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159)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159화
106. 세상 사람들이 이상한 거다
나무는 천천히 팔기로 했다.
그 거대한 게 어디 가는 것도 아니고, 숲지기 캇사르도 걱정 말라고 했으니 나중에 필요한 일이 생기면 그때 가서 가져오면 된다.
저걸 팔면 수천 크라운은 물론이고 만 단위의 크라운 금화도 번다던데, 솔직히 실감이 안 나는 액수다.
나중에 그 돈으로 성 하나 쌓아서 아예 우리 전용 놀이터 하나 만들까 싶기도 하고.
어디 돈 많은 귀족들은 위상도 높일 겸 세금을 면제받으려 기부를 한다던데, 그건 좀 아깝다.
“일단 이거면 되겠지.”
그리고 파는 것 말고도 쓸 곳은 무궁무진하다.
이를테면 개인적인 용도.
그런 의미에서 나는 좋은 생각이 떠올라 외출증을 들고 아카데미 정문으로 향했다.
“너는 외출증이 도대체 몇 개냐?”
이제는 통성명도 한 경비병 ‘그레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요새는 외출증을 막 뿌리나?”
“아니. 얘만 맨날 나가.”
“그렇지? 나 참. 하기야, 우리 귀에도 들리는 네 활약 들어보면 외출증이 뭐 대수냐 싶겠냐만.”
여하튼 그렇게 경비병들과 잠시 수다를 떤 후 정문을 나서 내가 향한 곳은 바로-
“어서 오십시오! 응? 아카데미 학생? 미술학부 복장이 아닌데.”
수도에서도 이름난 목각 장인의 공방이었다.
“안녕하세요, 의뢰 좀 드리러 왔습니다.”
공방 안쪽은 톱밥과 희뿌연 먼지로 가득했다.
며칠만 머물러도 1년 내내 기침을 할 것 같은 탁함.
딱.
코드를 배열해 손가락을 튕기자 순식간에 먼지들이 가라앉고, 깨끗한 공기가 드러난다.
“……마법학부 학생이십니까?”
“아뇨. 그냥 공기가 너무 탁해서.”
“안 그래도 환풍기 돌릴 생각이었는데.”
머리가 반쯤 벗겨진 장인은 나에게 자리를 권한 뒤 맞은편에 앉았다.
“그래요. 의뢰할 게 있어 왔다고? 음. 미술학부 말고 다른 학부 학생이 찾아오는 건 정말 오랜만인 것 같은데.”
이곳은 공방.
그것도 목공을 주로 하는 공방이다.
그래서 미술학부가 아닌 이상 학생이 찾아 올 일은 없다.
하지만 난 이유가 있다.
“여기, 이대로 만들어 주실 수 있습니까?”
나는 미리 준비한 도면을 건네주었다.
그림 잘 그리는 어니스트에게 말해 그린 것이다.
“호오. 간이 도면치고는 제법인데. 으음…….”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재료가 뭔지에 따라 다르지. 그리고, 내 예약 상황에 따라서도 다르지.”
툭.
나는 준비한 주머니를 올려놓았다.
“크라운 금화 30개입니다. 모든 작업을 뒤로하고 최우선으로 처리해 주면 의뢰비에 이걸 얹어 드리겠습니다.”
“……!”
장인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꼴깍, 넘어가는 침을 따라 울렁이는 목울대.
그는 이내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하, 하지만…… 고객들과의 약속을 저버릴 수는…….”
“50개.”
“……!!”
금화 50개는 꽤 많지.
내가 알기로 일반적인 의뢰비는 많아야 금화 10개 정도니까.
나는 거기에 덧붙였다.
“이 물건은 아주 중요한 사람 둘을 위한 물건입니다. 어쩌면…… 지금의 선택이 엄청난 미래를 만들지도.”
머리가 팽팽 돌아가고 있을 것이다.
결론은 금방 내려졌다.
덥석.
목각 장인이 내 손을 붙잡았다.
“고객님.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좋아.
“그런데 어떤 재료로 만드실 예정이십니까? 아, 말이 나온 김에 재료를 한번 보시는 건…….”
“재료는 있습니다.”
나는 곧바로 아공간을 열어 ‘죽음의 나무’ 조각을 두 개 꺼내 놓았다.
긴 거 하나.
어른 머리만 한 거 하나.
“이, 이거 서, 서, 설마!”
“알고 계신 그게 맞습니다.”
“세, 세상에…… 맙소사…… 이, 이걸 도대체 어디서…….”
장인은 경악, 혼란, 당황스러움이 한데 섞인 눈 한편으로 기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람 표정이 저렇게 다채롭게 드러날 수 있을 줄이야.
심지어 죽음의 나무 조각으로 향하는 손은 부들부들 떨기까지.
“이건…… 정말…….”
“최대한 빠르게, 가능하겠습니까?”
내 물음에 장인은 즉각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제 인생을 걸고 한번 만들어 보죠. 안 그래도 요새 목공 배우겠다는 놈이 없어서 장사 접어야 하나 싶었는데, 이 녀석 덕분에 예술혼이 불타오르는 것 같습니다…….”
그거 잘된 일이다.
그럼 그 예술혼에 장작 하나 더 넣어 볼까.
“완성품이 마음에 들면, 이것보단 조금 작지만 조각 하나를 드리죠.”
“…….”
내가 이렇게 선심을 쓰는 데엔 다 이유가 있다.
이렇게 의뢰해서 나온 물건을 받을 사람이 꽤 중요한 사람이거든.
“……역작 한번 뽑아내 보겠습니다.”
좋아.
이걸로 준비는 마쳤고.
이제 슬슬 기말고사 준비하러 가 보실까.
“저 근데…… 실례가 안 된다면 어느 학부 누구인지 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처음 들어올 때도 공손하긴 했지만, 이제는 극도로 공손했다.
“자율전공학부 데인 소그레스입니다.”
“데인 소그레스…… 아 그 설마 이번 마물 토벌 영웅이라던 그 학생……!”
나는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이거, 이제 밖에서도 알아봐 주는데?
“그 신문 보니 이상한 이름의 동아리 학생들을 이끌고 활약했다던데…….”
“…….”
세상 사람들이 이상한 거다.
우리 동아리 이름이 얼마나 멋있는데.
‘낭만’은 무슨.
조만간 황실 불려가서 동아리 이름이 뭐냐고 물으면, 무조건 풀네임 댈 거다.
꼭 그렇게 할 거다.
* * *
그간 있었던 일들이 어느 정도 정리된 만큼 이후부터는 기말고사 준비에 집중했다.
“세상에 시험은 왜 존재하는 걸까.”
“데인, 그거 알아? 시험기간 되니까 신문 읽는 게 재미있는 거?”
“아카데미에 지진 났으면 좋겠다. 망할. 젠장, 대신전에 불벼락이나 내려라!”
친구들이 차례로 미쳐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안타깝다.
참고로 나는 지금 팬레터 답장 중이다.
“근데 데인 너는 시험 공부 안 해?”
“이거 다 하고.”
팬레터 답장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알테마르를 불러내서 쓰면 금방이기도 하고. 쓰다 보니 익숙해져서 멘트도 그럭저럭 나온다.
다만-
-나의 데인 소그레스. 눈을 감으면 그대가 떠오르고, 찰랑이는 은발이 아른거립니다. 그대의 녹빛 눈동자를 상기할 때면 잔잔한 바람이 불어와 내 마음을 녹이는 것 같…….
아예 시를 써 놓은 듯한 팬레터는 좀 적응이 안 된다.
사교계의 유명한 영애들이나 이런 걸 받는 줄 알았는데.
그래도 팬이 보내 준 건데, 난 인내심을 발휘해 모든 답장을 마쳤고…….
“데인 넌 이번에 필기 시험 몇 개나 봐?”
“두 개.”
나도 시험공부를 시작했다.
하나는 가비우스 교수의 군사학개론.
다른 하나는 마법 실전 이론.
그나저나 드나보 교수가 황실로 잡혀가는 바람에 시험이 어떻게 나오려나.
아무튼 둘 다 내 기준 어려운 시험은 아니고, 나머지는 시험이 아예 없거나 실기 시험이다.
창술학부 강의야 무사통과할 테고, 소환학부 강의도 마찬가지.
교양 수업 두 개는 과제가 없고…….
뭐, 이번 시험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아마 신입 1학기 전체 수석은 무조건 데인이겠지?”
“아마도? 나는 차석이나 노려야 할까 봐. 이젠 억울하지도 않아.”
수석이라.
하면 뭐 외출증이라도 몇 개 더 주려나.
중요한 건 수석이 아니라 기왕이면 좋은 결과를 내서 만족하는 것.
“데인, 혹시 다음 학기에 검술학부 강의 들을 거면 나랑 안 겹치게 들어야 돼. 알았지? 너랑 같은 강의면 나 드롭한다!”
난 레일라의 귀여운 협박에 피식거렸다.
“왜?”
“그야 너랑 있으면 내가…… 1등을 못 하잖아. 어차피 다음 학기도 전체 수석 먹을 거면 강의 1등이라도 나 주라고.”
“그래 뭐, 그러든가.”
레일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레일라가 뭘 고르든 난 그냥 듣고 싶은 걸 들을 생각이다.
친구 따라 강의 듣는 것도 재미있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일단 내가 재미있어 할 강의가 우선 아닐까.
“데인. 탐사학부 강의도 재미있어!”
“신성학부 수업은 듣지 마라.”
“선생님, 무투학부 오시면 제가 교수님께 계속 어필하겠습니다.”
하여간 웃긴 녀석들.
“데인, 우리 그럼 시험 끝나는 대로 고행 다녀왔다가 하바로스크 산맥으로 가는 건가?”
“그렇게 될 것 같은데.”
마침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난 프리실라에게 물었다.
“프리실라, 고행이 대략 얼마나 걸려?”
“나는 아직 졸업고행이 아니라 이번엔 그렇게 오래 안 걸릴 것 같은데. 텔레포트 타고 가면 길어야 일주일?”
그럼 다녀와서 하바로스크 산맥에 가면 딱이다.
시험 끝나는 대로 레일라의 작은오빠, 델워드에게 연락해서 상황을 파악해 봐야겠다.
“북부의 그 아탈리아 섬이라는 곳은 엄청 춥겠지? 거기서 뭔가 찾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성 아이마르가 말한 동굴만 찾아내면 되겠지. 일단 성소에 가서 고행을 종료하고 가면 되겠다.”
좋은 계획이다.
성 아이마르가 고대 마력 집약체가 담겨 있던 목걸이를 발견한 곳.
거기서 과연 뭘 찾을 수 있을까.
“그럼 이렇게 정리하자. 시험 끝나는 대로 각자 가문으로 돌아가서 며칠 휴식 취하고, 바로 모이는 걸로.”
“좋아.”
“맞아. 아무래도 가문에 가긴 가야지. 방학이니까.”
“그다음은 고행을 갔다가, 돌아와서 바로 하바로스크 산맥으로 가는 거야.”
이로써 방학 계획도 정리 끝.
아, 그 전에 하나 더 있다.
“황실에서는 언제 부르려나? 시험 끝나고 부르려나?”
“아마도 그렇겠지?”
“우리 다 같이 가는 건가?”
“이번 토벌 건이 좀 특이하긴 했으니까, 그렇지 않을까?”
바로 황실로 가는 것.
부르기 전에 공방에서 완성품이 나와야 할 텐데.
뭐, 시험 끝나는 대로 들러 봐야지.
여하튼.
우리는 그렇게 계획을 정리한 뒤 각자 시험 공부에 매진했다.
그리고 마침내 다가온 시험 기간.
“다 풀었습니다.”
“버, 벌써?”
드나보 교수가 잡혀간 관계로 대타 강의를 맡게 된 에레치오 교수가 놀란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도 그럴 게, 시험 시작한 지 고작해야 1시간도 지나지 않았기 때문.
참고로 이번 ‘마법 실전 이론’ 강의 기말고사는 중간고사처럼 마라톤 시험이 아니라 약 4시간짜리.
“……이야기는 익히 들었다만, 정말 대단하구나.”
에레치오 교수는 내가 제출한 시험지를 유심히 바라보다 탄성을 흘렸다.
“허.”
아마 긍정적인 탄성 같다.
“이런 풀이는 생각도 못 했는데…….”
아마 4번 문제를 말하는 것 같다.
고대 마력을 소유한 나기에 떠올릴 수 있는 발상으로 문제를 풀었거든.
실제로도 아마 들어맞을 것이다.
“이런 풀이는 진지하게 연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데인 소그레스 학생, 괜찮으면 나중에 개인적으로 시간을 좀 내주겠나? 무척 흥미로운 풀이라서 말이야, 나중에 풀이 과정을 좀 듣고 싶군.”
나는 흔쾌히 수락했다.
“물론입니다, 교수님.”
드나보 교수처럼 검은 의도를 지닌 것 같은 건 아니니 얼마든지 괜찮다.
“어떻게 신입생이 이런 풀이를…… 역시 아라벨라의 동생인가? 아닌데, 아라벨라도 신입 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나는 중얼거리는 에레치오 교수를 뒤로하고 강의실을 나왔다.
“이제 그럼 남은 건…….”
소환학부 시험.
테메릭 교수가 담당하는 강의다.
시험 방식은 간단했다.
빈 표식으로 지정한 소환수를 불러내서, 얼마나 오래도록 유지하는가.
소환술에 재능이 없어도 도움을 받으면 빈 표식으로도 소환 진행이 가능하니까.
그리고 나는…….
“됐다. 더 볼 것도 없겠군.”
가장 먼저 소환해서, 가장 늦게 소환을 해제했다.
“도대체 무슨 놈의 마력이…… 아무리 8등급 소환수라지만 6시간 넘게 유지하는 게 말이 되는 거냐?”
빈 표식을 활용한 소환은 실제 소환 계약으로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유지가 어렵다.
소환 자체는 간단하지만, 정식 링크된 게 아니기 때문.
하지만 나는 다른 학생들이 20분, 30분 혹은 아무리 길어야 1시간 유지하던 걸 6시간 넘게 유지했다.
그리고도 지금 쌩쌩하다.
“진짜…… 이쪽으로 올 생각은 없는 거냐? 넌 정말 말도 안 되는 재능이야!”
나는 단호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없습니다.”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다.”
또 한 번 거절당한 테메릭 교수의 표정은 어쩐지 침울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