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74)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74화(74/439)
74―――――
아아, 이것은 ‘ 희생 ’ 이라는 것이다
‘아, 그러고 보니 수인들은 냄새만으로도 종족 구별이 가능하다고 했지.
하지만 릴리트님도 최고위 마족이다 보니 자연스레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 것에는 도가 튼 분인데?’
릴리트의 정체를 알고 있는 이들은 전부 그녀에게 사실을 들은 이들 뿐이다.
인간들이 마나를 다루는 것에 익숙하다고 해도 릴리트는 서큐버스 퀸, 최고위 마족으로 그들보다 몇 수는 더 위인 존재.
때문에 어지간한 강자가 아닌 이상 릴리트를 보자마자 바로 정체를 파악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위니는 며칠 전 처음 릴리트를 봤을 때부터 단박에 그녀의 정체를 눈치 챘다.
수인들의 후각 덕분인지, 아니면 묘은족 특유의 날카로운 감각 때문인지, 그도 아니라면 번개의 선택을 받음으로 인해 얻은 능력인지.
어찌 되었든 고양이 소녀는 대부분의 이종족들도 알아차리지 못 한 릴리트의 정체를 초장부터 알아차리곤 엄청나게 경계하고 있는 중이었다.
“웨우우웅···!”
마치 아이가 우는 듯 하면서 또 듣고 있으면 사람 가슴을 섬뜩하게 만드는 울음소리였다.
고양이를 여러 차례 본 적이 있던 시온도 도통 적응이 안 되는데, 심지어 그걸 인간과 거의 흡사한 묘은족 소녀가 두 팔로 땅을 디딘 채 울어대고 있으니 도통 적응이 안 되는 중이었다.
“진짜 지랄을 하고 자빠졌구나.
길고양이 주제에.”
물론 릴리트에게는 그저 잘난 것 하나 없는 묘은족 소녀 하나가 앙칼지게 울어대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로도 느껴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캬악!
도대체 왜 네가 자꾸 저 인간 남자 옆에 붙어있는 거야!”
“내가 시온 옆에 붙어있든 말든 네가 무슨 상관인지 말해줄래?”
“저 인간은 내 은인이다!
은인이 위험한 존재 바로 옆에 있는데 은혜를 갚아야 하는 이로써 어떻게 가만히 보고만 있겠어!”
위험한 존재?
내가?
릴리트는 그렇게 반문하며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내뱉었다.
확실히 서큐버스 퀸이 위협적인 존재는 맞다.
그건 부정하지 않는다.
문제는 저 남자가 자신과 예속의 계약을 맺은, 절대 해할 수 없는 남자란 것이지.
물론 그 사실까지 알려줄 생각이 없었던 릴리트는 그저 입을 다물고 있었고, 그 때문에 위니는 저 속이 시커먼 몽마가 또 이상한 꿍꿍이를 가지고 있다고 지레짐작을 하고 말았다.
‘결국 또 내가 나서야 한다는 거구나.
아이고, 희생만 하는 남자의 삶이라니.
이런 건 정말 원치 않았는데.’
속으로 개지랄을 떨며, 시온은 흠흠!
헛기침을 하여 두 여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다들 그쯤 해두죠.
릴리트님도 그렇고, 위니도.”
제 이름이 시온의 입에서 불리자 움찔 몸을 떤 고양이 소녀의 귀가 쫑긋거린다.
마치 제 이름이 은인의 입에서 불리자 상당히 기분이 좋다는 듯 시온의 두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뭔가 더 할 말이 없냐는 반응까지 보인다.
릴리트는 그 모습에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짓다가 제 얼굴을 부여잡고는 중얼거렸다.
“하아.
내가 어쩌다가 인간 둘도 모자라서 길고양이까지 경쟁상대로 삼게 되었냐고···.”
정말이지, 서큐버스 퀸이라는 호칭이 울고 갈 일이었다.
원래 누군가를 마음에 품는다는 것이, 먼저 좋아하는 쪽이 이길 수가 없는 싸움이라지만, 이렇게 어이가 없을 정도로 경쟁자들이 몰려들 줄은 정말 몰랐다.
‘이거 정말 무슨 수를 세워야겠어.
어떻게 된 게 어디 갈 때마다 여자 하나씩 물어오는 것이 나중에 정신 차리면 경쟁자만 수백에 달할 느낌이라고!’
서큐버스 생 처음으로 그런 고민까지 하게 된 릴리트였다.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방 바깥으로 나서려고 하자 시온이 급히 그녀를 붙잡았다.
“가시게요?”
“내가 가기는 어디를 가!
당연히 네 곁에 있을 건데!”
“아니, 방에 와계시기에 혹시 저랑 또 진하게···.”
그 다음 말은 안 들어도 뻔한 것이었다.
후다닥 하고 시온에게 달려든 릴리트는 혹 누군가가 그 말을 들었을까 주변을 두리번거리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덕분에 기가 막힌 건 오히려 시온.
“아니, 왜 릴리트님이 부끄러워하시는 겁니까?”
“너, 너 진짜!
너무 한 거 아니냐!
아무리 내가 몽마라지만 그래도 여자인데 그런 말을 막 하는 남자가 어디 있어!
누가 들을 지도 모르는데!”
···이상하네.
분명 소설에서는 릴리트가 딱 이런 모습이었는데.
그리고 그런 언행 때문에 김유현이 더더욱 그녀를 멀리 한 것이었고 말이다.
그래서 그녀의 코드에 맞춰서 행동하면 릴리트가 조금 더 좋아할 줄 알았던 시온이었다.
‘소설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인데.
도대체 어느 모습이 진짜 릴리트 님인 거지?’
이렇게 된 이상 확인해보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소설 속 릴리트처럼 또 한 번 찔러보는 것.
“흐익?”
릴리트가 화들짝 놀라며 다급하게 돌아서서는 시온을 바라본다.
그의 손이 자신의 엉덩이를 덥석 쥐고는 마구 주무르고 있었다.
“야, 야!
너, 너 진짜 왜 그래?”
“이런 걸 원하시는 거 아니었나요?”
“아, 아냐!
그만, 그만!
저, 저기 고양이가 이상하게 보잖아!”
“전 남의 시선 신경 안 씁니다.
그냥 누님이 좋다고 하시면 다인데요.”
슬쩍 여인을 벽으로 밀치고는 엉덩이를 만지던 손을 움직여 슬쩍 가랑이 사이를 쓸고 지나간다.
당장이라도 여인의 몸을 취하고 싶다는 남자의 노골적인 몸짓에 서큐버스 퀸의 얼굴이 터질 듯 붉게 물들어간다.
도대체 눈앞의 남자가 왜 이러는가 싶다가도 여태 하고 있던 걱정이 그저 기우였다는 생각이 들자 가슴에 맺혀있던 응어리가 사르르 녹아내린다.
아, 이 남자에게 첫 번째는 무조건 나구나.
내가 이 남자에게 만족스럽지 못한 밤을 선사해서 그가 나를 멀리 하는 것이 아니구나.
나는 여전히 그에게 있어 매력적인 여자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몸 속에서 화륵!
하고 불꽃이 튀는 릴리트였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안아달라고 매달리고 싶은데···.’
그래도 여왕의 자존심이 있다.
저 앞에서 묘은족 소녀가 두 눈을 부릅뜬 채 믿을 수 없다는 걸 보고 있다는 표정을 짓고 있으니 승리감이 들면서도 부끄럽다는 생각도 동시에 밀려들었다.
최소한 이 남자와 사랑을 속삭이고 몸을 섞는 건 둘만이서 즐기고 싶었다.
“자, 잠깐!”
결국 간신히 본성을 이성으로 밀어낸 릴리트는 시온을 제지했다.
그러자 시온은 무슨 문제라도 있냐는 듯 그녀를 쳐다보았다.
“저, 적당히 해!
애가 보고 있는데 이러고 싶어?”
“애요?
아.”
그제야 시온은 실수했네요, 라고 중얼거리며 손을 떼었다.
그 순간 잠깐이나마 아, 하고 아쉬움에 가득 찬 탄식으 흘러나오는 걸 시온은 놓치지 않았다.
‘진짜 하는 줄 알았네.
감사합니다, 누님.
정말 다행이네, 시펄.’
혹 정말 릴리트가 하자고 들덤비면 어떻게 하나 고민 중인 시온이었다.
자신도 누가 보는 앞에서 AV를 찍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으니까.
사실 그가 이렇게 갑작스레 릴리트에게 들이댄 이유는 몇 가지가 있었는데, 일단 가장 큰 이유는 역시나 요즘 들어서 눈에 띄게 침체된 분위기인 릴리트의 기를 살려주기 위함이었다.
‘누님은 서큐버스 퀸이지.
은연중에 다른 여자들과 경쟁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고 항상 그들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여자.’
때문에 질투를 한다는 것 자체를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그런 감정이 들 때마다 오히려 자신의 부족함으로 인해 그런 것이 아니겠냐며 스스로를 질책할 것이 뻔히 보인다.
그러니 가장 간단한 방법, 질투심이 들지 않도록 항상 그녀를 신경 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내 곁에 나 좋다고 하는 여자는 많지만 항상 첫 번째는 너라고 말로, 몸으로, 그리고 감정으로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현대인 관점에서 보자면 쓰레기 짓으로 보이겠지만, 여기는 소설 속이잖아?’
자신에게 도덕적 잣대를 들이댈 놈도 없고, 설사 있다고 해도 시온은 이렇게 당당히 외칠 생각이었다.
‘아니, 저 여자들이 좋다고 달려드는데 내가 죄인입니까?
그리고 나 하나 좀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건데 그게 그렇게도 눈꼴 시린 거냐고, 염병할 놈들아!’
릴리트도, 루시아도, 리시키다도 전부 포기할 수 없는 카드들이다.
당장 1년 후에 어떤 지옥도가 펼쳐질지 뻔히 알고 있는 시온으로써는 남의 눈치 살피느라 조심할 바에 차라리 니네 좆대로 지껄여라, 하고 사정없이 긁어모아야 할 판국이었다.
한편, 릴리트는 시온의 손길을 뿌리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리는 듯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나, 나중에.
오늘은 좀 그렇고, 주변이 조용해지면 그 때 해줘.
그, 그래도 되는 거지?”
“당연하죠.
저야 누님이 원하시는 때에 항상 준비 중입니다.”
아니면 지금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데, 라며 슬쩍 옆구리를 쿡 찌르자 화들짝 놀란 릴리트가 ‘나중에!
나중에 라고 말했잖아!
으으으!’ 라고 외치고는 혹 미련이 생길까 재빠르게 방에서 도망치듯 나가버렸다.
‘자, 하나는 정리했고.’
그렇게 생각한 시온은 뒤를 돌아보았다.
혹 릴리트가 눈깔이 돌아가서는 자신에게 달려들면 그 장면을 고스란히 보게 될 위니는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우으으···.”
그래도 릴리트와 시온 사이에 흐르던 묘한 기류가 충격적이었는지 위니는 잔뜩 몸을 웅크린 채 경계하는 눈빛이 가득 담긴 시선으로 시온을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저 녀석은 어떻게 달래야 말을 좀 들어먹을까, 하고 시온이 일단 입을 열려는 찰나.
“안 돼!
그 여자는 몽마야.
빠지면 안 된다고, 인간 남자!
내 은인!”
“으어어억?”
갑자기 세상이 빙글빙글 돌며 몸이 바람개비처럼 뱅뱅뱅 돌기 시작했다.
갑작스레 달려든 위니가 시온의 멱살을 잡곤 정신 차리는 듯 흔들어서였는데, 시온 입장에서는 흔드는 수준이 아니라 그냥 쥐불놀이를 당하고 있는 수준이었다.
‘개에에에엑!’
눈깔은 물론이고 달팽이관과 뇌까지 청룡열차를 타는 느낌이었다.
그저 멱살 짤짤이 좀 당하는 것이었는데 세상이 하얗게 변하는 것을 느끼며 시온은 멀미하다가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 남자!
정신 차려!
넘어가면 안 된다고!”
“아, 알겠으니까 그만 좀 해라아아악!
나 죽는다아아아!”
젖 먹던 힘을 짜내서 그렇게 외치는 시온이었다.
다행히도 위니는 제 실수를 알아차렸는지 ‘으앗!’ 하고 시온을 내팽겨 치고는 마치 그가 무슨 큰 잘못이라도 저질렀다는 듯 제가 겁을 먹은 표정으로 구석에 숨어들었다.
“끄으으으···.”
7년 전 설날 때 먹었던 떡국까지 올라오는 줄 알았다.
휘청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선 시온은 구석에 숨어서 제 눈치를 살피고 있는 위니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자신이 과했다는 것, 잘못 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는지 혹 혼이라도 날까 구석에 박혀있는 것이 영락없는 새끼 고양이였다.
“···위니 포터블.”
제 이름이 불리자 또 다시 쫑긋거리는 고양이 귀.
고양이들이 후각보다 소리에 더 의존하여 집사를 구별한다는 정보를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는 시온은 처음 그녀의 이름을 불렀을 때와 같은 어조, 같은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위니.”
흠칫!
하고 고개를 들며 반응하는 고양이 소녀, 위니.
그녀는 시온의 눈치를 보면서 여기서 나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중인 모습이 역력했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시온은 이만하면 되었다는 듯 미련 없이 테이블로 향해서는 그 앞에 앉았다.
“···.”
덕분에 위니에게는 시온의 모습이 더는 보이지 않게 되는 형국.
그러자 위니는 호기심을 참지 못 하고 슬쩍 고개를 내밀었다.
어서 나오라는 듯 말하던 인간 남자가 갑작스레 자신에게 관심을 꺼버리고 더는 시야에도 들어오지 않으니 궁금증이 일렁인 모양이었다.
그녀는 조심스레 숨어있던 곳에서 나와서는 살금살금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는 시온의 곁으로 다가가 그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살피려는 찰나.
휙!
갑자기 몸을 일으킨 그가 뭔가를 숨기듯 안에 감추고는 이번에는 침대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완벽하게 위니를 등진 채 뭔가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우으으!”
이건 자신을 무시하는 처사, 그것도 아주 완벽하게 무시하는 처사였다!
위니는 송곳니를 드러내며 불쾌하다는 감정을 숨기지 않았지만 시온이 무슨 소리를 낼 때마다 쫑긋거리는 귀와, 살랑거리는 꼬리는 그녀의 본심이 그게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결국 더는 참지 못한 위니가 훌쩍 뛰어올라서는 시온의 옆에 사뿐하게 내려앉았다.
그리고는 어서 보여 달라는 듯, 뭘 하나냐는 듯 그를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물론 시온은 또 약을 올리듯 몸을 돌린 채 뭔가를 계속 해나갔고, 위니는 그에 질세라 위치를 이동해서 다시금 시온과 두 눈을 마주하려고 애를 썼다.
그 때, 작업을 마친 시온이 갑자기 팔을 날리며 뭔가를 휘릭!
하고 날렸다.
동시에 위니의 두 눈동자가 동그랗게 뜨이더니.
“핫!”
거기에 질세라 폴짝!
하고 점프를 뛰며 그것을 낚아채려고 애를 쓰기 시작했다.
그 짧은 사이에 시온이 만들어낸 것은, 막대에 실을 매단 후 방에 놓여있던 장식용 깃털을 뽑아서 묶은 ‘고양이 낚시대’ 였다!
“햣!
히얏!
캬앙!
냐앙!”
다 큰 척 해도 여전히 위니는 아직 아성체라는 걸 시온이 모를 리가 없다.
그리고 묘은족에게 있어서 눈앞에서 살랑살랑 움직이는 것보다 더 흥미를 동하게 하는 멋진 장난감은 없다는 것도 말이다.
‘묘은족의 특성.
은인에게는 반드시 그 은혜를 갚는다.
그리고 현재 위니는 내가 릴리트 누님께 매혹 당해서 이성을 잃고 행동하고 있다고 오해를 하고 있다?
이거 각이 날카롭지?’
다 큰 묘은족이라면 모르겠지만, 위니는 아직 아기 고양이 수준에 가까운 수인이다.
그녀를 살살 꼬드겨서 옆에 둔다면 시온으로써는 생각지도 못 했던 수확이 생기는 것이었다.
단순히 위니 뿐만이 아니라 묘은족들과, 거기에서 더 나아가 잘하면 수인 전체와 이어질 수 있는 통로 말이다.
‘이렇게 냥줍을 할 생각은 없었지만.
위니 포터블 정도면 대환영이지.
떼껄룩 만세다!’
오늘도 쓰레기력이 한 층 더 상승하는 시온이었다.
―――――――작품 후기―――――――
(덥석) 자네, 추천 안 찍고 어디를 그리 급히 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