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92)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92화(92/439)
92―――――
불어 이 새끼들아
하루라도 더 빨리 이 세상에 빛의 후예, 천족들이 강림하는 날을 당기기 위해 오늘도 어떤 요정들은 기도를 올리고, 또 어떤 요정들은 행동을 취하기도 한다.
그 점에서 봤을 때, 급진파라고 불리는 요정 무리들은 같은 종족인 다른 요정들에게조차 ‘너무 과하다.
모름지기 요정은 잔잔해야 하는 법인데 마치 인간처럼 격하지 않느냐.’ 라는 평가까지 들을 정도로 과격파였다.
“히스파냐 측의 동지들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몬스터들을 국경 근처의 산까지 끌고 오는데에 성공했고, 조만간 작전에 들어간다고 하니 우리도 슬슬 움직일 때가 왔어요.”
“이미 누디아의 왕실에 은밀히 손을 써두었습니다.”
한 여성 요정의 말에 남성 요정이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여인이 더 말해보라는 듯 쳐다보니 그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듣자하니 누디아의 왕이란 자가 여색을 몹시 탐한다고 합니다.
해서 제 여동생을 노예로 위장시켜 그 인간의 옆에 붙여두었지요.
시간이 꽤나 흘렀으니 여동생의 품에 안겨서 정신을 차리지 못 하고 있을 겁니다.
그러면 그 귀에 히스파냐를 공격하라고 몇 마디 흘리면 끝이지요.”
“흐음.
하지만 당신의 여동생은 인간에게 몸을 내준 꼴이 되고 말 텐데요.
그 더러운 씨를 몸 안 가득 받아들일 테고 말입니다.”
“여동생 역시 각오하고 결정한 일입니다.
저희에게 있어 목숨보다도, 명예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대업이지 않겠습니까?”
남자의 말에 여성은 그 말이 옳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의 여동생이 누디아의 국왕을 현혹시켜 다시금 전쟁을 일으키게 만들고, 누디아의 군대가 움직이면 우리들은 반으로 나뉘어 한쪽은 누디아 쪽을 은밀하게 돕고, 다른 한쪽은 몬스터를 유인하고 또 몰아내느라 많은 희생을 치른 동지들을 도우러 갈 겁니다.”
“노바시님께서 잘 있으실지 모르겠군요.”
“잘 하고 있을 겁니다.
그래요, 잘 하고 있겠죠.”
그에 남자는 슬쩍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원래대로라면 이 여인이 몬스터들을 유인하고 또 밀어내는 임무를 맡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약혼자인 노바시가 자신이 대신 임무를 맡겠다며 그녀에게는 누디아 쪽을 선동시키는 부분을 맡아달라고 한 것이었다.
“음, 그러면 저는 다른 동지들에게 가서 상황을 설명하고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네.
저도 곧 내려갈 테니 미리 전파 좀 해주세요.”
남자는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고 있던 여인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려 하늘을 바라보았다.
‘···노바시, 잘 있겠지?
그냥 내게 맡겨도 좋았을 텐데.
왜 굳이 당신이 나서서.’
일단 가장 힘든 부분이었던 몬스터 유인은 결국 성공하고 말았다.
이렇게 되면 이제 남은 일은 이쪽이 무조건 누디아를 움직여서 클라우젠 영지로 들이닥치게 만드는 것이었다.
‘동지들의 희생으로 이루어 낸 대업의 시작점이다.
무조건 성공시켜야 해.’
여인은 강하게 주먹을 쥐고는 누디아의 왕성이 자리하고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히스파냐와 누디아가 휴전 협상을 맺고 잠정적 평화 상태에 들어가기는 했지만 어차피 인간들은 약속이란 것을 아무렇게나 맺고, 또 아무렇게나 내팽겨치는 종족.
옆에서 바람만 넣어줘도 ‘그래!
이건 부당한 약속이다!’ 라고 산산조각을 내며 언제든 뒤통수를 칠 하등하고 천한 존재들이었다.
‘그녀가 부디 누디아의 국왕을 잘 움직여 줘야 할 텐데.’
인간에게 자신의 몸을 내어주는 임무를 띠고 왕성으로 들어간 요정 여인을 떠올리며, 그녀는 작은 한숨을 내뱉었다.
대업을 위해서라지만, 인간 따위에게 스스로 몸을 내어주는 것은 정말이지 요정으로써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그걸 스스로가 맡겠다고 하고 또 행동에 나섰다고 생각하니 절로 존경심이 피어났다.
동시에 그런 여동생을 둔 방금 전의 남자가 꽤나 믿음직한 동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
찌걱, 찌걱―.
물에 젖은 속살을 파내는 음란한 소리가 흘리는 이곳.
해가 가라앉기는커녕 중천에 떠있음에도 방 안은 열락의 기운으로 가득 차 있었다.
“으응!
학!
하악!
흐응!”
“···과연 요정들은 평범한 여인과는 다르군.
이렇게 끈적이면서도 따스하고 또 조여오는 속살이라.
참으로 명기란 말이야.”
원래라면 정사를 돌봐야 할 시간에 누디아의 국왕은 침대 위에 누워서 한창 여인 하나를 안고 있는 중이었다.
그의 손가락이 한 마리 뱀처럼 꾸물거릴 때마다 여인의 다리가 달달 떨리며 붉은 입술에서는 부끄러움과 쾌락에 젖은 신음이 토해졌다.
“전하.”
문 밖에서 다시금 시종장이 그를 불렀다.
이미 한 시간 전부터 이미 각 대신들과 귀족들이 모여서 왕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원래라면 지금쯤 회의가 열리고 있어야 정상인 시간.
하지만 국왕은 여전히 여인의 살결에 빠져서는 정신을 차리지 못 하고 있었다.
“쯧.”
원래라면 자신의 대물을 이 앙큼한 요정 여인의 여성에 박아 넣을 생각이었지만.
그랬다가는 시간이 지체되어도 너무 많이 지체될 것이 뻔히 보였다.
때문에 그는 적당히 품 안의 여인을 절정에 치닫게 하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하고 손가락의 움직임에 속도를 더했다.
찌걱, 찌걱, 찌걱!
찰박, 찰박!―.
“으아아앙!
아응!
아아아!”
이불을 쥔 손에 강하게 힘이 들어가고, 발딱 선 젖꼭지가 절정의 끝을 알려온다.
요정 여인은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남자의 거센 손길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으응!
아흑!
아으아아아!”
활대처럼 허리를 구부린 여인의 몸이 붕 뜨는가 싶더니, 다시 침대 위로 풀썩 쓰러졌다.
연신 학학거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는 여인.
그 관능적인 자태에 국왕은 애액으로 완전히 젖은 제 손을 혀로 맛보며 입을 열었다.
“진짜 엄청난 여인이구나.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자는 그대가 처음이야.”
“하윽···.
흐으으···.”
“원래라면 그대로 푹 찔러주고 싶은데, 아쉽게도 시간이 없군.”
그렇게 말한 국왕은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섰다.
대충 던져두었던 옷들을 걸치고 막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갑자기 자신의 손을 잡는 감촉에 그는 고개를 돌리고 뒤를 바라보았다.
“제 부탁, 잊지 않았겠지요?”
“으음?”
“히스파냐를, 클라우젠 변경백령을.
당신에게 패배라는 쓰디 쓴 독주를 내민 그들을 벌하는 것 말이에요.
잊지 않으셨지요?”
“그, 어···.”
요정들의 특성인 ‘세뇌’ 가 그 진면모를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상대의 마음을 지배하여 노에처럼 부릴 수 있는 그런 강력한 수준은 아니지만, 일종의 암시를 걸어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상대방을 유도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했다.
물론 대부분의 요정들은 몽마들처럼 이성을 유혹하는 것이 천하고 방탕한 짓이라고 하여 세뇌를 잘 쓰지 않았지만 작정하고 사용하면 꽤나 좋은 효과를 거둘 수도 있었다.
“···그래.
이번에 귀족들을 불러 모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지.
저 오만방자한 히스파냐가 방심하고 있을 때 기습을 하기 위해서 말이야.”
“그렇죠, 그렇죠.
당신은 위대한 왕이니 아무도 뭐라 할 수 없을 거예요.
가서 히스파냐를 공격하라고 명령을 내시리면 되겠군요.
그렇죠?”
국왕은 당연하다는 듯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확답을 받아내자 여인은 슬며시 그의 손을 놓아주었다.
그러자 그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짓다가 밖에서 들려오는 시종장의 재촉에 알겠다고 답하며 방 바깥으로 나섰다.
“···.”
그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여인은, 다시 침대에 쓰러졌다.
그런 요정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흑.
흐윽.”
그녀의 혈육인 오빠는 그녀가 원해서 이 일을 맡았다고 했지만.
사실은 그 오빠라는 존재의 강압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대업을 위해서 그 정도 희생도 못 하냐며 계속 압박을 하던 혈육.
그런 혈육의 뒤에 서서 ‘나만 아니면 아무나 그 일 해라.’ 라는 식으로 지켜보던 동지들.
결국 그녀는 그 압박에 못 이겨 인간에게 자신의 몸을 미끼로 내던지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그 결과로 이렇게 전쟁을 일으킬 수 있게 되었지만, 그리고 대업에 한 발자국 더 가까워질 수 있었지만 대신 자신은 평생을 인간의 손에 더럽혀졌다는 자책으로 살아가야만 했다.
‘이렇게까지 했으니··· 그저 제발 대업이 완수되기를 바랄게요.
천족이시여.’
하지만 정작 회의의 진척 상황은, 그녀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는 중이었다.
“다시 말해보게.”
“전쟁은 불가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전하.”
그 말에 누디아 국왕은 인상을 찡그렸다.
한 나라의 절대자가 심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자 주변의 대신들과 귀족들이 슬쩍 그의 눈치를 살피며 분위기를 살폈지만 답을 내놓은 남자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꿋꿋하게 자신의 의견을 내놓았다.
“저번 전쟁에서 클라우젠에 큰 타격을 입힌 것도 아니고, 오히려 저희 누디아 측이 엄청난 피해를 봤습니다.
바수라 백작이 힘을 다시 키우려면 최소한 1년은 넘게 걸리며 중앙군을 다시 움직이는 데에 엄청난 돈이 들어갑니다.
그에 더해서 휴전 협상을 체결한지 몇 달도 지나지 않은 때에 기습을 한다면 그것은 국가적 망신일 뿐입니다.”
“그대도 알다시피 클라우젠은 누디아에 말도 안 되는 금액을 배상금으로 지불하라고 했다.
바수라 백작이 그 조건에 응하기는 했지만 통상적인 배상금보다 몇 배는 더 많은 금액이다.
이건 협상을 걷어치우고 다시 전쟁을 논할 수 있는 이유다.”
국왕의 말이 아예 억지는 아니었다.
400만 디르는 통상 누디아에서 치르던 배상금보다 몇 배는 더 많은 금액이었다.
마치 ‘이래도 협상 하자고 할 거야?’ 라고 히스파냐 측에서 대놓고 묻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
꼭 협상 뒤엎고 전쟁이나 계속 하자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바수라 백작은 그 조건에 응했다.
그리고 그 배상금을 갚느라 영지가 휘청거릴 정도의 충격에 빠져들었다.
그 모습을 누디아에서 보고 있자니 다들 알게 모르게 불만이 생겨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전하.
다시 한 번 재고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리겠습니다.
히스파냐와, 클라우젠 변경백령과 또 부딪쳐서는 안 됩니다.
지금은 내실을 다지고 스스로를 연마할 때입니다.”
“허어, 이것 참.”
국왕은 퍽 난감하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어찌 되었든 한 나라의 절대자이니 반대 의견 따위는 묵살하고 일을 벌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가 ‘그 입 다물고 내가 시키는대로 하라!’ 따위의 말을 하지 못 하는 이유는.
지금 자신의 의견에 계속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이가 누디아의 기둥이나 다름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었다.
“이보게.
정말 전쟁이 불가능한 건가?
내 그토록 자네가 극렬히 반대하는 모습은 처음 봐서 그러는데.
왜 그토록 클라우젠 변경백령을 공격하는 것을 막고자 하는 것인가?
에텔모 기 레스티온.
이 나라의 재상이여.”
에텔모 기 레스티온.
누디아의 재상이자 나라를 떠받치고 있는 기둥 중 하나라고 평가되는 인물.
바로 그런 남자가 결사적으로 반전(反戰) 입장을 내놓으니 국왕도 밀어붙이지 못 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버지.
저는 누디아 미래가 참으로 걱정입니다.
리히텐 클라우젠도 결코 만만치 않은 적이었는데, 그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뛰어난 적이 나타났습니다.’
에텔모 재상은 딸이 보낸 전서를 생각하며 국왕을 쳐다보고서는 입을 열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나, 한 가지 확실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또 다시 전쟁을 일으켜서 클라우젠 영지를 친다면, 이번에는 중앙군마저 괴멸할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
히스파냐의 왕성을 떠난 누디아의 사신단은 자신들의 복귀 길을 육로가 아닌 해로로 택했다.
하여 그들은 히스파냐의 남쪽에 있는 항구 도시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아이브님.”
아돌프는 한창 마차 지붕에 앉아서 풍경을 감상 중인 여인을 불렀다.
그러자 아이브가 슬쩍 몸을 일으키더니 입을 열었다.
“네, 아돌프.
무슨 할 말이라도?”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저번에 본국에서 저희에게 보낸 전서의 내용을 여쭙고 싶습니다만.”
“그리 유쾌하지 않은 내용이었어요.”
“유쾌하지 않은 내용이라 하시면?”
“또 히스파냐와 전쟁을 하자는 의견이 국왕 전하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 하더군요.”
그 말에 아돌프는 저도 모르게 인상을 구기고 말았다.
휴전을 한 지 뭐 얼마나 지났다고 다시 전쟁을 운운한단 말인가.
그 뿐인가?
사신단으로 온 자신들은 아직 히스파냐의 영토도 빠져나가지 못 했다.
사신단은 해하지 않는 것이 암묵적인 규율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보면 사신단을 미끼로 히스파냐를 안심시켜놓고 뒤에서는 일을 벌이고 있다는 기운을 떨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걱정 마세요.
아버지께서, 누디아의 재상께서 전쟁에 반대하시면 아무리 국왕 전하라고 해도 무조건 밀어붙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러면 불행 중 다행이겠군요.”
누디아의 재상, 에텔모 기 레스티온은 국왕이 무척 신임하는 자이자 누디아를 떠받치는 기둥 중 하나다.
그런 이가 전쟁에 극렬 반대한다면 아무리 국왕이라고 해도 독단적으로 일을 벌일 수는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재상께서도 얼마 전까지는 히스파냐와의 전쟁을 찬성하지는 분 아니셨나?
갑자기 왜 극렬 반대를 하신다는 것이지?’
아돌프는 가만히 아이브를 올려다보았다.
아무래도 에텔모 재상의 생각이 바뀐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저 명석한 여인이 아닐까 싶었다.
‘시온 클라우젠.’
아이브는 왕성에서 마주했던 남자를 떠올렸다.
누디아의 날카로웠던 공세를 애들 팔 꺾듯 간단히 분쇄해버린 전쟁영웅.
체스의 절대 강자였던 자신을 듣도 보도 못한 수로 압살한 무시무시한 실력자.
‘아버지.
클라우젠의 젊은 후계자를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는 괴물입니다.
그냥 날뛰는 괴물보다도 더 무서운, 가만히 엎드려 있으며 마치 한 마리의 순한 양처럼 얌전히 지내다가 건드리는 순간 바로 돌변하는 그런 괴물 말입니다.’
그를 처음 본 순간, 그리고 체스를 나누며 아이브는 시온 클라우젠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제가 말씀드린 적이 있을 겁니다.
위대한 존재이면서 머리가 좋은 이들은 간혹 스스로의 덫에 걸려서 넘어진다고 말이죠.
하지만, 시온 클라우젠은 다릅니다.
그는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명석한 두뇌를 지닌 자입니다.
저는 그런 자들이 가장 두렵습니다.’
만약 시온 클라우젠이 나라에 대한 충성심으로 똘똘 뭉친 남자였다면 시작부터 자신을 박살내서 히스파냐의 자존심을 세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흥미가 없다는 듯 일부러 대충 하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 아이브가 그 부분에 대해서 반박을 하고 나서자 그제야 제대로 응해주었다.
‘그 남자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히스파냐도, 귀족의 명예도, 권력도 아닙니다.
그는 그냥,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지키고 싶어 하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그러나 그 지켜야 할 것을 누군가가 건드리는 순간 흉포한 맹수가 되는 남자입니다.
저는 그래서 평범하면서 또한 명석한 두뇌를 지닌 자들을 두려워합니다.
그들이 언제,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괴물이 될지 알 수가 없으니 말이지요.’
누디아의 재상인 에텔모의 외동딸, 아이브 기 레스티온의 걱정은 타당한 것이었다.
실제로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머리가 뛰어난 ‘괴물’ 은, 클라우젠에서 잔혹한 고문을 행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컥, 커흡!
꺼억!”
“쭉쭉 들이켜.
특산품이니까.”
난생 처음 겪어보는 고통에 노바시는 몸을 비틀고 있었다.
콧구멍으로 쏟아지는 탄산은, 그 고귀하고 도도한 요정이라고 해도 도저히 이겨낼 수가 없는 신박한 경험이었다.
단순히 콧구멍에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뒤로 넘어간 내용물이 기도로까지 조금씩이나마 새어 들어가고 있으니 환장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불어.
그러면 편하게 해줄게.”
그 모습이 얼마나 싸늘해 보였는지 뒤에 서있던 릴리트조차 흠칫, 하고 몸을 떨며 뒷걸음질을 칠 정도였다.
―――――――작품 후기―――――――
바보 작가의 설정 오류를 수정한다고 알려드립니다.
하이네스 상단주로 나왔던 헬렌 하이네스가 혼혈/평범한 요정이라는 두 가지 설정 충돌이 있었습니다.
수정 후는 혼혈이 아닌, 평범했던 요정족 소녀에서 세페르 카슈가르 백작의 손에 온갖 고생을 다 하고 동족에게조차 버림 받아 스스로 살아남아야만 했던 여인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