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114)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114화
70. 동아리방 바꾸기 찬스(1)
“내 점?”
“그래. 너. 안 그래도 한번 보고 싶긴 했는데.”
“내걸 보고 싶었다고?”
“왜? 별로야?”
전장은 온갖 미신과 징크스가 횡행하는 곳이다.
예를 들어 과부의 소지품을 몸에 지니고 있으면 한이 서려 눈먼 화살이 피해간다든가, 혹은 특정 보급 음식을 먹으면 재수가 없어 죄다 남는다든가.
그런 의미로 전생의 나는 미신과 징크스에 별로 신경을 안 쓰는 편이었다.
“별로 그런 쪽에 신뢰가 없어서.”
“나 꽤 용한 편인데. 우리 학부에서 소문났어. 연애 시작하는 애들은 무조건 나부터 찾아온다구.”
“그을쎄.”
전장에서 자라서 그런지 몰라도, 전장 밖의 세상 관점에서 만들어진 미신엔 관심이 없었던 것.
당연하게도 프리실라가 지금 말하는 점성술에 대해서도 별로 신뢰가 없다.
무엇보다 운명은 예언하는 게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지 말고, 한번 보자. 얼마 안 걸려.”
나는 결국 프리실라의 부탁에 못 이겨 자리에 앉았다.
프리실라는 다시 테이블보를 깔고 그 위에 받침과 수정구를 올려 두었다.
예의 그 보랏빛 연기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데인 소그레스. 소그레스 백작가의 장남이자 소그레스의 핏줄을 타고난 자여…….”
“다 아는 걸 뭘 그렇게 엄숙하게 말해.”
“아이 씨, 컨셉 잡는데 자꾸 태클 걸래?”
나는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프리실라는 아예 로브의 후드까지 뒤집어쓰더니 음산한 목소리를 깔았다.
“별이 수호하는 그대의 운명이여…… 이제는 별이 그대를 들여다보리라…….”
아, 예.
나는 한마디 하고 싶은 걸 꾹 참으며 프리실라의 콘셉트에 동참해 주었다.
“무엇이 궁금한가?”
“음…… 미래가 궁금합니다.”
“구체적으로 말해야 하느니라. 보고자 하는 미래가 무엇이지?”
목소리 봐라.
그래도 뭐, 기왕 온 기회.
용하다고 하니 한번 보긴 해볼까.
나는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제가 나중에 제일 잘하게 될 건 뭘까요?”
솔직히 궁금하다.
다른 건 잘 모르겠다.
가주가 되는 것도 별로 흥미 없고, 기사단에 들어가거나 훌륭한 마법사나 소환술사가 되어 이름을 날리는 것 자체도 그렇다.
그냥 내가 미래에 뭘 제일 잘하게 될지 궁금하다.
“가장 잘하게 될 것이라…… 그대의 그 풍부한 재능들 중 하나를 말하는 것인가?”
“아마도요?”
“그렇군. 기다리거라. 별이시여…….”
신성학부가 별에게 기원하는 장면은 퍽 인상적이었다.
그래도 효험이 있다는 건 사실인 모양이다.
보랏빛 연기가 프리실라의 기원에 반응하더니 소용돌이치기 시작했으니까.
그런데…….
소용돌이의 세기가 심상찮다.
내가 저번에 봤던 것과 조금 다른데?
“……!”
프리실라도 당황한 게 보였다.
손이 떨리는 게 그 증거.
“이게 갑자기 왜 이렇게 격렬하게…….”
프리실라의 떨리는 음성이 흘러나오더니, 이내 보랏빛 소용돌이가 더더욱 거세지면서 수정구가 마치 깨질 것처럼 흔들거렸다.
드드드드-!
진동하는 탁자.
그리고 탁자를 타고 지면까지 전해지는 진동.
놀랍게도 수정구는 버티고 있었다.
“세상에…….”
이제 보랏빛 연기는 소용돌이치다 못해 하나로 뭉치고 있었다.
그러다-
쾅!
폭발해 버렸다.
“무, 무슨 일이십니까!”
부스 천막을 걷고 다급하게 들어온 도리안은 나와 프리실라, 그리고 수정구를 보고 아연실색했다.
“괘, 괜찮으십니까?”
“어, 응.”
방금 폭음이 난 것치곤 별다른 일이 없었기 때문.
예상과 다르게 수정구가 깨지지 않은 것이다.
“점 보고 있으니까 조금 이따 들어올래요?”
“아, 네. 알겠습니다.”
도리안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부스 밖으로 나갔고, 우리는 다시 수정구에 집중했다.
“괜찮은 거 맞죠?”
“……난생처음 보는 현상이다. 수정구에서 이런 반응을 보인 적은 없었는데.”
프리실라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런 반응이 없었다고?”
“그렇다. 보통은 소용돌이에서 끝나지. 소용돌이치다 못해 하나로 뭉치더니…… 이렇게 터지진 않았느니라.”
공이 되었다 터진 연기는 지금 수정구 아래쪽으로 낮게 깔려 있었다.
그러면서 연기 안에 갇혀 있던 별들이 비로소 모든 모습을 드러내고 반짝거리고 있는데…….
“실로 신기한 일이군.”
프리실라의 반응이 실로 심상찮다.
“별이 이렇게나 선명하게 반짝이는 건 거의 없는 일인데…… 별의 힘이 발현되면 반짝이는 게 맞긴 하지만, 이렇게나 선명한 건 처음이로다.”
프리실라는 다시 콘셉트에 잠식당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별이 선명하다니.
확실히 선명하긴 하다.
안에 보이는 수십, 수백 개의 별들이 제각각 정말 밝은 빛을 뿌리고 있었으니까.
수정구가 무척이나 아름답게 보인다면 설명이 되려나?
“아무튼 놀라운 일이군. 그대의 미래가 그만큼 멋지다는 뜻일지도 모르지.”
“그래서 결과가 나왔나요?”
“기다리도록. 보채는 것과 별의 힘은 그리 친하지 않도다.”
아, 그러십니까.
우웅.
별이 빛을 뿌리더니 이내 그 힘이 옮겨가듯 빛과 함께 아래쪽에 깔려 있던 연기들이 스르륵, 흘러나와 프리실라의 손을 타고 들어갔다.
그리고 프리실라는 눈을 감더니…….
“……이럴 수가.”
아까보다 더욱 당황하고 떠는 목소리로 멍하니 중얼거렸다.
“내가…… 볼 수 없어?”
응?
“이, 이럴 수는 없는데. 이상하다. 왜 점이 안 보이는 거야?”
프리실라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콘셉트조차 까먹은 듯했다.
“안 보인다고?”
“안 보여…… 원래대로라면 머릿속에 두루뭉술한 미래가 펼쳐지고 장면이 확장되어야 하는데…… 이런 일이 있다니.”
프리실라는 그 뒤로도 한참이나 머리를 싸맸다.
나는 참다 못해 물었다.
“왜. 무슨 일인데?”
“…….”
한참 뒤에야 프리실라의 입이 열렸다.
“……아무래도 내 역량으로는 너의 미래를 못 보는 것 같은데?”
“뭐?”
“이런 일이 종종 있긴 해.”
프리실라는 결국 손으로 스며든 별의 힘을 거두었는지 잠잠한 수정구를 천으로 덮었다.
“포기하는 거야?”
“일단은. 그런데 천기를 누설하는 것이라 잠시 귀를 막는 거야.”
천으로 막는다고 그게 되나.
뭐, 아무튼.
“가끔, 이런 일들이 있지. 미래가 너무 거대한 나머지 볼 수 없는 경우.”
“미래가 거대해?”
“그래. 어떤 유형으로든. 도저히 내가 볼 수 없을 만큼 거대한 규모거나, 혹은 별의 힘을 빌려서도 안 되는 수준의 미래라거나. 혹은…… 봐선 안 될 것이라거나.”
봐선 안 될 거라.
재미있는데.
다양한 가설이 떠오른다.
예를 들어, 내가 겪는 어떤 미래가 내가 알아서는 안 될 종류의 미래라든가.
“아무래도 강력한 힘이 작용해서 너의 미래를 보는 걸 막는 것 같은데. 혹시, 복채 내고 볼 생각 없어? 이건 남은 걸로 본 거라, 네가 복채를 내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지.”
프리실라는 은근히 기대하는 투로 물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차라리 잘됐어. 봐서 기분 이상한 것보다는 이게 낫지.”
“정말로?”
“응. 이제 정리하자.”
나는 미련 없이 몸을 일으켰다.
아까도 언급했지만, 운명이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
사실 딱히 점성술이란 것에 대해 커다란 적개심은 없다.
오히려 이런 점성술로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다면 좋은 측면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서…… 너한테 진짜 뭔가 있을 수도 있고. 궁금하지 않아?”
“별로. 알고 싶지도 않고.”
“피하는 거야?”
“아니.”
나한테 중요한 건 현재다.
집중하다 보면 미래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테니까.
“닥치지도 않은 미래를 미리 알아서 지금 내 행동에 영향을 주고 싶진 않거든.”
솔직히 다행이라 생각한다.
만약 내가 아까 어떤 식으로든 결과가 나와서 마법이든 창술이든, 어떤 재능이든 결과가 나왔다면?
그럼 그 재능을 제외한 다른 재능의 발전에 은연중 소홀히 할지도 모를 일.
“……아쉽네.”
프리실라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큰 모양.
“이런 경우가 거의 없거든. 어지간하면 보이는데. 물론 두루뭉술한 것들이기도 하고, 내 해석도 들어가지만…….”
그래도, 결국 포기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뭐, 원하지 않는 점성술만큼 끔찍한 것도 없지. 알았어.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그런데 한 가지 확실한 건 있어.”
확실한 거라.
“뭔데?”
“네가 확실히 비범하다는 거. 다른 누구보다 더.”
그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걸 이제 알았어?”
“쓰읍. 아까 이 말 들은 것 같은데?”
프리실라가 미간을 찌푸렸다.
점성술로는 미래가 보이지 않을 만큼 비범하다라.
뭐.
기분은 좋네.
“점성술 학계에 보고되어도 좋을 사안이겠는데…….”
“진짜 보고하게?”
“그럴 리가 있겠어? 그 멍청한 노인네들 뭐 좋으라고. 이건 비밀인데, 그 인간들 중에서 이미 별의 힘을 회수당한 노인네들도 꽤 있어.”
여전히 신성학부답지 않은 프리실라의 말투에 난 웃음을 터뜨렸다.
* * *
다음 날.
“데인, 이거 봐!”
아침이 되자마자 나에게 연락하더니 득달같이 달려온 어니스트가 희소식을 전했다.
어니스트가 들고 온 건 아카데미 일보였다.
“페스타 특집 기사로 실렸어!”
“오.”
일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아카데미 거대 동아리, 다른 동아리 행사 망치려다 적발!] [거대 동아리 관계자 A 씨, “인터뷰 곤란하다”] [거대 동아리의 횡포, 이대로 괜찮은가?]이건 예상했던 기사고.
“다음이 하이라이트라니까!”
어니스트의 말대로다.
[‘낭만’ 동아리, 개설 첫해 페스타 1위 달성!] [공포의 집, 점성술, 보물찾기…… 페스타 화제의 행사는 모두 ‘낭만’ 동아리 작품!] [‘낭만’ 동아리 관계자 탐사학부 모 학생, “우리가 이겼다!” 환호해]페스타 1위.
우리는 당초 예상한 성과를 뛰어넘어 전체 1위를 차지한 것.
“1위는 진짜 상상도 못했다구!”
어니스트는 뛸 듯이 기뻐하고 있었다.
난 그 정도는 아니어도 기분이 꽤 좋았다.
1위라.
그래, 기왕 할 거 제대로 해야지.
이게 그 결과고.
물론, 이건 우리가 열심히 한 것도 있지만 아카데미 검술회 녀석들이 멍청한 짓을 한 덕분이기도 하다.
“검술회 녀석들은 5위밖에 못했대!”
“5위나 했어?”
나는 혀를 내둘렀다.
하기야, 우리가 걔들 모든 행사를 망친 것도 아니고.
규모도 규모다 보니, 주요 행사가 망해도 나머지 행사들로 객수와 매출 종합 5위를 달성할 수 있었던 셈.
하지만 이번 1위는 우리다.
그런고로-
“동아리방 바꿔야겠네.”
“아싸! 그럼 더 넓은 곳으로 가는 거지?”
“당연하지.”
1위 혜택은 우리 거다.
동아리방 교환권.
근데, 동아리방은 이미 꽉 차 있다.
말이 교환이지, 사실상 지목당한 쪽에서는 강제 교환이나 다름없다.
“검술회 동아리 녀석들 방이 제일 넓다고 했지?”
“응? 아마도? 근데 그건…… 데인 너 설마!”
그 설마다.
놈들 방을 빼앗을 예정이다.
엄한 다른 동아리방을 빼앗는 것보다 그게 훨씬 낫고, 통쾌하거든.
무엇보다 제일 넓다잖아?
그럼 1위에 더없이 걸맞은 방이지.
“……넌 생각의 스케일이 다른 것 같아.”
“스케일까지야 뭐.”
건드린 놈들에게 갚아주는 것뿐인데.
안 그래도 놈들한테 돈 받아야 하는데 잘됐다.
수금하러 가면서 이 비보도 알려 줘야겠다.
근데 가만.
“왜 기사에 낭만 동아리라 적힌 거야? ‘마법소환탐사창검술’이란 멋진 이름은 어디 가고?”
“어…… 음…… 이름이 너무 길어서?”
“마음에 안 드는데.”
기왕 적을 거 풀네임을 적어주지.
왜 아직 공식 동아리 이름도 아닌 걸 적어 놓은 거야?
“그리고 동아리 관계자 탐사학부 모 학생은 너잖아?”
“헤헤. 현장에서 인터뷰 요청하길래 살짝 했지. 참, 근데 데인 너랑도 인터뷰하고 싶어 하는 것 같던데?”
인터뷰라.
그거 좋지.
전장에서도 몇 번 해 봤다.
당시 내가 쿼드급으로 올라섰을 때였나?
입지전적인 인물이라서인지는 몰라도, 몇 건의 인터뷰를 진행해 수도에 그게 실렸다고 들었다.
나중에 드레니크에 갈 일이 있으면 한번 찾아볼까 싶기도 하고.
“아무튼, 이제 받으러 가야지.”
이제 슬슬 아카데미 검술회 동아리 녀석들에게 갈 시간.
11시에 받으러 간다고 했으니 지금 출발하면 딱일 것 같다.
“같이 갈까?”
“그래. 같이 가자. 레일라는 지금 수업 중인가?”
“응. 전공수업이래. 끝나고 바로 온다던데?”
전공수업이라.
나는 문득 아카데미 검술회 동아리가 사실상 검술학부 2중대라는 새삼스런 사실을 떠올렸다.
“레일라, 괜찮겠지?”
“응. 아마도.”
“역시 데인이 있으니까, 아무리 그래도 건드리진 못할 거야.”
난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 누가 건드려도 레일라가 안 밀릴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