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178)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178화
119. 도망친 자들(1)
신중에 신중을 기해 걸었다.
안쪽에서 뭐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이동 속도는 조금 느렸지만, 그래도 마음만큼은 편했다.
내가 잘 아는 곳이라면 모를까, 이곳은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혹한의 땅이니.
“…….”
덕분에 여기 오는 내내 떠들었던 녀석들은 무척이나 조용하게 내 뒤를 따르고 있었다.
사실 별다른 건 없는 동굴이다.
벽에 인위적인 흔적이 보이지도 않고, 특별히 함정에서 날 법한 냄새나 낌새가 보이지도 않는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니,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걸었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조심해.”
나는 균열이 간 바닥을 발견했다.
물이 조금씩 새어 나오는 걸로 봐선, 조금만 힘을 주어도 아래로 꺼질 가능성이 있다.
툭.
나는 주변에서 돌멩이 몇 개를 집어 던졌고, 안전하게 착지할 만한 곳을 찾아 먼저 뛰어 넘어갔다.
“이쪽으로 와.”
다행스럽게도 땅은 안 꺼졌고, 우리는 연달아 뛰어넘으며 안전하게 지나갔다.
“푸헤헹.”
마지막은 키론이었다.
덩치가 커서 그렇지, 이놈도 날렵하다.
하기야, 말이니 날렵한 게 당연하지만. 동굴이 키론이 이렇게 뛸 수 있을 만큼 커서 다행이다.
“가자.”
그리고 우리는 이제 천천히 경계를 풀었다. 입구부터 꽤 걸어왔는데 별다른 함정의 기색은 안 보였기 때문.
대신-
“저건…….”
다른 게 보였다.
“해골?”
프리실라는 신성력을 끌어올리려 했는지 앞으로 나섰다가 고개를 저었다.
“언데드는 아니네.”
그럼 뭘까.
가서 확인해 봐야겠지.
그나저나, 성 아이마르의 말이 떠오른다.
어떤 유해 앞에서 이 목걸이를 발견했었다고.
“그럼 저 유해가 맞나?”
“그렇지 않을까? 성 아이마르가 이 이상 깊숙하게 들어가진 않았을 것 같은데.”
일단 유해부터 살폈다.
해골 쪽에서는 아무래도 내가 여기서 유일한 전문가일 수밖에 없다.
여기 있는 그 누구보다 많은 시체를 봐 왔고, 많은 유해를 봤으니.
그리고 많이 묻기도 했다.
내 부하들의 시체를, 내 손으로.
“별다른 외상은 없어 보이는데.”
보통 해골 상태에서 사망 원인을 추정하는 방식은 뼈를 살피는 것이다.
무언가에 맞아 죽거나, 찔려 죽거나 했으면 뼈에 분명히 그 흔적이 남으니까.
하지만 이 해골에는 외상이 없다.
다만…….
손은 무언가를 꽉 쥐고 있던 것 같다.
그게 바로 목걸이였을까.
“동굴도 상당히 추운 편인데, 이렇게 유골만 남을 정도면 엄청난 시간이 흘렀을 것 같은데.”
“그러게.”
아무튼 별다른 특이점은 없다.
다만, 성 아이마르가 여기서 목걸이를 발견한 만큼…….
안으로 더 들어가 보면 무언가 나올 것이다.
“가자.”
우리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래도 무언가 흔적이라도 하나 발견되어서인지, 기대감이 피어오른다.
그러기를 얼마나 걸었을까.
우리는 잠시 휴식을 가지기로 했다.
“후우. 어제오늘 진짜 하루 종일 걷는구나.”
“근데 진짜 두근거린다. 이렇게 깊은 동굴이면 뭐라도 있지 않을까?”
“아까 그 해골 말이야. 그 사람은 어쩌다 거기서 죽어 있던 걸까?”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모닥불을 피우는 대신 발열 아티팩트로 각자 몸을 녹이며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다.
역시 가장 큰 의문점은 죽은 사람의 존재다.
“진짜 정체가 뭘까? 그 사람 아래에서 목걸이를 발견했다면서?”
왜 고대 마력 집약체가 든 목걸이를 가지고 있었을까.
혹, 마법 왕국 아르카나와 관련 있는 인물은 아닐까.
이런저런 의문들이 피어올랐지만 얻을 수 있는 증거가 마땅치 않다.
“일단 안으로 가는 수밖에 없겠는걸.”
“맞아. 그런데 길이 갈라지면 어쩌지?”
“중앙에 표지를 세우고 움직여야지.”
이런저런 변수에 대비해 계획을 세우며 이야기를 나누기를 잠시.
“움직이자.”
우리는 계속 움직였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마침내-
“저기다.”
내 기감에 잡히기 시작한다.
보다 확실한 고대 마력의 냄새가.
“정말? 찾았어?”
“응. 저 안쪽 같은데.”
다행히 갈림길은 없었고, 우리가 가는 방향 끝에서 풍겨 오는 냄새다.
그런데 우리가 마주한 건 막다른 길이었다.
“분명히 여기야.”
“여긴 막힌 길인데?”
“그러니 이제부터 찾아봐야지.”
난 기감을 최대한 끌어올린 뒤, 냄새가 가장 강하게 나는 곳으로 몸을 움직였다.
“여기다.”
인공적인 느낌이 하나도 없는 그냥 동굴 벽이다.
하지만 이곳이다.
이곳에서 가장 강하게 느껴진다.
우우웅.
나는 마력을 끌어올리고 손을 가져갔다.
그러자, 동굴 벽이 마치 마력 장막처럼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세상에…….”
“지, 진짜였네?”
뒤에서 놀란 목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나는 마력을 더욱 강하게 끌어올렸고, 마침내 벽을 ‘걷어낼’ 수 있었다.
“아주 잘 위장해 두었는데.”
아마 내 마력이 아니라면 당연히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 고행 장소로 쓰이고 탐험가들도 몇 차례 다녀갔을 텐데, 이제야 발견된 걸 보면.
“문이다.”
어니스트가 탄성을 흘렸다.
그렇다. 벽이 걷히고 드러난 건 바로 문이었다.
그것도 아주 단단해 보이는 문.
철컥.
당연히 열리지 않는다.
“선생님, 제가 한번 해보겠습니다.”
그때 도리안이 기세 좋게 나서더니 자신의 아공간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냈다.
바로 건틀릿이었다.
기사들이 손 보호용으로 착용하는 게 아니라 주먹질에 최적화된 그런 건틀릿이라고 해야 하나.
“제가 한번 부숴 보겠습니다.”
“괜찮겠어?”
“무투학부의 자존심을 이번 기회에 살려 보겠습니다.”
도리안은 그러면서 마력을 끌어올리는 것 같더니, 무척이나 자신감 넘치게 문 앞에 섰다.
그리고-
콰앙!
두 가지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어으으윽…….”
저 문이 상상 이상으로 단단하다는 것.
그리고 도리안의 손이 엄청 아프리라는 것.
“왜, 왜 이렇게 단단해…….”
철문에는 흠집도 안 났고, 도리안은 반발력을 그대로 받아내는 바람에 손을 붙잡고 나뒹굴었다.
“아이고, 내가 미쳐.”
덕분에 프리실라는 한숨을 내쉬며 도리안의 손을 붙잡고 신성력을 불어 넣었다.
“가, 감사합니다 프리실라 선생님…….”
“객기 좀 그만 부려!”
그러면서 둘이 눈빛을 교환하는데…….
아주 자알 논다.
뭐, 그래도 덕분에 아주, 아주 단단한 문이라는 건 알게 됐다.
다만 물리적으로 단단한 문이라기보다는, 무언가 문이 열리거나 부서지지 않도록 막고 있는 듯한 느낌.
아닌 게 아니라 무투학부 소속인 도리안 정도의 주먹질이라면 최소한 흠집은 나야 할 텐데, 그것조차 없는 걸 보면 확실하다.
즉, 도리안이 약한 게 아니라 이 문이 너무 강한 것이다.
“여기에 뭔가 장치가 있지 않을까?”
내가 장막이나 방벽을 녹이고 들어가는 걸 여러 차례 본 어니스트는 재빠르게 눈치챈 모양.
“아마도 그럴 거야.”
그리고 눈치 빠른 녀석이 하나 더 있었다.
“끼륵! 끼륵!”
바로 무언가를 ‘녹일 때’ 혁혁한 공을 세워 왔던 카르나스다.
기숙사의 마력 방벽을 해체할 때도 그랬었고, 제한 구역에서도 그랬었으며, 이후 토벌전에서도 불길 하나로 많은 걸 해낸 녀석.
“이번엔 어때, 될 것 같아?”
“끼륵!”
믿어 보라는 듯 날개를 퍼덕이며 주억거리는 카르나스.
“푸히힝.”
마음에 안 든다는 듯한 울음소리의 키론은 덤이다.
“넌 또 왜?”
“푸히히히힝!”
키론이 난데없이 뛰어든 건 그때였다.
텅 빈 문 앞으로 다가가더니, 그대로 받아 버린 것이다.
콰앙!
“푸히히힝!”
그리곤 도리안처럼 비틀비틀하더니 간신히 균형을 잡곤 머리를 좌우로 강하게 털었다.
“얘, 얘 방금 박치기한 거야?”
“그, 그런 것 같은데…….”
나는 할 말을 잃었고, 카르나스도 놀란 눈이 되어 키론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얘가 경쟁심이 장난 아닌데.
“푸힝, 푸히힝.”
“어디 봐봐.”
프리실라가 다급하게 달려가 신성력을 끌어올리더니 키론의 머리를 손으로 덮었다.
“잘 부탁해, 프리실라. 동물한테도 신성력이 먹히나?”
“먹히긴 하지. 워낙 특이한 녀석이라 잘 먹힐지는 모르겠는데. 아니, 대가리로 저따위로 단단한 문을 들이받는 미친 경우가 어디 있어?”
아무래도 여기 있는 것 같다.
미친 지랄마거든.
머리뼈에 금은 안 갔나 몰라.
안 아파하는 걸 보니 멀쩡한 것 같다만.
“카르나스, 일단 녹이자.”
“끼륵!”
갑자기 뛰어들어 저러는 바람에 잠깐 지체됐지만, 카르나스는 이미 준비된 상태.
“끼르으으으으윽!”
화르르르륵!
이윽고 화염이 뿜어져 나와 문에 부딪쳤다.
그러기를 잠시-
“사라진다.”
느껴진다.
가로막고 있던 무언가가 사라진 것이.
이런 가운데 마치 꺼풀이 벗겨지듯, 문이 서서히 녹아내리더니…….
다 낡은 문 하나가 나타났다.
군데군데 칠이 벗겨진 것.
하지만 특이한 점이 하나 보였다.
“이 흠집은…… 방금 난 것 같은데?”
바로 문에 난 흠집.
낡긴 했지만 튼튼해 보이는 문이 쩍 갈라져 있었다.
그것도 방금 갈라진 것처럼 결이 날카롭다.
“에이, 설마. 도리안 주먹질도 못 뚫었는데?”
“정말 키론이?”
덕분에 도리안은 절망에 빠져 버렸다.
“내, 내 주먹이…… 말보다 못하다니…….”
사실 뭐, 따지고 보면 말 체중이 사람보다 훨씬 더 나가는데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다만 마력을 구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이 보통 더 뛰어날…….
“가만.”
나는 혹시나 싶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말이 마력을 쓰나?”
“에이, 그럴 리가.”
“말도 안 돼.”
그치?
그럴 리 없다.
나는 의문을 애써 누른 채 문으로 다가갔다.
잠시 해프닝이 있었지만, 이제는 알아보아야 할 시간이다.
안에 뭐가 있는지.
스릉.
“물러나.”
나는 아르카니움제 검을 뽑았다.
어두운 동굴 속에서 아름다운 녹색빛이 흐른다.
“우와…….”
“어두운 데서 보니까 진짜 이쁘다…….”
그치.
예쁘긴 하지.
그러니까 밤에 못 쓰는 거다.
이런 상황이면 몰라도.
서걱!
나는 그대로 검으로 문을 갈라 버렸다. 무슨 천 가르듯이 가볍게 갈리는 문.
“저 검이면 뭐든 자르겠다, 그치?”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저래서 밤에 못 쓰는 건가 싶기도 하고?”
친구들의 감탄 속에서 나는 아르카니움제 검을 도로 집어넣었다.
예쁘긴 한데, 눈 아프다.
“근데 그 검은 이름이 뭐야?”
“이거? 그냥 검.”
“……데인답다. 이름도 안 붙이네.”
동아리처럼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굳이 뭐.
“꼭 지어야 한다면…… 반짝검?”
“됐다. 물어본 내가 잘못이지.”
레일라의 한숨 속에서 나는 미간을 좁혔다. 왜. 심플하고 예쁘기만 한데.
“아무튼 들어가자.”
이후 우리가 마주한 건-
“이게…… 다 뭐야?”
사방에 널린 해골, 그러니까…….
마치 학살당한 후 아주 오랜 시간 방치된 현장을 보는 것 같았다.
“세상에…….”
너무도 비현실적인 광경에 모두가 말을 잇지 못한다.
사람의 시체 수십 구.
정확히는 해골 수십 구.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동굴 깊숙한 곳.
그 안에 비밀스럽게 숨겨진 공간.
이 안에 수십 구의 해골이 있다.
과연 이들은 뭐고, 어떻게 여기까지 흘러들어온 것일까.
다행스러운 건, 너무도 오랜 시간이 흘러 시체 썩은 냄새가 나거나 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고…….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한 것 같진 않은데.”
또 한 가지 알아낼 수 있었던 사실은, 이들 모두가 살해당해 이렇게 된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어떻게 알 수 있는 건데?”
“봐. 대부분이 벽에 비스듬히 몸을 기대고 있기도 하고, 뼈에 흔적도 없어.”
그럼 셋 중 하나다.
집단으로 전염병이 발병했거나.
우리가 추측하기 힘든 무언가에 당했거나.
그도 아니면…….
아사(餓死)했거나.
“좀 더 둘러보자.”
수십 명이 한데 있을 수 있을 만큼 넓은 공간엔 이런저런 물건들이 꽤 많았다.
담요라든가, 다 낡은 무기라든가, 아니면 생필품이라든가.
하지만 음식은 그에 비해 매우 적다. 정확히는, 음식을 담은 그릇이나 포장재들이다.
“데인, 여기 좀 와 볼래?”
결정적으로 어니스트가 증거를 찾아냈다.
“봐, 뭔가 적혀 있는데…… 이거 그거 맞지?”
작은 일기장이었다.
정확히는…….
“그래. 맞네.”
고대 아르카나어로 적힌 일기장이었다.
그럼 추측은 한 곳으로 모아진다.
그럼 이 사람들은…….
하.
무언가 실마리가 풀리는 기분이다.
성 아이마르가 고대 마력 집약체가 담긴 목걸이를 이곳 동굴에서 발견했으며, 이 동굴 안쪽에는 고대 아르카나어로 쓰인 일기장이 있다.
“이 사람들, 고대 아르카나인이구나.”
결론은 그렇게 나왔다.
그럼, 이제부터 자세한 걸 알아볼 시간이다.
흔적조차 제대로 남지 않고 멸망한 왕국.
그리고 그곳에서 살았을 것으로 추측되는 사람들의 유해.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스륵.
나는 일기장을 펼쳤다.