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164)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164화
110. 과연 소그레스로다(1)
에드워드는 얼마 가지 않아 거처를 떠났다.
나는 에드워드가 떠난 뒤 그가 말한 대공이라는 단어를 곱씹어보았다.
쉽게 말해 옆에서 보좌하는 오른팔이 되어 달라는 것이다. 자신이 황제로 등극한다는 전제하에.
그거야 나중에 결정할 일이고, 사실 그보다는 황제가 되겠다는 야심을 품은 것 자체가 놀랍고 기특하다.
손 치료한 지 얼마나 됐다고 거기까지 보고 있을 줄이야.
황자다운 배포라고 해야 할까.
물론 이건 아무에게도 말해선 안 되는 사실이다.
관점에 따라선 3황자에 대한 견제나 모함의 빌미가 될 수 있으니까.
“환복 시각입니다.”
그나저나 슬슬 준비할 시각.
난 방문한 시종을 따라 거처를 나섰고, 다시 한참 걸었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수도의 어지간한 의복점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커다란 재단실이었다.
“데인, 왔어?”
레일라, 어니스트, 프리실라, 그리고 도리안이 먼저 와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외눈안경을 착용하고 수염을 멋들어지게 기른 남자가 날 바라보더니 흐뭇하게 웃었다.
“소그레스 백작가의 도련님 의복을 재단하게 되어 진심으로 영광입니다. 부디, 오늘 제 의복이 도련님의 아름다움에 자그마한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참고로 재단은 이미 완료되었다.
얼마 전, 아카데미로 황실에서 사람들이 찾아와 우리 몸 치수를 재고 갔기 때문.
그런 의미에서, 예복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최고급 실크로 짠 원단으로 재단하여 입은 듯 입지 않은 듯한 촉감이 특징입니다. 프릴 역시 하나하나 세심하게 자아냈고…….”
은은한 파란빛이 감도는 예복에 달린 모든 장식들이 아름답고, 우아하다.
예복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런 예복이라면 얼마든지 입을 수 있다.
레일라의 반응도 비슷했다.
“세상에…… 이걸 가져가도 된다는 말인가요?”
“물론입니다, 영애. 세상 단 한 사람, 영애만을 위해 만들어진 예복이니 당연히 영애의 것이지요. 행사가 끝난 후, 소중히 보관해 주시면 이 재단사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겠습니다.”
이 예복, 원단만 해도 어마어마하게 비싸고 귀할 텐데.
아무튼 우리 넷은 예복까지 모두 갖추어 입었다.
참고로 나머지 한 명, 프리실라는 신성학부인지라 전용 예복을 따로 갖춰 입었다.
이후, 마침내 메인 이벤트를 치르기 위해 이동했다.
그리고 가는 동안 자신을 황실 수석 사무관이라 소개한 ‘행크’의 즉석 강의가 있었다.
“황제 폐하가 명하기 전까지는 고개를 들어서도 안 되며, 걸음의 보폭은 주먹 두 개 이하여야 합니다. 또한 너무 빠르게 걷지 않아야 하며, 그렇다고 너무 느리게 걸어서도 안 됩니다. 그리고…….”
황제 앞이라고 지킬 것도 많다.
“……해서 황제 폐하께서 어떤 분께 말을 거실지 모르니, 모든 분들께서는 지금 말씀드린 걸 반드시 숙지하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실수하면 본인이 죽을 것처럼 신신당부를 하기에 나는 머릿속에 단단히 담아 두었다.
이어서는 언어에 대한 강의도 있었다.
망극하다, 황송하다 같은 내가 황자에게 써먹었던 표현들 말이다.
“그럼, 이제 들어가겠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바로 알현하는 일은 없었다.
대기의 연속.
그래도 덕분에 우리는 그동안 못한 이야기를 좀 할 수 있었다.
“숙소 엄청 좋더라. 내 방보다 좋아 보이던데?”
“나도. 기숙사방은 비교도 안 돼! 참, 나 이번에 기숙사 등급 승급 신청했는데 되려나? 나만 당테르관 아니잖아.”
“진짜 말도 안 되게 떨린다…….”
“데인 선생님, 심장이 이렇게 두근거리는데 마법 좀 걸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다들 엄청나게 떨리는 모양.
이 와중에 나만 멀쩡한 건, 역시 전생과 고대 마력 집약체로 얻은 침착함의 영향이겠지.
“근데…… 진짜 무슨 포상을 받을까?”
“음…… 황실 자유출입권?”
“무슨 아카데미냐. 혹시 무구를 받는 거 아닐까?”
“아니면 그냥 깔끔하게 크라운으로?”
“에이, 황실인데 그래도 돈으로 퉁치겠냐?”
“이 어린 녀석들아. 자고로 돈이 최고다.”
“프리실라, 신성학부가 그런 말 해도 돼?”
“몰라. 누가 듣든 말든. 여기 그 대신전 노인네들도 없는데 뭐.”
나도 궁금하긴 하다.
뭘 포상으로 줄까.
일단 토벌 건으로 확정된 건 거액의 크라운과 황실 비고 물건 선택권.
하지만 비밀결사 녀석들을 잡아내는 데 공을 세우며 받을 포상은 별개.
사실 뭘 주든, 그보다 중요한 건 우리가 황실의 초대를 받아 이곳에 왔다는 것.
정치적인 관점이야 그렇다 치고, 어쨌거나 우리의 실력을 대외적으로 알리면서 인정받은 거라 할 수 있으니까.
“근데 크라운 받으면 다들 뭐 할 거야?”
“글쎄? 나는 탐험 장비 사지 않을까? 레일라 너는?”
“나는 가구 살 거야. 내 전용으로. 내 기숙사 방에 놓을 거거든.”
“나는 술이나 사야지.”
“프리실라는 진짜 신성학부가 아닌 것 같은데…….”
“어니스트 선생님, 그래도 꾸밈없는 모습이 멋지지 않습니까?”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들려오는 행크의 목소리.
“모두들 기립하십시오.”
마침내 들어간다.
황제를 알현하러.
“아까 말씀드린 사항을 다시 한번 숙지하십시오. 그 어떤 실수도 일어나선 안 됩니다.”
우리는 대기하던 응접실을 지나 마침내 거대한 홀을 마주했다.
기다란 홀.
그 끝에 보이는 거대한 문.
저 문이 열리면, 황제가 보일 것이다.
“이 홀은 바로 ‘영광의 홀’이라 부릅니다. 대개의 경우, 이 홀을 밟아 걸어간 뒤 ‘영광’을 마주하기 때문입니다.”
그 영광이 아마 황제 폐하라는 뜻이겠지.
“그러니 이곳을 밟는 것 자체가 크나큰 영광이 약속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영광이라.
무슨 영광인지 한번 볼까.
기왕이면 기분 좋을 만큼 멋진 영광이면 좋겠다.
“그럼, 가실까요.”
우리는 마침내 걸음을 뗐다.
황제 폐하가 있는 곳을 향해.
* * *
옥좌 옆으로 도열하여 고개를 숙인 채, 이제 곧 열릴 문을 힐끔거리던 제국의 신하들은 생각했다.
부디, 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어떤 이도 오늘 황제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길.
황제, 드마니스 당테르.
역사책엔 ‘당테르 8세’라 적힐 그는 이런 평가를 받고 있었다.
때로는 폭군.
때로는 성군.
그리고 때로는…….
광군(狂君).
‘폐하 앞의 저 옥좌에서 적어도 다섯은 끌려 나갔던 것 같은데.’
‘도대체 뭐가 마음에 안 드셨던 건지…….’
당테르 8세는 무서운 황제다.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하는 실수는 더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무섭기만 한 사람도 아니다.
보상도 확실한 편이고, 사람을 다룰 줄도 안다.
그런데 때로는 미친 사람처럼 아무런 이유 없이 끌어내 목을 베라 명령한다.
‘전쟁을 사실상 끝내서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미친 왕이었겠지.’
이해할 수 없는 처분.
하지만 아무도 반기를 들 수 없다.
긴 전쟁을 끝낸 황제의 권력이란 어마어마하니까.
아무튼, 오늘은 웬 아카데미 학생들이 초대받았다고 한다.
소그레스 백작가, 테르미온 공작가, 딜런 남작가, 네리엘 후작가, 그리고 아르타크 자작가까지.
특히 저 앞의 두 가문은 전쟁 이후 황제의 귀족 숙청에 반대한 이력이 있다.
그도 그럴 게, 당시 당테르 8세는 전쟁을 마친 뒤 여러 귀족들을 갖가지 이유를 들어 제거했으니.
‘제발 별일 없었으면 좋겠는데.’
‘후우, 학생들까지 설마 피를 보겠어?’
‘소그레스의 그 막내아들이 그렇게 엄청난 재능이라던데…… 설마 싹부터 자르시려는 건가?’
아카데미 학생들은 아직 애들이다. 정확히는 작위 계승도 안 한 애송이들.
하지만…….
종종 미친 짓을 벌이는 황제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겠지.
“입장합니다.”
쿠쿵!
그때, 문이 열리며 마침내 오늘 알현식의 주인공들이 차례로 안에 들어섰다.
선두는 이번 토벌의 일등공신이자 제국을 위협하는 세력을 잡는 데 큰 공을 세운 데인 소그레스.
그 뒤로는 레일라 테르미온.
이어서 프리실라 네리엘, 어니스트 딜런, 도리안 아르타크가 들어서고 있었다.
차려입은 각각의 예복들은 눈이 부실 정도였고, 특히 선두에 선 데인 소그레스의 모습에 속으로 모두가 감탄을 터뜨렸다.
‘소그레스 백작 젊은 시절보다 더하군. 어떻게 저렇게 눈이 또렷한가.’
‘은발에 녹안…… 그대로 물려받은 데다 더 진해졌군.’
‘신입생이라 들었는데, 기골도 엄청나군.’
‘이따 알현 끝나면 우리 딸 혼사나 한번 알아봐?’
예복을 입은 데인의 외모에선 그야말로 범접하기 힘든 우아함과 아름다움, 여기에 더불어 기품과 강인함까지 흘러나온다.
‘귀족’이라는 단어를 실물로 조형한다면, 아마 저런 느낌일까.
덕분에 딸이 있는 귀족들의 뭇 가슴이 울렁이고 있었다.
저벅, 저벅.
행크가 말한 대로 천천히 걸음을 떼어 마침내 황제의 옥좌 30보 앞에 도착한 데인 일행은 그대로 멈춰섰다.
그리고, 데인이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데인 소그레스, 레일라 테르미온, 프리실라 네리엘, 어니스트 딜런, 도리안 아르타크가 지엄하신 황제 폐하를 감히 뵙습니다.”
짧고 담백한 인사.
행크가 말한 그대로였다.
잠시간 흐르는 침묵.
이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옥좌의 황제, 당테르 8세는 잠시 기다렸다 마침내 입을 열었다.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라.”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다섯의 고개가 들리고, 드디어 황제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첫인상은 이러했다.
강인하다.
다듬었지만 억센 걸 감출 수 없는 수염과 성성한 머리칼, 홀연히 빛나는 눈과 우뚝한 코.
여기에 더해-
“그대들이 바로 그 놀라운 공을 세운 학생들이군.”
마치 동굴 안쪽에서 들려오는 듯한 묵직한 목소리까지.
“제국의 미래가 밝도다.”
그리고 황제는 분명히 웃고 있었다.
고개를 들진 못했지만, 이를 짐작한 신하들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적어도 일단 마음에 들었다는 소리니까.
“황제 폐하와 제국에 충성을 다했을 뿐이옵니다.”
또한 이에 대답하는 데인 소그레스라는 학생 역시 적절한 표현을 쓰고 있었다.
분위기는 아주 화기애애했다.
이대로라면 알현 행사는 적당한 분위기에서 잘 마무리될 테고, 더 이상 걱정할 일도 없을 것이다.
“흥미롭군.”
황제가 말을 잇기 전까지는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한때나마 내 의견에 의문을 품었던 가문의 자제가 둘이나 있지 않은가.”
순간 공기가 얼어붙었다.
“그렇지 아니한가? 전쟁을 끝내고 제국을 평화로 이끈 이 나에게 반기를 든 두 가문인데, 그 자제들이…… 지금 내 앞에 있군.”
황제는 분명히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 웃음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사람이 몇이나 될까.
바보가 아닌 이상 알 것이다.
지금 당테르 8세가…… 웃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물론 반란의 증거도, 획책의 증거도 없다. 하지만 여전히 나에게는 큰 상처로 남았지. 설마하니 가장 큰 두 가문이 나에게 반기를 들 줄은 몰랐거든.”
전쟁은 끝났다.
그리고 황제의 귀족 숙청이 시작되었다. 오랜 전쟁으로 힘을 얻은 귀족들을 견제하는 지극히 정치적인 사유.
그런 가운데 두 가문, 테르미온 공작가와 소그레스 백작가가 이런 귀족 숙청을 반대하고 나섰다.
이유는 간단했다,
또 한 번의 전쟁을 일으킬 수 없다는 것.
그리하여-
두 가문은 척을 지게 되었다.
무려 황제와.
표면적으로는 충성스럽지만, 그 속내는 글쎄.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한다.
언젠가, 황제는 칼을 뽑을 거라고.
테르미온과 소그레스, 둘의 힘이 너무 강해지기 전에.
그런 가운데, 두 가문의 자제가 지금 여기 황제 앞에 선 것이다.
‘큰일이다…….’
레일라는 몸을 떨었다.
안 그래도 아버지 테르미온 공작이 가서 조심하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황명을 거절할 수는 없으니, 대신 가서 황제의 심기를 거스르지 말라는 당부.
그런데 거스르기도 전에 이미 거슬린 모양이다.
존재 자체가.
‘어떻게 해야 하지.’
언제까지나 입을 다물고 있을 수는 없다.
테르미온 공작가의 영애로서, 지금 이 상황을 타개할 만한 말이 필요하다.
하지만 떠오르지 않는다.
숨이 턱턱 막혀오는 이 긴장감…….
그러던 그때였다.
“그럼 이렇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바로 옆에 서 있던 데인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황제는 그 말에 데인을 바라보았다.
데인 소그레스.
3황자를 도와 이번 토벌에서 수많은 공을 세운 천재 소년.
안 그래도 흥미롭게 보던 차에, 무슨 말을 꺼낼지 궁금하다.
“말하라.”
황제의 그 말에 데인이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