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10)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10화
4. 소그레스 백작가의 재능 천재(2)
엉덩이 무거운 수도의 귀족들이 먼 남부까지 행차하는 데엔 각자의 이유가 존재하는 법이다.
일면식도 없는 소그레스 백작가의 막내아들의 생일을 축하하러 그 먼 길을 올 리 없는 것.
티렌 백작도 그랬다.
티렌 백작은 최근 권력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음을 체감했다.
30년 동안 이어진 제국전쟁에서 별다른 전공을 세우지 못한 탓이다.
‘그놈한테 포로로 잡히지만 않았어도!’
아그릭이라고 했던가.
자신을 포로로 잡은 그놈 말이다.
귀족도, 정식 기사도 아닌 놈한테 패배해서 포로로 잡힌 것도 열받을 판인데 포로로 잡힌 후 전쟁이 끝난 뒤에야 석방됐다.
그래서 전공을 세우지 못했던 것이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티렌 백작은 검술에 영 소질이 없었으니까.
그런 이유로 티렌 백작은 지금 건수를 잡은 셈이다.
‘이걸 잘 엮어서 책임을 물고 그걸 빌미로 광산 사업권을 더 강하게 요구하면…….’
만날 때마다 자신을 은근히 무시하던 귀족들도 자신을 다시 보게 될 것이다.
손님으로 초대받은 자신의 아들이 상해를 입었고, 심지어 소환수까지 빼앗겼다! 누가 시비를 걸었건 그건 중요한 사실이 아니다.
“흐음. 네가 그 유명한 데인이로구나. 내 너의 이름은 소그레스 백작에게 들은 바 있다.”
“그렇습니까.”
“내 소그레스 백작을 좀 만나야겠다. 앞장서거라.”
하지만 그 계획은 시작부터 막혀 버렸다.
“왜 그래야 합니까?”
“어허. 아이들의 싸움이지만 어른이 알아야 할 필요도 있는 법이다. 설마 혼날 게 두려워 숨기려고 했느냐?”
그 말에 데인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숨길 생각도 없고 두렵지도 않습니다.”
“그렇다면 당장 앞장서거라.”
“예, 알겠습니다.”
꼬마 녀석이 버티기는.
결국 그렇게 할 거면서.
“하지만 그전에 사과를 받아야겠습니다.”
“뭣이? 사과?”
이런 맹랑한 녀석을 봤나.
“예. 제가 아드님의 코를 때려 상해를 입힌 건 사실입니다.”
“시인하는군. 그런데 소환수를 빼앗은 건 왜 말하지 않느냐?”
“소환수는 빼앗은 게 아니라 소환수가 제게 복종한 겁니다.”
“뭐라고?”
티렌 백작은 장남 디그론이 소환술에 재능을 보인 덕분에 소환술에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소환수가 다른 소환술사에게 복종한다는 건 상위급의 소환술사라는 뜻.
‘가만, 여기 둘째 딸이 천재 소환술사라고 했었지? 그렇다면 링크를 강제로 끊는 악독한 방법을 알려 주었을 가능성이 크군!’
티렌 백작은 데인이 소환수에 대해 엄청난 친화력을 지닌 것으로는 상상조차 못 하고 곧장 반박했다.
“그렇다 해도 소환수를 빼앗긴 그 상실감은 상당하지. 그런데 너는 이것에 사과하지 않겠다는 뜻이냐?”
“자연스레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할 이유가 있습니까?”
“이런 건방진 녀석이 어른이 이야기하는데 따박따박…….”
티렌 백작은 그러다 말을 멈추고 흥분을 가라앉혔다.
애 앞에서 이게 뭐 하는 짓일까.
진짜 목표는 소그레스 백작 쪽에 있는데.
“내 크게 타박하거나 나쁘게 말하지 않을 터이니 지금 당장 소그레스 백작에게 가자꾸나.”
그때였다.
“나를 찾으셨소?”
정원 한쪽에서 소그레스 백작이 나타났다.
“산책하는데 나를 언급하는 소리가 들려 이쪽으로 와 봤더니…… 이게 무슨 일이오, 티렌 백작?”
티렌 백작의 얼굴이 순간 당황스러움으로 물들었다.
화가 난 자신의 모습.
그리고 그 앞에 선 소그레스 백작의 아들.
“소, 소그레스 백작.”
심지어 바로 뒤엔…….
“테, 테르미온 공작님!”
테르미온 공작도 있었다.
“내 말이 맞지 않았나? 자네 아들 목소리 같다고.”
“귀도 밝으십니다. 저는 긴가민가했는데.”
“이 사람아. 내가 그만큼 자네 아들을 흥미롭게 본다는 증거 아니겠는가?”
“그래도 막내따님과의 혼사는 좀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어허. 날카롭구만.”
그리고 테르미온 공작은 문득 상황을 살피더니, 한발 뒤로 물러나며 양손을 펼쳐 보였다.
“아. 나는 없는 셈 치고 계속하게. 원하면 빠져 주겠네.”
그럴 리 있나.
‘이, 이렇게 커질 일이 아닌데.’
소그레스 백작은 어차피 찾아갈 참이었다.
하지만 테르미온 공작까지 끼어든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티렌 백작의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 * *
내가 아는 아버지는 가족들을 끔찍이도 아끼시는 분이지만 그렇다고 팔이 심하게 안으로 굽는 분도 아니다.
즉, 외부와의 분쟁에서는 따질 건 따지신다는 뜻.
이번 경우가 그랬다.
아버지는 나와 디그론의 말을 각각 들어보기로 결정하셨다.
“디그론. 먼저 설명하겠나?”
“그, 그게…… 저는 그저 동생과 정원에서 길을 잃었을 뿐입니다. 그래서 아드님에게 안내를 부탁했는데 절 무시하는 것 같아 다가갔더니 갑자기 이마로 제 코를 박아버리더니, 이후 저를 이상한 수법으로 농락했습니다!”
교모하게 사실을 감추고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진술하는 걸 보니 싹수가 시작부터 아주 노랗다.
저런 녀석 내가 한두 번 본 게 아니지.
“이상한 수법?”
“예. 갑자기 뭔가 날아와 제 동생과 저를 때렸습니다.”
그거 내가 만든 마력탄인데.
아버지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계속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겁만 줄 의도로 소환수를 불렀는데, 갑자기 제 소환수를 빼앗더니…… 오히려 저를 공격하려 했습니다! 분명히 제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게 분명합니다. 제가 책에서 봤습니다. 소환수를 강제로 빼앗아 가는 사이한 술법이 있다고 말입니다!”
티렌 백작도 기다렸다는 듯이 거들었다.
“소그레스 백작. 내 가급적이면 내 선에서 주의를 주고 넘어가려 했소.”
아버지는 그 말에 티렌 백작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티렌 백작은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물론 코 좀 깨졌다고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오. 소그레스 백작성 정도면 실력 좋은 치유사가 분명히 있을 테니까. 하지만 소환수는…… 아들이 무슨 수를 쓴 건지 잘 알지는 못하지만, 알아서 잘 처리하리라 믿소.”
마치 대인배인 양 구는 모습이다.
포로로 잡혀서 나한테 빽빽거리면서 어디 손을 대냐고 난리를 치던 모습과는 참 대조적이다.
이런 가운데 아버지는 간단하게 답하셨다.
“아직 데인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소, 티렌 백작.”
“더 들을 게 있소? 누가 봐도 우리 아들이 지금 이렇게 상해를…….”
“다툼이라는 건 상처를 입은 쪽이 항상 가해자인 건 아니오. 데인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판단한 뒤, 그때 결론을 내리겠소.”
아버지는 그렇게 말씀하시곤 테르미온 공작 쪽을 바라본 뒤 덧붙이셨다.
“혹 그 부분에 의심이 가신다면 여기 계신 테르미온 공작님께 판단을 요청드려도 되지 않겠소?”
“하, 하하. 그럴 것까지야 있는가?”
테르미온 공작은 흔쾌히 수락했다.
“음, 내가 필요하면 그렇게 하지.”
티렌 백작이 어버버 하는 사이 아버지는 나에게 고개를 돌리셨다.
“데인, 설명해 보거라.”
싸늘하거나 다정한 시선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서운한 느낌은 없다.
아버지는 지금 아버지가 아니라 소그레스 백작으로서 일을 처리하려 하시는 거니까.
“사실과 다른 점이 조금 있지만, 티렌가의 장남이 한 말은 사실입니다.”
아버지의 눈썹이 일순간 꿈틀거렸다.
“소그레스 백작, 제 말이 맞…….”
“계속하거라, 데인.”
나는 말이 끊겨 당황한 티렌 백작을 힐끗 쳐다보곤 대답했다.
“하지만 정원을 밟으며 정성스레 가꾼 꽃을 제멋대로 밟기에 거기서 나오라 했을 뿐이고, 그 말에 화가 나 다가와 제 멱살을 잡으며 먼저 손을 댄 쪽은 티렌가의 장남입니다.”
하얗게 질려가는 디그론의 얼굴.
“거, 거짓말입니다!”
거짓말일 리가 있나.
아버지는 그쪽으로 시선조차 주지 않더니 계속하라는 듯 날 바라보셨다.
“또한 분명히 들었습니다. 소환수 겐드푸를 불러내며 절 죽이라고 명령한 사실 말입니다.”
“…….”
티렌 백작의 입이 쩍 벌어졌고, 디그론은 어쩔 줄 몰라 당황한 게 눈에 보였다.
난 여기에 쐐기를 박았다.
“그리고 소환수를 빼앗은 건 사실이 아닙니다. 엄밀히 말하면 소환수가 저에게 자연스럽게 복종했습니다.”
“복종?”
“네. 저와 눈이 마주치더니 겐드푸가 갑자기 꼬리를 내렸고, 저에게 친근감을 표시했습니다.”
“……!”
아버지는 아실 것이다.
내가 소환술에 재능이 있다는 걸.
그래서 이 말을 믿으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의심되는 발언이오, 소그레스 백작. 내 아들이 소환술에 재능이 있어 잘 아는데, 소환술사도 아닌 이에게 소환수가 복종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오! 분명히 사이한 방법을 통해서…….”
내가 답했다.
“아뇨, 있습니다.”
“뭣이?”
“소환술사와 소환수의 친밀도가 매우 낮을 때입니다.”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거기에 소환수와의 타고난 친화력이 높다면 가능한 일입니다.”
당황한 티렌 백작을 뒤로한 채 아버지가 물으셨다.
“그게 정말 가능하다는 말이냐?”
“네.”
“작은누나가 알려주었느냐?”
“아뇨. 어쩌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됐습니다.”
그 말에 아버지는 잠시 고민하다 물으셨다.
“증명할 수 있겠느냐?”
“네.”
아버지는 티렌 백작에게 물었다.
“데인이 증명할 수 있다고 하오.”
“애,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일이오!”
“그대 장남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되기 위해선 필요한 일이오. 어떤 사이한 수단을 썼는지 추궁하느라 긴 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다는 지금 바로 증명 가능한 일을 하는 게 낫지 않겠소?”
“…….”
결국 티렌 백작은 반박하지 못하고 디그론을 데려왔다.
“부, 부름에 응답하라…….”
벌벌 떠는 모습이 안쓰럽다기보단 볼썽사납다고 해야 할까.
방금까지 아버지 믿고 넌 이제 큰일 났다며 득의양양하던 녀석이었으니까.
그런데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왜, 왜 안 나오지?”
소환술을 펼쳤음에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디그론은 당황하며 재차 소환하려 했으나 역시 반응은 없었다.
떨리거나 긴장해서 그런 건 아닌 것 같았다.
아마 내 예상이 맞다면…….
“디, 디그론. 어서 소환해 보거라.”
“아버지, 그, 그게요…… 잘 안 돼요…….”
“하루에도 몇 번씩 하던 게 왜 안 돼!”
티렌 백작이 윽박질렀지만 디그론은 울상만 지을 뿐 아무것도 해내지 못했다.
나는 손을 꼼지락거려 소환의 술식에 대한 수인, 그러니까 겐드푸를 불러낼 수 있는 수인을 맺어 보았다.
웅. 웅.
체내의 마력이 반응한다.
순간 놀랐다.
겐드푸와 일시적으로 연결된 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고?
“…….”
나는 고민 끝에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버지. 아마 제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슨 말인지 설명해 보겠느냐?”
“지금 티렌가의 장남이 해내지 못하는 소환, 대신 제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내 쪽으로 쏠렸다.
아버지는 순간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아주 살짝 고개를 저었지만, 내 눈을 바라보신 끝에 입을 열었다.
“증명할 수 있겠느냐?”
내 대답은 당연히 정해져 있었다.
“네. 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