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136)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136화
88. 야습(1)
황실 제4 기사단의 부기사단장이자 이번 아카데미 토벌대 참여자 인솔을 맡은 사내.
로이어스 힐데론은 방금 찾아와 헛소리를 늘어놓은 데인을 떠올리며 피식거렸다.
‘이래서 요즘 꼬맹이들이란.’
세상 참 좋아졌다.
감히 아카데미 신입생 주제에 황실 기사단의 부기사단장에게 찾아와 ‘조언’ 따위를 건네다니.
그것도 약속조차 안 잡고 다짜고짜 찾아와서 말이다.
“전쟁 당시만 해도 이런 적은 없었는데.”
심지어 와서 하는 말이 ‘헛소리’였다.
이 야영지가 방어에 그리 적합한 장소는 아닌 건 인정하지만, 그는 부기사단장이다.
이미 레와산의 제국 레인저와 접촉하여 사전 조사를 마쳐 두었던 것이다.
‘위협이 있을 경우 지급으로 알린다고 하기까지 했으니, 걱정은 없지.’
여기에 기사단의 자체적인 경비까지.
도대체 뭐가 더 필요하겠는가?
물론 만에 하나 변수가 존재하기야 하겠지만, 힐데론은 경험상 그런 변수는 거의 무시해도 좋다고 여기는 편.
지금이 전쟁 중이라면 또 모를까.
“잠이나 자야겠군.”
힐데론 경은 갑옷 안쪽에 받쳐 입는 브리건딘만 대충 걸치고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그의 머릿속엔 이미 토벌대 합류 후 처리할 일들뿐.
‘단장님을 만나 합류 보고를 드리고, 인원을 체크하고…… 이래서야 3기사단으로 언제쯤 올라갈는지.’
한숨 뒤섞인 숨소리는 곧 거친 코골이로 변했다.
금세 잠이 들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흘러갔을까.
“으음.”
묘한 느낌에 눈을 뜬 힐데론 경은 잠깐 꾸물거리다 일어나 막사 밖으로 나갔다.
고요하다.
탁, 타닥.
피워 놓은 모닥불의 장작 타는 소리.
풀벌레 소리.
그리고 바람 부는 소리.
“그럼 그렇지.”
야습에 대비해야 한다던 데인을 재차 떠올린 그는 피식거리며 막사 주변에 있던 순찰병을 불러다 물었다.
“별다른 일은 없느냐?”
“너무 고요해서 탈입니다.”
“늦게까지 돌아다니는 학생은?”
“없습니다. 다만 몇몇 학생들이 너무 늦게까지 텐트를 못 쳐서 생긴 일을 제외하면, 별다른 문제는 없었습니다.”
“텐트를 못 쳤다고?”
“그렇습니다. 검술학부 5학년 콘레드라는 녀석인데, 유독 그거 하나를 못 하는데 남들의 도움을 죄다 거절하기만 해서…….”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검술학부 5학년이면 실전도 몇 번 치렀을 텐데, 숙영지 하나를 제대로 설치 못 한다고?
“이번 토벌 개인 부문 1위 예상자로 꼽히던 녀석이던데, 가관이군.”
힐데론 경은 피식거리다 손을 휘저어 정찰병들을 돌려보냈다.
‘그럼 다시 자볼까.’
그렇게 다시 막사 안으로 들어가려던 그때였다.
쾅!
거대한 폭발음이 들려왔다.
순간 연기와 불길이 치솟는 게 보였다.
“……!”
산 쪽이었다.
콰쾅!
그리고 부지불식간에 다시 한번 터져 나온 굉음.
이어서 폭발음들이 연달아 들려오더니, 그와 동시에 소름 끼치는 비명이 야영지를 가득 메웠다.
“크와아아아아악!”
“캬아아아아악!”
높고, 강렬하고, 묵직하며-
절대 인간의 것이라 생각할 수 없는 비명.
“이런 미친…….”
마물이다.
마물들의 야습이었다.
뎅! 뎅! 뎅!
긴급상황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외침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습격이다! 모두들 일어나서 전투태세를 갖춰라!”
“야습이다! 마물들의 야습이다!”
하나둘 소리를 들은 학생들이 막사에서 기어나오기 시작했고, 모두가 갑작스러운 상황에 경악했다.
“스, 스, 습격이라니!”
“살려줘!”
패닉에 빠진 학생도 다수요, 벌벌 떨며 주저앉은 학생도 있었다.
“모두들 무기 준비해! 습격이라고! 이건 실전이야!”
그나마 몇몇이 전투태세를 어설프게나마 갖췄지만, 큰 도움이 될 것 같진 않았다.
“부단장님, 습격입니다!”
“나도 안다. 산 쪽인가?”
“그렇습니다! 지금 일부를 제외한 전 병력을 그쪽으로 일단 집중시켰습니다!”
힐데론 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곧 가겠다. 가서 힘을 보태도록.”
그러다 순간 멈칫, 하며 물었다.
말이 안 되는 일이 방금 있었기 때문.
“그런데 방금의 폭발음은 뭐지? 마법학부 학생들이 벌써 나선 건가?”
“아닙니다! 폭발 함정입니다.”
“폭발…… 함정?”
레인저들인가?
아니다. 레와산의 레인저들에게 그런 물건이 있을 리 없다.
또한 자신도 설치를 지시한 바 없다.
‘설마…….’
왜인지 데인 소그레스를 떠올린 그때.
“쿠와아아아악!”
순간 믿기지 않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저, 저게 무슨…….”
한눈에 보이는 거대한 동체.
4등급 소환수, 에테라크가 무려 세 마리나 나타난 것이다.
소환학부 학생들이 벌써 달려간 건가? 아직 벌벌 떠는 학생들이 대다수인데?
“단장님!”
그때 달려온 기사단원 한 명.
그는 숨을 헐떡이며 다급하게 보고했다.
“지금, 전방에서, 마물들이 대량으로 접근 중입니다! 그 수는 추측하건대 약 200여 마리입니다!”
“200여 마리라고…….”
말도 안 되는 숫자다.
200마리가 한꺼번에 몰려왔다고?
그런데 더욱 믿을 수 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현재 데인 소그레스 학생을 비롯한 몇몇 학생이 전방에서 분투 중입니다! 덕분에 일부 병력이 합류하는 동안 시간을 벌 수 있었습니다!”
데인 소그레스.
그 녀석의 이름이 등장했다.
그리고 힐데론 경은 데인의 경고를 무시했던 일을 떠올렸다.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부끄러움은 나중에 감당해도 된다.
학생들이 싸우고 있다.
학생들을 지켜야 할 기사단보다 더 먼저!
“마물들을 격멸해야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학생들을 지켜야 한다.
그게 자신이 맡은 임무니까.
힐데론 경은 머리가 뜨거워지는 걸 느끼며 막사 안으로 뛰쳐 들어갔다.
자신의 검을 챙기기 위해.
* * *
전생에서 나는 다양한 종류의 전투를 치러보았다.
소규모 작전에서 발생하는 전투부터 대규모 회전까지.
개중에는 기습전도 있었다.
물론, 기습을 당해보기도 했다.
그리고 정보를 미리 획득해 기습하는 적을 역으로 쳐 보기도 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데인! 먹히고 있어!”
“환영 때문에 달려들질 못하잖아!”
“역시, 데인 선생님!”
이거는 너무 간단하다.
기세 좋게 달려든 마물들은 일단 미리 설치한 폭발 마법 함정 몇 개에 펑펑 터져 나갔다.
그리고 그 숫자가 순간 확 줄어 기세도 같이 줄어들었는데, 다시 나선 그 순간-
“크와아아악!”
역시나 미리 설치한 환영 발생기로 에테라크 세 마리를 동시에 불러내 놈들을 기겁하게 만들었다.
지금은 야간이다.
전투가 벌어지면 시야가 좁아진다.
당장 눈앞에 있는 것만 보여도 다행일 지경인데, 에테라크가 환영임을 구분할 리 없다.
덕분에 놈들은 지금 주춤거리는 중이다.
“제대로 먹혀들어 갔는데, 어니스트?”
“나도 이렇게 잘될 줄은 몰랐는데!”
참고로 함정 설치는 어니스트가 맡았다.
내가 적당한 포인트를 지정해 주고, 어니스트가 신속하게 설치하는 식.
설치 속도 쪽이라면 어니스트가 훨씬 빠르다.
녀석은 손재주가 좋으니까.
그리고 결과는 무척이나 훌륭했다.
“마물들이 접근 자체를 못 할 정도라니.”
우리는 지금 약 50미터 정도의 거리를 두고 마물들과 대치 중이다.
“크와아아악!”
에테라크의 환영이 비명을 내지를 때마다 주춤거리는 마물들.
저건 본능이다.
뭐, 환영의 퀄리티가 너무 좋은 이유도 있겠지만.
“이제 슬슬 준비하자. 레일라, 도리안. 혹시라도 뒤로 빠지는 녀석들이 있으면 아까 말한 대로 처리해 주고.”
“맡겨둬.”
“맡겨 주십시오, 선생님!”
하지만 오래가진 못할 것이다.
일반적인 경우처럼 마물들의 소규모 야습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나…….
이건 뭔가 다르다.
서로 다른 종류의 마물 200마리가 일거에 야습한다고?
글쎄.
일반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니까-
“아무래도 누군가의 지휘를 받고 있는 것 같은데.”
이거 외엔 생각이 안 든다.
마물들이 저렇게 일사불란하게 몰려온다고?
그러니 내가 환영은 금방 간파당할 거라 예상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크우우우우우!”
직립보행하는 외눈박이 마물 하나가 나오더니, 녀석이 바위 하나를 집어 에테라크 쪽으로 휙! 집어던졌다.
그리고 바위가 그대로 에테라크를 통과해 버렸다.
“크와아아악!”
“크욱! 크욱!”
환영임을 알아챈 놈들이 흥분하며 다시 달려들 채비를 했다.
“2차전 시작이군.”
나는 마력을 끌어올렸다.
마법 폭발 함정은 아까 그게 전부.
남은 것 중 대규모의 적에게 쓸 만한 함정은 없다.
어디까지나 기능성과 소수의 적에게만 사용 가능한 함정.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부름에 응답하라.”
이번엔 환영이 아니다.
“크와아아아아아악!”
‘진짜’ 에테라크거든.
“우와아아악!”
바로 앞에 소환된 에테라크를 보자마자 어니스트가 엉덩방아를 찧어 버렸다.
“데, 데, 데인?”
나는 놀란 어니스트를 향해 씩 웃어 보이곤 에테라크에게 명령했다.
“에테라크. 한 방 크게 날려.”
“크와아악!”
와이번을 닮았지만 더욱 흉포하고 더욱 강력한 전투력을 지닌 에테라크.
놈은 시뻘건 피막의 날개를 펼치며 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촤아아아악!
전방을 그대로 집어삼키는 산성 부식액을 흩뿌렸다.
그리고 보인 건, 달려들다 닿는 족족 녹아내리는 마물들의 처참한 모습들.
“……세상에.”
단 한 번의 부식액 분사로 30여 마리에 달하는 마물들이 순식간에 녹아내렸고, 주변에 있던 녀석들도 무시하지 못했다.
“크왁! 캬아악!”
“크우우우!”
비명이 일고 달려들던 기세가 순간 멈칫했다.
하지만 놈들은 멈추는가 싶더니 그대로 돌진해 왔다.
나는 그걸 보며 다시 한번 확신했다.
누군가의 지휘를 받는 거라고.
여기 오는 동안 힐데론 경에게 들었던 레와산 서쪽으로 이동 중인 300마리의 마물도 아마 그렇겠지.
이거…….
또 냄새가 나는데.
유적에 과연 어떤 놈이 있으려나?
뭐, 그건 차차 생각하기로 하고.
난 다가오는 녀석들의 숫자를 대략 가늠해 보았다.
“이제 한 80마리 정도 남았나?”
에테라크는 부식액을 연속으로 분사할 수 없다.
그리고 폭발 함정도 없다.
즉, 이제부터 달려오는 놈들은 다른 식으로 상대해야 한다는 소리.
그래서 나는 다시 한번 마력을 끌어올리며-
화르르르륵!
거대한 불덩이 다섯 개를 준비했다.
4체인급 마법, 화염구.
일반적으로는 4체인 마법사가 힘을 짜내 한 개를 소환하면 다행이지만…….
나는 일반적인 마법사가 아니다.
쾅, 콰쾅!
달려오는 마물들에게 순차적으로 적중하며 폭발하는 화염구 다섯 개.
“이걸로 대략 60마리.”
이어서 나는 새로운 소환수를 불러냈다.
“부름에 응답하라.”
이중 소환.
에테라크가 숨을 고르는 사이 불러낸 녀석은 바로 ‘드와덴가’였다.
콰지직!
땅이 한번 세차게 울리더니 갑자기 갈라지고, 그 틈 사이로 암석으로 이루어진 거인 두 녀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드와덴가.
단단하기 짝이 없는 4등급 소환수.
어지간한 창칼은 들지도 않으며, 전생에서 수많은 드레니크 제국군의 머리를 박살 내 버린 소환수다.
물론 지금은 우리 편이다.
그것도 둘이나 있다.
가만, 이러면 삼중 소환이군.
“가서 막아라.”
내 심플한 명령에 녀석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지축을 뒤흔드는 발걸음.
“크와아아!”
“크우! 크우!”
다가오는 드와덴가의 압도적인 강렬함에 마물들이 주춤거리다, 순식간에 학살당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그제야 마력이 조금 빠져나갔다는 걸 체감했다.
이거 원, 이번 실전에서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아내려 했는데…….
이만하면 펑펑 써대도 되겠는데?
“좋아.”
나는 드와덴가가 휘젓는 상황을 한번 체크한 후, 아공간에서 아버지가 7살 생일에 선물하신 창을 뽑아 올렸다.
창술을 점검하고 다듬을 아주 좋은 기회다.
사실 여기서 마법이나 펑펑 날려대거나, 에테라크를 하나 정도 더 소환해도 된다.
하지만 피가 끓는다.
역시, 멀리서 가만히 지켜보기엔 내 검술과 창술이 아까우니까.
어차피 후방은 에테라크, 레일라, 도리안, 그리고 어니스트가 막아주고 있으니 걱정 없다.
그나저나…….
적진 사이로 뛰어드는 건 전생 이후 처음인가?
“어니스트. 활 준비해. 좋은 기회잖아?”
“응! 좋았어! 근데 데인. 설마 너…… 저기 가려는 건 아니지?”
나는 마물들 쪽을 가리키며 묻는 어니스트에게 씩 웃어 보이며 카르나스를 불러냈다.
“카르나스.”
“끼륵!”
화르르륵!
녀석은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쏙 내밀더니 불길을 뿜어 내 창날을 휘감았다.
순식간에 완성된 불타는 창.
“다녀올게.”
“데인!”
타닥!
나는 그 말을 끝으로 창 한 자루를 든 채 전장에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