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163)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163화
109. 황실의 부름(2)
제국(帝國)에서 황실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하다.
제국 그 자체.
모든 이들의 위에 있는 것.
황제가 기거하는 곳.
그리고-
우리는 지금 그 황제의 부름을 받고 황궁으로 향하고 있다.
“미치겠다. 왜 이렇게 떨리지?”
테르미온 공작가.
황제 다음가는 권세를 지닌 귀족 명문가.
심지어 전쟁이 끝난 직후에는 황제 이상이었었고, 그 이유만으로 한때 황제의 견제를 받은 가문.
그 가문의 영애가 저렇게 떨고 있었고, 나머지는 말할 것도 없었다.
“나 진짜…… 출세한 건가?”
어니스트는 멍하니 중얼거리고 있었으며, 답답한 상황이면 으레 욕을 하던 프리실라는 아예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도리안은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데인 넌 도대체가…… 어니스트, 혹시 쟤는 뭐 심장이 어떻게 된 거 아닐까?”
“레일라, 혹시 몰라. 황실이잖아. 데인도 어쩔 수 없을 거야. 굳어버린 거라구.”
그리고 날 향한 추측들이 이어졌지만, 난 멀쩡했다.
무척이나.
애초에 예상했던 일이기도 하고, 높은 사람 좀 본다고 떨 리 없다.
그보다 더한 상황을 얼마나 많이 겪어 봤는데.
뭐, 그래도 앞에서는 예의도 지키고 충심도 보여 주며 ‘건방진 소그레스 백작가의 도련님’이 안 되도록 해야겠지만.
참고로 난 황실에 반감이 없다.
있을 이유가 없다.
에드워드가 아니었다면 애초에 관계될 일이 없는 곳이었으니.
“우리 근데 진짜 교복 차림으로 가도 되는 걸까?”
“괜찮지 않을까? 애초에 초대장에서도 출입 의복을 교복으로 정해 준 건데…….”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다려서 올걸. 여기 구김 생겼어.”
얘들이야 당연히 이럴 만하다.
뭐, 어쩌겠나.
이것도 하나의 경험이 될 텐데.
황제를 알현하고 식은땀을 흘릴지언정 기절하지 않고 버텨내면, 아주 큰 자산이 될 테다.
어디 가서도 겁 안 먹게 된다고 해야 할까?
여하튼 ‘직속대’였던 우리는 이제 황실의 초대를 받아 마침내 황궁의 거대한 문 앞에 도착했다.
꿀꺽.
마른침 넘어가는 소리가 이렇게 생생하게 들릴 줄이야.
“여기가…….”
“황궁이구나…….”
수도 중앙에 위치하고, 수도에서도 거대한 면적을 차지하는 바로 이곳.
권력의 중심부이자 제국의 심장.
우리는 지금 이곳에 들어가려 하는 것이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 황궁 내부에서는 절대 혼자 움직여선 안 되며, 반드시 개인 배정된 시종의 안내에 따라 이동해야 합니다.”
그때 들려오는 황실 측 인솔자의 목소리.
“특히 해가 진 이후에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아울러 동상이나 기물, 한 송이 꽃도 함부로 만져서는 안 됩니다. 만약 이러한 안내를 무시하고 돌발행동을 했을 경우, 그 귀책은 모두 당사자에게 있는 점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황실은 황실이다.
이후로도 생각지도 못한 규칙들이 줄줄이 흘러나왔다.
이동 중 정해진 경로 이탈은 금물.
외출할 때는 반드시 방문자임을 증명하는 견패를 패용할 것.
허락받은 물건 외, 기거하는 곳 밖으로 나갈 땐 어떤 것도 들고 가지 않을 것.
주머니가 달린 옷을 입거나, 기타 흉기 은닉의 가능성이 있는 별도 공간을 소지하지 말 것.
그 외 기타 등등.
납득 가능한 것도 있고, 이게 왜 싶은 것도 있다.
모두 초대장에 적혀 있던 내용.
덕분에 나는 무기는 물론, 아공간도 두고 왔고 카르나스는 아예 작은누나에게 맡기고 왔다.
쉽게 말해 몸만 온 것이다.
물론 짐은 따로 있다.
지금쯤 머무를 숙소에 우리보다 먼저 도착해 있을 테지.
“이상,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귀책사유는 모두 당사자에게 있으며 상황에 따라 즉결처분도 가능한 점 안내드립니다.”
인솔자는 거듭 강조한 후에야 문을 열었다.
그리고 우리가 마주한 건…….
끝도 없이 늘어진 정원의 길이었다.
레일라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테르미온 공작가의 그 넓은 정원은 생각도 안 날 정도로 광활한 곳이다.
이 정도 크기면 일반적인 영지 몇 개는 만들겠는데.
“우와아…….”
어니스트가 탄성을 흘리자, 인솔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설명한다.
“초대 황제 폐하께서 직접 설계하신 이곳 ‘영원한 정원’은 그 크기로 따지면…….”
아무래도 가이드도 겸하는 모양이다.
뭐, 긴 만큼 우리는 꽤 오랜 시간을 걸었다. 말을 안 타고 가는 이유는 인솔자가 설명해 주었다.
“문을 통과한 그 순간부터 앉아 계신 폐하와 그 누구도 눈을 마주칠 수 없습니다.”
요컨대 누가 됐든 황제가 내려다봐야 하니 알아서 기어라 이거다.
덕분에 아주 오랜 시간을 걸어 우리가 도착한 곳은 당연하게도 알현실이 아니라 황실 별채였다.
“이곳은 황실을 방문한 손님들께서 머무르는 곳입니다. 이곳에 짐을 풀고, 시종이 찾아오기 전까지 기다리시면 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시종 없이 이동하는 건 금물입니다.”
거듭되는 경고 속에서 우리는 그렇게 각자의 숙소로 들어갔다.
“화려한데.”
우리 동아리방 못지않은 화려한 가구들로 채운 거대한 방.
면적만 따져도 사람 수십 명이 누울 수 있는 수준이다.
황실은 뭐든 크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고…….
“마법이 여러 개 걸려 있잖아.”
이 방에 마법이 걸린 것도 확인했다.
온열, 냉풍, 습도 등 손님이 쾌적하게 머무를 수 있도록 하는 것부터, 유사시 탈출 가능하도록 한 간이 텔레포트 플랫폼까지.
준비가 철저하다.
황실은 황실이라 이건가?
“음.”
침대도 엄청 푹신하다.
뭐든 좋은 게 당연한 거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황실에서는 이틀 동안 머무른다.
일정은 다음과 같다.
저녁이 되기 전, 황제를 알현하고 메인 이벤트라 할 수 있는 포상을 수여받는다.
이후 그 연장선이라 할 수 있는 연회가 벌어지고, 이후 다음 날 점심이 되어 황실을 나선다.
“길진 않아서 다행이네.”
안 그래도 빡빡한 규칙들.
그걸 생각하면 며칠 있으면 말라 죽겠다 싶었는데, 이틀이라 다행이다.
똑똑.
들려오는 문 두드리는 소리.
벌써 시종이 왔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저하.”
“하하하, 데인 소그레스!”
오네트 경을 대동한 에드워드였다.
“이게 얼마 만이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음, 그렇게 말하니 예상보다 감동이 덜하군. 그대는 여전히 덤덤해. 하하하.”
에드워드의 기분은 무척 좋아 보였다.
“오느라 고생했다. 그대 입장에서는 쓸데없이 넓고 쓸데없이 규칙도 많았을 텐데. 미안한 말이지만 황제 폐하를 알현할 때는 더더욱 그럴 거야.”
“문제없습니다.”
“음.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다.”
에드워드는 묘하게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자기 집이라 그런 건가?
“거처는 좀 어떤가?”
“막 둘러 보려던 참이었습니다.”
“지내기엔 나쁘지 않을 거야. 적습이나 침입자에 대한 대비도 확실하니 안심해도 좋고. 내 행정사무관에게 특별히 부탁해 가장 좋은 방으로 배치시켰지. 그거 아는가? 이 방은 본래 타국의 사절단 수장이 묵는 방이지.”
“배려에 감읍할 따름이옵니다.”
“거, 그런 단어는…… 그래, 여기는 황궁이지. 이해한다.”
에드워드는 그러면서도 한숨을 쉬었다.
“둘만 있을 때는 부디 ‘친구’처럼 대해주겠나?”
“그러겠습니다, 저하.”
“그래. 나중에 가선 그 ‘저하’라는 호칭도 좀 떼고 말이다.”
“노력해 보겠습니다.”
“음. 좋아.”
에드워드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거실 쪽에 있는 테이블 앞에 자리를 잡았다.
“앉지. 재단사가 지금 예복을 준비하고 있으니 시간이 좀 남아 있다.”
안 그래도 언제 이야기하나 했었는데.
에드워드는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입을 열었다.
“전말이 밝혀졌다. 전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그렇습니까.”
“그래. 드나보 교수, 그자가 바로 이번 토벌전에 있었던 일들의 원흉이었지. 직접적인 지시자라 할 수 있다.”
에드워드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비밀결사 내에서도 꽤 고위직에 있는 것 같더군.”
“있는 것 같다면…….”
“그냥 그렇게 추측할 뿐이지. 하지만 많은 게 확실해졌어. 스스로 지시했다고 실토했고, 그렇게 한 이유는…… 결사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더군.”
결사의 목적이라.
“새로운 세상입니까?”
“그래. 정확히는 제국의 멸망이지. 그리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 모든 고통받는 이들을 구원하겠다는 거야.”
에드워드의 표정은 자못 심각해 보였다.
고통받는 이들을 구원하겠다.
그것도 모든 이들을.
이 얼마나 광오한 생각인가.
물론 세상 모든 사상들은 다 그렇다. 사상이라는 건 비현실적이기에 사상이라 불리는 거니까.
하지만, 그 사상이 직접적인 위협으로 다가온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래서 지하뇌옥에 무기한 툭옥하기로 했지. 석방 없이.”
“확실하군요.”
“제국은 그런 곳이지. 사람을 죽인 자에게도 때론 관대할 수 있지만, 제국을 위협하는 자에게는 결코 관용이 없다.”
새삼 그가 황자라는 게 느껴진다.
그럼 드나보 교수와 앞으로 볼 일은 영영 없겠군.
“다른 녀석들은 어떻게 됐습니까?”
“모두 사형시켰다. 모든 정보들을 습득한 후. 황제 폐하의 칙령이었다.”
“그렇습니까.”
“드나보 교수만 그렇게 된 건, 그가 아카데미에서 기여한 바를 인정해서지. 물론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 그는 대외적으로 언제나 아카데미 마법학부 학과장이어야 했을 테니까.”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는 에드워드.
“더 많은 정보가 나오면 좋았겠지만, 일단은 이 정도군. 아, 그리고 잘 알겠지만…… 그대는 이 말을 들은 적이 없는 거다.”
“물론입니다. 저는 오늘 저하와 대화한 적이 없습니다.”
에드워드는 내 말에 웃음을 터뜨리곤 말을 이어갔다.
“아무튼 이 건으로 조사가 시작되었지. 정보를 바탕으로 비밀결사로 짐작되는 모든 이들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질 거다.”
비밀결사.
이제 제국 차원에서 조사를 나선 이상, 당분간 몸을 사리겠지.
“그럼 저하께서는 원하는 바를 이루신 거군요.”
“원하는 바라…… 그래. 이루었지. 이제 시작이지만.”
에드워드는 자신의 손을 들어 보였다.
“이게 시작이었다. 네가 고쳐 준 그 날부터.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달라졌지.”
“황송한 말입니다.”
“그대 덕이다. 데인 소그레스. 나는 이제 황제 폐하의 신임을 조금이나마 받게 되었고, 새로운 임무도 부여받았다.”
“새로운 임무라 하시면…….”
“음. 동부 전선에 부임할 예정이다. 당장은 아니지만.”
동부 전선.
현재 드레니크와의 국지적인 전투가 벌어지는 곳.
두 국가의 레인저들이 사투를 벌이고, 북쪽의 야인(野人)들까지 합세하여 종종 아비규환이 벌어진다던 그곳.
“위험한 곳으로 가시는군요.”
“위험한 곳이지. 하지만 나를 증명하기엔 더없이 완벽한 환경이다.”
에드워드가 동부 전선이라.
이거, 황제 폐하의 의도가 궁금한데.
“그곳에서 돌아오는 날, 나는 형님들에게 선언할 것이다. 나 역시, 후계자로서 당당히 싸울 것이라고.”
아무튼 에드워드는 확실하게 마음먹은 것 같았다. 황권다툼에 참여하기로.
그걸로 됐다.
눈에 의지가 보였으니까.
“아, 그리고 참. 미리 말해둘 게 있는데…… 황제 폐하 앞에서는 가급적 그대의 그 덤덤함을 드러내지 마라.”
에드워드의 조언에 나는 물었다.
“속을 알 수 없는 자를 싫어한다고 하셨었죠.”
“그래. 솔직하게 말하거나, 완벽하게 감춰라. 어중간한 단어 선택은…… 진노를 부를지도 모르지.”
간 보지 말라 이거군.
“잘 알겠습니다.”
“그래. 그대가 어련히 알아서 잘 하겠냐만, 그래도 상대가 황제 폐하니까.”
그리고 에드워드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아.
나는 조언은 아니지만 하나 줄 게 있다.
“참, 선물이 있습니다.”
“음?”
나는 물건을 짐에서 꺼냈다.
길쭉하고도, 고급스러운 천에 싸인 그것은 바로-
“이건…….”
“목검입니다.”
“목검?”
목공 장인에게 부탁해 죽음의 나무로 만든 목검이다.
무척이나 단단해서 절대 부러질 일이 없는 목검.
내 아르카니움제 검으로 자른다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겠지만, 아무튼.
“검술 연습용으로는 충분할 겁니다. 그 검으로 먼저 검세를 익히고, 그다음에 진검을 잡으면 됩니다.”
에드워드는 검을 꾸준히 연마하는 중이다.
그러니, 이게 필요할 것이다.
목검으로 연습하여 익숙해진 뒤 진검으로 넘어가는 건 당연한 순서니까.
“……그대에게 이런 선물을 받을 줄이야.”
에드워드는 내가 선물한 목검을 들어 몇 번 휘두르더니 다시 천에 감싸 두었다.
“소중히 간직하고, 잘 쓰겠다. 데인 소그레스.”
감동이 느껴지는 목소리에 난 주억거렸다.
“그래 주신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에드워드는 잠시 날 바라보다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결심했다는 듯 물었다.
“훗날 내가 돌아오고, 내 원하는 바를 이루게 되면…… 그대를 대공으로 삼아도 되겠나?”
대공.
그 단어에 나 역시 덩달아 웃음을 터뜨렸다.
“돌아온 뒤 이야기하시죠.”
대공이라.
이 사람의 대공이라면, 나쁘진 않을 것 같다.
물론, 할 거 다 하고 해야지.
아주 나중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