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87)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87화(87/439)
87―――――
Your base is under attack
시온을 노리던 습격 사건은 왕성은 물론이고 클라우젠 영지에까지 분명하게 전해졌다.
때문에 원래대로라면 리히텐 변경백은 제 아들의 안위를 염려하여 기사들을, 하다못해 사병들을 보내는 것이 원래 이치에 맞는 일이다.
하지만 시온 일행이 분명하게 클라우젠 변경백령의 관할 영지에까지 들어왔음에도 그들을 마중 나온 영지의 이들은 아무도 보이지를 않았다.
“이상하군요.”
심지어 누디아 출신인 리시키다조차 그 부분에 의문을 표할 정도였다.
왕성에서 국왕을 만나 클라우젠의 이름을 이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답을 받은 시온이다.
즉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한, 이제 시온이 클라우젠 백작가의 정식 후계자가 된다는 것.
그 정식 후계자 자리가 유력한 자식이 여러 공을 세우고, 또 암살 기도라는 큰 위험까지 무릅쓰고 돌아왔음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는 것에 뭔가 이상하다는 눈치였다.
“공자님.”
“일단 성으로 가자고.
그러면 무슨 이유라도 알 수 있을 거 아니겠어?”
아직 관할 영지에만 들어선 것이지, 클라우젠 변경백령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도시와 성이 있는 곳에 다다른 것은 아니다.
하여 일행은 집에 돌아왔음에도 뭔가 찜찜한 마음을 버리지 못 한 채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잠시 후, 시온조차 슬쩍만 봐도 알아차릴 수 있는 정도의 이상한 부분이 드러났다.
리시키다는 살짝 굳은 얼굴로 그 ‘흔적’을 면밀히 검토한 후 시온이 타고 있던 마차로 다가갔다.
“주인님.
아무리 살퍄봐도 저건 전투 흔적입니다.”
“내가 봐도 격전이 벌어졌다고 딱 느껴질 정도네.”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알 수가 없었다.
클라우젠 변경백령이 매년 누디아와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는 것이야 모두 다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건 국경 바깥에서 행해지는 것들이지, 이렇게 왕국의 영토 안에서 벌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애초에 누디아의 군세가 여기까지 들어왔다면 클라우젠은 뚫렸다는 것과 다름없는 소리.
‘거기에 먼저 평화를 제안한 누디아 놈들이 뒤통수를 쳤을 리는 없어.
듣자하니 그쪽의 사신단이 얼마 전에야 왕성을 출발했다고 했으니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하지 않으려면 최소한 그들이 돌아오고 나서야 일을 벌여야 한다고.’
거기에 바수라 백작은 클라우젠에게 약점을 아주 꽉 잡힌 상태다.
이제 좋든 싫든 간에 누디아가 다시금 클라우젠을 칠 것 같은 기운을 보이면 바로 그 소식을 클라우젠 측에 알리기로 되어 있다.
그 약속을 묵살하고 제 좆대로 행동한다면?
시온은 그에게 ‘그 어떤 공을 세워도 결국 토사구팽 당하는 결말’ 을 선사해 줄 수 있었다.
“공자님.
클라우젠 영주성입니다.”
다행히 만약은 만약에서 끝났다.
여전히 굳건히 버티고 있는 성과, 조금은 굳어있지만 사람 사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도시가 눈에 들어온 것이었다.
“그런데···.”
도시 입구부터 시작하여 영주성으로 향하는 길까지, 영지민들의 겁먹은 눈동자와 병사들의 잔뜩 굳어있는 얼굴 표정이 시온의 뇌리에 또렷이 박혔다.
누디아와의 전쟁에서도 저리 긴장하지 않던 이들이었다.
그들에게 있어 누디아와의 전쟁은 막말로 그냥 매 추수철에 몰려오는 메뚜기 떼와 싸우는 수준이었으니까.
헌데 지금은 달랐다.
달라도 너무 달랐다.
전혀 뜻하지 않은 때에 뜻하지 않은 적을 만났다는 듯, 모두의 인상이 딱딱하게 굳어있던 것이었다.
“주인님.
일단 성으로 방향을 잡겠습니다.”
“그래.
가서 아버지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상황을 전해 들어야겠어.”
집으로 돌아오면서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자 시온은 슬쩍 걱정이 되었다.
혹시 자신이 뭔가를 놓치고 있는 건가?
혹은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다른 결과가 들이닥친 건가?
정말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영주성에 다다르자마자 시온은 리히텐 변경백이 기다리고 있다는 대회의실로 나는 듯이 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릴리트와 리시키다, 루시아와 김유현이 따랐다.
물론 위니도 우다다!
하고 내달리며 바쁘게 시온의 발걸음을 쫓았고 말이다.
“아버지?”
“···해서, 아.
시온!
이제 도착한 것이냐!”
한창 가신들과 기사들을 데리고 회의를 진행하던 리히텐 변경백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는 거침없이 걸음을 옮겨서는 무사히 돌아온 제 아들을 강하게 한 번 안아주었다.
“소식은 들었다.
말로 설명할 수도 없이 많은 일들이 있었다고.”
“그랬죠.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클라우젠은 조용할 줄 알았더니 아무래도 여기가 더 시끄러운 것 같습니다?”
시온의 대답에 리히텐 변경백은 ‘후우.’ 하고 한숨을 내뱉었다.
그 한숨에는 답답함과 피곤함이 깃들어 있음을 시온은 놓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자리에 앉아있는 기사들도 얼굴에 전투로 인한 긴장감과 함께 피곤함까지 보이고 있는 것을 보니 클라우젠에서 벌어진 일이 아무래도 보통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제대로 된 설명이 필요합니다.”
“그래.
그대들은 일단 나가있게.
회의는 나중에 이어서 하는 것으로 하지.”
그 말에 가신들과 기사들이 전부 자리에서 일어섰다.
시온에게 고생하셨다는, 잘 돌아오셨다는 덕담을 한 마디씩 해주고는 회의실을 나서는 클라우젠 가문의 사람들.
“앉거라.
네가 왕성에 있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이후 또 어떤 사건이 벌어졌는지 나 역시 보고를 통해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있었다만, 당사자의 입으로 듣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확실할 테지.”
“그렇긴 하죠.”
시온의 곁에 하나둘씩 앉는 이들은 리히텐 변경백도 모두가 다 아는 이들이었다.
릴리트부터 시작해서 리시키다, 그 반대편에는 루시아, 김유현.
그리고···.
“냐옹.”
···뭐지, 이 고양이는?
리히텐 변경백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시온의 옆에 찰싹 붙어있는 위니를 바라보았다.
그 반응에 시온은 ‘아.’ 하고 탄식을 내뱉었다.
위니가 합류한 이후 클라우젠까지는 얼마 남지 않아서 그녀에 대한 소식은 직접 만나서 전달할 의향으로 누락한 것이었다.
“제가 코네안 자작령에서 노예시장을 발견하고 그 주동자들을 일망타진한 사건 알고 계시죠?”
“모를 리가 있겠느냐.
그렇지 않아도 그 사건으로 인해 왕국이 또 한 번 뒤숭숭하더구나.”
“그 노예시장에서 제가 구출한 묘은족 여인입니다.
위니 포터블, 위니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야오옹.”
위니는 여전히 시온 옆에 붙어서 리헤텐 변경백을 경계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도 제 딴에 손톱이나 송곳니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 최대한 예의를 지키려고 노력은 하는 모습이었다.
“야, 위니.
적당히 해.
내 아버지니까.”
“냐앙?
그, 그래?
그런 건 미리 말해달라고!”
그렇게 투덜거린 위니는 경계심을 풀고는 리히텐 변경백을 바라보다가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공손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위니 포터블.
시온에게 입은 은혜를 갚기 위해 따라왔어.
잘 부탁할게.”
“···마족으로 시작해서 누디아 기사에, 이제는 수인이라니.”
시온의 곁에 모여 있는 라인업에 리히텐 변경백도 이제는 상당히 당황스러운 모양이었다.
수인, 그 중에서도 묘은족은 사람을 극히 경계하며 잘 따르지 않는 수인으로도 유명했다.
그나마 인간들과 어느 정도 교류를 하는 건 월랑족이며, 나머지 둘은 어지간해서는 인간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이들이었으니까 말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겠습니다.
그보다 클라우젠의 소식을 듣고 싶은데요.”
“그래.
너는 아직 클라우젠의 상황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겠구나.”
깊은 한숨을 다시 한 번 내뱉는 리히텐 변경백.
히스파냐의 단단한 방패라는 저 남자가 저리도 심각한 반응을 보이니 시온은 저도 모르게 몸에 바짝 긴장감이 드는 것 같았다.
“요 며칠 사이에 몬스터들의 공격이 급증했다.”
“예?
몬스터의 공격이라고요?”
“그래.
원래라면 1년에 5번도 채 안 되는 미미한 수치였는데, 몇 년 전부터 그 배가 되어서 그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라이도님이 근처에 머물고 계셨던 거지.”
“···그래서 아버지께서 그 신전을 수상히 여기고 조사를 했던 것이군요?”
루시아가 이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옆에 앉아있던 릴리트가 그게 말이 되냐는 듯 의문을 표했다.
“엥?
내가 갇혀있던 신전?
그게 몬스터와 무슨 연관이 있다고 그러는데?”
“연관이 있을 수도 있다고 예상만 했을 뿐이에요.
신전에서 심상치 않은 마나가 느껴졌으니까요.
하지만 릴리트님이 신전에서 나가신 이후로 그것들이 전부 사라져서 몬스터 공격의 증가 원인이 그게 아니라고 결정을 내리신 상태에요.”
루시아의 말에 이어서 팔짱을 낀 채 가만히 듣고 있던 김유현이 입을 열었다.
“더해서 스승님의 마나 방벽으로 일단 몬스터들의 이동을 최대한 막고 있던 실정이었다.
어찌 되었든 영지로 근처로 다가오는 몬스터들이 숫자가 그리 많지 않았으니 가능한 일이었지.
그런데 이렇게 몸으로 느껴질 정도로 공격 빈도가 늘었다는 건 하나를 의미한다.”
“···몬스터들의 수가 이전보다 훨씬 더 늘었다는 것이군요.”
“극히 부자연스러운 일이지.”
리히텐 변경백의 말대로다.
몬스터들의 숫자가 갑작스레 늘어나는 것은 결코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몬스터들 역시 생물이고, 자연의 일부를 차지하는 만큼 보이지 않는 자연의 법칙에 의해 일정한 법칙을 두고 서로가 맞물려가며 생활하는 존재들이다.
인간들과 생활 터전이 겹치지 않도록 대부분의 몬스터들은 산을 주 서식지로 삼았으며 서로의 영역이 분명했고 먹이사슬 또한 확고하게 정해져 있었다.
서로가 충돌하지 않는 것을 최고로 여기며 어지간해서는 자신들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으려 하는 것이 몬스터의 당연한 본능.
“처음에는 영역 싸움에서 밀린 몬스터 몇이 산을 타고 내려온 줄 알았다.
그런데 요 근래 들어서 그 수가 정말 엄청나게 폭증했다.
종류도 다양해서 인간과 되도록 접촉을 꺼리는 고블린부터 사람을 피하지 않는 트롤까지.
심지어 어떤 때에는 초식성 몬스터들까지 끼어있더구나.”
“···저기, 내가 보기에도 이상해.
몬스터들은 정말 흉포한 놈들이 아니면 인간과 마주치기를 꺼려하는 놈들이 많거든.
괜히 충돌했다가 대규모의 군대가 파견되면 자신들의 터전이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니까 말이야.
냐앙.”
평소에는 말을 잘 하지 않는 위니조차 그렇게 말할 정도였다.
즉 몬스터들의 수가 늘어난 것, 그리고 무차별적으로 영지로 들이닥치는 것 모두가 어디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발생했다는 증거라는 소리였다.
“물론 상황이 절망적이다, 이런 것은 아니다.
시온.
네 덕분에 누디아와의 전쟁도 끝이 났고, 무엇보다 바수라 백작령이 우리 클라우젠의 상황이 어지러운 것을 알면서도 그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지.
원래대로라면 우리 영지가 혼란스러운 상황을 보자마자 바로 달려들었을 늑대들이 얌전해서 정말 다행이다.”
시온은 리히텐 변경백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그는 속으로 ‘빌어먹을.’ 이라는 욕설을 쉬지 않고 내뱉고 있었다.
‘시발!
실수했어.
내가 어지간한 사건들은 전부 알고 있다지만, 결국 내가 기억하고 있는 소설이라는 것은 김유현의 시선에서 보이는 것들,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보고 듣게 되는 이야기야.
당연히 김유현이 없던 장소는 자연스레 소설의 흐름에서 멀어지게 되어 있고!’
이 당시 김유현은 원래 왕성에서 머물다가 북부에서 발생한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북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리고 그 이후 야만족과의 일로 인해 몇 달을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고 말이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느냐?
소설 내용이 김유현을 따라 북쪽에 집중되어 있는 동안 클라우젠 변경백령은 자연스레 소설 흐름에서 지워졌다는 것이다.
본문에서는 전혀 서술되지 않던 시간의 흐름들, 그리고 그동안 벌어지는 사건들이 진짜 이 세상에서는 전부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소리였다.
‘김유현이 북부의 일을 끝내고 왕성으로 돌아오니 리히텐 변경백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
결국 국왕은 시온 클라우젠을 차기 클라우젠 변경백으로 임명하는 서신을 보내며 국경을 단단히 방비하라고 했어.
그런데 고작 2주 후에 클라우젠이 무너졌다는 소식이 들려왔지.
국경은 초토화가 되었으며 그나마 누디아와 몬스터들이 교전을 벌여서 누디아의 군대가 무혈입성 해서 왕국 영토를 유린하는 것은 피했다고 되어 있었지.’
시온이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은, 리히텐 변경백이 전사한 것이 아니라 제 아들인 시온 클라우젠에 의해 죽었다는 것.
그리고 국경을 지켜야 할 시온 클라우젠이 그 의무마저 제대로 이행하지 못 하여 그동안 히스파냐의 방패 노릇을 하던 클라우젠 영지가 어이없게 허물어졌다는 것이었다.
‘그냥 누디아의 공격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 했다고 생각했었는데 몬스터들의 갑작스러운 대규모 공격까지 있었어.
젠장, 젠장!
왜 이걸 생각 못 했지?
소설은 결국 김유현을 따라가니 당연히 그 외의 사건들이 언제,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일어나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이 당연했는데!’
실수했다.
너무 안심하고 있었다.
소설 속 내용을 알고 있다 하여, 그 덕분에 여태까지 모든 사건들을 잘 처리해서.
그 어떤 일이 들이닥쳐도 충분히 대비하고 또 막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건 그냥 원래 소설의 흐름에 자신이 있어서일 뿐이었다.
만약 김유현이 원래 가지 않았던 곳에 자신이 있고, 거기에서 예상치 못 한 일들이 벌어진다면?
그 때는 대비는커녕 막아내는 것조차 버거운 상황이 연출될 것이 훤히 보였다.
‘인생 시발···.
진짜 쉬운 일이 하나도 없네.’
속으로 한숨을 내뱉으며, 시온은 조금이나마 풀어지고 있던 마음을 다시 바짝 끌어올렸다.
역시나 자신은, 이 몸뚱이는.
조금만 방심해도 그대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