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1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12화
4. 소그레스 백작가의 재능 천재(4)
둘째 날 연회는 별 탈 없이 지나가는 것 같았다.
어제보다 더 많은 귀족들을 만나고 그만큼의 인사를 했으며,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들으려 들은 건 아니지만 티렌 백작에 대한 수군거림도 들려왔다.
“티렌 백작이 성에서 쫓겨났다지?”
“도대체 얼마나 큰 잘못을 했으면…….”
“지난 전쟁에서 전공을 못 세워서 전쟁이 끝난 후 끈 떨어진 신세가 되니 이리저리 바쁘게 돌아다니는 모양이던데, 이번 일로 거의 끝장났군.”
“듣기로는 티렌 백작의 장남이 무슨 사고를 친 것 같던데.”
“그럼 그 소문이 사실이오? 티렌 백작이 그렇게나 자랑하고 다니던 소환술사 장남이 혼쭐이 났다던데?”
“쉿. 조용히 하시오. 아무튼 여기까지 와서 아들 간수 못 한 죄로 쫓겨나니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이오?”
내 이야기도 들렸다.
“그, 혹시 소문 들었소? 데인 도련님 말이오, 벌써 엄청난 소환술사라더군.”
“허어, 그럼 소그레스 백작가는 이제 소환 명문가가 된 것이오?”
“그뿐만이 아니라던데. 마법도 쓴다지!”
“세상에, 그게 말이 되는 소리요?”
역시 소문은 빠르다.
다 맞진 않지만.
아무튼 티렌 백작은 아마 처음부터 사과하고 고개를 숙였으면 그렇게 볼썽사납게 쫓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걸 빌미로 뭔가 얻어내려 한 건지 알 수 없지만, 그렇게 따지고 들다가 뒤늦게 한 사과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덕분에 나는 한 가지 사실을 배우게 되었다.
변명보다는 사과.
사과는 즉각.
전생에서도 많이 느꼈지만, 빠른 사과만큼 갈등을 해결하는 좋은 방법은 없다.
물론 사과하지 않아야 할 때도 있다만.
이런 한편 어머니는 소식을 들으시더니 날 붙잡고 물어보셨다.
“데인, 다친 데는 없지?”
“그럼요.”
“휴, 다행이구나.”
역시 어머니시다.
아버지보다 더 부드럽…….
“혹시 은신술은 써먹었니?”
“…….”
“소환술도 쓰고 마력탄도 썼다길래 혹시 싶어서.”
아버지가 아주 자세하게 이야기하신 모양이다.
“네, 그럼요. 정원 풀숲에 숨어서요. 아예 눈치를 못 채더라구요.”
어머니는 무척 기뻐하셨다.
“아주 잘했구나. 첫 실전에서 바로 쓴 거라면 칭찬할 만한 일이야. 엄마가 다음에는 추적술을 알려줘야겠구나.”
누나들이 없어서 다행이다.
있었으면 똑같은 질문을 했을 테니까.
창술 안 쓴 건 다행스러운 일인가?
어쨌건 직접적으로 손을 댄 건 이마로 코를 박아버린 것밖에 없어서 내가 잘못한 게 별로 없어 보였으니까.
아무튼, 창술을 제외한 나머지 세 가지 재능들은 의외의 상황에서 실전 사용을 하게 된 셈.
마법도 따지고 보면 마법이 아니라 마력탄이다만…… 뭐 어때?
큰누나가 알려 준 꽃의 마력에서 영감을 얻어 사용한 방법이니까 마법으로 치면 그만이다.
그나저나 내 재능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오, 그 소문으로만 듣던 데인 도련님이구만! 나는 오펜트 남작이네. 저기 동부의 오펜트 가문, 들어봤나?”
“네, 남작님. 송어 구이와 사파이어로 무척 유명한 영지로 알고 있습니다.”
“허허, 이렇게 똘똘할 데가! 그렇지. 우리 오펜트에는 대륙 최고의 송어와 사파이어가 나지! 참, 여러 방면에서 재능이 상당하다고 들었는데!”
아버지의 위명 덕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은근슬쩍 나를 떠보는 경우가 많았다.
“별건 아니고, 우리 딸이랑 친하게 지냈으면 해서 말이야. 인사하거라. 허허”
이런 식으로 말이다.
테르미온 공작은 그야말로 양반이었다.
소그레스 백작에게 다가가서 말을 꺼내긴 좀 그러니 어린 나를 떠보는 것.
“안녕, 나는 실비아라고 해.”
“응. 나는 데인이야.”
“너, 나중에 소그레스 가문 물려받는 거 맞지?”
요즘 애들은 무슨 왜 이렇게 적극적이야.
“잘 모르겠는데.”
“모른 척하긴. 맞잖아. 재능도 그렇게 넘친다면서.”
“그건 내가 생각할 일이 아닌 것 같아서.”
나는 오펜트 남작의 이 조숙한 영애를 어떻게 돌려보내야 고민하다 의외의 해결책을 찾아냈다.
정확히는 해결책이 찾아왔다.
“데인, 여기 있었네?”
레일라였다.
실비아는 당황해서 벌떡 일어났다.
“레, 레일라 영애님.”
“얘는 누구야?”
레일라는 마치 눈이 바늘이라도 된 것처럼 가늘게 뜨고 실비아를 노려보았다. 실비아는 당황한 듯했지만 이내 굉장히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레일라 영애님. 저는 오펜트 남작가의 장녀 실비아 오펜트라고 해요.”
“아, 그래? 나는 레일라 테르미온. 만나서 반가워.”
여자들은 무섭다.
왜냐하면 그 짧은 사이에도 서로의 구석구석을 훑어보거든.
살벌한 귀족 사회에서 상대 파악이야 당연한 거긴 하다만…….
“미안하지만 데인 좀 빌려갈게. 나랑 ‘약속’한 게 있어서. 그치 데인?”
그 말에 실비아는 나를 바라보았다.
식은땀이 흐른다.
선택의 순간이 왔다고 해야 할까.
큰누나와 작은누나 사이의 살벌한 전쟁을 종종 봐 왔던 나는 아주 잘 알고 있다.
이 경우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함을.
미안해, 실비아.
나는 못 이기는 척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안해, 다음에 이야기하자.”
“어, 응…….”
수도에서도 황제 다음가는 권세를 자랑하는 공작의 영애.
그리고 동부의 남작가 영애.
상대가 안 되는 싸움이었다.
아무튼 나는 부른 배도 꺼뜨릴 겸 레일라와 함께 본성을 나서 정원으로 향했다.
“걔랑 무슨 이야기했어? 혹시 뭐…….”
“혹시 뭐?”
“……약혼 이야기라든가?”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궁금해?”
“꼭 궁금한 건 아니고…….”
궁금한 거 맞네.
“궁금하면 나중에 알려 줄게.”
“정말?”
“아니.”
“씨이, 지금 놀리냐?”
놀려먹는 맛이 쏠쏠하다.
“근데 진짜 그런 이야기라도 한 거야?”
“아니. 안 했어.”
얘는 왜 안도하는 표정일까?
아무튼 나와 레일라는 정원에 도착했다.
정확히는 이곳 백작성에 사는 사람이 아니면 잘 모를 만한 비밀 장소였다.
“여기면 진짜 하나도 안 보이겠다.”
레일라는 신기하다는 듯 여기저기를 둘러보다 나를 향해 눈을 빛냈다.
“자, 그럼 소원 들어줄 차례야. 뭐부터 하면 돼?”
“일단 몇 가지 물어볼게.”
“뭐든! 참고로 내 생일은 이제 딱 4개월 남았어!”
나는 간단하게 본론으로 넘어갔다.
“응, 그래. 마력 느껴본 적 있어?”
“……약간?”
“약간이 어느 정돈데?”
“그게…… 마력 코어를 형성하거나 할 정도는 아니지만 호흡해서 받아들이는 정도?”
“그럼 아직 방출의 단계는 아니구나.”
그 말에 레일라가 시무룩해져 물었다.
“그럼 배우기 어려운 거야?”
“아니. 지금부터 배우면 돼.”
“정말?”
나는 전쟁터에서 구르며 자연스레 마력과 호흡하게 되었다.
전쟁터는 시체들이 가득한 황폐한 공간이지만, 그래서 역설적으로 마력을 더 잘 호흡할 수 있는 곳이다.
마력을 다룰 줄 아는 기사나 마법사, 소환술사 등의 사람들이 죽으면 체내에 품고 있던 마력이 서서히 빠져나가니까.
그런 시체들이 널려 당연히 다른 곳보다 마력이 충만할 수밖에 없는 공간이었다.
나는 그렇게 자연스레 터득하게 된 방법을 알려 줄 참이다.
그나저나 공작가에서는 이런 걸 안 알려 주나.
마력에 대한 친화도야 개인차가 크다지만, 그래도 공작가 정도 되면 좀 알려줄 법도 한데.
테르미온 공작이 보기보다 엄격한 스타일인가?
“일단, 받아들인 마력을 체내에서 느끼는 게 우선이야.”
“체내에서 느껴?”
“응. 몸 밖으로 방출하려면 안에 있는 마나를 다룰 줄 알아야지. 요지는 ‘상상’이야.”
“상상이라면…….”
“몸에 마력이 휘돌고 있다고 상상하는 거지. 눈을 감고 네 몸을 그려봐. 그리고 네 몸 혈관 구석구석 피처럼 휘도는 마력을 상상하는 거야.”
상상.
조금 더 풀어 말하면 이미지 그리기.
이것은 마력을 다루는 걸 넘어 마력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의 기본이 되는 행위다.
“잘 안 돼…….”
그리고 처음에는 어렵다.
본 적이 없는 걸 상상하려니 어려울 수밖에.
“천천히, 침착하게 하는 거야.”
단순히 마력을 받아들이는 게 친화도의 문제라면, 받아들인 걸 방출하고 적절하게 뒤섞어 코어나 서클로 만드는 건 상상의 문제라 할 수 있다.
마법사들이 맨날 혼잣말이나 하고 걸핏하면 생각에 잠기는 것도 코어보다 훨씬 형성하기 어렵다는 서클 탓.
이걸 해내지 못하면 결국 코어나 서클을 만들지 못한다.
그리고 마력은 코어나 서클의 형태로 압축하여 고정시켜 두지 않으면 일정량 이상은 흩어지기 마련.
“이익…….”
“힘준다고 될 게 아니야.”
한참을 시도하던 레일라는 결국 울상이 되었다.
“잘 안 되는걸.”
“그럼 이렇게 해보자.”
나는 큰누나가 준 반지에 마력을 주입했다. 그러자 손 앞에 아공간이 드러났다. 레일라가 화들짝 놀랐다.
“우와! 이거 아공간이야?”
“응.”
나는 드러난 아공간에서 미리 챙겨 둔 거울을 하나 꺼냈다. 레일라의 전신을 모두 담을 만큼 큰 거울이었다.
“이런 아공간 주머니도 있어……?”
“응. 큰누나가 이번에 직접 만들어서 나한테 선물로 준 거야.”
“세상에…… 진짜 부럽다…… 오빠들은 아카데미 들어가서 수련하느라 나한테 신경도 안 쓰는데…….”
레일라는 내 반지를 요리조리 살펴보다가 이내 결심했다는 듯이 주먹을 꾹 쥐었다.
“나, 무조건 오빠들보다 강해질 거야.”
남의 집 사정이야 내 알 바 아니다만 그래도 오빠씩이나 돼서 하나뿐인 여동생 신경 안 쓰는 것도 좀 그렇긴 하다.
“그래, 그러려면 여기 거울 앞에 서 봐. 전신이 다 보이게끔.”
“이렇게?”
“좋아. 그렇게. 이제부터 눈을 감고 상상하는 대신에 거울로 자신의 몸을 보면서 머릿속에 이미지를 떠올리는 거야. 아마 훨씬 쉬울 거야.”
상상은 어렵다.
그게 자신의 몸이라면 더더욱.
하지만 거울이 있다면 훨씬 쉽다.
자신의 몸을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면서 상상하는 것이다.
참고로 난 거울이 없어서 비가 오는 날이면 얼른 웅덩이로 달려가서 수련한 바 있다.
“좋아. 해볼게.”
한결 쉬울 거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직감한 건지 레일라는 의지를 불태우며 거울 속의 자신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오.”
나는 아주 나지막한 탄성을 흘리며 레일라의 전신에 피어오르는 아지랑이를 바라보았다.
마력의 친화도가 뛰어난 나 같은 사람이나 레일라 본인이 아니면 보이지 않을 마력의 흐름이었다.
즉, 지금 레일라는 전신으로 마력을 방출하고 있는 것이다.
얘도 재능 있구나.
나만큼은 아니지만.
“흐읍.”
레일라는 정말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얼굴은 새빨개지고, 손끝은 하얘지고, 부릅뜬 눈은 부들부들 떨린다.
그러다 마침내 자신이 마력을 방출하고 있음을 깨달은 그 순간.
“프하!”
거친 숨을 토해내며 털썩 주저앉았다.
지치다 못해 거의 탈진할 것 같은 숨소리.
하지만 표정은 기쁘기 그지없어 보였다.
“돼, 됐다. 됐어! 된 거 맞지?”
“응. 됐어.”
기존에 이미 마력을 받아들이는 호흡을 하고 있었으니 이렇게 빨리 된 것 같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이제 시작이지만.”
“이, 이제 시작?”
레일라는 멍하니 되물었다.
“응. 이제 시작이야. 방출의 감을 익혔으니까, 이 감 그대로 가서 그 방출을 한 곳에 집중해야지.”
“조, 조금만 쉬었다 하면 안 돼?”
“방금 뭐 들었어? 이 감 그대로 가야 한다니까.”
레일라는 울상이 되어 일어났다.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짓는 것 같지만 어림도 없지.
“으으…….”
레일라는 결국 간신히 일어나 다시 거울 앞에 섰다.
나는 만족스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뒤쪽에서 느껴지는 시선을 애써 무시했다.
아버지는 언제까지 몰래 훔쳐보시려나?
은신술은 어머니한테 배우신 건가?
* * *
“오호.”
소그레스 백작은 두 꼬맹이를 바라보며 흥미롭다는 듯이 웃었다.
은신은 완벽하다. 풀숲에 숨었으니.
아내 릴리가 종종 등짝을 때리기 위해 펼치는 은신술을 봐두길 잘한 것 같았다.
‘우리 아들내미가 벌써 남을 다 가르치고. 다 컸구만.’
소그레스 백작이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때였다.
“거기서 뭐 하나?”
“깜짝이야! 아, 아니. 공작님.”
“풀숲에 숨어서 뭘 하는 거야? 여기 뭐 야밤의 커플이라도 있는 건가?”
“어떻게 아셨습니까?”
완벽한 줄 알았던 은신이 대번에 들통나자 소그레스 백작은 무척이나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야 다 보이지. 그런 엉성한 은신이 어디 은신이라 할 수 있겠나? 쯔쯔. 아내가 전설적인 암살잔데 남편이 뭐 보고 배운 것도 없어서야.”
“…….”
“그나저나 뭐 하나? 성 주인이 이렇게 풀숲에 숨어서 누구 훔쳐보고 그러는 거 들키면 남들이 욕해요.”
“제 아들 따라왔습니다.”
“응? 자네도인가? 나는 우리 딸 따라왔는데.”
여기 팔불출 귀족 두 명이 있었다.
“나도 좀 보자고.”
테르미온 공작은 정원 풀숲으로 슬쩍 머리를 들이밀더니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씩 웃었다.
“자네 아들이 마음에 든 모양이구만.”
“그렇게 보입니까?”
“그럼. 레일라가 저렇게 마음 주는 게 흔한 일이 아니야.”
“무슨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밝은 아이 같던데.”
“겉으로는 밝지. 공작가의 영애니까. 하지만 속은 애 같지 않아. 오빠들이 아카데미로 떠나면서 레일라랑 멀어졌거든.”
“그런 사정이…….”
“제 어미도 아파 이전처럼 많은 시간을 보내진 못하니, 아이가 외로워진 게지.”
테르미온 공작은 한숨을 쉬었다.
풀숲에 머리를 들이민 채로.
“그래서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게 할까 싶어 얼른 아카데미에 입학시킬까 싶었는데, 자네도 알잖나? 무늬만 애들이지 귀족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거.”
“잘 알죠. 그래서 저도 중간에 때려치웠죠.”
“그래서 이번 연회에 데려온 거라네. 혹시 여기서 다른 아이들을 만나면 좋을까 싶어서. 그런데…… 좋은 친구를 만난 것 같군.”
테르미온 공작은 다행이라는 듯 흐뭇하게 웃었다.
풀숲에 머리를 끼운 채로.
“흠, 데인이 레일라에게 마력을 다루는 방법을 알려 주는 건가? 거울을 보니 그런 것 같은데.”
“맞는 것 같습니다. 데인이 먼저 알려주겠다고 했을까요?”
“레일라가 먼저 부탁했을지도. 안 그래도 요새 마력 코어를 만들어야 한다며 혼자 말도 안 하고 수련하더니, 돌파구를 이렇게 찾은 모양이야.”
소그레스 공작은 고개를 갸웃거리다 눈살을 찌푸렸다.
풀숲에 머리를 끼우고 있느라 가지들이 얼굴을 긁어댔던 것이다.
“아우. 그나저나 왜 딸한테 살갑게 대하지 않으십니까?”
“……눈치챘나?”
“끔찍이도 아끼는 것처럼은 안 보였습니다.”
“일부러 그러는 거지. 아들들을 그렇게 대했다가 제멋대로 커버렸으니까. 수련할 때는 더더욱 그렇고.”
“너무 그러지 마십시오. 나중에 상처받습니다. 마력 코어도 그래요. 오죽하면 데인한테 물어봤을까요?”
“……자네가 날 갈구던 시절이 떠오르는구만.”
테르미온 공작은 느낀 바가 있는지 고개를 끄덕이다 아차 싶었다.
마찬가지로 가지들이 얼굴을 긁어댄 것이다.
“자네 아들은 나중에 수도로 올려보낼 건가? 올려보내면 공작성에서 머무르게 하지 그러나?”
“데인이 하자는 대로 할 겁니다. 아라벨라와 클레어가 그랬던 것처럼요. 혹시 수도에 간다고 하면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기왕이면 자네도 같이 올라오면 좋고.”
“거기 갔다가 하루 종일 대련만 하라고요?”
“눈치만 늘어선. 에잉.”
둘은 티격태격하는 와중에도 데인과 레일라, 두 아들딸의 소꿉장난 같으면서도 진지한 마력 수업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이 둘의 엉덩이를 주시하는 한 여자가 있었다.
‘이 양반들이 남사스럽게 정원에서 뭐 하는 거야?’
바로 사라진 남편과 아들을 찾으러 온 릴리 소그레스였다.
릴리는 어떻게든 더 숨어 보려고 씰룩거리는 두 엉덩이를 보고 한숨을 쉬다가 결심했다.
‘모른 척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