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103)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103화
60. 어쩐지, 이상하더라(2)
시체 처리는 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아공간 여세요.”
“……나중에 청소하기 힘든데.”
“들키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그건 그렇지.”
델워드는 고분고분 내 말을 잘 들었다.
“후우. 일단 시체는 넣었고.”
“그다음은 흔적을 지워야죠.”
“아. 핏자국.”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 와이어?”
“그거 말고도 꽤 많아요.”
주변을 둘러보니 장난 아니다.
와이어는 물론이고, 혹시라도 델워드가 도망쳤을 때를 대비해 이중, 삼중으로 방편을 마련해 놓았다.
순간적으로 움직임을 묶는 간이 함정부터, 가장 바깥쪽에는 최후의 수단으로 구상한 건지 폭발을 일으키는 함정까지 있었다.
암살자가 이렇게까지 화려하게 준비한다는 건, 반드시 잡겠다는 것 외엔 달리 이유가 없다.
“후우.”
처리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다행히 모두 어머니에게 배운 것들이고, 함정은 설치와 해체를 같이 익히는 게 기본.
드레니크 제국이라고 해서 암살자들의 함정이 막 엄청나게 기상천외하고 그런 건 아니다.
외려 기계장치를 이용한 함정은 드레니크 제국 쪽에서 많이 들어왔다고 하니까.
뭐, 내가 잘 배운 걸 수도 있고.
“끝.”
나는 함정들을 모두 수거하고 손을 탁탁 털었다.
대부분은 발동되기 전이라 나중에 재활용해도 될 것 같다. 원래 함정 하나 만드는 데 보통 손이 많이 가는 게 아니라서 말이지.
“……넌 도대체 정체가 뭐니?”
이런 가운데 함정을 죄다 해체하고 돌아온 날 보며 델워드는 멍하니 묻고 있었다.
나는 대답하는 대신 델워드의 발아래를 가리켰다.
“거기, 앞으로 가면 피 묻어요. 뒤로 물러나세요.”
“어, 으응.”
마무리는 핏자국 제거.
핏자국 제거는 어렵지 않다.
암살자의 기본이니까.
그렇게 약물을 뿌린 뒤 천으로 흡수해 핏자국까지 말끔하게 지우고, 냄새를 감추는 약품까지 도포한 후에야 나는 모든 작업을 마쳤다.
그래놓고도 어머니에게 배운 대로 혹시 내가 빼먹은 흔적이 있을까 싶어 다시 한번 살폈다.
가만.
그럼 이거 내 첫 암살인가?
“고맙다. 너 아니었으면 정말 골로 갈 뻔했어.”
델워드는 감사함을 표하며 어이가 없다는 듯이 물었다.
“너…… 다른 것들에 재능 있다고 하지 않았니?”
“뭐, 이런저런 걸 배울 기회가 있어서요.”
“……날 그렇게나 지독하게 괴롭히던 놈들이었는데.”
놈들이 생각 이상으로 델워드에게 너무 집중해서 수월한 덕도 있었지만, 역시 어머니의 가르침은 대단하다.
배운 대로 하니 그대로 먹혀들 줄이야.
첫 번째 녀석은 호흡을 완전히 죽인 채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목을 찔렀다.
두 번째 녀석은 첫 번째 녀석이 쓰러지기도 전에 어둠을 타고 이동해 마찬가지로 등 뒤에서 심장을 꿰뚫었다.
“마지막은 마법이었지?”
“제대로 보셨네요.”
마지막은 델워드의 말처럼, 낌새를 채고 움직이려던 찰나 땅에서 뿌리를 뽑아내 발을 묶는 2체인 마법으로 움직임을 봉했다.
마무리는 델워드가 했지만 말이다.
“내 동생이 진짜 엄청난 친구를 사귀었구나. 레일라는 이런 것까지 잘하는 거, 아니?”
“모를걸요.”
알 리 있나.
우리 어머니가 전설적인 암살자(전직)인 것도 모를 텐데.
델워드는 이내 피식거렸다.
“하…… 아무튼 진짜 덕분에 살았다. 이놈들, 국경부터 날 따라왔거든.”
“드레니크의 암살자죠?”
델워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것도 알았니?”
“네, 뭐. 어쩌다 보니까.”
나는 대충 두루뭉술하게 대답한 뒤 물었다.
“어쩌다 쫓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계속 쫓길 수밖에 없던 이유는 알겠네요.”
“응? 그게 무슨…….”
“신발 밑창을 보세요.”
델워드는 다급하게 바닥이 보이도록 한 발을 들어 신발을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앞굽과 뒷굽 사이 땅과 닿지 않는 공간에 박혀 있는 작은 수정.
“마력 수신기예요.”
“안 보이는데?”
“그야 감춰져 있으니까요.”
스파이들이 바보처럼 눈에 잘 보이는 수신기를 박아놨을 리 없지.
내가 다가가 마력을 흘려보내자, 수신기에 걸린 보호 마법이 풀리며 모습이 드러난다.
“……이런 세상에.”
암살자들이 대상 추적에 자주 쓰는 물건이다. 아마 국경을 넘기 전 박혔거나, 혹은 추적 도중에 박혔겠지. 전자의 가능성이 높다.
“그럼 이미 알고 있었니?”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뒤에서 따라갈 때 잠깐 정신을 집중했었는데, 그때 보였거든.
다만 저게 어떤 용도인지 정확히 알 수 없어 지켜보다 따라나선 것뿐.
“네.”
“너 진짜…… 말도 안 되는 친구구나?”
미리 알았다고 해도 뒤를 밟는 건 동일했을 테다.
국경에서 수도까지 따라올 정도의 녀석들이라면, 저깟 추적기 없이도 또 찾아냈을 테니까.
오히려 상황을 유도해서 처리하는 게 더 나았던 셈.
푹.
델워드는 호탕하게도 밑창에 단검을 시원하게 찔러 넣어 추적기를 꺼낸 뒤, 그대로 으스러뜨려 버렸다.
“후우.”
앓던 이가 빠진 사람처럼 시원하다는 표정을 지은 델워드가 말했다.
“이제 좀 발 뻗고 자겠네.”
“그렇죠?”
“그래. 덕분에. 고맙다. 정말로. 정말 꼼짝없이 죽는 줄 알았는데…….”
나는 고개를 저었다.
“바로 죽이진 않고, 고문하지 않았을까요?”
“……살벌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네?”
그야 그게 정석이니까.
나는 안 배웠지만, 암살자들은 고문 기술도 함께 교육받는다.
암살자라고 해서 무조건 암살 임무만 맡는 건 아니고, 요인 납치나 고문, 정보 수집 등 다양한 역할을 하기 때문.
아마 델워드를 잡았다면 고문을 통해 어떤 정보들을 빼 갔는지 알아내려 했을 테다.
실제로 놈들이 소지한 단검을 보니 마비독이 묻어 있기도 했고.
“일단 이제 안심하셔도 됩니다. 추적하던 놈들은 더 없는 것 같으니.”
“그래, 다행이다. 다행이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앞으로는 대비를 더 단단히 해야겠어.”
델워드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물었다.
“너 정말 14살 맞니?”
“네. 레일라보다 생일은 좀 빠르지만요.”
“……그게 아니라. 말이 안 되는 거잖아. 내가 수도 와서 잠깐 머무르는 동안에도 들은 이야기가 몇 갠데. 검술에, 창술에, 마법에, 소환술에…….”
그건 나도 설명하기 힘들다.
하다 보니 다 잘하게 됐으니.
모든 게 고대의 마력 덕이라면 모를까, 그 고대의 마력을 펼치는 건 내 역량이다.
“……뭐, 세상엔 이해 안 되는 일도 있기 마련이긴 하지.”
오.
내가 자주 쓰는 말인데.
“그럼요.”
“좋아. 그럼 음…… 이대로 저택에 돌아가야 하나?”
델워드는 잠시 고민하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있는 척 폼은 다 잡았는데 돌아가면 좀 그렇지. 이대로 가야겠다.”
그야 뭐, 본인 선택이니.
나는 구해줬으니 됐다.
그대로 죽었다면 레일라가 엄청 슬퍼했을 테니까.
“아, 그리고.”
델워드는 품에서 또 뭔가를 뒤적거렸다.
내가 본 것만 세 번째.
“아무리 레일라 친구지만 목숨값은 치러야지 싶어서.”
“괜찮습니다.”
“그래도 어디 목숨은 구해줬…….”
“그보다 궁금한 게 있는데, 거기에 대답해 주시는 건 어때요?”
“궁금한 거?”
그는 품에서 뭔가를 꺼내려던 손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네. 왜 공작님도 안 뵙고 급하게 가는 건지 궁금해서요.”
“그야 암살 위협이 있으니까…….”
“그보다는 의도적으로 아예 피하는 느낌이던데요. 그런 문제였으면 레일라 보러도 안 왔어야죠.”
“……날카롭구나?”
델워드는 잠시 한숨을 쉬었다.
“긴 이야긴데. 아니다. 짧게 할게. 간단해. 나에게 어머니는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야.”
일반적인 경우보다 지극한 효심.
“왜냐하면 날 낳다가 거의 돌아가실 뻔했고, 그다음에 몸이 무척 약해지셨거든. 그러다 레일라가 생겨서 낳긴 하셨지만…… 그 덕분에 한동안 누워 계셨고.”
그 이유가 바로 여기 있었다.
“그래서 어머니를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아카데미를 졸업하자마자 대륙을 떠돌다 드레니크 제국까지 간 거야.”
“이해되네요.”
이해된다.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
다만, 지금의 나라면 보다 신중하게 접근했을 것이다.
그래도 이런 무모함, 나쁘지 않다.
낭만 있거든.
그 낭만 덕에 암살자한테 죽을 뻔한 걸 내가 구해 주긴 했지만.
“아버지랑도 같은 맥락이지. 아버지는 내가 나중에 가주가 되길 원하시는데, 내가 따르지 않고 졸업하자마자 방랑길에 나섰으니까.”
“큰형님은요?”
델워드는 어깨를 으쓱했다.
“형님은 야심 없는 사람이야. 나도 그렇지만, 나보다 더. 그냥 병사들이랑 지내는 게 편하대. 그러니까 지금 기사단에 없고 저기 동부 촌구석에 처박혀서 마물들이랑 드잡이질하고 레인저들이랑 투닥거리지.”
이런 사연이 있었을 줄이야.
그나저나 좀 충격이긴 하다.
제국에서 제일 강력한 가문의 아들 두 명이 가주 자리에 관심이 없다니.
“그래서 뭐, 다음 가주는 레일라가 되겠지.”
레일라가 가주라니.
좀 놀랍긴 하다.
걔는 생각조차 안 하고 있던데.
“그게 더 어울리기도 하고. 아, 이건 비밀이다? 어디 가서 말하면 안 돼.”
“그럼요.”
생각보다 예상외의 비밀이지만, 한편으로는 이해 가는 비밀이다.
테르미온 공작이 아들들 이야기 나올 때마다 골머리를 썩이는 표정을 지은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렇게 됐어. 음, 뭐. 비밀을 말했는데 별로 두근거리진 않네. 아무튼 아버지랑은 어머니 병을 치료할 재료를 모두 만나고, 당당히 증명해야지. 지금은 아니야.”
이해 안 되는 부분도 있지만 충분히 존중할 수 있었다.
“아, 그리고 은혜는 꼭 갚을게. 비밀 좀 말한 걸로 목숨값 치렀다고는 생각 안 해.”
델워드는 그러면서 씩 웃어 보였다.
“나중에 술이나 같이 한잔하자. 술 마실 나이는 아닌데, 안 들키면 되겠지?”
“좋죠.”
“그래. 그럼…… 이제 가야겠다.”
델워드는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당부했다.
나는 그가 가기 전에 통신 수정구를 꺼내 들었다.
“수정구 있죠?”
“어, 음. 망가지진 않았네? 내 코드 알려줄까?”
“아뇨. 제 코드를 알려 줄게요.”
델워드는 내가 불러주는 수정구 코드를 적어 넣었다.
“도움 필요하면 연락해요.”
“……저택에서 네가 그렇게 말했으면 그냥 웃고 넘겼을 텐데.”
이제 웃고 못 넘기겠지.
“그래, 그럴게. 그리고 내 동생, 잘 부탁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델워드는 골목을 빠져나가 내 눈에서 사라졌다.
흠.
잘한 일이겠지?
레일라 오빠도 구해주고.
대신 레일라한테는 비밀로 해야겠다.
말하면 보나 마나 쫓아가겠다고 난리를 칠 테니까.
당분간은 말이다.
“슬슬 돌아가야겠다.”
나도 슬슬 걸음을 옮겼다.
“가자, 카르나스.”
“끼륵!”
저택으로 돌아가기 위해.
* * *
다행스럽게도 레일라는 간밤에 내가 어딘가 다녀왔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방에서 뭐 그렇게 오래 있다 나오냐며 투덜거리긴 했지만.
“그럼 우리 방학에는 아탈리아 섬도 가고, 하바로스크 산맥에도 가는 거야?”
“응. 일단 프리실라랑 고행 먼저 다녀와야겠지. 길게는 한 달이라고 했으니까, 다녀와서도 한 달 혹은 그 이상도 시간이 남아.”
아카데미의 방학은 두 달.
시간은 충분하다.
집이야 텔레포트 게이트를 타고 가면 되니, 그것까지 감안해도 된다.
“그럼 그전까지 열심히 실력을 올려야겠네.”
어니스트가 눈을 반짝거리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활터에서 활 한번 배워보자.”
“정말?”
“응. 레일라, 괜찮지?”
“좋아. 나도 그럼 활터 근처 수련장에서 같이 수련하면 되겠다.”
남의 집 놀러 와서 집주인 자제랑 수련하는 게 참 괴이한 광경이긴 하지만 뭐 어떤가. 재미만 있으면 됐지.
이런 가운데 어니스트가 생각도 못 한 말을 꺼냈다.
“참, 데인. 우리 동아리는 이번에 페스타 참가해?”
“페스타?”
아.
그러고 보니…….
“그래. 아카데미 페스타가 있었지.”
레일라도 맞장구쳤다.
아카데미 페스타.
1년에 딱 1회.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난 뒤 열리는 행사.
“생각 안 해봤는데.”
물론 생각 안 해 봤다.
관심이 없어서.
“혹시 필수 참가야?”
“그건 아닌데…….”
어니스트는 약간 아쉽다는 듯이 말꼬리를 흐렸고 레일라도 조금은 관심을 보였다.
“뭘 하면 되는 건데?”
“보통 부스를 열지! 동아리 관련 분야로 부스를 꾸미는 식이야. 마법 관련 동아리는 마법 시연을 보인다거나, 경제 관련 동아리는 뭘 판다거나…… 근데 말이 그렇지 사실 먹을 거 만들어 파는 데가 제일 많아.”
그게 제일 많이 남아서 그런가?
“그럼 우리도 부스 만들어야겠네?”
어니스트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게 제일 낫지!”
“뭘 할지 한번 고민해 보자. 우리 동아리에 이것저것 많잖아?”
일단 레일라는 검술학부, 어니스트는 탐사학부, 프리실라는 신성학부다.
그리고 나는 암살…… 이건 아니고.
검술, 창술, 마법, 소환술에 재능이 있다.
그럼 할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해진다.
“그래. 하자.”
“진짜? 좋아!”
“재미있겠는데.”
레일라가 제안했다.
“우리도 음식 만들어서 팔까?”
“음식? 뭘 만들어 팔지? 꼬치구이? 나 야영하면서 이것저것 배우긴 했는데.”
뭐든 다 좋다.
페스타니까.
“근데 그거 알아? 가장 인기 많은 부스한테는 상품도 준대. 이번엔 뭔지 잘 모르겠는데, 작년에는 엄청 좋은 아티팩트를 줬다는 거야!”
뭐든 다 좋다고 한 거 취소다.
“대충 해선 안 되겠는데.”
내가 의지를 불태우자 레일라도 맞장구쳤다.
“상품은 우리 동아리 거야.”
좋아.
그럼 한번 제대로 고민해 봐야겠군.
“길게 생각할 틈은 없을 거야. 모레까지 접수니까. 부스 배정은 랜덤이고.”
어니스트의 말에 난 뭘 할지 떠올려 보았다.
소환수 먹이 주기 체험이라도 해야 하나?
음, 소환수 학대가 될 수 있으니 이건 아닌 것 같고.
“일단 내일 고민해 보자.”
그러고 보니 밤이 깊긴 했다.
이제 슬슬 잠들 시간이다.
내일은 아주 바쁠 테니까.
“데인, 내일 가서 뭐 만들지는 정했어?”
레일라가 지금 물은 것처럼, 내일은 테르미온의 대장간에 갈 예정이기 때문.
세상 모든 광석과 재료들을 다룰 수 있고, 그 어떤 무기라도 징표를 가진 자의 의뢰라면 만들어 주며, 그 품질은 세상 어디에도 비할 데 없을 만큼 완벽하다는 꿈의 대장간.
“아직.”
“언제 정하는 거야?”
사실 당장 만들 생각은 없다.
구경이나 하자는 거지.
내 신체가 완벽히 성장하지 않았기 때문.
그리고 당장 무기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없었고.
“그런데 혹시 모르지.”
난 레일라를 보며 씩 웃어 보였다.
“막상 가면 탐나는 게 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