으면 아주 큰 상을 줄 수 있는데.”
“사, 상이요?”
“그래.
네가 가장 원하는 걸로.”
‘상, 상, 내가 제일 원하는 상···!’ 이라고 중얼거리던 리시키다는 시온의 뜻을 알겠다는 듯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방심할 인물은 결코 아님을 시온은 알고 있었다.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주변을 둘러볼 것이라는 건 이미 뻔한 것이라고 해야 할까.
“저, 그런데 정말 괜찮겠나요, 시온 공자님?
습격이 있었는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데.”
여관을 나서면서 루시아가 슬쩍 입을 열었다.
처음 시온이 같이 걷자고 할 때는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던 모습이었지만, 곧 현재 상황을 자각하곤 걱정하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여관에서 너무 멀리 벗어나지 않으면 되겠죠.
그보다 루시아?
공적인 자리가 아니면 공자라는 호칭은 굳이 붙이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네?
하지만···.”
“나만 이름으로 부르니 뭔가 이상해서요.
그렇게 해주면 참 좋을 텐데.”
“그, 그래도···.”
“나랑 가까워지고 싶다고 한 건 루시아가 아니었나요?”
그 말이 결정타였다.
루시아는 잠시 고민하는 눈치였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이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시, 시온.”
“네, 루시아.”
“으으으!
이, 이거 이상해요.
엄청 이상하다고요!”
“적응 될 겁니다.”
이상하다고 파닥거리는 루시아와 그런 그녀를 안심시키는 시온이었다.
두 남녀는 잠시 말없이 거리를 걷다가 다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왕성에서도 참 많은 일이 있었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어째 누디아와 싸울 때보다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 정도였나요?”
“물론이죠.
귀족들이 알게 모르게 기싸움을 벌이는데 얼마나 피곤하던지.”
“아버지도 그런 귀족들 모습이 실증이 나서 왕성을 떠나셨다고 했거든요.”
정확히 말하자면 왕성에 더 있다가는 귀족들 때려죽이는 궁정 마법사가 될까봐 였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었지만.
“저, 시온.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될까요?
조금 이상한 질문일 수도, 어쩌면 큰 실례가 되는 질문일 수도 있는데.”
해보라는 뜻으로 시온이 가만히 루시아의 말을 기다리자 그녀는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제가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있나요?”
“예?”
“릴리트님은 그렇다 치고, 클라우젠에서부터 느꼈어요.
리시키다라는 여기사가 시온을 바라보는 시선이, 기사가 주인에게 보이는 것과는 다르다는 부분이요.
뭐랄까, 단순한 충성 그 이상의 감정이랄까?
그리고 왕성에는 그··· 와, 왕녀님이랑 묘한 분위기를 내시고···.”
“루시아?”
“그게, 그러니까··· 조금 걱정되어서요.
부럽기도 하고, 아주 조금은··· 미워요.”
릴리트나 리시키다라면 또 모를까, 가장 현숙해 보이는 여인이 저런 말을 하니 당황스럽기도 하면서 동시에 안도감이 드는 시온이었다.
걱정을 한다는 것, 그리고 질투를 한다는 것은 자신에게 있어 긍정적인 신호였으니까 말이다.
걸음을 멈춘 시온은 미소를 짓고는 루시아의 말에 이렇게 답했다.
“막는 사람이 있다고 모든 공격이 막아지나요?”
“네?”
“공격하는 사람 의지에 따라 다른 거 아니겠습니까.”
“어, 그, 그건 그러네요.”
어장관리 하는 거 아니냐고?
당연히 하는 중이다.
시온은 그렇게 당당히 말할 수 있었다.
어느 한 쪽도 포기하기는 너무 아쉽다.
모두가 후일 자신의 살 길을 만들어줄 최고의 카드들인데 하나 얻자고 다른 하나를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가능하다면 둘 모두, 아니 셋, 아니 전부를 다 자신의 손아귀에 쥐고 있어야 했다.
천족과의 대전쟁에서 사지 멀쩡히 살아남을 수 있다면 시온은 어떤 규모의 어장관리라도 달게 할 자신이 있었다.
‘시벌!
원래 악역이라 함은 나쁜 짓을 함에 있어서 고민 따위 하지 않는 법이로다!
시온 클라우젠으로 살기 위해서는 시온 클라우젠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망설이지 않는다.
나는 쓰레기다, 나는 쓰레기다, 나는 개쓰레기다아아아!’
시온의 속마음을 알 리가 없는 루시아는 그저 부끄러운 기색을 숨기려 다른 곳으로 말을 돌릴 뿐이었다.
“그, 그보다 유현이 안 보이네요.
바람이라도 쐬러 나갔나?”
“아, 김유현이요?
글쎄요.
루시아 말대로 진짜 산책이라도 나간게 아닐까요?”
물론 지랄이었다.
김유현이 어디로 향했는지, 무엇을 할지 시온은 뻔히 알고 있었다.
상대방을 진작 조져놓고 여유롭게 핵을 준비하는 ‘별들의 전쟁’ 의 ‘임’ 형처럼.
시온은 저 멀리 보이는 코네안 자작의 성을 바라보며 속으로 낄낄거렸다.
‘주인공 투하가 감지되었습니다.
푸하하핫!’
―
“후우.”
좋게 좋게 생각하자, 오히려 잘 된 일 아닌가.
클라우젠 변경백령이 뒤를 봐준다면!
라고 생각하며 코네안 자작은 금화가 가득 들은 상자를 비밀리에 시온 클라우젠이 머물고 있다는 여관으로 보냈다.
피 같은, 자식 같은 돈이었지만 쫄딱 망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빌어먹을.
갑자기 열불이 뻗치는군.’
원래라면 성으로 돌아가서 휴식을 취했을 테지만, 짜증이 미친 코네안 자작은 지하의 노예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침 오늘 들어온 묘은족 여자 셋이 아직도 거칠게 반항을 하고 있다는데 이 스트레스를 그들에게 풀어주면 딱 적당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자작님.”
“물건들 상태는?”
“여전합니다.
하여 재갈은 여전히 해두고 있는 상태입니다.”
천막 안으로 들어가 보니 묘은족 여인 셋이 사지가 단단히 포박 당해 있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새하얀 나신으로, 가슴은 물론이고 여인의 은밀한 곳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난 채로 말이다.
크으으윽!
캬아악!
여전히 사납게 울어대고는 있었지만 그들도 자신들의 미래를 직감하긴 한 모양이었다.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동자가 그것을 확실하게 대변해주고 있었다.
“원래라면 물건들 교육은 내가 잘 안하는데 말이다.”
남자의 손길이 여인의 허벅지 안쪽을 따라 점점 위로 향한다.
여인은 절대 안 된다며 몸을 비틀었지만 코네안 자작은 그런 여인을 비웃듯 아주 느리게, 그러나 아주 확실하게 은밀한 곳을 향해 나아갔다.
마침내 손끝이 여인의 가랑이 사이를 훑고 지나가자 묘은족 여인은 움찔 몸을 떨며 분노와 수치가 가득 담긴 눈동자로 자작을 노려보았다.
“언제까지 가나 보자.
너희들의 그 잘난 자존심이 말이다.
채찍.”
뒤로 손을 내밀며 그렇게 외치는 코네안 자작.
“채찍!”
원래라면 바로 채찍을 가져와서는 자신의 손에 턱, 하고 올려두어야 정상이다.
헌데 어찌 된 일인지 아무도 자신에게 채찍을 내놓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시온 클라우젠과 관련된 일로 짜증이 나있는 상태인데 일꾼들까지 넋을 놓고 있으니 분노가 치민 자작이 거친 욕설을 내뱉으려는 순간이었다.
턱―.
갑자기 자신의 손 위에 묵직한 뭔가가 올라갔다.
코네안 자작은 반사적으로 그것을 붙잡았다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건 채찍이 아니라, 검이 들어가 있는 검집이었던 것이다.
“도대체 무슨···.”
스르릉―.
청아한 소리와 함께, 검집에서 검이 뽑혀져 나왔다.
그리고 자작의 뒤로 나타난 청년은 차디 찬 눈길로 주변을 스윽, 훑더니.
“···크큭.”
이내 냉소를 머금고는 코네안 자작에게로 다가갔다.
“어어, 어어어···?”
코네안 자작령의 노예시장에, 타노스가 강림하는 순간이었다.
―――――――작품 후기―――――――
일단 일러스트 관련해서!
이미 일러레 두분께 작업을 맡긴 상황입니다!
기다리시다보면 새 일러가 올라가 있을 거예요!
딱지는 그냥 독자님덜 드시라고 있는 거야!
끼야야약!
그리고 연참!
은 돌아오는 주말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전까지 추천 많이 넣어주시면 4연참 이상이 될 수도 있어요!
딱지 이벤트 당첨자는 화요일 연재 때 공개토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