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151)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151화
99. 이력서 하나 준비해
“이놈 봐라.”
번개 여섯 개를 맞고도 서 있다.
맷집 하나 대단하네.
“크후우…….”
비틀거리며 간신히 서 있었지만, 그게 어딘가.
일반적인 소환수라면 한두 개만 맞고도 쓰러질 텐데.
왜냐하면 숫자도 숫자지만, 일반적인 마법과는 ‘밀도’가 달라 위력 자체가 다르거든.
“데인 진짜 세다…….”
“마법 잘 아는 사람 있어? 저거 몇 체인 마법이야?”
“꽤 높지 않을까? 그런데 낮은 체인 마법도 저렇게 여섯 개나 쏘기 힘들다고 하던데…….”
친구들의 감탄 속에서 나는 디베스트를 바라보았다.
놈은 아직까지 버틸 모양인지, 손에 다시 기운을 구체 형태로 뭉치고 있었다.
“어디까지 가나 볼까.”
참고로 역소환 충격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놈이 먼저 반발하여 링크를 끊으려 하는 거니까.
그래서 나는 아예 허공에 마력의 창 다섯 개를 만들어 버렸다.
마력이 쑥 빠져나가는 느낌이지만, 실제로는 얼마 안 빠져 나갔다.
밀도도 그렇고 양도 늘어났고.
다음 서클도 빨리 얻고 싶은데?
“크후!”
그러던 그때, 디베스트 녀석이 내 마력의 창들을 보더니 화들짝 놀라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리고 그대로 뭉쳤던 구체를 흩어 버리며 고개를 떨군다.
“뭐야.”
싱겁게.
“크후! 크후!”
놈은 도저히 못 버티겠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내 앞에 슬금슬금 다가오더니 무릎을 꿇었다.
“크후!”
복종의 표시일까.
아니면 수를 쓰는 걸까.
물론 수 쓴다고 내가 당하진 않겠지만.
“앞으로 잘하자.”
“크후!”
“배신하거나 뒤통수치면, 알지?”
“크……후.”
놈은 마지못해 대답하는 것 같다.
뭐, 상관없다.
만약 배신하거나 날 공격하려 들면 다시는 그러지 못하게 더욱 확실히 해줄 테니까.
아무튼 앞으로 써먹을 일이 많을 것이다.
맷집이 이렇게나 좋으니, 방패로 세워도 되고 공격 능력도 상당하니 필요할 때 소환하면 쓸 만할 터.
“돌아가라.”
“크후…….”
난 디베스트를 역소환하는 수인을 맺었다.
서러운 표정이 된 디베스트.
놈은 무척이나 분하다는 표정이었지만, 나와 눈이 마주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실실 웃는다.
“음. 이걸로 오케이.”
3등급 소환수.
어지간한 2등급 소환수 못지않은 녀석을 이렇게 길들일 줄이야.
작은누나도 꽤나 애먹었다고 하던데, 역시 고대 마력의 영향 덕에 이렇게 쉬웠던 건가?
아무튼 일석 삼조다.
디베스트도 길들이고.
세 번째 서클의 능력인 ‘침착함’도 체감하고, 여기에 마력의 밀도가 높아졌다는 것 역시 확인했다.
실제로 나는 ‘벼락 소환’을 펼칠 때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적은 마력을 소모하며 더 강한 벼락을 끌어냈다.
마력의 창도 마찬가지.
마력의 창은 낮은 체인급 마법인 만큼, 이제는 스무 개도 거뜬히 소환할 것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도대체 고대 마법왕국 사람들은 얼마나 강했던 거야?”
설마 개개인이 이런 마력을 지녔을 리는 없을 테고.
아니, 그렇지 않더라도 아마 현시대 사람들의 ‘일반적인’ 수준은 충분히 넘지 않았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이 마력의 출처가 어디이고, 왜 나와 적합한지도.
뭐, 천천히 알아보면 되겠지.
내가 어깨를 으쓱이던 그때였다.
털퍼덕.
미약하지만 들린다.
누군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가 엉덩방아를 찧는 듯한 소리가.
아주 옅지만 기감에 분명히 잡힌 소리였다.
나는 친구들을 바라보았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듯 다시 수련에 열중이다.
“설마 또 황자 저하는 아닐 테고.”
나는 우리 수련을 지켜보다 눈먼 일격을 얻어맞고 볼썽사납게 자빠진 에드워드를 떠올리며 피식거렸다.
그럼, 누군지 얼굴 한번 볼까.
타닥!
땅을 박차고, 거리를 좁혀, 소리가 들려 왔던 나무 뒤로 돌아간 건 순식간이었다.
그리고 난 의외의 인물을 볼 수 있었다.
“알투르?”
놈은 날 보고 입을 쩍 벌린 채였다.
그렇겠지.
상상도 못 한 사이에 거리를 좁혔을 테니까.
“어, 어떻게 이렇게 빨리…….”
더듬거리는 걸 보니 안쓰러우면서도 징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쩐지, 토벌 때 갑자기 우리 쪽으로 몰아 주는 것 같던데.
설마 그걸 구실로 학생회 가입을 또 권유하려 하는 건가?
“또 뭐야? 이제는 미행도 하나?”
“미, 미행이 아니라……! 네가 항상 여기 있다는 소문을 들어서 찾아온 거다!”
“그러니까 왜 왔냐는 거지.”
나는 아예 선수를 쳐 버렸다.
“학생회는 안 들어가.”
“…….”
묻기도 전에 거절하니 말문이 막혔나.
“그러니까 이제 슬슬 포기하는 건 어때?”
좋게 좋게 말할 때 포기해야 별탈이 없는 법.
“……애초에 포기한 지 오래다.”
그럼 뭐 하러 온 거야?
내가 팔짱을 끼자 알투르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그러다 화들짝, 놀랐다. 뭔가 싶었는데 통신 수정구였다.
“…….”
통신 수정구를 든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몇 번이고 고민하는 눈치.
하지만 이내 결심한 듯 수정구를 품에 넣어 수신을 무시해 버렸다.
누군지 대강 알 것 같다.
“……난 버림받았다.”
알투르의 말을 보니 더 확실해진다.
드나보 교수.
알투르를 거의 노예처럼 부리고 있으니까.
하지만 노예가 이렇게 사슬을 벗어던지려고 하는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
“버림받은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래서 여기 왜 있던 거야? 이제 학생회 제안할 일도 없을 텐데.”
나는 짐짓 모른 척 물었다.
그러자 알투르는 천천히 고개를 들더니 무척이나 슬픈 눈으로 말했다.
“나는…… 그냥 무작정 찾아왔다.”
“무작정?”
“그래……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알투르는 무척이나 절박해 보였다.
“너는 내가 아는 녀석들 중 가장 강하니까…….”
음. 그건 맞는 말이다.
이내 알투르는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 생각하니 미친 짓이었군. 하. 내가 무슨 생각으로 도대체 여기까지…….”
충동적으로 걸음을 옮길 정도라면 그만큼 절박했다는 뜻.
그나저나 끈 떨어진 신세라.
마침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드나보 교수 미행.
그걸 위해 내가 본래 세운 계획보다 훨씬 더 좋은 계획 말이다.
나는 물었다.
“그 끈, 다시 이을 방법이 있으면 뭐든 하겠나?”
“……뭐라고?”
“물론 드나보 교수 쪽으로 다시 잇는 건 아니지.”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확실히, 알투르는 그럴 것이다.
드나보 교수는 제국 마법사들 사이에서 엄청난 위상과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 드나보 교수가 더 이상 그럴 수 없게 된다면?
“선택은 자유야. 방법은 있어. 하지만 받아들이고 말고는 네 자유지.”
그리고 알투르는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처지를 무척이나 정확히 깨달은 모양이다.
“정말…… 방법이 있나?”
나는 대답하는 대신 알투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것으로 대답이 된 모양이다.
“……하겠다. 뭐든. 방법을 알려 다오. 나는…… 나는 이대로 끝내고 싶지 않다. 가문에는 나만 바라보는 가족들이 있어…….”
사정이야 어떻든 사실 내 입장에서는 어이없는 일이긴 하다만, 상관없다.
지금은 알투르의 쓸모가 충분하니까.
“그럼 너 나랑 일 하나만 하자.”
* * *
알투르는 잠시 혼란스러웠지만, 이내 데인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일단 하던 대로 해. 그리고 드나보 교수의 일거수일투족을 말해주면 돼.”
“……정말 그거면 되나?”
“아니. 그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게 있지. 가급적이면 드나보 교수를 따라다녀.”
드나보 교수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한다.
그리고 드나보 교수에게 붙어 다닌다.
첫 번째는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드나보 교수는 걸핏하면 자신을 불러내 일을 시켜, 거의 하루종일 같이 있던 적도 수두룩했으니.
다만 두 번째는…….
‘이럴 줄 알았으면 연락 무시하지 말 걸 그랬나.’
자신은 통신 수정구 연락을 아까부터 계속 무시하던 상태다.
하지만 어쩔 수 있나.
받으면 불호령이 떨어질 테지만, 해야 한다.
“……그것만 하면, 정말 내가 마탑에 들어갈 수 있다고? 그것도 니륵시온 마탑에?”
왜냐하면 데인이 건 조건이 바로 저거니까.
“그래. 니륵시온 마탑에 취업하게 도와주지. 그것도 마탑주 추천으로.”
그야말로 바라던 것이며, 현재 알투르가 맞이할 수 있는 결말 중 최상의 것.
당장 드나보 교수 눈 밖에 나서 졸업 후 어떤 마탑도 못 가게 생겼는데, 5대 마탑 중 하나인 니륵시온이라니.
생각해 보면 데인 그 녀석은 위대한 마법사 중 하나인 시드레인의 제자라고 한다.
그러니 이런 제안도 가능하겠지.
아무튼, 알투르는 마음을 굳게 먹고 다시 걸려온 통신 수정구 연락을 바로 수신했다.
-너, 뭐 하냐?
시작부터 들려온 진노한 목소리에 알투르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건 조건반사다.
몇 년 동안 드나보 교수의 눈치만 살펴 온 알투르의 본능.
“……죄송합니다. 실험을 하다 잠시 기절했었습니다.”
-실험? 네가?
“네, 그…… 마력을 과하게 넣었다가 기절했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괜찮습니다. 제때 연락받지 못해 죄송합니다.”
-흐음…… 그래, 좋다. 믿어 주마. 설마 네가 내 연락을 의도적으로 피할 리는 없을 테니까.
당연하다.
알투르는 드나보 교수의 수족이자, 시키는 대로 움직여야만 하는 꼭두각시니까.
적어도, 방금 전까지는 그랬었다.
-알지? 올해 말에 추천장을 쓰는 거.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해라.
그렇기에 가증스러웠다.
아까 자신을 버리고 다른 사람에게 추천장을 써 주는 이야기를 해 놓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시킬 일이 있으니 지금 당장 내 연구실로 오도록.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토벌 건에서도 이야기해야 하는 것도 알지?
토벌 이야기.
알투르의 몸이 떨렸다.
이번에 학부 부문 1위와 개인 부문 1위를 하지 못한 걸 두고 하는 엄포였으니까.
그러나 알투르는 데인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네, 알겠습니다. 교수님.”
통신이 끊어진 후 알투르는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거스르지 못한 사람을 감시하고 그 일거수일투족을 전해야 하기 때문.
“그만둬도 상관없어.”
어차피 데인에겐 몇 개의 계획들이 더 존재한다.
알투르의 경우가 최선책일 뿐.
차선책이 존재하는 이상 알투르가 안 하겠다면 굳이 설득할 이유도 없다.
물론, 알투르는 받아들일 것이다.
“……하겠다. 아니, 해야 한다.”
지금 그 누구보다 절박한 상황이니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되는 거지? 그냥 드나보 교수님…… 아니 그 사람의 모든 것들을 말해주면 되는 건가?”
“그래. 마법사니 기억력은 좋을 테니, 그냥 네가 본 모든 걸 말하면 된다.”
알투르는 내 말에 잠시 고민하다 물었다.
“이걸로 뭘 얻으려 하는 거지? 너는…… 도대체 뭐 하는 녀석이냐?”
궁금할 만하다.
신입생 주제에 마법학부 학과장 눈 밖에 난 녀석을 도와주겠다고 하면서 요구하는 게, 그 학과장에 대한 정보니까.
“네가 상상하지 못하는 거.”
“알 필요 없다는 말로 들리는군.”
“정확해.”
오늘 한숨만 몇 번째일까.
그래.
알 필요는 없다.
하지만 짐작 가는 건 있다.
‘요즘 들어 수상하긴 했었지. 뭔가 이것저것 엄청나게 바빠 보이고 초조하고…….’
최근 들어 달라진 드나보 교수의 모습.
이전까지는 전혀 보이지 않던 모습이다.
적어도 남들이 볼 때는 침착함을 유지하던 사람이었는데.
‘그래, 이유가 있을 거야.’
데인이 이렇게 말하는 이유 말이다.
어차피 자신은 이제 둘 중 하나다.
졸업할 때까지, 어쩌면 졸업한 이후에도 부려먹히거나-
아니면 그냥 잠적해서 다른 삶을 살거나.
마법사로서 살아가기 위해선, 자신의 이 재능을 발휘하기 위해선 결국 데인의 말을 따라야 한다.
“알겠다. 하지.”
알투르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에 시드레인을 떠올리며 말했다.
“좋아. 이력서 하나 준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