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15)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15화
5. 재능이란 이런 것(2)
패밀리어.
정확히는 어떤 패밀리어가 될지 알 수 없는 알.
꼭 소환술사가 아니더라도 마력을 불어넣어 주인임을 각인시키고 부화시킬 수만 있다면, 일시적으로만 머무르는 소환수를 영구적으로 부릴 수 있게 된다는 진귀한 물건.
나는 황금빛 알이 담긴 유리 케이스를 조심스레 꺼냈다.
햇빛을 머금고 내뿜는 빛이 황홀할 정도라 이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가치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마력을 아침저녁으로 불어 넣어 주라고 했었지?”
슬슬 땅거미가 지고 있다.
나는 케이스를 들어 올리고 마침내 황금빛 알에 손을 올렸다.
별달리 특별한 건 느껴지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아직 부화 전이라 그럴까?
“흠.”
나는 마력을 불어넣으며 작은누나의 말을 떠올렸다.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하게 마력을 불어 넣어 줘야 부화할까 말까 한 게 패밀리어라고 한다.
심지어 마력의 성질도 맞아야 하며, 여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까다로운 조건을 맞춰야 부화한다.
아직 표본이 별로 없어 작은누나도 그게 아는 전부였다.
그래서 평생 동안 조건을 밝혀내지 못하고 부화하지 못해 주인만 바뀌는 알이 있다고 한다.
“나도 그런 건가.”
속단하긴 이르지만, 마력을 한동안 불어 넣었음에도 알에서는 반응이 없다.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이후로도 이리저리 마력의 흐름을 바꾸거나 살살 불어 넣는 등 여러 번 시도해 봤지만 피부로 느껴질 만한 반응은 없었다.
물론 실망하거나 아쉽진 않았다.
“첫술에 배부르길 원하면 너무 욕심인 거지.”
전쟁터에서 구르며 입 거친 병사들에게 기분이 나쁘거나 동료가 죽었다는 이유로 쌍욕을 먹고 구타를 당해도 묵묵히 감내했던 나다.
인내심은 내 가장 큰 무기인 셈.
똑똑.
“도련님, 준비가 다 되셨는지 여쭙니다.”
“아, 나갈게.”
때마침 헤르만의 목소리가 들려와 나는 알을 다시 유리 케이스로 덮고 아직 볕이 잘 드는 창가 아래에 놓아두었다.
“그래도 응달보다는 해가 드는 곳이 낫겠지?”
그렇게 단창까지 챙겨 방을 나서려던 그때였다.
우웅.
“응?”
뭔가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나는 설마 싶어 알 쪽으로 다가갔다.
“헤르만, 잠깐만.”
“예, 도련님.”
케이스를 열어 알을 살폈다.
금이 가거나 뭔가 위치가 달라진 것 같진 않았다.
잔여 마력도 느껴지지 않았다.
혹시 싶어 마력을 다시 불어 넣어 봤지만 반응은 없었다.
“에이.”
사람 기대하게 만들고 있어.
하기야, 하루 만에 반응하는 것도 웃긴 일이지?
나는 다시 케이스를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에 대한 생각은 일단 지웠다.
지금 내가 해야 할 건 창술과 마력 수련이니까.
이따 밤엔 어머니와의 추적법 수련도 예정되어 있고.
“지금 나갈게.”
난 기대감을 잔뜩 머금고 그렇게 방을 나서 헤르만과 함께 수련장으로 향했다.
수련장에 도착한 후 헤르만은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저번처럼 하루 종일 서 있을까 싶어 이번에는 꼭 앉아 있으라고 일러둔 뒤 나는 단창을 잡았다.
“후우.”
심호흡 후 시작된 찌르기.
수련이란 지루하고도 건조한 과정의 연속이다.
수천, 수만, 수십만, 그리고 수백만 번의 같은 동작을 반복한 후에야 비로소 한 개의 동작이 완성된다.
그래서 난 당장 마력 코어의 개수를 늘리는 것에 집중하지 않았다.
사실 성장하는 현재 단계에서는 한 개의 마력 코어로도 충분하다. 이미 걸었던 길은 언제든 다시 걸을 수 있는 법.
그래서 나는 루틴에 맞춰 100회의 찌르기를 10회 수행한 후에야 잠시 창을 내려놓고 숨을 돌렸다.
“도련님, 물 좀 드시죠.”
“아, 헤르만. 고마워.”
건네준 물을 들이켜는 동안 헤르만의 칭찬이 들려왔다.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어떻게 천 번이나…… 노련한 기사들이어도 그렇게 흐트러짐 없이는 어려울 겁니다.”
나는 그 말에 씩 웃으며 물병을 돌려주었다.
이게 다 마력 코어 덕이다.
마력 코어를 만들어내는 순간, 신체가 활성화되면서 쉽게 지치지 않으니까.
단 한 개만 만들어도 신체의 활성도를 크게 높여주는 셈.
물론 마력 코어가 만능은 아니다.
체력이 좋다고 해서 누구나 천 번을 흐트러짐 없이 찌를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해야 할까.
어린 시절부터 전쟁터에서 구른 나로서는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지만.
“하다 보면 괜찮더라구.”
나는 씩 웃으며 타르트도 받아들었다.
한 입 크게 베어 물자 입 안에 달콤함이 사르르, 퍼졌다.
이 맛이다. 너무 많이 먹으면 안 좋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맛.
이게 다 전생 때문이다.
전쟁통엔 설탕이 너무 귀하고, 그 귀한 물건이 일선 병사들에게까지 올 리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설탕을 꽤 중요하게 생각했다. 마력 코어를 만든 후 대우가 달라진 뒤부터는 봉급 대신 설탕으로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역시 단 게 최고다.
“어서 먹어.”
“아, 그. 네. 감사합니다.”
나는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타르트를 먹는 헤르만을 보며 피식거렸다. 엄청 먹고 싶었나 보다.
“너무 맛있습니다, 도련님. 감사합니다.”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해.”
“아, 아닙니다. 그래도 제가 어떻게 감히…….”
“하나씩 구우면 주방장이 귀찮아해.”
“……감사합니다.”
나는 다시 타르트를 한입 베어 물곤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즐겼다.
문득 레일라가 떠올랐다. 연습 열심히 하고 있으려나? 마력탄 그거 마차에서 잘못 쏘면 공작님한테 혼날 텐데.
레일라의 검술도 떠올랐다.
나름대로 아니 재능이 꽤 있다.
오빠들을 뛰어넘어 가주가 될 거라고 당당하게 선언한 것처럼. 거기에 한몫 보탰다고 생각하니 입술 사이로 웃음이 새어 나왔다.
대련이라도 해볼 걸 그랬나?
창과 검의 대결이니 좀 애매한가?
“음…….”
나는 고민하다가 잠시 단창을 덮개에 싸서 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곤 무기 거치대 앞에 가서 연습용 검 한 자루를 바라보았다.
“도련님? 검을 수련해 보시게요?”
“아, 응. 그냥. 한번 휘둘러 보고 싶어서.”
생각해 보니 환생 후엔 검을 휘둘러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새로운 무기를 배우는 데 재미를 느낀 것도 있었고, 아버지의 기대감 가득한 시선을 생각하면 차마 검을 잡을 수 없었던 것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생의 내 인생을 바꾸었던 검이란 재능을 놓을 수도 없는 노릇.
언젠가는 휘두르겠지, 싶었는데…….
아마 그게 지금인 것 같았다.
나는 숏소드 한 자루를 골라잡았다. 창과는 전혀 다른 무게중심에 약간 놀랐지만 그것도 잠시.
휘잉, 휘잉.
몇 번 허공에 대고 휘두르자 금세 익숙한 감각이 살아 돌아왔다.
생과 사를 넘나들며 전장에서 수백만 번 휘둘렀던 무기.
나는 아예 본격적으로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횡베기, 종베기, 사선베기, 찌르기 등 기본적인 동작들을 펼쳐 보았다.
“좋은데.”
돌아온 감각은 전혀 무뎌지지 않았다.
어린아이라는 신체의 한계 탓인지 빠르고 파괴적이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내 눈엔 아주 만족스러웠다.
“앞으로 같이 수련할까?”
하루는 창, 하루는 검.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기를 십여 분.
마침내 검을 내려놓았을 때 나는 헤르만의 멍한 표정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도련님…… 언제 검을 수련하신 겁니까?”
나는 약간 당황했다.
데인 소그레스의 몸으로 검을 휘두르는 건 처음인데, 처음이 아닌 것처럼 휘둘렀기 때문.
아, 꿈에서 봤다고 할까.
내가 고민하던 그때였다.
“역시…… 천재십니다. 검술에까지 재능을…….”
음.
아무래도 천재란 참 편한 것 같다.
* * *
연회로 바삐 돌아가던 성은 이제야 평화를 맞았다. 소그레스 백작은 이제야 숨 좀 돌리겠다는 듯, 기지개를 켜며 하품했다.
“후우. 매년 이러려니 피곤하군.”
그래도 이번 연회에선 수확이 많다.
무려 30여 개 귀족 가문이 연회를 찾았다.
여러 귀족들이 남부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한 셈.
그들 대부분은 소그레스 백작가와 좋은 관계를 맺길 희망하고 있었다.
전쟁이 끝난 지금, 이 기후 좋은 남부엔 그들이 군침을 흘릴 만한 것들이 가득하니까.
하지만 그런 것들은 아들 데인 소그레스가 받은 주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티렌 백작가 장남과의 다툼은 예상외지만, 그래도 아이답지 않게 현명했었지.’
소그레스 백작은 데인이 디그론을 이겼다는 사실보다 그 상황에 대처한 방식 자체를 기뻐했다.
어른 앞에서도 침착하게 군 건 물론, 상황을 조리 있게 설명하는 모습이나 당당하게 자신의 재능을 증명하는 방식까지.
모든 게 만족스러웠다.
물론, 디그론을 이긴 것도 기뻤다.
하지만 사실…… 조금은 차고 넘쳤다.
“조금은 아이다우면 좋으련만.”
가끔은 어리광도 부리고, 가끔은 떼도 쓰고, 가끔은 아이다운 모습이면 좋겠는데 한편으로는 아쉬웠다.
누나들에게 많이 배워서 그런 걸까?
아니면 재능이 너무 넘쳐서 그런 걸까?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무슨 그런 분에 겨운 소리를 하겠냐고 타박하겠지만, 그래도 막내 아니겠는가.
그래서 가급적 오래오래 귀여워하며 오래오래 보고 싶었다.
“딸내미들은 시험 잘 쳤으려나.”
때가 되자 아카데미로 떠난 두 딸보다는 조금 더 느리게 세상 밖으로 내보내고 싶다고 해야 할까.
둘은 각각 마법, 소환술에 재능을 보이는 바람에 아카데미로 보낼 수밖에 없었지만 데인은 아니다.
적어도 창술 하나만큼은 확실히 가르친다는 핑계로라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
“으음. 슬슬 갈 시간이군.”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아들과 창술 수련에 나설 시각이다.
소그레스 백작은 자리에서 일어나다 집무실 한켠에 놓아둔 자신의 무기 드래곤 테일을 보고 멈칫했다.
그러곤 씩 웃으며 드래곤 테일을 집어 들었다.
“한 번 휘둘러보게 해볼까?”
일곱 살 난 아이의 몸으로는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잡아보는 것만으로도 창술에 더 큰 흥미를 느낄 수도 있겠지.
그렇게 오랜만에 드래곤 테일을 들고 수련장으로 향한 소그레스 백작은 경악하고야 말았다.
“검……?”
아들이 창이 아니라 검을 수련하고 있었다.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