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17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172화
116. 아탈리아 섬으로(1)
떠날 준비가 시작되었다.
학생들이 대부분 떠난 아카데미.
교수님들도 당연히 떠났고, 관리를 위한 최소 인력만이 남아 고요한 아카데미에서 우리만 무척이나 분주했다.
“방한복 마법 이거 마력석 교체하라고?”
“응. 내가 준 걸로. 그거면 최소 네 배는 오래 갈 거야.”
우리는 고행을 위한 방한 장비를 철저히 준비했다.
북부, 그것도 최북단 아탈리아 섬은 세상에서 가장 추운 곳.
오줌발이 얼어붙어 탁탁 튀고 손을 아주 잠시라도 내놓으면 그대로 동상에 걸린다고 할 정도.
“방한복은 됐고…… 장갑이랑 아이젠, 앵커도 챙겨야 하고. 밧줄도 있어야 한다고 했지, 어니스트?”
“맞아. 거기 크레바스가 있거든. 아주 깊은 계곡인데,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서 보이지 않다가 작은 충격에도 퍽, 하고 깨지는 곳이야.”
쉽게 말해 그냥 살벌한 혹한의 환경이다. 과연 거기 사는 생물이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설치형 난로랑 이동식 텐트…… 후아. 아공간 없었으면 진짜 이걸 다 짊어지고 가야 했다는 거잖아?”
준비하던 레일라가 혀를 내둘렀다. 프리실라는 그런 모습에 오히려 피식거린다.
“졸업 고행은 아공간도 불허야.”
“아, 아공간도 불허라고?”
“그럼. 장비 있는 대로 챙겨가는 이건 고행 축에도 안 들지. 실제로 고행하다 죽는 사제나 성기사들이 수두룩한걸?”
“…….”
신성학부도 살벌한 곳이었구나.
아무튼 준비는 순조로웠다.
우리의 목적은 하나.
성 아이마르가 목걸이를 발견한 동굴로 가서, 흔적을 찾아내는 것.
프리실라의 고행 점수를 채우고, 기왕지사 북부 아탈리아 섬까지 가는 ‘탐험’을 하는 건 덤이다.
“흐흐, 탐험이다, 탐험. 우리 선조께서 가신 곳을 나도 가다니!”
물론 탐험은 어니스트의 의견이다. 쟤는 그냥 탐험에 미쳤거든.
“지방이 많으면 추위에 강하다는데…… 가기 전에 지방 많은 고기라도 잔뜩 먹어야겠습니다, 데인 선생님.”
졸지에 우리를 따라가게 된 도리안은 그래도 나름대로 기대하는 모양.
그렇게 준비가 거의 다 완료되어 가는 가운데…….
-데인? 하하하. 이거 오랜만이다.
나는 레일라의 작은오빠, 델워드에게 연락을 취했다.
지금쯤 공작부인의 병을 치료할 재료들을 모으러 제국 각지를 돌아다니고 있을 그 사람 말이다.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셨죠?”
-그래. 잘 지냈냐? 소식은 들었다. 황제 폐하의 마음에 쏙 들었다면서?
이 양반은 어디서 소문을 들은 거야.
-하하, 데인 네 소문이야 순식간이지. 수도 귀족들 입이 어디 보통 싼 입이냐?
“그런가요.”
-종종 듣는다. 네 소식. 레일라 소식도 듣고 싶은데, 내 귀에까지 들어오는 걸 보면 네가 이상한 건가?
나는 피식거렸다.
“그야 뭐. 그래서, 지금 상황은 좀 어때요?”
-음. 일단 재료들은 다 구했다. 구해서 수도에 들를 때마다 안전하게 제국은행에 보관하고 있고. 이제 나머지 하나만 구하고, 산맥으로 가면 된다.
하바로크스 산맥.
공작부인의 병을 치료할 ‘록산나의 눈물’이 있는 곳.
우리는 고행 직후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곧장 그곳으로 간다.
어차피 고행은 오래 걸리지 않을 테고, 곧 알게 되겠지. 공작부인의 병을 고칠 수 있을지 없을지를.
“좋아요. 미행은요?”
-없다. 덕분이지. 그때 드레니크의 암살자들을 처리해 주지 않았다면, 난 지금쯤…….
“됐어요. 같이 했는데요 뭘. 아무튼, 잘 지내세요. 참, 레일라 바꿔드릴까요?”
-아니. 지금 좀 바빠서. 아마 통신 받으면 잔소리만 반나절은 할걸?
나는 웃음을 터뜨리곤 레일라 쪽을 슬쩍 돌아보았다.
레일라가 별안간 가늘게 눈을 뜨더니 이쪽으로 걸어왔다.
“레일라 와요. 끊을게요.”
-그래. 일 마치고 또 연락하자.
뚝.
통신이 끊긴 그 순간, 금세 다가온 레일라가 물었다.
“누구야? 혹시 작은오빠랑 통화했어?”
“아니.”
“맞는 것 같은데…….”
레일라가 순간 내 통신 수정구에 뜬 코드를 보려고 고개를 홱 돌렸다.
하지만 천만다행으로 수정구는 레일라가 볼 수 없게 돌아간 상태였다.
“왜 감춰?”
“무슨 소리야. 감춘다니.”
“아무리 봐도 이상…….”
그때 나와 델워드를 구원한 사람이 있었다.
“데인. 이거 어때?”
언제 왔는지 어니스트가 실실 웃으며 나에게 묻고 있었다.
“어, 음. 뭔데?”
“짜잔. 카르나스 방한복!”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니스트의 손에 정말 카르나스의 작은 몸에 꼭 맞을 만큼 작은 옷이 들려 있었다.
“황실에서 돌아와서부터 계속 뭐 만드는 것 같더니, 그거였어?”
“그으럼! 어때? 예쁘지?”
나 참.
기특한 녀석.
어차피 난 방한복을 입을 생각에 그냥 품에 넣고 있으면 되겠지, 싶었는데.
“기왕 다 같이 방한복 입는데, 얘도 입으면 좋잖아? 키론도 뭐라도 입힌다면서.”
“그야 그렇지. 고마워.”
“고맙긴.”
그때 품에서 뿅, 하고 카르나스가 튀어 나왔다.
“끼륵?”
카르나스는 내 손에 들린 옷을 보더니 눈을 반짝였다.
황실에서 돌아온 후 하루종일 놀아달라고 엉기다 잠든 것 같았는데, 다시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입어볼까?”
“끼륵!”
카르나스는 알록달록한 방한복에 낑낑거리며 고개를 들이밀었다.
“급하긴.”
이윽고 어니스트의 특제 방한복을 차려입은 카르나스는 꽤나 귀여웠다.
“딱 맞네.”
“끼르윽-!”
카르나스는 무척이나 기뻐하며 날개를 퍼덕이더니 어니스트의 어깨 위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하하. 그렇게 좋아?”
“끼륵! 끼륵!”
하여간 붙임성 좋은 녀석.
키론 녀석이랑은 확실히 다르다니까.
“푸히힝.”
그때 들려오는 키론의 소리.
언제 왔는지, 내 뒤에 서 있었다.
그리고는 어니스트 어깨 위의 카르나스를 눈을 가늘게 뜨고 노려본다.
“푸르륵…….”
“끼……륵?”
카르나스도 호기심을 보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푸히힝!”
키론이 순간 투레질하다 앞발을 높게 들었다.
이놈 이거 기선 제압하려 하네.
하지만 카르나스는 오히려 재미있다는 반응이다.
“끼륵? 끼륵!”
카르나스도 어니스트의 어깨 위에서 앞발을 들었다.
“……쟤들 둘이서 뭐 하니?”
가만히 지켜보던 레일라가 중얼거렸고, 둘은 그렇게 앞발을 들었다 내렸다 하며 어처구니없는 기싸움을 이어갔다.
그나저나 키론이 쉽게 안 밀린다. 어지간한 마물들은 카르나스의 존재만으로도 설설 기었는데. 명마는 명마라 이건가?
“오, 서열 정리하는 거야?”
“두 영물(靈物)이 저러는 걸 보니 신기합니다, 선생님.”
어느새 프리실라와 도리안도 다가와 이 광경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카르나스가 별안간 날아올랐다.
“끼-륵!”
그러더니 순간 눈을 부릅뜬 키론의 등 위쪽으로 비행하곤, 살포시 등 위에 내려앉았다.
“끼륵! 끼륵!”
“푸히히힝!”
키론은 순간 놀랐는지 갑자기 온몸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날뛰기 시작했다.
나를 제외한 나머지가 재빨리 멀어졌고, 나만이 팔짱을 낀 채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마, 말려야 하는 거 아니야?”
“저러다 안 떨어지나?”
“데인이 별말 안 하는 거 보면 괜찮지 않을까?”
키론은 그야말로 미친 듯이 날뛰었다.
아마 자기 길들이려던 기사들 내동댕이치는 것처럼 카르나스도 떼어내려 하는 것 같은데-
“끼르륵! 끼르륵!”
정작 카르나스는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신이 나서 앞발로 갈기를 꽉 잡고 무척이나 기분 좋은 소리를 내고 있었으니까.
“푸히힝! 푸헤헹!”
결국 먼저 지친 쪽은 키론이었다.
사람이라면 모를까, 자그마한 카르나스가 등에 딱 붙어서 저러고 있는데 떨어뜨릴 수 있을 리 없지.
“푸르륵…….”
“끼륵? 끼륵!”
그리고 카르나스는 벌써 끝이냐며 앞발로 갈기를 툭툭 쳤다. 하지만 키론은 그저 멍한 표정이다.
“끼륵…….”
재미없다는 듯이 날아와 내 어깨에 사뿐히 안착하는 카르나스.
그리고 그걸 멍하니 바라보는 키론.
“카르나스, 네가 이겼는데?”
“끼륵!”
서열 정리, 생각보다 빨리 끝났는데?
뭐, 키론이 납득할지는 의문이다만.
* * *
섬까지의 이동은 큰누나가 도와주었다.
이제 큰누나는 말리기보다는 오히려 이것저것 챙겨 주는 쪽이었다.
방한복도 그렇고, 이런저런 구조 장비도 그렇고, 비상상황에서 쓸 수 있는 스크롤도 주었다.
“나중에 커서 뭐 되려고 다들 이렇게 위험한 곳만 가니?”
말이야 저렇게 해도 학부 시절 우리 못지않게 사고를 치고 다니던 큰누나다.
그래서 걱정하긴 해도, 표정은 나쁘지 않아 보였다.
“무슨 일 생기면 꼭 연락 주기다? 알았지? 좀 위험하긴 해도, 그쪽으로 바로 타고 날아갈 테니까.”
“걱정 마, 누나.”
“그래. 일단 플랫폼에 타면 이동은 금방이야. 가서 아탈리아 섬까지 가는 배만 구하면 되고.”
배편은 이미 어니스트의 아버지를 통해 알아 두었다. 그곳으로 가는 유일한 배라고 한다.
그마저도 정기적으로 가는 게 아니라는데, 이번에 가는 건 문제가 없어 보인다.
“아직 겨울이 아니라 항구가 얼진 않았겠지만, 그래도 조심해. 북부의 항구는 인심이 그리 좋지 않으니까.”
인심이 안 좋다라.
“거긴 항상 모든 게 부족해. 척박한 땅이고, 사람들은 그래서 거칠어. 그럭저럭 잘 사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닌 사람들도 있지.”
“응. 조심할게.”
“데인 넌 알아서 잘하겠지만, 누나 말이 뭔지 알지?”
큰누나는 마지막까지 신신당부했고, 우리는 마침내 텔레포트 플랫폼에 오를 수 있었다.
“잘 다녀와.”
“응. 다녀올게.”
짧은 인사 후, 플랫폼이 작동되었고-
잠시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어 눈을 감았다 뜨니 우리는 어떤 집 안에 있었다.
큰누나가 미리 수배해 둔 텔레포트 플랫폼이다.
“아라벨라 언니 진짜 대단하신데……? 이렇게 낡은 곳에 있는 플랫폼을 그렇게 단기간에 개조했다고?”
텔레포트에서 플랫폼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그런고로 이곳, 우리가 이동한 북부 항구도시 ‘데마라스’의 플랫폼은 원래 상당히 낡았었다고 한다.
그런데 큰누나는 내가 북부로 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직후부터 원격으로 작업을 지시해 이렇게 바로 작동될 수 있도록 고쳐 둔 것.
“빠르게 이동해서 배부터 타자. 선장 이름이 ‘칼리코’라고 했었지?”
“응. 여기 데마라스에서는 가장 알아주는 선장. 북해에 그만큼 통달한 선장은 없다고 들었어. 그리고, 아탈리아 섬으로 갈 만한 항해술을 익힌 사람은 칼리코 선장밖에 없다고 해.”
빠르게 배를 탄 후, 섬으로 이동하여 고행을 마친다.
이후 간단하게 탐험하여 흔적을 마치고 돌아오면 된다.
“빠르게 움직여야겠다. 어니스트, 연락 중이야?”
“응. 근데 수신이 안 돼.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이라 듣긴 했는데…….”
“일단 가 보자.”
내 말에 모두가 걸음을 재촉했다. 우리의 목적지는 ‘칼리코’라는 사람이 자주 간다던 선술집.
그리고 도착해서 문을 여는 순간 깨달았다.
일이 쉽게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가 본 건 그야말로 난장판이 된 선술집이었다.
“뉘, 뉘시오?”
주인인지, 아니면 같이 있다 변을 당한 손님인지 모를 사람이 머리에 대강 천 쪼가리를 감은 채 물었다.
피가 번져 굳은 게 보인다.
나는 물었다.
“여기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