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113)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113화
69. 아직 남았어
콘레드는 자신이 패배하리란 상상은 전혀 하지 않았다.
단지 저 데인 소그레스라는 놈이 30연승으로 자신감에 머리가 어떻게 된 거라고만 생각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자신은 검술학부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재능이자 실력.
단순 실력으로만 따지면 졸업 후 황실 기사단 혹은 유명 기사단 취업이 사실상 보장되어 있다.
검술학부 내에서도 가장 큰 권력이라는 이 동아리의 회장직을 맡을 수 있었던 건 그런 이유.
‘질 리가 없다.’
반면 데인 소그레스는 어떤가?
분명히 대단하다.
지난 100년 동안 고작 2명밖에 나오지 않았던 자율전공학부에 입학한 것도 모자라, 무려 네 개 분야에서 천재로서 재능을 보였다.
거기에 제국 최고의 가문 중 하나라는 소그레스 백작가의 막내아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콘레드가 이긴다.
학년 차도 학년 차고, 나이 차도 나이 차다.
자신은 무려 4코어.
쿼드급이다.
‘저 녀석이 쿼드급일 리 없지.’
저 나이에 쿼드급?
절대 있을 수 없는 일.
이렇기에 콘레드는 자신이 대련장에 올라 검을 뽑아 겨눌 때까지만 해도 질 것이란 상상 자체를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그게 콘레드의 세상에서는 불변의 법칙이었으니.
하지만 이게 무슨 일일까.
“바,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하, 한 번도 못 성공시켰다고?”
콘레드는 호기롭게 달려들어 무려 수십 번의 검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데인은 그 모든 공격을 아주 여유롭게 막아내기까지.
‘이상하다.’
코어가 높다는 건 단순히 마력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 다르다는 것만은 아니다.
코어가 높다는 건 거기에 그만한 수련이 동반된다는 뜻이고, 자연스럽게 상대를 압도하는 기량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데인은 지금 콘레드를 압도하고 있었다.
무척이나 여유롭게.
그렇다는 건-
‘나보다 기량이 높다고?’
그럴 리 없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지쳤나?”
“이익!”
데인의 물음에 콘레드는 다시 달려들었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이기는 게 당연한데, 어째서인지 그 당연한 불변의 진리가 서서히 꺼풀을 벗고 실체를 드러내는 이 기분.
그 실체가 드러나며 조금씩 보이는 건, 패배하는 자신의 미래.
‘아니야!’
콘레드는 속으로 부르짖으며 검을 휘두르고 또 휘둘렀다.
챙! 카앙!
하지만 그때마다 가로막히는 검.
심지어는 마치 어디로 올 줄 알고 있었다는 듯, 콘레드의 검로에 이미 데인의 검이 가 있기까지.
“모든 게 나보다 부족할 텐데! 어째서!”
콘레드는 서서히 평정심을 잃어간다.
“나는 검술학부 최고의 재능이란 말이다! 심지어, 심지어 실전까지 겪어 보았다고!”
콘레드는 고학년.
그래서 실전을 겪어 보았다.
비록 마물 퇴치지만, 그 실전은 콘레드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데인에겐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
“실전?”
데인은 콘레드의 검을 쳐내며 물었다.
“실전이 뭔지 알아?”
그리고 정석적으로 파고드는 콘레드의 찌르기를 튕겨냄과 동시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그의 발을 걸었다.
“억!”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반격.
휘청이던 콘레드의 목에 검이 닿은 건 그때였다.
“실전이란…… 피와 살이 튀는 혈투야.”
데인은 그러면서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섬짓할 정도로 무서운 그 미소에 콘레드는 몸을 부르르 떨며 뒷걸음질쳤다.
“하압!”
그리고 그러는 척하며 검을 들고 데인의 검을 밀어냈지만-
퍼억!
“크헉!”
데인은 밀어낸 검을 그대로 그음과 동시에 콘레드의 가슴팍을 발로 밀어 차 버렸다.
“컥, 커헉.”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이것 역시 예상하지 못한 공격.
데인은 검만 쓰는 게 아니라 발, 손, 몸통 신체의 모든 곳을 무기로 삼고 있었다.
검.
콘레드에게는 모든 게 변칙투성이다.
물론 반드시 검만 써야 한다고 배운 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자신과 맞붙은 상대 중 이렇게나 검 외의 다른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녀석은 없었다.
“말했지. 잘못 건드렸다고.”
“이, 이 자식이!”
콘레드는 거의 발악하듯 일어나 다시 덤벼들었다.
그러나 그게 콘레드의 마지막 공격이었다.
“억!”
데인은 땅을 박차고 순식간에 콘레드의 뒤로 돌아가 놈의 등을 후려갈겼다.
덕분에 콘레드는 볼썽사납게 엎어졌고, 그만 무기를 놓치고야 말았다.
“바, 방금 보였어?”
“전혀 안 보였어!”
“콘레드가…… 완전히 졌어…….”
콘레드는 일어날 수 없었다.
기절해서가 아니다.
쪽팔려서다.
‘이, 이건 말도 안 돼.’
검을 놓쳤고, 볼 만한 자세로 엎어졌다.
마치 개구리처럼.
치욕 그 자체였다.
“기, 기절했나?”
“엄청 세게 맞은 것 같진 않던데.”
일어나서 마주할 사람들의 표정을 생각하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것이다.
“회장님!”
“회장님을 옮겨라! 어서 들것을!”
덕분에 한참을 움직이지 않는 회장을 위해 아카데미 검술회 동아리가 호들갑을 떨었다.
들것이 들어오고, 축 늘어진 회장을 싣고, 이 믿을 수 없는 현실에 결과를 부정했다.
반면, 관중들은 환호했다.
“데인! 데인! 데인!”
“검술학부가 검으로 다른 학부 녀석에게 지다니!”
검술학부 최고의 실력자가 불리는 쿼드급의 콘레드.
그가 패배한 것이다.
비록 마력을 실을 수 없는 제국 표준 대련 규칙이 적용되었다지만, 그건 중요한 사실이 아니다.
중요한 건 패배했다는 사실.
덕분에 회장은 들것에 실려 나가는 동안 절대 눈을 뜰 수 없었다.
그리고 이 모든 놀라운 일을 벌인 데인은 멍한 표정으로 서 있던 부회장에게 다가갔다.
“페스타 끝나고 보자고. 돈 준비해서.”
“…….”
“설마 공증인도 있는데 내빼진 않겠지?”
데인은 공증인의 존재를 상기시켰다.
대련 시작 전 세운 제3의 학부 사람.
물론 공증인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모두가 증인이 될 수 있다.
‘망했다…….’
부회장은 절망했고, 데인은 부회장의 어깨를 툭툭 쳐 주었다.
마치 힘내라는 듯이.
“자, 그럼.”
공포의 집.
점성술 부스.
보물찾기.
복수한다고 잠시 두긴 했지만,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복수를 마친 데인의 표정은 아주 후련해 보였다.
반면.
“회장님! 정신 차리세요!”
“이럴 수가! 회장님이 지다니!”
오늘 아카데미 검술회 동아리와 검술학부에게는 치욕의 날이었다.
여기에 추가로 비보가 날아들었다.
“크, 큰일이야!”
숨을 헐떡이며 달려온 동아리 회원이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우리 행사장이 또 털렸어!”
데인은 그 말에 씩 웃었다.
아무래도.
복수는 무척이나 성공적인 것 같다.
이제 아카데미 검술회는 ‘데인 소그레스’라는 이름과 그 이상한 이름의 동아리가 언급되기만 해도 경기를 일으키리라.
‘아카데미 일보에도 제보할까.’
뭐, 굳이 안 그래도 될 것 같았다.
“저기, 아카데미 일보에서 나왔습니다. 혹시 인터뷰 가능할까요?”
아카데미 일보.
아카데미의 사건사고가 벌어지면 득달같이 달려와 취재하고 보도하는 곳.
그런 곳답게 이미 와서 취재가 시작됐으니, 아마 조만간 기사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슬슬 본업으로 가볼까.”
목표도 이뤘다.
그럼 이제 본 행사에 집중할 시간.
“카르나스를 거의 못 챙겼네.”
“끼륵?”
마침 대련장을 뒤로하고 돌아가는 길에 카르나스가 고개를 쏙, 하고 내밀었다.
대련 내내 한 번도 안 깨다니.
참 대단한 녀석이다.
“끝나고 맛있는 간식 잔뜩 챙겨줄게.”
“끼르윽!”
* * *
페스타 3일 차가 되었다.
더 이상 아카데미 검술회 동아리의 방해는 없었다.
없는 게 당연하다.
지금 자기들 업보 정산하느라 바쁠 테니까.
내가 알기로 ‘비전공자 검술 대련’은 더 이상의 도전자가 없어 개점휴업 상태.
‘방탈출’은 세트를 부수거나 한 게 아니지만, 어니스트가 그간 쌓인 참가비 절반을 털어 온 덕에 예상 수익에 한참 못 미칠 것이다.
여기에 레일라가 테르미온의 검술을 십분 활용하여 장애물 달리기를 1위 기록으로 통과해 버렸다.
페스타 3일 차 막판까지 레일라의 기록을 넘어설 다른 학생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러니 아마 규칙대로 참가비 절반은 레일라의 차지가 되는 셈.
“역시 재능이 있다니까.”
레일라는 테르미온 공작가의 영애.
검술학부로 봐도, 아카데미 전체로 봐도 손꼽히는 재능이다.
펼치는 검술을 보면 안다.
테르미온의 검술.
생전의 나에게 죽음을 안긴 테르미온 공작이 쓰던 검술.
뭐라고 해야 할까…….
특정지을 수 있는 엄청난 무언가는 없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기에 무서운 검술이다.
균형.
무난함.
검술이라는 건 결국 독특하면 파훼당하기 마련이거든.
“잘하고 있지 이미.”
다만 레일라는 그걸 스스로 인정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니, 안 한다는 게 더 좋은 표현이겠지.
레일라는 안주하는 녀석이 아니니까.
오히려 그게 나을 수도 있겠다.
자만하고 멈추는 것보다야 좋지.
여하튼, 둘 덕분에 복수는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아카데미 검술회 동아리 녀석들은 당연하게도 우리 행사를 더 이상 방해할 수 없었다.
방해하려 해도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자기네 행사 망한 거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을 테니.
반면 우리는…….
“아카데미 들어오면 돈 번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
“세상에, 이게 다 돈이야?”
“미쳤는데……?”
동아리 행사로 무려 크라운 금화 200개 가까운 돈을 벌어들였다.
기록적인 금액이다.
학생들 코 묻은 돈 모아서 이 정도 기록이라니.
심지어 음식을 판 것도 아니다.
“공포의 집에서 거의 절반 벌었네?”
“참가비를 세게 책정했는데도 엄청났지. 내년에는 좀 올려도 되겠다?”
나와 레일라가 폐건물에서 공포의 집.
“보물찾기는 좀 어땠어? 이야, 크라운 금화가 60개야?”
“적당한 상품까지는 어느 정도 찾을 만하게 해 뒀고, 좀 비싼 상품들은 퀴즈까지 풀어야 아슬아슬하게 찾을 수 있게 해 놨지.”
안개의 정원을 빌려 어니스트가 운영한 보물찾기.
“점성술도 장난 없네? 40개?”
“점 보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그랬지, 다음에는 복채를 좀 더 받아야겠어.”
마지막으로 부스에서 운영된 프리실라의 점성술 행사까지.
세 행사로 벌어들인 순수익이 크라운 금화 200개라.
아.
“너희들도 고생했다.”
“아닙니다, 선생님!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이 녀석들도 있다.
육체미 동아리.
1호부터 6호까지.
“이렇게 분배하자.”
우리 넷은 일단 금화 140개를 넷이서 공평하게 나눴다.
기여도를 따지자면 한도 끝도 없기 때문에 잡음이 나올 수 없도록 이렇게 만들었다.
“무슨 소리야, 데인! 네가 50개는 가져가야지.”
“맞아! 너 아니었으면 이렇게까지 못했을 텐데!”
물론 반대가 뒤따랐다.
하지만 나는 이런 푼돈으로 신뢰를 얻을 기회를 날리고 싶지 않았다.
“다 같이 고생한 거야. 세 행사끼리 연계한 덕분에 이런 수익이 발생한 것이기도 하고.”
실제로 행사별로 우리 동아리의 다른 행사 이용권을 할인해 주며 시너지가 좋았던 점도 있다.
이쯤 되자 나머지 셋은 결국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데인은 대인배네.”
“세상에, 아버지도 이 정도 금액은 용돈으로 안 주셨었는데…….”
“이번 학기는 전혀 문제없겠다!”
셋은 뛸 듯이 기뻐했다.
나 참.
이렇게 좋아할 거면서.
“너희들도 받아가.”
나는 육체미 동아리도 빼놓지 않았다.
나머지 60개.
남은 건 이 녀석들의 몫이다.
“수고했다. 너희들 아니었으면 많이 빠듯하게 운영했을 거야.”
“서, 선생님. 저희가 어떻게 이 돈을 받습니까! 아닙니다. 저희는 단지 은혜를 갚은 겁니다.”
1호, 그러니까 회장(전) 도리안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공짜로 부려먹을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어. 사람 그렇게 쓰는 거 아니기도 하고.”
“서, 선생님…….”
녀석들은 무척이나 감동한 표정이다.
물론 이 녀석들에게 수고비를 지급하는 건 사전에 이미 나머지 동아리 회원들과 이야기가 된 부분.
“각각 10개씩.”
“감사합니다!”
“우와! 금화가 10개야!”
“이걸로 뭐 하지? 기구 사야겠어! 이번에 수도 헬스샵에 기가 막힌 머신이 들어왔대!”
“좋아! 그거야! 나도 봐둔 게 있다고!”
아주 운동 중독자들이라니까.
그렇게 정산은 깔끔하게 끝났다.
물론, ‘진짜 정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놈들이 우리한테 줘야 할 게 얼마지?”
“계산해 봤는데, 대략 금화 180개 정도?”
“미쳤는데……?”
아카데미 검술회 동아리.
내가 출전한 비전공자 검술 대련 행사.
어니스트가 최고 기록을 세운 방탈출 행사.
마지막으로 레일라가 역시 최고 기록을 세운 장애물 달리기 행사.
여기서 털어 온 총합이 금화 180개다.
물론 행사는 이뿐만이 아니다.
녀석들은 추가로 몇 개의 행사를 더 운영하고 있었는데, 아쉽게도 거기까지 털진 못했다.
그러다간 주객이 전도되어 우리 쪽 행사에 신경 쓸 수 없기 때문.
“얘들 난리 났겠네. 위상이 아주 땅에 처박히다 못해 지하를 뚫겠는데?”
레일라는 참 고소하단 표정이다.
검술학부가 저래도 되나 싶었지만, 레일라는 테르미온이니까.
물론 혹시라도 놈들이 레일라를 건드린다면, 나를 포함한 나머지 동아리 회원들이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
“내일이면 일보에 뜨지 않을까?”
“이미 대련 행사는 일보에 떴어.”
“고소해라.”
여기에 한 가지 더.
우리가 이번 페스타 1등이다.
“그럼 동아리방 바꿀 수 있는 거야?”
“무조건 넓은 곳으로 가자!”
나는 흥분한 나머지 셋을 진정시켰다.
“천천히 생각하고, 일단 정산부터 하자.”
우리는 정산을 마저 이어갔다.
“그럼 이번 행사로 벌어들인 돈은 총액이 금화 380개네?”
“응. 200개는 정산해서 분배했고, 180개는 동아리 예산으로 쓰는 거 어때?”
“좋지. 어니스트는?”
“당연히 찬성이지!”
마지막으로 프리실라까지 오케이했다.
“나, 엄청 대단한 동아리 들어왔구나?”
프리실라의 말에 난 피식거렸다.
“그걸 이제 알았어?”
그렇게 정산을 마친 우리는 슬슬 정리에 들어갔다.
“금방 하겠는데.”
공포의 집에서 설치한 각종 시설들을 걷어내 원래대로 되돌려야 하고, 보물찾기는 그나마 좀 낫다.
부스야 철거하면 그만.
“선생님! 저희가 하겠습니다!”
“제가 들겠습니다! 이리 주십시오!”
그리고 육체미 동아리 녀석들 덕분에 후다닥 끝날 것 같았고, 실제로도 그랬다.
이제 남은 건 두 곳.
“나는 어니스트랑 보물찾기 쪽 다녀올게.”
“어, 그럼 나는 프리실라랑 부스.”
그렇게 프리실라와 함께 움직이던 나는 문득 옆에 육체미 동아리 회장, 도리안 녀석이 있는 걸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뭐야, 언제 따라왔어?”
“아, 음. 손이 필요하실 것 같아서…….”
녀석은 수줍게도 말했다.
그러면서도 프리실라를 힐끔거리는데-
이거, 분위기가 심상찮다.
“그, 그럼 저는 외부 좀 정리하겠습니다.”
“어어.”
나는 슬쩍 상황을 봐서 빠져 주려 했는데, 도리안 녀석은 오히려 나와 프리실라를 두고 부스를 나가 외부를 청소하기 시작했다.
근육의 절반만이라도 숫기가 있으면 참 좋았을 텐데.
프리실라도 약간은 어이없다는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뭐 어떤가.
“정리하자. 테이블 내가 들까?”
“어. 응.”
프리실라는 수정구를 챙겼고, 나는 테이블을 들어 올렸다. 문득 눈에 수정구가 들어오자 궁금해졌다.
“근데 신성학부가 어떻게 점성술을 배우게 된 거야?”
“그야 뭐. 사람마다 타고난 재능들이 있으니까. 하필이면 나는 별의 힘을 타고난 거고.”
“별의 힘?”
“거창해 보이지만 그냥 점성술에 재능이 있다고 보면 돼. 미래를 두루뭉술하게 봐야 한다고 해야 할까? 뭐, 사실 미래를 본다기보다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거에 가깝지만.”
“흥미로운데.”
“진짜배기 예언자나 점성술사들이랑 비교하면 차원이 다르긴 하지. 그 사람들은 예언을 실현시키니까.”
누가 언제 어디서 죽을 거라고 사망예고를 한 다음에 직접 가서 죽이면 그것도 예언을 실현시키는 건가?
웃기지도 않은 생각에 내가 피식거릴 때였다.
“데인, 잠깐만.”
“응?”
프리실라는 수정구를 빤히 들여다보더니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직 남았어.”
“뭐가?”
“복채 받고 점 안 봐준 거.”
나는 미간을 좁혔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런 게 있어. 이쪽에는. 복채 받고도 점 안 봐 주면 나중에 벌을 받는다고.”
“복채 받고 마음에 안 들어서 점 안 봐 준 거야?”
“그런 게 아니라, 자기가 안 받겠다 하고 그냥 나가버렸어. 그래서 하나가 남아.”
프리실라는 그러면서 나에게 물었다.
“말 나온 김에 데인 네 점 좀 봐 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