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16)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16화
5. 재능이란 이런 것(3)
‘창을 버리는 것이냐, 데인.’
언제나 검보다 창이 낫다고 외치던 창의 신봉자로서 가슴이 미어지는 이 기분.
순간 테르미온 공작이 떠올랐다.
그 망할 형님이 분명히 헛바람을 불어넣은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창을 잘 수련하다 검을 휘두를 수 없다.
소그레스 백작이 미어지는 가슴을 안고 다가가려던 그때였다.
“허어.”
검을 휘두르는 자세가 무척이나 익숙해 보인다.
뭘까?
검 한번 휘둘러본 적이 없던 녀석이, 어떻게?
심지어 뿜어내는 기세는 어느 정도 검을 수련한 사람의 그것 못지않다.
휘잉! 훙!
아니, 아이의 몸임을 감안하면 그 이상이다. 이해할 수 없었다.
도대체 언제 배운 걸까?
다섯 살 무렵? 아니면 책에서?
알 수는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 보인다.
‘검에도…… 재능이 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분명히 그래 보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 날카로운 동작, 발구름, 나름대로 펼쳐내는 검술의 형세를 설명할 길이 없었다.
이게 말이 되는 건가?
그동안 검을 잡을 건 본 적도 없고,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받은 적도 없지 않은가?
그런데…… 저런 기본기와 실력이라고?
꿈에서 수련하는 게 아닌 이상에야,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혹은-
이조차도 ‘재능’이거나.
“허허.”
소그레스 백작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검을 배우게 된 경위가 궁금하다.
하지만 그것 이전에 한 가지를 확실히 해야 한다.
“이 성이 저 아이에게는 너무도 좁겠구나.”
방금까지도 아들을 오래오래 성에 데리고 있으려 했던 마음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저 정도 재능이라면, 잡아둘 수 없다.
아니, 창술이든 암살이든 마법이든 소환술이든 하나라도 재능을 보인 이상 성에 잡아두는 건 말이 안 된다.
지금까지 애써 외면하고 있었을 뿐.
하지만 검술에까지 재능을 보인 이상 더 외면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테르미온 공작이 알려줬나?’
그건 더 말이 안 된다.
아무리 테르미온 공작과 격의 없이 지내는 사이라 해도 자신에게 말도 없이 검을 가르쳤을 리는 없을 터.
“공작님. 오셨습니까.”
이런 가운데 다가와 인사한 헤르만.
“오냐. 일찍 나온 것이냐?”
“도련님이 한 시간 일찍 나오자고 하여 그렇게 했습니다.”
“한 시간이라…….”
“도련님을 불러올까요?”
“아니, 됐다. 끝날 때까지 지켜봐야겠구나.”
소그레스 백작은 데인이 펼치는 검술을 보며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러기를 한동안.
“아버지, 오셨어요?”
데인은 수련 도중 소그레스 백작을 발견하자마자 검을 내려놓고 달려왔다. 아버지가 들고 온 드래곤 테일에 시선을 두는 듯했지만 그것도 잠시.
“검은 언제 배운 것이냐?”
“…….”
“역시…… 재능이로구나.”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끄덕임.
데인은 무언가 대답하려 했으나 다시 입을 다물었다.
소그레스 백작은 결심했다는 듯 물었다.
“데인, 혹시 세상이 궁금하진 않느냐?”
아버지의 느닷없는 물음이었다.
“창과 마법, 암살, 소환…… 이제는 검까지. 만약 내가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 모든 것에 재능을 보이는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을 것이다.”
소그레스 백작의 말이 이어졌다.
“당연하게도 세상은 이 백작성이 전부가 아니란다. 데인 네가 모르는 것들투성이지. 아버지 생각엔…… 이 백작성은 네 재능을 담기엔 너무도 좁아 보이는구나.”
소그레스 백작은 무척 진지했다.
재능이 뛰어난 이상, 이 백작성에서만 머무르는 건 이 아이에게 크나큰 손해다.
부모 된 욕심으로 더 이상 잡아둘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
그래서 물은 것이다.
세상이 궁금하진 않은지.
“궁금해요.”
그리고 데인의 대답은 ‘그렇다’였다.
그것도 무척이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자신의 재능으로 세상에서 어느 정도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무엇보다 전장과 백작성 밖의 세상은 어떠한지 궁금하다는 생각이 데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소그레스 백작은 그 말에 미소를 띠었다.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아들이 그걸 원하는데.
“좋다. 그럼 이제부터 세상에 나갈 준비를 해야겠구나.”
소그레스 백작은 드래곤 테일을 내보였다.
“나는 오늘 데인 너에게 이걸 들어보게 할 작정으로 들고 왔다.”
“이건…….”
“그래. 네가 1살 때 잡았고, 반응을 보인 드래곤 테일이지.”
그리고 드래곤 테일을 내밀었다.
“들어보겠느냐?”
데인은 고민 없이 드래곤 테일을 받아들었다.
그 순간-
웅웅웅!
드래곤 테일이 기다렸다는 듯 반응했다.
1살 생일 때보다 훨씬 강한 반응이었다.
소그레스 백작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창술.
암살.
마법.
소환.
그리고 검술까지.
이쯤 되면 재능의 천재가 아닐까 싶은데, 드래곤 테일이 반응하는 모습을 보니 욕심이 생긴다.
그 재능 중에서도 창술의 재능을 가장 돋보이게 만들고 싶은 욕심.
“적어도 창술 하나는 제대로 가르치고 내보낼 생각이니, 각오하거라.”
혹독한 수련을 예고하는 그 말에 데인은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든지요.”
소그레스 백작이 흐뭇하게 웃었다.
“언젠가 이 창은 데인 너의 것이 될 것이다. 그전까지 이 창에 부끄럽지 않은 실력까지 올라오거라.”
데인은 그 말에 예상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드래곤 테일보다는 아버지의 가르침에 부끄럽지 않은 실력을 갖출게요.”
역시.
내 아들이다.
몇 년 뒤 떠나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아쉬워지기 시작했다.
* * *
아버지에게 검을 ‘들킨’ 뒤 나는 방으로 돌아와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전장.
그곳은 멈춘 세계였다.
전선이 움직여도 나의 삶은 바뀌지 않았다. 막사를 치고, 무기를 닦고, 맛없는 밥을 먹고, 전투에 나선다.
탈출하기 위한 방법은 두 가지였다.
전역하거나, 죽거나.
하지만 난 전역해도 돌아갈 곳이 없어 계속 그곳에 남았다.
“그때도 세상 밖이 궁금하긴 했었지.”
하지만 언젠가 전장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사실이 날 주저하게 만들었다.
전장에서 태어나 전장에서 자라난 내가 전장 밖에서 살아간다는 것 역시 상상할 수 없었다.
전역을 명령받고 기뻐하는 병사들을 보며 궁금하기도 했었다.
‘집’으로 돌아간다는 건 무슨 기분일까 싶어서.
그러다 죽음을 맞이하고 내가 알던 곳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눈을 뜨게 되자…… 아이러니하게도 바깥세상이 궁금해졌다.
전장 외에선 펼칠 엄두를 내지 못했던 내 재능이 어떻게 쓰일지, 세상은 나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세상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아카데미든 어디든…….”
수도에 꼭 가겠다는 레일라와의 약속에서는 그저 막연했다면, 이제는 조금 구체화됐다고 해야 할까.
이전까지는 그냥 이 따스함 속에 오래오래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아버지의 그 물음 덕에 생각이 달라진 것이다.
“재능이라.”
솔직히 이 재능을 묵혀두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래서 다시 한번 결심했다.
“나가보자. 어디든.”
단, 확실하게 준비해서.
그런데 그때였다.
“정말 결심한 거구나, 아들.”
언제 들어오셨는지, 어머니가 방에 서 계셨다.
“어머니?”
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오해 말렴. 노크도 없이 들어온 건 아니니까. 노크해도 못 들을 정도로 생각에 빠졌었구나.”
“아…….”
어머니는 천천히 다가와 내 옆에 앉으셨다.
그리고 약간 아쉽다는 표정으로 물어보셨다.
“우리 아들, 백작성 밖이 궁금하다면서?”
나는 그제야 아차 싶었다.
누나들은 모두 백작성을 떠났다.
종종 돌아오긴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그리고 나중에 혼인을 한다면 백작성은 어쩌다가 한번 들르는 곳이 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제 남은 건 나밖에 없는데, 나조차도 세상이 궁금하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전생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가족의 소중함을 잠시나마 내 스스로 잊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다.
“죄송해요, 어머니.”
“죄송이라니, 데인.”
어머니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엄마는 알아. 데인 네 재능이 얼마나 대단하고, 뛰어난지. 아마 우리 아들이 원치 않더라도 세상이 원하게 될 거야.”
“하지만 어머니, 저는 여기서 오래오래 지내는 것도 좋은걸요.”
어머니는 그 말에 귀엽다는 듯이 웃음을 터뜨리셨다.
어머니의 녹색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누나들은 물려받지 못했지만, 나는 물려받은 녹색 눈.
“소그레스가에서 태어났다면 세상으로 나가야 한단다. 물론 엄마도 우리 아들이 여기서 오래오래 엄마랑 함께하면 좋겠지만…… 세상이 그렇게 둘 것 같진 않구나.”
어머니의 손이 내 머리에서 손으로 옮겨갔다.
“그러니 세상으로 나가서 하고 싶은 걸 하렴, 데인.”
하고 싶은 것.
그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
“……세상이 보고 싶어요. 그리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답을 꺼냈다.
“자주 돌아와서 제가 본 세상을 어머니에게 들려드릴게요.”
어머니는 그 어느 때보다 환한 미소를 띠셨다.
“고맙구나, 데인. 우리 아들이 이렇게 생각이 깊었구나.”
날 끌어안는 손길.
그 따스한 품에 파묻혀 나는 꿈 같은 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럼 아버지처럼 나도 우리 아들을 세상에 내보낼 준비를 해야겠구나.”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원래 추적술부터 차근차근 가르치려고 했는데, 덫을 놓는 방법과 피하는 방법도 함께 시작해야겠구나.”
어머니는 생각났다는 듯 덧붙이셨다.
“암살엔 참 다양한 기술들이 필요하단다. 세상에 존재하는 함정들에 대해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고, 추적하는 기술과 반대로 추적을 피하는 기술, 시체를 처리하는 기술도 존재하거든. 아! 그래. 인체의 구조도 배워야지. 찌르기에 따라선 아주 작은 바늘 구멍 같은 상처만으로도 적을 소리 없이 암살할 수도 있거든.”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분이다.
심지어 살벌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뭐가 이렇게 많은가요, 어머니.
“그리고 음, 필수적인 단검술도 있단다. 가만, 우리 아들이 검술에 재능이 있다고 했으니 단검술도 잘 배우려나? 아무튼…… 엄마가 많이많이 알려줄게?”
아버지에 이어 또다시 혹독한 수련이 예고되었다.
재능이 넘쳐도 문제다.
이거…… 누나들한테는 말하지 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