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117)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117화
72. 넌 뭐 하는 녀석이냐?
“느리게 큰다고?”
어니스트는 카르나스의 날개를 조심스럽게 들어 보았다.
“봐. 피막이나 근육도 거의 다 형성됐잖아.”
“그게 왜? 큰다는 증거 아니야?”
“내 말은, 그에 비해서 몸이 안 큰다는 거야.”
어니스트는 생각지도 못한 말을 꺼냈다.
“보통 이런 와이번류는 내가 알기로 몸이 빠르게 크는 편이거든. 근데 카르나스는…… 몸이 안 자라는 것 같은 느낌인데?”
그 말에 나는 카르나스를 바라보았다.
“끼……륵?”
카르나스는 내 시선을 보더니 약간 당황한 눈치다.
그러면서 안절부절못하는데, 나는 그런 녀석을 안심시키려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정말 별로 안 큰 것 같아서 말하는 거야. 혹시나 해서.”
어니스트의 말에 나는 문득 카르나스가 여전히 내 품에 쏙 들어가 숨을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보통 동물들은 쑥쑥 크는 편이다.
하지만 카르나스는 이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차이가 없다.
“음.”
뭔가 정말 문제가 있는 걸까?
간단하게 검사라도 좀 해 볼까?
“끼륵?”
“괜찮아. 별일 없을 거야.”
나는 일단 카르나스를 안심시켰다.
어디, 켈타스 교수 강의 들어가기 전에 시간이 조금 남았으니까…….
“나 오늘은 좀 일찍 나갈게. 이따 오후에 수련장에서 보자.”
* * *
작은누나는 다행스럽게도 시간이 괜찮았다. 내가 도와준 덕분이라고 한다.
“난 별로 한 게 없는데.”
“한 게 없긴 왜 없어. 우리 막내 덕분에 평생 가도 안 끝날 수도 있던 논문이 거의 끝나 가는데.”
멋쩍은 게 이런 기분이구나.
작은누나의 기분은 굉장히 좋아 보였다.
“덕분에 한동안은 한가로울 것 같아. 다음 연구까지도 좀 남았고. 나도 이참에 조금 쉬어야지? 원래는 다음 달까지 제출인데, 이번 달 안으로 끝낸 다음에 원래 하던 거나 해보려고.”
“뭐 하던 거 있었어?”
“응. 정령 연구. 아직 이쪽에서는 연구가 많이 부족한데, 내가 개인적으로 좀 해보고 싶어서.”
“정령? 신기하다.”
큰누나가 천상 발명가라면, 작은누나는 천상 연구자다.
둘 다 실전에서도 이미 엄청난 재능을 보였지만, 실제로는 실전에 나서서 전투를 한다기보다는 앉아서 무언가에 몰두하는 걸 더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둘의 실력이 전혀 녹슬지 않았다는 것.
“부름에 응답하라.”
작은누나는 손을 몇 번 휘젓는 것만으로 4등급 소환수, 알테마르를 불러냈다.
내가 마법학부 시험에서 불러낸 그 조그마한 녀석이다.
시전 속도로만 따지면 나보다 훨씬 빠른 수준.
“오랜만에 해서 그런가? 잘 안 되네.”
“엄청 빠른데?”
작은누나는 만족스럽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원래는 이것보다 더 빨랐어. 요새 소환수들을 안 불렀더니, 좀 녹스는 기분이야.”
이게 작은누나 기준으로 녹슨 거구나.
작은누나는 알테마르를 쓰다듬으며 알테마르가 제공하는 버프를 만끽하더니 마침 소환수를 감지하고 뿅, 튀어나온 카르나스를 반겼다.
“끼륵!”
“어머! 카르나스! 맞아. 오늘 얘 때문에 왔지?”
“끼륵?”
작은누나는 카르나스를 향해 양손을 붙인 뒤 펼쳤다.
그러자 카르나스가 기다렸다는 듯 그 위로 폴짝, 뛰어오른다.
확실히 작다.
작은누나가 나보다 손이 작은데, 저기 앉아야 간신히 꽉 차는 느낌이니까.
“성장이 안 되는 것 같다고 했지?”
“응. 일단은. 근데 그건 상관없어. 건강하기만 하다면.”
자고로 건강한 게 최고다.
성장 좀 느리면 어때.
혹시라도 건강에 문제가 있어서 느리게 자라는 게 아니기만 바랄 뿐.
“지평선 너머의 소환수…… 음, 드래곤이니까 말이 지평선 너머지 엄청난 녀석이지만, 그래도 일반적인 소환수 검사는 통할 거야.”
“부탁 좀 할게.”
“부탁은. 우리 막내가 해달라는 건 다 해 줘야지. 그나저나 우리 막내가 이렇게 부탁하는 건 오랜만인걸?”
작은누나는 눈을 찡긋거렸다.
두 누나는 내가 뭔가 부탁할 때마다 열과 성을 다해서 해 준다.
내가 막둥이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아마 내가 어릴 때부터 딱히 바라는 거 없이 응석도 안 부리고 자라 와서 그런 모습을 바라는 걸지도 모르겠다.
“자, 카르나스. 가자. 아프진 않을 거야. 살짝 따끔?”
“끼륵?!”
“괜찮아, 괜찮아.”
카르나스는 약간 울먹이듯이 작은누나의 손에 들려 실험실로 들어갔다. 나도 따라 들어가자 그제야 좀 안심인 모양.
검사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결과는 다행스러웠다.
“일단 몸에 문제는 없어. 데인 네 마력을 이용한 반응 검사에도 별 이상이 없었고, 체액 성분에서도 이상한 점은 발견 안 됐고. 아주 건강한데?”
“다행이다.”
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카르나스를 쓰다듬었다.
“그럼 문제없겠다. 그치, 카르나스?”
“끼륵!”
체구 좀 작으면 어때.
건강하기만 하면 그만이지.
그런데 작은누나가 조심스럽게 의견을 냈다.
“그런데, 음…… 어쩌면 아예 여기서 성장이 멈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어.”
생각지도 못한 가설이다.
“성장이 멈춰?”
“어쩌면? 우리가 드래곤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으니까. 어쩌면 그런 드래곤이 존재할지도 모르지. 혹은…… 카르나스가 돌연변이일 가능성도 있고.”
문득 난쟁이와 인간 혼혈로 태어났지만 거인처럼 큰 불바크가 떠올랐다.
내 검 잘 만들고 있으려나.
아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정말 그럴 수 있을까?”
“같은 종의 소환수라도 개체별 차이는 상당히 커. 드래곤도 마찬가지겠지. 하지만 드래곤에 대해 정보가 없는 이상, 모든 정보를 속단할 수는 없지.”
작은누나는 안타깝다는 눈으로 카르나스를 바라보았다.
“끼……륵……?”
카르나스는 다시 불안한 눈이 되었다.
자신을 두고 나누는 대화를 모두 이해하는 건 아니지만, 심각한 분위기라는 건 분명히 인지했겠지.
나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작은누나를 향해 빙그레 웃어 보였다.
“괜찮아.”
“응?”
“지금 건강한 거잖아?”
“그렇긴 하지.”
“그럼 됐어. 돌연변이면 어떻고 좀 다른 녀석이면 어때.”
정말 난 건강하기만 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이렇게 작은 녀석이라면 앞으로도 한동안 품에 넣고 다닐 수 있다는 거잖아?”
작은누나는 결국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긍정적이네?”
“그럼. 그리고 얘, 이렇게 작아도 불길 하나는 장난 아니라구. 그러고 보니까 누나는 한 번도 못 봤겠네?”
“어떤데?”
“장난 아니야.”
난 성 아이마르의 전당에서 내 창에 불길을 쏘아 휘감던 카르나스를 떠올리며 씩 웃었다.
“나중에 한번 보여줄게.”
“기대할게.”
그렇게 난 기분이 완전히 좋아져선 작은누나의 연구실을 나섰다.
카르나스도 기분이 좋아 보였다.
평소에는 품에서 얌전한 녀석이 계속 꼼지락거리는 걸 보면.
나는 내친김에 에도 들렀다.
카르나스의 먹이를 사기 위해서였다.
그나저나 오늘은 주인장이 조금 다른데?
“내가 보든이다. 에우스와 헷갈리면 영원히 출입 금지니 그렇게 알아.”
사이 안 좋은 것치고는 똑같은 대사를 치는 걸로 봐선 천생연분 같은데.
“많이도 골랐군. 소환수랑 친화도가 그렇게 낮으냐?”
특제 간식과 먹이들을 잔뜩 올려놓자 에우스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물었다.
난 어깨를 으쓱이기만 하고 값을 치렀다.
총액 크라운 금화 10개.
아공간에 넣어 둘 생각으로 보존 마법까지 걸어 둔 걸로 사서 가격이 꽤 됐지만, 치를 가치는 충분하다.
“또 와라. 너는 좀 헷갈려도 봐 주마.”
무척 기분이 좋아 보이는 에우스를 뒤로한 채 나오던 나는 마침 보이는 서점을 바라보다 문득 내가 까먹고 있던 걸 떠올렸다.
“아, 맞다.”
페스타 전, 나는 레일라네 집에 갔었다.
거기서 하도 많은 일이 있어 까맣게 잊어버렸는데, 생각해 보니 테르미온 공작이 나에게 선물을 줬던 것이다.
“정식 기사단원을 이기고서였지.”
그러면서 받은 고대어로 쓰인 서적.
정확히는, 고대 마법왕국 아르카나의 책.
아카데미 도서관에도 없던 거라 상당히 기뻤었는데.
“어쩌면…….”
확률은 낮지만, 거기에 카르나스에 대한 정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정확히는 드래곤에 대한 정보.
그러고 보니 받고 나서 조금 있다가 슬쩍 살펴봤을 때, 어딘가에 드래곤을 표현한 삽화가 있던 것 같기도 하고.
“음.”
나는 곧장 적당한 벤치를 찾아 아공간을 연 뒤 책을 펼쳐 들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있었다.
드래곤에 대한 내용이.
“드래곤에도 다양한 종(種)이 존재하는데, 각각의 종에는…… 이거 원, 드문드문 끊겨서.”
아직 서클이 두 개뿐이라 당연히 모든 내용을 읽을 수는 없었지만, 나는 한 가지 사실을 유추해낼 수 있었다.
“해츨링과 성체의 크기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 종…… 종종 때에 따라서는…… 까지만 적혀 있군.”
뭐라고 부르는지 알 수 없지만, 내가 해석한 게 맞다면…….
“카르나스.”
“끼륵?”
“너 혹시 미니 사이즈 드래곤이야?”
“끼, 끼륵?!”
내 말에 카르나스는 화들짝 놀라며 몸을 움츠렸다.
확실히, 지금 보니 뭔가 다 자라가나는데 축소 마법을 건 것처럼 줄어든 것 같기도 하고.
“응?”
정수리 부근에는 전에 없던 오돌토돌한 무언가도 느껴졌다.
“뿔인가?”
“끼륵?”
얘 진짜 정체가 궁금해지네.
말이 미니 사이즈 드래곤이지, 나중에 입에선 메테오 같은 운석도 날리려나?
“기대되는데?”
“끼륵!”
지켜보라는 듯 고개를 치켜드는 모습에 난 피식거리며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뎅- 데엥-
이런 가운데 정각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왔다.
슬슬 강의에 들어갈 시각.
바로 켈타스 교수의 강의다.
“교수님.”
“음. 왔느냐.”
그리고 켈타스 교수는 오늘따라 신기하게도 미리 준비를 해 놓은 것 같았다.
대련복까지 갖춰 입고 연습용 검도 미리 준비해 놓은 것.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평소였으면 내가 와야 부랴부랴 일어나서 준비하던 양반인데.
“요새 네 이야기가 꽤나 들리더군.”
“제 이야기요?”
“그래. 정례회의에 갔는데 말이다.”
그래서 그런 건가.
“동아리 만든다더니, 아주 스케일 크게 놀았더구나.”
“하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켈타스 교수가 피식거렸다.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치고는 꽤나 물을 잘 먹인 것 같던데 말이야. 검술학부가 난리도 아니더구나.”
아, 그거야 의도한 바가 맞다.
검술학부 전체를 욕 먹일 생각은 없었지만, 아카데미 검술회에게 갚아주다 보니 그렇게 된 것뿐.
뭐, 자업자득 아니겠는가?
“에스테란자 고 녀석의 표정이 아주 볼 만하더군. 아주 잘했어.”
“서로 아는 사이신가요?”
“알다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녀석의 제자인데.”
그런 생각도 못 한 비화가 있었다니.
“원래 이 바닥이 좁아. 한 다리만 건너면 서로 아는 사이거든.”
“그렇군요.”
“너도 나중에 기사단을 혹시라도 고려한다면 미리 이름들을 알아두는 편이 좋을 거다.”
기사단 이야기에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켈타스 교수가 덧붙였다.
“크흠. 그냥 한번 생각이나 해 보라는 뜻이었다.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추천해 줄 수 있으니까. 당장 들어가는 건 아니다만, 이름을 각인시켜 두는 건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이 양반이 갑자기 왜 이래.
제자 삼는 거야 그렇다 치는데 기사단은 너무 빠른 거 아닌가?
“정례회의에서 무슨 말이라도 들으신 거예요?”
“…….”
정곡을 찔렸는지 말이 없는 켈타스 교수.
그는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요새 널 건드리는 녀석들이 꽤 있는 것 같아서 말이다.”
아하.
“이렇게라도 해놓으면, 쉽게 안 건드릴 것 같아서 그렇다.”
“그렇군요. 마음은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좀 고민해 보고 말하지 않으련? 기사단에 이름이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어지간해서는 안 건드릴 텐데? 뭐, 네가 소그레스의 핏줄이긴 하다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흐음.”
“그리고 누가 시비 걸면 되갚아주죠 뭐.”
이번처럼 말이다.
켈타스 교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가 귀찮음을 무릅쓰고 이렇게까지 했는데 거절하다니. 넌 정말…… 희한한 놈이라니까.”
나는 그 말에 씩 웃어 보였다.
뭐, 그런 이유도 있지만…….
괜히 기사단 추천받았다가 빼도 박도 못하게 되면 안 되니까.
굳이 미리 진로를 결정할 필요는 없는 셈.
“검이나 들어라. 오늘 수업은 조금 더 빡빡하게 할 거다.”
나는 켈타스 교수의 말에 따라 검을 들었다. 그리고 마력을 끌어올렸는데, 켈타스 교수가 별안간 미간을 좁혔다.
“너, 그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거냐?”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상하다. 기세가 더욱 날카로워졌군. 착각은 아닌 것 같은데…….”
역시 날카롭다.
“심지어 이전과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게 느껴질 정도라면, 그사이에 또 발전했다는 말인데.”
켈타스 교수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넌 도대체 뭐 하는 녀석이냐? 어처구니가 없군. 평소에 뭘 하고 다니는데 이렇게 빨리 강해지는 거냐?”
“그냥 친구 집에 다녀왔을 뿐인데요.”
사실은 사실이다.
레일라네 집에서 놀러 갔다가 코어 하나가 늘어서 돌아왔으니.
물론 내 대답을 들은 켈타스 교수는 아까보다 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