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105)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105화
62. 너 뭐 하는 녀석이냐?
아르카니움.
듣자마자 아르카나가 생각났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무척 희귀한 금속이지. 아르카나 왕국의 유적은 그 수가 무척 적고, 왕성 옛 터는 남은 게 거의 없으니까. 그리고 그 와중에 아주 극소수만 발견됐다.”
그래서 아르카니움이라는 이름이 붙었구나.
“하지만 금속인 것만 알지, 나머지는 어느 누구도 용도나 성분을 밝혀내지 못했다.”
“왜죠?”
그는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야 제련하거나 분석할 수 없으니까. 이유는 알 수 없다. 지금 존재하는 어떤 기술로도 그 광석을 분석하거나 녹일 수 없어. 나 역시 마찬가지지.”
이거 참.
아르카나는 도대체 뭐 하던 왕국일까.
그런 왕국의 유산이 지금 내 몸에 흐르고 있다니.
“수천 도에 달하는 열로도 녹일 수 없었던 게 바로 그 아르카니움이다. 그래서 기껏해야 수집가들의 희귀한 컬렉션 정도로만 취급되고 있지.”
“대단한데요.”
“그래서 그냥 둔 거니까 다른 걸 봐라. 그 옆에 있는 게 바로 ‘아트마’라는 건데, 오로지 하바로스크 산맥의 깊은 광맥에서만 발견되는 광물이지. 합금 처리만 잘하면 어지간한 무기는 부딪치는 순간 이가 나가버…….”
이어지는 말은 들리지 않았다.
내 시선은 오로지 아르카니움, 딱 하나에 고정되어 있었다.
이 느낌은 뭘까.
마치, 날 부르는 듯한 느낌.
특색 없어 보이는 이 광석은 내가 시선을 집중하는 그 순간부터 날 향해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를 가지라고.
“너 지금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나는 고민 없이 아르카니움에 손을 가져갔고-
“봐도 소용 없…….”
우우웅…….
아르카니움은 녹색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어야 하는데.”
설마, 했는데.
날 부르는 그 느낌은 진짜였다.
역시나 반응하다니.
나는 그 아르카니움을 들어 그에게 보여 주었다.
“이러면 제련할 수 있나요?”
“……이게 무슨 일이지.”
그는 아르카니움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
“내가 잘못 놨나…… 그럴 리가 없는데…….”
그러다 간신히, 쥐어짜듯 나에게 물었다.
“아까부터 좀 궁금했는데…… 너, 도대체 뭐 하는 녀석이냐?”
난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남부의 지배자 소그레스 백작가의 장남이자 제국 아카데미 자율전공학부 1학년 데인 소그레스입니다.”
그는 어이가 없는지 헛웃음을 흘렸다.
“그걸 물은 게 아니잖냐.”
* * *
불바크.
불바크는 난쟁이족 아버지와 인간족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돌연변이인 그는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르카니움이 반응했다.’
그 덕에 어린 시절부터 ‘괴물’이라며 사람들에게 배척당했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능력 덕분에 최고의 야장들만 들어갈 수 있다던 테르미온의 대장간에 들어갈 수 있었다.
금속의 냄새를 맡는 능력.
그건 일반적인 난쟁이들조차 가지지 못한 능력.
불바크는 그 수준이 특히 대단해 금속의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금속의 가공 여부는 물론 어떤 식으로 가공되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쉽게 말해, 금속 등의 광물 상태에 무척이나 예민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르카니움의 반응은 실로 엄청난 일.
‘역사상 가장 뛰어난 난쟁이조차 방법을 몰라 손도 못 댄 광석이었는데.’
아르카니움.
고대 마법왕국 아르카나에서만 쓰였고, 아르카나가 멸망한 후에는 그 누구도 사용할 수 없었던 금속.
심지어 이 아르카니움으로 만든 물건들도 죄다 소실되어 그 능력이 뭔지도 제대로 알 수 없었다.
그야말로 베일에 싸인 금속인데-
‘어쩌면 그걸 이제 알 수 있을지도.’
저 꼬맹이.
데인 소그레스가 만지는 순간 반응했다.
그래서 순간 이런 생각도 들었다.
‘설마 아르카니움이 아닌가? 아니면 이 녀석이 장난질을 친 건가?’
불바크는 난쟁이들이 으레 그렇듯 마법을 그리 좋아하진 않았다.
그래도 일반적인 난쟁이들처럼 극도로 싫어하는 건 아니다.
그랬다면 여기 이곳 테르미온 대장간에 존재하는 마법으로 활용하는 시설들을 거들떠도 안 봤을 테니까.
무조건 전통방식을 고집하는 난쟁이들과는 다른 셈.
“이리 건네라.”
불바크는 그래서 손을 내밀었다.
만약 장난질을 치거나, 다른 금속이라면 바로 들통이 나겠지.
“여기요.”
하지만 건네받은 순간 알 수 있었다.
난생처음 맡는 금속의 향기가 난다는 것을.
아르카니움.
이전까지는 전혀 냄새가 없었는데, 데인에게 반응한 이후부터 마침내 금속의 향기가 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달콤하군…….”
음식으로 치자면 고행길에 오른 성직자나 현자들도 정신없게 만들 만큼 달콤한 향기.
금속에서 이런 향기를 맡을 줄이야.
어서 나를 제련해 달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덕분에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아르카니움.
세상 그 어떤 난쟁이들도 다루지 못한 이 금속을…….
어쩌면 제련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거, 제련할 수 있어요?”
“해보겠다.”
불카크는 몽롱하게 바라보던 시선을 멈추고 데인에게 물었다.
“너…… 나처럼 뭐라도 타고났냐?”
데인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럴지도요.”
“……지금까지 온 녀석들 중에서 제일 웃긴 녀석이군.”
지금껏 테르미온의 대장간엔 어마어마한 인물들이 많이 다녀갔다.
흔히 역사책에서 ‘영웅’이라 불리는 인물들은 물론이고 아주 먼 과거엔 황족들도 다녀갔으며, 극소수만 아는 비밀이지만 세상을 뒤흔든 악당들도 다녀갔다.
‘그때는 악당이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이 녀석도 어쩌면…….
세상을 뒤흔들지도 모르겠다.
영웅으로서든, 악당으로서든.
“검을 만들고 싶다고 했지? 좋아. 해 보지. 내가 직접 만들어 주마.”
“원래 다른 사람이 만드는 거였어요?”
“애매한 녀석들 물건은 다른 야장들이 주도하는 편이지. 그렇다고 그 녀석들 실력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다만 내가 압도적일 뿐이야.”
데인은 불바크의 일관적인 태도에 헛웃음을 흘렸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기에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체격을 보니 길이는 이 정도……. 무게중심은 이쪽으로 잡고. 흠. 일단 제련을 해 봐야 알겠군. 거기에 이 아르카니움이 어떤 특성을 지녔는지조차 모르니까.”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 보인다.
지금까지 겪었던 모든 금속과는 전혀 다른 무언가가 숨어 있을 거라고.
그런데 그때였다.
우우웅…….
빛이 사라졌다.
“이거 왜 이래.”
아르카니움은 데인이 만지기 전 아무 특색 없는 그 상태로 돌아가 버린 것.
“허.”
반응하는 시간이 끝난 걸까.
불바크는 데인에게 다시 아르카니움을 건네주었다.
그러자 재차 반응하는 아르카니움.
그러나, 아까와 비슷한 시간이 흐르자 다시 아르카니움의 빛이 소멸했다.
‘……생각지도 못한 난관이군.’
설마 특정 존재에게만 반응하는 금속일까?
“너 혹시 야금술 배워 볼 생각 없냐?”
말도 안 되는 소리긴 하지만, 불바크는 그만큼 절박하고 궁금했다.
“아니다. 이럴 게 아니라 만들어질 때까지 옆에 있는 건 어떠냐?”
데인은 그 말에 웃기만 했다.
그 모습이 마치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표정이고, 사실 아까 들어왔을 때부터 다른 녀석들과 달리 무기에 대해 큰 관심이 없어 보이기도 했다.
‘설마 안 하겠다고는 안 하겠지.’
하지만-
“그건 안 되겠는데요.”
“어쩌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단 하나뿐인 무기를 가질지도 모르는데?”
“저 아카데미 페스타도 참가해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하고, 수련도 해야 해서.”
“…….”
고작 그깟 이유 때문에란 말이 목구멍까지 치솟았다.
“여기 있긴 힘들겠네요.”
“……후우.”
불바크는 무척이나 실망했다.
고작 그런 이유로 이 기회를 날려야 한다니.
물론 완전히 날린 건 아니다.
“그래, 방학. 방학이 있었지. 그때는 어떠냐?”
“아. 그때 일정이 좀 있어서”
“……망할.”
지금도 안 되고, 방학도 안 되고.
“넌 지금 엄청난 자격과 기회를 가진 거라고!”
불바크는 화가 났다.
세상 모든 대장장이라면 꿈에도 그릴 만한 상황이고, 당사자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무기를 얻을 절호의 기회인데!
그런데 일정이 있어서, 페스타를 준비해야 해서 못 하겠다고?
“좋아. 그럼 잠깐은 되겠지.”
불바크는 아르카니움을 든 채 곧바로 데인을 거대한 열기가 느껴지는 공간으로 인도했다.
대장간으로 진입할 때부터 느껴진 열기의 근원.
바로, 철을 녹이는 곳이다.
“일반적인 강철이나 금속이라면 바로 담금질할 수 있게 형태를 잡아 놓지만, 그건 원석이다. 일단 녹여야 하지.”
데인은 알아들었다는 듯 다시 마력을 주입해 아르카니움을 반응시켰다. 그걸 받아든 불바크가 말을 이었다.
“아무리 반응해도 녹지 않으면 무기를 만들 수 없지.”
그러더니 별안간 시뻘건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가마에 아르카니움을 넣어 버렸다.
“어디, 반응한 상태에서 녹는지 한번 보자고.”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잠시 후 다시 꺼낸 아르카니움은 뜨겁기만 할 뿐, 전혀 녹은 기색이 없었다.
“역시나.”
불바크는 실망했다.
이래서야 반응한다고 좋아할 게 아니지 않은가.
자신이 수집가라면 모를까, 이걸 녹여 무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걸로는 안 되는 건가.”
허탈함이 밀려오던 그때였다.
“끼륵.”
무슨 울음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 보니 웬 새끼 와이번 같은 녀석이 날개를 퍼덕이고 있었다.
“카르나스, 한번 해볼래?”
“끼륵!”
불바크가 멍하니 물었다.
“그건 뭐냐?”
“비밀이요.”
“……응?”
데인은 받아든 아르카니움을 가마 앞쪽에 놓고 카르나스에게 말했다.
“살짝만 쏘는 거야.”
“끼륵!”
화르르르륵!
부지불식간에 뿜어져 나오는 불.
그리고 아르카니움에 불길이 닿는 순간-
“노, 녹는다.”
아르카니움이 순식간에 새빨갛게 달아올라 녹기 시작했다.
불바크는 눈을 끔뻑였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녹일 수 없는 게 없다던 테르미온 대장간의 가마에서도 녹지 않은 물건이 저 생물의 불길에 녹는다고?
“카르나스, 이제 됐어.”
“끼르윽!”
불길이 잦아들자 새빨갛게 달아오른 아르카니움이 보였다.
불바크는 멍하니 바라보다 번뜩이는 생각을 떠올렸다.
“그래.”
저 불길.
저 불길만 있으면 된다.
“잠시 있어라.”
불바크가 부리나케 달려와 가져온 건, 바로 불길을 가두는 아티팩트였다.
“이걸 쓸 줄은 몰랐군.”
테르미온의 대장간에서 만든 가마는 최고다.
하지만 다른 대장간의 가마는 다르다.
온도가 일정 수준으로 올라가지도, 유지하기도 힘든 것.
그래서 과거 테르미온의 대장간은 다른 대장간에서 필요로 하는 불길을 이곳에 가두어 판 적이 있었다.
‘그걸 이렇게 쓸 줄이야.’
“여기에 그 녀석의 불꽃을 쏴봐라.”
데인도 바로 알아채고 물었다.
“불길을 가두려는 거군요.”
“그래. 네가 자주 올 수 없다고 하니까.”
“좋아요. 카르나스, 괜찮겠어?”
“끼륵!”
카르나스는 맡겨만 달라는 듯 대답했고.
화르르륵!
커다란 수정구처럼 생긴 아티팩트는 카르나스의 불길을 머금더니 이내 안에서 불길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됐다. 그만. 역시 금방 차는군. 보통 불길이 아니야.”
카르나스의 불길은 마력 방벽도 녹일 만큼 강력하다.
고온도 고온이지만, 중요한 건 특별한 불꽃이라는 점.
“후우. 이걸로 되겠군.”
이제 할 수 있다.
이 불길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시도는 해볼 수 있게 된 셈.
“……그나저나 그 녀석 정체가 뭐냐? 내가 잘은 몰라도, 와이번은 아닌 것 같은데…….”
데인은 씩 웃기만 했다.
불바크는 그 모습에 어깨만 으쓱였다.
“뭐, 악한 생물은 아닌 것 같으니 됐다. 말하기 싫어하는 것 같으니 넘어가지.”
뭐가 됐든 상관없다.
이제 이 아르카니움을 녹일 수 있게 됐으니까.
반응 여부와 관계없이 일단 무언가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불바크는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빨리 만들고 싶다.
저 광석을 녹여서 일생일대의 역작을 만들어 보고 싶다.
제국 최고의 대장간에서 일하는 최고의 야장이 지금 군침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아, 진행 상황이 궁금하면 한번 들러라. 가공 후 반응 여부도 체크해야 하니까. 아마 곧 알게 될 거다. 어떤 놈이 만들어질지.”
“그럴게요.”
데인은 여전히 별다른 기대감 없는 표정으로 대답하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오히려 승부욕을 생긴다.
‘이놈을 꼭 만족시킨다.’
지금까지 의뢰인을 단 한 번도 실망시킨 적은 없었다.
“좋아. 이제 가도 된다.”
“네. 카르나스. 가자.”
“끼륵!”
불바크는 데인을 바깥까지 배웅했고, 떠나는 데인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진짜 뭐 하는 녀석이지.’
데인 소그레스.
소그레스 백작가야 들어서 알고 있고, 그 집 자제가 어마어마하다는 소문도 들었다.
그런데 자신이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숨어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신경 쓸 건 아니지.’
아무리 자신이 테르미온의 대장간에서 일한다지만, 의뢰인의 정보는 극비 중의 극비.
어딘가에 말할 일은 없을 것이다.
“좋아.”
이제부터는 이 금속, 아르카니움을 녹이고 두드리는 것에만 집중하면 된다.
궁금하다.
도대체 어떤 물건이 나올지.
‘꼬맹이, 다음에 왔을 땐 입이 쩍 벌어질 거다.’
제국 최고의 야장이 엄청난 다짐을 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