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127)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127화
80. 우리가 가지자
제한 구역.
적막이 감도는 그곳.
아카데미에서도 가장 비밀스러운 구역.
최근 성 아이마르의 전당 언데드 폭주 사태로 경비가 강화되어 쥐새끼 하나 들어오기 힘든 곳.
그런 곳에-
“지금이다.”
일단의 무리가 움직이고 있었다.
총 다섯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모두들 검은 로브를 뒤집어쓰고 후드를 깊게 눌러 써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
“멈추지 말고 움직인다.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들킨다.”
그들은 선두에 있는 남자가 지시하는 대로 은밀하게, 그러나 멈추지 않고 움직였다.
“아우, 죽겠네. 이놈의 근무는 언제 끝나냐.”
“이제 한 40분 남았나.”
“빨리 좀 끝나라. 하암. 피곤해 죽겠네.”
새벽 5시.
4시에 나온 근무자들이 가장 졸릴 시간.
안 그래도 흐트러진 집중력 탓일까.
경비병들은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다섯 명의 사내들이 지나가는데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마침내 과거 사울 행스턴의 연구실로 쓰였던 건물 앞에 도착한 사내들.
“지크.”
선두의 사내가 손을 뻗자 지크라 불린 사내는 그에게 곱게 포개 둔 두꺼운 천 하나를 건넸다.
이어서 사내가 천을 펼쳐 마력 방벽에 밀착시키자, 놀랍게도 사울 행스턴이 설치한 마력 방벽이 사라졌다.
천의 크기만큼 사라져서 일종의 통로가 된 것이다.
“신속하게 이동한다.”
선두의 남자가 천을 잡고 있는 사이 나머지 넷이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선두의 남자가 마지막으로 들어와 천을 회수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나타나는 방벽.
선두의 남자는 회수한 천을 보며 혀를 찼다.
“볼 때마다 말도 안 되는 마력 방벽이야. 투란의 실로 짠 천을 단 한 번 만에 쓸모없게 만들다니…….”
아닌 게 아니라 귀한 실로 만든 천은 이제 그 효력을 다해 일반적인 천 쪼가리만도 못하게 되었다.
사울 행스턴이 설치한 마력 방벽이 어마어마하다는 증거.
“이제 곧 우리가 이 방벽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지크. 그의 말에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에 있는 사울 행스턴의 정수에서 마력만 모두 포집하면 된다. 우리가 마지막이야. 영광은 우리가 가져간다.”
영광을 우리가 가져간다는 말에 모두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생각만 해도 전율이 흐른다는 듯한 반응.
“들어간다.”
이어서 선두의 사내는 외벽에 설치된 마력 방벽을 가볍게 일시 해제했다.
사울 행스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수준의 마력 방벽.
이후, 그는 벽을 더듬거려 숨겨진 손잡이를 잡고 힘껏 당겼다.
“들어간다.”
마침내 드러난 또 다른 통로.
사울 행스턴의 정수가 담긴 마력석이 있는 지하실로 즉시 접근하고, 유사시 도망치기 위한 곳이기도 했다.
“이제야 좀 쉬겠군.”
“후. 숨을 못 쉴 뻔했어.”
“우리가 이번에 얼마나 있어야 하지? 두 달이었나?”
“교대한 녀석들이 두 달이고, 우리는 그보다 더 걸릴지도 모르지. 식량이야 넉넉하니 문제없을 것 같은데.”
다들 이제는 긴장이 풀린 것 같았다.
‘그럴 만도 하지. 아카데미 잠입 후 쉬지 않고 달렸으니.’
아카데미에 잠입했을 때부터 그들은 극도의 긴장 상태에서 움직이고 또 움직였다.
제한 구역에 들어와서는 아예 숨 쉴 틈도 없이 움직였다.
하지만 이제는 쉴 수 있다.
교대로 눈을 좀 붙이면 나을 것이다.
“다들 가는 대로 식사부터 하지.”
“오, 좋아. 아공간에서 따끈한 음식 좀 꺼내 먹자고.”
“보급받은 스튜를 누가 만든 거였지?”
“헬가스였나?”
“아, 그럼 스튜 안 먹어. 어디 지옥에서 온 스튜를 먹어?”
그렇게 다섯의 사내가 긴장이 풀린 채 지하실로 향하는 통로를 걸어 내려가던 그때였다.
철컥.
통로에서 빛을 발하던 마력 조명의 불이 순간 꺼졌다.
“뭐, 뭐야?”
상황을 파악할 새도 없던 그 순간-
쐐애애액!
무언가 날아드는 소리가 들리더니, 둔탁한 소리와 함께 선두의 남자 쪽에서 무언가 콱! 하고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 대장?”
“…….”
대답 대신 풀썩, 쓰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긴장이 풀린 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서 맞이한 일이라 그들은 대처할 생각조차 떠올리지 못했다.
퍽!
다음은 대장 바로 뒤에 있던 남자, 지크였다.
마찬가지로 어둠 속에서 날아든 무언가에 맞은 지크는 그대로 털썩, 주저앉았다.
비명조차 흘리지 못한 채로.
“하, 함정…….”
발악하듯 터져 나온 외침도 잠시.
둔탁한 충격이 가슴께를 후려갈겼고, 순간 숨이 턱 막힌 남자가 주저앉았다.
이제 남은 건 둘.
“도, 도망…… 억.”
막 뒤로 돌아서려던 하나는 뒤통수를 때린 무언가에 그대로 엎어졌고-
치이이이익…….
그나마 되돌아가려던 마지막 하나는 부지불식간에 흘러나온 무색무취의 가스를 흡입하더니, 그대로 엎어졌다.
그리고 통로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고요하기만 했다.
철컥.
잠시 뒤.
“……아무리 좁은 곳이라지만 이렇게 깔끔하게 처리된다고?”
한 여자의 어이없다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둘은 대가리가 깨지고…… 둘은 가슴팍. 나머지 하나는 수면 가스. 근데 죄다 멀쩡하네?”
다른 한 여자의 목소리도 들렸다.
“역시 데인이라니까. 다 정확하게 날려서 기절시켰잖아?”
신난 남자의 목소리.
마지막으로-
“깨어나기 전에 옮기자.”
흥미롭다는 듯 말하는 남자.
데인 소그레스의 목소리까지.
물론, 지금 기절한 다섯은 그 어떤 소리도 듣지 못했고 들을 수 없었다.
* * *
함정을 빠르게 설치하며 가설을 몇 개 세워 보았다.
과연 이곳에 누가 오는 걸까?
일단 목적은 명확하다.
바로 이 사울 행스턴의 정수가 담긴 거대한 마력석.
이걸 노리고 오는 걸 테다.
척 봐도 마법사, 아니 세상 그 누구라도 탐을 낼 만한 물건. 사울 행스턴의 생전 마력이 고스란히, 그것도 엄청나게 압축되어 담겨 있으니까.
일반적으로 마력석은 이토록 크고 무식하게 만들지 않는다. 효율이 너무 떨어지니까. 재충전도 안 되는 걸 굳이 크게 만들 필요가 없는 셈.
하지만 ‘보관’의 용도라면 다르다.
사울 행스턴이 이걸 직접 만들었을 테니, 아마 그는 자신의 마력을 보관하려 만들었을 터.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그보다 중요한 건, 이걸 노리는 게 누구냐는 사실이다.
“정말 아카데미 내부인일까?”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아카데미 내부인 외엔 없다.
이곳은 제한 구역이며, 제한 구역 내부에서 어떠한 문제도 없이 일정 기간 동안 머무른다는 건 내부인의 소행이 아니면 힘든 일이니까.
하지만, 그건 상식적인 경우에 한해서다.
“사울 행스턴의 정수가 담긴 이 큰 마력석이 발견된 게 이미 상식 선은 벗어났잖아?”
사울 행스턴의 사후 이 연구실에 존재하던 모든 물건들이 행스턴 기념관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그런데 이 마력석을 남겨둔 게 이상하지 않은가?
아마, 발견하지 못했을 테다.
이 지하실의 존재 자체를 몰랐거나.
혹은, 옮길 수 없었거나.
뭐가 됐든 알아보면 그만.
이제부터 함정에 걸려들 저 불쌍한 녀석들에게 말이지.
쾅, 퍽. 쿵!
잠시 소리가 들리나 싶더니 이제 잠잠해졌다.
내가 다가가 문을 열려 하자 프리실라가 혹시나 했는지 물었다.
“대비하고 가는 게 낫지 않아?”
“이미 기절했을 텐데.”
“응?”
그리고 문을 열자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진 다섯 녀석의 몸이 우수수 쏟아져 나왔다.
“아하…….”
프리실라는 그제야 납득한 표정이 되었고, 우리는 곧장 기절한 다섯 녀석을 옮겨 벽 한쪽에 몰아 손발을 결박했다.
이후 품을 수색하니 꽤 괜찮은 물건들이 나왔다.
“생각보다 뭐가 나올 것 같은데?”
수색을 담당한 어니스트는 온갖 물건들을 늘어놓았다.
일단 아공간으로 짐작되는 주머니 여섯 개와 노트 몇 권.
파 보기 딱 좋은 물건이지.
“크라운도 몇 푼 있고…… 뭐 이렇게 잡다한 게 많아?”
나도 합류했다. 나는 잡다한 물건들도 살펴보았다. 그러다 문득 쪽지로 보이는 것들도 확인했다.
-정수 추출 단계에서 반드시 두 명의 추출자를 유지할 것. 추출 진행도가 60%에 달하면 한 명을 추가할 것.
정수 추출이라.
이 녀석들은 그럼 이 마력석에 담긴 마력을 추출하고 있다는 뜻이겠군.
-마법진이 훼손되었을 경우 즉시 추출을 중단하고 보강할 것. 별도 첨부한 마법진 도식을 확인.
쪽지에 적힌 대로 마법진 도식도 있었다.
나는 일단 도식을 챙기고, 마법진을 힐끗 바라보았다.
정수 추출이라.
“데인. 이런 것도 있어.”
그때 어니스트가 나에게 둘둘 말린 양피지 한 장을 건넸다.
“지도 같은데.”
양피지를 열어 보자 대륙 전도가 나왔다.
약간 엉성하지만 있을 건 다 있고 표시될 건 다 표시되어 있었다.
“이것만 해도 이놈들은 엄청난 중죄일 텐데.”
참고로 지도는 황실에서 엄격하게 관리하는 품목 중 하나.
군사정보로서 엄청나게 유용하기 때문이다.
엉성하긴 해도 그려질 건 다 그려진 이런 지도라면, 들키는 순간 최소 철창행이다.
문제는 이놈들이 뭐 하는 녀석들이냐는 것.
“이거…….”
금세 알 수 있었다.
이놈들은…….
“무슨 조직이라도 되는 건가?”
나는 놈들의 이 사이에 끼어 있는 작은 알약 하나를 발견했다.
“자살용이군.”
어머니에게 배운 기억이 난다.
암살자 조직이나 혹은 비밀스러운 조직에서 유사시 자살하라고 세뇌시켜 둔 다음 지급하는 맹독.
나는 다섯 명에게서 그 맹독 알약을 조심스럽게 빼냈다.
“이것도 있어.”
여기에 지시사항이 적힌 노트도 있다.
그런데 노트가 열리지 않았다.
“마법이군.”
특정 물건의 보안을 위한 잠금 마법.
시전자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풀기 어려운 편.
‘대체로’는 말이다.
철컥.
노트에 흐르는 마력을 파악하고 슬며시 내 마력을 흘려 넣어 내부 흐름에 맞춰 흔들자, 잠금이 풀린다.
“뭐 한 거야?”
“밀어서 잠금해제.”
레일라의 물음에 어깨를 으쓱여 보인 나는 노트를 펼쳤다.
첫 페이지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새로운 세상을 위해.
“새로운 세상?”
이후부터는 각종 지시사항과 숙지사항, 주의점들이 보인다.
-행동강령1. 보안은 언제나 철저해야 한다.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목숨보다 우선시하라.
-행동강령2. 우리는 언제나 세상의 변화를 위해 움직인다
-행동강령3. 조직원의 정체를 알아내려 하지 마라. 우리는 모두 하나고, 모두 개인이다.
-행동강령…….
마치 매뉴얼처럼 만들어진 그것은 상당한 분량이었다.
이거,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녀석들이었잖아.
“챙겨야겠군.”
증거가 될 것이다.
그것도 분명한 증거.
“데인, 우리가 생각보다 큰 걸 알아낸 것 같은데…….”
이어서 노트를 읽어 본 어니스트가 손을 부르르 떨었다.
누가 알았겠나.
뭔가 있는 것 같아서 보물 탐사하는 기분으로 갔는데 비밀조직의 존재를 확인할 줄이야.
심지어 이런 마력석이라니.
“흠…….”
여기에 다소 충격적인 증거도 하나 나왔다.
“데인. 내부인이 도와준 것 같은데?”
“봐봐.”
함께 물건들을 보던 레일라가 건넨 건 또 하나의 쪽지였다.
-아카데미 북위 34.58 지점
-정해진 신호를 보내면 문이 열어 줄 것이다.
어니스트가 곧바로 북위 34.58 지점이 어디인지 알아냈다.
“후문 쪽 물자 수송 통로잖아.”
물자 수송 통로.
그럼 이 녀석들은 거길 통해 들어와 여기까지 왔다는 뜻.
담을 넘거나 땅을 파는 게 아니라 통로를 이용했다는 건…….
“누군가 내부에 돕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겠구나.”
프리실라의 추측이다.
내가 알기로 아카데미 출입은 꽤나 엄격하게 관리되는데, 그걸 뚫고 들어왔다면…….
“문제가 분명히 있군.”
정리해 보자.
사울 행스턴의 정수를 추출하고자 하는 비밀조직.
그리고 아카데미 내부의 협력자.
핵심은 이 두 가지다.
“이 정수로 뭘 하려는 걸까?”
모든 조직에는 결성 목적이 있다.
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사울 행스턴이 오랜 시간 마력을 담아 둔 이 거대한 마력석을 이용하려는 거라면, 보통 목적은 아닐 테지.
“조사가 더 필요하겠어.”
일단 우리는 기절한 놈들의 품을 샅샅이 뒤져 모든 증거물을 수집한 후 아공간에 쓸어 담았다.
쓸어 담기 전 혹시 추적 관련 마법이나 장치가 있는지도 미리 확인해 두었다.
“이놈들은 어쩌지, 데인?”
이제 남은 것은 이놈들의 처리.
어니스트의 물음에 난 간단히 답했다.
“못 움직이게 마력 제한시키고, 사람 불러야지.”
“그, 그럼 우리는?”
“그전에 튀어야지.”
신고는 하되, 익명으로 해야 한다.
잘못해서 우리까지 도매급으로 엮이면 일이 피곤해진다.
“이거 일이 좀 커지긴 했구나.”
“비밀조직…… 정말 상상도 못 했는데.”
생각했던 탐사가 아닌 것에 실망하고, 전혀 상상하지 못한 것들이 발견되자 당황한 모양.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나는 마법진을 한번 바라보았다.
조금 어렵긴 하지만, 내 기준 복구 못하거나 가동 못 할 수준은 아니다.
또한 마법진 ‘가속’도 가능할 것 같다.
거기에 내 고대의 마력이 더해지면?
“이대로 돌아가면 너무 아깝잖아. 그치?”
나는 셋을 향해 말했다.
“어차피 여기에 이게 있었다는 건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었고, 이놈들만 알고 있었는데 어차피 이놈들은 아카데미 입장에서는 불법 침입자 아니겠어?”
모두가 설마 하는 표정이 되었고.
난 씩 웃으며 마력석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이 마력석, 우리가 가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