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147)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147화
95. 대낮에나 쓸 수 있겠는데
해야 할 일들이 꽤 많아 일단 정리부터 시작했다.
일단, 가장 중요한 건 드나보 교수의 동태를 살피는 것.
이건 큰누나와 먼저 의논해 볼 생각이다.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 두긴 했지만, 그래도 큰누나에게 조언을 구하고 움직이는 편이 더 확실할 테다.
상대는 교수이자, 전직 마탑주이며, 제국에서 존경받는 마법사니까.
어설프게 건드렸을 때 날아올 역풍은 나뿐만 아니라 가문 전체를 덮칠 것이다.
심지어, 황자 에드워드까지도.
그래서 그 문제는 더욱 확실한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해보고, 일단 불바크를 만나러 갈 생각이었다.
산더미처럼 쌓인 펜레터를 보기 전까지는 분명히 그랬다.
“죽겠네.”
하루 종일 알테마르의 버프를 받아 편지를 쓴 결과, 약 40통을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걸로 부족하다.
내가 지금 이렇게 쓰는 사이에도 펜레터가 날아들었기 때문.
“우와, 데인. 또 왔다. 볼래?”
“……아니.”
어니스트가 실실 웃으며 건네준, 아니 안겨 준 편지는 그야말로 무더기다.
이게 다 몇 통이야.
나는 자포자기하는 심경으로 한쪽에 쌓아놓았다.
그러자 마침 내 책상 위에서 놀고 있던 카르나스가 호기심을 보였다.
“끼륵?”
“카르나스, 드래곤은 글 못 써?”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경이었다.
“끼륵!”
카르나스는 편지지 하나를 입에 물고 발아래 탁, 내려놓더니 내가 든 펜을 입으로 채갔다.
그러더니 입으로 무슨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낙서인 글씨.
“끼-륵!”
뿌듯하게 가슴을 내미는 걸 보니, 칭찬해 줘야겠지?
“잘했어. 참고해 볼게.”
“끼륵, 끼륵!”
카르나스는 무척 신이 나서 제멋대로 편지지에 무언가 휘갈기기 시작했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곤 새 펜을 들어 다시 답장을 적어 내려갔다.
“……이게 맞나.”
차라리 모두한테 답장 안 하는 게 제일 속 편한 길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레일라는 팬 관리의 시작이라며 꼼꼼하게 적으라 했지만, 내가 무슨 팬 관리인가 싶다.
“아니, 그렇잖아.”
내가 나름대로 유명인이라면 유명인이지만, 뭐 어디 황실 극단 배우도 아니고 거리의 인기 악단 멤버도 아니다.
“……에이.”
그러면서도 내 손은 충실하게 움직여 정성스레 답신을 적어 내려가는 걸 보면, 아무래도 틀린 모양이다.
이렇게 정성 들여 써 준 펜레터에 어떻게 대충 답변하냐.
“후우.”
아무튼 난 그렇게 이어서 10통의 편지를 마저 작성한 뒤, 우표까지 모두 붙이고 오늘의 답장을 마무리했다.
이런 와중 카르나스는 편지를 다섯 개나 낭비했다.
“낙서를 뭐 이렇게 많이 했어.”
“끼-륵!”
카르나스는 보란 듯이 앞발로 편지지를 톡톡 쳤다.
아무리 봐도 낙선데, 뭘 보라는 거야?
버리면 슬퍼할 것 같아 나는 일단 잘 접어 품에 넣었다.
그제야 카르나스가 이어서 품에 쏙 들어왔다.
자, 이제 그럼.
“레일라, 갈까?”
“아. 지금 가게?”
“응.”
불바크를 만나러 갈 시간.
참고로 테르미온 공작가 안에 대장간이 있어 레일라와 겸사겸사 같이 가는 것이다.
“이러다 왜 이렇게 자주 나오냐고 하겠다.”
레일라는 장난스레 투덜거리며 나를 따라나섰다.
“외출이요.”
“오, 네가 그 데인 소그레스구나? 이야기 많이 들었다. 천재라면서?”
이제는 아카데미 경비병들도 내 얼굴을 알 정도다.
외출을 그렇게 자주 나간 건 아닌데, 저러는 걸 보면…….
“요새 아카데미 일보를 장식하는 주인공이라고.”
“그러게나 말이야. 부럽다. 재능 한 개라도 있으면 소원이 없겠는데.”
“왜 없어, 짱박히는 재능 있잖아. 말년이라고 빠져선.”
역시, 아카데미 일보 역할이 꽤 컸던 것 같다.
이걸 좋아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복귀 시간 잘 지켜 돌아오거라.”
“네에.”
나와 레일라는 그렇게 정문을 나섰고, 다행스럽게도 거리에는 우리를 알아보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기야 뭐, 제국 일보까지 진출한 건 아니니까?”
레일라의 말에 난 고개를 저었다.
“거기에도 아마 실릴걸.”
“정말?”
“조만간 황궁 초대받으면 당연히 실리지 않을까.”
“아아.”
어차피 상관없다.
유명해지는 게 나쁜 일도 아니고.
다만 귀찮은 일이 연달아 일어날까 봐 그렇지.
아직 1학기도 안 끝났는데 말이야.
“그나저나 조만간 기말고사네. 데인, 너 이번 학기 수석 노리고 있지?”
“기왕이면?”
“에휴, 전체 수석은 텄네. 검술학부 수석이라도 해야겠다.”
검술학부 수석도 어디 쉬운 일인가.
여하튼 기말고사 전에 해야 할 일들이 꽤 있으니, 얼른 처리해야겠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우리는 테르미온 공작저에 도착했다.
“아가씨.”
“아스마르 경, 잘 지냈냐고 물어보기도 민망하네요.”
“민망하긴요. 잘 돌아오셨습니다. 데인 도련님도 잘 오셨습니다.”
우리를 반겨 주는 아스마르 경.
하도 봐서 이러다 정들겠네.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참, 공작님께서는 현재 손님이 찾아와 담소 중입니다.”
“그래요? 그럼 어쩔 수 없지. 데인, 대장간 먼저 다녀오자.”
“그러자.”
“너 기다리는 동안 나는 수련해야겠다.”
토벌을 다녀온 후 더욱 불타오르는 걸 보니 웃음이 나온다.
레일라도 이번 토벌에서 꽤 많이 발전했을 것이다.
실전만큼 좋은 훈련은 없으니.
참고로 레일라가 이번 토벌에서 베어 넘긴 마물의 총합은 무려 30마리.
일반적인 학생의 개인 기록은 훌쩍 넘어섰다고 할 수 있다.
“슬슬 테르미온 검술 3단계로 넘어가야 하는데…….”
검술에서 뭔가 막힌 것 같지만, 잘 극복할 테고.
“테르미온 검술이 5단계부터 진정한 시작이라 그랬나?”
“응. 우리 가문 정식 기사단도 그 정도는 되어야 들어갈 수 있고.”
“그래도 넌 엄청 빠른 거네.”
“더 빨라야지. 테르미온 가문 사람인데.”
불타는 의지를 보니 조만간 또 한바탕 대련할 것 같군.
“다 왔다. 볼 때마다 웅장하다니까.”
어느새 도착한 대장간 앞.
“다녀올게.”
나는 이전처럼 표식을 제시하고 간단한 몸수색을 거쳤다.
카르나스가 들킬 일은 없었다.
품에 꼭 숨어 있기도 했고, 상대가 나라 그런지 그렇게 자세히 뒤지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안에 있는 사람이 불바크라 그런 거겠지.
“안으로 들어가십시오, 도련님.”
“감사합니다.”
경비병에게 인사한 뒤 안으로 들어선 나는 곧바로 불바크를 마주할 수 있었다.
“꼬맹이. 이제야 왔구나.”
여전히 압도적인 신장이다.
근육도 근육이고, 특유의 저 강렬한 인상까지.
“기다렸어요?”
“그렇게 들렸냐?”
불바크는 이전보단 한결 좋은 표정이다.
하지만 이내 내가 들고 있는 지팡이를 보더니 표정이 묘해졌다.
“피 냄새가 나는군.”
“마물 토벌하고 와서 그런가.”
“아니. 그 지팡이에서 피 냄새가 난다. 그것도 아주 진한 피 냄새가.”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걸로 사람 때려잡은 적은 없었는데.
“아.”
불바크는 금속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냄새를 토대로 어떤 금속을 어떤 방식으로 단조하여 어떻게 만들었는지까지 알아낸다.
“피로 담금질한 물건이군.”
불바크의 말에 나는 지팡이를 바라보았다.
겉으로는 평범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 나무 지팡이에 불과해 보이는데, 그런 사연이 있었어?
“피로 담금질한 물건이라면, 어떤 건가요?”
“미친 물건이지.”
불바크는 사뭇 무서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광석이 있다. 그 어떤 불에도 반응하지 않지만 단 하나, 피에만 반응하는 광석이. 그것도 사람의 피에만.”
그거 살벌한데.
“이름이 ‘올디어스’라는 광석인데, 최소 사람 삼십 명 분량의 피를 한데 모아 그곳에 담가 두면 비로소 단조 가능한 형태로 변형된다.”
불바크는 내가 든 지팡이를 가리켰다.
“그 지팡이 안에 사용된 길쭉한 심이 바로 ‘올디어스’로 만든 거지. 나무로 가렸지만, 혈향이 진동을 하는군.”
“위험한 물건이군요.”
“위험하다마다. 사람 피를 무한정 머금으면서 미쳐 날뛰거든.”
그럴 거면 검이나 창, 혹은 도끼로 만들지 왜 지팡이로 만들었을까.
“아마 내 생각엔…… 굳이 지팡이로 만든 건, 그 지팡이 끝에 달린 뭔가를 감당할 만큼 단단한 게 ‘올디어스’뿐이라 그럴지도.”
의문은 금세 풀렸다.
“그 정도로 단단해요?”
“그래. 엄청나게 단단하지. 저런 힘도 받아내어 형체를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일단 한 가지는 알겠다.
이 지팡이는 들고 다니기 무척이나 찝찝한 물건이라는 걸.
그래서 마침 금속에 미친 사람한테 물었다.
“그럼 이거 귀한 물건이겠네요?”
“그렇지. 귀하지. 여러 의미로 귀하지. 흔해서는 안 될 물건이기도 하고.”
“그럼 필요하면 드릴게요.”
난 보았다.
불바크의 눈동자가 흔들리는걸.
나한테야 찝찝한 물건이지, 불바크에게는 충분히 가치 있는 물건일 테다.
“……진심이냐?”
“네. 저는 지팡이 안 쓰는데요.”
“사양은 않으마.”
결정이 빨라서 좋다니까.
대신 나는 지팡이를 건네기 전 조건을 달았다.
“단, 이 지팡이 끝에 달린 걸 분리할 수 있다면요.”
불바크는 피식거렸다.
“날 뭘로 보는 거냐? 뭔지는 몰라도, 떼어내는 건 금방이다.”
“그럼 끝에 달린 건 뭔지 안 궁금해요?”
“별로. 난 금속 아니면 관심 없다.”
불바크는 쿨하게 한마디 덧붙였다.
“내친김에 네 창도 봐 주마. 고드릭강으로 만든 물건인데 흠집이 좀 난 것 같군.”
귀신 같다.
하긴.
그래도 아버지가 주신 선물인데 너무 막 굴리긴 했지.
“고맙습니다.”
“고맙긴.”
그리고 불바크가 나에게서 지팡이를 받아든 순간이었다.
“……이거 뭐냐.”
“지팡인데요.”
“끝에 달린 거.”
방금까지는 관심 없다더니.
“왜 아르카니움이랑 비슷한 느낌이 나는 거지?”
그야 고대 마력 집약체니까요.
“아무튼 금속은 아닙니다.”
“그럼 됐다. 음, 신기하긴 하군.”
놀란 것도 잠시뿐.
불바크는 곧바로 날 안쪽 작업실로 데려가더니, 예의 그 육중한 문을 단단히 닫고 의자를 가리켰다.
“앉아 있어라. 금방 분리해 올 테니. 네 검은 이게 끝난 후 살펴보는 게 좋겠군.”
나는 시키는 대로 얌전히 앉아 불바크를 기다렸다.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받아라.”
허공을 붕 날아 내 손에 안착하는 천으로 싸인 고대 마력 집약체.
“뭔진 몰라도 어마어마한 물건 같군. 맞나?”
“네, 여러 의미로요.”
“흠. 금속이었다면 탐이 났을지도 모르겠어.”
불바크는 그 이상은 별 관심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곤 고대 마력 집약체에서 분리한 지팡이를 대충 툭 던져두었다.
“그렇게 던져도 돼요?”
“어차피 단단해서 이 정도로는 먼지만큼의 흠집도 안 나.”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불바크는 지팡이를 연신 힐끗거리다 나에게 감사를 표했다.
“아무튼 잘 쓰마. 저걸로 뭘 할지는 모르겠지만.”
금속에 미쳐 살아가는 삶은 어떤 삶일까.
상상하긴 힘들지만, 불바크의 표정으로 봐선 꽤 즐거운 삶인 것 같기도 하고.
사람마다 추구하는 가치가 다른 법이니, 지팡이를 준 건 잘한 일 같다.
“이제 네 검을 보러 갈 시간이군.”
마침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다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는 완성됐다.”
나는 불바크를 따라가며 물었다.
“검에서 어느 정도 완성됐다는 건, 어떤 단계인가요?”
“숫돌에 갈아내기 전이지. 마침 잘 왔다. 그때 그 녀석도 데리고 왔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고개를 쏙 내미는 카르나스.
“끼륵?”
“허. 신기한 녀석이군.”
드래곤이니까.
“그때랑 하나도 달라진 게 없어. 원래 안 자라나?”
알아보니 미니 사이즈더라고.
“아르카니움을 갈아내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라, 저 녀석의 불꽃을 떠올리던 참이었다.”
“아아.”
“검에 내 이름만 새길 게 아니라 저 녀석의 이름도 새겨야 할 판이야.”
“끼-륵!”
카르나스는 뿌듯한 표정으로 또다시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 모습에 불바크가 미간을 좁혔다.
“……설마 말을 알아듣는 거냐?”
난 어깨를 으쓱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불바크는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대장간 밖엔 참 신기한 것들이 많군.”
하지만 딱 그뿐.
고대 마력 집약체를 대하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반응이다.
내 생각엔 불바크가 제일 신기하다.
어떻게 고대 마력 집약체와 드래곤을 보고도 저런 반응이 끝일까.
“이쪽이다.”
아무튼 불바크는 마침내 내 앞에 제작 중인 검을 보여 주었다.
어떻게 단조했는지 희디흰 검날.
손에 착 감길 것 같은 손잡이.
보기만 해도 명품인 것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긴다.
“날을 갈아내고, 조금 더 손보면 끝이다.”
사실 난 무기에 큰 욕심이 없다.
아버지가 선물해 주신 창을 막 굴리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건 어떨지 모르겠지만, 기왕 얻은 거 잘 휘둘러 봐야지.
“안 부러지겠죠?”
불바크는 내 말에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르카니움이 부서져? 요 녀석의 불꽃이 아니면 단조도 불가능한 금속인데?”
“끼-륵!”
“꼬맹아, 네가 아무리 막 굴려도 절대 부러지거나 이가 나갈 일은 없을 거다. 적어도 일반적인 금속으로 만들어 낸 무기 상대로는 말이다.”
“그거면 됐네요.”
그래도 이렇게까지 말하니, 좀 아껴 주긴 해 볼까?
나는 그런 생각으로 물었다.
“들어 봐도 되죠?”
“네 검인데 왜 나한테 허락을 맡냐.”
거, 반응 참 예측 불가능하다니까.
아무튼 나는 검을 집어 들었다.
그런데-
“……이건 또 뭐야.”
내가 검을 쥔 그 순간, 검신이 서서히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녹색으로.
“반응성이 그대로 옮겨 간 건가…….”
대장간 첫 방문 다시 아르카니움을 발견하고 만졌을 때랑 똑같은 반응이다.
“역시…… 넌 신기한 녀석이다.”
불바크는 사뭇 흥분한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달랐다.
이거…….
거슬리는데.
“이거 불 못 꺼요?”
“…….”
이래서야 원.
대낮에나 쓸 수 있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