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81)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81화(81/439)
81―――――
집으로
분위기 뭐지?
뭔가 장난 아니게 묘한데?
시온은 그렇게 생각하며 아까부터 자신을 묘한 눈길로 쳐다보고 있는 리시키다와 루시아를 쳐다보았다.
뭔가 말하고 싶은 것이 있는 눈치인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쳐다보는 것 같기도 한 것이 상당히 사람 신경 쓰이게 만드는 중이었다.
‘도대체 왜 저러는 건데?’
이유를 묻고 싶었지만 뭔가 그러지 말아야 할 것 같다는 본능이 시온을 막아 세웠다.
해서 시온은 그냥 나중에 묻기로 하고 불어오는 산들바람을 느끼고 있었다.
변경백령으로 갈수록 귀족들의 영지도, 그리고 대도시들은 점점 줄어들고 나오는 것은 조그마한 중소도시와 클라우젠 변경백령의 자제가 왔다고 하면 기절초풍을 하며 달려들 시골 귀족들이 전부인 곳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도시나 성으로 들어가는 것은 피곤함을 자처하는 일이었기에 시온은 일부러 조금 힘들더라도 그냥 야영을 하는 편이 낫겠다는 의견을 내보였다.
‘공자님.
그래도 저번처럼 습격이 있을 수도 있는데 너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라는 합당한 반박 의견도 나오긴 했었다.
기사들은 저번처럼 자신들의 작은 주인이 위험에 처하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는 듯 차라리 도시나 귀족 영지의 성에 들어가서 쉬는 건 어떻겠냐고 반문했지만 시온은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부터는 다들 먹고 사느라 바쁜 왕국민들이 전부야.
귀족들이라고 해봤자 조그마한 영지에서 제 영지민들 먹이느라 바쁜 남작들이 대부분이고.
우리가 그곳으로 들어가면 무슨 난리가 날 지는 그대들이 더 잘 알 텐데?’
‘그렇긴 합니다만···.’
‘어차피 클라우젠까지는 이제 사흘도 채 남지 않았어.
전장에서 병사들과 같이 싸우고 구른 나인데 마차에서 겨우 며칠을 못 지낼까.
그리고 오히려 그런 곳에 수상한 이들이 숨어들 확률이 더 높아.
그대들이 진정 나를 지킬 생각이라면 적과 아군이 혼동되지 않는 공간이 훨씬 편할 거다.’
시온의 말에도 기사들은 영 탐탁지 않은 표정이었다.
자신들이야 아늑한 침대보다는 천막에 아무렇게나 만든 그물침대에서, 그리고 말안장에서 자는 것이 더 익숙한 ‘무인’ 들이었지만 제 작은 주인은 달랐다.
어찌 되었든 클라우젠을 이끌 정식 후계자가 될 몸이었고 따라서 되도록 몸이 상하는 일은 권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뭘 걱정하는지 잘 알고 있지만 의견은 그만 받는다.
남은 사흘은 그냥 마차에서 좀 지내자고.
그대들 말대로 여기가 방의 침대보다 불편하다고는 해도 죽지는 않잖아?’
그렇게까지 나오니 기사들도 더는 시온을 말리지 않았다.
사실 클라우젠 변경백령의 병사들, 기사들, 그리고 가주마저도 항상 국경의 일 때문에 성에서 지내는 일보다는 천막과 말안장에서 지내는 시간이 훨씬 더 많았다.
그나마 시온 덕분에 누디아가 요즘 들어서 전례 없는 유순함을 보이며 침묵하고 있다지만 또 언제 전쟁의 참화가 들이닥칠지 모르는 상황.
그 때가 된다면 편안함은 그저 삶의 길에서 어긋나게 만드는 비수가 될 수도 있는 법이었다.
갸릉, 갸르릉―.
잠시 쉬어가는 김에 마차로 오르는 계단에 걸터앉아 바람을 쐬고 있는데, 옆에서 고양이의 골골송이 들려왔다.
그 장면을 잠시 바라보던 시온은 입을 열었다.
“기분 좋아?”
“가르릉···.
뭐, 뭐?”
“기분 좋냐고.”
“무, 무슨 소리를!
하도 갇혀있어서 답답해 죽을 뻔 했는데!
거기에 인간 냄새만 잔뜩 나서 더더욱 별로였다!
캬앙!”
“···.”
무슨 성의 없는 거짓말을 저리도 잘 하는 것일까.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무릎을 베고 잘만 자던 고양이가 말이다.
‘또 할퀴어 줄까?
하악!’ 하면서 손톱을 드러내는 위니의 위협에 시온은 진정하라는 듯 손을 들어보였다.
아까 전에 몰래 손을 만졌다는 이유로 그녀가 거칠게 손톱 공격을 개시한 통에 팔뚝에 난 상처가 아직도 조금씩 쓰라린 중이었으니까.
시온은 위니를 진정시킨 다음 이것 보라는 듯 자신의 팔을 내밀었다.
“이거 상당히 아팠다.
응?
이게 은인한테 할 짓이냐?”
“···흥!
누, 누가 마음대로 만지래나?”
고개를 홱!
돌리고는 ‘난 아무런 죄가 없다옹!’ 하는 듯이 모른 척을 하는 고양이였다.
시온은 일부러 들으라는 듯 아파 죽겠네.
라고 중얼거리곤 팔을 만지작거렸다.
그러자 위니는 귀를 쫑긋거리며 슬쩍슬쩍 곁눈질로 시온의 팔에 난 상처를 훔쳐보았다.
잠시 후, 결국 위니는 여전히 고개는 돌린 채이지만 상당히 누그러진 목소리로 입을 열고 말았다.
“···마, 많이 아파?”
누가 고양이 아니랄까봐 아닌 척 하면서도 신경 다 쓰고 있네.
속으로 큭큭, 하고 웃은 시온은 짐짓 인상을 찌푸리며 그에 답했다.
“많이는 아니지만 일단 아프긴 아프네.”
“으으···.”
“수인들, 특히나 너희 묘은족은 이빨도 이빨이지만 그 날카로운 손톱으로 적을 공격하는 종족 아닌가?
조금만 더 세게 할퀴었으면 내 팔 잘렸을 것 같은데.”
“아, 아니야!
그렇게 세게 할퀸 적 없어!
냐앙!
내가 왜 은인 팔을 잘라내냐!
냐아앙!”
절대 아니라는 듯 팔을 마구 흔들며 결백을 주장하는 위니였다.
덕분에 얌전히 쉬고 있던 기사들과 병사들의 시선이 자신 쪽으로 쏠리자 위니는 아차, 하더니 뀨우웅!
하고 입을 다물고는 시온을 노려보았다.
“뭐야.
갑자기 왜 노려보냐?
죄인은 너 아니냐?”
“흥!
아냐!
생각해보니 허락 없이 날 만진 네가 죄인이야!”
냥!
하고 다시 고개를 홱!
돌리는 위니였다.
어이가 없어진 시온이었지만 원래 묘은족 특성이 고양이를 따라가고, 어지간해서는 매사에 도도한 것이 냥이들이니 시온은 그냥 조용히 넘어가기로 했다.
“흥!
캬앙!
냥!”
“···.”
뭐지, 도대체?
왜 자꾸 흥칫뿡 거리면서 꼬리까지 탁탁!
내려치는 거냐고.
이 고양이가 도대체 뭘 원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는 시온이었다.
그냥 보이는 뒤통수를 몰래 쓰다듬고 싶다는 유혹만 강렬해지는 와중에, 아까부터 시온과 위니 쪽을 바라보고 있던 릴리트가 슬쩍 다가왔다.
“시온.
잠깐 이야기 좀 할까?”
혹 주변의 기사들이나 병사들이 들을까 소곤대는 릴리트.
시온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서자 위니가 슬쩍 그 둘을 바라본다.
귀가 연신 쫑긋거리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릴리트의 대화도 이미 다 들은 모양.
릴리트의 뒤를 따라 점점 멀어져 가는 시온의 뒷모습을 위니는 가만히 쳐다보았다.
“하실 말씀이라도?”
주변을 살핀 릴리트는 슬쩍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마나로 이루어진 얇은 막이 두 사람을 감싸며 웬만한 소리는 모두 새어나가지 않는 일종의 벽이 생겨났다.
“노예시장인지 뭔지 하는 일 때문에 좀 늦긴 했는데 말이야.
천족들이 도대체 왜 너를 노리는 걸까 생각을 좀 해봤어.”
“아.”
그러고 보니 그 부분에 대해서 잊고 있었다.
자신을 습격한 이가 다름 아닌 천족들이라는 사실을.
차라리 급진파 요정들이라면 편하겠는데 그 흑막 캐릭들로 가득한 천족이 직접 움직였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네가 믿어줄지 믿지 않을지는 모르겠지만···.”
“믿습니다.
당연히 믿죠.
다른 사람도 아니고 릴리트님의 말이라면요.”
“···고마워.
아무튼, 여러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봤는데, 일단 떠오르는 건 총 세 가지더라고.”
“세 가지라 하시면?”
시온의 반문에 릴리트는 손가락 하나를 펼치며 입을 열었다.
“첫째.
네가 천족들에게 처벌을 받아야 할 만큼 나쁜 짓을 했다는 것 정도?
막 천족에게 임에 담을 수도 없는 저주를 퍼부었다던가, 그들을 추앙하는 자들을 수도 없이 해쳤다거나.”
“그게 가능성이 그냥 없다고 생각하시긴 하죠?”
“···그건 그러네.
네가 그럴 녀석은 아니지.
야비하고 잔머리 굴리는데 도가 튼 놈이지만 막장까지는 아니니까 말이야.”
그거 지금 칭찬하시는 겁니까, 아니면 돌려까시는 겁니까?
릴리트에게 그렇게 묻고 싶었지만 시온은 워낙 릴리트의 분위기가 진지했기에 그 부분은 나중에 따지기로 하고 그녀의 다음 말에 집중했다.
“둘째.
누군가가 간절히 기도를 했다던가.
시온을 죽여 달라고.”
“···천족들이 청부 살인업자는 아니지 않나요?”
“그렇긴 한데 아주 가끔 가다가 정말 기도에서 들리는 대로 누군가를 죽이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거든.
확실하지는 않지만 마족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히 돌아다니는 말이야.”
도대체 천족이란 놈들이 죄다 정신병자 수준이었다.
마족들까지 저렇게 알고 있을 정도인데 천족들을 추앙하는 요정들은 그렇다 치고 인간들이나 다른 이종족들은 그들에 대해서 여전히 선하고 정의로운 자들이라고 믿고 있는 건가?
“이렇게 두 가지 이유를 말하기는 했지만 네가 듣기에도 허무맹랑한 부분이 없잖아 느껴지지?”
“그렇죠.”
“그러면 이제 마지막 이유인데.
솔직히 나는 이 이유가 가장 확실하다고 보거든?
그런데 너희 인간들이 이 이유를 듣는다면 아마 게거품을 물고 나를 욕할 것이 확실해서···.”
“저는 저 죽이겠다는 천족보다 저 살리겠다는 마족 누님을 더 믿습니다.”
“···고마워.
그러면 설명해줄게.”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릴리트는 시온을 빤히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혹시 일곱 번의 뿔피리 라고 들어봤니?”
그 말을 듣는 순간, 시온은 ‘아, 천족 새끼들의 그 정신 나간 세상 불태워서 재로 만들기 작전명이요?
미션 임파서블 같은 소리 하고 자빠진 소리죠.’ 라고 답할 뻔 했다.
설정 상 대륙의 인간들은 그 단어에 대해서 이렇게 알고 있는데 말이다.
“···천족들이 다시 한 번 세상에 나와 정의롭고 깨끗한 세상을 만든다는 전설이죠.”
“그래.
아마 너희 인간들도,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이종족들도 그렇게 알고 있겠지.
심지어 우리 마족들도 대부분이 그렇게 이해하고 있고 말이야.”
“어째 릴리트님은 그게 아닌데, 라고 말씀하시고 싶어 하는 눈치네요.”
“이래서 눈치 빠른 남자는 싫다니까?”
킥, 하고 짧은 웃음을 내뱉은 릴리트는 말을 이어갔다.
“나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어렴풋이 느끼고 있어.
예전에 나 좋다고 따라다니던 천족 놈이 좋다고 떠벌렸던 적이 있거든.
일곱 번의 뿔피리가 울리는 순간 아주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거라고 말이야.”
“···.”
“정의롭고 깨끗한 세상을 만든다고 하지만, 이미 세상은 그렇게 바꾸기조차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타락했고 검게 물들었지.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인데.
그렇게 판단하면 그 때부터 천족은 다음 일을 진행하는 거야.
바꿀 수 없다면, 아예 깨끗하게 전부 지워버리고 그 위에 새로 그리겠다는 거지.”
날카롭다.
이게 바로 여자의 직감이라는 건가?
대륙 위 대부분의 종족들은 천족들이 그 창 끝을 자신들에게 돌리기까지 그들을 철썩 같이 믿었는데 말이다.
시온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표정 관리를 하며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목소리를 유지했다.
“그거랑 천족들이 저를 죽이려 했던 거랑 무슨 상관이 있는 거죠?”
“천족들이 본격적으러 성소에서 나서기 위해서는 세상이 극도의 혼란 상태여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어.
즉 혼란을 야기하기 위해 무슨 수를 쓸 수도 있다는 소리지.”“···그게 저를 암살하는 것이다?”
“너 영웅이라며.
그 영웅이 집 가다가 갑자기 폭사한다면 난리가 나지 않을까?”
담담하게 설명을 끝낸 릴리트였지만 미약하게나마 그녀가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시온은 놓치지 않고 잡아냈다.
마족으로써 인간들을 포함한 대륙 위의 모든 종족들에게 적대시 여겨지고 있는 와중에 천족들의 본모습을 대충이나마 알고 있음에도 누구도 믿어주지 않을 상황.
그런 와중에 놈들이 시온 자신까지 노렸으니 답답하고 또 분노가 치밀 것이다.
“시온, 너는 아니더라도 거의 모든 인간들은 마족을 악, 천족을 선이라고 단정 짓고 있잖아.
그래서 네가 내 말을 듣고서는 혹 화를 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었어.”
“말씀드렸다시피 전 저 죽이겠다고 하는 선을 선이라고 생각 안 합니다.”
“···내가 거짓말 하고 있는 거라곤 생각 안 해?”
“예?”
“천족이 아닌데, 그냥 네가 마족인 나와 더 가까워졌으면 해서 천족에게 누명을 씌우는 것이라고 말이야.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인데 말이야.”
안타깝게도 시온은 이미 천족이라는 양아치 집단의 본면모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릴리트의 저 걱정은 기우에 불과한 것이었지만, 그 사실을 그녀가 알고 있을리 만무.
시온은 잠시 생각하다가 슬쩍 릴리트의 허리를 끌어 당겼다.
“엣?”
“그러면 뭐 속아 넘어가야죠.”
“뭐, 뭐?”
“릴리트님이 속이겠다면 제가 넘어가드리겠다고요.
그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어차피 속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뻔히 알고 있으니 이런 닭살 돋는 말도 아무렇지도 않게 당당히 할 수 있는 시온이었다.
덕분에 어어어?
하고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얼굴이 새빨갛게 물드는 것은 릴리트였고 말이다.
“이, 이 멍청이가 진짜 뭐라는 거야?
저, 저리 안 가?”
“넵, 저리 가겠습니다.”
바로 손을 빼고는 뒤로 살짝 물러서는 시온.
그를 바라보며 릴리트는 ‘정말이지, 한 순간도 방심을 할 수가 없어!’ 라고 툴툴거렸다.
“아, 아무튼 그 천족 놈들은 내가 확실하게 조졌으니 걱정 마.
다른 놈들이 오면 내가 또 막아줄 수 있겠지만, 성소에서 벗어날 수 있는 수가 극히 제한되어 있으니 아마 한동안은 네 곁을 배회하지 않을 것 같네.”
“쳇, 아쉽네요.”
“뭐가?”
“누님 품에 안겨서 구원 받는 포지션이 되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이이이!
너, 너 진짜 일부러 그러지?
또 맞고 싶어?
아앙?”
릴리트의 비명을 들으며, 시온은 천족들에 대해 생각했다.
어차피 자신이 지금 이런저런 일을 벌이는 이유도 전부 닭둘기 새끼들의 말도 안 되는 세상 농간에서 살아남기 위해 하는 짓들.
그런데 그 와중에 놈들이 대놓고 선빵을 쳤다.
‘시펄 놈들.
최소한의 예의라는 게 있지.
협상 한 번 하자고 찾아오거나 적당히 나대라는 조건으로 뭐 거래 요구라도 하는 게 먼저 아닌가?
수틀리니 바로 제거하려고 든다고?’
죽이겠다는 것 자체는 뭐라고 하지 않는다.
마음에 안 드는 놈 죽이고 싶은 건 인간이고 이종족이고 다 똑같다.
그 부분을 뭐라 할 생각은 추호도 없는 시온이었다.
다만 현재 이렇게 기분이 주옥같은 이유는, 그런 선빵을 치기 전에 일단 ‘딜’을 해보자는 협상 제안이 1도 없었다는 것이었다.
‘천족이라는 분들이 신사답게 행동해야지.
이거 안 되겠구만.
그래, 전쟁이다.
호로 샵샵이들아.’
―――――――작품 후기―――――――
5연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