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73)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73화(73/439)
73―――――
아아, 이것은 ‘ 희생 ’ 이라는 것이다
‘나쁜 놈들 특성 하나.
당하면 무조건 갚아주고 싶어 하지.’
그리고 그 특성에서 또 다시 두 부류로 갈리기 마련이다.
머리가 좀 돌아간다는 놈은 그냥 얌전히 지내면서 다른 길을 강구하고.
머리가 좀 모자란 놈은 그걸 역으로 갚아주겠다고 되도 않는 수를 써먹는다.
뻔히 보이는 수를, 좋다고 낄낄대며.
비장의 한 수라고 자신하면서 말이다.
‘돈을 달라고 해서 그걸 내가 내 개인적인 용도로 써먹을 거라고 생각한 자작아.
네가 진정한 레게노다.
머저리 새끼.’
클라우젠으로 돌아가고 나서 이후 일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돈이 반드시 필요했다.
때문에 잠시 그 부분에 집착하기는 했지만 뻔히 쥐약인 것이 보이는데 그걸 날름 삼킬 정도로 자신이 미련하지도, 멍청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시온은 역으로 함정을 파두었다.
마치 자신이 돈에 미친놈인 것처럼, 이 돈은 다른 곳에 쓸 생각 하나 없이 오롯이 자신이 먹을 것이라고 판단하게 말이다.
“제가 저 자에게서 받은 돈 모두를 이 이종족 소녀를 통해 풀려난 이종족들의 고향으로 가는 여비, 거기에 더해서 포상금으로 전부 지불할 생각입니다.
그들이라고 해서 아예 우리 세상과 척을 지고 사는 것도 아니고, 가끔씩 무역도 하고 서신 왕래도 하니 말이죠.”
어려울 것 하나 없는 연극이었다.
모든 금화를 받은 이후 그걸 묘은족의 공주이자 번개의 선택을 받은 소녀.
위니 포터블에게 전부 내어주며 허리를 숙이고, 사죄의 뜻을 밝혔다.
비록 자신이 사과한다고 해서 그 남자의 죄가, 그가 지은 악행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너와 동족들, 그리고 수많은 이종족들이 겪었던 고통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은 ‘인간’ 이기에, 이성을 갖춘 존재이기에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말하면서.
“맞아.
이 인간 남자가 그걸 전부 돌려줬어.
그리고 다치거나 몸 상태가 안 좋은 이들도 전부 돌봐주었고!
그러니까 내 은인이다!
우리 묘은족의 은인이야!
건드리면 가만 안 두겠어!”
아무래도 슈마허가 시온을 해하려 한다고 생각했는지 위니는 당장이라도 그에게 달려들 듯 몸을 웅크리고는 캬아악!
소리를 내고 있었다.
“···정말인가, 묘은족의 소녀여?”
“내 말을 의심하는 거야?
인간 주제에?
입만 열면 거짓이고, 행동만 하면 위선인 너희들이?
감히 나를 의심하는 거냐고!
캬아앙!”
“의심하는 건 아니다.
다만 확실히 하고자 함이다.
이건 중요한 사항임을 그대도 알 텐데?”
슈마허의 냉정한 목소리에 위니는 경계를 살짝 거두고는 뒤에 서있던 시온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꼬리를 잠깐 살랑거리다가 흥!
하고 코웃음을 치더니 입을 열었다.
“약하고, 느리고, 별 볼 일 없는 인간이지만 그가 했던 말과 행동에 거짓은 없어.
나뿐만이 아니라 이곳 성 안에 머물고 있는 동족들도 전부 증명해줄 거야.”
그렇게까지 말하니 슈마허는 고개를 끄덕이곤 시온을 바라보았다.
“무례를 용서하시길, 공자님.
제가 잘 알지도 못 하고 공자님을 의심만 했습니다.”“당연한 일입니다.
오히려 그런 오해를 받을 각오를 하고 벌인 일이니 부단장님은 신경 쓰실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시온이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젓자 주변에 서있던 왕실 기사들이 이럴 줄 알았다는 듯 하나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누디아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전쟁영웅에, 병사 하나를 구하기 위해 불지옥으로 뛰어들었던 귀족가의 자제이며, 자신의 무용담과 승리를 뽐내도 누구도 뭐라 하지 않을 장소에서 오히려 진짜 영웅들이 누구인지 상기시켜주고 자신은 겸손함을 유지했다.
그 뿐이랴?
알고 보니 마나 자체를 운용하지 못 하는 치명적인 성질을 안고 있었으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왔고 싸워왔으며 누디아의 체스 킹이라 불리던 아이브를 꺾기까지 하는 등, 정말 엄청난 일들을 고작 스무 살에 전부 해내던 시온 클라우젠이었다.
‘거기에 류트 연주 하며, 사내 대장부의 포부를 감동적인 노래로 풀어낼 줄 아시는 예술적인 부분까지 뛰어나신 분이다!’
기사라 하여 매일 무를 강조하다보니 역으로 기사들은 예술에 대해서 환상을 품고 있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 부분을 완벽하게 저격한 시온이었다.
전쟁영웅인데 악기 연주에 노래까지 뛰어나다니.
어디 소설에나 나올 법한 진짜 영웅 같은 모습이지 않은가!
“그보다, 코네안 자작.
결국 당신은 시작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시온 클라우젠 공자님께 놀아난 어리석은 귀족이었군요.”
“아, 아니.
그게 도대체···.”
코네안 자작도 시온의 이야기를 들으며 당황스러움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 했다.
그렇게나 돈을 원하기에 약점으로 쥘 수 있다고 판단하고 미련 없이 내주었더니, 알고 보니 이종족들에게 사죄와 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 그것들을 전부 내어줄 줄이야!
“네놈!
인간들의 규율만 아니었다면 내가 찢어 죽였어!
캬아악!”
며칠 전까지만 해도 코네안 자작을 제 손을 죽여 버리겠다며 난리를 치던 위니였다.
하지만 시온이 나서서 인간들 세상에서는 인간들의 법을 따라야 함이 옳은 것이라며 그녀를 설득했고, 위니는 툴툴거리면서도 결국 시온의 의견에 따르고 말았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저 자신과 동족을 구해준.
그리고 다른 이들도 전부 구해준 저 인간 남자를 조금 더 옆에서 살펴보고 싶어서.
도대체 어떤 인간이기에 자신들을 구하려 이런 어마어마한 일을 벌였는지 궁금해서였다.
“이 이상 코네안 자작, 당신과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왕국의 수치일 것 같군요.”
“자, 잠깐.
아직···.”
“이제부터 말을 할 때 조심하는 편이 좋을 겁니다.
당신과 몇몇 가신들의 처벌만으로 끝날 일이 그대의 가족 전부에게 화가 끼치는 대재앙이 될 수도 있음이니까.”
왕국의 법을 어겼으니 자작은 그 작위를 빼앗기고 그를 포함한 가솔 모두가 평민 신분이 되겠지만, 최소한 코네안 자작의 가족들은 중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왕실에 대한 반역죄가 아니라면 죄를 지은 자에게만 직접적인 처벌이 내려지는 곳이 바로 이 곳 히스파냐였으니까 말이다.
“이 이상 코네안 자작과 나눌 이야기는 없겠군요.
이만 가시죠, 시온 공자님.
더 있다가는 저 남자에게서 나는 역한 냄새가 공자님의 옷에 밸까 제가 다 두렵습니다.”
코네안 자작은 뭐라고 말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이 이상 자꾸 허튼 짓을 한다면 그 때는 정말 모든 수를 동원하여 그 입을 놀린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주겠다는 듯 시온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 순간, 그는 두 눈을 감으며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하고 말았다.
최소한, 최소한 자신의 아내와 자식들은 몸 성히 살아가야만 했으니까.
―
슈마허 부단장은 이제 완벽하게 설득 완료 되었다.
코네안 자작이 무슨 소리를 한다고 해도 기사도에서 제창하는 정의와 약자에 대한 측은지심으로 무장한 그는 전부 거짓이라고 확신한 채 왕궁에 보고를 올릴 것이다.
애초에 조용히 살아갈 수 있는 가족들의 목숨을 인질로 붙잡고 있으니 코네안 자작도 이 이상 허튼 짓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꼭 남의 몸과 마음에 상처를 주는 놈들이 정작 제 몸과 마음, 그리고 가족들의 안위는 또 끔찍이도 여기는 정신병자들이었으니까 말이다.
“주, 주인님.”
“시온 공자님.”
이종족 노예들을 살펴보러 가겠다는 슈마허를 보내고, 코네안 자작가의 성에서 가장 좋은 방으로 들어선 시온을 바라보며, 리시키다와 루시아의 두 눈이 반짝였다.
도대체 언제 그런 일을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겼냐고 묻는 듯 한 모습에 시온은 뒷목을 긁적이며 부끄럽다는 듯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그게 두 사람에게 설명을 할까 말까 고민했는데, 아무래도 조금 부끄러워서.
아하하···.”
부끄럽기는 개뿔.
혹 코네안 자작이 일찌감치 항복하고 아무런 짓도 안 했다면 그 돈은 홀라당 시온이 먹어치웠을 것이다.
물론 그 남자가 절대 가만히 있을 위인이 아니라는 것을 진작 예상하고 움직였기에 오늘과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이고 말이다.
“루시아.
아직 이종족 다수가 여전히 극심한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자해를 조금 보이고 있다면서요.”
“네.
그 나쁜 남자가 어찌나 그 여인들을 철저하게 괴롭혔는지, 반은 바로 이성을 찾았지만 아직 나머지 반은 혼란스러워하고, 두려워하고 있어요.
가여운 분들···.”
여기가 루시아의 심성이 또 한 번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대륙 위의 인간들 대부분은 이종족을 ‘이종족’ 이라고 여길 뿐, 자신들과 동일시 여기지 않고 밑으로 내려다보는 경향이 강하다.
하다못해 방금 전 슈마허 부단장을 보면 알 수 있다.
왕실 기사단의 부단장이라는 명예로운 직책에 있는 자, 약자에 대한 동정과 측은지심을 가지고 있는 그마저도 위니를 보았을 때 탐탁지 않게 여기는 빛이 가득하지 않았는가.
‘왕국에게 이종족은 세금이나 군사력 부분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혼란만 야기하면서 영토 내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되도록 가까이 두고 싶어 하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지.’
게다가 하나 같이 성질 드세고, 정정하겠다.
성질 존나게 더러운 놈들을 어느 누가 곱게 보려고 하겠는가.
멀리 하지 않으면 다행인 것을 말이다.
“힘들겠지만 가서 그들을 조금 더 살펴줄 수 있을까요, 루시아?
이왕 그들을 안전히 그들의 집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일, 조금이라도 더 멀쩡히 보내주고 싶은데요.”“당연하죠!
시온 공자님의 그 마음을 제가 어떻게 거부할 까요!
오히려 제가 더 그들을 돕고 싶다고 공자님께 요청할까 고민 중이었어요!”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라고 중얼거린 시온은 옆에 서있던 리시키다에게 루시아의 호위를 부탁했다.
이종족을 살피는 일이 곧 자신을 위한 일이니 루시아의 신변 보호가 즉 자신을 보호하는 것과 똑같다는 말로 그녀를 설득할 수 있었다.
“그러면 다녀올게요!”
“다녀오겠습니다, 주인님.”
그렇게 두 여인도 이종족 노예들이 치료를 받고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혼자가 된 시온은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왔어?”
“네, 릴리트님.”
“오늘 하루도 고생했네.”
대체 언제부터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인지.
의자에 앉아있던 릴리트가 우아하게 다리를 꼬며 말을 이었다.
“참··· 너를 보고 있자면 누가 마족인지 헛갈릴 지경이야.”
“왜요?”
“너희 인간들이 우리 마족을 싫어하는 이유가 그거잖아?
사악해서, 남들을 속이는데에 익숙해서, 오직 자신만의 이득을 위해서 살아가는 존재라서 말이야.”
“그렇게들 말하곤 하죠.”
물론 마족들이 정말 그런 종족이 아님은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시온이었다.
가장 악한 이들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시온은 자신있게 두 종족을 말할 수 있었다.
인간, 그리고 천족.
“그런데 너를 보고 있자니 마족들 자존심이 땅에 떨어질 것 같아.
도대체 너 뭐야?
정말 귀족 가문의 자제가 맞긴 한 거니?
그런 생각과 말은 어디서 배운 건데.”
사실 릴리트의 저 의심은 나름 합당한 것이었다.
여태 변경백령에 처박혀 있다가 이제 겨우 스무 살이 된 놈이다.
그런데 말하는 내용이나 하는 짓은 몇 십 년은 더 산 능구렁이보다 더 하다.
마족인 그녀조차 감탄할 정도이니 충분히 이상하다고 여길 만한 상황.
“제가 마나가 없다는 건 릴리트님도 아시죠?”
“당연하지.”
“마나를 다루는 것이 이 세상에서는 거의 기본 중의 기본이고요.”
“그렇지?”
“그렇다면 그 기본 중의 기본조차 불가능한 놈이 살아남기 위해 어릴 적부터 무슨 준비를, 어떻게 했을지 상상해보세요.”
“어···.”
“살아남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하고 무슨 생각이든 다 하는 법이죠.
전 그냥 그렇게 치열하게 어릴 적 시절을 살아왔던 것뿐입니다.”
사실 시온 클라우젠이 어릴 적 어떻게 살았는지는 자신도 모른다.
릴리트도 모르고, 루시아도 모르고, 리시키다도 모르고, 김유현도 모른다.
심지어 시온 클라우젠의 아버지인 리히텐 변경백도 모르며 세바스찬 역시 시온이 청소년이 되고 나서야 조금이나마 그를 살펴보기 시작했던 것이 다였다.
그가 어릴 적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결심을 하며 어떻게 행동해왔는지, 그건 오직 이 모든 것을 설정하고 창조해낸 작가만이 알 것이다.
“전 그냥 살기 위해서 발버둥 치는 인간일 뿐입니다.
릴리트님은 그걸 도와주고 계시는 너무나도 중요하고 소중하신 분이고요.”
“···아, 아아?
이, 이 새끼 진짜!
내, 내가 그렇게 갑자기 치고 들어오지 말라고 했잖아!”
“두근두근하셨어요?”
“다, 닥쳐!
아 씨!
심장은 왜 또 나대고 지랄이야!
짜증나게!”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다.
그게 릴리트의 속마음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예속의 계약으로 인해 약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는데, 갑작스레 저렇게 심장을 강하게 후려치는 공격을 한다면 그녀로써는 버티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진짜!
나 왜 이래!
믿고 기댈 수 있는 누님으로 나아가기로 했는데 이러면 자꾸 내가 매달리는 것 같아서 부끄럽다고!
이 미친년아, 정신 좀 차리고 심장 좀 꽉 잡으라고!’
제 손으로 머리를 쾅쾅 후려치는 릴리트였다.
쾅쾅!
쾅쾅쾅!
···그런데 지금 들리는 이 쾅쾅 소리는, 릴리트가 자신의 머리로 내는 소리가 아니었다.
“···응?”
문 밖에서 나는 소음.
누군가가 거칠게 방문을 두들기고 있었다.
‘누구지?
루시아와 리시키다는 이종족 노예들을 살피러 갔고, 김유현이 좀 막가파 기질이 있기는 해도 노크까지 이 정도는 아니었고.
릴리트님은 여기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문을 연 시온은 잠시 멍하니 앞을 바라봐야만 했다.
누가 찾아와서가 아니라, 아무도 보이지 않아서였다.
‘···뭐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문을 닫으려는 찰나.
“어디를 보는 거야, 인간 남자.”
밑에서 잔뜩 토라진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시온이 고개를 내려보니, 마치 고양이처럼 자리에 쪼그려 앉아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고양이, 아니 소녀 하나가 시선에 들어왔다.
“어···.”
“들어가도 되지, 인간 남자?”
허락을 구하면서 이미 사뿐사뿐 방 안으로 들어서는 묘은족 소녀, 위니.
그러다가 의자에 앉아있던 릴리트를 발견한 순간.
“···웨우으으응!”
바로 꼬리를 빳빳이 세우며 잔뜩 경계하는 울음소리를 토해내는 그녀였다.
―――――――작품 후기―――――――
추천···.
안찍고 가시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